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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무엇 하나 건드리지 않고 세상을 건널 수 없을까?

이희정 시인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이성선 ‘시전집’(시와시학사, 2005) 중 ‘별을 보며’ 전문“과학은 배우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고, 시(詩)는 알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루소의 말은 한 시인을 불러온다.이성선(1941∼2001) 시인은 별을 그리워하며 하늘을 기웃거리며 산 시인으로 하늘의 달과 별과 구름과 바람의 친구였던, 말하자면 우주의 시인이다.지상이 어두울수록 낮은 자리에서 바라보는 별빛은 더 맑고 깊은 것인가. 좁게 이어진 처마 사이 총총거리는 별들이 눈시울 붉히는 밤이 있다.“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그는 별을 바라보며 눈물 흘린다. 이어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 무엇으로 가난하랴”는 고백처럼 그는 남의 앞자리에서 서거나 자신을 내세우는 일 혹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남들이 다 보이는 단(壇)에 서는 일을 싫어했다. 그에게 시는 그 원초적 생명에 다가가는 길이며 우주와 조화로운 합일을 꿈꾸는 삶 속에서 피어난 별이다.어느 시대든 시인에게 있어서의 세상은 만족스럽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인간들의 세속적인 욕망으로 어지러운 세태는 원망과 절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시인의 거부 정신이 이상향인 별을 꿈꾸게 한다.우주와 자연 속에서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추구했던 시정의 소유자, “시혼이 너무 맑아 유리 보석처럼 반짝이던 설악의 시인”이라 불리는 이성선 시인의 ‘별을 보며’는 시인이 동경했던 풀과 달과 벌레와 더불어 선(仙)의 세계에 닿아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한 ‘별’과 ‘하늘’은 우주이면서 영혼이다. 한편으로 시적 자아가 전이(轉移)된 대상이다. 그렇게 하늘이나 별처럼 초연하고 자연과 합일코자 하는 시인의 선망이 두 대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얇은 시집 ‘별이 비치는 지붕’에는 별이라는 낱말이 무려 39번 나온다. 현대라는 다원화된 구조 속에서 아직 시인이 별을 헤아리고 있음은 시대착오 아닐까요?”라고 묻던 박명자 시인과의 우정어린 대화는 세속의 우리를 향한 반문이다.너무 쉽게, 너무 빠르게, 너무 가볍게 버려지는 것들이 많은 세상이다. 편리에 따라 쓰다 버린 것들이 넘쳐 그림자처럼 깔리는 시대에 하늘에 떠 있는 별을 쳐다보기조차 조심스러웠던 시인. 어느 것에도 오염됨이 없어야 별을, 하늘을 떳떳하게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시를 읊을수록 무엇이든 아끼는 것이 없는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부끄러워진다. 지상에 별을 노래한 수많은 시들 중 가장 격조 높은 시정을 아름답게 투영한 시 앞에 숙연해질 수밖에. 지상이 거칠고 소란스러워 “별을 너무 쳐다보아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염려했던 시인이 살기엔 세상은 너무도 상처 많고 벅찬 곳이었을까. 풍진의 8, 90년대를 건너오며 외롭고도 서럽게 별을 노래한 시인의 눈빛은 저 밤하늘의 별이 되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몸은 지상에 묶여도 마음은 하늘에 살고자 했고 바람으로 울어도 영혼은 저 하늘에 별로 피어나리라 염원했다.사람과 생명이 있는 그 모든 곳, 어디서든 별을 볼 수 있어 눈이 맑아지면 좋겠다.

2023-02-05

중대 선거구제 선거법 개정은 언제 할 것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여야의 극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팬덤 정치와 진영정치를 넘어 상호 저주의 극한 정치로 치닫고 있다. 현행의 소선거구제는 승자 독식으로 선거의 대의성을 상실했으나 대통령 5년 단임제와 결합하여 극한 대립 정치의 온상이 된 지 오래다.이러한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으로 선거구 개정문제가 제기되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의 만찬에서 대통령이 먼저 선거구 개편과 개헌 문제를 제안하였다. 무척 환영할만한 일이다.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이에 적극 호응하면서 앞장서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눈만 뜨면 야당의 이재명 검찰 소환과 장외 투쟁, 여당의 윤심 팔이 경쟁과 이전투구로 한 치 앞을 전망하기 어려운 정국이다. 여야 모두 승자 독식과 사표 방지를 위한 선거법 개정의 총론에는 합의하겠지만 각론에서는 수많은 장애물이 가로 놓여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우선 예상되는 장애물부터 살펴보자. 중대 선거구제로의 개정론자들은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우선 지역구 의원은 그대로 두고 비례 대표 의원 수를 20∼30명을 증원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의원들이 적극 찬성할지 몰라도 이를 보는 국민의 여론은 싸늘하다. 싸우는 동물국회를 넘어 일하지 않는 식물국회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강한 결과이다.오히려 일부에서는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방편으로 의원 정수는 늘리되 국회의원의 예산 총액은 임기 중 동결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약속이 온전히 지켜지리라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지금까지 의원 세비 인상 등 그들의 특혜 안에는 여야 구분없이 찬성했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의회 지방의원들마저 국회의원들의 관행을 본받아 수시로 의정비를 인상하고 있다. 의원 정수 증원 문제는 국민적인 저항을 피하기 어려운 첫 번째 장애물이다.중대선거구제의 구체적 선거구 확정내용은 의원들의 이해가 충돌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소선거구 제하의 승자 독식 선거는 무려 48.5%의 사표로 인해 선거의 대표성과 효능 성마저 상실하였다. 1등뿐 아니라 여러 명의 당선자를 동시 선출하는 중대선구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매우 타당한 제안이다.그러나 선거구 개정 문제는 의원들의 정치 생명이 직결된 문제로 그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 현직의원들이 자기 지역구를 포기하고 선거구 조정에 선뜻 찬동하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더욱이 공천이 바로 당선으로 연결되는 영호남 의원들이 이를 수락할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 해법으로 도농 복합 선거구제를 제안하지만 이 역시 현대판 게리맨더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현직 의원들의 기득권 확보는 국회 정개특위마저 마비시킬 수 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선거구 개편만이 다당제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과거처럼 위성 정당, 사이비 정당, ‘사꾸라’ 정당의 양산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이번 선거법 개정과 동시에 제기되는 헌법 개정안제안은 선거법 개정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헌법 개정의 골자는 현행 헌법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정하여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점이다.37년 전 만든 87년 헌법은 국민 여론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개정의 당위성은 인정한다. 특히 1986년 국민소득(GNI) 286만원 시대에 만든 헌법이 4천200만원 시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그러나 이 역시 원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절차와 시기, 내용에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역대 대통령이 개헌문제를 제기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여야가 극한 대립된 현 상황에서 선거구 개정 하나도 어려운데 개헌문제까지 첨가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현행 선거법 개정 시한은 4월 초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선거구 폐지라는 선거법 개정 총론에는 찬성하면서도 각론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현실적으로 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과 장외 투쟁 문제로 여당은 3대 개혁 관철 문제와 3월 8일 당대표 선출 문제로 선거구 개정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야는 우선 선거법 개정 문제를 큰 틀에서 4월 초까지 합의하고 세부안은 9월 정기 국회에서 통과하길 바란다. 선거법 개정과 개헌 문제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보다 여야 정치권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통령과 정당 대표간의 대화의 채널부터 복원되어야 한다. 여야 정치 지도자 간의 대화가 순조로울 때 여야 정치권의 대결도 시민사회의 극한 대립도 완화될 수 있다. 선거법 개정은 여야가 국회에서 우선 합의하고, 헌법 개정문제는 내년 총선의 어젠다로 넘기는 것이 일의 순리일 것이다.

2023-02-05

봄은 온다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봄은 꽃을 많이 보라고 봄이다. ‘솟아오른다’는 뜻을 가진 ‘spring‘이라는 단어처럼 사방에서 생명의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많이 보라고 봄이다.계곡의 얼음이 녹으면서 졸졸 소리를 내며 다시 흐르고 뭔가 지구의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서 식물들이 싹을 틔우고 동물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천지의 생기 가득함을 보라고 봄이다. 그것을 보면서 사람도 그 기운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고 봄이다.올 해의 봄은 우크라이나에 가장 먼저 찾아가면 좋겠다. 미사일 대신 종전이라는 소식을 물고 새들이 다시 찾아갔으면 좋겠다. 기후혼란도 감당하기 힘든데 집이 파괴되고 전기와 물이 끊겼다.최대의 밀 곡창지대인 들판은 봄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데 씨를 뿌리지 못하고 있다. 봄이 가장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이다. 새들이 다시 찾아와 둥지를 짓는 것을 보고 파괴된 집을 다시 짓고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웃음을 되찾고 녹아서 다시 흐르는 강처럼 수도가 전기가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다시 봄처럼 찾아왔으면 좋겠다.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견디는 이웃들이 많다. 난방비를 제대로 보조해서 겨울의 끝자락을 견뎌내고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한시가 급한 탄소제로라는 인류의 목표는 전쟁 앞에서 점점 사라지는 구호가 되었다.재생에너지의 강국이라는 독일이 석탄을 사용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기후혼란’에 대응하는 ‘지구의 봄’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전쟁이 끝나고 그 전쟁으로 이익을 본 철면피들이 드러나 지구의 봄을 빼앗아간 그들의 탐욕에 재갈을 물렸으면 좋겠다.롱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을 벗어나 마스크를 벗는 일상이 허락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에서 읽은 어느 일본시인이 쓴 시 구절이 생각난다. 입을 가리고, 코를 가리고, 세상에서 나를 가리지 않을 만큼만, 간단한 자살을 하자.아이들은 코로나 펜데믹의 기간 동안 ‘간단한 자살’을 경험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거리에 차가 없는 풍경을 보았고, 학교를 가지 못했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랑의 온기가 식어버리는 것을 몸소 체험하였다. 마스크를 벗은 친구의 얼굴을 보고는 누군지 헷갈려하고 마스크를 끼면 바로 알아보는 이상한 감각의 소유자들이 되었다.어렵사리 영상으로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친구들과 휴대폰으로 거리두기 대화를 하고 있으면 ‘휴대폰 좀 그만하고 공부하라’고 한다. ‘기, 승, 전, 공부’의 공식은 코로나에도 강력한 면역력을 가졌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았다.코로나시기에 세탁하는 방법과 양말과 팬티를 제대로 개는 것을 배우고, 요리도 배우고, 산책을 하면서 동네의 골목골목도 알고, 어떤 나무들이 새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배웠다는 몇몇 친구들의 이야기는 공상소설 같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무방비로 롱 코로나의 우울증에 노출되었다.가족 이외의 타자를 만날 길이 막혀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지 불안해한다. 모든 것에서 ‘거리두기’를 했으니 당연하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조심操心’이라는 단어가 ‘손으로 새를 잡은 마음’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마음 두기’를 했으면 한다. 조심조심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봄이 되기를 바란다.봄이 왔는데도 봄을 느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이대로 가난하게 살다가 죽는 일이 삶이라면 뭐 별거 있나 나 혼자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다가 싫증이 나면 죽는 거지”젊은이들에게는 졸업을 해도 인생의 봄은 오지 않는다. 코로나이전부터 그랬다. 세상이 봄이 아니라면 봄을 만들어야 한다. ‘절망은 왜 대량생산되어서 공급이 줄지 않는 것일까?’ 주저앉지 말고 분노를 조절하지 말고 조준해야 한다. 봄은 그렇게 만들어서라도 맞이해야 한다.춥다. 새벽에 일어나 보일러의 온도를 높이려다가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춥다. 솟아오르는 것이 새싹이고 꽃이고 활기찬 새들을 바라보는 봄이었으면 좋겠는데 온통 얇은 지갑을 노리며 스프링처럼 솟아오르는 물가소식만 가득하니 세상의 봄은 오기나 할까?그래도 산길을 걸으면 여지없이 봄이 오고 있다. 여린 연두 빛의 잎을 내미는 가지들, 벌써 꽃을 내민 매화들이 있다. 왠지 모르게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짓이 활기차 보인다. 새들이 활발하게 날아다닌다는 것은 다른 동물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가 혹독한 겨울에 주눅 들어 있는 사이에도 자연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봄기운을 찾아 세상의 봄날을 준비하는 기운으로 쓰자. 봄이다. 꽃피는 것을 보라고 우리 옛 분들이 이름 붙여준 봄이다.봄은 온다. 태양은 지구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게 뭔가 따뜻한 것이 가까워지는 봄이었으면 좋겠다.

2023-02-05

통합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홍석봉 대구지사장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 해군의 전투기 조종사인 에드워드 헨리 오헤어는 여러 대의 일본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항공모함을 지켜낸 영웅이다. 오헤어의 고향인 시카고 시민들은 오헤어의 뛰어난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49년 미국 중서부에서 가장 큰 국제공항인 시카고의 ‘오차드 디포트 공항’을 ‘오헤어(O’Hare)국제공항’으로 이름을 바꿨다.오헤어의 아버지 에드워드 조셉 오헤어는 악명 높았던 시카고의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의 변호사였다. 조셉 오헤어는 온갖 범죄의 온상인 알 카포네를 감옥에 가지 않도록 지켜주었다. 하지만 그는 아들에게만은 어둠과 악의 굴레에서 벗어난 깨끗한 가문과 빛나는 이름을 남겨주기로 결심했다. 알 카포네의 범죄사실을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조셉 오헤어의 증언과 증거자료에 의해 알 카포네 일당이 소탕되고 시카고는 범죄도시의 그늘에서 벗어나 안전을 되찾았다. 조셉 오헤어는 그해 말 마피아에 의해 생을 마감한다. 그는 자신의 목숨 대신 아들에게 정의감을 일깨워 주었다. 아들 오헤어는 시카고 국제공항과 함께 불멸의 이름을 남겼다.우리나라는 인천공항, 김포공항, 대구공항처럼 공항 이름은 지역 명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한·중·일 3국은 지명을 사용한다. 반면 외국은 대부분이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따왔다. 나라에 큰 영향을 끼친 정치인들의 이름이 많다. 화가나 음악가 등 예술인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공항,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베트남의 호치민 공항, 울란바토르의 징기스칸 공항,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바르샤바의 쇼팽 공항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 이름을 붙이지 않은 공항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경북·대구 통합신공항 명칭을 ‘박정희 공항’으로 만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억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 통합신공항 작명에 불을 붙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근대화의 기틀을 세우고, 고도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근대화의 영웅’이란 점에서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 붙이자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주장을 수차례 했다.대구경북지역의 ‘박정희 공항’은 국민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토대를 만든 지도력을 기린다면 그 의미가 세계 속의 한국 브랜드와도 부합된다. 오헤어 공항의 이름을 넘어서는 국제공항이 될 수가 있다. 거기다가 통합신공항은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 상모동과도 가깝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특별법의 국회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통합신공항 건설이 본격 추진될 것이다. 이제 새 공항의 이름을 지을 때다. 기왕이면 대구경북의 자긍심이자 한국 근대화의 영웅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국제공항을 만들자. 세계 속의 주역으로 우뚝 선 한국과 그 신화의 주인공 박정희를 기념하는 것은 대구경북의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참에 광주 공항도 ‘김대중 공항’으로 명명하면 더욱 의미가 깊을 것이다. ‘박정희 공항’의 비상을 기다린다.

2023-02-02

정월 대보름

우정구 논설위원 오는 5일은 정월 대보름날이다. 한해 첫 보름이자 보름달이 뜨는 날로 음력 1월 15일을 가리키는 날이다. 우리나라 세시풍속 중 보름달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추석명절도 보름날을 기준으로 하지만 정월 대보름은 옛날부터 설날만큼이나 비중이 높은 날로 여겼다. 세시풍속기에 따르면 1년동안 우리민족이 지내는 세시풍속 행사가 대략 189건에 이른다. 그 중 정월 한달동안 지내는 세배나 설빔 등과 같은 세시풍속이 78건에 이르러 거의 절반에 가깝다. 78건 가운데는 40여 건이 보름날과 관련한 행사라고 하니 우리민족에게 대보름은 매우 친근한 의미다.정월 대보름날 치러지는 행사를 대략 손꼽아 보면 달맞이,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등의 민속놀이와 함께 부럼깨물기, 귀밝이술 마시기, 나물먹기, 오곡밥 먹기 등등이 있다.고래로 인류에게 태양과 달이 주는 영향은 매우 컸다. 해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달을 보면서 하루를 끝맺기 때문이다. 태양을 남성, 달을 여성에 비유한다. 농경민족인 우리는 달을 풍요의 상징으로 여겼다. 정월 보름달은 이런 주술적 믿음이 절정에 달하는 날로 생각한 것이다.정월 대보름날 행하는 큰 행사 중 하나인 달집태우기는 보름달이 떠오를 때 시작하는 대보름 행사의 대표다. 생솔가지와 나뭇더미를 쌓아 달집을 지어놓고 보름 달빛 아래 불을 질러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한다. 달집을 태우면서 그해 풍년을 기원하기도 하고 마을의 질병과 잡귀가 없기를 바랬다고도 한다.코로나 사태로 3년간 쉬었던 달집태우기 민속행사가 올해는 곳곳에서 다시 재현된다. 코로나 잡귀가 물러나고 경제적 풍요가 찾아오는 한해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2-02

산업화 성공한 ‘박정희모델’ 배울 필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금오공대와 SK실트론(반도체소재기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면서 구미에서 하루를 보냈다. 윤 대통령이 대구·경북 지역을 찾은 것은 작년 10월 5일 상주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이후 4개월 만이다.윤 대통령은 이날 금오공대에서 첫 인재양성전략회의를 개최하며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은 교육에 있다. 국가발전의 동력은 과학기술이고, 그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은 인재양성전략회의는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관련 정책을 모아 범부처 협업을 추진하고, 부처 간 역할 분담을 하기 위한 협의체다. 윤 대통령이 금오공대에서 첫 번째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연 것은 수출산업입국의 길을 걸은 ‘박정희모델’을 지역균형발전과 인재양성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금오공대는 박 전 대통령이 고급 산업인력의 양성을 기치로 고향인 구미에 설립을 지시한 4년제 대학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금오공대는 국가 미래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신 박정희 대통령께서 1975년부터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최종 재가를 하시고 80년에 개교가 된, 박정희 대통령의 얼이,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산업화에 성공하고,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우리가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을 양성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만 해도 농림수산업 비중이 전체 산업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형적인 농업국가였다. 1961년 박정희 정부가 출범한 이후 산업화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중화학공업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경북도로서는 이날 윤 대통령의 구미방문을 수행한 SK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2025년까지 구미를 포함한 경북도에 5조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 지역발전의 큰 동력을 얻었다. 앞으로 구미가 반도체 특화단지로 꼭 지정돼 경북이 K­­­­­반도체 벨트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3-02-02

지자체의 대학 지원, 지방소멸 타개책 되길

정부가 2025년부터 대학재정 지원사업 예산 중 2조원 이상을 지방자치단체 권한으로 넘긴다고 밝혔다. 또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글로컬 대학을 선정해 1곳당 1천억원씩 지원키로 했다. 글로컬 대학은 올해부터 시작해 2027년까지 비수도권에 30개 대학을 선정한다. 교육부가 ‘인재양성 전략회의’에서 밝힌 이 같은 내용은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 의지가 담긴 것이어서 특별히 눈길이 간다. 윤 정부는 지방으로 권한 이양을 통해 지역주도로 발전을 유도하고, 지역고유 특성을 극대화해 지역인재 양성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이끌겠다는 전략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교육부 등 정부 부처는 1천개가 넘는 대학지원 사업을 제각기 맡아 운영해 왔다. 지방대학은 예산을 따기 위해 정부 부처를 배회하는 것이 일상이 됐고, 예산집행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지방정부가 능동적으로 지방대학 구조조정에 나서 이를 바탕으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대학을 살리고 나아가 지역소멸도 막아보자는데 참뜻이 있다. 잘 알다시피 지방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이미 상당수가 퇴로에 몰려있다. 올해도 대학정시 모집에서 전국 200개 대학 중 수험생이 단 한명도 지원하지 않은 28개 학과 모두가 비수도권에 속해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속설이 현실화되는 마당이다.경북도내도 매년 1만명 가까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 현재 도내 40개 대학이 20년 후에는 22개 대학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지방대학의 소멸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지고 결국은 지방소멸을 초래하게 된다. 2조 원의 예산지원이 지자체로 넘어왔다고 이런 문제가 당장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방대학을 지역실정에 맞게 육성한다면 지방대학의 특성이 살아나고 지역의 일자리와 연결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반면에 이번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지역발전을 위한 지자체의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3-02-02

마스크를 벗는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이제 마스크를 벗는다. 코로나19라는 뜬금없는 병균이 우리의 일상에 퍼지면서 2020년 10월 13일부터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11월부터는 과태료까지 부과하며 강화했었는데, 2년 3개월 만인 1월 30일에 해제되고 권고로 전환됐다. 참 기다려왔던 반가운 조치다. 그러나 아직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병원과 약국,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 등은 제외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코로나 감염 경험이 있고 코로나 항체보유율은 99%에 육박하지만 항체는 시간이 갈수록 감소한다고 하니 재감염도 우려해야 한다.마스크 해제 이틀이 지난 2월 1일 전국확진자는 2만420명으로 증가했고 누적 확진자는 약 3천20만 명으로 심각 상태는 여전하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서 다음 주 개학하는 각급 학교는 봄방학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3월부터 벗자고 권고하며 학생들의 자유로움에 안전을 기하자는 움직임도 있다.사실 세계보건기구 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유지한다고 발표하였기에 ‘국내 마스크 전면해제와 확진자 7일 격리의무 단축’을 한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도 WHO 해제 후로 미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제적 상황을 종합 검토한 후 마스크 전면해제가 이루어질 전망이다.경상북도는 매일 코로나 확진자 현황을 휴대전화의 안전안내 문자로 알려왔기에 내 나름으로 그 데이터를 정리하며 분석하곤 했는데 1월 19일부터는 보내온 자료가 전혀 없다. 통신시스템에 문제가 있나 하고 생각해 보니 강풍과 한파주의보는 계속 쏟아지고 있는 터라 그동안 확진자 자료를 보냈을 재난안전실에 문의를 해봤더니 행정안전부에서 재난문자를 보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국민도 지쳤고 매일 보내지는 문자에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이제는 재난이라기보다는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안전 안내도 효과가 감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료는 코로나 관련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는 말에 살펴보니 2월 1일 경북 1천231명에 포항 235명 경주 130명 등으로 포항의 누적 확진자는 28만2천532명이며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거리를 나서보면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의 밝은 얼굴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쓰고 있고 아직 불안하고 또 벗기가 어색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 3년 정도 쓰다 보니 습관이 되었고 모든 장소에서 일상화로 익숙해진 탓도 있으려니….특히 요즘과 같은 겨울 한파에 감기 예방용으로 착용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쉽게 벗지 않으려 하는 듯하다. 오늘 현관문을 열고 나가다가 ‘아차!’하고 다시 들어와 마스크를 찾았고, 입구 계단에서 마스크 벗은 이웃의 얼굴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인사를 나눈 모습이 새롭다.이제 곧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를 하며 그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 병마를 싹 태워 날려 보내고 싶다.

2023-02-02

도꼬마리 머리

강길수 수필가 보도(步道)의 하늘에 커다란 도꼬마리 머리들이 줄지어 안겨있다. 지나다니는 방송국 구내에는 더 큰 도꼬마리 머리들도 여기저기서 하늘을 안고 있다. 도꼬마리 모습의 저 머리들은 겨울 하늘과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 것만 같다. 그들이 무슨 말들을 주고받는지 알듯 모를듯하다.지난봄 어느 날, 영문도 모르고 사람에게 지체를 무참히 잘려버린 저 생명체들. 말하지도, 울부짖지도, 도망치지도 못한 채 오롯이 제자리에 서서 사시나무처럼 떨며 생으로 팔뚝들을 잃으며 몸부림치던 참상이 눈에 선하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이 날카로운 기계 소리를 타고 귀청을 후려치던 느낌이 지금도 따갑다. 남은 팔뚝들은 ‘의식주 재료를 자연에서 구하는 일 이외의 어떤 자연훼손도 용납될 수 없다!’라고 세상에 외치고 있다.어느 종묘장에서 사람의 의도에 따라 싹트고 자라나 어느 것은 가로수로, 어떤 것은 조경수로 운명 지워졌을 생명체 나무들. 저들은 사람이나 동물, 기후 등 만나는 환경이 자기 운명을 어떻게 쥐고 다루든 그저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다.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하늘의 뜻 곧, 생명 보존 유전자의 임무를 말없이 지켜낸다. 겨울 하늘과 서로 안고 살아내는 저 하늘 도꼬마리 머리들의 모습이 그러하니까.근년엔 주위에서 도꼬마리를 본 적이 없다. 도심은 물론, 가까운 야외, 들, 강가, 바닷가, 산에서도 도꼬마리를 못 만났다. 하지만, 도꼬마리가 떠오른 것은 어린 시절을 함께 했기 때문이리라. 도꼬마리는 골목 가, 들, 냇가 같은 곳에서 매일같이 만났다. 가을날 놀다가 집에 와 보면, 바지에 도꼬마리가 몰래 덕지덕지 붙어 있곤 했다. 어떨 땐 그것을 떼서 동기들을 귀찮게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바로 쇠죽솥 아궁이에 던지기도 했다. 아무튼, 그때의 도꼬마리는 끈질기게 성가신 존재였다.가로수나 정원수의 전지(剪枝)로 잘리고 남은 굵은 가지 끝에 성근 머리털처럼 솟아난 많은 잔가지 군집이 왜 도꼬마리같이 보였을까. 생긴 모습이 도꼬마리를 닮아서였을 테지만, 다른 이유가 클 것이다. 그것은 아마 살기 위한 나무들의 몸부림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식물들은 따지지 않고 환경에 적응한다. 식물의 무조건적 순응은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생명 보존의 임무 곧,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질리도록 바짓가랑이에 달라붙는 도꼬마리나, 잘린 팔뚝 가지 머리에 잔가지들을 도꼬마리처럼 매단 채 겨울 하늘에 안겨있는 가로수와 정원수. 그 생태(生態)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 사회와 지구촌은 지금 ‘살려고 몸부림치는 도꼬마리 머리의 시대’를 사는지도 모른다. 3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에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다.하늘 높은지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다 기온 1.5도 상승을 눈앞에 둔 기후변화 위기는 가뭄, 한파, 혹서, 해수면 상승, 강풍, 폭설과 폭우 등 생존환경 악화로 다가왔다. 갈수록 더해지는 지구촌의 진영대결 양상은, 살기 위한 몸부림을 더 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인간을 몰아가고 있다. 도꼬마리 머리의 몸부림처럼….

2023-02-02

돈 선거가 아닌 준법 선거

권지혜 영천시선관위 선거주무관 3월 8일은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위탁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가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으로부터 선거사무를 위임받아 실시하게 된다.농협과 수협, 산림조합은 군사정권 시기 관제화돼 조합장도 임명제였으나, 1988년부터 조합원들의 선거로 조합장을 선출했다. 본질적으로 단위조합은 영리사업체인데다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금품제공과 조작 등 부정선거가 만연했다. 이에 2005년 산림조합을 시작으로 농협과 수협까지 선거사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게 됐다.조합장 선거의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포함), 후보자의 배우자, 후보자가 속한 기관·단체·시설은 기부행위 제한기간(2022년 9월 21일 ~ 2023년 3월 8일) 중 기부행위를 할 수 없으며, 누구든지 기부행위제한기간 중 위탁선거에 관하여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하거나 할 수 없다. 더불어 현직 조합장은 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가 상시 제한되고 있다.하지만, 선거가 임박할수록 불법행위의 발생 빈도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는‘돈 선거’근절을 목표로 단속을 실시했다. 과열·혼탁 예상지역, ‘돈 선거’발생우려 지역 등 총 111개 구·시·군, 283개 조합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광역조사팀 상주, 야간단속 등 한층 강화된 단속활동을 벌였다.집중단속의 결과 총 723건의 조치사안 중 금품·음식물 제공 등 ‘돈 선거’ 조치건수가 259건(35.8%)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별관리지역에서는 ‘돈 선거’조치건의 약 34%인 89건의 기부행위 건을 조치했다. 기부행위 금지·제한 규정을 위반해 금전·물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은 자는 최고 3천만 원 범위 내에서 제공받은 금액이나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인은 곧 국민이듯이 조합에서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금품 등의 기부행위에 소중한 한 표가 휘둘려 조합원 개개인의 소중한 가치와 이익이 외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깨끗한 경쟁, 현명한 선택, 희망찬 조합’이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캐치프레이즈인 만큼 3월 8일에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아름답고 깨끗하게 치러져 튼튼한 조합과 당당한 조합장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2023-02-02

신인사 일반(神人事 一半)

오낙률시인·국악인 추수가 끝난 뒤 논바닥에 떨어진 벼알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렇게 버려진 듯 보이는 벼알이 따고 남은 감나무에 몇 알 남겨진 까치밥처럼 겨울나기를 해야 하는 몇몇 생명 집단의 소중한 겨울 양식이 되고 있다면, 그것은 결코 버려진 게 아니라 또 다른 생명을 위하여 무의식중에 행해지는 농부들의 소중한 배려가 되는 셈이다.언제부턴가 겨울철이 되면 수백 수천 마리의 까마귀 떼가 겨울 들판에서 논바닥에 떨어진 벼알이며 풀씨를 쪼아 먹느라 장관을 이루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까마귀 대신 기러기 떼가 겨울 들판의 운치 있는 풍경을 그려내곤 했는데 그것도 세월 탓이지 요즘 들어서는 그 풍경이 바뀐 것이다. 논바닥에 새까맣게 내려앉은 까마귀 떼를 보며 검은색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서 그리 나쁜 현상은 아닌 것 같다.사실, 그렇게 버려진 벼알로 겨울 허기를 이겨가는 생명이 어디 까마귀뿐일까. 들풀이 모두 말라버린 탓에 황조롱이의 공격을 피해 이리저리 가시넝쿨을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참새떼며, 쥐구멍이 훤히 노출되어 들고양이며 맹금류의 눈을 피해 야행성으로 살아가는 들쥐 등의 설치류에게도 논바닥에 떨어진 벼알은 겨울나기를 위한 소중한 양식이 되는 것이다.가만히 보면 세상에 그냥 버려지는 것은 없다. 시골집 하수구에 떠내려가던 밥 찌꺼기조차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라 지렁이며 각종 미생물의 소중한 먹이가 된다. 그리고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서 산나물 채취를 나갔다가 산에서 점심 주먹밥을 먹을 때에도, 들에 나가 새참을 먹을 때에도, 첫술을 뜨기 전에 빠짐없이 행해지던 ‘고수레! 의식’ 또한 그 시작된 유례를 떠나, 자연물로 존재하는 뭇 생명들과 공생하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싶다.오늘날 인간의 부(富)는 자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인간 생활을 가만히 보면 오히려 자연을 지배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엄연히 자연을 향한 배신행위에 해당하며 인간성의 상실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 생활의 중심에는 언제나 자연이 존재하였으므로 자연에 의지한 인간성 회복 운동으로 얻은 부를 이용해 다시금 탈 인간성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격이다. 어쩌면 오늘날 여러 형태로 가해지는 자연을 향한 폭력이 마침내 인간에게로 그 칼날이 되돌아와 새로운 형태의 봉건적 사회로 회귀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면 인간은 만물과 더불어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옛말에 신인사 일반(神人事 一半)이라는 말이 있는데 직역하자면 신의 일과 인간의 일이 같다는 뜻이다. 그래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인간들의 사회처럼 인간이 속한 자연이라는 사회도 민주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자연이라는 사회의 구성원 속에는 우리가 미물쯤으로 생각하는 참새며 들쥐며 지렁이까지도 포함된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2023-02-01

마스크를 벗다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 1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뀌었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를 덮친 이후, 마지막 남은 일상의 제약이 해제된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바뀌어도 착용하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이제 코로나19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들어가고 있다.2020년 1월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주었을까? 우선 ‘비대면’으로 요약되는 변화는 기술혁신의 시간을 앞당겼다. 대학은 비대면 강의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으며, 교수들은 ‘줌(ZOOM)’이라는 테크놀로지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학술대회도 학(學)+술(酒)이 만나는 시간이 아니라 각자의 공간에서 줌을 통해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단축으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코스피는 2020년 3월 저점을 형성한 뒤 급등하여 2021년 초 3천300포인트를 넘었다. 이를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저금리 상황과 맞물리며 이른바 ‘영끌족’이 등장하고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이러한 국면에서 유튜브의 경제 관련 채널은 큰 인기를 얻었으며 재테크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이제, 다시 일상을 되찾았지만 역사는 거꾸로 흘러가지 않는다. 2022년 우리는 자산 가격의 급락을 경험했지만, 급등하는 물가는 현금 가치가 얼마나 빠르게 떨어질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극단적인 저출산 국면에서 연금 고갈 소식이 연일 들려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곧 물가 상승률을 상쇄하고 노후 대비도 할 수 있는 자산 증식에 대한 관심이 꺼지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한편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환경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동이 멈추자 대기가 깨끗해지는 경험은 그간 인류의 진화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어느 순간 매년 경험하는 이상 기후는 인류의 미래가 지금과는 다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것만인가? 단절된 삶은 누군가에게는 이득을 주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큰 고통을 주었다.코로나 국면을 벗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할까? 나의 자산을 관리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일상의 구조를 질문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진화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조를 이해하고 다른 방식으로 직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일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힘이다.기후위기와 사회적 약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늘 우리 주위에 존재하지만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가시화되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학습한 문제 중에서 무엇을 기억해야 할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변해야 한다.

2023-02-01

우리에게 소는 다음세대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소는 누가 키우나. 농가에 소가 소중했다, 나라에 소는 무엇일까. 집안에 소가 자식들이듯이 나라의 소는 ‘다음세대’가 아닌가. 정치권은 표나 얻으려 감언이설을 늘어놓을뿐 다음세대를 진정으로 돌아보지 않는다. 마음을 모아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걱정하고 그들이 만날 내일을 잘 준비해야 하겠거늘, 나라의 어른들은 오늘 싸움박질에 여념이 없다. 무엇을 가르쳐 나라와 다음세대의 미래를 탄탄하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백년대계(百年大計)라면서 누구도 교육을 말하지 않는다. 험한 세상을 건너가기 위해 반드시 길러야 하는 소양은 무엇인가.상상과 창의. 그간 모방과 추격을 거듭하며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하였다. 이제는 상상과 창의로 앞자리를 지켜야 하고 격차를 더욱 벌여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무엇으로 승부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향하여 비판적 시선을 던지며 신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누구도 밟지 않았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 기존의 틀을 깨고 세상을 놀라게하는 도전에 나서야 한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결과물을 드러내야 한다. 교육은 다음세대를 상상과 창의의 바다로 이끌어야 한다.글쓰기와 말하기. 너무나 기초적인 소양이지만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부실한 부분이기도 하다. 읽고 익힌 것도 나누지 못하면 배움의 의미조차 사라져 버린다. 무엇을 하든 영향력을 가지려면 글쓰기에 능해야하고 말하기에 앞서가야 한다. 자연공학계열일수록 역량을 표현하고 계획을 조리있게 설명이 가능할 때 리더로 성장해 간다. 인문사회분야에서 글과 말이 결정적인 경쟁력 요소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교육은 글쓰기와 말하기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글로벌과 균형감각.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국내만 생각하면 답답하고 협소하지만 다음세대가 헤쳐갈 활동무대는 글로벌시장이다. 시선을 확장해 세상을 바라보도록 도와야 한다.교사의 업무와 경험도 글로벌시각을 가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나라 안 경쟁에 매몰되어 낙심하지 않도록, 나라 밖 환경에 익숙할 틀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은 세상과 함께 호흡하는 글로벌 호연지기를 길러내야 한다.세상은 이미 선진 대한민국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다음세대가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를 바꾸어 가도록 부추겨야 한다.이념의 낡은 틀도 극복해야 한다. 건강한 보수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진보의 발걸음을 자신있게 내딛도록 가르쳐야 한다. 좋은 것을 지키고 꽃피우면서도 새로운 사조를 자신있게 만나는 다음세대를 길러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양자택일의 조건으로 여기지 않고 모두를 끌어안는 넓은 가슴을 가르쳐야 한다.21세기를 보다 자신있게 걸어가는 다음세대가 되어야 한다. 백년대계 교육은 백년 너머를 준비해야 한다. 선진국 대한민국이 길러낼 다음세대가 세상을 바꾸어 갈 터이다. 교육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대한민국이 살아야 세상이 바뀐다. 정치권에게 진짜 소는 다음세대다. 민생의 핵심도 다음세대다. 교육이 바로 서야 세상이 옳게 간다.

2023-02-01

‘난방비 폭탄’ 뾰족한 대책없어 답답하다

연초부터 난방비가 국민가계를 엄습하면서 민심이 들끓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비상이 걸렸다.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꾸준히 인상(38%)됐지만, 새해들어 본격적인 한파로 사용량이 늘면서 월 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전 국민이 ‘난방비 폭탄’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정부는 어제(1일)도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올겨울 난방비 59만2천원을 지원한다는 추가대책을 내놨다. 전체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에너지바우처 미수급자가 많고, 잠재적 빈곤층이라고 할 수 있는 차상위 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나온 대책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위해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1천억원의 예비비 지출 안건을 바로 재가했었다. 난방비 폭탄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보면, 긍정 평가가 지난 조사대비 1.7%p 떨어진 37.0%를 기록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 측은 “난방비 폭탄이 안보 이슈(북 무인기 대응)나 내부 갈등(나경원 사퇴 과정)보다 대통령 평가에 더 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국민의힘은 현재 난방비 지원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7조5천억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 지급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난방비 폭탄 고지서가 지난달(1월)에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 12월보다 추운 1월에 난방 수요가 더 많기 때문에 각 가정에 따라 2월 난방비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 정부가 1분기 가스요금을 동결한다고 발표했지만, 또 한번의 ‘폭탄 고지서’는 서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난방비는 LNG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인상이 불가피하다. 난방비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지만, 정치권에서 책임 공방만 펼치고 있으니 걱정이다.

2023-02-01

박정희 추모관

홍석봉 대구지사장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은 대통령 재임 시절 접견실로 설치됐다. 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후 조문객들의 분향소로 이용돼 왔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방화로 전소돼 구미시가 2017년 2월 새로 지었다. 매년 탄신제와 추모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해마다 2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다.구미시가 ‘박정희 대통령 숭모관’ 건립 논란으로 시끄럽다.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때문이다.구미경실련 등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박정희 전 대통령 숭모관 건립에 1천억원을 들이는 것은 순수한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 혈세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숭모관 건립계획을 철회하고 시급한 일자리, 복지, 문화 등 민생에 매진하라”고 일갈했다.시민단체는 구미시가 생가에 있는 추모관이 협소하고 비탈길에 위치해 방문객들의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숭모관을 새로 짓겠다는 것은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고 꼬집었다.최신 기술을 활용한 기존 추모관 전시실은 콘텐츠를 업그레이드 해주지 않고 고장난 채 다른 전시물로 대체되고 있기 일쑤고 몇 년 째 바뀌지 않아 재방문자가 드물다고 했다. 오르막길이 문제가 아니라 전시 콘텐츠 업그레이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또,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인 경제개발과 민생안정 등에 매진하지 않고 오로지 기념관, 동상, 숭모관 건립 등 눈에 보이는 치적을 쌓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진정 추모하려면, 그 정신을 본받으라고 나무랐다.굳이 추모객들의 품격 있는 추모 공간 마련을 위해 거액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01

포스코 지주사 이전, 포항발전 새 轉機 삼길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의 포항이전이 본격 추진된다. 포스코는 지난달 31일 간담회를 열고 작년 2월 포항시와 시의회,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범시민대책위와 약속한 △포스코홀딩스 본사 포항이전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 설치 △포항지역 투자사업 확대 등에 대해 “최선의 이행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주사 본사 포항이전은 이달 16일 이사회 안건으로 통과하면 3월 17일 있을 주주총회에서 이를 승인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또 미래기술연구원 포항본원은 오는 4월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부지 내 2개동을 리모델링해 설치하고 연구동에는 원장 등 스태프조직이 근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포항시 투자사업에 대해서도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의 생산공장 건립을 세종시에서 포항으로 변경하는 등 구체적 투자계획이 앞으로 발표될 것이라 했다. 그러나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주소를 포항으로 옮긴다고 하나 조직과 근무인력의 포항이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근무인력이 애초 서울자원으로 뽑았는데다 법무, 대관, 금융, 기획 등 업무특성상 서울에 잔류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당초 포항시가 지주사의 본사 이전을 포항으로 요구한 것은 지역투자와 함께 인구 유입 등의 효과를 기대한 것이나 이런 점에서 다소 실망스런 부분도 없지 않다. 지역균형발전이란 대의적 측면에서 이 문제는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그렇지만 지주사 본사의 포항 이전을 계기로 포스코의 포항투자에 대한 명분이 커진만큼 포항발전의 새로운 전기로 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포스코의 지역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포항시도 이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경제가 곧 도시발전의 동력이라는 생각으로 포스코의 지역투자에 대한 적극적 독려가 필요하다. 포항은 철강산업에 이어 이차전지산업 핵심도시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포스코 지주사 본사이전이 포항발전의 새 전기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포스코도 명분뿐인 이전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게 본사이전에 맞는 추가적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포항시와 포스코는 상생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3-02-01

인생탑 쌓기

양태순 수필가 화엄사를 찾았다. 엄청난 크기에 감탄사가 먼저 나왔다. 불이문과 절 마당에 앉은 석탑과 석등을 비롯하여 각황전과 대웅전이 주는 웅장함과 엄숙함에 저절로 손이 모아졌다. 두루 돌아보며 흔적 남기기를 열심히 하고 보제루에 앉아 땀을 식혔다. 부처의 사랑을 품은 세계, 이곳은 고결한 향내가 나는 것 같았다. 열린 문을 통해 보이는 보리수와 단풍나무, 탑과 전각들, 절 뒤로 보이는 산이 그려내는 풍경을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마당을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살폈다. 모두가 편안한 얼굴이다. 경내를 휘젓는 바람과 말소리가 어우러져 경전이 되고 깨달음이 되는 공간이었다.대웅전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구층암으로 향했다. 오른쪽으로 대숲이 빽빽하다. 호젓한 오르막길을 맑은 기운에 젖어 조금 걸으니 구층암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본 화엄사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모든 건물이 산에 안기듯이 나지막하고 수수했다. 절마당을 지나는데 삼층 석탑이 시선을 끌었다. 잘 다듬어져 예술품으로 탄생한 탑이 아니었다. 조각난 돌이 얼기설기 얹어져 손을 대면 무너질 듯 어설픈 탑이었다. 한 바퀴 돌아보니 정면은 멀쩡한데 보는 방향에 따라 누군가 소원을 얹은 산길의 돌탑 같았다.돌탑은 간절함이 쌓아올린 축적물이다. 이름 있는 산사나 신성함이 깃들었다고 소문난 산을 찾아온 이들이 자신의 애달픈 정성을 얹은 탑이다. 그것은 멋과 예술의 경지가 아닌 지극한 마음이 빚어낸 성물이며 보이지 않는 간절한 기원이 해를 거듭하며 쌓여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나도 산을 찾을 때면 만나는 돌탑 앞에서 슬쩍 돌 하나를 얹는다.옛날부터 탑돌이 풍습이 있었다. 탑은 부처님을 모신 곳이라 정성껏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불교가 융성하던 시절에는 연례행사와 상관없이 자식 얻기, 부모님의 건강, 굶주림 벗어나기, 맺을 수 없는 사랑을 위한 탑돌이가 있었다. 아마도 소원이 이루어지는 이가 있었기에 김대성의 이야기도 나왔을 확률이 높다.구층암 석탑은 온몸으로 장구한 세월을 맞았다. 무너져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돌들을 정성껏 쌓아서 다시 탑의 형태로 돌아왔다. 차곡차곡 각을 재듯 정제된 미는 없으나 돌탑의 구원을 고스란히 느꼈다. 어설픈 단장이지만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은 것은 돌에 깃든 비손의 힘이 아닐까.이름난 산길에서 만나는 돌탑의 매력은 자연스러움이다. 오랜 세월 간절한 이의 소원을 머금은 채 형식 없이 쌓이고 쌓인다. 누구도 제것을 위해 다른 돌을 옮기거나 무너뜨리지 않는다. 돌에 깃든 마음의 깊이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로의 기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스며들어 서로를 붙드는 힘이 생긴다. 그 탑은 잘나고 못나고의 시각이 아닌 진정성으로 평가받는다. 삐죽빼죽 못난이지만 아픔의 결과 사랑의 결이 돌 사이를 메꾸어 부족함 없는 탑이 되었다. 장인의 탑과는 다른 매력으로 마음을 움직인다.무엇이든 쌓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 덕을 쌓거나 복을 짓거나 인연을 만들고 사랑을 나누고 웃음을 나누는 것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선함을 쌓는 일이고 분노나 화를 쌓거나 미움과 시기에 휘둘리고 상대에게서 권력이나 재물을 뺏어오는 것은 악을 쌓는 일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일생을 공들인 탑의 결과가 어떨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나이가 들면서 좋아진 점이 있다면 생명을 좌지우지하지 않는 것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슬프면 슬픈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흘려보낸다. 견뎌내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속에 감정 찌꺼기를 쌓지 않는다. 오늘 같은 내일이면 감사하며 살자는 마음이 크고, 주위에 따뜻한 사람들이 많았으면 싶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좋은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남을 돕는 것에 앞장서 손을 보태는 사람들과 자신의 것이라 고집하기보다 남을 채워주려고 퍼주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을 닮으려 애쓰는 것이다.인생탑을 쌓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긴 길을 걸으며 만난 크고 작은 일을 겪은 뾰족하고 불퉁한 모양으로 쌓았다. 지금부터 마음을 다듬어 볼수록 매력이 있는 탑을 쌓아야겠다. 창작의 고통을 즐기면서.

2023-02-01

<2> 소위, 요지·명당의 비방을 서술하다

선돌가 당나무는 자신을 희생하여 벼락을 맞은 흔적이 수백 년을 지내 오면서 가장 힘든 상처이기도 하였다. 선돌가 당나무는 느티나무가 빙의가 된 신목이다. 김 사장이 어릴 때는 그런 것도 모르고 거기에 있는 작은 열매를 따서 대나무에 넣어 딱총 싸움을 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당나무가 그렇듯이 선돌가 당나무에도 철이 되면 학과 두루미가 떼를 지어 날아들곤 하였다. 학과 두루미가 지금은 천년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지만 먹고 살기 어려운 과거에는 포수들의 사냥 거리였다.한번은 학이 나무에 떼를 지어 앉아 있는데, 포수가 총으로 막 잡으려고 하는 순간,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면서 벼락이 떨어져 학은 모두 무사히 날아가고, 포수와 당나무는 번개를 맞았다. 동네 사람들은 아마도 당나무가 스스로 번개를 치게 하고, 천둥을 맞았다고 믿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자기를 희생해서 학을 보호한 당나무를 두고, 다시 한번 마을 수호신인 당나무를 더욱 주민들은 아끼고 신앙의 대상으로 여겼다.우리나라도 삼국시대 이후부터 풍수지리설에서 좌청룡 우백호가 등장한다. 좌청룡 우백호라는 명당이 있다 하여 나라의 도읍지는 물론 집터와 묘지에 이르기까지 선조 때부터 소위 명당이라는 땅들이 비싼 값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에서는 그 방위를 동서남북과 중앙으로 나누며 동서남북에는 각의 신이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각 방위는 하나의 가상의 신과 연결되어 있다. 모두가 토지의 위치에 관한 얘기다.즉, 동쪽은 청룡, 서쪽은 백호이다. 북쪽에 앉아 남쪽을 바라볼 때 왼쪽은 청룡, 오른쪽은 백호가 되므로 좌청룡 우백호가 된다. 우리가 풍수적으로 좋은 자리 즉, 명당이라고 하면 이러한 사신의 특성이 잘 반영된 배치가 되어 있느냐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배산임수라 하여 뒤로 산을 등지고 앞으로 물을 내려다보는 자세를 갖춘 터로서, 풍수에서 여기는 마을이나 건축 조영물이 들어설 이상적인 지형이라 할 수 있다.조선조 건국 초기에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함께 고려 때 음양풍수설의 대가인 도선국사의 영향을 받아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것이 유명하기도 하다. 이러한 풍수지리설에 의한 명당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국가의 도시 계획과 경제적 개발 여건에 따라 공단과 택지, 도로 등 인위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른바 현대의 명당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이용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데 얼마나 적합하고 효용성이 있느냐는 것으로 판단된다 할 것이다.소위 명당, 좋은 토지, 양지를 찾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인류 문명사를 거슬러 고민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 토지는 인위적인 힘에 의하여 개발되면서 음지도 양지로 바뀔 수 있게 되었다. 도로가 나고, 공단이 개발되고, 택지가 조성되면서 조상을 잘 만난 후손들은 일시에 벼락부자가 되기도 했다. 일부 토지를 개발하는 사람들도 신흥 재벌이 되긴 매 일반이었다.옛날에도 흉가가 있었다. 당나무가 알고 있는 그 비밀은 용마람에 태수 대장에게 털어놓았다. 한번은 동이 막 트는 아직 어두운 새벽에 치마를 덮어쓴 젊은 여인이 당나무 앞터에 앉아 있었다. 마침 새벽에 길을 가던 낯선 나그네가 그 모양을 보고 업고 가다 며느리는 중치가 막혀 죽었다. 당나무는 그녀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최조합 댁 며느리였다. 그 집은 동네에서도 가장 큰 기와집이었는데, 그 집에서 며느리가 자식을 낳지 못한다고 소박을 맞히었던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칠거죄악이라는 현실이 있었다. 시대를 거스를 수 있다면 몰라도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사실은 며느리가 자식을 못 가지는 것이 아니고 아들이 음탕하여 건넛마을 용여와 눈이 맞아 거기에 자식을 두고 본처를 미워하고 소박했던 것이다. 그 해 조합장은 읍내에 나갔다 심장마비로 죽었다. 그 집은 저녁이 되면 집 기둥에서 억울한 한이 못다 하여 비웃기라도 하듯이 깔깔되는 소리가 났다. 그 후 집안은 대대로 망했다. 마을에서는 그 집터가 기가 다했다고 말했다.김 사장이 일찍이 우리나라가 막 산업화가 시작되어 각종 대형 토지 개발 사업이 진행될 때 토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기업에 취직해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김 사장은 주로 공기업에서 매각하는 공매 부동산과 법원에서 매각하는 경매 부동산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 중에서도 성업공사와 토지개발 공사에서 매각하는 부동산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됐다. 서진국 작가 성업공사에서 매각하는 부동산은 주로 은행에서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담보권을 행사해 취득한 부동산을 성업공사에 위탁해 매각하는 경우로 매각을 촉진하기 위해 매수금 상환조건이 가장 좋았다. 계약금 10%정도만 있으면 중도금과 잔금은 2년 내지 최고 4년까지 분할하여 장기간 상환하면 되었다. 법원에서 매각하는 경매 재산 취득은 상당 부분 명도에 대한 문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성업공사에서 매각하는 부동산은 이미 은행 등에서 경매절차를 거쳐 취득한 후 성업공사에 매각을 의뢰한 경우이기 때문에 명도에 대한 문제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었다.토지개발공사에서는 공단, 택지 등을 주로 국가로부터 위탁 받아 조성하고, 직간접적으로 원시 매각하는 것이므로 대부분 신개발지의 토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토개공에서 매각되는 부동산은 미리 감정을 하여 최저 금액을 정하여 놓고, 그 최저 금액 이상 최고 금액을 쓴 사람에게 낙찰되는 방식이다. 소위 최고가 낙찰 방식인데 장점은 수백 필지 매각 토지 중 최고 인기 있는 토지에는 많은 경쟁자가 몰리는 반면 그렇지 않은 토지는 잘만하면 최저 감정가에 근접하는 매우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2023-02-01

雪白의 겨울산행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눈 덮인 겨울산을 올랐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높은 산엘 오르면서 한 해의 계획이나 목표를 되새기고, 신령한 산의 정기(精氣)를 받아 뜻한 바들이 순조롭게 이뤄지기를 염원하며 연례적으로 산행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에 발목잡히는 바람에 근 3년째 등산다운 등산을 못하다가, 마침 지난 주말에 수년 전부터 수시로 참여해 왔었던 회사 산악회의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행 계획에 동참하여 실로 오랜만에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눈이 귀한 지역에서 눈구경(?)을 실컷하며 능선을 타는 눈길산행이라 한결 구미가 당겼다고나 할까?등산이 시작되는 만항재는 ‘명품 하늘숲길’답게 울창한 수목 밑으로는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등산화끈을 바짝 조이고 눈길산행의 필수품인 아이젠을 신발바닥에 채우고는 곧바로 산행에 돌입했다.당일 고한읍의 기온이 영하 14도인데 해발 1천3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25도 이상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혹한에 삭풍을 견디며 산행하기 위해서는 말그대로 ‘눈만 내놓고’ 방한모자와 머프, 스카프, 마스크 등을 두텁게 쓰고 두르거나 칭칭 감고, 방한장갑이나 양말도 2중으로 끼거나 스키용품 등으로 중무장(?)해도 간혹 손끝이나 발끝이 시려 옴은 어쩔 수 없었다.약간의 한기가 느껴져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하고 눈 밟는 소리가 맑고 정겹게만 들렸다. 그 소리에 재미삼아 발걸음을 맞추거나 완급을 조절하고, 또한 일행이 함께 지나가면서 일제히 내는 뽀드득거림은 이구동성의 어울림처럼 여겨졌다. 거기에 나목의 나뭇가지를 흔들며 스치거나, 산정으로 향하는 송전선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는 가슴 속을 전율케하며 울리는 비장의 산명(山鳴)처럼 들렸다.설한과 동토의 계절에도 새소리, 물소리, 풀벌레소리를 내밀하게 품으며, 어쩌면 깊은 속울음마냥 허공을 향해 웅웅거리거나 윙윙거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걷고 들으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당도했다.함백산은 과연 다(咸)하도록 희디흰(白) 눈으로 덮여 있었다. 사방으로 트여진 올망졸망 봉우리와 산자락은 희끗희끗 눈과 점점이 나무들의 형체가 채색된 듯 일망무제 장쾌한 수묵화로 펼쳐졌다.가깝거나 멀리 이어지는 능선으로는 풍력발전기 수십 여기가 보이고, 정상을 에워싼 등성이 몇 군데의 임도는 스키장의 슬로프 마냥 흰 눈길로 구불구불 이어졌다.산행 시작과 아울러 두문동재로 하산하기까지 발목 이상 쌓인 눈과 줄곧 함께 했으니, 온통 시리도록 부시고 다채로운 순백의 환희에 젖어든 시간이었다.5시간여 산행 내내 눈길을 걸으며 휘청대다 넘어지기도 했지만, 짐짓 눈밭에 뒹굴고 눈뭉치를 공중에 뿌리거나 맞아 보면서 아련한 동심에 젖기도 하는 등 시종 설국여행을 즐긴 것 같았다. 살을 에는 추위에 칼바람을 맞으며 겨울산행을 애써 하는 이유는 결국 자신을 위한 담금질이 아닐까 싶다.눈 속에서도 복수초가 피어나듯이, 인동(忍冬)의 내성이 강할수록 맑고 진한 향기를 뿜으리라.

2023-01-31

성장의 세대, 성숙의 세대

이상산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장 사람은 태어나서 청년의 시기까지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기도 한다. 마음과 생각이 몸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몸이 성장을 멈추는 시점이 지나서야, 비로소 성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삶의 선택을 통해 멋진 사람이 되기도 하고 더러는 본능에 충실한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대한민국은 한국내전 직후 세계의 최빈국이었다. 1970년대부터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우리는 산업화의 길을 걸었다. 열심히 일했다. 하루의 삶을 깡소주 한 잔 털어 넣어야만 마칠 수 있었던 팍팍한 시간이었다. 보상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일할 직장이 있었고 그 회사는 성장했다. 그래서 가족과 회사를 위한 희생이 개인과 사회에 보상되었다. 1977년 1인당 국민소득 1천달러 돌파. 지금 70대 이상의 선배들이 겪었던 삶이다.1988년 올림픽도 개최하고, 세계지도에서 Korea가 어디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질 무렵. 1994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를 넘겼다. 열심히 선진국 제품과 기술을 배워 따라잡으며 무섭게 성장했다. 이 무렵 우리 산업계의 주제어는 ‘수입대체’였다. 이 과정을 지나며 우리나라에 세계 1위 제품과 기술이 싹트기 시작했다. 지금 50~60대가 사회의 주력으로 활동했던 시기의 모습이다.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와 4강 달성. 무슨 일을 해도 전세계에서 한 손에 꼽히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그런 나라가 되었다. 어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라고 하면, 아직 무언가 더 해볼 일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그만큼 우리는 성장했다. 부를 생산해왔고 축적해왔다. 우리는 성장에 대해서는 집단적으로 일가견이 있다. 할 말이 많은 나라다. 이 경험을 세계에 수출하기도 한다. 전세계 개발도상국들의 롤모델이다.2023년 올해의 경제전망이 발표되었다. 기획재정부에서 내놓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1.6%. 1980년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예측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의 전망도 밝지 않다. 미·중간의 경쟁과 대립으로 공급망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 위기의 신호가 충분하다. 2017년 훌쩍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긴 우리. 세계적으로도 이제는 중진국 아닌 선진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성장을 지향하여 발전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지난 50년 압축성장을 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약자들이 고립되고 외면되어 왔다.경제가 성장하면서 사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변했어야 한다. 사회 변화의 과정에서 겪는 갈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철학이 탄생했어야 한다. 이런 몸부림과 홍역을 지나며 제도가 정비되며 안정적인 삶의 형태가 나타나고,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가치도 형성되었어야 한다.청년들에게 미안하다. 성장은 많이 보여주었는데, 성숙이 무엇인지 생각 없이 달려만 왔기에 미안하다. 그들에게 남겨줄 경험과 식견이 충분하지 못해 더욱 그렇다. 2023년, 대한민국은 성숙하고 있습니까?

2023-01-31

나잠어업

우정구 논설위원 나잠(裸潛)이란 옷을 벗고 잠수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어업을 붙이면 특별한 산소호흡 장치없이 바닷속에 들어가 패류와 해초류 등을 캐내는 일을 하는 업종을 말한다. 이른바 해녀(海女)의 수중 활동이 그것이다.해녀는 한국과 일본에만 분포하는 여성 특유의 어업 활동이다. 우리나라 해녀들은 과거부터 역량이 뛰어나 일제 강점기에는 물질을 잘하는 출가해녀들이 일본과 대련,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진출했다고도 한다.우리나라는 각 해안지방과 여러 섬 등에 아직도 이들이 흩어져 활동을 하나 그 숫자 대부분이 제주도에 몰려 있다. 전국적으로 한 때 2만명이 넘는 해녀들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돼 있다. 맨몸으로 잠수하는 나잠업의 역사는 거슬러가면 매우 오래됐다. 인류의 등장과 함께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으나 삼국지 한조(韓條)에 의하면 마한시대에도 이미 잠수어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에는 나잠업에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종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농업 웅도지만 경북은 제주도 다음으로 해녀가 많다. 경북도 조사에 의하면 1천300여 명의 해녀가 아직도 동해안 중심으로 수중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종사자의 64%가 40년 이상 나잠어업에 종사한 것으로 나타나 고령화 등으로 그 수는 앞으로 갈수록 줄 것이 예상된다.2016년 유네스코는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나잠업이 수천년의 세월이 흘러 현대에까지 이어져 온 인류문화적 가치를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다.경북의 나잠어업도 해녀 수의 감소와 더불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노령화와 소득 감소, 시대흐름 등으로 불가피한 현상이나 아쉬움이 남는 문화유산의 퇴조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1-31

충격적인 난방비 청구서 온다니 걱정

심충택 논설위원 역대급 겨울한파로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난방비 충격에 휩싸여 있다. 문제는 국제적인 천연가스 수요공급이 정상적으로 복원되지 않는 한 난방비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난방비 폭탄의 주요 원인은 도시가스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부족 때문이다.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유럽으로 통하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근 이후 LNG 국제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러시아가 밸브를 열지 않는 한 지구촌 난방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계속 커지게 돼 있다.그동안 유럽 각국은 전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20%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LNG를 구입해 사용해 왔다. 혹독한 겨울추위를 넘기려면 그동안 러시아에서 사들였던 천연가스를 다른 나라로부터 구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니 당연히 가격이 치솟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시장의 천연가스 가격은 평균 5배 올랐다. 우리나라도 매월 다르긴 하지만, 지난해 평균 5배 정도 올랐다. 천연가스 가격이 35배 오른 적도 있었다고 한다.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니 이를 연료로 하는 난방(도시가스)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유럽은 난방비가 평균 5배 올랐다. 독일 같은 경우에는 무려 8배 올랐다고 한다. 일본도 2배 정도 상승했다. 천연가스 전량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난해 유럽국가들보다는 낮지만 난방용 요금이 38%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서 그동안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기 때문에 포퓰리즘 청구서가 한꺼번에 날아든 것이다.한국가스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민수용(주택용) LNG 미수금이 9조원까지 불어났다고 한다. 연내에 미수금을 해소하려면 가스요금을 현재의 약 3배까지 올려야 하는 모양이다. 설상가상 가스공사가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한 올 1분기(1~3월)가 지나면 미수금이 석달동안만 5조 이상 더 늘어난다고 한다. 가스공사가 발표하는 미수금은 국가부채이며, 국민이 내야 할 돈이다. 가스공사는 현재 회사채를 발행해 LNG를 사오고 있는데, 곧 회사채 발행액도 한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가 LNG 구입청구서를 국민에게 보내지 않으면, 조만간 가스원료를 못 사오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결론적으로, 가스공사가 부도를 면하려면 난방비 인상은 불가피하다. 가스공사측에 따르면 도시가스 원료비 미수금을 회수하려면 오는 4월부터 현재 요금의 3배 수준인 메가줄(MJ)당 39원을 인상해야 한다. 지난해 주택용 가스요금 인상분의 약 7배다.가스공사가 물가 부담을 감안해 4~5년에 걸쳐 단계적 요금인상을 한다고 해도 연말로 갈수록 가스비 부담은 심해진다.부존 에너지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난방비를 줄이려면 에너지를 절약하며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국가가 난방요금을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지금처럼 에너지를 물쓰듯하면 결국은 국민에게 감당못할 청구서가 날아오게 돼 있다.

2023-01-31

포항시의 ‘행정집중력’ 큰 성과로 이어지길

이강덕 포항시장이 포항의 미래가 걸린 주요현안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새해초부터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 시장은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산자부 1·2차관과 기재부 2차관,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을 차례로 만나 지역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포항시의 올 최대현안은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이다. 현재 많은 지자체가 특화단지 지정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정부는 올 상반기 중 공모결과를 발표한다. 포항시는 지난해 11월 ‘이차전지 산학연관 혁신 거버넌스’를 출범시켜 공모에 대비해 왔다. 이 시장은 이날 산자부 차관들을 만나 포항시가 물동량을 바로 수출입할 수 있는 영일만 신항이 있다는 점, 그리고 우수한 연구기관(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 포항과학산업연구원, 포항가속기연구소)·연구개발 인프라(포스텍, 한동대)를 갖췄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현재 포항지역 입주기업 직원들의 교육·사회·문화·환경적 정주여건을 최고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포항시는 이와함께 정부가 추진중인 ‘기회발전특구’에 포항을 반드시 포함시키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도 특구 지정을 의식해 산자부 차관들에게 포항이 광역 교통망, 산업단지, RD 인프라 등을 갖춘 최적지임을 상세하게 설명했다.이 시장은 기재부와 국토부를 방문해선 △영일만대교 총사업비 변경 승인과 추가 설계비 반영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구축 △호미반도 국가해양정원 조성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을 건의했다. 포항시의 행정스타일 중 눈에 띄는 부분은 현안해결을 위한 속도전이다. 시장이 새해벽두부터 정부부처를 찾아다니며 현안을 설명하고 지원을 당부하는 한편, 이달 중에는 보고회를 통해 내년도 국비 확보에 나서는 것은 놀라운 행정집중력이다. 포항시 공직자들의 우수한 기획력과 발빠른 행보가 큰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2023-01-31

신규사업 승인보류 카드 꺼낸 대구 주택시장

대구시가 대구지역의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주택건설 사업계획의 승인을 전면 보류키로 결정했다. 최악으로 치닫는 대구지역 부동산 경기를 떠받들기 위한 시당국의 고육지책으로 보이나 시장 상황을 호전시킬지는 알 수 없다.대구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 물량 증가와 거래 단절 등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악화일로의 길을 걸어왔다. 작년 12월 현재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1만3천445가구에 이른다. 전국 미분양 물량의 20% 수준이다. 시도별로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게다가 올해 입주 예정물량만 3만6천여 가구에 달한다. 이런 부담 때문에 주택시장의 침체가 더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대구시가 신규사업에 대해 승인을 보류키로 한 것은 공급 물량을 조절함으로써 미분양 주택의 소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일종의 극약처방을 한 셈이다. 그만큼 대구지역의 주택시장 사정이 나쁘다는 반증이다. 시는 사업승인 보류와 함께 이미 승인된 사업에 대해서도 분양 시기를 조절, 후분양을 유도하고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것을 사업주 측에 요청키로 했다고 한다. 주택정책의 결정권이 중앙정부에 있어 대구시로서는 취할 수 있는 조치가 한계가 있다. 이번 신규사업 승인보류 조치로 미분양 물량을 더 이상 양산하지 않는 효과는 있으나 주택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정부가 지난 3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규제지역과 각종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이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인다. 주택가격 폭락과 전세가격이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전세기간이 끝나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까지 겹쳐 시장이 혼란스럽다.최근 대구에서는 아파트 분양보증 사고까지 발생해 주택업계의 자금난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구시의 신규사업 승인보류만으로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 주택건설 경기가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주택경기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게 정부의 주도면밀한 대응이 지금 있어야 한다.

2023-01-31

타인에 대한 환상

사실 나는 유행하는 드라마는 꼭 그 시기를 놓쳐서 보게 된다. 괜히 호들갑 떨기는 싫고, 그렇다고 재밌다는 데 안보기도 그렇다보니 꼭 시기를 한참 놓쳐서 보게 된다. 물론 프리랜서라는 직업 탓에 제 시간을 맞추는 게 어려워서 그런 탓도 있지만, 괜히 덩달아 사람들의 유행에 합류하기도 싫고, 그렇게 덩달아 보기시작하면 꼭 “이번 주 xx화 봤어?! 대박!”이라며 공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봤어! 완전 대박!” 하면서 같이 호들갑 떨어주는 게 서툴러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그래도 재밌는 걸 놓치긴 싫어서, 비수기 때면 나는 종종 여러 시즌짜리 드라마도 하루 종일 틀어놓곤 한다. 강의도 없고 나갈 일도 없이 집에서 일하는 날이면 그냥 하릴 없이 드라마를 켜놓고는 그 앞에 노트북이며 담요며 커피며 생강차며 과자며 사탕이며 온갖 것들을 부려놓곤 일도 하고 빨래도 개고 괜히 먼지도 닦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이번 방학엔 ‘나의 아저씨’를 하루에 한 편 정도씩 아껴가며 보고 있다. 처음엔 그냥 생각 없이 틀어놓고 있다. 보다보니 묘하게 이선균과 아이유 양쪽 모두에 공감을 하며 보게 되었다. 어렸을 적 빚쟁이에 시달려본 기억이라거나(이건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모르는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마저도 이유도 없이 무서워하거나 증오하게 되는 경험이란), 혹은 한 가족의 아들이자 가장이 견뎌야 하는 마음의 무게라거나.이제 방영한지도 오래인 드라마라 조금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나는 이 드라마가 생각보다 깊고 어두워 조금 놀랐었다. 다른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철없는 척을 통해 감당하고 겪어내고, 때로는 이겨냈던 것과 달리 주인공인 두 남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왔다는 점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쩌면 다른 인물들의 철없어 보이는 모습이, 두 사람을 더 극단적인 성격으로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표면적으로 보기엔 사회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면의 구조는 동일해 보였다고나 할까.인상적이었던 건 두 사람의 모습 뿐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을 향한 타인의 시선과 말들도 다른 의미로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너는 항상 속 깊고 타인을 위하며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래야지’라는 타인의 무의식적인 기대도, ‘너는 원래부터 질도 안 좋고 태도도 불량하니 앞으로도 그렇겠지’라는 타인의 태도도, 겉보기엔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너는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그래야한다’라는 압력처럼 느껴졌다. 그런 타인의 태도마저도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삶의 일부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두 사람이기에, 그토록 서로의 속내를 깊게 알아차리며 서로에 대해 알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건 아니었을까. 누군가에겐 조금 개연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는 두 사람의 관계겠지만, 아마 나처럼 느낀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하지만 조금 슬픈 건, 두 사람이 깊고 너른 행복을 맞이하지는 못하리라는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아직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못해 속단할 수는 없는 이야기겠지만, 왠지 두 사람이 끝내 마주하게 될 엔딩이라는 건 기껏해야 평범한 삶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여전히 특별하고 각별해 보이는 건, 둘 모두 타인이 자신을 구원해주리라는 환상 없이 서로를 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의 기분을,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의 색채를 바꿔줄 수 있으리라고. 하지만 그 생각이 서로를 향해 드러나는 순간, 기대는 압박으로 바뀌고 관계는 비틀리기 시작한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러니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정말로 필요한 건, 누군가 나의 삶을 뒤바꿔 주리라는 환상을 가로지르는 것이 아닐까.드라마를 통해 사람을, 인생을 배운다는 게 좀 허황되게 느껴지긴 하지만, 적어도 그것만으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한결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종종 우리의 다툼과 불화란,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나의 너무 높은 기대 탓에 일어나기도 하는 법이니까. 누군가 보기엔 두 사람이 타인에 대한 기대 없이 메마른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메마름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배려를 위한 가장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그래서 나는 아직 이 드라마의 끝을 알지 못하지만, 그런 두 사람이기에 적어도 서로를 원망하게 되거나 파국을 맞이하게 되거나 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물론 이건 드라마니까,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겠다. 작가도 사람일 테니 나도 기대를 좀 내려놔야지.

2023-01-31

‘힘내’ 보다는 ‘힘 빼’

설 연휴가 지나고 남은 건 2023년이 시작되었다는 자각이다. 이젠 꼼짝없이 새로운 해를 온몸으로 맞이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도 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할머니의 깊어진 주름을 보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촌 동생의 근심 어린 얼굴을 마주하면서, 비로소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누군가가 봤을 때 나 역시도 어느 부분이 훌쩍 지나있겠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어떤 변명도 불필요해진다. 2월의 문턱 앞에서 나는 방향감각을 상실한 사람처럼 서 있다.정말이지 작년은 바빴고 나 자신을 살피기는커녕 방치와 학대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었다.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지난 몇 년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가득 차 있었다. 동시에 삶을 제대로 운용하고 싶었다. 글을 쓰고 일을 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탐닉하려는 마음으로 경주마처럼 뛰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일에도 쉽게 지쳤고 가까운 사람들의 반가운 인사에도 다정하게 대답하지 못했다.힘들다는 핑계로 눈앞에 놓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못마땅했다. 다른 것보다 마감 날짜를 넘기는 일이 가장 싫었다. 소설을 쓸 시간이 도무지 나지 않아 새벽에 기상해 컴퓨터를 켰고 퇴근 이후에는 쓰러지듯 잠들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책상 앞에 앉았다. 머리카락은 늘 부스스했고 실핏줄이 다 터진 눈으로 하루를 살아냈다. 위경련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은 응급실 문을 두드리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그건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물론 무언가를 탓한다면 탓할 수야 있겠지만 그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아니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버거웠다기보다는 더 이상 감당하고 싶지 않아진 것에 가까웠다. 어떠한 압박과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주변에 떠도는 무수한 언어를 곡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만끽하고 싶었다.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생각한다. 온몸이 경직되어 있다고. 불필요한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고. 그러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힘을 빼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습작생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힘 빼’라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비문을 조심하라는 말이나 소설의 구성을 살펴보라는 등의 구체적인 조언이었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힘을 빼라는 말은 추상적이고 모호했으며 은근히 기분 나쁘기까지 했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 소설을 쓰는 나를 응원하며 ‘힘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실질적인 조언이었다. 뭔가를 많이 바랄수록, 어떤 일에서 잘하려고 할수록, 글에도 삶에도 계속해서 힘이 들어갔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억지스럽게 손을 움직이고, 있는 힘껏 세상을 정의 내리려 하면 글도 삶도 이상한 방식으로 무너지는 것이었다.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쓸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아무런 의도도 갖지 않고 찍는 마침표도 존재할까. 나는 뭔가를 간절히 바랐기에 더욱 애를 썼다. 이제 그것은 작년의 나로 남겨두기로 한다. 절대 무의미한 몸짓이 아니었다. 숨이 턱까지 차도록 맘껏 달려봤으니 오히려 개운하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힘을 빼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수영장에서 그렇다. 발이 닿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 몸은 무거워진다. 팔다리를 허우적댈수록 더욱 가라앉을 뿐이다. 온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숨을 쉬다 보면 신기하게도 몸은 물 위로 둥둥 뜨기 마련이다.요가 동작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몸을 억지로 구부리거나 힘을 주어 어떤 자세를 만들려고 하면 자칫하다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반복하면서 힘을 빼면 자연스럽게 중력의 무게가 느껴지면서 자세가 만들어지는 것이 느껴진다.‘힘내’라는 말보다 ‘힘 빼’라는 말이 듣고 싶은 새해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건 힘을 주고 태어나 힘을 빼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초조한 마음으로 동동거리면 무자비하게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이젠 알고 있으므로. 거대한 배를 만들어야만 세상이라는 큰 바다를 항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맨몸으로도 얼마든지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다. 나만의 속도로 파도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유영하는 때가 오리라고 믿는다. 그것이 언제가 됐든 기쁘게 기다릴 작정이다.

2023-01-31

경주·안동·울진, 국가산단 유치에 명운 걸렸다

정부의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발표를 앞두고 경북도와 해당 시·군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새로운 국가산단은 국토부의 전문가 평가와 심의를 거쳐 다음달 중순 10개 안팎 선정해서 발표한다. 경북도는 지난해 10월 경주 SMR(소형모듈원자로)·울진 원자력수소·안동 바이오생명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국가산단 유치 신청을 했다. 지난 27일에는 국토부가 사업성을 높일 방안을 보충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경북개발공사의 사업시행자 참여, 미분양 해소 대책, 지자체 지원계획 등을 담은 보완자료도 냈다. 경주시 감포읍 일원에 국내 SMR 연구개발의 요람이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경북도와 경주시는 새해들어 SMR 산단 유치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경주에는 이미 원전관련 산·학·연 기관들이 집적돼 있기 때문에 SMR 산단이 조성될 경우 기술개발과 건설, 운영, 해체에 이르기까지 원전 전주기를 갖추게 된다.안동시는 풍산읍 일원에 2029년까지 바이오생명 국가산단을 조성해 바이오·백신 산업 거점도시로 자립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안동시가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백신산업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울진군은 원자력발전소 집적지라는 점을 앞세워 원자력·수소 산단 유치에 전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울진군은 죽변면 후정리 한울원자력발전소 인근 부지에 2030년까지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을 조성할 계획이다. 울진에서는 현재 한울원자력발전소에서 원전 6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한울 원전 2기(1·2호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 건설이 중단됐던 신한울 원전 3·4호기도 2024년 착공을 목표로 재추진 중이다. 신규 국가산단 유치에는 현재 전국 10개 시·도가 19개의 후보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국가산단을 유치할 경우 광역교통망 확충과 인구 유입, 일자리 창출로 인구소멸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만큼, 해당 지자체들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북도와 해당 시·군은 정부의 현장실사를 비롯한 종합평가에 철저히 대비해 지역 백년대계 차원에서 꼭 국가산단을 유치하길 바란다.

2023-01-30

‘늘봄학교’

홍석봉 대구지사장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가정에서 초등 저학년 아동 돌봄은 큰 부담이다. 이런 가정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늘봄학교’가 생겼다. 경북교육청은 올해 초등학교 40여 교를 늘봄학교로 운영한다. 늘봄학교는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초교 1학년 입학 직후 조기 하교로 인해 생기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학교 적응력을 높여주기 위한 방안에서 마련됐다.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줄여주고 공교육 출발 시기의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늘봄학교는 정규 수업 시간 이전인 아침 이른 시간부터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저녁 8시까지, 그리고 필요한 시간과 주말에 초등 저학년들을 돌봐주는 것이다.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200여 학교가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경북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반영해 맞춤형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지역 단위 총괄 관리 운영 체제를 구축해 단위 학교와 교원의 업무를 경감하는 방향으로 늘봄학교를 추진키로 했다.이를 위해 초등 1학년 교육돌봄 집중 지원과 미래형 맞춤형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저녁돌봄 단계적 확대, 석·간식 및 프로그램 제공, 안전 관리 강화, 지역사회 연계 협력 강화 등 세부 계획을 마련 중이다.늘봄학교는 공교육이 보육 공백을 메워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인력과 공간 등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3월 시행에는 인력과 시설 확충 등 기본적인 준비가 덜 됐다. 형식은 돌봄교실이지만 사실상 방과 후 학습량이 늘어나고 교사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로 늘봄학교의 조기 정착을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1-30

한·일 지자체장 만남, 지방 외교시대 열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27일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 전국지사회 회장 면담과 경북농식품수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교민회 참석 등 지방정부 차원의 외교활동을 벌였다. 지역소재 지자체장이 지역특산물 활로개척 등 경제적 이유로 외교 활동을 벌이는 경우는 자주 있으나 수도권 집중화, 고령화 등 지방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외교적 행보는 드물다. 특히 외교적으로 민감한 일본의 지자체장을 만나 지방화 시대와 관련한 문제의 해법을 함께 모색기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이 지사는 일본 전국지사회장인 히라이 신지 도토리현 지사와 만나 2017년 부산에서 연 제6회 행사를 끝으로 중단된 ‘한일지사회’를 올 하반기 중 재개키로 합의했다. 이 지사는 시도지사협의회가 구상하고 있는 지방분권과 지방시대에 대해 설명하고, 한일지역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일지사회는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지방일자리, 교육 등 지방도시가 겪는 시대적 문제를 양국 지자체장들이 머리를 맞대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지방소멸과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를 겪은 바 있어 우리가 벤치마킹할 부분도 있다. 이와 관련, 양국 사무총장이 참여하는 실무팀까지 꾸리기로 했으니 향후 한일단체장 모임에 관심이 쏠린다.이 지사는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지방분권 실현과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주장을 자주 해왔다. 한일 지자체장의 만남을 성사시킨 것도 지방시대 개막에 대한 그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 짐작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전에서 열린 ‘세계 지방정부연합총회’에서 “지방정부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며 “정부는 지방정부가 국제무대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지방화 시대를 앞당기고 지방정부 역할 증대를 위해선 글로벌 시대에 맞는 지방정부의 외교적 역량도 확대돼야 한다. 그것이 명실상부한 지방정부의 모습이다.

2023-01-30

당심·윤심·민심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당권에 도전한 후보들이 벌이는 ‘윤심 경쟁’은 꼴불견이다.공정해야 할 선거가 당 지도부의 경선규칙 변경, 윤핵관의 편 가르기, 대통령실의 개입 등으로 매우 혼탁해졌다. ‘당심’과 ‘윤심’이 과연 ‘민심’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민주정치는 정당정치이기 때문에 정당민주주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당민주주의의 핵심은 자율성·객관성·공정성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스스로 정당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민심1위 후보’의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 경선규칙을 변경하는가 하면, ‘당심1위 후보’를 조직적으로 비판·모욕·겁박함으로써 결국 출마를 포기시켰다. 이러한 반민주적 행태는 ‘윤심1위 후보’의 당선을 위한 것이고, 그 배후에는 윤핵관과 대통령실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언행이 일치되지 않는 지도자를 믿을 수 있겠는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고 한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성할 당대표를 원한다면 자기모순이다.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은 친윤·비윤·반윤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존중되어야 한다.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해서 정당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권위주의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당심이 윤심과 일치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공당의 사당화’일 뿐이다.국민의힘 청년당원 김우영은 “윤심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투표나 하라)식의 전당대회는 국민에게 실망을 줄 뿐”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민심’이 돌아선다면 ‘윤심’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집권당 대표는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 양자 관계는 정치상황에 따라 상호보완적일수도 있고 경쟁적일수도 있지만, 당대표가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수직적 관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당이 대통령실의 출장소로 전락하면 정당정치는 본래적 기능을 할 수 없다. 여당대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동시에, 민심을 대통령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가교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당대표의 독립성과 정치적 균형감이 중요한 까닭이다.국가통합의 상징인 대통령이 분열의 중심에 있어서는 안 된다. 윤심을 얻으려는 후보들이 ‘윤심 팔이’를 하더라도 대통령은 “어떤 후보에게도 윤심은 없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집권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윤심 바라기’가 아니라 당과 국가의 미래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 자신이 정당민주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대표경선과정이 민주적이라고 강변한다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윤심이 공정과 상식을 잃으면 민심은 외면하고 정권은 위기를 맞게 된다.윤심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으로 선출된 대표가 지휘하게 될 내년 총선은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총선의 승패는 ‘윤심이 아니라 민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당권에 도전한 후보들은 물론, 대통령과 당원들도 ‘민심의 엄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기 바란다.

2023-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