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에는 9월 15일 전후와 이어진 주말동안 50㎖ 이상의 많은 가을비가 내렸다. 그리고 일최고 30℃ 이상의 날도 점차 줄어들면서 완연한 가을에 접어들고 있다. 아마도 2023년 여름은 역대 유례가 없는 극한의 집중호우와 산사태 그리고 폭염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달갑지 않은 역대급 기록은 내년에도 여지없이 깨질 것으로 우려된다. 계속 악화된 기후변화 문제가 완화될 여지는 별로 없고 반대로 무분별한 개발압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멸의 길로 내달리는 폭주 기관차의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희망의 길을 내고, 브레이크를 작동해야 하듯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길은 내고 ‘저영향개발(LID)’이라는 신형 브레이크를 작동해야 한다.
‘저영향개발’은 도시발전 과정에서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빗물관리, 자연적 물의 침투 및 증발, 그리고 토지의 원래 생태계 복원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이를 통해 홍수위험 감소, 수질향상, 도시 열섬효과 완화 등 우리가 부딪친 문제의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저영향개발’은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홍수피해 감소와 물관리 비용을 줄여 인프라 유지비용을 절감하고, ‘저영향개발’ 구역은 더 나은 생활환경과 자연경관 제공으로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가치를 높인다. LID 관련 프로젝트는 건설 및 유지보수 분야에서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자연환경 복원은 관광산업도 활성화시킨다. 환경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기업들은 LID 지역에 투자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처럼 ‘저영향개발’은 지역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촉진을 기대하게 한다.
‘저영향개발’은 특히 물순환 관리에 보다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LID는 지표수의 자연적 침투를 통해 지하수 재충전을 강화하며, 지표면 처리를 통해 홍수 위험을 줄이며 빗물 유출을 제어한다. 자연스러운 여과 과정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하여 물의 질을 개선한다. 아울러 습지의 보호와 복원을 통해 자연의 물순환을 지원한다. 결국 LID는 물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지역 생태계의 건강을 향상시킨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빗물정원, 침투지와 같은 LID 기술을 도시 곳곳에 구현하여 홍수와 물 오염을 줄였으며, 워싱턴주 시애틀시는 ‘도시의 녹색 인프라’ 계획에 LID 프로젝트를 도입하여 물 순환을 향상시켰다. 호주 멜버른시는 도시내 빗물을 수집, 재사용하고, 녹색공간을 확장하여 도시 열섬효과를 줄였다. 이처럼 이들 도시는 ‘저영향개발’ 전략을 도입하여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며 도시의 생활 품질을 향상시켰다.
이들 도시처럼 대구경북에 ‘저영향개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법적기준 제정으로 LID지침을 확립하고, 도시계획에 LID를 통합하여 초기개발부터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LID 프로젝트 활성화, 시민교육 및 홍보강화, LID 프로젝트 성과 모니터링 및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