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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생산 현장의 안전 체계와 개선 순서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안전(安全)이라는 한자는 ‘여인이 집안에 왕처럼 있다’라는 뜻으로 풀이되며 국어사전에서는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라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이 직원들을 산업재해로부터 지키고 생산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을 안전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으나 아직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듯하다.정부도 2018년 1월부터 산업재해사망자수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2018년 971명이던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2년에는 644명을 기록하였다.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노력으로 사망자수가 많이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근로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인 사망 만인율은 OECD 평균인 0.29에 한참 못 미치는 0.43수준이다. 독일 0.15, 일본 0.13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전과 관련된 의식, 방법, 체계가 잘 구축되고 유기적으로 작용하여야 한다. 의식은 모든 활동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본인이 근무하는 현장의 법적 사항 위험물 등 안전과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을 학습하고 갖추는 자세이다. 방법은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제거하는 수단을 말하며, 체계는 이러한 일련의 활동이 경영자부터 직원까지 모든 현장에서 관리되고 작용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중 현장의 직접적인 작업안전확보 수단인 방법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방법은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제거하는 수단을 말하며 위험요인 발굴은 작업표준의 작업 순서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작업 순서를 시작부터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빠짐없이 동작 단위로 기술하고 각 동작에 대하여 동영상이나 실제 작업하는 현장을 현물로 보면서 작업의 유해 위험 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 가능성과 사고 시 상해의 크기인 중대성을 추정·결정하여 등급을 구분하고 등급이 높은 고위험 작업에 대한 위험 요인을 도출한다.도출된 유해 위험 요인의 개선 순서는 첫째가 위험한 작업을 아예 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공정 자체를 바꾸거나 사람의 작업을 기계화 자동화 하여 대체하는 것이다. 그 다음 둘째가 어쩔 수 없이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 작업자가 처음부터 실수하지 않도록 하거나 실수를 하여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셋째가 가장 낮은 수순의 조치로 접근을 못하도록 안전시설물을 설치하거나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이다.기업의 안전수준을 이야기 할 때 ‘비료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의 식물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을 많이 인용한다. 그는 ‘식물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충분히 많은 영양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상소’라고 하였으며 이를 나무판자들을 덧대 만든 물통에 비유하여 가장 높이가 낮은 판자에 의해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이 결정된다고 하였다. 즉 회사의 전체 안전 수준도 결국 소속된 개개인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며 전 직원이 스스로 안전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2023-02-19

‘그깟 5년 정권이… 겁이 없나’

김진국 고문 사는 과정이 아귀다툼이다. 그런데도 사회가 유지되는 건 탐욕을 규제할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약육강식(弱肉强食)이 지배한다. 특히 힘있는 사람들의 절제가 필요하다. 힘이 세다고 거들먹거리면 더 센 사람에게 굴욕을 당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다. ‘군(君)’은 딱히 최고 권력자뿐 아니다. 권력 집단 모두에 해당한다. 그나마 법이 힘없는 사람의 권리를 대등하게 보호한다.‘탈진실’(post-truth)의 시대라고 한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대안적 진실’을 받아들인다. 우리 사회도 전형적인 탈진실의 경향을 보인다. 진영으로 쪼개져 다투기만 할 뿐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다. 진영의 이익을 위해 대안적 진실을 끌어안는다. ‘뻔뻔한 진실’이다. 그러니 대화도, 통합도 어렵다.그런데도 진실은 필요하다. 진실이 무너지면 사회도 무너진다. 법 집행과 정의도 사라진다. 그러면 무엇으로 진실을 가려야 하나. 힘으로 진실을 결정할 수는 없다. 그건 ‘뻔뻔한 진실’이다. 상식에 맞아야 한다. 법으로 가릴 수밖에 없다.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다. 바둑에서 큰 말은 잘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힘 있는 사람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치 거물이라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그건 민주주의도 아니고, 정의로운 사회도 아니다. 진실은 힘이 아니라 법과 상식으로 가려져야 한다.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이란 이름을 붙여 50억 원을 받았는데,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30대 초반 평범한 직장인이 6년간 근무하고,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았다. 터무니없는 돈이다. 누가 봐도 뇌물이다. 곽 의원이 50억 원을 달라고 조른다는 녹음도 있다. 그런데도 증거가 없다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다른 경제단위란다. 증여세 없이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 주려고 온갖 편법을 쓰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걸 완전히 외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최순실 씨와 ‘경제공동체’라고 묶어 뇌물죄를 적용한 검찰과 법원은 어디 갔나.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고 믿기 어렵다. ‘50억 클럽’의 다른 혐의자들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명백히 돈이 전달된 곽 전 의원이 무죄라면 나머지는 안 봐도 뻔하다. 법은 어렵다. 일반인은 겁부터 난다. 서민들도 ‘높은 분들’과 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 법 논리를 아무리 정교하게 세워도 평범한 우리 입에서는 “놀고 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그깟 5년 정권 뭐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나”라며 검찰을 비난했다. ‘그깟 5년’이라니. 겁이 나면 검찰이 수사하지 말아야 하나. ‘5년 뒤 내가 집권하면 어쩌려고 겁도 없이 감히 나를 수사하느냐’는 말로 들린다.힘으로 진실을 가릴 수 없다. 그는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수사의 대상이 된 피의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술하거나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헌법상, 법률상 권리를 조목조목 열거했다.이 대표도 법률에 허용된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 그러려면 국회 1당 대표로서 검찰을 위협하지 않고, 보통 사람처럼 수사받아야 한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던 정치인이다. 침묵을 지키는 권리 행사에 앞서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에게 진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일반인으로서 권리는 다 찾아 누리고, 정치 지도자로서 도덕적 의무는커녕 힘으로 검찰수사를 방해하려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17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발부했다. 이 요구서는 정부를 거쳐 국회에 전달되고, 국회가 동의하면 구속 영장이 발부된다. 또 이때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하게 된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구속하는 게 아니다. 법원이 동의서 발부, 영장실질심사를 한다.더군다나 최종적인 진실은 법원이 가린다. ‘감히 나를…’이 아니라 당당하게 진실을 가리고, 법 해석으로 다투는 것이 정도다. 국민은 진실을 원한다. 또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부터 솔직한 고백을 듣고 싶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2-19

에너지 전환시대, ‘태양광 농사’가 해답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1700년대 석탄과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대량사용은 에너지 혁명을 가져오고 산업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급격한 인구증가도 수반했다. 당시의 산업혁명은 상상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이상의 급격한 기온 상승 요인이 됐다.전문가들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농업이라고 한다. 기후 위기는 곧 식량 위기인 것이다.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기후 위기 극복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식량의 자체 생산보다 수입이 더 많은 처지여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식량 수입국, 더구나 제조업 강국인 산업구조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나라보다도 더 노력해야 되는 입장이라 할 수 있겠다.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에 비해 재생에너지 정책을 한참 후퇴시키고 원전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은 정부와 국민들 눈치만 보며 설마설마하는 중인 것 같다.일본에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정책에 미온적으로 대처하자 소니가 나서서 일본을 떠나겠다고 압박하며 정부정책을 바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뒷걸음치고 있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항의하는 기업이 한 곳도 안보인다. 정치권, 특히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을 가진 지자체들은 없던 규제를 만들어서 대부분 마을에서 500m, 시·군 도로 이상 도로에서 500m의 이격거리를 두어 재생에너지 산업의 씨를 말리고 있다.주민들 또한 전자파 괴담과 중금속 등 오염물질 가짜뉴스를 맹신하여 비닐하우스보다 오염이 덜 한 태양광 발전소 시설을 혐오시설 취급하며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후 변화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나라는 우리나라다. 식량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식량 안보를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에 국가적 사활을 걸어야 한다. 에너지 안보에 식량안보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철강,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의 산업은 탄소국경세 등으로 인해 당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산업계가 지금 고민해야 될 일은 하루빨리 RE100을 달성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RE100 달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세계적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평균 4시간, 연간 1,459시간의 일조량을 갖고 있다. 독일보다 38% 태양광 기회가 많다. 그리고 큰 바람은 부족해도 산과 골로 이루어진 국토는 소형 풍력 발전에도 적합하다.문제는 국민의식이다. 태양광 발전은 전자파 발생이나 중금속으로 인한 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어 주민들은 무조건 반대한다. 그러나 태양광 모듈에서는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 단지 집전 시설에서 일반적인 변압기에서 발생하는 정도의 전자파가 발생하는데 이것도 휴대폰 전자파 수준도 안된다. 태양광 모듈이 흑색이다보니 중금속 오염에 대한 그릇된 정보들이 많이 나오는데 태양광 모듈은 모래에서 추출하는 규소로써 반도체와 같은 소재인데, 쓰이는 중금속도 극히 미미하여 비닐하우스 수준의 오염이 발생한다. 그리고 소형풍력의 경우는 1kW~5kW 정도의 제품들로 지붕이나 건물 옥상에 설치하면 되는데 소음도 거의 없다.우리나라의 농지는 150만㏊에 이른다. 이 중 25% 정도를 태양광 발전으로 사용하면 원자력 발전과 에너지 믹스를 통해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농지에 태양광 발전을 하면 농사는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들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의 발전사들은 그간 영농형 태양광 발전에 관해 실증사업을 해왔는데, 벼농사의 경우 태양광을 정상에 비해 20% 줄여서 설치하면 벼수확량이 20% 정도 줄어들지만 영농이 가능하고 농가소득은 10배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요즘 농촌에 가보면 쌀농사를 짓지 않는 농경지는 과수나 채소 재배를 하거나 아니면 묵혀두는 곳이 대부분이다. 근본적인 농가소득 변화를 위해서라도 논농사 수익의 20배에 달하는 ‘태양광 농사’를 통해 농업·농촌 문제와 탄소중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사막이나 버려진 땅이 거의 없다. 67%는 산지이고 15% 정도가 농지이며 나머지는 도시 등 사람이 사는 곳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산지를 훼손하는 일은 오히려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일이다. 도시의 주택이나 공장의 지붕에만 태양광 설비를 해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농사가 가능한 토지에 대해서는 수확이 20% 정도 줄더라도 소득은 10배정도 늘릴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을 하고, 기계영농이 힘들거나 버려지는 농지에 대해서는 ‘태양광 농사’를 통해 농촌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 그래야 농촌 소멸을 막을 뿐만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순조로운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은 ‘태양광 농사’가 해답이다.

2023-02-19

자원! 우리가 직접 확보하자!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석탄, 석유, 철의 원광석 등은 수천 년간 삶의 인프라를 제공해 왔다. 전기, 자동차, 항공, 건물, 자재 등은 이러한 기본적인 자원의 개발이 있어서 가능했다.사실상 인간의 삶은 자원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할 정도로 자원의 중요성은 역사와 함께 해 왔다.최근 곧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는 자원인 리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배터리의 핵심원료인 ‘백색 황금’ 리튬을 확보하려는 기업 간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한국에서는 최근 캐나다에 북미산 리튬정광을 확보한 LG화학 외에도 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온이 있지만, 10여 년 전부터 리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포항의 포스코그룹이 있다.사실상 포스코는 지난 2010년부터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리튬으로 지목하고, 염수에서 리튬을 뽑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2018년에는 약 3천억 원을 투자해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소금호수)를 인수했고 2년 후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2020년에는 현지 시험공장 시험가동을 마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2.5만t 규모의 1단계 상용화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리튬은 전기차 약 6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추정치이긴 하지만 매장량 잠재력으로 볼 때 호수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t보다 6배 늘어난 1천350만t임을 확인했고 이는 전기차 약 3억7천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대박을 넘어 초대박을 터뜨린 것이다.세계 각국의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도 리튬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가장 일찍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2020년 피에드몬트 리튬과 북미 공급 계약을 하고, 현재 텍사스주에 리튬 정제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에 도달하려면 2030년까지 연간 판매되는 차량의 약 60%를 전기 자동차로 채워야 한다고 한다.탈중국화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중국과 서방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탈중국화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탈중국화에 필수적인 방법으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희토류, 리튬 등 희귀자원의 자급자족 및 공급망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희토류 채굴 허가 프로세스를 단축하기 위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EU 집행위는 재검토를 마친 뒤 오는 3월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희토류 채굴부터 공급까지 소요 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미국은 희귀 자원 공급망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희귀 광물 채굴·처리시설 개발에 수 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텍사스주에선 미 화학기업 블루라인이 호주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 라이너스와 공동 건설 중인 희토류 정련공장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한다.한편 자동차의 휘발유에 대한 의존도가 전기차로 대치된다 해도 여러 가지 용도로 석유의 개발도 여전히 중요하다.사실상 석유와 희토류, 리튬 등 필요한 자원개발과 활용, 변환의 일괄 공정은 이제 필연적 과제로. 정책과 인재양성의 뿌리가 되어야 한다.자원 확보에 필요한 외교정책, 기술, 자금지원 인재양성도 빠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학들은 기존의 자원공학을 ‘에너지자원 공학’으로 명칭을 바꾸고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대응하고 있다.서울대를 비롯한 에너지자원공학의 커리큘럼은 최근 에너지자원 개발, 처리, 변환 등의 일괄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환경 및 에너지 경제 등까지 연구 영역을 확대하면서 에너지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재 양성에 몰두하고 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까지 가세하고 있다. 최근에는 폐금속 발굴 재생(Urban mining)이란 분야도 등장하였다.지금도 사우디, 인도네시아 등 세계 전역을 돌면서 자원 확보를 위해 애쓰는 엔지니어들을 보면 묵묵히 일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있다. 이제는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이들을 격려하고 자원전쟁 시대에 한국이 선두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특히 이곳 포항은 포스코가 자원 확보에 절대적 선봉에 서 있는 기업이므로 그러한 분야의 연구를 포스텍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사실상 자원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활에 필수품인 전기공급, 자동차도 도로를 달릴 수 없고, 공장 등이 가동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필수품이 된 핸드폰도 만들 수 없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자원은 유한한 것이다. 미래는 자원전쟁과 자원외교의 장이 될 것이다포스코 자원투자의 개가를 보면서 에너지자원 기술에 대한 포스텍의 학문적 뒷받침과 인재양성, 연구투자, 기술투자들이 절실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아마도 의과학자 양성과 에너지자원 개발 처리의 연구가 앞으로 포스텍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원, 우리가 직접 확보해야 한다.

2023-02-19

다시 2월, 배웅과 마중의 행간

이희정시인 젖도 덜 뗀 어린 것이 아우를 보았던가이월 숲 아랫도리는 여전히 까칠해도보란 듯 우듬지 쪽은 핏물이 하마 돈다꽃샘이 뒤미처 와 눈을 자꾸 흘기더니날日수도 늘 모자라 무녀리만 같은 너를자투리 천 조각 이어 감침질로 안고 간다-이승은 시집 ‘넬라 판타지아’(2014) 중 ‘다시 이월’ 전문이승은(1958~) 시인이 부르는 이월의 마디는 환한 적막 속 어녹은 눈처럼 온다. ‘다시 이월’이 수록된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의 표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는 ‘환상 속에서’로 번역되며, 1986년 발표된 영화 ‘The Mission’의 주제곡인 ‘가브리엘 오보에’에 이탈리아 가사를 붙여서 부른 노래다. 뜻밖의 새하얀 늦눈을 만나는 이월은 짧게 교차하는 ‘배웅과 마중’의 환상적인 간이 구간이 아닐까.1979년 KBS 문공부 주최 전국민족시대회에서 약관의 나이로 우리 곁에 온 시인은 “하마 도는 핏물”의 생경한 언어처럼 와서는 “다시 이월”이라고 했다. 이미 시인은 앞선 시집 ‘환한 적막’에서 ‘2월’을 선창하며 “늘 못다 떼고 덮어버린 국정교과서 같은 2월 / 어정쩡한 학기 말”의 모국어를 건너왔기에. 이즈음 다시 궁금한 그녀의 “젖니의 시간, 뜯고 싶은 봉함 편지”를 기어이 뜯어보려는 것이다.모자라거나 작은 것들, 여린 것들은 언제나 눈을 시리게 한다. 첫 행을 보라, 막 첫걸음마를 뗀 어린 형이 채근 대는 아우에게 유모차를 내어주고 조막만 한 발을 소심하게 내딛는 모습을 보는 듯하지 않은가.이어 화자는 유독 날수가 모자라 다리가 짧은 2월을 “무녀리”라고 했다. ‘무녀리’의 사전적 의미는 “비로소 문을 열고 나왔다는 뜻 ‘문(門)+열다’의 ‘문열이’가 변하여 된 말이며, 짐승의 한 태(胎)에서 나온 여러 마리의 새끼 중에 맨 먼저 나온 놈을 일컫는 말”로 제일 먼저 나온 새끼는 다른 새끼들에 비해 유약하다. 화자의 애잔하고 깊은 내성의 눈빛이 짙게 묻어나는 둘째 수를 주목해 보자.“꽃샘이 뒤미처 와 눈을 자꾸 흘기더니 / 자투리 천 조각 이어 감칠질로 안고 간다” 며 동적인 시상을 입체적으로 펼치며 2월을 상징하고 있다. 기실 이승은 시인은 돌연 감침질로 안고 가버리는데 능하다. 그것도 바늘땀이 밟고 간 자국도 없이 귀신같이 홀쳐 꼬리를 감춰버리는 것이다. 첫 행은 오금을 박듯 오지게 들어 앉히고는 여봐란듯이 따돌리고 가는 비기(祕記)를 시인의 다른 시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지점이 곧 올곧게 이어온 현대시조가 담보하는 올무 같은 정형의 탄성을 만나는 마술적인 구간일 것이다. 그녀는 근작 시집 ‘첫 이란 쓸쓸이 내게도 왔다’에서 “아직 끝난 건 없다”라고 다짐하는데 화자의 이월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월이고 곧 다가올 뭇 생명을 예고하는 옴의 구간이기 때문이리라.겨울과 봄을 여닫으며 판타지풍의 발성으로 부르는 배웅과 마중의 행간, 2월이 여닫는 문은 여느 계절과는 다르다. 이월(February) 속에는 입춘이라는 절기가 들어 있는데 입춘은 봄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봄의 문턱에 들어서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아직 날씨는 한겨울이지만 얼었던 땅이 서서히 풀리고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예로부터 입춘에는 대문 기둥이나 대들보 천장 등에 좋은 글귀를 써서 붙였다. 이는 고대 서양에서의 2월이 가진 정화의 의미와도 다르지 않을 테니 겨울을 고이 보내며 다가오는 봄을 새 몸, 새 마음으로 맞는 정결한 의식과도 같다. 어느새 햇살을 입은 생명들이 번지듯 오고 있다.“이월 숲 아랫도리는 여전히 까칠해도, 우듬지 쪽은 핏물이 하마 돈다”◇ 이희정 시인 약력 ·2019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내 오랜 이웃의 문장들’

2023-02-19

공무원, 청렴하면서도 유연해야

주낙영 경주시장 ‘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이 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가 “접시를 열심히 닦다가 깨트린 사람은 보호해 주고, 접시를 닦지 않아 먼지가 끼도록 두는 사람은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며 공무원들에게 적극 행정을 장려한데서 나온 말이다.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은 과거에도 있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20년 1월 취임사에서 “일하다 접시를 깨는 일은 인정할 수 있어도,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신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손도 베이고 그릇도 깨고 하는데 그릇 깨고 손 베일 것이 두려워 아예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이처럼 역대 정부마다 접시깨기 행정을 주문한 이유는 “새로운 일에 손을 댔다가 책임지기 보다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나서달라는 말인데, 여기서 말하는 ‘적극적’이란 단순히 ‘소극적’의 반대말이 아니다.일례로 한번 쓰고 버려지는 애물단지 ‘아이스팩’의 수거·재활용 시스템도 다름 아닌 공무원의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아이디어를 낸 서울 강동구청 최병옥 주무관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아이스팩 재사용 체계를 구축한 덕분에 2년 간 아이스팩 20만1천990여개를 수거해 생활쓰레기 101t을 줄일 수 있었다.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5월 정부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국민을 위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 당시 지급 3주 만에 대상자 99%가 지원금을 수령할 만큼 신속한 속도를 보였는데, 이는 민간 카드사 홈페이지와 연계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행안부 이빌립 서기관의 아이디어 덕분에 가능했다.적극 행정 사례는 경주시에도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교량 신설 대신, 보행로를 활용해 우회전 전용 차로를 신설하고 교량 측면에 보행자용 데크를 만들자는 역발상 역시 공무원의 아이디어였다. 경주시 신재목 주무관의 아이디어 덕분에 교통정체를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예산 90억원도 아낄 수 있었다.흔히들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청렴이라고 한다. 청렴해야 공정해지고, 공정해야 신뢰가 생긴다. 하지만 지나치게 청렴만 강조하다보면 유연함을 잃게 되어 적극 행정을 할 수 없게 된다.명나라 시대 ‘해서(海瑞 1514-1587)’라는 유명한 청백리가 있었다. 그는 우도어사(감찰부장)까지 오른 정2품의 고위 관료였지만, 사망 후 남긴 재산이 장례를 치르기에도 모자라 동료 관원들이 돈을 걷었다는 일화가 있다. 더 대단한 것은 해서가 평생토록 이런 수준의 청렴함을 유지하고 살았다는 것인데, 그는 평생 술과 고기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한번은 그가 병약한 노모를 위해 고기 두 근을 사자 “해서가 고기를 두 근이나 샀다”는 소문이 관가에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이 정도면 도가 지나치다 못해 매정하다고 해야 할까, 사실 해서는 강직함으로 시기와 원성을 사 수차례 파직을 당해야 했다. 해서의 삶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엇갈린다. 탐관오리들로 가득한 부패한 세상에 한줄기 빛이었다는 호평과 함께, 결벽증에 가까운 강퍅함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어 실제 큰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처럼 해서는 시대와 불화했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이중텐 ‘품인록’ 중)2023년 현재를 살아가는 공무원들은 해서의 어떤 면을 취하고, 또 어떤 면을 버려야 할까?만약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법과 규정만을 고집한다면, 시민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해결해 줄 적극행정은 불가능하다. 높아진 시민들의 기대와 욕구를 감안할 때 해서가 추구했던 얼음장 같은 강직함이 능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민원을 해결해 줄 수 있어야 유능한 공무원이다. 청렴하되 무조건 강직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들이 청렴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청렴만 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2023-02-19

동주를 생각하며

김규종 경북대 교수 오래전 일이다. 서관에서 강당을 거쳐 정문으로 내려가는 길에 정한숙 선생이 서 있었다. 그런데 선생의 자세가 이상했다. 오른손을 눈썹 위에 갖다 붙이고 경영대 방향 동쪽 하늘을 보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궁금증이 많은 나는 선생께 여쭈었다. “뭘 보십니까?!” “안 보이나?” “글쎄요?” 나도 선생을 따라 같은 자세를 취했으나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뭐, 특별한 건 안 보입니다.” “저기 멀리서 봄이 오고 있어.”‘뭐지?’ 하고 나는 혼잣말했다. 노교수의 눈에는 봄이 오는 것이 보였으나, 젊은 육신의 내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노소(老少)의 문제가 아니었다. 봄을 간절히 그리는 초로의 교수와 봄이 아쉽지 않은 청춘의 차이가 불러온 결과가 아니었나 한다. 정한숙 선생이 지금도 떠오는 것은 “시는 무조건 암송해야 한다”는 소중한 말씀 때문이다. 선생의 ‘소설 기술론’ 강의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말씀이 그것이다.신입생 시절에 나는 두 가지 일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하나는 손에 닿는 대로 시인들의 시집을 찾아 읽고 마음에 드는 작품은 외우는 것이었다. 윤동주, 이육사, 서정주, 한용운 시인의 작품이 주요 대상이었다. 여기 덧붙여 시인들의 평전을 읽는 것이었다. 그 둘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영어판을 아껴서 읽는 일이었다. 읽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어린 왕자’를 선물하곤 했다.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나는 적잖은 시를 기억한다. 시조와 한시, 일본의 하이쿠 몇 편도 번역으로 기억하며, 러시아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의 시도 암송한다. 정한숙 선생의 말씀은 진리였다. 암송하지 못하고 군데군데 이가 떨어져 나간 시편(詩篇)은 아쉽기 그지없다. 요즘도 불가(佛家)의 서책이나 유가(儒家)나 도가(道家)의 경전 가운데 마음을 흔드는 구절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기억하려는 자세는 그때 생겨난 것이다.지난 2월 16일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원한 청년 시인 윤동주가 세상을 버린 날이다. 1917년 12월 30일 태어나 해방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세상과 작별한 동주. 그와 연희전문에서 수학했던 후배 정병욱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동주에 관한 안목을 넓혔던 기억도 어제처럼 선연하다.“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을 모두 헤일 듯합니다.”로 시작하는 ‘별 헤는 밤’과 연관된 정병욱 선생의 글은 잊히지 않는다. 본디 ‘별 헤는 밤’의 마지막 연은 “따는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였다고 한다. 병욱은 마지막 연이 너무 허전하다는 말을 동주에게 전했고, 두어 달 뒤에 동주가 마지막 연에 새로운 부분을 덧붙였다는 것이다.“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부끄러운 자신을 부정하는 청년에서 자신을 긍정하는 시인의 면모를 아름답게 그려낸 동주. 창밖 촉촉한 빗소리가 봄을 부르는 듯하다.

2023-02-19

신공항 특별법 곳곳서 태클… 설득 역량 있나

대구경북(TK)통합신공항 특별법이 지난 16일 입법 절차의 첫 관문인 국회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구경북 지역민이 기대했던 특별법 2월 통과가 사실상 물건너 가 아쉽다. 이날 소위에서는 특별법안 중 쟁점사안과 부처간 이견, 대구시·경북도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듣고, 추후 일정을 다시 잡아 법안을 심사하기로 했다. 쟁점 사항에 대한 논의는 여야 간사간 협의를 거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끝난 후 열릴 예정이다. 법안소위 1차회의에서는 의외로 정부(기획재정부) 측에서 반대의견을 많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안 중 대구공항 이전의 초과 사업비에 대한 국비 지원 문제가 쟁점이 된 모양이다. 정부와 일부 야당의원이 “초과 사업비에 대한 국비 지원은 기부 대 양여 제도의 원칙을 깨는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부산 출신 법안소위 최인호 위원장(민주당)은 회의 후 “TK신공항법과 관련해 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쟁점이 꽤 있었다. 국비 지원 부분에 대해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신공항 주변 개발에 대한 국비 지원’에 대해서도 정부 측에서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K2 종전부지에 대한 각종 규제지역 완화나 산업특별지역 지정문제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인데, 특별법에서 국비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재정 지원사업의 경우 대부분 합의점을 도출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견해차가 크다는 것이 소위 첫 회의에서 드러나 다소 충격적이다.회의 결과를 보면, 기대와는 다르게 특별법이 국토위 법안소위 심사를 통과하는데 앞으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PK(부산·경남)지역 야당의원뿐만 아니라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아 보인다. TK신공항이 로드맵대로 건설되려면, 오는 4월까지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음 소위 심사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행정력과 정치력을 총동원해 정부와 야당을 설득하길 바란다.

2023-02-19

대구시민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21일은 대구시민의 날이다. 대개 도시마다 시민의 날을 정해 그날은 축제와 각종 행사로 기념하고 있다.대구시는 본래 1981년 대구직할시 승격을 기념해 10월 8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으나 도시 정체성을 살리는 뜻있는 날로 정하자는 여론에 따라 2020년부터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인 2월 21일을 시민의 날로 변경, 시행하고 있다.서울시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한양 천도일인 10월 28일을 서울시민의 날로 정해 놓았고, 부산시는 임진왜란 당시 부산포해전 승전일을 기념해 10월 5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 저마다 도시의 특성과 시민의 자부심을 떠올릴 역사적인 날을 뽑아 시민의 날로 정하고 있다.대구의 국채보상운동은 일제의 경제침탈에 대항해 일어난 세계 최초의 시민주도 경제주권 운동이다. 1907년 2월 21일은 대구민의소가 북후정에서 군민대회를 개최하고, 국채보상운동 취지서를 낭독해 국채보상운동의 서막을 알린 날이다.이 운동은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졌고, 남정네는 담배를 끊고, 부인네들은 패물을 내놓아 나라의 빚을 갚는 데 앞장섰다. 2017년 10월 유네스코는 국채보상운동과 관련한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대구시는 21일을 시민의 날로 지정하면서 대구·경북 최초의 국가기념일인 2·28 민주운동기념일까지를 대구시민 주간으로 정해 시민들이 뜻깊은 날을 기억토록 하고 있다. 특히 2·28 민주기념일은 대구지역 젊은이가 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주의 운동이며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운동이어서 시민주간 행사의 의미를 더해 준다.많은 시민이 이 날을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겨보아야 시민의 날 제정의 의미가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19

국립근대미술관 유치에 팔 걷어 붙인 달성군

대구 달성군이 국립근대미술관 군내 유치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군은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를 위한 시민서포터즈를 결성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관련 세미나를 개최, 달성군의 유치 적합성을 홍보하는 등 유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새 정부 과제로 채택하면서 근대미술의 요람지인 대구에 국립근대미술관을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달성군이 화원교도소 후적지를 후보지로 내세우며 뛰어든 것이다.최근 지방시대에 맞는 문화분권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문화분권 운동이 점화되기 시작했다. 문화예술분야 부흥을 통해 침체된 도시에 가운을 불어넣겠다는 움직임이다. 대표적 사례가 작년 있었던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다. 대구를 비롯 전국 10여 개 지자체가 지역유치를 희망했지만 서울로 낙점되고 말았다. 지역민의 문화분권 희망을 꺾어버린 나쁜 전례다.고대와 근대, 현대 등 시대사별로 미술관의 역할을 구별하려는 것은 세계적 트렌드다. 프랑스는 시대별 미술관을 두는 동시에 주요 문화시설을 소도시에 분산 배치해 지역성장과 문화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 2012년에는 프랑스 최북단 지역인 랑스에 루브르박물관 분관을 개관해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도록 했다.달성군의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는 근대미술의 태동지인 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전혀 어색치가 않다. 대구는 서예 분야 석재 서병오를 비롯 이인성, 이쾌대와 같은 천재적 작가들이 맹활약했던 곳이다. 6·25전쟁 때는 피난지로서 전국의 예술인이 모여 대구근대미술전 등을 여는 등 근대미술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달성군이 제시하는 화원교도소 후적지는 광대한 부지와 더불어 전국으로 통하는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다. 교도소 후적지라는 특성이 근대미술관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달성군의 근대미술관 유치 노력에 예술인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높은 관심으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023-02-19

대구의료원의 역량 강화를 주목한다

공공의료란 공공기관에서 생산되는 의료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공공의료시설이라 한다. 민간의료기관보다 공익적 목적에 더 부합하여야 하며, 민간의료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의료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도농간 의료격차나 지방의료원의 접근성 문제,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행위, 감염병 등이 공공의료가 담당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실상 많은 공공의료기관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대구는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추진키로 했으나 단체장 출마 포기로 성사가 되지 않았다.홍준표 대구시장은 공공의료원의 추가 건립보다는 대구의료원의 기능부터 먼저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제2 의료원 설립을 유보했다.대구의료원이 홍 시장이 밝힌 공공의료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다음달부터 경북대병원 전문의 진료를 시작으로 대구의료원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의료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경북대병원 소속 신경외과, 정형외과, 호흡기내과 등 4명의 전문의를 지원받아 대구의료원서도 이 분야 진료가 가능해진다. 특히 신경외과 전문의 충원으로 뇌혈관질환센터 운영과 수술도 가능하다. 앞으로 산부인과 등 기존에 부족했던 진료과목 전문의도 충원해 경북대병원 수준의 양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홍 시장이 약속한 공공의료 기능 강화 전략의 출발점이라 특별히 관심이 간다. 대구의료원은 대구의 유일한 공공의료시설이다. 그러나 그동안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대구시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이 이번에는 성과를 내 시민들이 믿고 찾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혁신적 변모가 있길 바란다. 수도권 중심으로 대형병원 설립이 집중되고 있어 지역거점 중소병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는 바로 이런 면에서 시민 건강권을 지키는 일이나 다름없다.

2023-02-16

재해대비한 포항항사댐 건설, 빠를수록 좋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결소위가 그저께(15일) 포항 항사댐 건설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키로 가결해 다행히 댐 건설이 순조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항사댐 건설은 지난해 정부재정사업평가위에서 예타와 사업 적정성 검토 면제 결정이 이미 나왔지만, 야당측의 재검토 요구로 이날 환노위에서 동의절차를 거친 것이다. 항사댐은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일대(오어지 상류)에 저수용량 476만t으로 건설되며, 포항시는 지난해 댐건설 사업비 19억8천만 원(타당성 조사비)을 확보했다. 예결소위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환경 파괴가 최소화돼야 한다는 게 여야 의원들의 같은 의견이었다. 예타를 면제하기로 하되, 야당 측에서 냉천 정비와 동시에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으로 건설할 수 있을지 대안을 함께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포항시는 10여 년 전부터 항사댐 건설을 정부에 건의해왔지만, 환경단체 반대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태풍 ‘힌남노’에 의해 하류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큰 피해가 발생하자 댐 건설 논의가 본격화됐다. 댐 건설의 예타조사는 면제됐지만, 사업시행을 전제로 한 타당성 조사는 6월쯤 시작된다. 2025년 착공해 2029년 완공할 예정이다. 항사댐이 건설되면 냉천에 인접한 포항제철소와 포항철강공단 등의 홍수피해를 차단할 수 있다.예결소위 결정은 다음 주 열리는 상임위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환노위 동의절차가 마무리되면 환경부는 댐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간다. 환경부는 댐건설 타당성 조사과정에서 여러 대안도 함께 검토해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야당측이 해외의 경우 침수피해에 대비해 댐보다는 방수로를 건설하는 사례가 더 많다며 환경부에 대안검토를 주문했기 때문이다.댐 건설시 환경파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은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그러나 항사댐 건설이 또다시 환경파괴 논란으로 지연돼서는 안 된다. ‘힌남노 사태’와 같은 끔찍한 재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댐 건설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

2023-02-16

에르진市의 교훈

우정구 논설위원 에르진시는 지진이 덮쳤던 튀르키예 10개 주(州) 가운데 특히 피해가 컸던 하타이 주 인구 4만2천명의 작은 도시다. 이번 강진의 진앙지로부터 직선거리 8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1만2천 채의 건물이 무너지고 수만명의 사람이 사망한 튀르키예 강진에도 건물붕괴 0, 사상자 0를 기록했다. 외신들은 기적의 도시라 불렀다.에르진시 엘마소글루 시장은 이런 결과를 묻는 외신기자에게 “나는 단지 불법건축물 시도를 일절 용납하지 않으려 노력했을 뿐”이라 말했다.이번 강진이 발생하자 튀르키예 정부도 부실공사가 피해를 키웠다는 여론에 따라 건설업자들에 대한 칼을 빼들어 100여 명을 체포하기도 했다.일본의 지진 전문가들은 튀르키예 지진이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팬케이크 붕괴 현상을 꼽았다. 팬케이크 붕괴는 건물의 바닥이 무너지고 그 위에 또다시 윗층 바닥이 무너지는 방식이다. 잔해 속에 빈공간이 없기 때문에 다른 붕괴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내진 설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5.4규모 지진에도 수많은 이재민과 재산 피해가 일어났다. 지진은 인류가 막을 수 없는 최악의 자연재난이다. 하지만 미리 대비를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튀르키예는 1999년 북서부 대지진으로 1만7천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건축법을 지키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엘마소글루 시장은 선거당선 후 불법건축물에 대한 예외 적용을 요구하는 민원에 많이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장의 법과 원칙 고수가 인명과 재산을 지킨 결과가 되었다. 타산지석 삼을 만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16

무너진 공정과 상식

홍석봉 대구지사장 기가 막힌다. 사법정의는 실종됐다. 금융권은 돈 잔치에 흥청망청이다. 국민들은 분노한다. 대통령까지 나섰다.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이 형편없이 무너졌다.법원과 검찰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과 기소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잇단 법원판결이 원인이다.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죄 무죄 판결이 불을 질렀다. 야당이 들고 일어났다. 재판거래 의혹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는 바닥이다.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대구지법 앞에서 규탄 시위를 했다.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이 뇌물이 아니라면 5년10개월 근무한 대리가 받은 퇴직금 50억 원이 정상이냐고 꼬집었다. “퇴직금 50억 원은 대기업 대표로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 아니고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거액”이라며 사법부를 성토했다. 대장동 일당의 뇌물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국민상식이라고 비판했다.“정상적인 퇴직금 지급액의 221배에 달하는 금액, 검사 출신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이 이렇게나 달라야 하는지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법치가 무너지고 공정과 상식은 휴지조각이 됐다.검사출신의 홍준표 대구시장은 “요즘 판검사는 샐러리맨”이라며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검사의 봐주기 수사인지, 무능에서 비롯된 건지, 판사의 봐주기 판결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야당의 특검 추진을 반기며 ‘50억클럽’ 특검을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반응이다.앞서 법원은 무소속 윤미향 국회의원의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횡령 사건과 관련, 벌금 1천500만 원을 선고하고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죄판결 했다. 기부금 관리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며 시끄럽다. 홍준표 시장은 “정신대 할머니를 등친 후안무치한 사건이라고 그렇게 언론에서 떠들더니 언론의 오보였나. 검사의 무능인가”라고 꼬집었다.고금리를 틈탄 은행의 ‘돈잔치’는 서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16조6천억 원에 달했다.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과 영세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고금리의 이자장사로 배를 채웠다. 희망퇴직자에겐 수 억에서 10억 원대의 퇴직금을 지급, 서민들의 눈이 돌아가게 했다. 학자금 등 각종 명목의 지원금까지 얹어줬다. 성과급 잔치는 불문가지다.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정치판도 공정과 상식을 찾을 길이 없다. 여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대통령의 개입으로 이미 난장판이 됐다. 야당은 당 대표의 사법처리를 막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친다. 민주노총은 법 위에서 군림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애인단체는 약자를 무기로 국민을 불편케 한다. “정치는 실종되고, 사회는 분열되고, 자유는 위협받고 있다.” 야당 원내대표의 말이다.수 없는 좌절과 고통을 극복하고 이 자리까지 온 우리다.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틀을 부수고 알을 깨야 한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일깨우고 되찾아야 한다.

2023-02-16

흰 눈이 곱게 쌓이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이번 겨울 오랜만에 흰 눈이 내렸다. 그동안 우리 지역 동해안에는 메마른 날이 계속되어 겨울 가뭄을 걱정했었는데 우수(雨水)의 절기를 맞아 소복하게 하얀 눈꽃이 핀 설국이 그려졌다. 최근 올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밀려왔었고 그 한기에 하늘이 얼었는지 포항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는데 15일 오전 8시까지 1cm 정도 쌓여 갑자기 대설특보로 바뀌었다. 청하에 1.6cm 영덕에 11.1cm인데 울진 평해 지역은 20.6cm로 대설경보가 내렸다고 한다. 포항 외곽지로 빠지는 우현동 고갯길에서 차량들은 거북이 운행을 했고 상옥으로 넘어가는 산간지역은 교통이 통제되었으며 마을버스 운행이 중지된 곳도 있다.새벽부터 안전안내문자가 깜빡댄다. 밤새 내린 눈으로 도로 결빙이 예상되니 미끄럼 등 교통안전에 주의하고 대설주의보도 발효되었으니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한다. 창을 열고 밖을 보니 바닷가에는 하얀 거품 같은 파도가 밀려오고 하늘은 눈이 계속 내릴 듯이 온통 뿌옇다. 아파트 마당엔 모든 차량이 눈을 덮어쓰고 조용한데, 눈밭 놀이터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재갈거림이 사랑스럽다.며칠 있으면 차가운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인데 겨울을 마무리 짓는 빗물이라는 의미이다. 녹은 강물을 헤엄치며 수달들은 고기를 잡을 테고 기러기는 줄지어 북녘을 날아갈 것이다. 하얗게 쌓인 눈이 녹으면 땅속에 꿈틀대던 초목의 겨울눈이 깨어나고 코로나로 3년간이나 움츠렸던 우리 마음에도 이웃사랑의 눈이 트이리라. 대지를 녹이는 우수(雨水)에, 근심 걱정에 찬 우수(憂愁)를 털고 농부들은 새해의 농사 계획을 세우고 좋은 씨앗을 고르며 우수(優秀)한 싹을 틔우는 희망을 가지겠지…. 지겹도록 격돌하며 거친 말을 해대는 정치들판에도 흰 눈이 내려 덮이고 그 맑은 빗물에 봄눈 녹듯 서로의 앙금을 녹여 올해는 더욱 따뜻하게 국운을 일으키는 파란 싹을 틔우고 고운 꽃들의 잔치를 열어주기를 바란다.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인해 인류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지마는 이 또한 온 세계가 이웃돕기 성금으로 사랑의 빗물을 모아주고 있다. 지진 피해 아동이 700만 이상이라고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밝히고 있으며 아동피해에는 사상자뿐만 아니라 집과 부모를 잃고 또 트라우마를 비롯한 질병을 갖게 된 아이들도 있다. 새싹의 눈을 보살피는 심정으로 어린이 구호를 위한 세계 각국의 온정이 메마른 땅을 덮듯 가슴 가득 도와주었으면 한다.온 누리에 흰 눈이 내리면 세상은 하얗게 물들고 모든 더러움을 덮은 그 백설의 숲길을 걷고 싶어진다. 지인들과의 카톡방에도 눈의 노래가 들려오고 흰 눈 내린 겨울의 정경 속에 매화꽃이 피어나고 있다.“조그만 산길에 흰 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국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 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창밖을 보며 김효근 작사·작곡의 가곡 ‘눈’을 부르노라면 어느새 숲속으로 난 눈밭을 걷고 있는 마음이 된다.겨울 막바지에 내린 하얀 눈은 봄을 향한 계절의 알림이고 땅에 물기를 머금게 하는 생명의 물이 될 것이다.

2023-02-16

이 낮은 곳을 향하여

강길수 수필가 언제부턴가 길을 걸을 때 낮은 곳을 자주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길가 구석진 곳이나 돌 틈, 보도의 화단, 학교 녹지 같은 곳에 나서 사는 풀들을 본다. 특히, 겨울에는 더 살피게 된다. 낮은 곳에 월동하는 풀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웬일일까.이번 겨울에도 섭씨 영하 10도 이하의 기온을 보인 날이 제법 있었다. 강추위에도 살아서 겨울을 넘길 기세였던 양지바른 석축 위의 작은 장미꽃 몇 송이와 잎들도, 산 채로 얼어 말라 박제같이 되고 말았다. 환경오염의 온난화 시대지만, 올겨울은 제 몫을 한 것인가. 그래도 이 낮은 곳의 일부 풀들은, 얼굴이 시퍼렇게 얼면서도 겨울 추위를 이기며 살아냈다.입춘이 지난 지 일주일째다. 그사이 낮은 곳으로 봄이 스며 오고 있다. 오가는 학교 녹지의 소나무 밑엔 제법 연녹색을 띨 정도로 풀들이 솟아오른다. 가로수 밑엔 별꽃풀도 다른 풀들과 낮게 기지개를 켠다. 아직 2월이 두 주 이상 남았다. 겨울이 다 갔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추위가 다시 온다 해도, 저 풀들은 이겨내며 봄노래를 부를 것이다.생명은 삶은 저 높은 곳에 사는 게 아니라, 이 낮은 곳에 터 잡고 태어나 뿌리내리고 기대어 번식하며 살아내는 존재였다. 첫 생명이 높은 곳에서 왔다손 치더라도 낮은 곳 곧, 땅이 아니었다면 지구촌 생명이 살아남았을까. 이 낮은 곳은 산, 들, 시내, 강, 호수, 바다 등 온 지구촌을 다 품고 있다. 창조론, 진화론 같은 이론에 앞서 생명의 고향은 ‘저 높은 곳이 아니라, 이 낮은 곳’이란 마음의 소리가 여울진다.교회 찬송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가 생각난다. 삶이 괴로운 화자(話者)가 ‘빛과 사랑이 넘치는 그곳’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싸우며 나아가니, 주님이 인도해 달라고 하는 간절한 노래다. 하지만, 세상에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일은 ‘이 낮은 곳을 향하여’가 아닐까. 그 길이 예수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려 주는 메시지일 것이므로….인간사회는 어떤가. 저 높은 곳의 금수저들은, 이 낮은 곳의 흙수저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지배해온 것이 인간의 역사이리라. 수많은 생명의 희생을 치르고 이룬 자유민주주의도 불의한 권력, 금력, 야합, 권모술수, 선동, 선전이 그 자정(自淨) 기능마저 잃게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인 우리 사회도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분쟁과 대결 구도는 계속되고 있다. 참혹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온난화로 인해 갈수록 극심해지는 자연재해 같은 일들은 우리 인류가 ‘이 낮은 곳으로 향하라!’는 명령으로 다가온다. 생명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이니까.지구촌의 금수저와 흙수저가 어우러져 ‘이 낮은 곳을 향하여’ 마음 모아 사랑을 베풀어 높은 곳 낮은 곳이 하나 되면 좋겠다. 그 힘으로 끔찍한 모든 전쟁을 끝내고, 아비규환의 고통에 신음하는 전쟁과 지진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도와서, 그들이 이 낮은 곳의 생명처럼 꿋꿋이 살아낼 수 있도록….

2023-02-16

‘형제의 나라’가 겪는 고통 앞에서

홍성식 경제·기획 에디터 “당신은 형제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잖아.” 몇 해 전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도우베야짓까지 튀르키예 여러 도시를 1개월쯤 여행했다.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형제의 나라’였다.기차에서 사과를 깎아 건네던 할머니께 “괜찮다”며 사양의 의사를 표했을 때도, 이란 영사관 가는 길을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물어가며 안내해준 사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을 때도, 생전 처음 만난 영감님의 집에서 식사를 대접받았을 때도 “튀르키예와 한국은 형제의 나라니 이 정도 친절과 환대에 어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길 들었다.시계를 70년 전으로 돌려보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동족이 서로에게 총칼을 겨눠야했던 비극의 역사가 우리 땅에서 벌어졌다. 죽음과 삶이 혼란스럽게 뒤섞이는 게 전쟁이다. 귀한 목숨이 한순간에 동백꽃처럼 떨어질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땅이었던 한국.하지만, 튀르키예는 망설이지 않고 한국으로의 파병을 결정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군인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고통을 겪는 한국으로 수많은 튀르키예 청년들이 온 것. 한때 지구의 1/3을 지배했던 강력한 군사제국 오스만 튀르크의 후손답게 튀르키예 군대는 용맹했다. ‘작전상 후퇴’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내장되지 않은 튀르키예 군인들은 전투 최일선에서 전진만을 거듭했다. 그래서다. 한국전쟁 참전국 중 파병 군인 대비 전사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튀르키예다.총탄이 쏟아지는 참혹한 전쟁터였지만, 튀르키예 군인들은 한국에서 가슴 따뜻한 이야기도 만들어냈다.전쟁고아가 된 한국의 어린 소녀를 자신의 딸처럼 보호했던 튀르키예 군인은 눈물바람으로 이별한 지 6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소녀를 잊지 않고 온갖 노력 끝에 다시 만난다. 튀르키예와 한국이 공동제작한 영화 ‘아일라’에 그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튀르키예에선 6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 영화를 관람했다고.튀르키예 사람들은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이 거의 없고, 낯선 사람에게도 호의를 베푸는 경우가 흔하다. 바로 그 튀르키예, 생명을 거는 전쟁에서 기꺼이 한국을 도왔던 튀르키예가 예상치 못한 큰 지진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빠졌다. 이미 3만여 명의 사람들이 죽었고, 일부 보도에 따르면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자연재해가 일으킨 홀로코스트’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70년 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튀르키예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제 우리가 나설 때가 아닐지.한국인의 핏속엔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정신이 흐른다. 타인의 고통에 눈 돌리는 건 인간만의 특성인 휴머니티를 배반하는 행위다. 오늘 바로 지금, 우리를 “형제”라고 부르는 이들을 돕는 건 인간애의 생활 속 실천이다.

2023-02-15

2월의 詩

배문경 수필가 입춘을 지나자 바람은 유순하게 변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탓일까. 봄기운을 느끼고자 온몸이 촉수를 곤두세운다. 나뭇가지에 몰아치던 매서운 바람이 산수유 꽃망울을 피우고 여기저기 매화를 깨운다.눈부신 햇살과 따뜻한 바람에 고객의 표정도 밝아졌다.코로나의 길고 어두운 터널은 노년을 향해 집중 포화되어 건강에 적신호를 보냈다. 노인병원으로 코로나가 돌고 돌아 삶과 죽음의 이중주 앞에 노인들을 줄 세웠다. 한풀 꺾인 겨울 찬바람과 코로나가 뒷걸음치는 것이 역력하게 보인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찬 기운 가득한 농가에서는 입춘 날에 보리뿌리를 캐어 하루 묵혔다가 그 생긴 것을 보고 한 해 점을 쳤다고 한다.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이고, 두 개면 중간이며, 단지 뿌리만 있고 가지가 없으면 흉년으로 여겼다. 제주도에서는 입춘 날에 굿을 열었다고 한다. 이제 농사를 기본으로 삼던 세상과는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지만 곡식만큼은 절기대로 움직이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똑같이 삼 개월씩 나누는 것은 옛이야기다.얼렁뚱땅 겨울과 여름의 그림자 시간이 길어지면서 봄과 가을이 짧아졌다. 한없이 뜨거워진 여름과 지독스레 추워진 겨울로 바뀌어가는 것일까. 간절기 옷을 입기도 전에 계절은 꼬리를 감춰버린다. 올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 어디쯤에서 나이 한 살이 주는 무게가 한겨울 가장자리 같다.종합건강검진실로 찾아오는 단골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눈다. 오랜만에 본다 싶으면 그 사이 세월의 흔적은 시간보다 빨리 몸이 말해준다. 시력 저하나 기억력 저하로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부정해진 어깨는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굽은 허리는 그동안의 노동의 강도와 습관을 말해준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은 세월의 깊은 주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겨진 거리에서 반갑다며 손부터 잡는다. 안부의 말에는 염려와 격려가 포함되어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오랜 시간 사회봉사에 혼신의 힘을 다 바치며 살아온 영순씨를 보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언제 어디인지를 가리지 않고 몸과 마음으로 영혼을 데워주신다. 색종이를 접어 작은 통을 만들어 맛난 사탕을 담아 나눠 먹으라고 주신다.위와 대장내시경을 했는데 염증도 용종도 없이 깨끗하다. 봉사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생률이나 심장병도 적다. 이타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뇌 속에서 기분을 좋게 해주고 통증을 가라앉혀 주는 엔돌핀과 세로토닌, 도파민 등 긍정적인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분비되기도 한다. 칠십을 바라보는 그녀가 고운 심지를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요양기관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정수님은 일 년에 두 번은 꼭 본다.간염보균자인 그는 국가에서 제공되는 간암검사를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 검사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기자로 활동한다는 아들에 대한 상담을 내게 받은 적이 있다. 외국의 의료수가가 비싸서 국내 온 김에 몸 상태를 체크한다고 했다. 무료검진과 개인부담으로 다양한 검사를 마쳤다. 다행히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는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외국으로 떠났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 다양한 혜택을 받기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건강지킴이라는 나의 직업이 감사하다.우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인생이란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다.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하며 뒤돌아보아도 겨울 모퉁이를 돌고 있다.“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오세영의 ‘2월의 詩’중에서 )짧은 二月, 사람들은 생중(生中)에 오늘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2023-02-15

<3> 공매·경매 토지의 비방을 기술하다

토지개발공사도 주로 2년 장기 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촉진했다. 토지개발공사에서 매각하는 토지는 주로 원시 매각이므로 명도의 문제는 아예 걱정할 필요가 없으나, 환매 조건부 매각도 있다.법원의 경매 토지는 매주 이루어지고 있는데 채권자가 법원에 강제 매각을 신청하여 법원에서 공개 경매하는 것으로 성업공사에서 매각 하는 부동산은 명도 책임을 성업공사가 지고 있는 반면 법원 경매는 매각 당사자인 법원에서 명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직 채무자가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반드시 명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합법적으로 명도가 가능하다 해도 최소한 명도에 따른 비용은 물론 조기 명도와 다툼을 해소하기 위하여 일정한 추가 비용을 감안하여 입찰을 봐야 한다. 유치권 문제, 광업권, 관습법상 지상권, 분묘기지권, 온천공에 대한 권리 등의 전문적으로 고려해야 할 내용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농지의 경우도 조건부 매각이 된다.당나무는 박씨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박씨는 건너 마을에 있는 미스 김과 연애를 할 때 항상 당나무 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의 첫 키스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용감하고 우람찬 신체의 골격이 더욱 돋보였고, 애인 미스 김은 뽀얀 피부에 통통한 몸매가 너무나 섹시했다. 남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인상이었다. 베트남 전쟁에 지원해서 월남으로 가기 위해 부산으로 간다면서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서로 이승에서는 헤어지지 말자고 몸을 나누었다, 애인 박씨는 죽었다. 그 후 미스 김도 이름 모를 병으로 앓다가 죽어 갔다. 그렇지 않아도 당나무에 쉬어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걱정이 대단했다. 그 후로 당나무와 김 사장은 몸이 아파 고생하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 용마람 태수의 바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김 사장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모은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했다. 부동산이야말로 어릴 때 가난했던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는 부동산을 살 수 있는 목돈이 없었다. 그나마 공기업에서는 장기 연부로 매각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토지 개발공사, 성업공사 등에서 길게는 3~4년에 걸쳐 잔금을 치를 수 있는 방법으로 연부매각을 하고 있었다.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경기도 출신 동료 직원 강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와 같이 성업공사와 법원 등에서 매각하는 공매 부동산과 경매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김 사장은 서울의 지리도 잘 모르고 해서 강 선배의 고향인 S시에 부동산에 대해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하고 자주 S시에 가고 있었다. 성업공사에서 매각하는 부동산에 입찰을 봤다. 최고가 공개경쟁 입찰 방식이었다. 좀 도시 변두리긴 했으나, 광로변이고, 주변에 구획정리지구가 있었고, 아파트가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는 것도 고무적으로 발전 여지가 있는 곳이라고 강 선배가 설명했고, 김 사장이 봤을 때도 그렇게 느껴졌다.명당이니 양지니 음지니 하고 이론적으로 공부하긴 해도 현실적 투자 앞에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우선 가격 판단이 잘 되지 않았다. 앞으로 발전 전망에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돈은 3년 분할 상환이라서 좀 낫긴 했으나, 계약금과 일부 중도금 줄 돈을 제외하고는 저축된 돈이 없어서 역시 걱정이었다. 그런데 우선 나대지라서 명도 책임이 없고, 걱정 끝에 첫 작품으로 변두리 광로에 있는 대지를 입찰을 봤다. 경쟁자가 제법 있었는데 김 사장이 차하위 입찰자와 근소한 금액을 더 쓴 것으로 발표 됐다. 그러나 매입 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니 실제 거래 금액 보다는 제법 싼 금액으로 낙찰 본 것이었다.T개발공사 강 선배와 법원에서 실시하는 임야를 낙찰 봤다. 워낙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법원의 경매는 매각을 촉진시키기 위해 낙찰이 안 되면 1회 마다 25%정도 떨어진 가격으로 경매가 진행된다. 임야는 명도 문제가 없어서 강 선배와 공동으로 매입했다. 그 후에 법원에서 실시하는 신개발지 진입도로변 임야를 입찰 보기로 하고 시장조사부터 하고 권리 관계, 개발행위 관련해서 입목도, 경사도 등을 모두 점검하고 반드시 낙찰 받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입찰예정가보다 상당한 금액을 더 높여 입찰을 봤는데도 근소한 차이로 떨어졌다. 법원의 경매는 경매 당일 최고 낙찰자의 입찰 금액을 그 입찰 장소에서 발표하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다. 서진국 작가 김 사장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서울의 북쪽 변두리인 노원구 쪽에 주유소를 할 수 있는 땅을 매수 했다. 그 토지는 중랑천 건너 광로에 인접되어 있어 토지 앞 소방도로는 있었으나 중랑천 건너 6차선 큰 도로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교량을 놓아야 했다. 미리 고향 향우회를 통하여 구청에 알아보니 다행히 고향에서 오신 분이 간부로 있어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고 하여 그러한 지식을 갖고 그 토지를 아주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었다. 주유소가 잘 되어 서대문구 이대가 있는 학사 골목 뒤편에 상가도 매입하였다.당나무는 가난한 잠수부들의 슬픈 사연도 기억하고 있었다. 김 사장 건너집 아재가 죽었다. 잠수부로 작업하다 심장마비로 30대에 죽었는데 김 사장과도 집안의 먼 친척 벌이 된다. 그 건너집 아재에게는 20대 부인과 아들과 딸이 한명씩 있었다. 그 집은 여느 다른 집들도 다들 그랬지만 너무나 가난하였다. 그 부인은 이웃 동네 아들이 없는 늙은 노인에게 씨받이가 되었다. 그 노인이 그 집에 찾아 왔을 때 집이 단칸방 밖에 없어서 그 애들은 갈 곳이 없어 밖에서 울고 있었다. 김 사장은 그들과 또래 친구였다.

2023-02-15

애도의 조건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학내 포털의 ‘경조사’ 게시판에는 부고와 결혼 소식이 올라온다. 부서의 구성원이 상을 당하거나 결혼을 하면 부서의 장이 게시판을 통해 알리는 구조다. 경조사의 주체는 정규직 교수와 직원이 제일 많다. 계약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발견되었지만, 비정규직 교수의 사례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경조사 주체의 제한이 없으니, 올리는 사람의 무의식이 작동할 결과일 것이다.게시판에 올라오는 경조사의 주체는 대부분 나와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만큼 애도·축하의 마음이 생겨나기 어렵다. 그렇다면 부서 구성원들만 공유해도 될 법한 경조사를 학내 전체 구성원에게 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학내 구성원의 슬픔을 나누고 애도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기쁨과 슬픔의 경중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보통 슬픔에 더 많은 사연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타인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은 쉽게 얻을 수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지난 2월 5일은 이태원 참사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유가족협의회는 100일 추모대회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서울시는 불허하고 경찰까지 동원해서 천막 설치를 막았다. 경찰과의 대립 끝에 시민분향소는 서울광장에 설치되고 추모대회는 간신히 개최되었다. 주디스 버틀러는 “부고는 한 사람의 삶이 공적으로 애도가능한 삶 및 국가적 자기인식의 상징이 되거나 되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버틀러의 논의는 미국에 의해 발생한 전쟁 사상자에 대한 애도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통찰이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경찰은 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막는 것일까?작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목숨을 잃은 159명에 대한 애도는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장으로서 우리의 일상을 다시 인식하는 행위이다. 여전히 우리는 참사가 발생하기 전부터 예견되었음에도, 왜 경찰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는지 알지 못한다. 이를 밝혀내야 하는 국회의 국정조사특위는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국가 권력이 사회적 참사 규명을 두려워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규명을 둘러싼 지난 일들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듯, 국가 권력은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참사를 우연한 사고로 위장한다. 위장을 위한 지배 권력의 작동과정에서 희생자들의 사회적 고통이 심화하는 공통점도 있다. 이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애도의 조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애도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애도는 현실 인식의 결과이다. 이태원 참사는 사고인가? 참사인가? 각각의 인식론에는 전혀 다른 힘이 개입하고 있다. 그 힘의 정치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이루어지고 나야 희생자에 대한 올바른 애도가 가능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시간은 국가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는 공적 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이다.

2023-02-15

남자도 갱년기가 있다구요

나선택 포항 행복한의원장 “요즘 남편이 부쩍 피로해하고 매사에 의욕도 없고 모임에 나가도 금방 들어와요. 종합검진해도 아무 이상이 없대요. 왜 그럴까요?” 피로감과 우울감이 주증상인 환자의 진료 중에 남성도 갱년기가 있다고 하면 여성도 아닌 남성이 갱년기가 있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남성의 갱년기는 30대 후반부터 70대 이후까지 장기간에 걸쳐서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나타나므로 증상이 완만하게 나타나고, 개인차가 많은 편이라 증상의 호소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40대부터 뭔가 몸이 전과 같지 않다고 느끼는 대부분의 증상이 남성 갱년기와 관계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남성 갱년기는 뇌(시상하부)와 고환 기능이 저하되어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것이 주 원인이다. 남성호르몬 분비를 빠르게 저하시키는 요인들은 뭘까? 과도한 흡연 음주 비만 등의 잘못된 생활습관, 지속적인 스트레스, 고혈압 당뇨 호흡기질환 등의 만성질환, 일부의 위장약 이뇨제 무좀약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에 의해서 남성호르몬은 빠르게 감소한다. 이 중에서도 만성적인 음주는 남성 갱년기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골밀도와 근육량의 감소로 인해 여러 관절의 통증, 협착증이나 디스크 같은 척추질환,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파열 같은 인대 및 근육 질환이 잘 생긴다. 성적 호기심과 성욕이 줄어들고, 발기부전이나 조루 같은 성기능 이상이 생긴다. 전신 피로, 졸림, 의욕 저하, 두통, 우울증 같은 신경 관련 증상들이 나타난다. 콜레스테롤 대사에 영향이 생겨 심장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는 HDL(고밀도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감소하여 심장질환이 잘 생긴다.대개는 각 증상에 따라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호전이 된다. 다만, 우울증의 경우는 좀 다르다.남자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사회 통념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 갱년기 우울증은 자살이나 충동적인 행동 등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 쉬워 아주 위험하며, 의욕이 저하되어 건강관리를 잘 하지 않으므로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정서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우울함이나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즐기는 게 좋다.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을 하면 뇌에서 긴장할 때 나오는 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 분비가 줄고, 세로토닌이 늘어나 갱년기로 인한 우울감이 완화된다.양방에서는 최근들어 알약, 주사제, 경피제 등의 형태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쓰고 있다.한방에는 남성호르몬과 밀접한 기관인 부신과 고환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약재가 많다. 녹용 인삼 구기자 토사자 등을 사용하여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다양한 처방을 사용하고 있다. 효과는 수천 년에 걸쳐 검증되어 있다.갱년기를 거치면서 여성은 점점 남성화 되고, 남성은 점점 여성화 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시절 밖에서 많이 있었으니 중년부터 안에 많이 있다고 나쁠 것은 없다. 다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라야 한다. 몸과 마음 중 어디라도 문제가 생긴 것을 방치하면 안 된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그래야 바빴던 바깥양반에서 행복한 ‘안사람’이 될 수 있다.

2023-02-15

TK와 PK, 신공항 두고 다투는 건 어리석다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 건설 특별법 통과의 국회 첫 관문인 해당 상임위(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가 오늘(16일) 열린다. 특별법은 일단 법안소위를 통과해야 상임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될 수 있다. 법안심사소위가 특별법 조기통과의 운명을 결정하는 셈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그동안 신공항건설 실무진이 국회에 상주하며 법안소위 심사에 대비해왔다.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도 최근 한자리에 모여 TK·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시키기로 합의했다.법안소위 심사 단계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국토위 야당 간사이자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은 부산출신 최인호 의원이 특별법 통과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도 SNS를 통해 설전을 벌인 적인 있는 최 의원은 TK신공항의 중추공항 표현, 활주로 길이, 국가재정 지원, 공항개항 시기 등을 문제삼고 있다.최 의원은 지난 14일 특별법 통과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강민구·임미애 민주당 대구·경북 시도당 위원장에게도 “TK신공항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여러 문제가 담긴 특별법 조항 수정과 삭제 없이는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재차 못 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구경북 정치권에서는 법안소위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 특별법을 이달 내에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최 의원이 허욕을 부리면 두 공항 모두 어려워진다”고 말했듯이, TK신공항 건설이 좌초된다고 해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 밀양신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을 놓고 영남권이 분열돼 갈등을 빚다 모두 무산된 전례도 있다. 수도권에 모든 국가자원을 뺏기고 있는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서로 협력해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정치적 득실을 따져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는 어리석다.

2023-02-15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폭풍전야. 대학교육은 폭풍을 앞에 두고도 변하지 않는다. 타성과 관성에 젖어 구태와 구습을 반복하면서 개혁과 혁신에 나서지 않는다. 급격한 인구감소는 대학정원을 채우기에도 힘들 시간을 예고했지만, 대학들은 교육부의 지원에 기댄 채 아무런 변화를 불러내지 않는다. 유초중등 공교육이 기른 학생들을 받아 책임있는 고등교육을 이어가야 하는데, 대학은 정원의 위기와 재정의 어려움 앞에 내실있는 교육을 일으키지 못한다. 교육부장관이 제안하는 대학교육 개선방안에도 ‘교육’보다는 ‘재정’에 높은 우선순위가 놓여 있다. 대학설립과 운영을 위해 정해진 재정적 요건을 완화하거나 대학기본역량 진단을 폐기하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생각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돈 문제만 해결되면 대학교육이 제대로 될까.대학은 시대를 읽어야 한다. 디지털과 온라인은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대세가 되었다. 인공지능은 챗GPT로 이어지면서 교육현장을 거세게 흔들 모양이다. 지난 세기를 휘몰았던 이념경쟁이 물러가고 실리 위주의 국제관계 형성이 글로벌 트렌드가 되었다. 대학교육을 20대 초반에 마치고 평생을 사는 교육 모델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기술과 지식의 수명도 예전같지 않다. 인성의 기본을 다지는 유초중등 교육과는 다르게, 대학교육은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인간을 길러야 한다. 대학개혁을 진정으로 겨냥한다면, 대학교육의 본질과 내용을 다시 깊게 들여다보아야 한다.대학은 각자 차별화와 특성화에 나서야 한다. 모든 대학에 모든 전공과 학과가 존재하는 ‘백화점식 대학교육’은 수명을 다했다.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며 모두 서서히 가라앉는 방식은 버려야 한다. 대학마다 독특한 연구와 색다른 융합을 통하여 각자의 존립이유를 밝혀야 한다. 특정한 대학에 진학하는 특별한 까닭을 학생이 찾아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학이름이 출세를 위한 간판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학에서 익히는 전문지식이 삶을 이어가는 데 끊임없이 힘이 되는 ‘지속적인 전문교육의 장’으로 대학을 바꾸어야 한다.대학은 내일을 바라보아야 한다. 오늘을 겨우 따라잡는 교육은 대학교육이 아니다. 내일을 성큼 앞당겨야 하고, 미래를 먼저 조망해야 하며, 오늘 보이지 않는 사조를 이끌어야 한다. 실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연구가 되어야 한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치열하게 겨루기 위하여 토론이 일어나야 한다. 어제는 없었던 무엇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대학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래지평을 향한 특별한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는 대학은 사라져야 한다. 다짐과 각오가 분명하지 않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약속할 수 있을까.대학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분석과 통찰이 있어야 한다. 공교육이 아무리 애를 써도 대학교육이 매듭을 잘 지어야 한다. 공교육과의 연계성을 잘 살려야 하고, 사람의 일생에 멋진 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사람이 평생을 거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3-02-15

포스코·시민단체 간 갈등, 지혜롭게 풀어가야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소의 포항 이전을 둘러싼 포스코측과 시민단체간 갈등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지난 14일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소 포항이전범시민대책위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서울 포스코센터 등에서 1천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상경 집회를 했다.범대위는 “주총을 앞둔 포스코가 포스코지주사 본사를 이전하면서 주소만 옮기는 것은 포항시민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조직과 인력 등이 포함된 실질적 이전을 해야 한다”며 최정우 홀딩스 회장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포스코홀딩스 본사 이전을 둘러싼 시민단체와 포스코간의 갈등은 작년 1월 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하고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하면서 촉발됐다. 여러 차례 시민단체의 집회와 논란 끝에 지주사 본사의 포항이전에 합의됐지만 조직과 인력이 수반되는 본사 이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다.포스코측은 최근 주총을 앞두고 지주사 이전과 관련, 지주사 본사 이전과 미래연구소 본원 이전 그리고 포항지역 투자사업 확대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주사 인력과 조직은 이미 서울자원으로 충원돼 있고 법무, 금융, 대관, 기획 등 업무 특성상 서울에 잔류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혔던 것이다.특히 시민단체가 기업의 인력과 조직 배치까지 요구하는 것은 경영에 개입하는 것과 같으며 기업가치 훼손, 기업 경쟁력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문제는 시민단체와의 갈등이 소모전 양상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면 지역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 다수도 갈등이 확산되는 것보다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길 바란다. 포스코와 포항시는 반세기 이상을 상생관계로 맺어온 사이다. 최근 포항은 철강산업에 이어 이차전지 특구를 노리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포스코 지주사 본사 이전을 계기로 서울과 포항간 교류 폭을 더 넓히고 포스코의 지역 투자 확대를 통해 지주사 본사 이전의 효과를 얻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갈등 해소에 지역사회가 공동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2023-02-15

대구 중앙로역 기억공간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기는 기억공간입니다.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지하철화재 참사로 192명의 사망자와 15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현장입니다. 우리는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고 추모하는 시민추모벽인 이곳을 기억공간이라 부릅니다.’18일은 대구지하철 참사 20주기를 맞는 날이다. 대구 중앙로역 지하 2층 ‘기억공간’ 추모벽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참사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검게 그을린 벽과 애잔한 추모 글이 추모객들을 맞는다. 아이들의 추모 포스터와 글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있다. ‘얼마나 아팠을까 20년 전 ‘그 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 모두가 더 안전한 세상을 기대합니다’라는 추모글이 가슴을 적신다.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추모위원회는 참사 20주기를 앞두고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대로 된 추모사업 추진을 대구시에 촉구했다. 이들은 참사 발생 6년 만에 조성된 추모공원은 시민 안전 테마파크로, 희생자 192명의 이름이 새겨진 위령탑은 안전 조형물로 불리며, 희생자 32구가 안치된 추모묘역에는 안내판 하나 없다고 했다.올해도 추모문화제와 추모식 등 행사가 마련됐다. 하지만 유족들은 20년 세월도 무심하게 당시의 아픔을 곱씹고 기억공간에서 신기루를 잡으며 배회한다. 참사를 기억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참사의 기억을 지우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는 유가족들의 지적이 귀에 따갑다.아직도 귀에 생생한, 희생자 가족들의 울부짖음. 대구는 2월만 되면 지하철 참사를 되새기며 가슴앓이를 한다. 기억공간 한 켠에 적힌 글이다. ‘고운님들이여! 생명의 별 밭에서 편히 쉬소서’/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15

야당이 발목잡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정책

경북매일신문을 비롯한 지역언론사 대표로 구성돼 있는 한국지방신문협회와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가 그저께(13일) ‘지방자치분권·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의 신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언론사 대표들은 공동성명서에서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는 가운데 입법이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의 어려운 현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정부는 지난해 9월 14일 ‘지방자치’와 ‘국가균형발전’을 총괄하는 ‘지방시대위원회’ 발족을 위해 특별법안을 입법예고했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동기 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전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법안에 명시된 국정과제를 총괄하게 된다. 정부는 당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방시대위원회를 지난 연말 출범시킬 예정이었지만, 다른 법률과의 충돌 우려가 제기되면서 새로운 특별법 제정으로 방향을 틀었다.현재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방시대 개막을 위해 특별법 처리를 서두르고 있지만, 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다. 최근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국가균형발전특위를 새롭게 출범시킨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법이 미비하다. 대안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정치권은 지금 비수도권이 직면하고 있는 인구소멸 위기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성명서에서도 밝혔듯이, 인구의 50%와 대기업 본사(계열사 포함)의 75%가 수도권에 집중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일자리와 소득,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니 지방은 소멸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처하려면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을 신속하게 정비해서 현 정부가 발표한 지방시대 정책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여야의 정치 논쟁과 이해득실을 따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3-02-14

경찰관이 보이스 피싱 범죄에 가담하다니

보이스 피싱은 주로 금융기관이나 유명상거래 업체를 사칭하여 불법적으로 개인의 금융정보를 빼내 범죄에 사용하는 전화금융 사기다. 2006년도에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해 해마다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수법도 날로 교묘해져 좀처럼 사기 피해가 줄지 않는다. 2021년에는 피해 범죄건수가 3만982건에 달했고, 피해액이 무려 7천744억원에 이르렀다. 흔히 우리는 주변에서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한번 당한 사람은 평생 모은 돈을 일순간에 잃게 돼 한 가정이 무너지는 불행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10여 년 동안 일어난 보이스 피싱 범죄 폐해는 실로 막중하다.그러나 금융당국의 지속적 홍보와 검경의 집중 단속으로 작년부터 피해가 조금씩 주나 수법이 다양하고 교묘해 아직은 발본색원될 단계는 아니다.이런 사기범죄에 경찰이 가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을 잡아야 할 경찰이 되레 보이스 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또다른 경찰은 그의 범죄를 은익하는 일까지 벌였다 하니 놀랍다.대구지검 형사1부는 전화금융 사기에 가담한 경북경찰청 소속 경찰관 A씨를 구속 기소하고, 또 그의 혐의를 무마하려 한 안산단원경찰서 소속 경찰관 B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실망을 넘어 경찰에 대한 불신이 더 커졌다. 경찰이 어떻게 고질적인 사기범죄에 연루됐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개탄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관의 기강해이를 떠나 경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행위로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최근 부산에서는 추위를 피해 지구대를 찾아온 할머니를 내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경찰관 한 사람의 잘못이 경찰 전체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경우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민중의 지팡이로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앞장선 경찰관이 많다. 다수 경찰의 명예에 피해가 가지 않게 일벌백계로 경찰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2023-02-14

대통령 안 부러운 시장·도지사 시대 열리나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주말(10일)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6개분야 57개의 ‘중앙권한 지방이양 과제’를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이 작년 7월부터 TF를 꾸려 정부부처간, 광역단체간 협의를 통해 ‘지방이양이 가능한 규제’를 발굴한 내용이다. 정부는 대통령이 발표한 과제 이행을 위해 관계법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법령개정 없이 가능한 조치들은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후속조치는 대통령소속 지방시대위원회(위원장은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내정)가 출범하면 엄격하게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중앙권한 지방이양’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부터 약속한 ‘지방시대 개막’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조치여서 무엇보다 반갑다. 예산과 조직, 인력을 앞으로 지방정부에 어떻게 배분할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지난 10일 발표한 내용은 혁신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양과제들이 국회 문턱을 넘어 그대로 실천되면 광역단체장들은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 권한을 가지게 된다. 지난 1995년 민선 단체장시대가 열린 이후 비수도권 지방정부는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줄기차게 주문해왔다.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권한이양 내용을 보면, 앞으로 광역단체장은 100만㎡(약 30만평)까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할 수 있다. 수도권은 제외된다. 교육 분야의 경우, 지역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권한도 이양된다. 지금까지는 재정 지원 사업을 할 때 교육부가 직접 대학을 선정하고 지자체는 컨소시엄 등을 통해 간접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수도권 공립대학의 정원이나 학과 조정은 교육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총 입학 정원 범위에서 자율 조정 후 교육부에 사후 보고만 하도록 했다. 다른 골프장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대중형 골프장’ 지정 권한도 시·도로 이양된다.다만, 이러한 권한이양이 ‘혁신적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전제돼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광역단체장에게 이양되는 각종 인·허가권이 실질적인 효력을 내려면, 재정과 조직, 인력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제주도를 예로 들면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수많은 정부 권한을 이양받았지만, 관련 예산과 인력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해 지방재정이 갈수록 쪼들린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중앙정부에서 권한만 이양하고 관련 예산·인력 지원에 인색할 경우, 윤석열 정부가 선언한 지방시대는 제주도처럼‘빛 좋은 개살구’가 된다. 특히 지역대학 재정지원 권한을 이양할 때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으면, 재정지원 규모가 지금보다 줄어들 소지도 있다. 그린벨트 해제나 대중골프장 인허가 같이 자칫 이권개입 논란이 일 수 있는 분야는 세심한 예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광역단체의 전문적인 역량도 고민이다. 정부부처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해왔던 업무들을 시·도의 공직시스템에서 다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중앙정부의 권한이양이 지역균형발전과 실질적으로 연결되려면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되겠지만, 권한이양에 앞서 미비점이나 리스크, 타당성 등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3-02-14

만 70세

우정구 논설위원 나이 칠십을 고희(古稀)라 부른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곡강시에 나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따온 표현이다. 평균 수명이 길지 않던 시대에는 61세가 되면 환갑잔치를 벌이며 장수를 축하했다.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어선 지금 세대에서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공자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고 학문의 심화된 과정을 술회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살에 섰으며 마흔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살에 귀가 순했고 일흔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를 넘지 않았다”고 했다(논어 위정편).공자가 말하는 칠십은 종심(從心)의 경지다. 이 나이가 되면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해도 틀리는 일이 없었다는 것인데, 인생의 최고 경지를 두고 한 말이다.102세의 김형석 교수는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60세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65∼75세까지가 인생의 황금기였고 그 나이가 됐어야 생각이 깊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나이를 바라보는 세대관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건강 장수인구가 늘어난 탓이다.대구시가 70세를 기준으로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무임승차 연령을 조정키로 하면서 노인 무료승차 연령 상향 논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자체에 따라 시행 시기와 방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머지않아 70세가 노인 기준의 대세가 될 전망이다.칠십 나이까지 사는 사람이 드물어 고희라 불렀던 만 70이 이제는 노인 시작점이 되었으니 60대 노인이란 말은 사라져도 될 것 같다. 본격적인 장수시대가 열린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14

패러다임의 전환:디지털 트윈 그리고 미래항공모빌리티

김정현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고등학생 시절, 첫 해외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때의 감격은 아직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 같다. 거대한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는 모습, 활주로에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비행기들, 무엇보다도 커다란 소음을 내며 이륙하는 비행기의 모습에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던 필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당시에 “비행기 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하늘을 날 수 있다면?”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그 엉뚱했던 상상이 20년이 지난 지금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령, 2019년 우버(Uber)가 지상교통 혼잡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교통수단인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사업모델을 처음으로 제시한 이후 2023년 현재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미래항공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AAM) 관련 새로운 시장들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 대한항공 등이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어린 시절 영화 혹은 공상과학 소설을 통해 상상했던 것들이 교통 수단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실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 뒤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관련 기술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디지털 트윈’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을 컴퓨터가 운영하는 환경에 그대로 모사함에 따라 실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을 컴퓨터환경에서 테스트하여 해당 현상에 따른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경우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여 우주와 유사한 환경을 구축함에 따라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에 직접 가지 않고 관련 시스템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지멘스(Siemens)의 경우에도 실제 운영하고 있는 공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함에 따라 공장의 생산 과정에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컴퓨터가 운영하는 환경에서 실험하여 해당 상황과 관련된 현상들을 미리 구현해보고 결과들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빅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디지털 트윈 관련 기술들은 우리의 삶의 영역에서 많은 부분들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과거 설 연휴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자동차에 탑승하며 반드시 챙겨야만 했던 종이 지도는 현재 휴대폰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목적지까지의 최단 거리와 같은 운행 정보에 대해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1903년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기의 성공적인 비행처럼 120년이 지난 오늘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 상공에서의 AAM의 성공적인 비행을 그려본다.

202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