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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표 차이의 의미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추위가 누그러진 탓일까? 간간이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비가 멎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달갑잖은 미세먼지가 나타난다. 코로나의 지겨움은 조금씩 사라지는 듯하지만, 물가상승과 경기불황, 정국 경색이 미세먼지마냥 희끄무레 감돌면서 칙칙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나날이다. 거기에 안개까지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지난 주말 안동으로 가는 길은 안개 속의 유영같았다. 흐릿한 날씨에 엷거나 짙은 안개가 사방을 감싸고, 차창 밖으로 다가오는 원근의 풍경은 늦겨울의 수묵화마냥 담담하게 펼쳐졌다. 안동지역에 있는 두 개 큰 댐의 영향인지 한낮이 다 돼 가는데도 좀처럼 안개가 가시질 않았다. 하필이면 안개 잦은 지역에서 안개낀 날의 회동 탓인지, 안동에서 열리는 한국문인협회 경북지회 제28대 임원선거를 앞두고 자욱하게 낀 안개는 모종의 암시(?)를 하는 것 같았다. 경북도내 20개 시군지부에서 모여든 400여 명의 문인들이 치열한 이파전의 경선에 뛰어들어 정말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의 상황에 놓인 것 같다고나 할까?경상북도문인협회는 한국문인협회 창립 이듬해인 1962년 2월 지회가 결성, 공식적으로 출범하여 유치환, 김춘수 등 한국문단의 걸출한 문인들이 초창기 지회장을 맡으면서 기반을 다져 올해로 61년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여 개 시·군지부와 시·시조·수필·소설·평론·희곡 등의 분과위원회를 두어 지역문학의 활성화와 창작활동의 증진으로 경북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한국문단의 대들보 같은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선출하는 지회장은 지역ㆍ관록을 고려해 추대하거나 후보자 간의 경선을 통해 공정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임해 왔으며, 이번 제28대 임원선거는 초기부터 팽팽한 접전에 과열양상으로 치달아 역대 최다 회원이 참석할만큼 양 진영의 높은 관심과 뜨거운 의지를 드러냈다.과연 피 말리는 한판 승부였다. 한 표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하고 입술이 바싹 타들어가는 드라마틱한(?) 선거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검표과정만 5번 반복할 정도의 초접전에 일부 신입회원들의 선거권 미부여에 거친 항의, 투표권에 대한 모호한 정관 조항 등으로 고성이 오가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지역별 정서나 성향, 장르, 연령, 관점 등이 서로 다른 373명의 회원들을 애써 양분하기도 지난할텐데, 어떻게 극적인 한 표 차이로 갈라놓을 수 있는지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는 선거의 무서운(?) 힘이 아닐 수 없다.한 표 차이의 신승(辛勝)에서 경북문인협회의 새로운 미래가 보인다. 화갑(華甲)에 접어든 경북문협이 이번 선거에서 보인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가히 역대급이다. 경북문학관 건립 추진, 문예발전기금 확충 등 공약과 지상과제가 많겠지만, 한 표 차이의 의미를 되새겨 배려와 포용으로 상대 측을 아우르며 화합과 성숙으로 지속가능한 경북문협의 더 큰 성장과 발전을 도모해야할 것이다.

2023-02-14

과학이라는 타자

최근 OpenAI사에서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가 화제다. 독일의 통계 자료 사이트인 Statista에 따르면 ChatGPT는 공개 이후 10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에 단 5일이 걸렸다고 하며, 넷플릭스(3.5년), 트위터(2년), 페이스북(10개월), 인스타그램(2.5개월) 등에 비교해 ChatGPT를 둘러싼 대중의 관심은 지금껏 우리가 마주하지 못한 규모의 것이라 할 수 있다.그간 여러 유형의 대화형 인공지능, 특히 사용자와 주고받는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된 언어모델형 AI가 여러 유형이 있었음에도 ChatGPT가 화제가 되고 있는 까닭은 이 프로그램이 우리의 상식을 월등히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 가령 특정 연산을 수행하는 컴퓨터 코드를 알려달라고 하면 ChatGPT는 이에 해당하는 코드는 실시간으로 알려주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공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철학적 질문을 던지면 ChatGPT는 답변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추가적인 생각을 덧붙여 알려준다. 흡사, 모니터 너머에 지식의 신이라도 기거하고 있다는 듯.신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ChatGPT는 아직 완벽하진 않다. 인터넷 정보를 기반으로 질문자에 답변하며 학습해나가는 탓에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답변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분야의 질문에 대해서는 제한된 지식만을 갖추고 있어 적절한 답변을 제공하지 못한다. 조금 평가 절하를 해보자면, ChatGPT는 모든 지식을 갖춘 신이 결코 아니다. 다만 일반 포털 사이트의 정보 검색 능력이 고도로 강화된, 그리하여 신뢰도에 있어 기존의 포털 사이트의 검색 값과 신뢰도를 월등히 뛰어넘는 강화된 검색 엔진에 가깝다.그럼에도 ChatGPT로 인한 변화는 이미 우리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사례를 말해보자면, 대학계에서는 ChatGPT를 활용한 과제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심 중이다. 가령, ChatGPT를 이용해 만든 코딩 과제, 혹은 에세이 과제는 표절인가 아닌가. 이것이 표절이라면 어떤 대상을 표절한 것인가. ChatGPT를 이용한 과제물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리는 것이 정당한가. 실제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는 이미 ChatGPT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대학에서는 ChatGPT 활용을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공고를 한다.아마도 대학은 학생들의 ChatGPT를 비롯한 대화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활용을 결코 막지 못할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아닌 것이, 인터넷의 보편화 이후 학생들의 과제물 표절 문제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해x캠퍼스’를 비롯한 과제물 판매 사이트에서부터 각종 백과사전식 지식 제공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과제물을 대신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 때문에 대학 역시 학생들의 표절 여부를 가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취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접근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오히려 대학에서 ChatGPT를 비롯한 인공지능형 기술의 사용법을 학생들에게 부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미 대다수의 과제는 위키로 통칭되는 사전형 지식 사이트의 정보를 참고하고 있으며, 평가의 기준은 지식의 적확성이 아닌 그것을 활용하는 학생의 능력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어떻게 ChatGPT의 활용을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그것이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예컨대 기술의 윤리적 활용 방안에 대해서 말이다.여기에는 하나의 단서가 따라붙는다. 우리는 과연 ChatGPT의 답변을 100% 신뢰할 수 있을까. ChatGPT는 과연 인간과 다른 방식의 판단능력을 가진 과학이 만든 타자인가. 사람들이 ChatGPT가 내놓는 답변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ChatGPT의 성능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열광할 수 있는 대상을 기다려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예컨대, 나를 대신해 정답을 말해주고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내 생의 독재자 말이다. 대상에 대한 잘못된 가치평가는 잘못된 열광을 낳으며, 잘못된 열광은 늘 비극으로 끝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열광도, 금지도 아닌 대상에 대한 적확한 지식이다.과학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과학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다. 지금 우리가 가진 인공지능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재고하는 것, 그것이 가장 시급하다. 인공지능은 당신의 삶을 인도할 대타자가 아니라 다만 도구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3-02-14

어떤 이별

관계 맺음에 관해 생각하는 요즘이다. 나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에 더욱 안정감을 느낀다.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 책 읽는 것을 즐기고 사람들로 꽉 찬 공간에 홀로 놓이는 것을 좋아한다. 나를 둘러싼 배경이 화려하고 요란할수록 고독은 빨리 찾아온다. 쓸쓸한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면 이상하리만치 기묘한 평온함이 느껴지고 그런 상태야말로 가장 나다운 지점이라고 여기고 있다.동시에 나는 사람과 사랑을 믿는다. 누군가를 만나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고 킬킬대는 순간 역시 소중한 일상 중 하나다. 부끄러움 없이 마음을 내놓으면 되돌아오는 진심에 위로받는다. 내가 힘들 때 중요한 부분을 붙들어주는 것도 타인이다.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마음속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건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관계를 맺을 때 어려운 것은 대부분의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기대되는 면도 있다. 삼십 대에 접어들면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관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중에도 함께 문학을 공부했던 학생들이야말로 위태로웠던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준 특별한 관계다.처음 학교에 발을 디뎠던 날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를 바라보는 무수한 눈동자, 그 천진한 호기심에 온몸이 꽁꽁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나 자신도 모르는 내 안의 모자람을 모조리 들켜버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었다. 학생들이 무심히 뱉는 사사로운 말이 비수처럼 꽂혀 아프게 느껴지기도 했고 사소한 순간에도 쉽게 주눅 들었다. 나는 더욱 기민하게 나를 의식하게 됐다. 그 난처함을 눈치챘던 것일까. 학생들은 나의 시시한 오답도 정답으로 믿었고 최선을 다하여 무한한 사랑을 건넸다.어느 날 한 학생이 물었다.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언제였냐고. 골똘히 고민하다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다 어쩌면 지금이 후회로 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첨예하게 삶을 바라봤다면 좀 더 필사적으로 움직였다면 뭔가가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선생이 해줄 수 있는 유의미한 조언이 될 것이었다. 비단 그날뿐만이 아니었다. 학생들 앞에서 현명하지 못했던 일들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있을 것만 같았다.나는 좋은 선생이 되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무해한 역할도 꿈꿨다. 그러나 선생은 좋은 말만 건넬 수 없고 맹목적인 낙관만을 외칠 수도 없었다. 현실은 너희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그것을 외면하지 말고 끝끝내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던가.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못 되었으니까. 계속해서 의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그저 거들먹거리고 있는 건 아니냐고. 그로 인해 어떤 우월감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리하여 어느덧 2월. 바로 엊그제가 졸업식이었다. 학교에 와서 처음 만났던 친구들이 삼 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떠나는 날이었다. 열일곱 고등학생이 스무 살이 되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모두의 얼굴과 함께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당연하게 지속될 줄만 알았던 우리의 시간에 안녕을 고할 때가 온 것이다.이제 졸업생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하여 자신만의 보폭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살면서 여러 관계를 맺고 다양한 일을 겪게 될 것이다. 가끔은 아프거나 무너지는 일들도 생겨날 것이다. 그건 가르쳐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가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겪었으니까. 그로 인해 더욱 단단해졌으니까.내가 아닌 타인의 미래를 간절히 그려본 적이 있던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글을 통해 타인의 내밀한 세계를 들여다봤고 이름 붙여지기 힘든 모종의 감정을 나누었다. 그건 처음 만나는 형태의 우정이었다. 마음을 다했으므로 어떤 후회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준 것보다 받은 것이 훨씬 더 크고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게 더 많았다. 미련처럼 맺혀있는 마음을 졸업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갈무리했다.떠남으로 완성되는 관계가 있다. 헤어지기 때문에 비로소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되었다. 이제 우리의 시간은 종결되었다. 어떤 이별은 만남보다 더 큰 설렘을 남긴다. 함께 나눴던 일들을 가슴에 품고 다가올 내일을 상상하는 일. 그것을 떠올리면 그제야 우리가 한 뼘 자란 것처럼 느껴진다.

2023-02-14

존재하지 않는 MZ세대와 소통하는 법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MZ세대는 없다. 없지만 있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겠지만 사실이다.‘MZ세대’라는 용어는 ‘베이비붐 세대’나 ‘386세대’처럼 사회학적으로 규정된 개념이 아니라는 뜻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네이버 시사상식사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거의 20년에 달하는 시기를 하나의 세대로 묶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몇 년 전, 청년론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가 ‘MZ-generation(MZ세대)’이라는 항목 자체가 영문 위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의 언론매체나 공론장에서도 몇 년 전까지는 MZ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MZ세대’라는 말이 제목에 들어간 책이 처음으로 출간된 것이 2018년 말이다. 그것도 사회과학서적이 아니라 마케팅과 트렌드를 내세운 책이었다. 즉, MZ세대라는 개념은 M과 Z를 결합한 거대한 취향 공동체, 즉 소비 집단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 만들어진 상업적 용어인 셈이다.그렇다고 해서 MZ세대라는 규정 자체가 무의미하고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은 아니다. 김춘수 시인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김춘수‘꽃’ 중에서)고 노래했듯, 언어는 강력한 규정력을 갖는다.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신구세대의 갈등은 더 이상 ‘세대갈등’이라는 용어에 담지 못할 만큼 커지고 있다. 다만, 우리 사회의 게으름과 낡은 관성은 그 모든 갈등의 원인을 자세히 살피고 해결하는 대신, 시끄러운 것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MZ세대라는 더 큰 상자에 담아버리고 ‘취급주의’ 표지를 붙인 채 방치해둔 것이다.MZ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그들을 MZ세대라고 부르는 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기성세대가 마음대로 ‘나’를 MZ세대라는 집단적 정체성에 끼워 넣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필자가 포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포항시 주최로 미혼 남녀를 짝지어 주는 데이트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 인구유출에 대한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청년에 대한 이러한 보수적 이해와 접근이 그들로 하여금 지역을 떠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는 아닐까. 지자체가 나서서 데이트 모임을 주최하기 전에 그들이 왜 연애와 결혼을 꺼리는지, 왜 학교를 졸업하면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하는지를 지역사회가 함께 성찰해보아야 할 것이다.만약 당신이 MZ세대와 소통하기 바라는 기성세대라면 그들에게서 MZ세대라는 타이틀을 떼어 버리고 그냥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하는 연습부터 해 보자. 당신의 직원이, 부하가, 자녀가 무언가에 서툴다면 그것은 MZ세대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 일이 서툰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예의와 관습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관습과 예의가 유통기간을 지나 상해버린 것은 아닐지 고민해 보시길.

2023-02-13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다

김규인 수필가 우리나라는 출생률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다.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데 이를 뒷받침할 젊은 세대는 줄어든다. 그런 가운데 젊은이들의 일자리 공급에 가려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는 뒷전이다. 일할 사람이 모자라 정년 연장을 꺼내자니 젊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일할 사람의 부족은 심각하다.지금의 노인들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를 살아왔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고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부모를 모시고도 자신은 자녀로부터 부양도 받지 못한다. 본인들의 노후를 준비하지도 못한 채 가정과 사회에서 어른으로서 지위도 흔들린다.공적연금과 기초연금 예산은 늘었지만,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라 노인 일자리 예산은 줄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예산은 큰 틀에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사회 기여 측면에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의 긍정적 효과는 무시할 수가 없다. 낮은 임금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공원 청소, 주차관리 같은 소소한 일을 노인들의 노동으로 메운다.공공일자리의 역할을 생각할 때 쉽게 예산을 줄여서는 안 된다. 노인들이 어슬렁거리며 하는 시답잖은 일이라고 치부하며 생산성의 잣대로만 가치를 판단하면 안 된다. 공공일자리는 투자한 돈 이상으로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이 강하다.노년의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외로움이 크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버는 27만 원은 우리 사회에서 27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추운 날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먹을 수도 있고 난방을 하여 노인의 차가운 몸을 녹이는 돈이 되고, 추운 겨울을 나게 하는 소중한 생명의 끈이 된다.일하다 쉬는 시간에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 얼굴 가득 웃음이 돌고 몸에 활기가 넘친다. 일하다 쉬는 휴식으로 삶에 리듬을 타고, 사람과의 관계가 이어지며 삶에 핏기가 돈다. 이러한 가운데 외로움은 남의 일이 된다. 봄철의 새싹처럼 몸에 생기가 돌고 삶의 만족도는 높아진다.일거리가 없어 몸을 쓰지 않으면 굳는다. 쓰지 않는 몸은 이내 병이 나고 드러눕게 되고 병원의 장기 입원자가 된다. 장기 입원 환자에게 국가가 부담하는 돈은 27만 원 이상이다. 건강보험공단의 돈주머니는 고삐가 풀려 어느 틈에 적자로 돌아선다.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지금 나이 든 노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일이다.나이 든 사람에게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일자리는 홀로 사는 감옥 같은 집에서 탈출시켜 주는 열쇠요 삶의 소중함을 맛보게 하는 도구이다. 무기력함과 외로움 속에 살다가 병원비로 지원할 것인가 삶의 에너지로 지원할 것인가는 정부의 몫이다.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적은 돈으로 국민을 기쁘게 하는 일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잠시만이라도 노인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말이다.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얻는 것이 긴축 재정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는지.

2023-02-13

성찰하는 권력에 박수를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전쟁 같은 정치’가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집행권력을 가진 정부여당이나 입법권력을 가진 야당이나 하나같이 자기성찰은 없고 정적(政敵) 공격에만 혈안이다. 민생은 외면하고 ‘네 탓 공방’으로 날을 새고 있으니 ‘정치의 존재이유’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정권은 교체되었지만 정치인들의 오만과 독선, 확증편향, 선택적 정의, 내로남불 행태는 전혀 변화가 없다. 여야가 바뀌었을 뿐, 권력은 자기성찰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찰 없는 권력은 ‘편견과 독선의 괴물’로 전락함으로써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이 아니라 근심’이 되고 있다.이처럼 권력은 왜 성찰에 인색할까? 그 원인은 ‘권력의 자기중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성찰을 위한 전제는 ‘경청(傾聽)’이다. 타인의 고언(苦言)을 겸허히 듣고자 할 때 비로소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은 커질수록 자기중심성이 강해짐으로써 타인의 충고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권력의 크기와 성찰의 가능성이 반비례’하는 까닭이다.한국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은 권력의 자기중심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내가 성찰을 거부하면 ‘소신’이고, 상대가 성찰을 거부하면 ‘아집’이라고 한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니 ‘내 탓은 없고 남 탓’만 하게 된다.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권을 탓하면서 적폐청산에 올인(all-in)했고,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정권을 탓하면서 새로운 적폐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행하게도 ‘내 탓이오’라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권력은 찾아볼 수가 없다.게다가 여야의 강성 지지자들, 즉 정치팬덤들의 극단적 행태도 권력의 성찰을 가로막고 있다. 좌우의 팬덤들은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증오의 정치’를 부추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합리적 비판까지도 이적(利敵)행위로 몰아서 집단린치를 가하고 있다. ‘충신을 배신자로 낙인’찍어 내부비판을 막고 있으니 권력의 자체교정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이처럼 권력의 성찰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성찰 없는 권력은 국가적 불행을 초래하기 때문에 주권자인 국민은 ‘엿과 채찍’으로서 정치인들의 성찰을 유도해야 한다.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권력의 표리부동(表裏不同)’에 속지 말고, 위선적 권력은 가차 없이 비판하고 성찰하는 권력은 격려해야 한다. 특히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권력에 직언하는 충신들, 그리고 정치팬덤들의 비열한 공격을 받고 있는 내부비판자들에게는 성원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반면에 성찰을 거부하는 오만한 권력은 미래가 없음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권력의 속성상 자기성찰은 쉽지 않기 때문에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고 있는 국민이 채찍을 들 수밖에 없다. 최선의 방법은 대선·총선·지선 등의 선거를 통해서 그들을 철저히 응징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보다 자기성찰에 충실한 정당과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퇴행적이고 야만적인 한국정치의 정상화를 위해서.

2023-02-13

포항人材 양성할 ‘명문고 부활’ 가능할까

포항향토청년회(포항청년회)가 조만간 포항지역 고교평준화 제도개선 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어서 시민여론의 향방이 주목된다. 박용선 포항청년회장(경북도의회 부의장)은 최근 “현재 경북도내에서는 포항이 유일하게 고교평준화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지역 명문고 부활을 위해 청년회가 나서서 제도개선에 대한 시민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고교평준화 제도개선 결정권한은 경북도교육청에 있다. 지난 1979년 창립된 포항청년회는 40·50대 오피니언 리더 6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포항청년회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경북도내 주요 고교의 대학입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 평균 합격률이 경주고 23.46%, 안동고 17.07%, 구미고 13.14%, 구미여고 10.44%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 경북도내 최고 명문고라는 소리를 듣던 포항고(9.23%)와 포항여고(8.62%)는 겨우 5·6위에 랭크되는 정도였다. 포항청년회는 포항지역 고교생의 학력하향 현상은 고교평준화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려면 시민들을 대상으로 비평준화제도 회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사실 포항지역 고교평준화제도 개선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현안이 아니다. 포항지역 교육계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고교평준화가 인재양성을 막아 인구유출 등 포항을 내리막길로 모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번에 포항청년회가 중심이 돼 다소간의 진통을 감수하고라도 고교평준화의 명암을 공개적인 테이블에 올려놓고 분석해 보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포항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경북도내에서 유일하게 고교평준화 제도를 도입해 현재까지 시행 15년째를 맞고 있다. 고교평준화 이후의 학력저하 현상은 비수도권 도시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포항청년회가 이러한 지역문제를 열린 공론에 붙여 포항지역 청년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일에 포항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2023-02-13

우산고로쇠

홍석봉 대구지사장 ‘신비의 물’로 불리는 울릉도의 ‘우산고로쇠 수액’이 본격 출하되기 시작했다.요즘 고로쇠 수액 채취시기를 맞아 울릉도의 해발 400~700m 산 중턱의 눈 더미 속에서 주민들의 고로쇠 수액 채취 손길이 분주하다. 해마다 경칩전후인 2월 말∼3월 중순에 채취한다. 우산고로쇠 수액은 청정지역에서 생산돼 깨끗하고 맛도 으뜸으로 평가받는다.높은 당도와 산삼(사포닌)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우산고로쇠 나무는 육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자생, 100% 국산 유전인자를 가진 울릉도 토종 단풍나무과 활엽수다. 울릉도의 옛 지명인 우산국 이름을 따왔다. 산림청의 지리적 표시 임산물 제40호로 등록돼 있다.우산고로쇠 수액에는 시판 생수에 비해 칼슘은 약 40배, 마그네슘은 약 30배 높아 건강에 좋다고 한다. 아미노산, 비타민C, 미네랄 등 여러 가지 무기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고로쇠 수액은 산후조리, 숙취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노폐물 제거 및 신진대사 촉진 등과 비뇨, 변비, 류머티스, 관절염, 위장병, 신경통, 피부미용에도 효험이 있다. 신장병, 이뇨작용에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냉장 보관하면 한 달 정도는 간다. 고로쇠는 ‘뼈에 좋은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樹)’가 바뀐 말이라고 한다.우산고로쇠 수액으로 장을 담그면 일반 된장보다 뒷맛이 구수하고 개운해 장담그기용으로도 인기다. 울릉군은 해마다 우산고로쇠 수액으로 된장을 만들어 소외된 이웃에 전달하는 사랑의 장담그기 행사도 갖는다. 각종 쇼핑몰 등에서 판매해 요즘은 육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산고로쇠는 주민 건강을 챙기고 소득 증대에도 일조하는 효자나무가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13

대구시 위기가구 대책… 복지 안전판 되길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지역특화형 복지위기가구 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복지가 잘되는 도시가 선진도시라는 점에서 대구시의 지역특화형 복지제도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대구시가 시도한 복지위기가구 지원시스템은 전기, 가스, 수도료 등을 2개월 이상 연체한 가구를 대상으로 정밀 조사한 후 지원 여부를 가리는 제도다.단전, 단수, 단가스 위기에 놓인 취약계층을 초기단계에서 신속히 발굴 지원할 수 있다. 기존 보건복지부 제공의 시스템보다 2∼5개월 가량 빨리 위기의심가구를 찾아낼 수 있어 복지 사각지대 안전판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거라 한다.대구시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조사를 벌여 최근 전기, 가스, 수도료 등을 2개월 이상 연체한 위기의심가구 7천238가구를 찾아냈다. 이 중 3천50가구에 대한 정밀조사를 끝내고 그 중 963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활수급, 긴급복지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4천188가구에 대한 조사도 곧 진행할 예정이라 한다.3년간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정도 늘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무료급식소를 배회하거나 생활고에 시달려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대구시가 선제적으로 위기가구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도 여전히 많다. 빈곤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수원 세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적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 생활고를 비난해 극한 선택을 한 사례가 그동안 여러 차례 발생했다.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뜻한다.위기 가구에 대한 이웃의 관심도 필요하지만 자치단체가 찾아가는 복지 정책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 존립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대구시의 지역특화형 복지 위기가구 지원서비스가 더 많은 성과를 내길 바란다. 또 대구시의 이같은 복지제도가 취약계층에게 희망이 되고 복지 선도도시가 되는 계기가 되면 더 좋다.

2023-02-13

의성 조문국(召文國), 옛 영광은 잠들어

삶을 이어가는 지역의 공간은 그 지역을 살아가는 지역민에게 주요한 관심사다. 사람들은 시간의 축적에 따른 잠재력, 공간적 위치, 주변과의 관계성, 역사적 사실, 민담이나 전설 등이 명징하게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의성 금성면에도 그 기대감을 드높인 전설이 전해진다. 삼한시대에 조문국이라는 커다란 왕국이 의성에서 번성했으며, 조문국 경덕왕릉(景德王陵)에 제를 지내면 가뭄을 해결해준다고 한다. 경덕왕릉에 얽힌 전설에서는 주로 꿈에 노인이 등장한다. 노인은 기이한 복식을 입고 나타나 옛 영광을 노래하거나 봉분의 관리에 대해 언질하거나 자신의 집 위에 있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를 조선 조정은 범상치 않게 여겨 의성 현령 이우신( 1670~ 1744)에게 고분을 정비하고 하마비(下馬碑)를 세우게 하며 기우제나 향사를 국가가 주관토록 했다.의성 금성면에서의 전설은 조문국의 존재에 대한 신빙성과 관련되어 있다. 명덕리 비봉산에는 봉황이 날아올랐다는 이야기가, 백장령에는 봉황이 날아가지 못하게 100장의 그물을 쳤다는 이야기가, 오동산에는 봉황이 먹는 오동나무가 많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다. 1960년 대리리·학미리·탑리리에서 5~6세기경 고분군 374여 기가 발굴되면서 이와 같은 조문국 전설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발견된 고분 중 100여 기는 경주 고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규모가 컸으며, 특히나 새(봉황)의 깃털 모양 장식이 있는 금동관도 발굴되어 의성에 오랫동안 구전된 전설의 신빙성을 더욱 뒷받침하였다.의성은 동부의 산악지대를 제외하고 완만한 구릉과 곡저평야로 이뤄져 있어서 예로부터 영남의 곡창지대이자 경주로 통하는 주요 교통로로 활용되었다. 삼한시대 사로국은 외부 세력의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의성의 조문국을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려 했을 것이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의하면, 벌휴이사금 2년(서기 185년)에 조문국은 사로국에 복속된다. 이후 언제까지 조문국 왕실이 유지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화랑세기’에서 조문국의 왕녀 운모와 사로국의 김씨 왕실이 혈연으로 맺어져 신라의 진골 정통을 형성하였다고도 전해지지만 ‘화랑세기’는 정통 역사서로 인정받지 못했기에 조문국의 기록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소략한 사료에도 불구하고 금성면의 대규모 고분군은 옛 조문국의 장엄했던 영광을 짐작하게 한다.조문국 경덕왕릉에 지내던 기우제나 지역 향사는 조선때 국가향사가 되었다가 일제에 의해 중단된다.이를 박규환이 1910년 개인적으로 제를 지내면서 그 명맥을 이어간다. 그러나 1919년 고종 승하에 곡을 하고 3·1 조문교회 만세운동을 주관하면서 고문으로 인한 병을 얻는다. 그는 당시 천석꾼인 신명환에게 향사를 이양한다. 신명환은 문화통치 시기의 정책에 맞춰 조문국 향사의 규모를 키우고 체계화하였다. 다만 경덕왕릉비를 세웠으나 비문에 일본의 연호가 기록되고, 조문국의 역사를 기록한 ‘미광’을 발간하였으나 조선식민지화를 정당한 것으로 설명하는 등 당시의 일제 정책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1960년 국립중앙박물관 주관으로 고분이 발굴되고, 1985년 경덕왕릉보존위원회로 이전되기까지 조문국 향사는 개인 중심의 향사에서 지역 중심의 향사로 천천히 변화하였다. 1988년 이후 적극적인 기록보존을 위한 노력-사료수집, 연구용역의탁, 간이전시실 운영 등의 의견 제시-으로 조문국에 대한 현대적 자료가 만들어진다. 현재는 의성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향사가 이어지고 있다.의성 금성면 고분군에는 조문국사적지와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경덕왕릉을 중심으로 펼쳐진 조문국사적지에는 작약꽃단지·팔각정자·고분거님길·전시관 등이 있어 고분군 사이를 거닐 수 있으며, 길 건너 박물관에는 유물과 발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둥근 돌이 아닌 깨진 돌을 사용한 유사 돌무지덧널무덤, 네모난 구멍이 많은 굽다리 토기, 새 깃털 모양 장식이 특징인 금동관모 등을 통해 조문국만의 독자적인 문화가 발전했음을, 경주의 위세품 유물을 통해 사로국과의 교류가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박물관 옆에는 물놀이터와 지석묘·미로정원, 공룡놀이터가 마련되어 가족 단위의 여행객을 위한 여건도 마련되었다. 잘 갖춰진 숙박시설이나 캠핑장, 카페와 같은 인프라가 좀 더 구축되고, 문화공연과 연계된다면 더 많은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 같다.그러나 ‘여지도서’(1760)의 기록 “문소고을 과거사를 누구와 의론하랴/천년이 지난 오늘 경덕분만 남았도다/비봉곡조 없어지고 사람도 볼 수 없고/조문의 거문고 가버린 지금 그 소리도 묘연하다”처럼 의성은 현재 인구절벽에 가로막혀있다. 애써 지켜왔고 지금도 잘 지키고 있지만 조문국 향사와 같은 지역 문화를 이어받으려는 젊은층은 부족하기만 하다. 이는 비단 의성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전통을 지키는 것도 관광자원을 유치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기에 여전히 의성의 옛 영광은 잠들어 조문국 꿈길 위를 벗어나지 못한다./최정화 스토리텔러◇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2023-02-13

그들은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쓴다

바야흐로, AI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완승하고, 이세돌이 신의 한 수로 승리했던 드라마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인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조금은 더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AI는 현실 세계 바깥의 샌드박스 속에서 빠르게 발전하면서, 어느새 인류가 몇천 년의 시간을 들여 세워 올린 문명의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 고작 몇 개의 단어만 입력하면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수많은 일러스트 AI와 앨런 튜링이 제안했던 컴퓨터와 인간의 대화에서 자연스러움에 대한 튜링 테스트 같은 것은 이미 넘어버린 수준으로 대화하고 있는 chatGPT처럼, AI는 말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제 곧 음악을 만들고, 놀이를 하고, 생각을 할 것이다.인간 세계의 물리적인 시간 같은 것은 얼마든지 병렬 처리 프로세스를 통해 압축해버릴 수 있는 것이 디지털 세계의 시간이다 보니, AI가 인류 문명을 따라 잡는 속도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빨라질 것이다. 소나 말이 끌지 않는데도, 굉음을 내며 스스로 움직이는 증기기관차를 보았을 때의 압도적인 근대 문명의 충격만큼의 것이 우리를 덮치고 있는 셈이다.AI가 지배하는 미래 세계의 풍경은 이미 많은 작가들이 보여주었다. 그것들 대개는 디스토피아적인 전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는 세상을 희망찬 미래로 담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SF는 아직 열리지 않는 미래의 불확정적 영역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독자가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가장 큰 동력으로 삼고 있기 마련이다.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1932)에서 보여준 인간이 가진 감정이라는 잉여의 대상을 통제하는 소마(soma)라는 통제 시스템은 미래 문명에 대한 공포어린 시선으로 AI에 의해 초래될 세계에 대한 공포로 수렴된다.아이작 아시모프의 자율적인 의사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기계인 ‘로봇’ 시리즈나 아서 C.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그리고 필립 K딕이 보여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의 알고리즘을 짜기 시작하는 기계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그것이 인류가 세워 올린 문명의 방향성을 문제 삼는 사춘기를 겪기 시작할 것이다. 사춘기를 겪고 나면 어엿하게 독립된 존재로서 그것은 세계 속에서 자기의 영역을 주장하고, 조만간 자신이 인간보다 기능적으로 나을 뿐만 아니라 더 힘이 센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하리라.AI의 도래가 가시화된 이 세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SF를 한 작품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neuromancer, 1984)’를 꼽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이버펑크(cyberpunk)를 대표하는 작가로, 필립 K. 딕 이후 가장 대표적인 SF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매트릭스’라는 사이버스페이스 개념을 처음으로 소설 속에 구현해서 신체 교환된 포스트 휴먼이 디지털 네트워크와 실제 세계를 오가면서 겪는 모험담을 그려냈다. 주인공인 케이스는 피폐화된 세계 속에서 신체 교환과 약물 중독을 겪으면서, 자칫하면 죽을 위기를 겪으면서 AI 윈터무트와 뉴로맨서가 주도하는 음모를 파헤쳐간다.이 소설은 마치 영웅의 서사시처럼 고난을 겪으며 이를 헤쳐나가는 구조를 띠고 있지만, 그에게 멘토는 실제의 사람이 아니라 매트릭스 속에 데이터로 업로드된 지금은 죽은 스페이스 카우보이이다. 자기에게 영향을 주는 AI의 존재를 알아내고서 이 소설의 주인공 케이스는 그와 맞서기보다는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온다. 시스템의 주인은 불멸의 존재인 것이다. 감각 전이나 매트릭스 접속, 인격화된 AI 등 이 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기술적 미래상은 수도 없이 많다. AI 계시록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라./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3-02-13

쪼개지면 망한다

김진국 고문 2000년 연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차기 권력’ 후보들의 정치 발언을 단속했다. 김 대통령은 그해 6월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12월에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01년 1월부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받은 구제금융을 상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잘 달리던 그가 ‘차기’가 부상하는 걸 원하지는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블랙홀’이었던 개헌처럼 ‘차기’라는 단어는 역대 대통령의 역린이었다.그런데 노무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언급했다. 노 장관의 정치 발언은 처음이 아니었다. 한광옥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노 장관을 불러 “제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는 김 대통령의 경고를 전달했다.그렇지만 질책받으러 호출됐다는 노 장관의 표정은 당당했다. 청와대 비서실을 여기저기 인사하며 돌아다녔다. 그때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주자로서 노 장관은 5~7번째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3당 합당하며 합의한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김영삼 당 대표는 ‘노란 봉투’를 던지고, 눈 덮인 지리산을 오르며, 노 대통령을 굴복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현재 권력’과 동거했던 대표적 ‘미래 권력’이다.‘레임덕’이란 단어는 역대 정부에서 금기어였다. 그런데 집권 세력 안에서 ‘레임덕’과 ‘탈당’을 먼저 끄집어내는 건 의외다. 김기현 당 대표 후보의 후원 회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는 ‘미래 권력’인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질 수 있고,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멘토라는 그의 발언은 당 대표 경선에 얼마나 목을 매는지를 말해준다. 그래도 너무 거칠다. 금도가 필요하다.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된다고 바로 ‘미래 권력’이 되는 건 아니다. 차기 후보는 당 대표가 되기보다 훨씬 어렵다. 대통령이 지명해서 끝날 문제도 아니다. 스스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제에서 임기 마지막까지 남는 과제가 정권 재창출이다. 정권이 넘어가면 5년 치적이 모두 뒤집힐 수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차기 후보에게 굴복하는 모양까지 연출했다. 그래도 ‘말 잘 듣는 후계자’는 환상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그랬다.준비하지 않은 후보는 이기지 못한다. 임기 초반부터 ‘현재 권력’과 대립할 수는 없다. 하지만 후보가 될만한 사람의 손발을 모두 묶어 버리면 차기 경쟁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자칫 정권을 넘겨줄 수 있다. 2007년 대통령 선거는 열린우리당이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경선이 결선보다 더 치열했고, 정작 본선은 싱겁게 끝나버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경선 이후 줄곧 ‘문빠’의 공격 대상이었다 후보가 되었지만 실패했다.물론 ‘현재 권력’이 실패하면 정권 재창출이 없다. IMF 사태가 벌어진 김영삼 정부, 집권당이 쪼개지고, 탄핵에 시달리고, 국론 분열됐던 노무현 정부 뒤에는 정권이 넘어갔다. 조그만 이견마저 ‘배신자’로 낙인찍고, 공천 파동이 벌어진 박근혜 정부도 결국 정권을 넘겨줬다. 바닥을 치는 ‘현재 정권’ 아래서는 정권을 재창출할 ‘미래 권력’도 없었다. 문제는 권력 주변 인사들이다. 현재 권력도, 미래 권력도 쪼개면 망한다. 현재 권력이라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쪼개지면 아무것도 못 한다.지지 정당을 쪼개놓고 당선될 미래 권력도 없다. 권력 주변 인사들은 다르다. 자리는 언제나 모자란다. 공직은 한정돼 있고, 지역구는 오히려 줄어든다. 앉힐 사람은 넘친다. 경쟁자를 줄일수록 자기 패거리 몫이 커진다. 당과 나라의 미래보다 패거리가 먹을 게 급하다. 이런 자들의 말에 현혹되면 현재 권력도, 미래 권력도 망하는 길로 간다. 집권당이 혼란하면 국민도 불행하다. 더이상 무리해선 안 된다. 전당대회 이후를 생각하면, 금도가 필요하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2-12

운동할 때 물, 어떻게 마셔야 할까?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물을 마시고 운동을 하면 배가 아프다”, “운동 중 물을 마시면 근육이 풀어진다”, “운동 직후 물을 마시면 살이 찐다”. 이처럼 운동과 물에 대한 속설은 의외로 많다. 운동과 물은 따로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불가분적 관계이며 운동할 때 가장 필수적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운동할 때 물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제한으로 마셔서는 안 된다. 운동 중이나 직후에 마시는 물이 과다할 경우 호흡곤란, 폐부종, 뇌부종이 발생하여 혼수상태 또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적정량의 물을 언제, 어떻게 마셔야 할까?운동을 하게 되면 수분 손실이 많아지게 된다.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이나 운동선수의 경우 하루에 체중의 6~8%까지도 수분을 잃을 수 있다. 흔히 탈수라 하는 수분 손실 현상은 갈증, 식욕 상실, 무기력, 불안, 메스꺼움, 과민증 등으로 나타난다. 보통 체내 수분이 체중의 1%가량 손실되면 갈증현상이 나타난다. 약 2%가량 부족하게 되면 운동 중 심박수와 체온이 올라가고, 3~4%에 이르게 되면 혈류량 감소로 인해 신체활동력과 유산소 운동능력이 20~30%까지 감소된다.게다가 고온 환경이나 계속적인 고강도 운동으로 수분 손실이 더 증가하게 되면 현기증, 정신착란, 기억 감퇴 등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열 탈진, 열사병을 넘어 죽음까지 초래할 수 있다. 만성적인 탈수 상태가 되면 수분을 보충해도 운동수행능력이 잘 회복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운동 전후나 중에도 적절한 물 보충은 해야 한다. 유산소운동이든 무산소운동이든 운동 형태와 상관없이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면서 빠져가는 수분을 보충해주는 게 운동 효과가 크다.수분 섭취 방법은 운동 강도에 따라 다르다. 목이 마를 때만 마시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운동하기 2시간 전에 약 0.5ℓ를 마시는 것이 권장되는데, 1시간 이상 땀을 많이 흘리는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운동 중과 후에 손실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특히 운동선수의 경우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훈련이나 시합 중에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증은 쉽게 인지할 수 없는데, 이는 젖산 등 노폐물 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아 피로 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운동선수는 자신의 체액 손실을 알고 보충해야 한다. 운동선수의 경우 운동 중에 시간당 약 0.5ℓ를 마시는 것이 권장되지만 운동할 때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는 개인의 수분 요구량에 따라 다르다. 운동 전과 후의 체중 차이와 운동 중 섭취한 수분의 양을 합하면 체액 손실이 계산된다. 예를 들어 운동 중에 0.5ℓ를 마셨는데, 운동 후 체중이 1kg 줄었다면 수분 요구량은 1.5ℓ이다. 특히 운동 중에 수분 보충은 반드시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마셔야 한다.운동선수와 같이 하루에 몇 시간씩 강도 높은 운동을 한다면 운동 전중후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물에 희석한 미네랄워터 또는 주스는 운동선수를 위한 수분보충제로 권장된다. 특히 장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이나 마라톤과 같은 시합 후에는 몸에 충분한 전해질을 공급하는 것이 좋다. 전해질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이온음료가 추천되지만, 약 3/4의 물과 1/4의 사과 등 과일 주스를 섞어 마시는 방법도 있다.특히 나이가 들수록 갈증을 느끼는 능력이 저하되는데, 노인에게 탈수증은 치명적일 수 있다. 체내의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은 단순 목마름을 넘어 근감소증을 더욱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근감소증은 근육량의 감소로 인한 근력의 저하가 동반되고 이로 인해 신체기능이 저하되어 낙상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노인의 낙상은 골절상을 발생시키고 이는 높은 사망률과 이환율을 증가시킨다. 게다가 근육량의 감소는 신진대사를 떨어뜨려 노인성 비만을 증가시켜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성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독일스포츠영양연구소(Deutsches Institut f00FCr Sportern00E4hrung)는 근력운동 후 근육 재생에 우유 섭취를 권장한다. 특히 저지방우유는 탄수화물, 전해질 및 칼슘뿐만 아니라 근육 형성을 위한 고품질 단백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또한 물은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물의 온도는 4~5℃가 가장 잘 흡수되기 때문이다. 다만 과민성 대장염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무조건 찬물을 마시는 것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섭취해야 한다. 변비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차가운 물을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1.5~2ℓ 정도의 수분섭취를 권고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물 충분 섭취자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나타났다. 우리 몸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수분은 인간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다.운동을 하면 땀이 나는데, 땀도 수분의 일종이다. 운동 전에는 미리 수분을 보충하고, 운동 중에도 갈증이 나기 전에 규칙적으로 물을 천천히 조금씩 마시며, 운동 후에도 땀을 흘린 만큼 탈수 예방을 위해서 충분히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23-02-12

‘벚꽃 피는 순서’와 ‘첫눈 오는 순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우리 대학은 한국에서 가장 마지막에 망할 겁니다. 그건 우리 대학의 벚꽃이 한국에서 가장 마지막에 피기 때문입니다”라는 농담을 하는 대학의 보직자를 만난 적이 있다.그가 재직하는 대학이 서울보다 더 북쪽인 한국의 최북단에 있기 때문에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라면 가장 그 대학이 늦게 망할 것이라는 농담이었지만, 그 말을 듣는 필자는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서울과 지방으로 양분되는 한국적 현실이 이런 코미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벚꽃 순서’의 내면에는 서울과 지방을 양분하는 고질적 병이 숨겨져 있다.‘지역대학의 세계화’를 강조하며 포스텍을 지키던 포스텍 교수들조차 퇴임 후에는 대부분 서울로 올라가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경북이나 대구, 부산이 고향인 분들도 퇴임 후 고향을 찾지 않고 서울로 올라간다. 서울 선호도는 포스텍 교수들에게도 예외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필자는 개인적으로 ‘지방대’라는 말을 쓰지 않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의상 칼럼에서 ‘지방대’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사실상 지방대라는 말에 오늘의 대학의 문제가 모두 내재되어 있다. 그것은 서울에 있지 않는 대학은 지방대라고 부르기 때문이다.심지어 경기도에 있는 대학들도 지방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기도에 있는 유력한 대학들도 ‘인서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생유치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 정말 한심한 현실이 한국의 서울과 지방의 양분화 상황이다.2023학년도 정시모집 결과 수험생이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곳은 전국적으로 26개 학과, 14개 대학인데 모두 지방대로 집계됐다고 한다.얼마 전 대구의 모 대학 총장이 대학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입시 실패에 대한 총장 책임을 묻는 글 아래에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할 것이라는 사실만 약속드린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사실상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대입에서 정원을 못 채운 지방대가 속출하면서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말이 나돌고, 이제는 총장 사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아마 이런 현상이 더 가중될 것이다.1960∼70년대 시절 신생아는 연 100만 명에 가까웠고 초등학교는 한 반에 100명 가까운 콩나물 교실이었다. 2부제, 3부제 수업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초등학교 교실은 한 반에 20∼30명 수준이고 폐교되는 학교도 종종 있다.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이미 시작되었다.한국은 출생아가 역대 최저치인 30만 명 선이 무너졌고 대학정원은 약 50만 명이니까 조만간 대학의 거의 반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조정, 정부지원, 지방대 특화 등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기도 한다.구조 조정은 모든 대학이 다 같이 정원을 줄이자는 것이고, 정부지원은 지방대에 좀 더 많은 지원을 하자는 주장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각자도생토록 하지 말고 구조조정과 재정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또한 지방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성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포항의 포스텍이 전국적인 명성의 프리미어 대학으로 문제가 없지만, 한동대의 100% 충원은 글로벌 역량강화와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한 것이라는 예를 들며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기도 한다.그러나 국민들이 ‘첫눈 오는 순서’로 대학을 지망하고 그 지역에 사는 것을 선호한다면 어떤 구조조정도 정부지원도 효과를 크게 갖기 힘들다.이러한 선호는 서울과 지방의 양분을 고착화시키고 있다.일부 대학의 폐교는 어쩔 수 없다 하여도 서울과 지방에 대한 양분법의 인식과 지방과 지방대학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줄어든다면 현 대학정원 미달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 가능하다. 재수, 반수를 통해서 ‘인서울’ 대학으로 가려는 분위기가 없어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미국의 많은 우수한 대학들이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주요 명문 주립대학들은 주의 수도가 아닌 작은 마을에 있다. 이것은 교육선진국이라는 유럽이나 일본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마찬가지이다.미국과 같이 한국도 서울 지역 가리지 않고 대학이 교육과 연구의 질로 승부하는 그런 상황이 되어야 한다.서울·지방 이분법은 이 사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벚꽃 피는 순서’로 망할 것이라는 말은 ‘첫눈 오는 순서’로 지역을 선호하고 서울과 지방을 양분하는 고질적인 한국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떠한 처방도 약이 될 수가 없다.이러한 고질적 병이 사라질 때 한국의 대학충원율 문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사실상 ‘벚꽃 피는 순서’라든가 ‘첫눈 오는 순서’라든가 하는 지역적 차별을 일컫는 농담도 사라져야 한다.

2023-02-12

챗봇 돌풍

우정구 논설위원 2016년 3월 5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인공지능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게임의 전개가 다양하고 경우의 수가 많은 바둑을 이기지는 못할 거란 기대는 곧 허물어졌다. 알파고가 세계 최고수인 이세돌을 4대1로 눌렀던 것이다.알파고의 승리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기계의 승리란 측면에서 인간 세계에 던져준 충격은 실로 컸다. 인공지능 발달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의문을 남겼다.컴퓨터가 최초로 개발되고 계산에서 사고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과 같은 기능은 거듭 발전해 왔다. 1997년에는 IBM의 인공지능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고, 인공지능 왓슨은 미국의 퀴즈 프로그램에 나와 역대 우승자를 모두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난공불락 영역으로 여겼던 바둑이 무너지고 최근 미국의 오픈 AI사가 개발한 대화형 GPT가 출시됐다. 출시 두 달만에 월간 이용자가 1억명을 돌파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판 챗봇 출시도 임박하다고 한다.챗GPT는 대화전문 인공지능 챗봇이다.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질문에 답변한다. 대학의 과제나 판결문 작성도 단숨에 써낼 수 있다. 어떤 복잡한 문제도 척척 대답을 한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폰 등장을 능가하는 일상의 변화가 예상된다니 얼마나 엉뚱한 세상이 될지도 걱정이다.또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의 진화로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을 한다. AI가 법률 자문을 하고 논문도 써주며 기사도 작성도 한다니 기상천외하다. 그보다 AI가 사람의 감정 영역까지 침투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12

역사적인 판결

김규종 경북대 교수 지난 2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역사적인 판결이 나왔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번째 판결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피고 대한민국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면서 원고에게 3천만 원과 관련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재판부는 한국군 해병 제2여단 (청룡부대) 소속 군인들이 1968년 6월 12일 작전 중에 원고 가족들에게 총격을 가하여 원고의 이모와 남동생, 언니가 현장에서 사망하고, 원고와 오빠가 중상을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완료됐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 역시 원고가 처한 심각한 장애 사유로 발생한 늦은 권리행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이번 판결에 한국인들의 증언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한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해병대 소속 증인들이 한국군이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한국 정부는 1965년 10월 해병 청룡부대와 육군 맹호부대 파병을 기점으로 1973년 3월 철수할 때까지 4만8천여 명을 베트남에 보냈다. 그 결과 5만여 명의 베트남인을 죽이고, 한국군 5천여 명의 사망자와 1만여 명의 부상자, 2만여 명의 고엽제 환자가 생겼고, 총 1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언젠가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시작해 다낭에 이르는 짧지 않은 여정이었다. 방문 목적은 베트남의 전쟁역사박물관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베트남의 주요 도시에는 예외 없이 전쟁역사박물관이 있었다. 박물관에서 방송으로 안내하는 베트남 전쟁 전개 과정이 처음에는 영어로 바로 다음에 한국어로 진행된다는 사실이 특이하게 다가왔다.파리를 관통하는 센강의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언어는 프랑스어, 영어, 도이치어 순서였다. 그래서인지 베트남 전쟁역사박물관을 찾은 푸른 눈의 여행객들은 실망을 감추지 않고 한국어 방송 도중에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느낀 건 자부심이 아니라, 부끄러움과 미안함이었다. 남의 나라 내전에 미국의 용병으로 참전하여 무고한 민간인들까지 학살한 대가로 10억 달러 벌어서 조국 근대화의 소중한 종잣돈으로 썼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20세기 국가들이 보이는 공통의 행태가 있다. 그것은 고대에는 자국(自國)의 위용은 과시하고, 현대에는 피해자로 자신을 둔갑시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일본이 대표적인 본보기다. 다윗과 솔로몬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되, 디아스포라와 유대인 학살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이스라엘. 임나일본부설과 찬연한 만세일손의 국가로 자부하다가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 피해만 누누이 강조하는 일본. 그런 대열에 우리도 합류하기 일쑤였다.이번에 나온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배상 판결은 역사적이다. 가해자로서 대한민국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가증스러운 일제와 그 후예들에게 우리의 역사 인식과 책임감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너희가 베트남에서 한 짓은 눈 감고 왜 우리에게 사죄를 요구하느냐’ 하는 일본인들의 역겨운 시선을 일거에 날려버린 판결이기 때문이다. 재판부에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2023-02-12

여당 본경선, 또 ‘불공정 시비’일까 위태위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레이스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지난 주말(10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 청년 최고위원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지난 8~9일 실시한 컷오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 대표는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 최고위원(4명)은 김병민·김용태·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 후보, 청년 최고위원(1명)은 김가람·김정식·이기인·장예찬 후보가 본경선에 진출했다. 주목되는 결과는 이준석 전 대표가 공개지지한 후보들이 전원 컷오프를 통과해 당대표, 최고위원 경선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는 점이다. 반면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실장으로 활동했던 이용 의원이 최고위원에서 탈락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TK 정치권에서는 유일한 현역출마자인 영천 출신 이만희 의원이 탈락한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여당이 최근 발표한 본경선 선거인단 규모는 84만명이다. 2021년 6·11 전당대회 선거인단 33만여명과 비교하면 규모가 2.5배 늘어났다. 영남권 선거인단 비율이 절반정도에서 39%로 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6·11 전당대회 이후 늘어난 50만명의 표심이 이번 전당대회의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 50만명 중에는 ‘친윤(親尹)’과 ‘비윤(非尹)’ 성향이 혼재됐을 가능성이 크다. ‘윤심 논란’으로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가 커지고 모바일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누가 당 대표가 될지 지금으로선 예측불가능하다.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지금까지 국민의힘 예비경선 과정이 혼탁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결정될 지도부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비롯해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지게 된다. 만약 본경선에서도 불공정 시비가 계속될 경우, 전대 이후 당이 큰 혼란에 휩싸여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어렵다. 본경선은 국가미래와 당의 외연확장을 두고 활발하게 토론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

2023-02-12

영남권 5개 단체장, 상호협력 시대 열어야

지난 10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정부는 중앙권한 지방이양추진계획과 지방정부 자치조직권 확대 방안 등을 보고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도 “지방분권 강화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 국가적 성장 동력을 찾겠다”고 말해 지방시대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본격적인 지방시대에 대비해 지방정부는 이제 자체 역량 강화와 중앙권한을 수용할 치밀한 준비작업에 들어가야 할 때다. 지방정부 간의 상호협력과 공동대응 전략 마련으로 지방정부시대에 대비하자는 것이다.윤 대통령은 시도지사들의 지방정부에 대한 규제완화 요청에 대해 “지방정부의 중요성에 대해 제가 여러분보다 더 혁명적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방정부가 권한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 스스로가 역량을 키우고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과 지방시대는 중앙정부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함께 열어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이날 회의와 별개로 대구와 경북, 부산과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단체장이 만나 대구경북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의 성공적 건설과 발전에 서로 힘을 보태기로 뜻을 모았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논란이 된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 반대의견에 대한 영남권 단체장이 만나 큰 줄기의 의견을 모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이철우 경북지사는 신공항과 관련 “신공항이 정치적으로 엮여선 안 되며 대립할 이유도 없다”며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선 지역에 맞는 특화된 공항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신공항 건설에 정치권이 개입하면 두 공항 모두 어려워진다”고 밝힌 바 있다.이런 점에서 5개 단체장의 만남은 신공항을 둘러싼 갈등을 종식하는 좋은 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더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으니 발전적 해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미 밝힌대로 신공항 건설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막기 위한 지역차원의 생존전략이다. 지역 간에는 경쟁이 아닌 연대관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앞두고 영남권 단체장은 상호협력과 발전을 위한 더 많은 대화가 있어야 한다.

2023-02-12

청송군, 군민 중심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윤경희 청송군수 청송군은 올해 복지시책 추진방향을 ‘꼭 맞게 든든한 보편복지 실현’으로 정하고 군민 중심의 사회안전망 구축에 적극 나선다.군은 올해 노인·아동·청소년·여성·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계층에게 적합한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함으로써 군민 모두가 행복한 맞춤 복지를 구현해나갈 방침이다.먼저 어르신들에게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경로당 신축 및 개·보수와 경로당 활성화 물품을 지원하고 특히 소파·입식테이블을 적극적으로 보급하여 경로당 좌식문화로 불편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의 건강한 여가생활을 지원한다.이와 더불어 매년 노인일자리사업 대상자를 확대해 어르신들의 안정된 노후생활 기반을 조성하고 사회참여 기회를 늘여 나간다.또한 기초연금지급, 어르신 목욕비 지원, 경로당 행복도우미 사업 운영을 비롯해 일상생활을 혼자 하시기 어려운 취약 어르신들에게 적절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종합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편안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다음으로는 보육환경 조성과 출산 분위기 장려에도 앞장선다.부모급여, 영유아보육료 및 가정양육수당, 아동수당 지원을 통해 맞춤형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노후화된 보육시설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사업으로 안전한 보육환경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특히 드림스타트사업·지역아동센터·다함께돌봄센터,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청소년 보호육성사업 등으로 아동들에게 종합적인 방과 후 돌봄서비스를 지원하고 청소년들에게는 다양한 여가활동의 기회를 제공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다.또한 다문화가족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빠른 이해와 적응을 돕기 위해 방문교육 및 우리말 공부방, 사회적응 특화프로그램 등도 운영·지원한다.아울러 방과후 학교 운영 등 학교교육을 지원하고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구입비, 고등학교 무상교육 지원으로 공공성을 강화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등 지역 교육여건을 개선해 나갈 방안도 마련했다.이와 함께 학업 향상과 재능연마에 전념하도록 우수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양질의 교육 기회와 입시 정보를 제공하는 청송인재양성원을 통해 지역 학생들의 교육 의지를 높이기 위해 적극 나선다. 또한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행복청송 아카데미, 행복청송 군민대학, 성인문해교육 지원 등 평생학습 프로그램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한편으로는 이웃사촌복지센터를 운영해 주민조직화 및 주민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마을복지계획을 수립·실천해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인적안전망 구축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는 전략도 펼친다.이와 더불어 사회보장수급가구(기초생활보장수급, 기초연금, 차상위계층 등) 책정을 위해 행안부(주민등록), 국세청, 금융기관과 연계된 사회보장시스템을 활용하여 자료확인·법적검토·방문실태조사 등으로 적정한 급여를 결정하고 인적·소득재산 변동사항 등을 수시로 조사해 수급자격을 정비함으로써 맞춤형보장급여를 제공할 방침이다.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집중 발굴 기간을 운영하고 위기가구에 대한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이들의 욕구를 조사해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 지원하고 점검하는 등 지속적이고 의욕적인 통합사례관리는 물론, 복합적인 문제로 위기상황에 놓인 가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복지안전망을 구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끝으로 숱한 시련의 역사 속에서 구국·호국 의지를 불태우다 산화한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위해 참전명예수당, 보훈예우수당과 참전배우자 수당을 지급하고 소외되기 쉬운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소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장애인일자리 참여자 수를 늘리고 장애인연금·수당·의료비지원 등 장애인에 대한 맞춤형복지 서비스를 적극 펼쳐 나갈 계획이다.윤경희 청송군수는 “군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복지청송, 그리고 군민의 삶이 보다 안정된 윤택한 행복 청송을 만들기 위해 올 한해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3-02-12

그날은 달도 비밀을 지켰어

사과가 택배로 배달되었다. 사과 과수원을 하는 지인이 보낸 것이다. 제법 묵직한 걸로 보아 올해 사과 농사는 풍년인가 보다. 택배 상자를 열어 보았다. 빨간 홍옥이 가득하다. 사과 따느라 애쓴 지인 얼굴이 상자 안에서 빨갛게 웃고 있다. 사과를 소분해 냉장고에 넣고 몇 개를 식탁에 두었다.아침햇살이 빨간 홍옥을 밀치고 들어와 더 빨갛다. 사과 한 개를 깎았다. 사과 한 쪽을 먹기도 전에 벌써 침이 고인다. 과즙이 그득한 사과를 한 입 베어 문다. 참 달콤하다. 사과를 씹으면서 달콤하고 살벌했던 첫서리에 관한 추억이 떠오른다.숙이네 집에서 조금만 더 내려오면 마을 공동 빨래터가 있다. 그곳은 우리의 아지트였다. 거기서 기다리면 친구들이 하나둘 모였다. 과수원집 숙이는 사과 궤짝에서 꺼낸 사과를 한 아름 안고 왔다. 주로 벌레 먹거나 흠집이 있었다. 그것도 달았다. 그날 밤, 우리는 우물가에서 어깨를 맞대고 정신없이 사과를 먹었다.배가 그득해지자, 이제는 몸이 근질근질했다. 재미난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돌아보니 친구들 눈에서도 불꽃이 튀었다. 먹다 남은 사과를 한 쪽에 밀쳐 두고 모두 일어났다. 숙이네 창고에 들어가 빈 포대 하나를 꺼냈다. 여기에 가득 따서 오자는 약속을 하고 빨래터를 벗어났다. 삼삼오오 나누어 조심스럽게 사과밭에 숨어들었다. 정신없이 사과를 따서 포대기에 담는데, 소리가 왜 그리도 크게 나는지.“이런 도둑고양이를 봤나!”사람 소리가 났다. 맑은 달밤의 적막을 뒤흔드는 소리였다. 웅성거리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고 퍽퍽 매질하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사과나무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숨었다. 숨을 죽이며 소리 나는 쪽으로 귀를 열었다. 잘못했다고 용서를 비는 소리와 크게 혼내는 동네 오빠들의 음성이 들렸다. 혼쭐나는 친구들은 모두 남자아이들이었다.사과 서리를 멈추고 쪼그리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과나무에 시커먼 달이 걸려 있었다. 하늘빛이 급하게 변하고 사위는 고요했다. 달님이 마치 우리를 나무라는 것 같았다. 남자아이들이 걱정되었다. 한참을 혼나더니 동네 오빠들은 돌아갔고, 친구들의 흐느끼는 소리도 잦아들었다. 우리는 그제야 나무 아래서 나왔다. 서리한 사과를 나무 아래 그대로 두고 과수원에서 벗어났다. 바로 동네 우물가에 갈 수가 없었다. 여자아이들은 동네를 빙 돌아 늦게 우물가에 갔다. 거기서 한참을 남자아이들을 기다렸다.빨래터에 비치는 달빛에도 겁이 났다. 훤한 달빛에 선뜻 나오지 못하고 나무 뒤에 한참을 숨어 있었다. 숨소리조차 죽이며 남자친구들을 걱정했다. 이순혜 수필가 발 없는 소문이 동네를 몇 바퀴 돌았다. 같이 사과 서리를 갔지만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는 쏙 빠졌다. 지난밤에 남자아이들이 숙이네 사과 과수원을 서리한 이야기만 소문이 돌았다. 며칠 동안 남자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동네 선배들한테 서리하다 들켜서 맞았다는 이야기만 골목을 가득 채웠다.시골 마을에서 같이 자란 우리 또래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다. 주로 여자들이 주도해서 온 산천을 돌아다닌 것 같았다. 그날 밤 사과 서리를 하자는 이야기도 아마 여자 친구들이 먼저 꺼냈지 싶다. 그런데 벌을 받은 것은 남자친구들이었다. 아무도 그날의 일에 대해 변명이나 원망하지 않았다.첫서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과수원 주인집 숙이를 앞세우고 사과를 서리했지만, 숙이네와 관련 없는 동네 오빠들에게 들켜 남자친구들이 혼나는 사건이었다. 남자친구들은 여자친구들이 꼬드겨서 그랬다고 불지 않았다. 달도 우리의 소행을 빤히 내려다보았지만 고자질하지 않았다. 남은 사과를 다시 입에 넣는다. 사과즙이 쪼르륵 흘러내린다. 달콤하고 살벌했던 추억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내 친구 다섯 숙이와 경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비밀은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 남자친구들은 또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사과 서리에 관한 기억의 한 페이지를 공유하고 있으려나.

2023-02-12

우리 회사는 왜 안되는가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기업 경영은 투명한 어항에서처럼 예측 가능한 영역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특히 거대한 사회변혁적 기술은 늘 불확실성이 따르고,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현상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요인이 아니라 시시하게도 평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 요소 때문에 거대한 변화 자체를 거부하거나 부인한다면 현재의 수준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고 그 아래로 흐르는 변화의 본질을 무시할 수 없다. ‘왜 우리 회사는 안되는가?’‘왜 우리 조직은 안될까?’ 하는 질문을 종종 받는 컨설턴트로서 고민한 바를 공유하고자 한다.첫째, 비전의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층과 직원의 비전은 공감되어야 하고, 자발적인 공감에 실패했다면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서라도 비전은 공감대 위에 서 있어야 한다. 공감할 때까지 설득해야 한다. 지금의 조직은 수직 형태지만 수평적인 사고를 통해서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설득해야 한다. 진솔한 설득보다는 직책을 이용한 강압, 조직을 이용한 계단식 관리, 이런 조직은 겉으론 일사불란하고 튼튼해 보여도 작은 충격에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조직이다. 관리자가 직원에게 경영층의 비전을 심어주는 데는 소홀하고 자신의 MBO와 승진만을 위해 경영층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용한다면 비전이 떠난 자리에 위기가 주인 행세할 것이다. 관리자는 좀 더 자세를 낮추고, 직원들을 설득하면서, 직원들이 정말 힘들어하는 것을 우선 해결해 주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일 때 회사의 비전은 비전으로서의 가치가 있게 될 것이다. 비전이 공감되고 경영층부터 직원까지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전은 동력이 되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둘째, 관리자의 일하는 방식이 구태의연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그렇게 문제가 있다고 해도 상부 지시로 검증도 안된 설비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수십억 하는 경상투자가 애물단지가 돼도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이 없으니 신음하는 조직이 보내는 시그널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여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비전을 이야기하고 위기를 극복하자고 한들 공감이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관리자가 좀 더 직원들 가슴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할 때 비전은 꿈이 아닌 현실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마지막으로 내실 없는 실적 위주의 한탕주의 때문이다. 단언하건대 조직에서 안전 실적을 제외하곤 부서를 경쟁시켜 내실 있게 성공할 만한 사항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일회성이어서 지속적 성과로 이어가기가 어렵다. 각 분야 최고 부서가 강제해서 만들어진 결과라면 무주공산에 불과하다. 내실을 꾀하기보다는 수치로 경쟁을 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요시할 때 일하는 방식이 문화로 정착되지 않는다.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이 체계적이지 않을 때 그 결과는 개인에게 쌓이고,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는 조직에 쌓이는 특징이 있다. 개인에게 쌓인 것은 암묵지가 되고 조직에 쌓인 것은 형식지가 되어 기업 발전의 중요한 자산으로 치환돼 회사가 지속성장하는 핵심요소로 자리할 것이다.

2023-02-12

행복한 청소부의 노동 시간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율곡로, 퇴계로, 세종로 등 서울에는 위인 이름을 딴 거리가 많다. 독일도 그런가 보다. 독일 작가 모니카 페트의 ‘행복한 청소부’에 나오는 청소부는 예술가 이름을 딴 거리에서 표지판을 닦는 사람이다. 그래서 표지판이 바흐 거리, 베토벤 거리, 토마스 만 광장 등 예술가들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어느 날 청소부는 꼬마가 하는 말을 듣고 표지판의 예술가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그 후 5시에 퇴근하면 음악회와 오페라 공연에 다니면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는다. 나중에는 대학에서 강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지만, 청소부는 청소부로서의 삶이 너무나 행복해서 그 요청을 거절하고 변함없이 표지판을 닦았다고 한다.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른에게 시사하는 바는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부가 이렇게 행복한 것은 청소부가 5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적정한 노동과 퇴근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참고로, 2021년 현재 독일의 연간 근로 시간은 1천349시간으로 한국보다 566시간이 적다.시간적 여유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 또 한 가지 사례는 네덜란드다. 얼마 전, 티비 프로그램 ‘물 건너온 아빠들’에서 네덜란드 사람 톨벤이 25개월 된 딸을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딸의 손놀림이 느려도 아빠가 전혀 재촉하지 않고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주자, 패널들이 모두 톨벤의 여유에 감탄한다. 이런 육아법 때문인지 네덜란드는 아이 행복지수가 세계 1위라고 한다. 반면, 한국 아이의 행복지수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OECD 국가 중 꼴찌를 맴돈다. 톨벤은, 이렇게 네덜란드 부모들이 아이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이유는 근로 시간이 적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실제로 네덜란드·덴마크·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평균 노동 시간은 주 28~33시간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네덜란드는 이런 제도를 1980년대부터 실시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우리 정부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주 12시간까지만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제대로 실시한 지 2년이 안 되었는데, 올해부터 정부는 연장 근로 방식을 월 단위나 분기, 반년, 1년 등으로 다양하게 적용하여 최대 69시간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 시간은 1천915시간으로, 지난 26년간 멕시코의 2천128시간에 이어 2위를 고수해왔다는 것이다. 최근 5위로 밀려났지만, 근로 시간이 개선된 것은 아니고 한국보다 근로 시간이 많은 페루, 아르헨티나, 코스타리카가 OECD에 가입했기 때문이다.작년 10월, SPC 계열사 공장의 여성 노동자 사망은 연장 근로로 인한 과로 때문이었다. 2016년 IT업계 노동자의 연이은 자살도 과로 때문이었다. 어른의 연장 근로는 아이의 행복은 물론, 한 가정의 행복을 결정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행복한 청소부’는 책에나 있다고 말하게 해서는 안 된다. 행복한 청소부는 현실에 있어야 한다.

2023-02-12

공천권 수렁에 빠진 정치

홍석봉 대구지사장 결국, 대형 사고가 터졌다. 장관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모두 여야의 정치력부재 탓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책임을 회피했고 야당은 머릿수로 밀어붙였다. 여당은 이재명 방탄용이자, 꼼수의 연속이라고 반발했다. 야당은 장관에게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었다고 했다.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여야의 대립과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협치는 물 건너갔다.반도체 대기업 추가세제 지원과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등 현안 처리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정치 실종과 국정 혼란의 책임에 가장 정점에 선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을 해임했으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다. 이 장관이 법적 책임은 없다지만 정치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야당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고집이 참사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민주당은 품위 유지·성실의무·부실 대응 등을 탄핵 사유로 내세웠지만 논리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이태원 참사 대응이 헌법에 규정한 ‘국무위원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는지 여부도 논란이다. 탄핵 소추위원도 국민의힘 의원이다. 법조계에서는 탄핵 기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 등 괘씸죄도 한 몫 한 것 같다. 헌재 심판 때까지 장관 권한과 직무정지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재명 당 대표 턱밑까지 다가선 검찰의 사법처리를 막으려는 방탄국회라는 국민의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탄핵이 블랙홀이 됐지만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눈 앞에 둔 자중지란도 꼴불견이다.‘윤심(尹心)’과 ‘윤핵관’의 개미지옥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친윤만 있고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개입으로 불공정 경쟁이 됐다. 공천에 목멘 초선 의원들은 ‘집단린치’도 서슴지 않는다. 정당 민주주의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차기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권에 혈안인 국민의힘 모습이다. 어떤 비판과 훈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따갑다.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오십보백보다. 아니 오히려 더하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처리를 막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범죄행위를 옹호한다는 비판에는 귀닫았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면서 뒤로는 당 대표 구하기에 몰두하고 있다. 결국 차기 공천권이 문제다.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운 것입니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고 했다. 바로 정치의 요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맡은 바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그 사회는 바르게 돌아갈 것이다.정치인들이 떡밥에만 관심을 두고 민생을 외면하면 나라가 어지럽고 사회가 혼란해진다. 위로부터 아래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에 충실할 때에 정치가 있고 나라가 산다.

2023-02-09

장관탄핵에 대통령 형사고발까지 한다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어제(9일) 탄핵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에 제출됐다. 헌정 사상 최초의 국무위원 탄핵소추 의결인데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형사고발과 김건희 여사 특검도입까지 추진하고 있어 정국이 극도로 혼란스럽다. 특히 검찰이 오늘(10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소환한 후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토하고 있어, 여야 대치 상황이 어떤 국면으로 치달을지 걱정스럽다. 이 장관 탄핵여부는 이제 헌법재판소 판단에 달렸다. 탄핵심판에서 검사역할로 이 장관 탄핵을 주장해야 하는 소추위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는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탄핵안을 보면 법률위반 내용이 아주 추상적이다. 이 장관을 탄핵할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헌법 위반사항이 있는지 법 테두리 내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이 재난대응주무장관으로 재난관리법 위반(이태원참사 사전·사후 대처 잘못)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성실의무와 품위유지 위반)을 했기 때문에 탄핵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장관탄핵으로 인한 국정공백도 문제지만, 민주당이 한발 더 나가 윤 대통령까지 실제로 형사고발할 경우 정국은 더욱 얼어붙게 돼 있다.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 추진을 공식화한데다, 윤 대통령까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며 형사고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헌법의 ‘공무원 정치적 중립의무’와 정당법의 ‘당대표 경선등의 자유방해죄’ 조항을 어겼다는 것이다.일부 언론이 보도한대로, 윤 대통령까지 형사고발될 경우 정국경색은 차치하고 심각한 국정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국회에는 민생법안과 각 지자체 현안법안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는데다 북한은 수시로 도발을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회 다수석을 이용해 여당권력 무력화에만 정치력을 집중하고 있으니 의회주의를 포기했다는 소리를 들을만도 하다. 민주당은 국민이 국회에 뭘 위임했고,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상기하길 바란다.

2023-02-09

튀르키예의 비극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에게는 터키로 잘 알려진 튀르키예공화국이 위치한 아나톨리아반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 집단거주지 중 하나다.신석기시대부터 이곳에는 인도와 유럽어족 일파인 아나톨리아인이 살았다. 아나톨리아반도 동남부에서는 BC7500년에서 BC5700년 사이에 번성했던 인류 집단거주지의 유적이 발견됐는데, 그곳서는 사람들이 곡물로 빵을 만들어 먹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지난 6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국경지대 일대에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21세기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중 4번째로 큰 지진이다. 직선거리로 약 7천400km가 떨어진 우리나라 지진계서도 감지됐다니 지진 강도는 짐작하고도 남는다.AFP통신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으로 1만1천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지진발생 초기 15명으로 알려진 사망자가 시시각각 늘어 지금은 1만명을 넘겼다.미국의 지질조사국은 사망자가 10만명까지 갈 수 있다는 비극적 예측도 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이 많아 사망자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외신이 전한 사고 현장은 끔찍하다. 어린 자녀를 잃은 부모가 속출했다. AFP통신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잡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비극의 현장들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지진은 인류가 대비하기 가장 어려운 재앙이다. 튀르키예 비극이 남의 일일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등 각국의 구호대가 긴급 파견을 갔지만 현장의 혹독한 기후 등으로 구호작업이 순조롭지 않다. 튀르키예의 비극적 사태에 지구촌 모두가 인류애로 그 아픔을 보듬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2-09

시행 한달 맞은 청송군의 무료버스 운행

청송군은 올해부터 연령, 소득, 주소지 등 자격조건에 상관없이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모든 탑승객에게 무료 탑승을 시작했다. 일부 지자체가 교통약자 등 특정계층에 한정해 교통복지 차원의 무료 탑승을 허용한 곳은 있으나 청송군처럼 이용자 누구에게나 무료 탑승을 허용한 것은 청송군이 전국 처음이다.지난 지방선거 때 일부 단체장 후보가 무료버스 운행을 공약으로 내놓아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청송군은 시내버스 무료승차로 인한 긍정적 성과를 많이 내 주목을 받고 있다. 청송군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돼 타 지자체의 정책 수립에 참조가 되면 더 좋겠다.청송군의 시내버스 무료승차의 긍정 평가는 대략 이렇다. 무엇보다 군민들의 사회활동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군은 무료버스 이용 전보다 주민 이동이 약 2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본다. 특히 어르신의 활동이 늘어나 주민건강 도모 측면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또 주민 이동이 늘면서 주변 상가와 재래시장 등의 매출이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령자의 차량운행이 줄면서 교통사고 위험도 줄어들 전망이다. 요금을 받지 않아 버스운전자가 어르신의 승하차를 도울 수 있어 교통문화 선진화 효과도 있다. 전국 최초 무료버스 운행으로 도시 이미지 제고와 외래 관광객 증가 효과도 기대해 볼만한 일이라 한다.청송군이 오지며 노령층의 연령대가 두텁고 예산이 크게 들지 않는 청송군만의 여건이 시내버스 무료운행의 성과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 서울 등 대도시의 노인대상 무료승차 연령 상향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청송군의 사례를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대구시는 올해부터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무료 승차를 추진하나 65세 이상 무료승차하는 도시철도와 맞물려 합리적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고령층에 대한 무료교통정책의 필요성과 효과성을 올리는 복지행정의 묘안 찾기가 필요한 때다. 39년 전에 도입한 노인연령 기준을 바꾸고 합리적 연령 설정으로 노인층에 대한 교통복지를 늘리는데 청송군의 사례는 충분한 관심거리다.

2023-02-09

봄이 오는가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매섭게 몰아치던 한파도 입춘이 지나자 한결 누그러졌다. 살을 에는 삭풍에 죽은 듯 움츠렸던 개쑥갓과 봄까치꽃이 다시 생기를 띠고 어느새 꽃을 피웠다. 참 대단한 생명력이다. 흔히들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매화나 동백의 고절을 칭송하지만 나는 이런 가냘픈 풀꽃 앞에서 더 숙연해진다. 아마도 태생이 워낙 흙수저라서 그런가 보다. 영하 십 몇 도의 혹한을 맨몸으로 견뎌온 저들에 비한다면 사람이 겪는 웬만한 고통과 좌절쯤은 엄살에 불과한 게 아닌가.북한을 일러 동토(凍土)라고도 한다. 폭정과 압제의 한파로 자유도 정의도 인권도 다 얼어붙은 땅이라는 뜻이다.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소련도 해빙의 바람이 불어 두꺼웠던 얼음장이 갈라지고 다시 러시아가 되었지만, 북한은 오히려 얼음의 두께를 더 견고하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 얼음장 밑으로도 해빙이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고 한다. 장마당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들 간에는 암암리에 남한의 가요나 드라마 같은 자유세계의 바람이 분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다가오는 봄의 징조가 아니겠는가.좌파정권 5년 동안 남한에서도 북풍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대규모 촛불시위의 여파를 몰아 정권을 잡은 좌파세력은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단행했다. 전 정권의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과 언론, 법원, 군과 국정원, 헌재와 선관위까지 좌파들 코드인사로 물갈이 하는 과정에 수많은 사람들이 쫓겨나거나 감옥으로 갔다. 실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연상케 하는 폭거였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와 갈채를 받으면서 이루어진 일이었다.그러나 그들의 무능과 파렴치와 비리가 곳곳에서 불거지자 동조하던 국민들도 하나 둘 등을 돌리거나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호언장담하던 장기집권의 꿈은 깨어지고, 다시 우파세력이 정권을 잡자 생사를 건 냉전이 시작되었다. 자고로 좌·우의 대립에는 화합이나 협치가 불가능하디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피터지게 싸워서 어느 한 쪽이 득세를 하면 그 쪽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런 살벌한 냉전논리가 못 마땅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역사인 걸 어쩌랴.대선후보였던 이재명이 보결선거에 나가 국회의원이 되고 당대표가 되면서 냉전의 양상은 점입가경이었다. 파렴치범 전과와 수많은 비리의 혐의·의혹으로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을 당의 대표로 선출한 제일야당의 행보는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당대표의 개인 비리에 대한 구속수사를 막으려고 당이 나서서 방탄 국회를 잇달아 소집하는 것도 모자라 엉뚱한 구실을 내세워 장외시위까지 벌였다. 일단은 배수진을 치고 총력 저항을 해보는 것이겠지만 그게 얼마나 국민들과 사법부에 먹혀들 것인가.때마침 조국일가의 입시부정 사건에 대한 공판에서도 유죄판결이 나왔고, 노동계와 종교계 등에 침투해서 반국가 투쟁을 주도하던 간첩들도 검거되는 등 뒤집히고 헝클어진 국가기강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아직은 혼란한 냉전 정국이지만 머지않아 봄이 완연해질 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

2023-02-09

지구에 닥치는 재앙(災殃)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2월 6일 새벽 4시 17분(현지시각)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이 일어나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었고 골든 타임을 넘기면 10만여 명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어 금세기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SNS에서는 이 엄청난 참변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는데 인명 구조 현장에서 뒤편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영상을 보면 자연재해에 대한 인간의 무능력을 느끼게 된다. 현재까지 파괴된 거의 6천여 채의 건물 잔해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매몰되어 있을까 안타깝다. 추위와 악천후 속에 어렵게 구조되는 앳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더욱 애가 타고, 심지어 탯줄이 붙은 채로 들려 나오는 신생아를 보니 기적을 본 듯하다. 사망한 딸의 손을 잡고 망연자실한 아버지, 꺼내주면 당신의 노예가 되겠다고 호소하며 동생을 껴안고 있는 소녀 등…. 인간의 무기력이 가슴을 친다. 도로 파괴로 구조가 지연되고 여진 공포 속에 약 2천300만 명의 이재민이 추위에 노숙하고 있다.이러한 참사에 세계 65개 나라에서 구조의 손길을 펴서 구조대와 구호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118명의 역대 최대규모의 긴급구호대를 파견하여 인명 구조와 구호를 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 군대를 파견하여 우리의 자유를 지켜준 형제의 나라에 대한 당연한 의무이다. 이렇듯 전 세계가 하나 된 지구를 보여주며 따뜻한 정으로 추위를 녹여주고 절망 속에 한 아름 감동의 꽃을 피우고 있다.이번 지진 피해가 큰 이유는 겨울철 새벽 4시, 지표 18㎞ 지하에서 발생하였고 건물들이 내진설계가 미약한 탓이고, 시리아는 내전 중이라 구조지연에 따른 것이라 한다. 이러한 재앙은 예고가 없다. 21세기 들어 아이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중국 쓰촨성, 동일본 등 수많은 대규모 지변(地變)이 있었고 작년 파키스탄의 폭우, 최근 유럽의 폭염과 가뭄, 미국 동부 한파 등 천재(天災)도 발생하고 있으니 기후위기와 함께 지구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생물 다양성 파괴, 해수 온도 상승, 온실가스 증가 등 인간이 저지른 행동으로 지구의 대재앙이 우려된다.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6년 경주의 규모 5.8, 2017년 포항의 규모 5.4 지진 등 1990년 이후 급증하여 규모 3.0 이상이 연간 11회로 기록되고 있다. 작년엔 규모 3.0 이상 지진이 전국에서 8회 발생하였고 올해 1월 강화도 서쪽 해상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우리는 내진설계, 재난대비 시스템, 대피요령 교육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자꾸만 솟아오르는 고층빌딩을 보면 두렵기도 하다.지진은 지구 내부의 급격한 지각변동으로 산사태뿐만 아니라 건물, 도로, 철도, 댐 등을 파괴하고 화재 발생, 교통과 통신 장애, 전기와 가스 사용 불능 등 우리에게는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지만, 이번 튀르키예 대지진 참사에서 10여 개 주에서 건물이 내려앉았고 내전에 지친 시리아에는 수천 년 된 고고학 유적지가 파손되는 모습을 보니 천재지변(天災地變) 즉 ‘신의 행위(Act of God)’라 할지라도 인류가 헤쳐나가야 할 엄숙한 과제이다.

2023-02-09

군위군의 정치 역정(歷程)

홍석봉 대구지사장 22대 총선을 앞두고 군위군의 정치적 역정(歷程)이 관심사다. 올 7월 대구 편입 확정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군위군은 대구 선거구로 편입된다. 현재 대구 북구나 대구 동구의 편입이 거론되고 있다.국회 선거구 획정위의 조정이 필요한 선거구에 군위·의성·청송·영덕군 선거구가 확정됐다. 대구·경북에서는 유일하게 인구수 미달로 합쳐야 하는 대상이다. 현재 군위군을 대신할 지역으로는 예천군과 울진군이 유력시된다.인구 2만3천명의 군위군은 대구의 웬만한 동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선거구 조정때마다 설움을 당했다. 선거때마다 인근 시군과 묶였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했다.군위는 1948년 제헌국회부터 5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단독 선거구였다. 6~8대 선거때는 선산군과 한 선거구로 묶였다. 9대 때는 칠곡·군위·성주·선산 선거구에 포함됐다.10대 때는 구미·군위·성주·칠곡·선산이 한묶음됐다. 11· 12대는 구미·선산·군위·칠곡으로, 13·14대는 군위·선산 선거구에, 15대는 군위·칠곡·청송·영덕 선거구로, 16대는 군위·의성·청송·영양·영덕과, 17· 18·19대 선거는 군위·의성·청송과 한 지역구가 됐다. 20대 총선때는 군위·의성·청송에 상주가 더해 같은 지역구가 돼 선거를 치렀다. 2020년 21대 총선때는 군위·의성·청송·영덕군이 한 지역구가 됐다. 군위는 그동안 11차례나 이웃 지역과 합해졌다가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이다.군위는 대구 선거구에 편입됐지만 아직 동구와 북구 중 어느 곳과 합쳐질지 불분명하다. 어느 쪽과 합치느냐에 따라 국회의원 공천 판도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08

학교폭력의 서늘한 그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에 학교폭력이 등장한다. 교육현장에서 사라져야 할 어두운 그림자가 인기드라마의 소재가 됐다. 만성적인 사회문제를 드러낸다는 의미에서 긍정할 수도 있겠지만, 부끄러운 실태는 숨길 바 없이 부정적이다. 미디어와 언론은 자극적이거나 충격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느라 학교폭력의 현상에 관심을 둔다. 재발방지를 위하여 가해자처벌이 주목받는다.상대적으로 피해학생이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나 어려움은 소외되기 일쑤다. 상상도 못했던 일을 당하여 일상이 흔들리고 마음이 위축되며 삶의 지평이 한꺼번에 무거워진다. 가족의 평화가 깨어지고 관계마저 흔들리면, 학교폭력은 그 어느 범죄나 폭력의 폐해 못지않은 악영향을 끼친다.지역에도 학교폭력은 끊임없이 학교와 지역사회에 어려움을 던진다. 교문 앞에 걸린 학폭 관련 현수막은 교육현장의 일상을 드러내고 있는가. 피해학생과 가족들을 위하여 애쓰는 이들이 있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긴 이름은 피해학생이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어려움의 자락들을 보여주는가 싶다.‘포항경북센터’를 시내에 두고 학폭피해자와 가족들을 돕는다. 피해자학생에게 대학생멘토를 일대일로 붙여주어 회복에 이르게 한다. 가족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신뢰의 기반을 되찾기 위해 위로상담가들이 함께한다.피해가 극심하여 학교생활이 어려운 경우에는 학교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학습과 위로를 경험하는 시설을 둔다. 대전지역에 둔 ‘해맑음센터’는 수요에 비하여 태부족이지만 그마저도 노후하여 장소를 다시 찾아야 한다.학교폭력은 뒷끝이 길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학교폭력 이슈로 떠오를 때면 으레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이다. 정작 가해자는 ‘기억도 나지않는’ 일인데 피해학생에게는 씻기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는 터이다. 방금 저지른 학교폭력에도 ‘장난’이었거나 ‘생각없이’ 한 행동이었다고 항변하려 든다. 입은 피해가 안겨준 상흔과 고통은 두고두고 되살아난다. 학교폭력이 발생한 바로 그때 바르게 정리하고 회복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평생을 두고 짐을 지우게 된다.진상 규명과 가해자처벌이 필요한 만큼 피해자와 그 가족을 돌아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학교폭력피해의 심각성과 지속성을 제대로 알려 예방에 힘쓰는 교육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폭력은 범죄다. 학생이 저질렀다 해도 범죄라는 기본성격은 그대로 있다. 범죄피해가 끼치는 사회적 악영향처럼 학교폭력이 교육에 던지는 악영향의 그늘이 짙다. 밝고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인성을 길러내기 위해서도 피해학생 회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피해가족의 어려움도 돌아보아야 한다. ‘해맑음센터’를 지역에도 두면 어떨까. 인구감소로 늘어난 폐교자원을 학교폭력피해의 그늘을 걷어내는 일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가해학생을 필요한 처벌과 동시에 바르게 선도하고, 피해학생이 올바르게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야 한다. 교육의 마당에 드리운 폭력의 그늘을 씻어내야 한다. 교육이 살아야 내일이 산다.

2023-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