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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청송군수의 ‘발상의 전환’

등록일 2023-08-29 18:25 게재일 2023-0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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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올 추석에는 소비자들이 ‘꼭지달린 청송사과’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청송군은 최근 국내 사과계통출하 조직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가을부터는 꼭지를 자르지 않고 청송사과를 출하하기로 했다.

청송사과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도 최고 명품으로 대접받으며, 이제 국내외 농산품 중에서 독자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다.

가락동 시장에 사과를 직접 출하하는 한 농민(청송군 부남면 대전동)은 “매년 첫 경매에서 청송사과 가격이 가장 높으니까 사과가격도 청송사과를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청송사과의 맛과 품질이 전국적으로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대부분 사과농가들은 ‘꼭지없는 사과’를 출하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인다. 사과를 따서 상자에 바로 담지 못하고 과수원에 언덕처럼 쌓아둔 후, 많은 일손을 동원해 꼭지를 하나하나 따야 한다. 청송군에서만 사과 꼭지를 자르는데 들어가는 인건비가 한해 86억원에 이른다. 사과꼭지를 그대로 둘 경우 신선도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생산자·구매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데, 그동안 농가에서는 관행적으로 사과꼭지를 따는 힘든 작업을 반복했던 것이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지난 21일 경북매일신문에 쓴 칼럼에서 “꼭지달린 청송사과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전국 농산물 도매시장과 공판장, 대형유통업체에도 협조를 구했다.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볼 참이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친숙했던 꼭지없는 사과의 벽을 넘어서야 하는 단체장의 고민이 읽혀지는 글이다.

윤 군수는 “첫걸음은 가장 어렵지만, 반대로 제일 용감한 행동이라고 여긴다. 꼭지달린 청송사과의 긍정적 영향력을 전국의 사과유통시장 흐름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청송군 3선 단체장인 윤 군수의 ‘발상의 전환’은 여러 차례 주목을 받아왔다.

윤 군수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청송교도소(경북북부 제2교도소)를 방문한 법무부장관에게 여성교도소 청송유치를 제안했다. 법무연수원 청송캠퍼스와 교정아파트 건립이 전제된 제안이었다.

청송군은 그전에 전국 어느 교도소도 거부했던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 코로나 확진자’들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물론 주민의사를 반영한 조치였다.

윤 군수는 올 1월부터는 조례를 제정해 주왕산 등 관광지를 비롯해 군내 8개 읍면을 정기적으로 다니는 농어촌버스를 전면 무료 운행하는 놀라운 조치를 발표했다. 청송군 버스는 연령이나 소득수준, 주소지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인구소멸을 막아보려는 고육지책이지만, 가지 않는 길을 가면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단체장의 역량이 돋보인다.

해외여행을 가보면 대부분 사과가 꼭지 달린 채로 유통된다. 일본은 사과꼭지를 솜으로 보호하며, 수박이나 멜론처럼 꼭지가 없으면 불량품으로 취급된다. 우리나라만 유독 꼭지없는 사과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민선단체장에겐 위기일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을 뚝심 있게 개척하는 청송군수의 모험적인 혁신이 청송사과의 국내·외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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