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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볼 수 있어야 관리할 수 있다

등록일 2023-09-03 18:58 게재일 2023-09-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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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옛날 중국 한나라의 황제인 선제는 서쪽의 강족이 틈만 나면 쳐들어와 백성들을 괴롭혀 근심이 많았다. 강족을 물리칠 장수로 76세의 백전노장 조충국을 불러들여 강족을 토벌할 대책을 묻자 “폐하! 백문 불여일견이라 했습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지요. 직접 보지 않고 방법을 말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으니 강족이 자주 나타난다는 금성군으로 가서 살펴본 뒤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후 현지에 가서 눈으로 살펴본 후 적절한 방법을 찾아 강족을 토벌하였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고사 성어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블랙박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진입로를 혼동하여 무리하게 끼어들거나 지나친 길을 역으로 주행하다 일어나는 사고를 보게 된다. 얻게 될 시간상의 이득을 포기하지 않기에 무리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도로 표면에 분홍색 혹은 녹색의 선이 그려져 있는 것이 자주 보인다. 이를 노면 색깔 유도선이라고 하는데 도로의 진출입 지점을 색깔로 시각화하여 주행 경로 혼동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눈으로 직접 경로를 확인하며 주행할 수 있는 노면 색깔 유도선은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안산 분기점에 처음으로 시범 적용이 되었는데 그 효과는 놀라웠다. 안산 분기점은 연간 2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던 곳이었는데 노면 색깔 유도선 적용 후 3건으로 줄어들었고, 2017년 국토교통부에서는 노면 색깔 유도선에 대한 설치 및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확산하게 되었다. 이제는 내비게이션과도 연동하여 “분홍색 유도로를 따라 주행하세요”와 같이 음성 안내를 들으면서 눈으로 보며 주행하니 경로를 혼동하여 일어나는 사고의 위험이 현저하게 줄었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관리 수단으로 기업을 포함하여 모든 영역에서 연구하고 활용할 필요가 크다. 핵심은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다. 보이게 하는 수단은 인간의 오감을 포함하여 첨단 계측기들을 활용해야 더 넓은 범위를 사각지대 없이 관리할 수 있다. 배관 내부를 흐르는 물질은 눈으로 볼 수 없어 이로운지 해로운지 알 수가 없기에 보이게 하는 수단으로 온도계나 압력계 등을 활용한다. 압력이나 온도를 알 수 있어야 환경에 적합한 조건으로 운전하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통제하여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 더불어 배관 바깥 표면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물질의 이름과 흘러가는 방향 표시를 하여 위급한 순간에 빠른 대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인간의 눈은 너무 빠르거나 느린 것은 볼 수 없기에 최첨단 카메라에게 양보하고, 위험 지역은 센서가 24시간 감시하게 하여 이상 시 알려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투입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관리할 수 없어 늘 불안했던 사각지대가 있다면 이제는 눈으로 보는 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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