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는 지난 9월 14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비전 선포식에서 ‘청년이 살고 싶은 경북시대’ 실현을 위한 ‘경북형 6대 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했다.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중에서도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 기업에 취업해서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경상북도, K-U시티 프로젝트’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지역 인재의 유출은 비단 경상북도뿐 아니라 모든 지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일자리 부족이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일자리도 결국 지역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서울과 수도권이 지역을 대상화하고 착취하는 구조가 형성되었고, 그 결과 지역의 자율적인 생태계가 붕괴된 것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소프트웨어 자체를 바꿔 나가는 일이다.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교육 및 문화예술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지역 주민들이 물질적·정신적 풍요로움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인 생산인구 증가 효과는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지역 인재가 지역에서 정주하는 선순환 모델은 만들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경상북도의 K-U시티 프로젝트가 지역 생태계를 복원하고 정주하고 싶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외국인 유학생 1만 명 유치. K-드림(Dream) 프로젝트’에 관한 부분이다.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심각한 저출산 기조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이미 대부분의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그 공백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렇게 대학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습 능력과 한국어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시스템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야 실적도 되고 등록금 수입도 늘어나니 외국인 유학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턱이 낮으니 한국 대학은 진지하게 배움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 한국 체류를 위한 수단 정도로 여겨지게 된다. 많은 동료 교사·강사들이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여 강의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들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1만 명 유치를 진지하게 준비하고자 한다면 언어 능력과 학습 능력이 충분한 학생을 선발하는 시스템, 그렇게 입학한 유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을 도울 전문 상담 인력, 그리고 부족한 한국어 학습을 담당할 한국어 교육 전담 인력의 확충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어려운 외국인 유학생을 대량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대학 교육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