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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배신한 ‘네 탓’ 정치

등록일 2023-09-11 18:32 게재일 2023-09-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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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권력의 행사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기 때문이다.‘내 탓’은 없고 ‘네 탓’만 하는 정치는 책임회피이며, 권력을 위임한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권력을 감당할 인격도 능력도 없는 정치인들의 유체이탈 행태가 가소롭다.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실패로 끝나자 그 책임을 둘러싼 네 탓 공방은 가관이었다. 전 정부와 현 정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모두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여당은 전 정부와 전북도에, 그리고 야당은 정부여당의 비판에 집중했다.

심지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고 마치 남 얘기하듯 현 정부를 비판했다.

국제적 망신을 사고서도 반성은커녕 ‘네 탓 타령’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의 행태가 한심하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네 탓 공방은 결국 고속도로 추진을 중단시켰고,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에서는 행안부·경찰·소방·서울시·용산구청 등이 서로 네 탓을 하면서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또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소재를 두고서도 충북도·청주시·흥덕구청·경찰·소방이 낯 뜨거운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이처럼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네 탓”이라는 책임회피 심리를 그린월드(A. Greenwald)는 ‘베네펙턴스(beneffectance) 현상’이라고 했다.

성공에 대한 자신의 공로는 과대평가하는 반면, 실패에 대한 자기 책임은 과소평가하는 성향이다. 이는 자기기만의 ‘이기주의적 편향성’으로서 잘못의 원인을 남에게 찾아서 ‘핑계 만들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핑계를 통한 자기합리화는 제3자의 객관적 입장에서 볼 때 책임회피 및 책임전가일 뿐이다.

특히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의 ‘네 탓 타령’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최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윤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1 더하기 1은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야당과 언론이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 했다.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 야당 탓, 언론 탓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하는 국민은 서글프다. 야당과 언론의 역할이 정부여당의 견제와 비판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말인가? 비판을 비난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네 탓’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잘했다면 왜 정권이 교체되었는가? 남 탓하며 책임을 회피해왔으니 내 탓이 무엇인지를 알 리가 없었다. 민주당은 남 탓하기에 앞서 현재 수사 받고 있는 각종 비리와 의혹에 대한 자기반성이 먼저다.

소크라테스(Socrates)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다. 집행권력과 입법권력을 나눠가진 여야 정치인들이 특히 명심해야 할 말이다. 정부든 국회든 권력을 가진 쪽에서 먼저 성찰하고 반성할 때 비로소 정치가 정상화될 수 있다. 이것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책임정치의 정신이요, 정치지도자가 가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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