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의 속도는 인류의 적응 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폭염이 빈발하고 있으며, 사망자와 경제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
2025년 여름을 앞두고 기상청은 우리나라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할 가능성이 6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일부 기상 전문가는 올해 여름이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국내에서 여름철 최고기온이 가장 높은 곳으로 손꼽히며, 실제로 온열질환자 수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역사회는 더 이상 ‘폭염을 견디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후재난 시대를 맞아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책으로 ‘쿨존(Cool Zone)’의 확대와 정착이 절실히 요구된다.
‘쿨존’이란 단순한 에어컨 공간이 아니라, 기후위기 속에서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생활형 안전망을 의미한다. 주로 공공도서관, 복지관, 지하철역, 정류장, 공공청사 등에 설치되며, 내부에는 에어컨, 냉풍기, 냉수대, 그늘막, 쿨링 미스트 등이 갖춰져 있다. 폭염특보 발효 시에는 무더위쉼터로 기능하며, 특히 노약자·야외근로자·취약계층에는 생명선 역할을 한다. 실제로 서울·부산·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는 무더위쉼터를 중심으로 ‘쿨존’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열지도(Heat map)를 바탕으로, 집중적으로 배치하거나 운영시간을 연장하는 식의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하며, ‘쿨존’ 간 정보 접근성, 시설 수준, 이용 편의성 등의 질적 차이 해소가 과제로 남아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쿨존’ 정책을 도시 인프라의 필수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매년 폭염기간 동안 공공도서관과 노인센터를 쿨링센터로 지정하여 시민에게 냉방 공간을 제공한다. 애리조나 피닉스시는 교회, 카페, 쇼핑몰과 같은 민간공간도 ‘쿨존’으로 활용하고, 무료 교통수단과 연계해 접근성을 높였다. 호주 멜버른시는 도심 내 ‘쿨링 스테이션’을 촘촘히 배치하여 시민의 열 스트레스를 줄이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대구·경북 지역에도 여러 시사점을 준다. 특히 도심 열섬현상이 심한 대구 도심이나, 야외 작업자 비중이 높은 경북 농촌지역에는 ‘지역 맞춤형 쿨존 전략’이 요구된다. 행정기관 주도뿐만 아니라 민간 공간과의 연계, 에너지 효율 기술 접목, 시민참여 확대 등 다양한 방식이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쿨존’은 단기 대책이 아니라, 기후 위기 적응의 핵심 기반이 되어야 한다. 대구·경북은 여름철 고온 위험도가 높은 만큼, ‘쿨존’의 ‘양적 확대’는 물론 ‘질적 고도화’가 필요하다. 각 자치단체는 생활권 중심으로 ‘쿨존’을 확대하고, 열지도 기반의 취약지역 우선 배치, 정보 접근을 위한 ‘쿨존’ 안내 시스템 정비, 에너지 절감형 냉방 장비 도입, 민관협력 운영모델 마련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지역 주민 스스로가 폭염 대비 행동 요령을 숙지하고 ‘쿨존’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금 더 친숙한 교육과 홍보도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쿨존’을 확대하는 일은 단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심화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