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통신 서비스의 먹통 사태

윤영대 수필가 지난 15일 오후 3시경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SK CC 센터의 카카오 데이터 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은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는 8시간 만에 진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부 장애는 남아있다. 데이터 저장시설의 전기실 내 작은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튀어 번진 후 전체에 옮겨붙어 소실된 것으로 봐서 누전이나 합선 등의 전기화재인 것 같고 화재진압에 물을 사용하지 못하여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그날 나는 보경사 계곡을 탐방하며 보현암을 지나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단풍들기 시작하는 내연산 경치를 둘러보고 연산폭포로 내려와서 잘 찍혀진 사진을 가족 카톡방에 올렸다. 그런데 계곡을 내려오며 또 한 장을 보내려고 휴대폰을 펼치니 아까 보낸 사진이 가지 않았다고 되어있다. 간단한 문자를 보내봐도 전송되지 않고 ×자 표시가 뜬다. 계곡이라 통신상태가 좋지 않은가 보다 하며 더 내려와서 상생폭포에서 보내 보니 역시 불통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다가 모임 행사를 끝내고 귀가하였는데 아내도 카톡이 안된다고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찌 부부가 똑같이 동시에 통신장애를 당하다니…. 가족 해킹을 당했나 의아해하며 다른 SNS를 뒤지다 보니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소식이 있고, 카톡 서비스는 일시에 ‘먹통’이 되어 정보통신기술 강국인 대한민국이 일상을 멈추었다고 이용자들은 난리가 났다. 만약 그때 나에게 급한 일이 있었다면 어찌할 뻔했을까?카카오는 136개 기업을 가진 공용 플랫폼 기업이라 이번 메신저 정지로 택시 지하철 등 교통서비스와 은행 업무 및 금융서비스, 식당 배달업무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었고 카카오 내비 등 PC버전에도 피해를 가져왔다. 근래 합병한 다음(daum)도 마찬가지로 장애가 발생했다. 유·무선 서비스는 국가 기간통신망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서비스는 제도권 밖이라 사고가 나면 경제와 사회를 마비시킬 우려가 있어 앞으로 법적으로 시스템을 보완하여 데이터의 이중화·이원화를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통신시스템의 전력공급은 리튬배터리로 하며 급증하는 에너지 저장장치 ESS에 대해서도 화학적 방화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여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더라도 고전압 시스템도 아니고 또 기계적 설비도 아닌 만큼 전선 회로에 쌓인 먼지에 의한 발화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러한 미세한 부분의 스파크 때문에 온 나라가 통신 먹통이 된 사태를 당하고 보니 만약 전쟁이 일어나게 되어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면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 같다. 이뿐만 아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와 드론과 같은 차세대 운송수단이 무선정보에 의해 운용될 경우 위치 정보 공급시스템에 사고가 발생하여 불통 된다면 자동차와 비행체는 방향과 위치를 잃고 말 것이다. 또 인위적 조작에 의해 범죄도 발생할 수도 있겠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러더’처럼 개인의 삶을 통제할 수도 있으려니 미래가 심히 우려된다. 이러한 통신 서비스 관리는 점점 더 엄격해지고 또한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2022-10-20

일상 속 오아시스, 구미를 향해

박은희 구미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이번 주말 어디로 떠나 볼까.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고민이다.럭셔리 호텔에서 느긋한 시간을 갖는 ‘호캉스’도 장시간 비행 후에야 만날 수 있는 ‘해외 여행’의 즐거움도 이젠 흔한 경험이 되었다.새로운 경험이나 체험 등을 찾기 시작하면서 농촌이나 지방 소도시가 여행의 목적지가 되고 있다.트레킹을 비롯해 농촌에서 한달 살기, 시골점방 방문 등 MZ세대들이 보물찾기 하듯 나만의 여행지를 찾아 나서며 관광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팍팍하고 예측 불가능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오아시스가 되어 줄 숨겨진 어딘가를 원하는 욕구가 늘어난 까닭이다.구미시도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구미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금오산을 단순 등산체험에서 수요자를 위한 맞춤형 여행지로 변모시키는 프로젝트를 현재 중이다. 또 건강한 자연생태체험이 가능한 선산 산림휴양타운과 옥성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는 선산권 ‘에코힐링 벨트’를 조성하고 검성지와 학서지 생태공원 활성화, 천생산 일원 힐링레포츠단지 등 특화관광자원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지역 자원을 활용한 이색 콘텐츠 발굴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8월 휴가철을 겨냥해 처음으로 개최한 ‘구미 라면캠핑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낙동강에 조성된 캠핑장과 산업단지 내 라면 생산기업을 연계한 ‘구미 라면캠핑페스티벌’은 산업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는 호평을 받았다.갓 튀긴 라면과 이색 체험이 함께하는 구미라면축제는 풍성한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등 특화된 이색 콘텐츠를 업그레이 할 예정이여서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매년 100만 명이 방문하는 낙동강 둔치는 앞으로 시민의 일상과 가까운 생활스포츠 관광콘텐츠로 채워질 예정이다. 캠핑 공간, 파크골프장을 비롯해 생활스포츠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낙동강 수변 트레킹 코스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는 시민레저공간도 조성된다.구미캠핑장 주차장도 기존 170면에 50면을 추가 조성하고, 한강공원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의점을 구미 낙동강체육공원에 조성해 시민들의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산업도시 구미, 자연보호운동의 발상지 구미, 새마을운동의 종주도시 구미만을 기억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구미를 방문해 보길 권한다.꾹꾹 눌러두었던 삶 속 단 한 순간의 일탈이 아닌, 건조하고 불안한 일상 속 나만을 위로해 줄 특별한 경험을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하는 낭만문화도시 구미에서 여러분의 오아시스를 발견할 수 있다.

2022-10-19

글로벌호연지기

장규열 한동대 교수 하루가 멀다하고 큰 뉴스가 터진다. 오늘 뉴스가 어제 뉴스를 덮는다. 내일을 생각하면 어제는 이미 먼 옛날이다. 어제를 돌아보다 오늘을 놓치면 내일 힘들지도 모른다. 전쟁같은 삶 가운데 머뭇거릴 틈이 없다. 쏟아지는 일 가운데 정신없이 살아간다. 디지털과 온라인, 21세기와 4차산업혁명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지칠만도 하겠구만 끝도 없이 펼쳐진다. 그놈의 이념논쟁.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바뀌어 가는데, 우리에게 말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돌아보면 지난 세기내내 세상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그런 시비에 붙들리지 않는다.케케묵은 색깔논쟁이 한반도에만 살아있다. 우리는 왜 그러는 것일까. 바뀐 세상에 어울리는 나은 모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열린 세상에 북한이라고 꽁꽁 닫힌 태도를 언제까지 고집하지 못한다. 바뀐 판세에 바뀐 자세로 임해야 한다.이념에 빠진 정치권이 어처구니가 없지만, 변화의 소용돌이 가운데 멈춰 선 가닥도 있다. 내일을 준비한다는 교육이 그렇다.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따라는 간다지만 싱싱한 생각을 기르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펼쳐진 세상도 가르쳐야 하지만 다가올 미래를 가르쳐야 한다. 오늘을 고민하며 내일을 향하는 비전을 심어주어야 한다. 우리를 돌아보며 나라 밖을 겨냥하는 인성을 길러야 한다. 한반도는 좁다. 우리 안에도 생각거리가 없지 않지만, 여기만 생각하는 좁은 태도는 벗어던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한없이 너른 저 밖을 바라보는 시선을 길러야 한다. 세상과 우주를 견주는 ‘다음세대’를 준비해야 한다.글로벌호연지기(浩然之氣). 작은 마을에서 나라 끝까지 바라보라는 게 호연지기였다면, 한반도 너머 세상을 꿈꾸는 비전이 글로벌호연지기가 아닌가. 21세기에는 이념과 국경을 넘어 세상과 호흡하는 세대를 길러야 한다. 경상북도교육청이 세계교육의 표준이 되겠노라는 깃발을 들어올렸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구체적인 이정표를 기대한다.경상북도가 세상의 구석일 까닭이 이제는 없다. 넘치는 자연자원, 풍성한 이야깃거리와 압도하는 전통가치는 글로벌교육을 겨냥하고도 남는다. 세상이 주목하고 글로벌로 나아가는 교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터넷과 온라인은 초연결세상을 열어 세계는 언제 벌써 글로벌빌리지(Global village)로 변하고 있다. 세상을 터득하여 내일을 앞서가는 사람을 경북에서 길러야 한다.‘구습과 구태를 벗고 새로움과 신선함을 경험하려면 경북으로 오라’는 슬로건을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멋진 전통과 싱싱한 초현대가 함께 숨쉬는 지역에서 미래를 꿈꾸는 내일의 인재를 기르는 비전. 경북교육청이 올린 푯대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천적인 과제를 쏟아낼 것으로 기대한다.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이념에 묻히고 우물에 갇힌 좁다락한 굴레는 벗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더 빠르게 질러가는 교육을 구현해야 한다. 글로벌호연지기로 빛나는 경북교육을 기다린다.

2022-10-19

과학기술 수도권 편중으로 균형발전 어렵다

지역의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과학기술 혁신역량이 지난 5년동안 여전히 수도권에만 집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균형발전을 외치면서 균형발전의 토대가 될 비수도권의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키우는 데는 여전히 등한시해 정부의 균형발전이 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이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홍석준 의원(국민의힘)이 밝힌 지역 과학기술혁신역량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지역별 과학기술 혁신역량 평가는 경기 1위, 서울 2위, 대전 3위 등으로 나타나 문 정부 5년동안 이 지역은 순위 변동없이 상위권을 유지했다.반면에 대구는 2016년 전국 13위에서 지난해는 15위로 되레 나빠졌다. 역량 평가지수를 보면 대구는 7.9점으로 경기 23.3점과 서울 19.2점의 3분의 1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인구 1인당 총부가가치는 전국 꼴찌로 대구지역 과학기술 혁신역량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과학기술혁신역량 지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역별 과학기술 관련 자료인 인력과 조직, 연구개발 투자, 산학연 협력, 인프라, 경제적 성과 등을 종합 분석해 매년 평가하는 것으로 지역의 과학기술혁신역량의 수준을 말한다. 지역 과학기술 역량이 낮을수록 지역경제를 뒷받침할 여력도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홍 의원은 “과학기술 역량의 수도권 편중이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하고 나머지 지역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평가를 했다. 문 정부가 강력한 국가균형발전을 외치면서도 실상은 과거 정부와 달라진 게 없었던 결과다. 문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부가 균형발전에 대한 태도가 모두 비슷하다.지방도시는 인재를 뺏겨 지역소멸을 걱정하는데 수도권은 인구 과밀로 골머리를 앓는 불합리를 보면서 국가가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에는 미온적이었던 게 지금까지 흐름이다.윤석열 정부가 반면교사할 부분이다. 윤 정부도 국민이 동등한 삶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국가균형발전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얼마나 잘 실천할 지는 미지수다.과학기술역량은 지역산업을 이끌 핵심적 요소다. 비수도권에 대한 정부의 각별한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노력도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2022-10-19

양곡관리법

홍석봉정치에디터 쌀이 남아돌아 난리다. 쌀 생산량은 매년 조금씩 준다. 반면 소비량은 더 많이 줄어 쌀이 남아돈다. 식습관 변화 탓이다. 정부는 올해 45만t의 쌀을 시장격리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대 물량이다. 올해 초과 생산량 25만t보다 20만t 더 많다. 공공비축미 45만t을 포함하면 올해 모두 90만t이 시장에서 격리된다. 과잉 생산에 따른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정부는 2005년 공공비축제를 도입했다. 이후 17차례 쌀을 시장격리해 초과 생산된 쌀 298만t을 매입했다. 5조4천억원을 썼다. 쌀 생산량은 변화가 크지 않지만 수요가 줄면서 쌀값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여야가 쌀값 보장 방법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쌀이 시장격리 요건에 해당할 경우 초과생산량 전량을 격리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 2030년까지 생산량이 연평균 46만8천t을 초과, 매년 1조443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반면 정부여당은 양곡관리법이 시행될 경우 벼 재배 농가가 늘어 쌀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벼는 손이 적게 가고 편하게 지을 수 있는 작물이다. 기계 영농과 관리가 가능, 선호도가 높다. 값을 보장해주면 벼 재배가 늘고 과잉생산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쌀의 과잉 생산을 막고 재고를 쌓지 않는 게 최선의 방안이다. 농민들이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생산량을 조정하는 계획농정이 절실하다. 양곡관리법은 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대통령 거부권’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지금 정치권은 농심과 국익의 선택 기로에 섰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19

‘모빌리티 중심도시’ 꿈꾸는 대구미래 밝아

다음주(27~2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대구 국제 미래모빌리티엑스포(DIFA)’에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면서 ‘모빌리티 중심 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의 미래가 한층 밝아졌다. 이번 엑스포에는 전기차 판매량 세계 1위인 테슬라가 처음으로 전시관을 구성해 참여한다. 그리고 아우디, GM 등도 참여하며, 도심항공교통(UAM)산업을 선도하는 스카이포츠(영국), 벨 텍스트론(미국), SKT, 한화시스템도 합류한다. 아우디는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로 선정된 ‘e-트론’ 시리즈를 선보이며, GM은 아직 국내 출시 전인 픽업트럭 ‘허머 EV’를 공개한다.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동력인 배터리 제조사(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와 테슬라의 협력사인 대구의 간판기업 ‘엘앤에프’도 부스를 마련한다.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지상으로부터 하늘까지, 모빌리티로 자유로운 도시 대구’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종합적인 모빌리티 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한 이후 처음 개최되는 엑스포에 국내외 굴지의 모빌리티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자동차를 포함한 모빌리티는 차세대 기술산업의 총아로 꼽힌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보면, 오는 2025년에는 완전자율주행 버스가 도입되고 수도권 지역에서는 도심항공교통 상용서비스가 시작된다. 최근에는 이동수단(자율주행 자동차, 택시, 자전거, 전동 킥보드, 드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서비스 모빌리티 시장도 급부상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런 추세에 맞춰 기존의 전기 자율차에서 모터, 배터리부품, 충전기, UAM 등으로 지원분야 영역과 유치기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홍 시장도 언급했다시피, 대구는 통합신공항 건설과 K2후적지 개발 등으로 미래 도시 모습이 확 바뀐다. 이러한 도시발전계획과 연계할 경우 모빌리티 산업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모빌리티 관련 기업들이 대구에 둥지를 틀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2022-10-19

윤동주의 귀환

노승욱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윤동주 시인이 호적을 되찾은 후 맞은 첫 가을이다. 온 국민의 애송시인 ‘별 헤는 밤’을 읽는 느낌도 새롭다. 지난 8월 국가보훈처는 직계 후손이 없는 독립유공자 156명에게 대한민국의 호적을 부여했다. 윤동주와 그의 고종사촌 송몽규 지사는 같은 주소의 등록기준지를 갖게 됐다. 독립기념관의 주소인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독립기념관로 1’이다.올해는 광복 77주년이자 윤동주 서거 77주년이기도 하다.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일제에 의해 생체 실험을 당하다가 옥사한 것은 광복을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그의 장례식을 치른 다음 날 오랜 친구이자 동지였던 송몽규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동갑내기 문사들은 이제 같은 호적을 갖게 됐다. 그토록 그리던 마음의 고향, 조국으로 귀환한 것이다.중국의 동북공정은 민족시인인 윤동주마저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는 윤동주의 국적을 중국으로, 민족을 조선족으로 기술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사랑하는 윤동주의 국적이 중국이라니 기가 찰 일이다. ‘별 헤는 밤’에서 윤동주는 패(佩), 경(鏡), 옥(玉) 등의 중국 이름을 언급하며 “이국 소녀”라고 일컫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국(異國)을 “인정, 풍속 따위가 전혀 다른 남의 나라”로 기술하고 있다.윤동주의 집안은 함경북도 종성(鍾城)에서 북간도로 이주해 ‘명동촌(明東村)’을 만들었다. 신학문과 기독교를 받아들였던 명동촌은 항일 민족교육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명동촌에서 태어난 윤동주에게 중국은 ‘이국’이었고, ‘쉽게 씨워진 시’에 나오는 표현처럼 일본은 ‘남의 나라’였다. 윤동주가 마지막으로 집에 와서 유언처럼 남긴 말은 “우리말 인쇄물이 앞으로 사라질 것이니 무엇이나, 심지어 악보까지도 사서 모으라”는 것이었다.이번 달에 전남 광양시에서는 ‘백영(白影) 정병욱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정병욱은 윤동주와 연희전문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같은 하숙집에서 지낸 인물이다. 그는 윤동주가 남긴 육필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세상에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윤동주는 자필로 쓴 시집 세 권 중 한 권을 후배인 정병욱에게 맡겼다. 나머지 두 권이 분실되면서 정병욱이 고향집 마룻바닥 밑에 숨겨 놓았던 시집만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윤동주는 원래 자신의 시집 제목을 ‘병원(病院)’으로 지으려고 했다. 일제 치하에서 고통받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위로와 치유를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의 유고시집에 실린 ‘병원’과 ‘위로’라는 시는 이러한 주제 의식으로 쓰여졌다. 지금도 겨레의 위안이 되고 있는 윤동주의 시를 지켜냈던 정병욱 선생처럼 이제는 우리가 77년 만에 고국으로 귀환한 윤동주 시인의 정신적 유산을 지켜내야 할 때이다.

2022-10-19

지금은 미래를 설계할 때

김규인 수필가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줄어든다. 코로나는 사회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마스크는 늘 착용해야 하고 불필요한 행동을 억제한다. 아예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꺼린다. 회사에선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다.출퇴근 교통 대란에서 사람들을 풀어주고 밤늦게까지 흥청거리던 유흥가는 한산해졌다. 만남을 위한 모임은 전화 한 통으로 대체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빨라졌다. 사람들 간의 관계는 조용히 이루어지고 가정적인 사람으로 된다. 가정주부는 이러한 상황을 은근히 반긴다.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는 것은 무지막지하게 오른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때문이라는 보고가 많다. 한 달간 벌어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어 자녀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결혼하는데도 배우자를 구하는 조건 중 하나가 맞벌이 하는 사람을 찾는다. 젊은 사람들은 맞벌이를 강요하는 사회라고 말한다.재택근무가 확정된 회사에서는 집값이 싼 시외 지역으로 집을 얻는다. 집에 비용이 적게 드니 여유가 생겨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요즈음 나라마다 고민거리인 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 근무와 육아를 같이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기술이 무르익은 숙련 기술자의 퇴직 이유를 보면 나이 드신 부모를 모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를 보살피는 것도 온종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한다면 병행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재택근무는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와 부모의 봉양에 따른 숙련 기술자의 퇴직을 막아 회사로서도 기술 인력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실제로 재택근무가 활성화한 미국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톡톡히 본다. 근무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우수 인력이 들어오고, 도심지의 사무실을 줄여 비용을 줄인다. 퇴직자의 감소로 기술 단절이 줄어들고 안정적인 인력수급이 이뤄져 수익이 늘어난다. 불필요한 전기의 사용이 줄어 운영비까지 줄어들어 수익개선에 크게 기여한다.재택근무는 출산율 감소와 고령 사회에 따른 인구의 급격한 감소 시기에 우수한 기술 인력 유치에 크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에 따라 대기업 위주로 재택근무를 한다. 재택근무의 장점이 기업체 사이에 퍼져가므로 실시하는 회사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회사에 따라 근무조건도 여건도 다르고, 업종에 따라서는 재택근무가 어려운 곳도 있다.이제는 국가에서 나서서 국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할 때가 왔다. 국가와 회사가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근무 효율을 측정하고 출산과 고령화를 막을 수 있는 장기적인 연구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는 서울의 인구 과밀화를 막고 지방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을 준다.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시급하다. 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워진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희망의 세계로 나아가는가 그렇지 못한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있다. 코로나를 이겨냈듯이 젊은이들을 결혼하게 하고 출산율을 높이고 나이 든 사람을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022-10-19

‘지란지교를 꿈꾸며’

정미영 수필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편지를 자주 썼다. 우리 집이 멀리 이사를 했던 탓에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늘 함께 했던 친구들과 헤어졌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단 1명도 없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니 낯가림이 심했던 나로서는 섬에 고립된 것처럼 막막했다.휴대폰이 없던 시절이었다. 집 전화가 소통의 매개체였지만, 밤 9시까지 야간 학습을 하고 난 뒤에 통화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부분 아버지들이 퇴근하셨던 저녁 6시를 지나 남의 집에 전화를 건다는 것은 예의범절에 어긋난다고 부모님들에게 가르침을 받던 때였다.소소한 일상을 편지지에 옮겨 쓰고 나면 내 마음에 만족감이 꽃물 스며들 듯 번졌다.그 때 내 정신적으로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편지였다.편지에는 습관처럼 우정에 관한 글귀를 적어 보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했던 것이 유안진 교수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였다.참된 우정에 대한 작가 개인의 소망을 진솔하게 나열했는데, 나와 친구들도 그러자고, 무수히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의 사귐처럼 맑고 깨끗하고, 변치 않은 우정을 꿈꿨다.그 덕분이었을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단짝 4명 중 1명의 친구와 마주보며 살고 있다. 결혼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방에 정착했는데, 친구 또한 같은 이유로 지금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40년 가깝게 이어지는 인연이 필연처럼 감사하다.시인의 작품에 드러나는 소망을 나는 적잖이 경험하고 있다. 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친구는 내가 아무 때나 찾아가 커피 한 잔을 달라고 해도 귀찮아하지 않는다. 끼니를 거르고 찾아가도 싫어하지 않고 집밥을 차려주며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봐 준다.나는 취미가 많지 않은 사람이다. 아날로그 유형이라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다루는 것이 능숙하지 않고, 음치라 노래를 못하고 몸치라 댄스를 못해, 문화센터에서 배울 생각은 아예 엄두를 못 낸다. 운동 신경이 둔해 시작하고 싶은 운동 또한 마뜩찮다.그런데 재주 없는 나에게도 관심이 가는 것이 하나 있다. 수필쓰기다. 내 친구는 내가 사유의 문장이나 감동적인 문장, 창의적으로 돋보이는 글을 쓰지 않더라도 타박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길에 후회하지 않고 아쉬워하지 않도록 응원한다. 잘하지 못해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다 보면, 훗날 성실성에 따른 예술적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살아온 경험으로 터득했으리라.‘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 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진 않는다.’ 책에서 작가는 성현처럼 생활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나 또한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무조건 인내하는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 내 안의 감성을 친구에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인간적이라 생각되며, 우리 사이에 더욱 신뢰가 쌓일 것이다.‘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다.’ 나는 내 친구가 나 외에 다른 특별한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질투하지 않겠다. 친구가 좋아하는 보랏빛 수국 속에서, 따뜻한 허브 차 속에서, 나를 가끔 떠올려 준다면 기쁘겠다.나는 우리가 수의를 입게 되는 날까지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눈빛이 흐려지고 기운이 쇠약해 져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일은 더더욱 없기를 기도한다. 남편이나 자식보다 더 오랫동안 나를 지켜본 내 친구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녀 또한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가슴 무너지는 일인가. 이것만 약속된다면 나는 세월 가는 것에 결코 초조하지 않는 삶을 살 것이다.‘세월이 흘러 묻힌 자리에 지란(芝蘭)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났으면.’ 나와 친구도 꼭 그랬으면, 참 좋겠다.

2022-10-19

수산물 유통환경의 미래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우리 식탁을 점령한지 꽤 됐다. 음식점 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손쉽게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구입해서 먹는다. 우리가 알던 그 고등어는 맞는데, 대신 좀 더 크고 통통한 게 특징이다. 수산강국인 노르웨이는 수산물 관리와 유통의 선진화로도 유명하다. 대형 어선에서 잡은 고등어가 선박 위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내려져 위판장의 자동선별기로 이동하는 모습은 노르웨이 수산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다. 크기별로 선별 돼 담긴 박스는 차곡차곡 쌓여 경매 후 바로 냉동 창고로 보내진다. 양륙과 선별, 위판 어느 단계에서도 사람과의 접촉은 없다. 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우리에게는 당일 잡힌 각종 수산물이 수협 위판장의 바닥에 깔려 경매하는 모습이 익숙하다. 물론 경매가 끝난 후에도 나무 상자에 실려 바닥에서 선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앉은뱅이 의자에 앉은 7,80대 어르신들은 날렵한 손놀림으로 선별과 손질을 끝낸다, 그렇게 매일 항구 어귀에 마련된 널찍한 공간은 천막을 친 어판장이 되고, 경매가 끝난 휑한 공간은 주차장이나 빈 공간으로 남는다. 수산물 유통단계의 위생안전을 논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국내 수산물의 위생 및 유통관리와 달리, 수입수산물의 유통관리는 당장의 국민 먹거리 안전과 직결된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인근의 수산물 안전이 비상이다. 이미 해양수산부 등 관계당국은 원전 사고 후 국제적 방법을 동원해 일본 후쿠시마 인근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당장의 문제는 내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출될 경우다. 일본은 2023년부터 오염수를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해류의 방향 등 조건을 따지면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것은 수년 후라고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후쿠시마 인근 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의 수산물을 모두 수입 거절하기에도 한계가 있다.‘수입수산물 유통이력 제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수입수산물 유통이력제’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고시하는 수산물을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거래하는 경우 유통단계별 거래명세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제도다. 식품 위생 및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강제적인 대응이 가능해 수입수산물 관리에 가장 우선시된다.사실 수입 수산물 뿐만 아니라 국내 수산물도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생산자와 중도매인 등 수산물을 취급하는 업체에서 ‘수산물 이력정보시스템’을 등록하면, 최종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산물 이력제’가 운영 중이다. 다만, 강제성이 없고 업체에서 생산·유통·가공 과정에서 영업 정보 유출을 우려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산물 이력제의 정보를 ‘생산이력’으로만 단순화시키고, 이력마크가 부착된 수산물은 정부가 인정하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생산이력으로 공개정보를 국한시켜 업체의 수산물 이력제 동참을 이끌어내려는 복안인 셈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의미도 담겼다.실제 많은 소비자들은 수산물을 구입할 때 가격보다는 신선도와 원산지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수산물의 신선도를 가장 중요시하며 그 다음으로 원산지와 수산물 외관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이력으로만 정보를 국한시켜도 일반 소비자들의 알권리는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산물 위생과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데도 직거래 활성화가 더디고, 여전히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산물의 직거래가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전체 물량으로 따지면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대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한 지자체와 손잡고 수산물 직거래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중간업자가 경매하는 등의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산지 위판장에서 이커머스 업체가 주문과 재고관리, 배송을 완전히 맡아 직거래하는 형태다. 당연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현미 작가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도 ‘청정 위판장 모델 구축사업’과 ‘수산물 유통단계 위생안전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즉, 위판장을 천막수준의 바닥 선별장이 아닌, 위판장과 하역장을 분리하고 저온경매가 가능한 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폐쇄형 구조로 저온 경매장을 만들고 자동선별기와 저온차량도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청정 위판장 모델 한 곳을 구축하는 데에도 수십 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영광군 수협과 서천군 수협 등 4곳이 사업 대상으로 선정, 위판장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위생과 안전, 선진화 등에는 항상 그렇듯이 예산이 수반된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건강식으로 알려진 수산물의 섭취가 는다는 것이 정석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10년 사이 수산물 소비가 크게 늘었다. 국내 수산물 뿐만 아니라 수입 수산물의 소비량도 점차적으로 늘고 있다.시장이 커지면 당연히 선진화가 따라야 한다. 먹거리일 경우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의 위판장이 북유럽 국가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수산물의 위생과 안전이 현장에서부터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22-10-19

마약드라마 ‘수리남’, 남의 일 아니다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2001년 5월, 대구사회에 마약투약자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면서 빅뱅(Big Bang)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예인이나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마약이 농민, 회사원, 주부, 대학생 등 ‘보통사람’에게까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당시 대구경찰에 붙잡힌 마약사범 기사를 찾아보니, 한 30대 주부는 살을 뺀다는 단순한 생각에 중국산 마약을 상습투약했고, 대학에 갓 입학한 한 학생은 히로뽕을 팔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 당시 경찰에 적발된 마약사범은 한해 전국적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값싼 마약류 밀수입이 급증하고 경제난으로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마약에 빠져드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빅뱅의 원인은 지금처럼 밀매책을 잡기도 어려웠지만 신종마약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마약이 살 빼는 약, 술 깨는 약, 정력제로 둔갑해 투약자들이 자신도 모른 채 중독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유행한 마약은 중국산 펜플루라민과 ‘도리도리’라고 불린 엑스터시(MDMA), 히로뽕에 카페인을 섞은 야바(YABA) 등이다. 가격이 2천~3천원대이고 알약형태로 돼 있어 누구가 쉽게 복용할 수 있었다.대검찰청이 지난 주말(14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년 전에도 우려했던 마약빅뱅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은 서울과 인천, 광주, 부산지검에 마약류 범죄만 담당하는 특별수사팀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 수사팀엔 관세청·국정원·식약처 전문인력도 합류한다.검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검거된 마약 사범만 모두 1만575명이다. 지난해 검찰이 압수한 마약은 1천296kg 정도인데, 5년전인 2017년(154.6kg)과 비교하면 8배가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가 늘어난 수치지만, 실제 투약자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19세 이하 마약사범도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마약 유통경로가 온라인으로 음성화되면서 마약단속과 수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집 안에서 마약을 SNS로 피자 한 판 값에 ‘직구’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마약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선 검찰과 경찰 수사에 모든 국민이 협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번 손을 대면 영원한 파멸’이라는 말도 있듯이, 마약은 뇌를 망가뜨리고 투약자를 노예로 만든다.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거나 금단현상으로 온몸을 떨며 고통받는 결말만 기다리고 있다. 마약에 중독됐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전문진료소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치료가 어렵지 않고 치료비도 무료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사회도 마약사범을 중범죄로 취급해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조차 꺼리는 풍토를 없애야 한다. 가정과 유흥업소, 캠핑장, 차량 안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버섯처럼 퍼지는 마약을 잡지 못하면, 우리사회는 인기드라마였던 ‘수리남’과 같은 마약공화국이 된다.

2022-10-18

국감쟁점 된 대구시장·경북도지사 불화설

그제(17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장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간 불화설이 주요 메뉴로 거론됐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이철우 지사에게 “홍준표 대구시장과 제대로 소통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제하며 “민선 7기부터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행정통합을 꾸준히 말했는데, 홍 시장은 넌센스라고 답했다. 논의하신 건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있을 수 있는 행정통합과 관련한 시장·도지사간의 견해차이를 TK광역단체장 간 불화설로 몰아간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홍 시장과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를 아직 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불협화음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조 의원은 대구경북연구원 분리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대구시와의 불협화음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지사는 다시 한번 홍 시장과의 불화설을 부인하면서 “(대구경북연구원이)연구 중심이 돼야 하는데, 대구에 있으니까 연구원들을 만나기 어려워서 경북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했다.일단 조 의원의 이날 질의내용은 집권여당 주요자산인 두 단체장간의 갈등설을 부각시켜 TK 정치지형을 흔들어보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 현안과 관련한 홍 시장과 이 지사간 인식 차이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홍 시장은 평소 대구와 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반면 이 지사는 이날 국감장에서도 “대구·경북이 통합을 해야 수도권과 대응을 하고,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법안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대구·경북은 최근 시장과 도지사가 조율해야 할 굵직한 현안이 많아 두 사람간의 견해차가 쌓여 갈 경우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현안이라도 시장과 도지사가 서로 피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과 같이 모여 깊이 논의하고 조율하는 자리를 자주 가질 필요가 있다.

2022-10-18

난관 만난 대구·광주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17일 2038년 하계아시안게임 대구·광주 공동유치동의안을 토론 끝에 유보 처리했다. 대구시의회는 시민단체의 반대와 공론화 부족을 이유로 이같이 처리했다.이보다 앞서 광주시의회는 같은 내용의 공동유치안을 상임위인 교육문화위원회를 통과시켰으나 대구시의회의 이번 유보 처리로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달빛동맹을 내세워 추진한 대구·광주 2038아시안게임공동유치는 큰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양 도시는 지난해 5월 공동개최를 선언하면서 두 도시는 굵직한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고, 아시안게임 유치를 통해 지역화합과 경제발전을 모색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그러나 양 지역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막대한 혈세가 소요되는 사업을 시민의견 수렴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업의 효과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업은 전임 시장들이 달빛동맹을 내세워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새로운 임기의 시장들이 뜻을 같이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동력을 얻기 힘들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임기내 1조5천억원의 채무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관련 예산 확보는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이는 게 현실이다.특히 시민들이 대회공동유치에 대해 얼마나 공감을 하는지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흥행이 되지 않는 스포츠 이벤트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는 것은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고 시민들의 공감대가 넓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대구시의회가 유보 처리한 배경도 따지고 보면 시민공감대가 크지 않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시민이 호응하지 않는 스포츠 대회는 무의미하다. 특히 1조원 이상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제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면서 시민의 동의를 얻는 공론화가 부족했다면 지금이라도 공론화 과정을 밟는 것이 좋다.대구시의회의 유보 처리는 좀 더 신중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는 양 지역이 더 많은 시간을 갖고 토론과 논의를 가져야 할 문제다.

2022-10-18

흔들리는 건강보험 재정

우정구 논설위원 의료보험제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복지정책의 하나로 손꼽힌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도 극찬을 했다는 한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판도 받는다.경제 대국인 미국은 개인의 의료비 지출이 세계 최고이면서 건강 수준은 OECD국가 중 하위권이다. 의료기관들 대부분이 사설기관에 의해 운영됨으로써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의료비 때문에 연간 수백만명이 가계 파산에 이르고 의료채무가 미국인 파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하니 잘 사는 나라 미국의 아이러니다.의료보험제도란 여러 사람이 의료비를 모아 지불함으로써 많은 비용이 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비용대비 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제도다.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책 가운데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2019년 5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시 당대표는 문재인 출범 2주년을 맞아 최고위원회를 열고 그 자리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제가 여러나라를 돌아다녀 본 바로 가장 우수한 제도라 생각한다”며 문재인 케어를 자랑스럽게 말한 적이 있다.코로나19 영향으로 병·의원 진료가 줄면서 흑자를 유지하던 건강보험재정이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내년에 당장 1조4천억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이 상태로 가면 6년후인 2028년에는 재정이 바닥날 것이란 분석이다. 급격한 고령화와 재정사정을 고려않은 문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이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 한다. 보장성 강화란 재정투입이 불가피한데, 섣부른 정책 결정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지금이라도 빨리 손볼 것은 손봐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0-18

시간도 투자다

조현태 수필가 죽도어시장에서 싱싱한 고등어를 샀다. 제법 큰 놈으로 세 마리나 샀으니 한꺼번에 모두 먹어치울 재간이 없다. 한 마리만 구워도 실컷 먹을 분량이라 나머지 두 마리는 바로 냉동보관을 했다.그리고 한 주간쯤 지나 바짝 냉동된 생선을 전자레인지로 해동시켜 구웠다. 어째 냉동시키지 않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모양도 맛도 엉망이었다. 그렇다고 냉동된 상태로 바로 구울 수는 없지 않은가. 누가 가르쳐주기를 그러지 말고 냉장실에 옮겨 하루를 두었다가 구우라고 했다. 하여 남은 한 마리는 하루 동안 천천히 해동시켜 구웠는데 급하게 해동시킨 경우보다는 훨씬 좋았다.또 어떤 이가 해동 방법을 일러주었다. 소금과 식초를 미지근한 물에 풀어놓고 냉동생선을 담가 십여 분 지나면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소금과 식초의 역할을 이용하면 빠른 해동에도 육질 손상이 덜 된다는 설명이었다. 소금은 바닷물과 비슷한 염도로 해동하므로 육즙 보호와 생선의 불순물 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초는 생선살이 허물어지지 않게 하고 살균 효과도 있단다. 이 방법도 레인지 해동보다는 느리지만 상온해동보다는 매우 빠른 해동방법이다.어차피 어시장에서 소매하는 생선은 한 번 냉동했던 물건이다. 최대한의 선도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해동하여 판매하는 것을 소비자가 또다시 냉동시킨 격이다. 이미 육질이 떨어진 생선에 전자파를 이용한 강제해동이 육질을 더욱 흔들어 놓은 상태가 아니겠는가. 상온에서 천천히 녹이면 육질이야 덜 상하겠지만 해동되는 과정에서 자칫 세균이 발생하는 우려도 있단다.어쨌거나 생선해동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너무 서두르는 일이 좋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빨리 해동하는 방법은 맛이 덜하고 느리게 녹이면 세균과 시간적 부담이 따른다. 그래서 전문가가 연구한 방법이 소금과 식초를 이용하라는 것이리라. 어쩌면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적 방법에 접근하는 연구인지도 모른다.중요한 것은 활어가 아닌데 활어만큼의 품질을 바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투자한 만큼의 가치가 있을 터이다. 투자를 시간으로 하든지 소금과 식초 같은 물질로 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로 하든지.필자는 전문 요리사가 아니므로 가치가 떨어진 생선을 먹어도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더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는 일은 해당 분야에 전문가나 할 일이다. 만약에 필자가 전문 요리사였다면 뭉그러지고 비릿한 생선구이를 먹었겠는가.작금에 여러 분야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비전문인은 없는 듯하다. 모두가 다 정치가요, 누구나 다 지도자요, 아무나 다 평론가요, 맞닥뜨리면 다 자신이 최고라고 으쓱거린다.요리사라면 최소한 소금과 식초의 역할 정도는 분명히 알고 있듯이 수많은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의 세부사항 정도는 알고 전문가라고 하면 좋겠다. 그럴 능력이 없거든 비리고 뭉그러진 생선이나 먹어야지 않겠는가.

2022-10-18

한글날 국기 게양마저도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지난 한글날, 아파트 같은 동(棟)의 총 90세대 중 필자 집을 포함 단 2세대가 국기를 달았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다른 국경일에는 국기게양 안내방송도 하는데 한글날엔 국기게양 방송조차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공식 국기게양일은 국경일인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정부지정일인 현충일과 국군의 날이다.국경일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며 그 정도를 본다면, 비록 신화이지만, 우리나라 뿌리가 시작된 단군왕검의 고조선건국을 새기는 개천절이 가장 중요할 것이며, 다음엔 일제치하에서 광복을 맞게 된 광복절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 생각으론 광복절보다 한글날이 더 의미 깊고 중요한 날이 아닐까한다. 광복을 맞은 덕분에 한글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좋은 우리 한글이 있었기에 진정한 광복을 맞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경일들 중 한글날이 둘째 아니면 셋째로 중요한 날인데, 태극기 게양은 최하위에 가까우니 안타깝기 그지없다.개인에게나 국가에 있어서나 언어의 기능과 작용이 중요하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뿐더러, 우리 한글의 우수성은 아무리 강조하고 찬사하여도 결코 지나칠 수가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는 한글교육뿐만 아니라 한글에 대한 인식마저도 너무 부족하며, 외래어나 외국어표기를 쓰지 않으면 무지하거나 시대와 유행에 뒤지는 것처럼 여기는 것 같다.필자는 정치보도가 싫어서 TV뉴스를 거의 시청하지 않지만 신문을 통해 잠깐씩 접하게 되는 정치기사를 보면 세계 최고언어를 가진 나라에서 세계에서 가장 저질정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정치가 저질이 된 것은 정치인들의 말이 속악(俗惡)스럽고 그것이 행위로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던 근현대 정치사 속에서도 나라가 이 만큼 발전하게 된 것은 오로지 한글과 한글정신 그리고 국민들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한다.지금부터라도 한글을 잘 다듬고 바르게 사용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생각과 정신을 더욱 정화시키고 다져서 혼란스럽고 기울어가는 나라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최근 어느 도시에서는 시장과 교육감이 손잡고 영어 상용화 정책을 펴서 영어사용에 불편함이 없는 도시로 만들기로 했다는데, 이는 얼이 한참 빠진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땅에서 우리 국민이 영어를 몰라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 영어사용 외국인들의 불편함을 없애려고 영어상용 정책을 편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외국관광객이나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방안이라면 영어상용화 정책 대신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도우미 제도를 치밀하게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 비용과 실용성에서 더 효율적일 것이며 영어구사능력자들의 고용창출에도 아주 효과적일 것이다. 언어란 인간의 생각과 정신을 지배한다. 당장 급하게는 힘들겠지만 한글 전용화까지는 아니라도 한글장려, 한글강화 또는 한글순화운동을 펴야한다. 영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며 평생을 살아온 필자의 경험으로는 우리말을 잘 구사할 줄 알아야 외국어도 잘할 수 있으며,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면 정확하고 세련된 외국어를 구사하기가 어렵다.

2022-10-18

김천시의회, 개원 100일 기분 좋은 변화가 시작되다

나채복 경북부·김천 김천시의회가 지난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염원과 함께 지역의 새 일꾼이 선출됐다. 김천시의회는 18명의 의원 중 13명의 초선 의원이 승선해 김천 발전과 시민들의 행복을 향한 힘찬 출발을 했다. .제9대 김천시의회에서 눈여겨볼 가장 큰 변화 중에 하나는 바로 정례회를 대비한 사전 현장 방문이다. 상임위별 소속 위원들의 의기투합 속에 여러 차례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계속된 회의를 통해 처음 맞는 행정사무감사를 철저히 준비한 결과 시정의 잘못된 부분을 꼼꼼히 파헤쳐 정곡을 찌르는 등 감사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다.행정복지위원회는 김천시민의 숙원사업이자 최대 관심사인 김천시립추모공원과 통합보건타운, 올해 말 개관을 앞둔 율곡도서관 등을 방문하여 추진 경과를 살펴보고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또한, 참전유공자와 보훈대상자의 처우 개선을 당부하였고 김천시민에 대한 공공산후조리원의 이용료 감면율 확대를 요구했으며, 특히 김천시립추모공원건립 사업에 대해서는 주민대책위원회와 체결한 협약 사항 이행 요구와 함께 공기 지연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시민들의 걱정을 덜어냈다.산업건설위원회는 많은 시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신음근린공원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드론 실기시험장과 융복합 드론 플랫폼사업 현장,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감호지구 도시재생 뉴딜사업 현장을 방문하여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안고 있는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신음근린공원 조성사업에 대해서는 공기 지연에 대한 대책 마련과 민원 발생에 따른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했다.이러한 노력은 제9대 김천시의회가 개원 후 두 번의 임시회와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는 정례회를 비롯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다양한 의정활동으로 개원 당시 초선의원이 많다는 우려 섞인 시각에서 지난 100일간 지나온 당찬 여정으로 김천의 더 큰 내일을 기대하는 기분 좋은 변화가 시작 되고 있다. 김천시의회는 이명기 의장을 중심으로 새 얼굴들의 깊은 열의와 당찬 포부로부터 기분 좋은 변화가 시작된 김천시의회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립(而立)을 넘은 시의회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며 14만 김천시민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ncb7737@kbmaeil.com

2022-10-18

외로운 황홀함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언스플래쉬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정지용, ‘유리창 1’)정지용의 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라든가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와 같은 감각적인 묘사와 언어운용은 요즘의 어떤 시와 비교해도 세련되게 느껴진다. 이미지나 리듬감도 뛰어나지만, ‘유리창 1’을 아름다운 시로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 요인은 이 시 전체에 배어 있는 슬픔과 연민의 정서다.알려진 바 이 시는 지용이 폐렴으로 어린 나이에 죽은 아이를 그리며 쓴 작품이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라는 문장은 지용의 마음을 절절하게 나타내준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산새처럼 날아”간 아이가 있는 밤하늘을 보기 위함이다. 이는 “외로운 황홀한 심사”를 일으키는데, 죽은 아이를 생각하며 외로울 수는 있어도 황홀하기는 쉽지 않다. 외로움이 보편적 감정이라면 황홀함은 보편성을 넘어선, 시인이라는 예민한 존재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정서일 것이다.죽은 아이가 날아간 밤하늘을 바라보니 슬프고 외로운데,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 풍경은 한없이 아름다워 황홀하다. 이 황홀함은 풍경에 의한 고취인 동시에 슬픔이라는 감정이 몰고 온 일종의 환각적 상태다. 슬픔 속에 오래 침잠되어 있다 보면 세상이 비현실적 공간으로 여겨진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이든 육체의 고통 또는 현실의 절망이든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아이가 없는 현실에서는 외로우나 아이를 만나는 상상에서는 황홀하다. 그 황홀함은 세상에서 오직 ‘나’만, 아이의 죽음을 오롯이 살아내야 하는 부모만이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외로운 황홀한 심사다. 자녀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부모를 칭하는 단어가 없는 것은, 누구도 그 마음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될 수 없는 슬픔, 그 슬픔 속에서 아이를 만나는 상상…. 삶도 죽음도 초월한 어느 곳에서 느끼는 그 감정이 바로 외로운 황홀함일 것이다. “외로운 심사”라고만 했으면 이 시는 아름다움이 덜 했을 것이다. “외롭고 황홀한”도 안 된다. 그렇게 쓸 경우 외로움과 황홀함은 각각 독립적인 감정의 상태이거나 서로 다른 두 감정의 연쇄작용일 뿐이다. 밤하늘을 보며 정지용이 느낀 외로움과 황홀함은 한 덩어리다. 그래서 오직 “외로운 황홀한 심사”여야만 한다. 외롭고도 황홀한 것이 아니라 외로운 황홀함이야말로 화자가 느끼는 적확한 감정이므로.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몇 해 전, 청소년 시 낭송 UCC 경연대회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한 학생이 이 시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는데,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냈다. 사월 바다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가 팽목항에 주저앉아 스마트폰에 담긴 딸의 사진을 본다. 액정 위로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져 내린다. 그렇게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화면 속 딸의 얼굴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 아버지는 밤에 홀로 액정을 닦는다. 그 “외로운 황홀한 심사”를 세상 사람들이 어찌 알 수 있을까?지난 9월,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수해로 소중한 목숨들이 스러졌다. 침수된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가는 엄마가 걱정돼 함께 나섰다가 숨진 중학생 김 군의 사연이 세상을 울렸다. 급박한 순간 엄마는 “너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내보내려 했고, 아들은 “엄마, 사랑해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야속한 하늘은 이 다정한 모자(母子)를 갈라놓고야 말았다. 살아남은 엄마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별이 되어 밤하늘로 날아갔을 거라고, 무엇이든 되어 다시 만날 거라고, 다음 세상에서도 엄마와 아들로 태어날 거라고….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외로움, 꿈속에서나마 아들을 만날 황홀함…. 언제 그랬냐는 듯 계절은 어느새 가을이다.

2022-10-18

탄소 발자국 줄이기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다. /언스플래쉬 다가오는 11월 24일부턴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 확대된다. 현재는 대형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지만, 대신 편의점이나 빵집 같은 경우엔 일정한 돈을 내면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하지만 11월 24일부턴 편의점이나 빵집에서도 비닐봉투를 절대 구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젠 비닐봉투 대신 종량제 봉투, 부직포 가방, 또는 재활용이 가능한 순수 종이 재질로 된 종이봉투로 대체된다. 전 지구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환경보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로 읽힌다.카페에선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그리고 뜨거운 음료를 젓는 플라스틱 막대까지 매장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음료를 포장하는 경우 12월 2일부터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실행되는데, 일회용 컵을 사용한 뒤 반납하면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것으로 일회용품의 폐해를 줄이자는 것이다.대규모 점포에서의 우산 비닐 사용도 금지되고 야구장이나 콘서트장에서의 응원 용품도 제한되며, 계속되는 환경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 제한 이슈에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는 앞으로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환경 보호를 위한 소비자의 규제가 강화된 만큼, 그간 국제사회와 기업은 변화된 규제를 통해 어떠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국제사회는 환경보호에 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탄소발자국을 없애기 위한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내놓고 있다. 2005년 EU는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방안을 세계 최초로 내놓으며 실행 중에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란 온실가수 감축 의무가 있는 국가에 배출 허용량을 부여하고, 한도를 초과할 경우 탄소배출에 대해 기업에 비용을 부담을 요구하는 것이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가치로 삼는 기업에게도 무형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하지만 EU 바깥에서 탄소누출 현상이 지속되자 EU는 2023년에 탄소 국경세(EU외 국가 제품에 적용하는 세금)를 도입하겠단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러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탄소 국경세 도입으로 인해 기후변화 이슈는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으며, 지속적으로 전세계가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지난 2015년 국내에 도입된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전체 탄소 배출 허용 총량을 설정하고, 각 기업마다 일정 배출권을 부여한다. 기업은 할당 받은 배출권 범위 내에서 생산활동과 탄소를 배출할 수 있으며, 부족하거나 남는 경우에는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거나 또는 팔 수 있도록 되어 있다.이렇게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적절한 탄소배출을 유지한 기업은 환경부가 인증한 탄소발자국 인증 라벨을 상품에 기입할 수 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실행되고 있으나 정작 탄소발자국 라벨을 단 제품이 많지 않고, 나 또한 조사 직전까지 이 라벨의 정체를 몰랐단 점이 조금 부끄러웠다. 적극적인 홍보와 개개인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미국의 생활 용품을 제조하는 한 거대 기업은 친환경 인증제품을 55개 등록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55개의 인증받은 제품은 타 제품보다 60%가 넘는 조회수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이미 소비자들은 탄소중립 정책을 지향하는 기업을 지지하고 선택하고 있단 추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바람직한 변화다. 해외뿐만 아닌 최근 많은 국내 기업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경영 방식을 내세우며 친환경적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실천하고 있다.이러한 행보에 관심을 가지며 탄소발자국 인증 제품 구매, 메탄가스 감소를 위한 고기 섭취 줄이기, 각종 일회용품 줄이기, 디지털 탄소발자국 줄이기 등,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행동하는 것이 이 어려운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공존과 상생을 위해 국제사회와 국가, 기업뿐만 아닌 개인의 관심 또한 필요한 때다.

2022-10-18

축제 같은 나날, 일상을 예술처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먼 들녘 빛 어림이 나날이 짙어가고 있다. 온통 푸르던 산과 들이 차츰 붉고 누렇거나 갈빛을 띠며 물들어가고,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면서 들판의 축제를 벌이는 듯하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번째의 봄’이라는 말처럼, 또 다른 설레임으로 다가오며 홍엽(紅葉)의 환호 속에 즐김과 누림의 축제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문화의 달이기도 한 10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천랑기청(天朗氣淸)한 때라 야외활동이나 행락객이 많아지고, 지역별 특색을 살린 볼거리와 먹거리가 푸짐한 문화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넘쳐난다.오감으로 느끼는 축제의 계절이기에 가을이 한결 풍성하고 설레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억눌린 가슴을 한껏 펴고 지리한 바이러스의 아귀를 떨치기라도 하듯, 2~3년만에 재개되는 축제의 마당에 몸을 맡기고 흠뻑 빠져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게 편안히 즐기고 빠져드는 축제도 자신의 취향이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누릴 수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축제의 양상도 다변화돼,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과 현실의 결합이나 비대면 방식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개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의 다채로운 테마와 복합적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서 축제가 한결 흥미롭고 열기가 고조되기도 한다.그런 가운데 일상 속에서 축제를 손쉽게 만나고 여유롭게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면 보다 문화적인 삶이 윤택해지지 않을까? 이를테면 걸어가면서 길거리에 마련된 시화작품이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둘러보며 이색적인 체험코너나 즉석 공연 이벤트에 참여하고, 아늑한 호텔방에 전시된 미술품이나 공예, 사진작품 등을 감상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생활 속에 젖어드는 예술문화적인 삶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생활과 실용에 어우러지는 예술이야말로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생활예술의 효용가치를 높여줄 것이다.아트페어는 그러한 관점에서 예술과 대중을 연결시키는 의미있는 매개체로 여겨진다. 미술관이나 전시장이 아닌 실생활이나 외출이 이뤄지는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호텔아트페어나 뱅크아트페어, 호텔사진전 등은 객실이나 홀, 복도에 이색적인 작품전시와 홀로그램 영상 등으로 방 한 칸마다 갤러리 하나씩이 자리잡아 개성과 격조 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임으로써 관람객과 컬렉터의 관심을 사기도 한다. 포항에서는 지난 주 라한호텔과 포스텍 국제관에서 각각 독특한 주제의 호텔아트페어가 성황리에 열렸으며, 송도 코모도호텔에서는 ‘사진의 섬 송도’ 사진전이 해마다 절찬리에 열려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무릇 축제나 예술은 관객이나 향유층이 있어야 활기를 띨 수 있다. 아무리 소문난 잔치도 손님이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듯이, 난해하고 추상적인 작품의 발길 뜸한 관람보다는 쉽고 부담 없이 참여하여 재미있게 즐기는 생활문화형 예술이 각광받지 않을까 싶다. 예술이 일상적인 문화로 어우러져 매양 축제 같은 나날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2022-10-17

열정을 저축하자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빨리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고 한다. 과거 호출기를 사용하던 시절에도 ‘8282’를 표기하여 보내기도 했으니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는 오랜 기간 이어져 초고속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를 맞아 그 전파력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듯하다. 혹자들은 이런 문화가 한국의 고도성장을 견인하는데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 놓기도 한다.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명목 GDP 규모가 477억원에 불과했는데 이십 년이 지난 1973년에 5조원을 돌파하고 2006년 1천조 돌파에 이어 2021년에는 2천조가 넘는 성장의 결과로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에 진입하였다. 기적적으로 부자 나라가 되는데 성공했지만 세계에 있는 200여 개의 나라 중 부자나라라 할 만한 곳은 서유럽과 북아메리카, 동아시아, 오세아니아에 있는 20여 개국 외에는 거의 없으니 우리나라의 현재 위치는 기적이라고 간단히 정리하기엔 그 논리가 빈약하게 느껴진다.빈국들은 전통적인 수출품인 커피, 바나나, 석유, 광물 등 1차 상품 생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이 주력인 선진국은 자연 자원을 직접 투입할 일이 없고,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제한받는 농토, 광산, 어장도 필요 없이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로 경쟁력을 키우면서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여간다. 이를테면 소프트웨어나 첨단 산업에서는 첫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그 뒤에 나오는 제품의 제작 단가는 대폭 낮아지게 되는 원리다.이렇게 수세기 동안 ‘제조업’이라는 용어는 기술변화와 무한 경쟁 속에서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공식이 되었으며, 이것이 헨리7세 때 영국에서 시작되어 유럽 대륙과 미국을 거쳐 한국과 대만이 거둔 성공의 유형이다. 이러한 제조업 중심의 시대에는 지식경제가 필연적이며 지식근로자 중심의 휴먼이 곧 캐피털이다. 자본과 노동력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라는 뜻이다. 이러한 성공의 뒤에는 조직에 지나치게 편중된 가치를 두게 되어 일과 개인을 동일시해 일에 올인하는 ‘워크홀릭’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일에 지나치게 올인하다 보면 자신 내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내부 영혼에서 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화내고 지치고 능률은 오르지 않고 종국엔 개인에도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결과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 하거나 회사 내 동료, 선배, 상사에게 분노를 투사하거나 일 외엔 아무것도 없는 듯 자신을 영혼에서 분리 시키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일에 올인하지 말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염치없고 뻔뻔하게 들리나, 아무 때나 아무 일에나 올인하지 말라는 뜻이다. 정작 올인해야 될 때가 되었을 때 열정도 체력도 탄성도 바닥난 상태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 덜어낸 20%를 오로지 자기를 위해 쓰자. 올인할 시기에 절대적으로 올인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내 열정의 20%는 덜어내어 늘 저축하기를 권한다.

2022-10-17

카톡 먹통과 유비무환

홍석봉정치에디터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다. 전 국민들이 한순간 혼란에 빠졌다. 국민 생활 전반에 큰 지장을 가져왔다. 개인과 집단 등 결제와 소통이 멈췄다. 카카오 관련 서비스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이번 사태는 국민들의 카톡 의존도와 위험을 동시에 깨닫게 해 주었다. 우리 생활에 카톡이 얼마만큼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실감케 했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세상에 소통 수단 단절시 나타날 수 있는 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85%의 시장점유율 만큼이나 카톡 상실감이 컸다. 대안을 찾아 나서는 이들도 있다.2018년 아현 KT전화국 화재 당시 국가통신망 붕괴로 국민들이 큰 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 하지만 금세 잊었다. 이번 카카오톡 먹통사태가 여실히 보여준다. 해당 기업에 비상 사태에 대비를 게을리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조선시대 역사실록을 보관하기 위해 4대 사고를 운영했다. 같은 실록을 4곳에 분산, 보관함으로써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실록이 지금까지 온전히 전해지는 이유다.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했다. 이순신 장군은 평소 철저한 계획과 준비로 전쟁에 대비했다. 그는 ‘요행’과 ‘만일’을 경계했다. 승리의 비결이다. 이순신의 유비무환은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했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어떤 국가적 위험을 초래할지 모른다. 통신서비스가 불의의 사고로 먹통이 될 경우 국민의 일상의 불편은 물론 경제, 사회 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크다. 전쟁 등 국가 비상사태때는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차제에 국가의 시스템 보안 상태를 점검하고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17

포항컨벤션센터 성공 위해 철저한 준비 필요

지난주(13일) 포항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에서 열린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 용역 중간보고’.간담회에서는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미군부대 자리였던 북구 장성동 2만7천378㎡ 부지에 들어설 컨벤션센터는 1천406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오는 2026년 말 준공 예정이다. 시의원들이 이날 주로 제기한 문제는 컨벤션센터 확장 예정부지에 초등학교가 포함돼 있어 앞으로 사업확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건설 등으로 사업부지 주변의 학생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학교를 과연 이전시킬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였다. 보상비 예산 부족, 교통혼잡문제 등도 거론됐다. 포항시는 “곧 설명회를 열어 충분한 주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경북 최대 도시인 포항은 그동안 국내외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면서 동시통역이 가능한 회의장이 없어 컨벤션센터의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인근 경주시와 구미시는 각각 하이코, 구미코로 불리는 국제회의장을 갖췄지만, 포항에는 컨벤션센터가 없어 상대적으로 국제 행사 유치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실 세계적인 철강도시이면서 환동해 거점도시인 포항에 아직 컨벤션센터가 없다는 것은 도시 이미지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포항과 같은 도시규모를 가진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컨벤션센터를 갖추고 마이스(MICE)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마이스는 기업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Travel),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 산업을 의미한다. 그러나 마이스 산업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부분 국내 컨벤션센터는 적자운영에 시달리고 있다. 포항시는 이러한 열악한 마이스산업 환경을 충분히 인식하고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기 이전 단계에서 충분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컨벤션센터는 수익률 못지않게 도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포항시가 도시에 특화된 산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국제 전시회를 유치할 경우 포항컨벤션센터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2022-10-17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권력의 원천은 국민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2항).고 했으니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 권력을 잡은 여당은 물론, 권력을 잡으려는 야당도 명심해야 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이니 배(대통령)를 띄우는 것도 물(국민)이요, 그 배를 전복시키는 것도 물이다.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론은 어떤가? 새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에 불과한데 민심은 싸늘하다. 기대가 컸으니 실망도 큰 것일까? 최근 여론조사(한국갤럽, 10월 2주차)에 의하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63%)가 긍정평가(28%)의 2배를 넘는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쥐고 있는 중도층의 평가가 긍정 24%, 부정 66%이고, 정권의 핵심지지기반인 TK지역도 긍정 41%, 부정 52%로서 상당히 심각하다.어떻게 해야 민심을 다시 얻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이미 여론조사결과에 나와 있다. 부정평가의 구체적 요인은 경험·자질부족·무능(15%), 외교(13%), 전반적 잘못(10%), 민생/발언부주의/독단적(각 6%), 신뢰부족/인사(각 5%), 소통미흡(4%) 등이다.영국의 이코노미스트(Econo mist)가 “한국의 대통령은 기본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 국민들도 정치초보인 대통령의 경험·자질부족·무능을 똑같이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이성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편견을 버리고 국민의 관점에서 고언(苦言)을 경청할 때 비로소 초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대통령의 외교 설화(舌禍), 즉 비속어 ‘이××’에 대해서는 국민 다수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하이데거(M. Heidegger)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듯이, 대통령의 말은 품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았고, 여당은 MBC를 고발하여 프레임 전환을 시도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정치미숙이었다. 국내언론은 물론이고, CNN·BBC·WP 등 해외언론도 이 사태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했다.이들은 정권에 비판적인 MBC를 고발한 것은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했던 ‘자유’를 스스로 침해함으로써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윤 대통령은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고서는 권성동에게 ‘체리 따봉’ 문자를 보냈다. 대통령이 “감사원은 독립기관”이라고 했는데, 감사원 사무총장은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라고 대통령실에 문자로 보고했다. 이처럼 언행이 일치되지 않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으니 누가 대통령의 말을 믿겠는가?국민은 ‘이슈’ 자체보다 이슈를 다루는 대통령의 ‘태도’가 더욱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정치는 ‘사실의 게임’이 아니라 ‘인식의 게임’이다.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 아니라고 인식하면 아닌 것이다.대통령의 균형 있는 문제인식과 겸손한 정치행태가 요구되는 이유다. 여론을 무시하고 국민과 싸우려는 대통령만큼 어리석은 권력은 없다.

2022-10-17

카카오 먹통… 국민메신저로서 책임감 느껴야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지난 15일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먹통되면서 전국민적 불편을 초래했다. 특히 이 문제가 초연결사회에 있어 통신망 마비가 국가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일깨운 사고란 점에서 범국가적 교훈도 적지 않다.이번 사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디지털 부가 서비스 중단으로 우리 국민께서 겪고 계신 불편과 피해에 대해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실도 “네트워크망 교란은 민생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유사시 국가안보에도 치명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사태의 엄중함과 기업의 책무를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본다는 뜻이다.시민의 단순문자 메시지는 물론 금융, 교통, 쇼핑 등에 이르기까지 카카오 연결망이 교란되면서 지난 주말은 한국인의 일상이 멈춰 선 하루였다. 일상의 불편도 문제였지만 연관 서비스로 영업과 거래를 하는 이용자의 경제적 피해도 막중했다. 이에 대한 사후 대책도 별도 강구돼야 함은 물론이다.문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서 드러난 카카오 측의 미흡한 대응체제다. 카카오는 “사고가 난 서버에 전력 공급이 안될 정도로 불이 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IT 전문가들은 “실시간 데이터 백업 체계와 재난 장애 대응이 미비한 탓”으로 지적한다.카카오는 월간 사용자가 무려 4천750만명에 이르는 사실상 국민 메신저 역할을 한다. 카카오톡과 더불어 카카오페이, 카카오T, 카카오맵 등 카카오 가입자를 기반으로 그동안 카카오는 사업 부분을 계속 확장해 몸집도 커졌다. 그러나 이용자 증가에도 카카오가 이용자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는 소홀히 했다. 이런 지적을 카카오는 외면해선 안 된다.IT 강국임을 자처하는 우리나라로서도 부끄러운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당국의 엄중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카카오도 공적 국민 메신저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서비스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재발 사태가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22-10-17

바닥에는 검은 진흙이 <Ⅴ>

꼭 새로워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아들이 아버지 대신 잘 해왔으니까 하는 말이지. 세상에 저런 효자가 어디 있나?인호를 잘 아는 사람이 인호를 감쌌다.국회의원 선거잖아. 효자 뽑기 대회가 아니고. 국회의원으로서 잘하는 것과 아들로서 잘하는 것은 다르지. 효자를 뽑는 선거라면 김인호를 당연히 뽑아주지. 하지만 이건 국회의원 선거야. 누가 뭐래도 국회의원은 중앙에서 정치력이 있어야지. 김 의원이 지역구에 잘 내려오지는 않지만 중앙에서 잘하잖아. 그만한 거물이 되는 게 어디 쉬워?입바른 사람의 바른 말은 인호의 귀에도, 영권의 귀에도 들어갔다. 영권이 인호를 불렀다.오랜만에 남해에 가서 공이나 한 번 치자.라운딩을 마치고 둘은 해안가를 찾았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았다.네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이냐?인호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며 영권이 물었다.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선거에는 제가 출마해야 합니다. 이제는 영산시를 제게 내려주십시오.인호는 ‘양보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려다 말을 바꾸었다. 무례한 표현이라 생각했다.지금 네가 네 입으로 내려달라 말했듯이 다른 사람도 그렇게 본다. 누가 보아도 지역구 세습으로 보이지 않겠느냐.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세습에 대해 반감이 많다. 너의 좋은 의지가 좋게 해석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게 무슨 말이냐. 선거에서는 지면 안 된다. 떨어지기 위해서 하는 선거는 없다. 선거와 정치는 오기로 하는 것이 아니다.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던 듯 영권이 말했다. 그러고는 테이블을 손톱으로 두드리며 인호의 얼굴을 보았다. 인호는 다른 지역구에라도 출마할 수 있게 해 달라 말했지만, 영권은 허락하지 않았다.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국회의원이 된 예도 없을뿐더러, 감당할 수 있는 돈도 없고, 그리고 인호가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은 그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 다른 국회의원에게 도리가 아니라 말했다. 인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있던 의자를 뒤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인호가 말했다.이번에 나가지 않으면 앞으로도 기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김영권이나 김인호나 똑같다 그럽니다. 여기에 갇히면 저의 정치는 시작도 못해 보고 끝나는 겁니다.영권은 인호에게 일어서라 말하지 않았다. 물끄러미 인호를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너의 정치라. 인호야. 너는 정치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인호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정치란 사람들이 갈등 없이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짧으면서도 단호했다. 인호는 스스로 만족했다. 그러나 영권의 대답은 달랐다.틀렸다. 너는 아직 정치를 모르는구나.그러면 무엇입니까?인호가 물었다.내가 답해주마. 정치는 권력을 가지기 위해 행하는 모든 것들이다. 선한 것이냐, 악한 것이냐의 구별은 의미 없다. 너는 권력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 권력을 잡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느냐? 그럴 수 없다면 너는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사람들? 스스로 목자 잃은 양이라 칭하는 것들은 권력의지를 확인하는 순간 순한 양이 되어 울타리로 들어온다. 그들은 정치의 결과물이지 목표가 아니다.영권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인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인호야. 너의 인생에 너의 정치라는 것은 애초에 없었다. 정치인 김영권의 아들로 태어난 순간부터 김영권의 아들 김인호만 있을 뿐이지. 정치인 김영권을 위해 네가 있는 것이다. 정치를 하라고 너에게 지역구 관리를 맡긴 게 아니다. 이십년 전 너를 지역구로 내려 보내면서 정치를 배우라 말하지 않았다. 너는 정치인 김영권이 거목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름이 되어야 하는 거다. 그게 너의 이번 생이다. 너의 정치? 너의 정치라는 것이 가능하려면 나와의 인연이 끝나고 나서야 가능하겠지. 내가 내 입으로 이 말을 하게 하다니. 내 아들이지만 너도 참 딱하다.영권은 말을 끝내고 인호를 일으켜 세웠다. 일어선 인호는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았다. 썰물이었다. 해가 지는 방향으로 바닷물이 빠져나갔다.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검고 거칠은 암초들이 덩어리지어 나타났다.썰물이네요. 저 아래에 검은 바위들이 저렇게 많이 놓여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아버지는 알고 계셨습니까?이 년 전 그날. 남해였다.-이번에는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인호와 필립이 만났다. 만식의 장례를 치른 지 열흘 정도 지났을 때였다.-연락이 왔다고? 먼저?인호가 물었다. 필립이 고개를 끄덕였다.-만나자고 하더라.-나보고 친해지라 해놓고 자기가 먼저 전화하는 건 뭔데?/김강 소설가

2022-10-17

태평양 너머에서 온 울긋불긋한 소식

요즘엔 문학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신소설’이라는 단어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으실 것만 같다. ‘신소설’이란 이인직의 ‘혈의누’나 이해조의 ‘빈상설’, ‘월하가인’, 최찬식의 ‘추월색’ 같은 소설들처럼 대략 1906년 무렵부터 10~20년 정도를 풍미했던 소설 양식을 가리킨다. 학창 시절 문학 수업에서 들었던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실 분들도 계실지 모른다.애초에 뉴웨이브, 새로운 바람을 의미했던 ‘신파(新派)’가 낡디낡고 판에 박힌 멜로드라마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조선 이래의 고소설과는 차별되는 새로운 ‘신소설’이 이제는 백 년도 더 지난 하염없이 낡은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어 버린 것은 시간이란 어떤 것인가를 새삼스레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이미 백 년 이상 전에 유행했던 ‘신소설’과 함께 그 소설이 출판된 단행본을 가리키는 ‘딱지본’이라는 단어 역시 생소하신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요즘엔 헌책방에 가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예전에는 구석에서 심심찮게 찾을 수 있던 겉표지가 화려한 원색으로 된 손바닥만하고 얄팍한 출판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표지가 색색으로 된 원색으로 ‘딱지’ 같다고 해서 얻게 된 별칭이다. 앞서 이인직의 ‘혈의누’나 ‘귀의성’ 같은 소설들은 신문에 연재되고 난 뒤에면 어김없이 이 딱지본으로 출간되곤 했고, 일제강점기를 전후한 언론 통제의 시대에 마땅히 연재할 신문을 얻지 못했던 수많은 무명작가들은 자신이 쓴 원고를 당시 출판사 격인 서방(書房)이나 서관(書館) 등에 매절 계약으로 넘겨 이름 없이 딱지본으로만 소설을 발표하는 일도 흔했다.신소설 작가 중에서 잘 알려진 이인직이나 이해조는 신문 지면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고 딱지본으로 출판할 수 있던 운 좋은 작가였고, 김교제나 최찬식 등은 신문 지면을 얻지 못했으면서도 딱지본 출판 소설만으로 유명해졌던 저력 있는 작가였다.딱지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역시 그 화려하게 노출된 표지 그림에 있었는데, 이전까지 한국식 제본이나 서구식 양장 제본에서 표지에 그림을 노출하는 일이 드물었던 것을 감안하면, 꽤 파격적인 시도였다.아무래도 당시의 기술로 컬러로 조금 두꺼운 표지에 인쇄한 것이다 보니 인쇄 상태나 제본 상태에 허술한 부분도 없지 않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금방 읽고 치우는 대중적인 소설에 가장 어울리는 출판양식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딱지본 표지들을 보고 있자면, 당시 서점들 서가에 이처럼 울긋불긋한 그림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독자를 유혹하는 장면들이 생생하게 상상된다. 사실 이같은 딱지본의 표지가 아니더라도 이 속에 담긴 신소설의 내용들은 대부분 당시의 독자들의 감수성을 지극히 자극하는 것들이었다.악인의 음모에 빠진 주인공이 세상사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면서 결국에는 행복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는 권선징악의 주제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신소설의 다양성은 줄거리의 구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루고 있던 기차나 기선, 담배 등의 새로운 문물과 화성돈(미국 워싱턴)이나 해삼위(블라디보스톡), 묵서가(멕시코), 포와(하와이) 등의 국외 공간을 그려내는 방식에 있었다. 누군가의 음모와 위협으로 인해 죽을 위기에 처했던 주인공이 기차나 기선을 타고 태평양을 넘나들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되거나 잃었던 가족과 만나게 되는 과정은 당시의 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쾌미를 주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특히 이제 막 세계에 대한 지리적 지식이 갖춰지기 시작했던 당시의 독자들에게 있어서 내 딸 같고, 내 아들 같은, 또는 내 누이 같고, 내 형님 같은 주인공들이 태평양 너머 어딘가에서 고난을 겪으면서도 학교를 졸업하고,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것을 보는 경험은 그야말로 지극한 즐거움은 아니었을까./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2-10-17

북핵 이전에 내분으로 무너질 건가

김진국 고문 북한의 도발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13일 밤 서해와 동해로 170여 발의 포격을 하고, 군용기 10여 대로 북방한계선 근처까지 위협 비행했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도 쐈다.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24차례,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했다. 14일 오후에도 다시 동해와 서해로 390여 발, 포격했다.전쟁 직전까지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외부의 위협이 있으면 단합하는 게 정상적인 사회다. 그런데 우리는 내분이 더 커졌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인기 하락을 가리기 위해 안보 위기를 과장한다고 주장한다. 유엔대표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가 미국 쫄따구냐” “관심을 끌어보려고 미사일을 쏘는 건데, 북한을 비난하면 대화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따졌다.아픈 역사가 반복된다. 1950년 북한 탱크가 내려올 때 국군은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일본은 1853년 미국의 흑선(黑船)에 놀란 지 15년 만에 메이지유신에 성공하고, 열강 대열에 합류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을 맺은 조선은 세계정세에 눈을 감고, 일본과 중국·러시아 등 열강에 기댄 파벌싸움으로 갈팡질팡하다 나라를 빼앗겼다.더 이전 임진왜란 직전 조선통신사의 보고는 당파에 따라 달랐다. 아무 준비 없이 백성을 7년 전란에 몰아넣었다. 동인이나 서인이나 당쟁에 이용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정치권의 입씨름이 그 꼴이다. 정파에 따라 결론을 먼저 정해놓았다.말로만 초당 외교, 거국 안보다. 나라의 존망으로 도박한다. 진영으로 쪼개진 국민도 매한가지다. 북한의 핵 개발 소문에도 화들짝했던 민심이 실전 배치를 끝내고, 핵 위협을 쏟아부어도 강 건너 불구경한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2001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핵의 증거가 없다”(2003년)라고 장담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핵 보유가 억제 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 “다른 나라 핵은 되고, 왜 북핵은 안 되나?”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 위원장이 얘기하는 ‘비핵화’는 국제사회가 바라는 ‘비핵화’와 같다”라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증’했다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북한 태도가 왜 당신 얘기와 다르냐”라고 불평을 들었다.어떻게든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이해한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모르는 체하면 멍청이다. 김정은은 “절대로 먼저 핵포기, 비핵화란 없으며, 그 어떤 협상도 흥정물도 없다”고 못 박았다. 대남 핵선제타격까지 법제화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팬다는 “비핵화 고집은 실패이자 촌극”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는 핵보유국끼리의 협상에 남쪽이 낄 자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더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평양에서 흥분할 정도로 접대한 직후 보낸 편지에서 그런 속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소름이 끼친다.북한 핵무기가 자위용이라면 우리는 자위를 위해 가져도 되나. 필요한 것은 국민과 나라가 안전할 방도다. 평화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다. 그렇지만 오른뺨을 때릴 때 왼뺨을 내밀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오판을 불러 전쟁으로 유도할 수 있다. 평화적 해결을 모색해야 하지만 무력 도발을 제압할 힘도 갖추어야 한다. 핵 보유건, 전술핵 재배치건, 원점 타격이건, 수괴 참수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최선의 방도를 찾아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그어놓은 ‘레드라인’을 올 초 북한이 넘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대화를 사정했지만, 북한은 참담한 욕설만 퍼부었다. 응징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종전선언, 평화협정은 그 약속이 깨졌을 때 대응 수단이 없으면 허망하다. 미 대륙이 핵 공격에 노출돼도 미국이 핵우산을 펼칠까. 남베트남은 파리평화협정에 직접 서명했다. 그러나 평화협정은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미군이 철수하는 명분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다른가. 그렇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분으로 스스로 무너지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10-16

언제나 다시 찾고 싶은 울릉도 만들겠다

남한권 울릉군수 민선 8기를 새롭게 이끌어가게 되면서, 울릉도를 널리 알리고 세일즈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울릉도 경제의 핵심 산업은 관광산업이고, 관광 산업이 잘 되려면 울릉도가 더욱 널리 알려지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울릉도를 방문하고 체험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이 지면을 보는 독자 여러분에게도 한 번쯤 울릉도에 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를 권유하고 싶다. 울릉도는 남북한 통틀어 사람이 거주하는 환동해 유일한 섬이다. 이것이 진짜 매력과 가치다. 자연, 물, 공기, 산과 바다, 하늘까지 청명한 이곳에 오면 마음먹은 대로 힐링과 치유가 가능한 상쾌한 섬이다.앞으로, 울릉도산 모든 자원들의 우수성을 살려서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어 보려 한다. 울릉은 살아 숨 쉬는 공간, 즉 자연환경부터 시작해 산천에 나는 풀 한 포기까지 내륙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훌륭한 자원이 많다.관광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잠깐 훑어보고 가는 단기간 여행지가 아니라 270만 년 전 화산폭발로 형성된 산과 바다, 협곡들까지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관광 루트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울릉공항 개항에 발맞춘 관광 인프라 확충을 위해 민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관광, 레저, 휴양까지 가능하도록 직접 발로 뛰면서 울릉도를 세일즈할 예정이다.관광을 활성화하려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울릉도의 매력을 홍보하고, 관광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관광과 직접적인 분야를 개선해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지역의 성장 동력이 주민들에게서 나온다고 할 때, 현재 울릉도는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위기상황이고, 특히 전반적인 정주여건의 열악함이 인구유출과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점이다.울릉도의 정주여건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대단히 많지만 섬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울릉에서 주요한 요소들을 꼽아보자면 의료, 교육, 문화, 물류 등이 있다.우선 의료 분야를 살펴보면, 울릉도 내부의 의료 역량을 높이는 것과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태의 응급 환자 이송 체계를 더욱 상시적이고 신속하게 만드는 것 두 가지가 핵심 문제다. 시대적으로 친환경 관광수요가 증가하면서 울릉군의 관광객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1차 의료 인력의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에 대비, 의료 인력 보충 및 장비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 대학병원과의 의료 협약 추진을 통해 울릉 내부의 의료 역량을 높여가겠다. 또한, 상주 응급헬기 운영으로 응급 환자 이송 체계를 개선하겠다.교육의 경우, 울릉군 내에서 초중고교육은 물론, 대학교육까지 높은 수준으로 받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이다. 울릉군 내부에서 교육을 대학교육까지 높은 수준으로 받을 수 있다면 교육으로 인한 인구 유출 방지는 물론이고 인구 유입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제학교와 영어마을을 유치, 울릉중·고 명문 만들기 지원, 대학 분교 유치 등을 통해서 울릉도 내에서 완전한 교육을 받을 초석을 마련해나갈 것이다.문화의 경우, 도서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내륙 수준 이상으로 문화생활을 누리는 것이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표로 해야 할 것은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울릉도만의 문화가 숨 쉬는 섬’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각 분야 다양한 동아리 및 문화 단체 등을 지원 및 활성화하고, 유아나 청소년들도 어릴 적부터 함께 누릴 문화공간을 확충, 장기적으로 문화생활을 지속해나갈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마지막으로 물류 문제를 살펴보자면, 도서 지역이기에 내륙과의 물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비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본질적 원인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울릉군 차원에서 주민생필품 해상운송비 보조와 농수산물 택배비 무상지원 등을 통해 울릉의 물류가 매일 유통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이라 보인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민선 8기의 군정 목표는 ‘행복한 군민 다시 찾는 새 울릉’, 슬로건은 ‘새희망! 새울릉!’ 으로 정했다.군민이 주인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 편안해지는 바닷길과 새롭게 열리는 하늘길을 통해 언제든 다시 찾을 울릉도로 더욱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신념을 담았다. 이러한 목표를 잊지 않고 울릉군이 관광지로서는 누구에게나 즐거운 시간을 제공할 관광지로, 삶의 터전으로서는 행복한 삶을 영위할 곳으로 새롭게 변화되도록 민선 8기 군정을 이끌어 가겠다.

2022-10-16

영웅들의 스승이자 인간 삶을 관장하는 사수자리와 남두육성

태양이 하늘의 별자리 사이를 지나는 길을 황도(黃道·ecliptic)라 하고, 이 황도에 자리한 12개의 별자리를 황도12궁이라 한다고 앞서 이야기했다. 황도12궁 가운데 아홉 번째 별자리가 바로 사수자리(궁수자리)다. 여름날 초저녁이면 남쪽 지평선에 S자 모양으로 이어진 웅장한 곡선의 별들이 나타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전갈자리인데 그 옆에서 활을 겨눈 모습을 한 별자리가 사수자리다.사수자리는 머리와 가슴은 사람이지만 아래는 말의 모습을 한, 켄타우로스족 중 한 명인 케이론이다. 일반적으로 켄타우로스족은 성질이 거칠고 난폭했지만(헤라클레스 아내를 유혹하려다 죽은 네소스도 켄타우로스족이다), 케이론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제우스 아버지 크로노스가 아내 레아 몰래 말로 변해서 오케아노스 딸 필리를 유혹해 태어난 아들이다. 케이론은 정의를 중요한 가치로 여겼고, 성격도 온화하고 선량해서 주위로부터 존경받았다. 특히 음악과 무예, 사냥과 예언 등에 뛰어났던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무예와 음악을 가르치는 등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의 스승이기도 하다.케이론은 신의 아들인 만큼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불사의 몸이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의 실수로 물뱀 히드라의 독이 묻은 화살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히드라 독은 그 어떤 약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했다. 불사의 몸인 케이론은 죽을 수도 없어 영원히 고통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제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에게 불사의 몸을 양보하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케이론은 하늘에 올라가 활을 잡은 모습의 별자리가 되었다.다른 이야기도 있다. 그의 제자인 이아손이 헤라클레스 등 영웅들과 함께 콜키스로 황금 양모를 찾아 떠날 때였다. 이들을 안전하게 인도할 목적으로 스스로 하늘로 올라가 활을 잡은 채 별자리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케이론이 헤라클레스, 이아손, 아스클레피오스 등 뭇 영웅의 스승이지만 별다른 신화는 전해오지 않는다. 하지만 영웅들의 지혜와 무예는 그에게서부터 나온 것이니 그 역할은 중요하다 하겠다.재미있는 것은 이 사수자리에 한국과 중국에서 매우 신성시 하는 별자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사수자리 가운데에 작은 북두칠성처럼 생긴 여섯 개의 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를 두수(斗宿)라고 하는데 이는 하늘사당이라는 뜻이다. 이 별들을 북두칠성을 닮았다고 해서 ‘남두육성’이라 한다. 사람들은 북두칠성은 죽음을 관장하는 별로 여긴 것에 반해, 이 여섯 개의 별을 삶과 장수를 관장하는 별로 여겼다.우연하게도 프로메테우스에게 생명을 양보한 케이론과 삶을 관장하는 남두육성이 같은 별자리에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별을 두고 백사 이항복은 임진왜란 당시 동래부사 송상현의 충절에 비유했으며, 김시습, 정지상 시에도 등장한다. 고소설 ‘임호은전(林虎隱傳)’에서는 난세를 헤쳐 가는 영웅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렇게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삶과 영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별자리라고 할 수 있다.덧붙이면,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죄로 제우스의 노여움을 받은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의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받는다. 이때 헤라클레스 도움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케이론에 의해 영생을 부여받는 극적인 드라마틱한 주인공이 되었다. 인간 문화에 공헌했던 그에게 신화를 창조한 인간에 의해 보상이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박필우 스토리텔러

202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