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암담하기만 했던 코로나19가 지난 8월 31일 인플루엔자와 같은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됐고, 그 이후에도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추석에는 대규모 이동이 일어날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일가친척이 서로 만나기 어려웠으니 오랜만에 마음 놓고 회포를 풀 것이다.
친한 사람과는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정치 이야기가 빠지기 어렵다.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대통령에 당선된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지난 1년 반 동안 얼마나 정치를 잘하고 있는지 찬반이 분분할 것이며, 최근 단식을 감행한 이재명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의견도 극과 극을 오갈 것이다.
정치는 어떤 사안이라도 정당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향이 많고, 일반인에게 전달되는 정보도 왜곡되거나 제한적이라 소통하기가 참 어렵다. 자기가 즐겨 듣는 미디어에만 의존하다 보면, 자기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게 되고, 그만큼 양쪽 입장의 골은 깊어지고 대화는 끊어진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도 있지만,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현대 사회에서 민심은 미디어에 의해서 세뇌될 가능성도 많다. 그러니 민감한 정치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들리는 대로만 듣지 말고 조심스레 탐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최근의 가장 큰 이슈는, 지난 21일 제1야당 대표 이재명 의원에 대해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일일 것이다. 지난 2월 16일 대장동 등의 문제로 기소된 체포동의안이 한 표 차이로 부결된 후 백현동으로 다시 기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많았고, 이렇게 쪼개서 기소하는 검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일부 국민의 피로감은 이재명 때문이라기보다는 검찰의 전략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대장동 관련해서는 곽상도와 박영수의 혐의만 일부 증명되었을 뿐이어서 더 그렇다. 게다가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이 비명 계열의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 것을 보면, 이런 결과가 백현동 문제나 대북 송금 등의 혐의 때문인지 친명·비명 통합에 실패한 리더십 부재 때문인지 혼란스럽다.
다른 한편, 이재명 대표의 대응이 선뜻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상에 보장된 불체포 특권을 먼저 포기한다고 해놓고 이번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한 것은 모순으로 보이는 데다 지난달 31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행보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의 강한 권고로 성과도 없이 24일간의 단식을 중단하고 보니, 방탄용이었느냐는 의심을 해소하기도 어렵다. 다만, 단식이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것이 범죄 혐의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정말 중요한 것은 경제다. 지난 6월 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3월의 2.6%에서 2.7%로 올린 반면, 한국은 1.6%에서 1.5%로 내려잡으면서, 취약계층 직접 지원과 재정건전성을 높일 것 등 여러 가지 권고했다. 이것은 대부분 정치력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민생이 해결되면, 민심은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