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철옹성의 신음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어느새 가을이다. 들판의 곡식이 익어가고 열매가 영글어 가는 9월이 가고 있지만, 월초에 들이닥친 태풍 힌남노로 인한 상흔과 시름은 깊기만 하다. 삶의 터전이 하루 아침에 물에 잠기고 생계 현장이 송두리째 초토화된 현실은 비애의 갈퀴 마냥 서럽기만 한데, 피해복구와 재난수습은 막막해 암담하다. 문명은 발달해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다지만, 부지불식 간에 엄습하는 자연재난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때가 허다하니 좀더 주의와 경계, 신중하고 치밀한 대응과 중장기적인 풍수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사시사철 하얀 목화송이 같은 증기를 피우며 거친 숨을 내쉬던 포항제철소가 수해의 몸살을 앓고 있다. 태풍이 몰고온 폭우로 오천읍 지역을 관류하는 냉천이 범람하면서 인접한 제품생산 공장이 순식간에 침수되어 조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로 한없이 신음하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 같이 조업 개시 49년간 한번도 멈춘적 없는 철옹성 같은 제철소가 수마의 손아귀에 휩싸여 여지없이 주저앉다니, 참으로 어이없고 불가항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형산강 너머 밤이면 오색영롱한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며 지역과 나라의 희망을 밝게 비추던 제철소가 한동안 암흑천지로 돌변했으니, 이 어찌 억장이 무너지고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랴.“미래의 꿈을 위해/모랫벌에 혼을 심었던 우리/모진 바람 불어도/거친 파도가 쳐도/신새벽 雄飛의 빛살로/도약의 비전/원대한 꿈을 키워온/도전자 아니었던가//….혼신의 몸부림/껍질 벗기는 아픔이 있었기에/제철소는 사시사철/하얀 목화송이를 피워대질 않는가!//靑春의 산맥을 넘으면서/영일만 신화를 창조했고/壯年의 강을 건너면서/바야흐로/변화와 혁신의 물꼬 트는 포항제철소!” -拙詩 ‘포항제철소장 헌정시’중포항제철소의 냉천범람 피해는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고 극심하다. 노도(怒濤) 같은 황토물이 비좁아진 냉천교 교각 사이를 원활하게 흘러가지 못하고 제방을 넘어 시내 쪽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 동해안로와 오천지역으로 연결되는 해병로를 따라 거센 물길이 생기면서, 그 주변이 설마 하던 홍수로 대부분이 잠겨버렸다. 특히 제철소 압연라인의 특성상 단층건물과 지하설비가 많은 걸 감안하면, 사람 키 높이 이상 물밀지듯 속속들이 파고드는 물살로 공장전역은 무참히 뻘물로 찰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전무후무한 참사에 포스코는 창사 이래 크나큰 위기에 처해 있다.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듯이 아무리 어려운 일에 부닥쳐도 살아나갈 희망이 있다. 재앙을 당하면 서로 도와주듯이(患難相恤) 포스코의 선제적이고 발 빠른 수해복구 대처와 임직원들의 전력투구에 민관군의 손길이 더해지니, 복구작업에도 한결 속도가 붙는 듯하다. 지역사회를 위해 베풂과 나눔을 실천하던 회사가 공전의 수난과 곤경에 처하자 포항은 물론 멀리 광양에서까지 자매마을과 자생단체들의 도움과 물품지원이 답지하고 있어서 아름답고 고맙게만 여겨진다. 하루 빨리 포항제철소의 침울한 신음이 환한 웃음으로 피어나길 학망해본다.

2022-09-26

윤 대통령은 주제를 좀 파악하라

김진국 고문 얼마 전 인터넷에 “임영웅, 주제 파악해줘”라는 글이 올랐다. 임영웅 씨의 안티팬이 악성 댓글을 올렸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임 씨가 1만석 규모인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했는데, 입장권 구하느라 전쟁을 치른 팬들이 아우성친 것이다. 이제 무명 가수가 아니라 10만명을 수용하는 올림픽 주 경기장이 어울리는 인기 가수라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말이다.윤석열 대통령도 임영웅처럼 ‘주제 파악’을 좀 해야 한다. 그는 이제 검사가 아니다. 친구들과 막걸릿집에 잡담하고, 말실수가 소탈해 보이던 시절은 끝났다. 좋은 남편, 인정 많은 친구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다. 어제의 윤석열과 오늘의 윤석열은 달라야 한다.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서면서 뱉은 말로 시끄럽다. MBC가 22일 윤 대통령이 ‘이××’ ‘쪽팔려서’라고 비속어를 쓰는 영상을 공개했다. 같은 영상인데 들은 말은 조금씩 다르다. 1차 보도한 MBC와 민주당은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한국)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믄’(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는 것이다.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만났다. 에이즈·결핵·말라리아의 예방과 치료 재원을 조성하는 협력기구다. 미국은 전체 목표액의 3분의 1인 6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고, 한국은 1억 달러를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웃으며 대화한 직후 바이든을 조롱하는 말을 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더군다나 절대다수 야당이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의 중인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라는 말은 한 것 같다.바이든을 겨냥한 말이라면 이런 외교적 결례가 없다. 미국 정부는 한미동맹이 튼튼하다는 말로 비껴갔지만, 욕설을 들은 당사자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한국 대통령실이 아니라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부득부득 우기며 사서 욕을 먹으려 하지는 않을 거다. 우리도 외교 문제로 번지는 건 막아야 한다.사실 여부를 떠나 윤 대통령은 언행을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사석이라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손짓, 눈짓 하나까지 주목받는다. 국민의힘에서 문자 파문이 계속되는 걸 봐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기를 겨냥해 ‘이××, 저××’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런 표현을 남자답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건 건달문화다. 더군다나 대통령이라는 자리에는 너무 안 어울린다.윤 대통령은 ‘주제’를 파악해야 한다. ‘변변하지 못한 처지’를 말하는 ‘주제’가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그렇지만 임영웅 씨에게 재미있게 비틀어 쓴 표현대로 자신의 처지에 맞은 언행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국가의 대표로서 그 품격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말만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대통령에 앉고도 범부 시절 고치 안에 갇혀 있어선 곤란하다. 가정집 실내 공사하던 경험으로 국가사업에 아는 척 끼어들 일이 아니다. 가까운 친구들과 의기투합하던 시절처럼 의리에 기대 인사해서도 안 된다.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게 맡긴 것”을 이유로 들었다. 자신도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두고, 저는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국민과 소통하고 아젠다만 챙기겠다”라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머리는 빌리면 된다”라고 말했다. 바보라서 빌리는 게 아니라 국정은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설픈 지식은 독이 된다.윤 대통령은 보고받을 때 듣기보다 말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한다. 분수에 맞게 눈과 언행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주변 관리와 조직도 습관의 틀을 깨고 다시 볼 때가 됐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본사 고문

2022-09-25

‘RE100’ 지원이 기업유치의 필수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지난 6월 지방선거에 나온 대부분 후보들의 공통된 제1공약은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가 최근 A 광역시에 가서 탄소중립 특강을 한 뒤 경제 부시장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 부시장이 말하기를,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협의를 마친 뒤 마지막 단계에서 그 기업이 “한국의 그 도시에 가면 RE100은 해 줍니까”라고 해서 공장 유치 계획이 마지막에 무산되었다고 한다.이제 공장을 유치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로, 전기, 상하수도 시설이 잘 정비된 싼 공단 부지만 제공해서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RE100까지 지원해야지 기업하기 좋은 도시의 조건이 되고 기업이 올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는 것이다.최근 미국에서 600조 원의 인플레 감축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그중 468조 원이 기후대응 즉 태양광, 풍력 발전에 대한 투자와 송배전망 구축, 전기 충전소 투자, 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인데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고 난리가 난 상황이다. 미국에서 하나의 완결된 미래형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468조를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100% 생산해서 완벽한 새로운 전력망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물류도 전기차로 담당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세상이 다가왔다.RE100을 국가 간의 규제로 인식해선 안된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공장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다국적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이다. 기업과 국제단체가 주도한 자발적인 세계적 기후대응 협약이다.2022년 2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구글, 애플, 이케아 등 349곳의 다국적 기업이 RE100에 가입하였으며, 한국도 SK그룹 계열사와 LG에너지솔루션, 고려아연 등 14개 기업이 가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9월에 들어서야 가입을 선언했다. 지난해 중국, 유럽, 미국에서 삼성전자는 RE100을 달성하였으나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를 2.7% 조달하는데 그쳤다. 이유는 태양광, 풍력을 설치할 땅이 없어서이다. 온갖 규제에 막혀 어디에도 마땅히 태양광·풍력을 설치할 부지가 없다는 것이다.태양광 설치에 관한 지자체(시·군)의 조례를 보면, 마을에서 300~500m 이상 떨어져야 하고, 군도 이상의 도로에서 또 300~500m, 심지어 1km 이상 떨어져서 설치해야 한다는 시·군도 있다. 거기다가 상수도 보호구역은 안된다는 환경부 규제까지 있어서 태양광이 자꾸 산으로, 저수지로 가고 있는 것이다.가장 깨끗하고 앞으로 지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우리나라에서는 ‘혐오시설’ 취급을 당하면서 산으로 가는데 기업이 어떻게 RE100 달성을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OECD 38개국 중 38등으로 지난해 기준 7.2%다. OECD 평균은 31%다. 우리가 후진국 취급하는 중국은 28% 이상, 우리와 기후여건이 비슷한 일본도 20%를 달성했다. 468조를 들여 미래형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고 야단인 미국은 22% 수준이다.EU는 내년부터 3년간 계도 기간을 거친 뒤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CBAM이 시행되면 EU에서는 탄소세가 t 당 10~11만 원이고, 한국은 3만 원이므로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알루미늄 제품들은 7~8만 원의 탄소세를 더 부담하게 되어 이제 EU에 팔지 말라는 말과 같다. 미국도 같은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우리나라는 무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나 되는데 수출국 2·3위에 해당하는 EU와 미국에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알루미늄 제품을 팔지 않고 경제가 돌아가겠는가.이제 기업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RE100을 지원해 주어야 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정부 시민이 똘똘 뭉쳐 RE100이 갖춰진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RE100 달성을 위해서 우리나라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공장과 기업이 신재생에너지로 100% 가동될 만큼 신재생에너지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태양광 발전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해답이다. 우리 국토의 3.5~4%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2050년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70~75%를 재생에너지로 담당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우리나라는 농지가 국토의 18%이다. 태양이 가장 잘 비치는 곳에 논·밭이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주곡인 쌀은 남아돌지만 그 외 모든 곡물은 95% 이상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기계화된 영농을 통해 쌀농사를 지을 수 없는 모든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도록 법과 제도를 바꿀 경우 충분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그리고 산업단지 주변의 모든 농지는 우선적으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서 공장과 기업의 RE100 달성이 손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2022-09-25

대학 재정의 딜레마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수시모집을 시작으로 다시 새로운 대학입시의 시즌이 돌아왔다. 이제 새내기들은 입시가 끝나면 자기가 선택한 대학에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그런데 대학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받지 않는 대학이 있다고 국회에서 의원들이 호통을 친다는 소식이 들린다.신용카드 등록금 납부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작년 2학기 7만630건에서 올해 1학기 6만3천106건으로 감소했고, 올해 2학기에는 6만497건으로 더 떨어졌다고 한다.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대학들이 현금 수납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카드사와 제휴를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했다고 한다.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지금 대학들이 카드수수료를 걱정할 정도로 재정에 쪼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대학재정 문제를 탁상공론으로 다룰 상황이 아니다. 대학 등록금은 투표를 의식하는 정치적인 이유로 10년 넘게 동결되어 왔다. 이 기간 동안 당연히 물가는 올랐고 등록금이 동결된 대학들, 특히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대학들은 지금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교직원 임금을 미루고 있는 대학도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대학생들의 높은 학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든든학자금 대출제도와 국가장학금 제도가 2010년과 2011년에 도입되었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경우 정부의 학자금 지원이 학생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등록금에 대한 규제가 함께 도입되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 투자는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한다.행정적 정치적 이유로 동결된 등록금은 대학의 목을 죄여오고 있다.그런데 이런 와중에 진보성향의 한 언론은 사립대 적립금이 많은데 돈을 풀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올해 2월 기준 전국 4년제 사립대의 적립금이 8조1천43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천억원 가까이 늘었다는 주장이다.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의 길을 터주길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우선 대학들은 쌓인 적립금 활용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터무니 없는 지적이다.4년제 사립대 151곳 가운데 적립금을 1천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대학은 20개교, 100억 이상의 적립금을 가진 대학은 84개교라고 한다. 포스텍은 주가가 좋았던 시절 기금 2조원으로 한국에서 단연 1위였던 시절이 있었다. 여전히 한국 1위라고 하지만 지금은 그 반이하로 줄어들었다.진보 언론이 지적한 이러한 한국대학의 기금은 서구의 대학들 특히 미국대학들에 비하면 정말 초라할 정도이다.오늘날 세계를 이끄는 대학들 중 미국의 사립대학들은 모두 수십조원 단위의 발전기금을 가지고 있다. 동부 하버드, 예일, MIT의 발전기금은 60∼70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프린스톤과 서부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도 50조원의 기금을 확보 하고 있다. 기금 2조 이상인 대학은 50여개가 된다. 기금에 의한 대학운영비 투자도 한국과는 천지 차이이다. 한국의 사립대들은 기금에서 불과 몇억 많아야 몇십억 정도의 지원을 받는다, 대학 전체 예산의 퍼센티지로 불과 한자리 숫자에 불과하다.포스텍이 수백억으로 예산의 10∼20퍼센트 정도를 기금에서 지원 받는 건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이러한 퍼센티지도 미국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미국 발전기금 상위 5개 대학 예산의 발전기금의 기여도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하버드가 20억 달러로 39%, 예일이 15억 달러로 35%, , 프린스턴이 14억 달러로 62%, MIT가 8억 달러로 30% 라고 한다.돈의 액수도 크지만 기여도도 대부분 30%를 넘는다. 심지어 60% 가 넘는 대학도 있다.미 사립대 발전기금 10년 평균 수익률 12%이고 이들 사립대학들은 매년 발전기금의 5% 정도를 대학 예산으로 쓴다고 한다. 물가상승률이 3%라고 가정하면 발전기금의 수익률이 최소 연 8%는 되어야 원금을 까먹지 않고 키울 수 있는데 이를 12% 수익률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대학 발전기금 운영을 최적으로 운영하면서 고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학의 수준은 발전기금 규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철저하게 믿고 있고 실제로 미국대학의 랭킹은 발전기금 규모와 비례한다.우리나라가 미국에 있는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정적으로 미국 선도 대학 같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금액도 중요하지만 기여도의 증가도 중요하다.한국대학의 재정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등록금은 동결되고 기금은 적은데도 기금이 많다고 그걸 풀지 않는다고 비판하면 기금의 원금을 까먹어야 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그나마 연구비로 버텨야 하는데 주요대학을 제외하면 그것도 쉽지 않다.대학 재정의 딜레마. 언제까지 정부는 이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까? 등록금 인상을 불허한다면, 대학 기금 확충을 위한 정부의 대책과 도움은 무엇일까. 대학의 시름은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더 깊어지고 있다.

2022-09-25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방 생존 전략

김하수 청도 군수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봤던 일들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무인 비행기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고 자율주행의 퇴근길 차 안에서 집 안의 냉방 시스템은 물론이고 온갖 가전 기구를 최적의 상태로 맞춰둔다. 그것도 말 한마디로써 말이다.인공지능 바둑기사 일파고가 세계 최고의 인간 바둑기사를 이긴 것도 벌써 오래전 일이다.기업 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서 거리와 공간의 장벽은 벌써 넘어섰다. 진열해 놓은 물건이나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거나 만져 보지 않아도 가상의 공간에서 더 많은 거래가 이루어진다. 물론 결제도 이전의 화폐가 아니다.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기업, 국가 등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곳에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며 최근 일련의 국가 간 분쟁에서는 드론이 강력한 군사 무기로 활약하기도 했다.인류가 걸어온 1·2·3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지나 바야흐로 4차 혁명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이전의 산업혁명들이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로 대표되는 새로운 생산, 기술 수단의 개발을 통해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와 영역의 확장을 가져왔다면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수단이었던 컴퓨터와 인터넷을 그대로 활용해 매우 빠른 속도로 공간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진행되고 있다.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이러한 핵심 수단과 기술을 상호 연결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킨 소프트웨어적인 혁명이다.공간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진행되는 새로운 기술의 연결과 융합을 통한 소프트웨어적인 혁명!, 바로 여기에 지방의 생존과 발전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과 기술, 자본과 인구, 교육과 문화 인프라의 시대가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발전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술 문화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산업 육성 및 관련 기업 유치,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활용한 농업, 교육, 의료, 문화, 관광 인프라 구축 등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그러나 사실 이러한 외부의 변화에만 의존하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 스스로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4차 산업혁명의 요체가 ‘자기 혁신’이고 ‘기존의 수단과 기술을 연결하고 융합해서 더욱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세상을 진보시키는 것’이라면 지방 행정에도 스스로 혁신을 위해 기존의 자원과 인력을 활용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이는 스스로 한계 지어놓은 틀을 깨고 새롭고 과감한 도전에 나서 전통적인 업무분장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게 한다.수도권과 대도시와 비교하면 매우 힘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지방 스스로 먼저 나서야 할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지방 소멸이라는 생존의 위기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가 하는 모든 지방 행정의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적용하는 노력은 물론이고 연결과 융합의 가치를 지방 행정에 도입하고자 하는 4차 산업혁명형 인간으로의 변화를 꾀해야만 한다.세상이 1·2·3차 산업혁명을 거쳐 눈부신 발전을 이룰 동안 행정 시스템도 발전해 왔다.왕권 시대로부터 관료들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관치행정, 법의 잣대로만 집행하는 법치행정, 주민과 함께하는 지방자치 행정, 이를 보완한 거버넌스 행정으로 거듭 발전하며 오늘에 이르렀다.그러나 한때 ‘지방화가 세계화’라는 구호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30년이 된 지금 지방은 점점 더 쪼그라들고 위축되었다.이런 지방 소멸 위기를 맞은 지방의 공직자는 ‘위기가 기회’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마인드로 무장하고 각오를 더욱 굳게 해야 한다.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지방의 생존 전략은 바로, 기존 역량에 ‘변화와 혁신’을 더해 ‘초 효율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2022-09-25

교차로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네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서남북에서 밀려온 차들이 붉은 신호에 멈춰 선다. 잠시 기다리는 그 짧은 사이에도 내달리고 싶은지 차들이 쿨럭거린다.오늘은 교차로가 시끄럽다. 대형트럭 한 대가 교차로 한가운데 서 있고 그 주변으로 차들이 끼어들어 꼬리를 문다. 신경전을 벌이듯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며 으르렁거린다. 차들로 뒤엉킨 교차로를 바라보니 생각이 복잡해진다.내가 처음 운전면허증을 따고 도로에 나갔을 때, 핸들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도로 위, 차들의 물결에 떠밀려 곁눈질도 못 하고 앞만 보고 달렸다. 어깨가 뻐근해지고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렸다. 방향지시등을 켜고도 제때 차로를 바꾸지 못해 몇 바퀴를 돌기 일쑤였다. 운전이 서툴러 설설 기면서도 질주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차를 부리는 데 조금 익숙해질수록 내 자동차 속도계도 점점 올라갔다. 탁 트인 도로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자동차가 도로에 착 붙는다는 느낌의 쾌감은 짜릿했다.그러나 내 자동차의 속도는 한없이 올라갈 수만은 없었다. 어느 날, 앞선 화물차를 바짝 뒤따르다가 교통경찰에게 붙잡혔다. 질주를 막은 교통경찰에게 짜증이 났다. 신호를 보고 진행했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따졌다. 내가 목소리를 높이고 얼굴을 붉히자, 웃음으로 대하던 경찰관이 음주 측정까지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면허증을 보여주고 범칙금 통지서를 받았다. 며칠 내내 기분이 찜찜했다. 그것이 내 인생에 주는 빨간 경고장인지 몰랐다.운전에 재미가 붙어 자동차를 몰 듯 나의 일상에도 점점 속도가 붙었다. 일하는 보람도 있었다. 더 좋은 차 더 넓은 집, 욕망이 커질수록 속도도 빨라졌다.마음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몸이 따라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점점 숨이 가빠왔다. 아니나 다를까, 종합검진을 받았더니 여러 군데 고장이 나 있었다. 의사는 호르몬의 균형이 깨진 게 큰 문제라고 했다.“그동안 빨간불이 몇 번 켜졌을 텐데….” 의사는 안타깝다는 듯 내뱉었다.인생에 건강의 빨간불이 켜지자 내 질서가 뒤엉켰다. 일하거나 청소하는 소소한 일상까지 혼돈에 빠졌다. 평소 잘 다니던 골목길도 얽히고설킨 미로처럼 보였다.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저만치 이탈해버린 시간이 뽀얀 먼지처럼 흩날렸다.사람의 몸도 기계처럼 고장 난 부품을 바꿔 끼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큰 수술을 했다. 이순혜 수필가 수술하고 시골집에서 잠시 쉼표를 찍었다. 와글와글한 생활의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는 병원 특유의 냄새에서 멀어지고 싶었고, 달릴 줄만 알았던 나에게 호흡의 정리가 필요했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적적하다 싶으면 길섶 돌멩이에 말을 걸고 키 작은 풀꽃에 웃음을 보냈다.날마다 집 근처 숲에 들어갔다. 숲에 있는 표정 있는 것들이 느낌표로 다가왔다. 손바닥만 한 땅 움켜쥐고 들풀은 꽃을 피우고 알곡 몇 톨만 먹고도 새들은 노래를 불렀다. 많은 것을 차지하려 않고 순서도 다투지 않았다. 주어진 조건에서 생명을 꽃 피우고 열매를 만들면서 제 몫의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작은 풀꽃들도 저러한데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숨차게 달려 온 것일까. 다짐과 다짐을 거듭한 뒤 어설프지만, 나만의 답안지를 들고 돌아왔다.세상의 시간은 잠시도 멈춤이 없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도 건물이 올라가고 도로가 확장되고 있었다. 나란히 달렸지만, 앞서간 사람이 많았다. 누구는 그동안 큰상을 타고 작품집을 출판했다. 봄꽃이 있으면 가을꽃도 있고, 먼저 피는 꽃도 있고 나중에 피는 꽃도 있지 않은가. 큰 숨 한 번으로 마음이 그득해졌다. 그래, 멀리 가야 하니 내 속도를 잃지 말자. 어우렁더우렁 덜컹거리는 것에 익숙해져야겠다.

2022-09-25

자투리 미리 남기기

강길수 수필가 ‘자투리’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사전적 뜻은, 필요한 것을 ‘쓰거나 팔고 남은 작은 부분’ 또는, ‘기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거나 적은 조각’을 말한다. 그런데 미리 남기는 자투리를 뜻하는 단어는 생각나지 않고, 웹상에 찾아보아도 없다. 왜일까.필요한 것을 쓰기 전에 조금 떼어놓는 일은, 예나 이제나 있을 것이다. 우리 선인들과 국어 연구자들은 왜 이 경우의 말을 만들지 않았을까. 그 말을 알지도, 찾지도 못하니 답답하다. 옷, 이부자리 등 천 제품을 공정(工程)에서, 불량품 방지를 위해 재단 전 일부러 자투리를 남기는 경우가 있다. 또, 성당에서는 사순절에 이웃을 돕기 위해, 밥 짓기 전 쌀 한 숟갈 모으기 운동을 ‘사순절 성미(誠米)’란 이름으로 한다. 천 자투리 남기기는 용어를 못 찾았고, ‘사순절 성미’는 표현 적절성이 떨어진다.수년 전,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배운 것이 있다. 한 나이 지긋하신 분이, 소변을 본 후 주머니에서 휴지 쪼가리를 꺼내 뒤처리하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남자의 소변 뒤처리는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남자도 소변 뒤처리를 하면, 위생 면이나 대인 관계상에도 좋겠다고 생각이 바뀌어 따라 하였다. 뗀 대변용 휴지에서, 소변용 작은 자투리 쪼가리를 미리 남기는 버릇도 이어 생겼다. 그 후, 일상생활에서 사전 절약, 용도 늘리기, 물, 공기 오염 줄이기 같은데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생각을 바꾸고 보니, 연쇄 반응처럼 다른 것들이 보였다. 저절로 이것저것 자투리 미리 남기기 거리를 찾게 되었다. 어떤 화장실엔 손 씻은 후 닦는 제법 큰 크기의 1회 용 휴지가 있다. 씻어 깨끗한 손의 물기만 닦고 아까운 종이를 버리는 것은 자원 낭비이자, 자연 훼손과 기후 악화와도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손 닦은 휴지를 가져 와 다른 용도로 더 쓰고 버린다. 아이들이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물티슈도 우리 부부는 씻어 몇 번 재사용 한다.자투리 미리 남기기의 마음은 ‘아나바다 운동’의 정신과 궤를 같이한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간 정신일 것이다. 아나바다운동은 외환위기를 맞은 다음 해인 1998년 등장했다. 정부 주도의 이 운동은 소비지출 줄이기가 요체였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구호를 내건 아나바다 운동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아나바다’가 소비 줄이기에 역점을 둔 개념인 반면, ‘자투리 미리 남기기’는 소비를 줄일 뿐만 아니라, 새 용도를 창출하고 나아가 생태계보호까지 염두에 둔 개념이 된다. 물론, 소비를 줄이면 생태계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새 용도가 창출되지는 않는다.지구의 환경과 자원은 유한하다. 이는 지구가 부양할 수 있는 생명체도, 감당할 수 있는 오염물도 유한하다는 증거다. 지구는 모든 생명의 어머니다. 우리 어머니다. 인간이 일으킨 환경오염으로 지구 어머니는 중병에 걸렸다. 중병을 낫게 하는 처방의 하나로 ‘자투리 미리 남기기 운동’이라도 제안하고 싶은 마음이다.자투리 미리 남기기가 온 지구촌에 퍼지면 좋겠다.

2022-09-25

유익함과 해로움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작년 3월부터 ‘맛지마 니까야’라는 불교 경전을 읽고 있다. ‘니까야’는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 사용하는 상좌부 불교 경전을 부르는 이름인데, 석가모니 사후 제자들이 모여 7개월간 결집했다고 한다. ‘니까야’는 빠알리 어로 되어 있어 빠알리 경전이라고도 한다.우리가 많이 들었던 ‘소승불교’라는 용어는 상좌부 불교를 깎아내려서 부르는 표현이라서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테라와다 불교라고 한다. 현대 정신의학 치료와 심리치료에서 사용하는 알아차림 명상, MBSR 방법은 테라와다 불교의 대표 수행법인 위빠싸나를 현대적으로 응용한 것이기도 하다.‘니까야’에는 모두 5부가 있다. ‘맛지마 니까야’는 그중 두 번째로 편집된 경전이다. 같은 내용의 산스크리트어 경전을 한역한 이름은 ‘중아함경’이다. 5부를 읽는 순서는 개인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내 경우는 종교적인 색깔은 별로 없어서 신앙으로 읽는 것은 아니지만, 교양 도서에는 없는 내용에 매력을 느껴 같이 읽고 있다. 처음에는 온라인 모임으로 진행하다가 지금은 주 1회 20쪽 정도의 범위를 정해서 각자 읽고 후기만 모아서 카페에 올리고 있다.여자는 깨달은 자가 될 수 없다거나 깨달은 자의 초능력을 열거하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지혜를 배우게 되기도 한다. 지난주에 읽은 대목이 바로 그런 내용이다.바른 사람과 바르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은 그의 행위가 유익함을 늘리는가 해로움을 늘리는가로 나뉜다고 한다. 유익함과 해로움은 너무나 자명해서 이런 설명은 얼핏 보면 싱겁고 당연해 보이지만, 일상에서 이것을 놓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자신의 행위가 해로움만 늘리는데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을 중독자라고 한다. 그런 특별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해로움을 늘리는 행위를 자주 한다.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탐하거나 쇼핑 목록을 만드느라 시간을 죽이기도 한다.이렇게 누가 봐도 해로움이라고 인식하는 큰 문제라도 막상 현실에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때 유익함을 늘리는지 어떤지 숙고해서 선택하지 않고 유행이나 감각의 즐거움만을 좇거나 경제적인 이익만을 좇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게다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사람이 유익함을 늘리고 있는가 아닌가를 알기는 더 어렵다. 이런 문제에 대해 ‘맛지마 니까야’에서는 몸에 좋은 행위는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단순한 답을 제시하는데, 무릎이 저절로 쳐진다. 아무리 비싼 옷이어도 입기 불편하거나 피부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해롭고, 아무리 큰 집이라도 사람이 우울해진다면 유익하지 않다. 정의를 외쳐도 그것으로 자기 몸이 상한다면, 그런 정의가 세상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지난 한 달간, 내 나름대로는 옳은 일을 한다고 동분서주했으나 성과는 없고 머리카락만 한 움큼 빠지고 보니, 이런 구절에서 내 행동이 정말 유익함을 늘리는지 숙고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022-09-25

말 말 말

김규종 경북대 교수 공자와 동시대인이었던 진항(陳亢)은 당대 최고의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공자가 아들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어느 날 공자의 외아들 백어(伯魚)에게 아버지에게 특별한 무엇을 배운 게 있는지 묻는다. 골똘히 생각한 백어가 답한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제게 시를 공부하느냐고 물으시길래 그렇지 않습니다, 대답했더니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不學詩 無以言)고 하셔서 시를 공부했습니다.” (‘논어’ 계씨편)여기서 시는 공자가 당대에 엮은 ‘시경’에 들어있는 305편의 작품을 가리킨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시는 서정시에 한정되지만, ‘시경’의 시는 범위가 넓고 다채롭다.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서정시도 있지만, 신과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노래와 군왕들의 전쟁과 사냥, 부패한 귀족들의 모습과 백성들의 일상을 그려내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시를 공부함은 언어를 넘어서 풍속과 제례까지 포괄하는 것이었다.춘추시대에 시를 공부함은 ‘시경’에 담긴 305편의 시 전체를 기억하여 자유자재하게 활용함을 의미한다. 모방이 창조의 바탕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와 인식을 선행한 공자의 혜안이 우뚝하다. 오늘날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 극작가들이 앞선 시대 문필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면서 나름의 글쓰기 방식을 체화해가는 작업과 같은 방식이다.1965년 출간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을 대량학살한 전범(戰犯) 아돌프 아이히만에 관한 기록을 남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꿈도 꾸지 않은 채 아이히만은 그에게 부여된 과업을 기계적으로 수행한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악행을 ‘악의 평범성’ 개념으로 규정하면서 그에게 결여(缺如)된 세 가지 무능을 삼단논법으로 거명한다.생각의 무능, 언어의 무능 그리고 행동의 무능이 그것이다. 제대로 생각할 능력이 없기에 자신의 사유와 인식을 언어로 풀어내지 못하고, 그 결과 행동 역시 올바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역으로 유추해보면 행동이 바르지 못한 사람은 언어가 그릇되며, 언어가 그릇되는 이유는 생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말은 생각과 행동의 중간 정거장에 자리하면서 양자의 결합점이자 중추적인 구실을 한다고 하겠다.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깊이가 있고 신중하며 무게가 있다면, 그것의 출발점은 깊이 있는 사유에 있으며, 그것은 자연스럽게 언어로 표출된다. 무엇인가를 행동으로 실행할 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사유와 언어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튀어나오는 말은 그의 평소 생각을 드러낸다. 그런 생각과 언어의 구체적인 결과물이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지난 며칠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대통령의 말은 수많은 말로 다시 해석과 재해석, 오해와 또 다른 오해를 증폭시키면서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국정 책임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와 의미를 지닌다. 당연한 일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말에 담긴 생기(生氣)와 살기(殺氣)를 두루 살펴 신중할 일이다.

2022-09-25

“포스코 태풍피해 정략적으로 이용말라”

포스코노조가 지난 23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권에서 포항제철소 태풍피해 원인조사에 나선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냉천 범람의 본질을 벗어난 원인 규명, 책임소재 파악이란 미명 아래 복구에 집중하고 있는 직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일은 없도록 해 달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이번 이슈를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포스코에 근무하는 노동자와 회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정부는 앞서 포항제철소 재해와 관련해 ‘민관 합동 철강 수급조사단’을 구성했으며, 포스코 측이 피해 상황과 정상화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축소 보고했는지부터 사전 대비와 사후 대책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정부가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문책성 조사에 나섰다는 말이 나왔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 의장이 “세계적인 수준의 대표 제철소가 미리 예고된 태풍에 철저히 대응하지 못하고 73년 창립 이래 50년만에 셧다운된 점은 분명히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경영진 책임론을 다시 제기했다.포스코그룹은 연말까지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전 제품을 재공급한다는 방침 아래 전직원들이 역량을 모아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전력계통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직원들은 복구 일정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전등 하나 켜지지 않는 공장 안에서 랜턴 불빛에만 의지한 채 어둠속에서 힘겨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침수로 인해 진흙 범벅이 된 전기 설비와 패널을 씻어내는 한편, 가정용 드라이어까지 동원해서 물기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포스코 측이 누차 해명했듯이, 이번 포항제철소 재해는 태풍길목에 있는 제철소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손쓸 사이도 없이 갑자기 발생했다. 재해가 포스코 경영진의 예측 범위 밖에 있었다는 얘기다. 포스코 노조의 말대로, 정부와 여당은 포스코 경영진의 사전대비 부족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의심을 버리고 지금은 포항제철소 복구지원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2022-09-25

실외마스크 전면 해제…일상회복 연착륙 되길

정부가 2년간 유지해온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의 마지막 부분을 오늘부터 해제한다. 50인 이상 공연장과 경기장 등에서 썼던 실외 마스크를 본인이 원한다면 안쓰고 공연이나 경기를 즐겨도 과태료를 물지 않는다는 것이다.정부는 지난 5월 실외 마스크 의무를 해제했지만 밀집도를 이유로 50인 이상 행사나 집회엔 의무를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해제 조치를 계기로 정부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출구전략에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입국후 코로나19 검사 의무와 요양병원·시설 면회, 확진자 격리의무 등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제외한 전 분야에서 규제가 풀린 것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크게 안정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하지만 위험요소가 아직은 남아 있다. 겨울철을 앞두고 유행하기 시작하는 독감과 코로나19 항체양성률이 떨어질 시기인 11월쯤 재유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특히 초기 증상이 비슷한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발생할 우려도 우리가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정부의 이번 조치는 엄격히 말해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단속하지 않는다는 의미지 마스크를 벗어라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실외에서 노마스크 상태로 있다가 실내로 들어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 택시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은 실내로 간주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실외 마스크 착용을 해제한 것은 국민의 97%가 코로나 항체를 보유한 것과 해외국가 대부분이 실외 마스크를 해제한 것을 참조했다. 하지만, 항체 보유자가 늘어 전체 항체양성률이 높아졌다고 무조건 코로나19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우리는 코로나19가 끼친 사회 경제적 폐해를 너무 잘 안다. 정부의 코로나 출구전략과 국민의 코로나 경계심이 잘 맞아떨어져야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정상적 일상을 찾는 연착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심은 금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2-09-25

김치대란

우정구 논설위원 김치는 우리나라 음식의 대표 아이콘이다. 무, 배추, 오이 등의 여러 채소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도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김치의 종류만 해도 200여 종에 이르고 있고, 지방에 따라 각양각색의 김치들이 만들어지고 있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김치 종주국이다.김치의 가장 큰 특징은 유산균이 많은 발효식품이라는 것이다. 냉장고가 개발되기 전 우리의 조상은 김치 제조법을 고안해 겨우내내 싱싱한 채소를 먹으면서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C를 섭취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했다.2013년 한국의 김장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위원회에 등재되면서 김치는 한국인의 오랜 전래식품이라는 것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95%가 하루 한 번 이상 김치를 먹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인의 90%가 아직까지 직접 김치를 담그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시중에는 김치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김치가 품절이 되고 포장김치 가격이 추가로 오를 기미가 보이면서 소비자들 사이엔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장마와 태풍 등 불순한 일기 등의 영향으로 배추 값이 폭등한 때문이다.배추 한포기 소매가가 1만원을 육박하니 올 겨울 김장김치는 못해 먹겠다며 일찌감치 김장김치 담기를 포기한 ‘김포족’도 늘고 있다고 한다.한국인 식단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김치가 값이 비싸 금(金)치가 된 적은 있으나 지금처럼 마트에서 아예 자취를 감추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김치대란에 소비자 마음도 심히 불편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9-25

대구시의회, ‘거수기’가 아니란 걸 보여줬다

대구시의회가 홍준표 대구시장의 핵심정책을 담은 각종 조례안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지난 21일 회의에서 대구시 행정기구 및 정원 개정조례안 심사를 유보했다. 이 조례안은 군사시설이전정책관, 금호강르네상스추진기획관, 공보관, 시정혁신조정관, 정책총괄조정관, 원스톱기업투자센터장 등 3급 국장급 신설을 위해 대구시가 제출했다. 시의회는 “행안부와 한시기구 신설을 위한 협의도 제대로 매듭짓지 않고 일방적으로 인사를 진행하면 향후 소송을 당할 수 있다”며 심사유보 이유를 밝혔다.기획행정위는 이날 ‘시정특별고문 운영에 관한 조례안’도 대구시가 긴급 안건으로 제출했지만, 심사유보 결정을 내렸다. 이 조례안은 시정특별고문의 임기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회의참석 수당, 여비 등의 명목으로 월 300만 원 한도의 활동보상금을 예산 범위에서 줄 수 있도록 했다. 임인환 기획행정위원장은 “고문위촉예산,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설명이 없어서 삼사보류를 했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이날 대구시가 제출한 기금 폐지안 9건 중 6건도 심사보류했다.대구시가 제출한 각종 조례안과 주요안건이 시의회 상임위 심사에서 무더기로 제동이 걸린 것은 집행부에 대한 시의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체의석 32석중 민주당 비례대표 한 석만 제외하고 31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소속 대구시의원들은 그동안 시민단체로부터 ‘거수기 의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지방의회는 시민이 직접 선출한 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을 감시하는 합의제 기관이다. 특히 지난 7월 임기를 시작한 지방의원들은 새로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인사권, 의정지원관 보좌 등 많은 권한이 부여되면서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 지방의회가 강력한 집행부를 상대로 견제와 균형관계를 잘 유지하라는 것이 법개정 취지다. 대구시의회가 앞으로 집행부 독주를 막기 위해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지를 대구시민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

2022-09-22

일상의 회복을 위해

윤영대수필가 23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秋分)이다. 한여름의 더위가 사라지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의 변화에 벌레가 땅속으로 숨고 누른 벼 이삭은 풍요로운 결실을 위한 기도를 하듯 고개를 숙인다. 텃밭에는 빨간 고추가 익고 마을 골목에는 홍시가 탐스럽고 과수원에는 사과가 알알이 태양을 닮아 붉게 익어가고 있다.20여 년 만에 밀어닥친 최강 태풍 힌남노가 폭우와 강풍으로 주택 8천 가구와 상가 3천 동을 물바다로 만들어 2천여 수재민을 내며 초토화했던 상처의 기억 속에 포항도 이제 한숨을 돌리고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특별재난지역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주민들에게 국가의 발 빠른 지원과 함께 국민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음이 감사하다. 오천 냉천의 범람으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손실과 시내 저지대 상가의 침수로 추석특수를 잃어버린 상인들의 슬픔도 씻어줄 응원도 절실하다. 흙탕물에 잠겼던 포스코와 제철산업 단지는 숨이 멎은 듯 그 피해가 엄청나게 커서 복구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최선의 노력으로 빠른 기간 내에 생산을 회복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이제 온 시내에 폭우를 퍼붓고 흙탕물로 뒤덮던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천고마비의 계절을 노래하기에 깨끗하게 치워진 바닷가를 거닐어 본다. 김경숙 작가의 ‘2022 영일대 샌드페스티벌’의 모래 작품들이 자유롭다. 소라와 화환을 들고 웃는 ‘바다를 품은 인어’상 뒤로 ‘푸른 꿈의 말’ 4마리가 달리고 사자와 사슴과 백로가 어울려 태풍의 기억을 씻고 있다. 또 강아지를 안고 있는 소녀와 비치볼을 던지려는 아가씨,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가을의 평화를 가슴에 품어본다. 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에서 환한 웃음으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의 모습 또한 정겹다.가을은 축제의 계절. 전국 곳곳에서 인삼, 고추, 오미자, 포도 등 특산물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포항의 ‘국제불빛 축제’는 잠정연기되었고 태풍으로 피해를 본 모든 분들의 빠른 일상회복을 기원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호박이랑 박이랑 따서 얇게 썰어 말리고 깻잎도 따서 절이며 귀뚜라미의 맑은소리 들으며 가을을 즐겨야겠지. 누른 벼 베어 햅쌀밥 해 먹으며 음력 8월의 농가월령가도 부르며 폭우 피해를 입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어 보자.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아직도 기죽지 않은 코로나에도 마음을 단단히 해야 한다. 들판에는 코스모스가 가을을 노래하고 하얀 개망초가 웃고 있는 계절에 우리 국민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져야 할 텐데, 정치계는 아직도 마음의 쓰레기를 치우지 못하고 서로의 탓만 하고 있다. K2014pop 등 우리의 문화예술이 세계를 놀라게 하는 오늘날, 과학, 무기 등 ‘한국의 힘’을 보란 듯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이제 가을걷이를 해야 할 때, 뜨거운 여름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잘 가꾸어온 결실을 추수하는 감사의 마음으로 계절을 맞이하자.

2022-09-22

삼성전자의 친환경 경영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포항지역을 휩쓴 태풍 때문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겨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나오고, 포항제철소와 인근 철강공단이 마비되는 것을 보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체적인 위협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기후위기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드물 것으로 보인다.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유럽의회는 지난 6월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중에 있다. 탄소국경세는 수출업체뿐만 아니라 해당제품 생산에 참여한 모든 협력업체에게도 적용된다.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 제로를 의미하는 탄소 중립 달성이 이제 모든 기업에게 ‘신(新)무역장벽’이 된 것이다.삼성전자가 지난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RE100’에도 가입했다. 지난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슈가 된 RE100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지난 2월 기준으로 구글, 애플, 이케아 등 349곳의 다국적 기업이 RE100에 가입하였으며, 한국도 SK그룹 계열사와 LG에너지솔루션, 고려아연 등 14개 기업이 이미 가입했다.삼성전자는 그동안 탄소중립 또는 기후위기 대응분야에 있어서는 미온적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세계증시에 밝은 상당수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환경문제에 대한 소극성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뒤늦었지만 RE100 가입을 통한 삼성전자의 친환경 선언이 향후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심충택(논설위원)

2022-09-22

대구 도심 군부대 통합이전 ‘청신호’

대구시의 도심 국군부대 통합이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구시가 관·군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곧 국방부와 대구시, 4개 이전부대 실무자 등 6개 기관이 관·군 협의체를 추진할 예정이며, 가능하면 연내에 국방부와 대구시 간 양해각서 체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군사시설 이전은 홍 시장의 민선 8기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방개혁 공약에도 들어가 있다. 산재한 군사시설과 훈련장을 지역 단위로 통합,‘민군 상생 복합타운’을 만드는 것이다. 이전 지역에는 주거, 의료, 교육시설 등 정주 여건을 모두 갖춘 민군 복합타운이 들어서게 된다.특히 통합 이전할 군부대는 행정과 군수지원 분야인데다 근무자 대부분이 간부들이라 주민들의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덜하다.이에 대구 인근 지자체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칠곡과 군위에 이어 영천과 상주도 뛰어들 태세다. 지역 경제 침체와 인구감소를 고민하는 지자체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국방부도 긍정적이다. 대구시가 군부대 통합 부대 이전을 요청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대구 군 부대 통합이전은 홍 시장의 언급처럼 “대구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사업”이 돼야 한다. 국방부와 철저하게 협의, 치밀한 계획 하에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적지 개발이다. 대구시는 후적지에 반도체, 로봇산업, 의료산업 등 5대 미래산업 관련 유망기업을 유치하고 시민 편의시설도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면밀한 계획을 세워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역 발전을 담보하고 주민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정부는 그동안 많은 불편을 감내해 온 대구시민들을 위해서도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대구의 미래를 위한 획기적인 전환점이 돼야 한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 발전 방안을 담고 활기를 잃은 대구에 생기를 불어넣기를 바란다.

2022-09-22

거울 앞에서

오낙률 시인·국악인 알고 보면 세상은 온통 거울투성이다. 그 거울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이 나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부터 생성되며, 한 사물과의 관계에서 나라는 존재가 어떠한 형태로든 인식될 때 필자는 그것을 거울을 보는 행위라 정의하고 싶다. 그렇게 거울이란 내가 보려고 노력해야만 비로소 그 역할을 나에게 베푸는 존재로서 인간의 발길이 닿는 곳곳에 존재하는 나를 의식할 수 있는 모든 그곳에 걸려 있는 것이다.현대인의 삶에서 선거라는 것과 무관하게 살기 어렵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구성원 몇 명이 모여서 거수를 하는 선거에서부터 오래전부터 달력에 붉은 글씨로 지정해놓은 선거까지, 실로 인간의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선거를 통해서 조직화 되고 그 짜임새가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에는 반드시 승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정인의 선출을 위한 일시적 수단에 그쳐야 함이 마땅함에도, 종종 나와 의견을 달리했던 소속원과의 관계를 집요하게 악화일로로 몰고 가는 사람 혹은 집단을 볼 수 있다. 그러한 행위는 선거에서 패한 사실이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의견이나 판단이 옳다는 뜻도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비교육적 사고에서 오는 무지함의 폭로쯤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는 그러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선망을 한 몸에 받는 몇몇 정치인의 입술에서까지 상식적으로 인내 불가한 자기중심적 망언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볼 때면 그런 사람을 두고 고민하며 선거에 임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인간 존중이니 이웃 사랑이니 하는 말은 입버릇처럼 하면서 선거 결과에는 승복하지 못하고 집요하게 비방 일색으로 자신의 주장이나 심리상태를 피력하는 행위는 참으로 반사회적이고 비인륜적이며 지성인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아주 먼 비인간적인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여당이건 야당이건 간에 상대의 작은 결점도 놓치지 않고 가혹하게 물어뜯는, 가히 볼 성 사나운 정치권의 모습에 우리 국민은 너무나 익숙해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엔 자신이 지지하는 집단이나 정당의 일이라면 무조건 편을 들거나 어떤 잘못을 해도 침묵하는, 그러한 비지성적인 행위를 하고도 일말의 양심적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 탓에 정치는 뒷전에 미루고 맨날 싸움질만 한다며 아예 정치판에서 완전히 고개를 돌려버린 국민 또한 너무 많은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적 현실이다. 무릇,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이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은 곧 그 나라 국민의 모습이 된다. 정치인이 포악하고 야비한 인성을 지녔다면 그 나라 국민성이 그러하다는 얘기가 되고 정치인이 품위 있고 지성미가 넘친다면 그 나라 국민 또한 그러하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정치인의 모습에서 우리 또는 나 자신의 모습을 인지할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워서 침 뱉기식의 막말에 부끄러움도 느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인과 국민은 서로의 거울이 되어 자신의 모습에 빗질하고 보다 말끔한 모습으로 세상 앞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22-09-22

혼란정국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정국(政局)이 매우 혼란스럽다. 경제계는 물가와 금리, 환율이 모두 상승하는 ‘3고 현상’으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늪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정치권에서는 최소한의 양심이나 이성도 팽개친 무리들의 난동과 패악질로 국력낭비를 가중하고 있다. 여당은 대표란 젊은이가 끊임없는 해당행위로 징계를 당하고도 오히려 당과 대통령에 대해 비난과 악담을 일삼고 있고. 야당은 전과 4범에다가 온갖 비리의 혐의와 의혹으로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을 대표로 뽑아 놓고 그를 수호(?)하기 위해 마치 자폭테러꾼들을 방불케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대한민국은 지금 이런 정국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위기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을 가르게 될 기로에 서 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가 왜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고, 왜 동족을 살상하는 무리들의 침략으로 누란의 위기에 몰리게 되었는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우리는 종북 좌파들의 민낯이 과연 어떠한지를 똑똑히 보았다, 그들은 무엇보다 민주화투쟁 전력을 구국의 훈장처럼 달고 살지만, 막상 그들의 목표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였다. 좌파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나라 전반에서 자행된 독단과 전횡은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특히나 그들 정권을 지지한다는 패거리들은 중공의 홍위병들을 연상케 했다. 몽둥이나 죽창 대신 문자폭탄 같은 디지털 무기와 온갖 악의적인 선전선동이 다를 뿐이었다.다음으로 드러난 것은 좌파들의 무능이었다. 그들에게 능한 것은 오로지 투쟁뿐이었다. 누구든 일단 적으로 간주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해를 가하는 능력(?)은 자타가 공인을 하는 터이다. 훼방하고 때려 부수는 데는 이골이 났지만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것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다는 것이다. 원전건설을 파기하고 4대강 보를 파괴할 궁리나 했지 새롭게 무얼 만들어낸 능력은 없는 자들이었다.가장 심각한 것은 반지성과 도덕적 파탄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유전자에는 반성이나 성찰이란 없다. 마치 무오류성의 신이나 된 것처럼 저들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법이 없는 것이다. 같은 일이라도 상대가 하면 적패지만 내가 하면 정의요 혁신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서도 일말의 부끄러움도 느끼지를 못한다.정국이 혼란할수록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바로미터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는 택일의 문제이지 화합이나 공조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대세력들을 압도하거나 배격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우파 세력과 지지층을 넓혀나가는 게 필수다. 우선은 정권이 제몫을 해야겠지만, 애국심과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헌신적이 노력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좌파노조가 장악한 공영방송 대신 자유우파 유튜버들이 밤낮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2022-09-22

‘어촌마을-소멸 위기의 시대’

소멸위기란 이야기가 자주 회자된다. 서울과 지방 간 인구격차를 논하거나, 인구절벽 등 인구감소 문제를 지적할 때 종종 사용된다. 이를 지표로 나타내는 용어도 있다. ‘소멸고위험지역’과 ‘소멸위험지역’ 등으로 분류해 지역이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는 긴박함을 알려준다. 그런데 그 지역의 분포가 참 특이하다.전국 시군구 소멸지수(2021년 5월 기준)에 따르면,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 등 동해라인을 시작부터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까지 모조리 시뻘건 소멸위험지역이다. 부산 동구에 이르러서야 주의단계로 낮아진다. 즉,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항·포구 등 어촌마을을 끼고 있는 지역은 전부 사라질 위치에 처했다는 진단이다. 소멸위험지역은 65세 이상의 고령층이 20~39세 사이의 여성인구 비율보다 2배 이상 많은 경우를 뜻한다. 소멸이 시간의 문제라는 의미다. 소멸위험도까지 면밀히 살펴보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전국 탑텐(Top 10)에 속하는 지역으로 단연 1위는 경북 군위다. 그 뒤를 경북 의성, 봉화, 청송, 청도가 잇고 있다. 전국 소멸위험도 상위 10위 안에 경북의 5개 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뼈아픈 현실이다.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어촌 마을은 이와 처지가 다르다. 오히려 전남과 경남은 농촌소멸지역이 더 많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진단이 가능하다. 먼저 이 지역은 연근해어업과 양식업이 발달한 곳이다. 완도의 전복과 통영의 굴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다도해가 가진 천혜의 자연경관, 즉 해양관광자원이 풍성해 전국의 관광객들이 몰린다.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있는 지역에 사람이 운집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 역시 이 같은 현실에서 착안해야 할 것이다.2021년 기준 전국의 어가인구는 9만7천명이다. 그리고 그 인구의 약 40%가 만 65세 이상 노인이다. 수십만 명에 달하던 어업인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소멸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다.그 상식을 현실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 있다. 바로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귀어지원프로그램’이다. 해양수산부는 어가인구의 상당수가 고령층인 점을 감안해 귀어인구를 늘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먹거리와 구경거리를 만들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촌에 인구유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먼저 귀어의 전 과정을 컨설팅해주는 ‘귀어닥터’ 프로그램이 있다. 정착 초기의 혼란과 어려움 등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창업 등 일자리 지원 뿐만 아니라 금융과 행정절차 등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두 번째는 귀어학교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 경상대학교(경남 통영시 위치)를 귀어학교로 지정, 귀어를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연근해어업과 양식어업 등 현장 중심 실무 교육을 6주간 실시했다. 2022년 현재, 전국에는 6개의 귀어학교가 있다. 교육 프로그램도 알차다. 창업절차와 귀어실태 등 기본적인 소양을 다루는 교과과정부터 어업, 양식, 수산가공, 수산물 유통 분야까지 두루 다룬다. 특히 3주간 현장 실습이 핵심이다. 실제 승선 후 어업활동 전반을 배울 수 있어 귀어인들의 호응도가 특히 높다.세 번째는 주거플랫폼 사업이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어촌뉴딜300’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어촌과 어항의 사회기반시설(SOC)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특화 자원을 활용해 개발에 나서는 사업으로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어촌뉴딜300’ 사업에 더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하는 사업이 바로 주거 플랫폼 사업이다. 주거플랫폼은 어촌뉴딜사업으로 사회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지역특화산업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여기에 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주거안정까지 이뤄내겠다는 포부로 시작됐다. 일자리와 주거문제까지 해결되면 귀어인구는 차츰 늘 것이라는 게 정책입안자들의 판단이다. 정현미작가 인생 2막을 여유 있는 시골 마을에서 보내려는 이들에게 귀어는 아직 생소하다. 실제 귀농·귀촌 인구가 수만 명에 달하는 것에 비해 귀어인구는 한 해 1천 명을 넘지 못한다. 2020년 귀어인구는 967명이었다. 이에 비해 귀농인은 1만2천570명이었다.귀어인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도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태다. 귀농인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지원, 홍보 등은 이미 십수년을 지나왔다. 귀어 역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장년층이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촘촘한 지원과 그 지원이 현장에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우리나라 인구는 앞으로 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낼 것이다. 어촌마을이 그 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젊은 어업인들이 몰려 어장을 가득 메우고, 관광객들로 붐비는 어촌마을은 아직은 상상 속 현실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정책적 지원과 홍보, 인식 전환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는 어촌마을은 지금보다 훨씬 활력 넘치는 장소가 되길 희망해본다.

2022-09-21

그 후

배문경수필가 녀석의 눈이 훑고 지나갔다. 덩치가 커서 드리운 그늘도 넓다. 팔을 사방으로 펼치고 지나면 큰 나무도 쓰러지고 다 지어놓은 과실도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칼날같이 매서운 입김으로 집을 삼키고 강의 너비를 넓혀놓는다. 지나간 자리마다 새로운 길이 생기고 있던 길은 사라진다.방에서 자던 오빠도 처음엔 빗물이 방으로 들어오자 걸레로 슬슬 닦았다고 했다. 불어난 개울물이 안방으로 들어올 때도 이 정도야 뭐라고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댐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둔 여수로가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촌집의 앞뒤가 포위당했다. 낮은 곳에 있는 논들은 벼들이 고스란히 물속에 갇힌 수생식물이 되었다. 마당으로 내려서자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단다. 오빠는 어둠 속에서 겁이 덜컹 났다고 했다.그래도 추석 차례상을 차렸다. 집을 떠나 가까운 거처에서 밤 대추 곶감 잘 구워진 생선과 삼색 나물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매와 탕이 오를 즈음 바깥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침 햇살이 서서히 빛을 발한다. 술을 한 순배 돌리고 다시 모두 절을 했다.친정이 있는 곳으로 향할 때까지도 이렇게 난리가 나 있을 줄은 몰랐다. 세간은 육이오전쟁 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물건들이 길바닥에 나와 구정물에 절여졌다. 냉장고며 주방용품, 옷장과 옷들이 흙탕물과 섞여 널브러져 있었다. 오빠는 연신 호스를 연결해서 흙탕물을 씻었지만, 밖에 설치된 수도 하수구가 막혀 애를 먹었다.옛 기록을 보면 ‘태풍’이란 단어 대신 ‘영풍폭우(獰風暴雨·거센 바람과 거친 비), 대풍우(大風雨·큰 바람과 비), 구풍(98B6風·회오리치는 세찬 바람) 등으로 기록했다. 자연재해를 온전히 겪은 당시 선조들에게 바다는 더욱더 공포의 대상이었다. 바닷길로 떠난 중국 명나라 사행길 기록을 담은 ‘죽천이공행적록(竹泉李公行蹟錄)’도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위한 사명감과 숭고한 업적을 위해 떠났을 것이다.“회오리바람이 급히 일어나 산 같은 물결이 하늘에 닿으니…. 배가 물결에 휩쓸려 백 척 물결에 올라갔다가 다시 만 길 못에 떨어지니 어찌할 방책이 없어 하늘에 축원할 뿐이라. 밤이 깊은 후 바람의 기세 더욱 심하여 배 무수히 출몰함에 지탱하지 못하네. 부사가 탄 배가 가장 험한 곳에 정박해 배 밑 널빤지가 부러져 바닷물이 솟아 역류하여 배 안으로 들어오니 사람들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더라. 부사가 복건을 쓰고 심의를 입고 뱃머리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축문을 지어 깨끗한 비단에 싸 바다에 넣고 군관과 노졸로 하여금 옷을 벗어 틈을 막고 또 막게 하더라.”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자연현상은 두려운 존재이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곳곳에 기후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국지성 폭우가 유럽의 도시를 휩쓸고 태풍도 점점 강해진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머지않아 사라지고 북반구 빙하도 사라진다. 그러면 해수면이 올라가 해안은 물에 잠기게 된다. 그 두려운 존재는 점점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누런 벼가 가득하던 곳이 태풍이 지나자 돌밭으로 변했다. 동네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손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어 하늘만 바라보았다. 하늘이 답을 하듯 곳곳에서 사람들을 보내왔다.돌이 덮인 논밭에는 세상의 포클레인은 다 이곳에 집결한 것처럼 돌을 밀어내고 있다. 길거리에 덮인 진흙을 씻어내려고 다른 지역의 이름표를 단 소방차들이 달려와 물을 뿌렸다. 자원봉사자들이 건네는 도시락으로 속을 채운다. 물이 쓸고 간 자리에 사람들의 훈기가 들어앉았다.정신을 차리고 집을 돌아보니 그나마 이가 나가지 않은 밥공기와 국그릇이 의지하듯 포개져 있다. 접시들도 흙탕물을 씻고 겹겹이 서로 떨어지지 말자고 눌러 앉아있다. 어제의 좌절을 벗고 씻고 닦은 바닥과 높은 곳에서 잘 버틴 몇 벌 옷을 까슬한 바람에 옷걸이에 걸어 말린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바람에 온몸이 한 점씩 꾸덕꾸덕해지고 있다. 물에 젖어 쓸 수 없게 된 삶터를 사람들이 일으켜준다.

2022-09-21

전쟁의 명분

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우크라이나 교과서에 ‘한강의 기적’이 실린다. 며칠 전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은 전쟁 뉴스가 아닌 교육 소식을 타전했다.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는 9월 20일(현지 시간) 한국의 발전상을 교과서에 포함하도록 10학년 ‘세계지리’, 11학년 ‘세계역사’ 교육과정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러시아의 침공으로 7개월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후 재건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달라진 전황이 이러한 생각을 우크라이나에 가져다준 것으로 보인다. 개전 초기에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속전속결 승리를 예견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현재 다윗은 잘 버티고 있고, 골리앗은 고전하고 있다.이번 전쟁처럼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간 경우는 드물다. 이는 군사력의 우세와 열세라는 프레임으로만 이 전쟁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사력 세계 2위의 러시아와 22위인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숫자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극단적인 전쟁에서 군사력의 숫자를 넘어설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실리에만 집착했다. 그가 내세운 전쟁의 명분은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평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국제 사회에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원한다.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평화라는 가치에 세계의 여론이 움직이면서 푸틴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올여름에 개봉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전쟁의 명분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보통 이순신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나라와 임금에 대한 ‘충(忠)’의 주제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는 충직함을 강조하는 스토리텔링이다. 그런데 ‘한산’에서는 ‘의(義)’라는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순신은 자신이 참전하고 있는 임진왜란을 “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해석한다.이 영화는 한산도대첩에서 대승한 이순신의 전략과 전술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순신과 조선 수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불의에 맞선 의로운 항전에 있었음을 부각시킨다. 당시 조선에 항복한 일본인은 항왜(降倭)로 불렸다. 이 영화에서 항왜 병사가 조선의 의병들과 같은 편으로 싸우는 장면은 매우 낯설다. 그렇지만 그가 들었던 깃발에 새겨진 ‘의(義)’라는 명분은 국가의 경계마저 무화시킬 힘을 갖고 있다.방공호 교실에서 수업하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6·25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선 한국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얻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의 오늘은 평화가 아닌 전쟁이다. 폭격으로 깨진 유리창으로 들이닥치는 찬바람을 시민들은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국제 사회는 두 나라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의 희생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의로운 대의명분만이 폭력적인 전쟁을 멈출 수 있다.

2022-09-21

따스한 눈으로 세상을 보자

김규인수필가 화살을 몸에 맞은 개가 제주의 한 마을회관 인근에서 발견됐다. 신고한 주민은 개가 아주 지쳐있고 헐떡이고 많이 아파한다고 했다. 병원에서 수술하여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신경계통에는 문제가 있을 거라는 의사의 말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말을 못 하는 개에게 화살을 겨누어 쏘다니 왜 그랬을까.동물을 학대한 경우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제주에서 코만 밖에 나온 상태에서 생매장당한 강아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구조된 강아지는 뼈밖에 없었고 사람을 보고 벌벌 떨고 있었다. 상처 난 발로 잘 걷지도 못했다. 이 강아지는 자신을 키운 주인에 의하여 생매장당했다.주둥이와 앞발이 노끈에 묶인 채 발견된 유기견. 19마리의 푸들을 입양하여 물과 불로 고문하며 잔인하게 살해하고 아파트 화단에 묻거나 유기한 사람도 뉴스에 나왔다. 자신에게 아무런 득도 없는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보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하다.세상은 빠르게 바뀐다. 어제 산 물건의 설명서를 살펴보고 있는데, 오늘 새로운 상품이 나온다. 문명의 빠른 변화는 사람들이 느긋하게 쳐다보고 대처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적응하지 못한 상태로 엉거주춤 따라가기 바쁘다. 깊이 생각하며 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는 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휴대폰은 이러한 속도전의 선봉에 선다.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틈만 나면 휴대폰을 펼쳐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각종 매체는 선정적이거나 잔혹한 영상으로 사람들을 모은다. 이러한 영상을 보며 사람들은 웬만한 자극에도 무심해지는 것 같다. 오늘도 사람들은 더 자극적이고 더 빠른 그 무엇을 찾는다.60대가 책을 읽는 마지막 세대라는 말도 나온다. 젊은 세대들은 종이책을 잘 사지 않는다. 전자책을 사거나 간단한 짧은 글만을 읽는다. 긴 글은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에 다 읽을 수가 없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글만을 읽는다. 책도 마음 놓고 읽을 수 없는 요즈음의 빠른 문명을 탓할 수밖에.이제라도 조금 더 사람다움을 찾아야 한다. 오늘 하루는 휴대폰 없이 살아보자. 마음을 통째로 빼앗아가는 휴대폰의 횡포에서 벗어나자. 얇은 책이라도 들고 다니며 시간 나는 대로 책을 읽자.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한 줄의 문장에 빠져보자.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찾아 평생 마음을 지키는 호신부로 삼아보자.하루에 한 번은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을 쳐다보자.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노을에 자신을 적셔보자. 노을빛 물든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자. 따스한 눈으로 세상을 보면 감사하지 않은 것 없으니. 애정 어린 손으로 꽃을 쓰다듬어보면, 사랑스럽지 않은 꽃이 없으니. 한 박자 느리게 살다가 보면 사람의 삶은 거기서 거기임을 깨닫게 된다. 세상이 빠르고 각박하게 돌아가도 우리는 더운 피가 흐르는 사람임을 잊지 말자. 반려견과 강가에 나란히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사람을 본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춘다. 그렇게 우리는 노을빛 품은 풍경이 된다.

2022-09-21

모방은 가라, 창의가 온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아일랜드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선언하였다. “모든 유행은 틀려먹었다”남들을 따라하는 일이 처음에는 설사 그럴듯해 보여도, 나만의 무엇을 좀처럼 가지지 못하게 함으로 틀려먹었다는 의미. 남의 모습을 따라만 하게되어, 과감하게 도전하며 새롭게 만들어내는 열정을 죽여버린다. 식어버린 감각은 끝내 무디어지고 나만의 세계를 드러낼 방법을 잃게 만든다. 유행을 좇으며 흉내만 내는 일은 예술가에게는 금기인 셈이다. 그 뿐 아니다. 일본 소니(SONY)의 공동창업자 이부카마사루(井深大)는 ‘비즈니스나 과학기술의 세계에서 진짜 성공에 이르려면, 남을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였다.‘효자손’을 경계한다. 관광지마다 똑같은 효자손이 어르신의 등을 시원하게는 하겠지만, 지역의 독특한 관광효과를 드러내는 데에는 빵점이다. 도시마다 도심재생을 한다면서 서로서로 닮은 모습의 시가지를 끝없이 반복하며 조성하는 모습은 애처롭다. 상상과 창의의 부재라기보다 추격과 모방에 붙들리다 보니 생겨난 결과가 아닐까. 지역에는 그곳에만 있는 그 무엇이 틀림없이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우선 내가 가진 이야기를 찾아야 하고 이를 오늘의 모양으로 다시 빚어야 한다. 동네마다 마을마다 이야깃거리는 한가득이다. 문화와 예술이 똑같은 이야기로 수렴한다면 웃음거리가 아닐까. 우리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하고 다음세대와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오늘의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미국 가수 리 안 워맥(Lee Anne Womack)은 “세상을 정말로 놀랍게 하고 싶다면, 무엇인가 다른 시도를 반드시 해야하고 실패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하였다.다른 곳에는 없는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을 반복하면 안 된다. 여기서만 만날 수 있어 이곳으로 사람을 끌어올 꿈을 가져야 한다. 내게는 있으나 남들에게는 없는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사람들이 모두 남들이 되어간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경고는 섬칫하다. 남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찾고 살피며 그들의 삶을 모방하고 추격만 하느라 나의 모습은 잃어간다는 게 아닌가. 끝내 나 자신이 아니라 남이 되어가는 현대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아프게 꼬집는다.도시마다 지역마다 특색있고 풍성하게 다른 모습들을 만나고 싶다. 포항의 색깔은 무엇일까. 지역의 이야기는 어떤 스토리라인을 가져야 하는지. 시가지의 저녁 풍경은 어떤 빛을 발해야 할까. 이곳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향기가 느껴지는지. 끊임없이 찾고 물으며 살펴야 한다. 독특하고 새로운 그림이 그려져야 하고,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깔이 피어올라야 한다. 포항만의 삶이 있다. 여기에서만 발견하는 기쁨과 슬픔이 있고 우리만 느꼈던 즐거움과 상처가 있다.문화와 예술이 관광자원이 되고 지역이 도시브랜딩으로 성공하려면 우리만의 상상과 창의가 살아나야 한다. 우리만의 향기와 그림을 피우고 그려야 한다. 구경꾼을 부르고 사람이 모이는 지역이 되어야 한다.

2022-09-21

군위군 대구 편입에 ‘몽니’ 부리는 경북의원

군위군의 대구 편입이 경북 국회의원들의 몽니로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국회는 20일 군위 편입 법안을 심사하는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관련 법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못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때문에 대구시와 군위군이 목표로 한 내년 1월 1일 편입은 어려워졌다. 자칫 통합신공항 출범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군위군의 대구 편입은 군위·의성으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부지를 선정할 때 전제 조건으로 대구시·경북도, 지역 정치권이 합의한 사안이다.하지만 경북 정치권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김형동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이 시간을 두고 논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신공항 안이 나온 뒤 편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결국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상임위 심사, 본회의 통과 일정도 자동으로 미뤄졌다. 다음 법안심사소위는 국정감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11월은 돼야 열린다. 의원들의 몽니가 계속될 경우 군위 편입과 통합신공항 계획도 어그러진다.지역에서는 이미 합의된 사안을 경북 일부 의원이 정치적 목적으로 흔들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홍준표 대구시장은 21일 다음 총선에서 시도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어름장을 놓고 “TK 미래보다 자기 것만 챙기려는 책동은 국사를 볼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홍 시장은 선관위가 군위군 2만3천명이 대구시로 편입돼도 경북 선거구의 변동이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선거구 변동이 없다면 의원들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경북도세 약화 우려도 통합신공항으로 인한 인구유입 및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로 상쇄하고도 남는다.대구시가 방안을 찾고 있지만 묘수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뽑힌 주호영 의원 등의 중재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대구시는 속앓이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라. 정치인의 몽니로 지역 대계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2022-09-21

포항의 防災시스템 구축, 국책사업화해야

태풍 ‘힌남노’로 심각한 피해를 당한 포항시가 향후 100년을 대비하는 새로운 도시방재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20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태풍피해는 하천과 빗물펌프장 등 도시 방재시설물 기능의 한계 때문에 더 심각했다. 재난 양상이 과거 경험이나 데이터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난 만큼 시설물 설계 성능을 최소 100년 이상 대폭 상향하는 재난방재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곧 ‘도시 안전진단 및 방재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포항시가 안전도시 구축을 위해 2035년까지 단계별로 추진할 방재시스템 개선에는 총 2조8천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가장 핵심적인 사업은 ‘도시 외곽 우회 대배수터널 건설’이다. 이 사업은 포항 인근 산악지대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냉천·칠성천·양학천·두호천 등 하천에 모이지 않도록 빗물의 유입 경로 자체를 끊어버리고 바다로 바로 흘러가는 터널(총연장 28㎞)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태풍피해가 연안 만조시간에 포항제철소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심각해졌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비책을 세우겠다는 것이다.연안 침수위험지역과 하천하류지역의 안전장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차수벽(총연장 60㎞)을 설치해 하천 범람에 대비하기로 했다. 저지대침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도심 저류지를 확충해서 빗물 수용능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포항시가 준비하고 있는 방재시스템은 도시계획을 전면적으로 새로 짜는 대규모 사업이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도시외곽을 우회하는 대배수 터널공사에는 1조3천억원, 차수벽 설치에는 1조2천억원, 도심저류지확충에는 3천억원이 소요된다. 평상시와 같은 예산확보로는 엄두도 못 낼 돈이다. 철강산업이 집적된 포항은 태풍길목에 위치해 있는 만큼, 정부도 포항의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포항시는 이번 태풍피해를 계기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지속적인 예산투입이 가능하도록 총력을 쏟아야 한다.

2022-09-21

구애 아닌 명백한 범죄 스토킹

홍성식 특집기획부장 상대방 의도와 무관하게 장기간 쫓아다니면서 피해자의 정신과 신체를 고통스럽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스토킹(Stalking).얼마 전에도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진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지난 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31세 전주환 씨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28세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스토킹 피해자가 신고한 지 1분 만에 동료들과 사회복무요원이 도착했고, 10분이 지나지 않아 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죽음을 막을 수 없었다. 피의자 전 씨는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살해된 피해자에 의해 고소된 상태였고,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충격은 더 컸다.스토킹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경찰의 대처와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비등하고 있다.피의자는 이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카메라 등 이용 촬영물 소지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음에도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스토킹에 의한 피해는 이전부터 있었음에도 1999년 발의된 ‘스토킹 처벌법’은 2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법이 시행된 건 지난해 10월.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흉기 또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스토킹을 저지른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게 스토킹 처벌법의 골자. 그러나, 이 법만으론 피해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의견도 많다.스토킹에 있어 법 제정과 시행 이상으로 중요한 건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의 접근은 구애가 아닌 범죄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아닐까./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2-09-21

일회용품 천국

우정구 논설위원 얼마 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카페 프랜차이즈 14곳과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업체 4곳에서 사용한 일회용 컵의 수가 10억개를 넘었다. 올 상반기 중 이들이 사용한 컵만 5억2천여만개로 밝혀졌다.실제 국내서 사용되는 일회용컵의 양은 이보다 훨씬 많다고 보면 우리는 가히 일회용품 천국에 살고 있다해도 지나치지 않다.우리나라는 2016년 조사에서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98.2kg으로 세계 1위다. 일본의 66.9kg보다 약 47%가 많다. 플라스틱은 ‘20세기 선물’로 불릴만큼 처음 개발후 150년동안 인류의 삶을 지배했다. 값싸고 가벼운 데다 내구성이 좋아 인류의 삶을 아예 점령해 버렸다.그런 플라스틱이 이제 공해로 다가와 우리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은 물론 제3의 산업공해로까지 불린다. 머잖은 장래에 인간이 플라스틱 산에 파묻힐 위험에 빠질 지도 모른다.플라스틱 일회용컵은 자연 분해되는 기간이 대략 500년이다. 종이컵은 20여년정도 지나야 자연속에서 분해될 수 있다고 하니 인간이 편리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 되레 큰 짐으로 되돌아온 세상이 됐다.종이컵 250개를 만드는데 소나무 1그루가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 여파로 일회용컵의 사용은 거침없이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컵을 사용하면 환경보호도 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는 줄 알지만 종이컵의 편리함을 소비자들은 쉽게 외면하지 못한다.6월로 예정됐던 일회용컵 보증제가 12월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정부의 규제나 단속보다 환경의 중요성을 먼저 깨닫고 소비자가 솔선수범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9-20

정부의 ‘포스코 재해 책임론’ 철회 바람직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그저께(19일) 국회 산자위 회의에서 태풍 ‘힌남노’ 영향에 따른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와 관련, “경영진 문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경영진 문책 등은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거버넌스(지배구조) 등에는 관심이 없다. 다른 의도나 목적은 산업부로서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지난 14일 열렸던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 TF’ 첫 회의 당시 “태풍이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큰 피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중점적으로 따져보겠다”고 했던 이 장관의 발언수위가 한층 낮아진 것이다. 이 장관은 다만 “이전에 태풍 예고가 많이 되면서 기업도 사전 준비할 시간이 좀 더 주어졌기 때문에 더 강하게 준비해야 했다는 아쉬움도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정부는 일단 포항제철소 재해 원인에 대해 포스코가 자체분석한 판단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포스코는 이번 재해를 포항 앞바다 만조시간대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근 냉천이 범람해 발생한 자연재해로 보고 있다. 포스코 측은 이와함께 역대급 태풍이 예고되면서 전 공정 가동을 미리 중단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태풍종합상황실 운영, 배수로 정비, 물막이 작업, 안전시설물 점검, 비상 대기 등을 통해 회사가 대비할 수 있는 사전조치를 모두 취했다는 입장이다.지금 포항제철소 재해현장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복구작업도 위험하기 짝이 없어 전 직원들이 바짝 긴장해 있다. 이런 상태에서 경영진을 상대로 책임을 묻겠다며 복구현장을 조사하고 다니겠다는 발상은 상식에도 어긋난다.산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정상화 기간으로 제시한 3개월을 넘기면 자동차, 조선, 가전 등 국내 주요기업의 피해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포스코가 재해복구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산업위기대응 선제지역 지정 등을 통해 포항제철소 복구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

2022-09-20

정치권은 왜 포스코 재해를 주목할까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산자위 회의에서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 직원들이 추석 연휴, 주말 가리지 않고 피해복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산업부가 이를 돕기는커녕 이때다 싶어 오히려 책임을 가리겠다고 한다”며 이창양 산업부 장관을 질책했다. 산업부가 포스코를 상대로 태풍 대비 사전 대응이 적절했는지 과실여부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부적절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 장관이 이에 대해 “경영진 문책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산업부는 앞서 포항제철소 재해와 관련해 ‘민관 합동 철강 수급조사단’을 구성했다. 포스코측이 피해 상황과 정상화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축소 보고했는지부터 사전 대비와 사후 대책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이와 관련해 정부가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문책성 조사에 나섰다는 소문이 퍼져있다.지난 주말(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성일종 정책위 의장이 느닷없이 포스코 재해를 거론하면서 이 소문은 팩트가 되다시피 했다. 성 의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대한민국 대표 제철소가 미리 예고된 태풍에 철저히 대응하지 못하고 73년 창립 이래 50년만에 셧다운된 점은 분명히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정부에 이어 ‘경영진 책임론’을 다시 제기했다. 그저께 산자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대구수성을)도 “포스코 내부에서 재해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경영진이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포스코 재해의 인재(人災)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포스코 측이 누차 해명했듯이, 이번 포항제철소 재해는 태풍길목에 있는 제철소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손 쓸 새도 없이 갑자기 발생했다. 재해가 포스코 경영진의 예측 범위 밖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포스코측이 사전에 대비가 부족해 피해를 키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정부가 포스코 경영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정상 가동 시점에 대한 예상에서도 감지된다. 포스코는 올 연말까지는 철강 완제품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복구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전 계열사 임직원들이 모두 포항제철소 복구작업에 매달리고 있다.정부·여당과 포스코가 수해의 원인부터 복구 기간까지 이견을 보이면서, 사실상 포스코가 여권과 맞서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민주당이 포스코 경영진 편을 드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새 정부 들어 일부 여당의원이 특정 인물을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밀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까지 나서서 포스코 경영진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은 최정우 회장 체제를 흔들기 위한 속셈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마음은 재해복구보다 콩밭에 가 있는 것 같다.

2022-09-20

태풍 피해 지역에 좀도둑이 극성이라니

잇단 대형 태풍으로 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다. 대구·경북은 그제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지나갔다. 큰 피해는 없었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한 피해 복구에 정신이 없는 마당이었다. 거기에다 또다시 태풍이 대구·경북을 강타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이 안 된다. 피해 규모는 차치하고라도 피해 복구는 손을 놔버릴 상황이 아니었을까 여겨진다. 스쳐 지나간 태풍에 그나마 안도할 뿐이다. 민관군이 합동으로 태풍을 대비한 것도 피해 최소화에 단단히 한 몫 했다.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지나간 포항과 경주지역은 지금 피해 복구에 안간힘이다.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와 복구를 돕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이웃에 손길을 내미는 국민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그런데 침수 피해 현장에 좀도둑이 날뛰고 있다고 한다.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 등 태풍으로 침수된 집과 차량이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경황이 없다. 복구 인력과 자원봉사자 등이 몰려 유동인구가 많다. 절도범들이 이런 허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뻘로 변한 집과 점포에 문을 열어 놓거나 귀중품을 차량에 두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틈을 노려 말리기 위해 바깥에 내놓은 가구를 들고 가거나 트럭까지 몰고 와 생활용품을 훔쳐 가고 있다는 것이다.경찰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심야 시간을 틈타 태풍 피해가 심각했던 포항시 남구 일대를 돌며 침수된 차량 안에 있던 현금과 신용카드 등 금품을 훔친 50대를 구속하기도 했다.피해 복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재민들을 두번 울리는 겪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쉽다. 우리는 예로부터 환난상휼이라고 해서 주변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돕는 아름다운 전통을 면면이 이어 오고 있다. 십시일반으로 나서 피해복구를 돕고 위문금품을 보내 이재민들이 조속히 시름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202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