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일상이 된 오늘날, 우리는 심각한 물 부족과 산불이라는 두 가지 큰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경북에서 일어난 역대 최악의 산불은 큰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손실을 가져왔다. 당시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입산자의 작은 부주의였지만, 피해를 키운 근본 원인은 따로 있었다. 메마른 산림과 오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초기 대응의 한계, 그리고 절실히 기다렸던 비조차 내리지 않은 환경이 더 큰 비극으로 이어졌다. 결국 많은 공무원과 산불 대응 인력이 밤낮없이 산불 진화에 투입되었으며, 심지어는 입산 자체를 통제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해야 했다.
이제 산불은 봄철 일부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10년을 되돌아보면 산불 발생 빈도는 뚜렷하게 증가했다. 과거 산불은 주로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 집중되었으나, 현재는 계절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대형 산불 피해가 빈번해지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건조한 날씨가 늘고 강풍이 자주 불게 되면서, 불에 약한 소나무림 중심의 산림 구조는 더욱 취약해졌다.
산불 초기 대응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급격히 퍼지는 산불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데다, 헬기의 야간 투입 제한, 장비의 노후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산불특수진화대의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로 환경 또한 큰 걸림돌이다. 초기 진화가 늦어지면 결국 산불은 더 커지고 걷잡을 수 없는 재난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산불 대응의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이제는 ‘물모이’와 ‘물모아’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먼저 ‘물모이’ 운동이란 산 속에 흙과 돌, 나무 등을 활용해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빗물을 모으는 방법이다. ‘물모이’를 통해 주변의 습도를 유지할 수 있고, 산불이 났을 때 초기 진화를 위한 소중한 물을 확보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의 경우, 대형 산불 이후 약 10만 개 이상의 ‘물모이’를 조성해 산림 생태계 복원과 산불 피해 감소에 큰 효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물모아’ 시스템이라는 국가물관리 통합 플랫폼(mulmoa.go.kr)을 구축하고 있다. 산림뿐 아니라 농업, 도시 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물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이 시스템은 가뭄이나 홍수 같은 극단적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모아’ 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지역의 물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활용한다면, 장기적으로 산림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기후 변화 시대, 산불은 이제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 체계적인 물 관리 시스템인 ‘물모아’ 구축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물모이’ 운동은 지속가능한 산불 예방책이다. 우리의 숲을 지키고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건강한 숲 조성으로 탄소 흡수 능력을 높여 기후 위기 대응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이제는 모두가 지혜를 모아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