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중부선 경북구간 완성, 균형발전 중심축 되길

경북지역 최대 현안이자 도민의 오랜 숙원사업인 중부선 문경-상주-김천구간 연결철도 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총 사업비 1조3천31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내년부터 사업설계에 들어가 2030년 완공된다. 특히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됐지만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미뤄지다 3년6개월 만에 심사를 통과하는 쾌거를 거뒀다는 점에서 도민의 기대가 크다. 문경에서 김천을 잇는 철도 건설사업은 서울 수서와 경남 거제를 잇는 중부선의 중간지점으로 앞으로 경부선과 함께 국가 철도망의 양대축을 이룰 중부선의 마지막 남은 구간이다. 그동안 중부선 내륙철도망은 전체구간 중 문경-상주-김천 구간이 단절된 구간으로 남아 있어 철도교통망으로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이제 이 구간에 고속화 전철(시속 260km)이 놓이면 경부선에 집중된 수송체계를 분산하는 효과를 거둘 뿐아니라 새로운 철도망 완성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짐작이 된다. 서울 수서에서 김천까지 90분대 통과가 가능해 승용차보다 100분이나 이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경북은 경부선과 함께 중부선의 완성으로 전국과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하게 됨으로써 경북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기재부는 “문경-김천 철도망 완성으로 경북 및 수도권 주요 도시와의 이동시간을 대폭 단축해 인적·물적 교류활성화를 통한 지역소멸 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사통팔달의 교통망 구축으로 관광산업 활성화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부선이 앞으로 한반도 중심축 철도망으로 자리를 잡으면 경북 군위.의성지역에 건설된 통합신공항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해 볼만하다.기재부는 이 사업으로 가져올 생산유발효과를 2조7천여억원, 고용효과 1만9천여명 등으로 예상했다. 이제는 사업의 조기 착공과 완성을 통해 경북도민들이 실질적 혜택을 받게 해주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2022-11-29

사진 봉사문화를 선도하는 포스코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사진에는 많은 사연과 추억이 배어 있다. 역사적인 사실이나 시대적인 풍물이 고스란히 사진이나 그림 속에서 묻어난다. 또한 삶의 희로애락이 켜켜이 점철되고, 사회의 각양각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도 사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만큼 사진의 기록성과 영향력, 파급성은 사람의 생각이나 기억력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세월 앞에 장사 없듯이 사람의 기억이나 생각은 날이 갈수록 흐릿해지지만, 사진은 어렴풋하고 아스라해진 지난날도 단번에 소환하며 또렷한 기억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 했던가.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현대사회는 사진이 필수품 못지않은 범용성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미 필수품으로 통용된지 한참이 된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진화되어 실로 다양하고 고차원적인 사진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찍고 나눌 수 있다. 그만큼 사진은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하면서 뜻있고 소중한 순간을 차곡차곡 담아낼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사진은 시간의 기록이며, 순간 포착의 기술 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종합예술이자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도 하는 사진은 모종의 희열과 감동을 주기에 사람들이 즐겨 찍고 많이 남기는지도 모른다.삶의 길목마다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가능하기에 사진의 갈래도 많다. 이를테면 백일이나 돐사진, 가족사진, 결혼사진, 여행사진, 보도사진, 환갑사진, 장수사진, 영정사진 등 파란만장한 순간들이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간 듯하지만, 그때그때의 사진들을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누구나가 파노라마 같은 진한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기쁘거나 슬픔 속에서 무수한 옛적의 종적을 아련한 회상과 함께 빛 바랜 사진 속의 자취들과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뿌듯함과 아울러 묘한(?) 느낌 속에 빠져들기도 할 것이다.포항제철소 사진봉사단에서는 이러한 사진의 효용성을 적극 살려 다양한 사진촬영 재능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어서 고무적이다.독거노인이나 취약계층의 어르신들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장수사진을 촬영해서 액자로 만들어 주고,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사랑의 가족사진 촬영,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포항의 랜드마크 스페이스워크에서 방문객들에게 스냅사진을 찍어주거나 사계절 조형물의 풍경사진을 남기는 등 실로 다양하면서도 내실있는 활동으로 지역사회의 사진봉사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장수사진은 2019년 7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최근 포항시 남구 상대동에서 1천명째 어르신께 축하선물과 함께 백세만세 멋진 장수사진을 전달해서 의의를 더했다.촬영 당시의 모습을 온전하게 담아내는 ‘사진’은 추억 소환의 매력뿐만이 아니라, 따스한 일상의 매개체로서 삶의 위안과 기쁨을 더해주는 활력소이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듯, 사진 속의 숱한 스토리가 가슴 속으로 전해져 자신의 풍족한 삶으로 이어지는 소소한 행복의 갈피가 되었으면 한다.

2022-11-29

열정과 신념의 세계로 초대! QSS개선리더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유명한 베스트 셀러인 책 중에서 ‘시크릿, 신념의 마력’이라는 책이 있다. 4세기경 유명한 성직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신념은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믿는 것이며, 그 신념에 대한 보상은 믿는 것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많은 단어가 상형문자가 발전하여 한문이 되었는데, 신념과 개선이 바로 그러하다.신념(信念)이란 한문을 풀어보면 사람인(人) 변에 말씀 언(言)이 믿을 신(信)자이며, 이제 금(今)에 마음 심(心)이 더해져서 생각 념(念)이란 글자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풀이해보면 “사람이 지금 자기 마음에 끊임없이 하는 말”로 풀이가 된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하면 된다”고 굳게 믿는 마음이다.P사에서 추진하는 인재양성 프로그램 중 스스로를 희생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돌이켜보며 “할 수 있다”라고 열정과 신념으로 똘똘 뭉친 QSS(Quick Six Sigma·낭비제거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활동을 위해 쉽고 빠르게 하는 혁신방법론) 개선리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개선(改善)이란 ‘잘못된 것을 고쳐서 더 좋게 만든다’는 것이다.여기서의 리더(leader)란 조직 전체를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개선팀을 운영하여 팀 리더로서 팀원과 함께 개선을 주도하는 개선 전문가이다.따라서 P사는 개선 리더에게 팀 리더의 역할과 책임을 배우게 하고, 과제를 수행하게 한다. 이로서 인재양성은 물론 강건하고 활기찬 현장을 구현한다. P사는 직원수가 100수준의 공장 당 3명 정도를 빠짐없이 Off Job으로 하고, 4개월 주기로 팀을 변경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Off Job으로 7천여 명의 개선리더를 양성 배출하였다. 이 수치는 670만의 Off Job 시간이며, 일일 급여를 20만원으로 책정했을 때 1천700억원의 투자 비용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교육은 물론 국내 및 해외 우수기업 연수기회를 부여하는 것까지 더한다면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다.필자는 개선리더를 양성할 때 3감을 배우도록 유도한다. 3감(感)은 바로 자신감, 책임감, 성취감이다. 변화관리 교육과 해외 벤치마킹 등을 통하여 자신감을 체득하도록 하며, 고질적이고 어려운 도전과제를 부여하여 책임감을 갖게하며,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도록 지원하여 성취감을 갖도록 한다. 그래서 4개월의 기간이 주어진다. 이렇게 탄생한 개선리더는 이후 본연의 업무로 복귀하여 매일개선 매일 실천하는 개선 전문가로서 활동한다.이렇게 개선이 반복됨으로 자연스럽게 개선문화가 싹트게 되며, 직원들과 공유하는 신념이 되고, 회사의 일하는 ‘방식(Way)’이 되는 것이다.필자는 많은 기업에서 이 개선리더 양성 프로그램 방법을 적용하였으면 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성을 주어 밭을 갈고, 나무를 심고, 물을 주어 가꾸어야만 결실을 맺듯 경영자는 초기투자가 필요하다.강력한 리더십으로 개선리더 인재양성에 꾸준히 투자하여 고유의 혁신DNA를 구축한 P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22-11-29

김강 작가의 연재소설 ‘Grasp reflex’ 읽고

신문 연재소설이 전작소설의 창작보다 어려운 건 ‘독자와의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닐지.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스타일과 집필 패턴을 조절하며 쓰는 게 가능한 전작소설(여러 회로 나누지 않고 한꺼번에 발표하는 작품)과 달리 연재소설은 ‘매일, 혹은 매주 같은 시간에 신문 구독자들이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마지막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창작될 수밖에 없다.그러기에 이전 신문 연재소설은 많은 에피소드를 낳았다. 1974년 시작돼 10년을 ‘한국일보’에 게재된 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 연재 ‘장길산’.지금처럼 이메일이나 SNS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황석영은 원고지에 급하게 쓴 1주일, 혹은 2주일 분량의 작품을 자신이 기거하던 도시의 버스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맡기며 “이걸 늦지 않게 한국일보 편집국에 전달해주시오”라고 부탁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할 정도다.소설가 김강(50)은 2년 전 인터뷰를 진행하며 만났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그에게서 본 것은 문학을 향한 진정성과 성실함이었다.향후 김 작가의 문장이 동시대 평론가와 독자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는 지금으로선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그러나, 한 가지. 누구보다 바쁘게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작품을 써내는 문학을 향한 그의 열정은 작품 마감 일자, 그러니까 자신의 소설을 읽는 사람들과의 약속 지키기로 이어질 게 분명한 듯했다.대부분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기에 자신을 중심축에 놓고 사는 소설가와 시인들. 김강의 성실성은 보편 예술가들 사이에선 쉽게 발견하기 힘든 미덕으로 다가왔다.그것이었다. “소설을 연재하고 싶다”는 김 작가의 제의를 본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연재 펑크’가 없을 것이라 믿었던 것.예측은 엇나가지 않았다. 김 작가는 연재가 계속된 11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원고 마감 시간’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다.올 1월 첫 주 시작된 연재소설 ‘Grasp reflex’는 11월까지 지속됐고, 적지 않은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이는 김강의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공유한 이들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텍스트는 텍스트로서 받아들이면 된다”는 게 현대 소설을 이해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그러니, “나는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이 소설을 썼다”라는 작가의 부연이나 “이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잣대는 어떤 문학이론에서 발견할 수 있고, 소설가가 이걸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이러저러한 것이다”라는 구구절절한 비평도 여기서는 그닥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긴 기간 연재된 김강의 소설 ‘Grasp reflex’를 따라 읽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다종다양한 지향을 가지고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버릴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는 명명백백한 욕망을 서술·묘사하고 있다.돈과 권력을 독점한 이들의 ‘불사(不死) 욕망’, 거기에 얹혀 자신의 삶을 우화등선(羽化登仙)시키고 싶은 이들의 ‘신분상승 욕망’, 그것이 자신의 이익과 연관된다면 혈친도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의 ‘돈에 대한 욕망’….21세기 현대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와 그 속을 유령처럼 헤매 다니는 등장인물들이 가득한 김강의 소설 ‘Grasp reflex’는 어둡고 음습하게 읽힐 수도 있는 작품이다.그럼에도 이 연재소설이 마냥 절망적인 디스토피아(Dystopia)의 문학적 재현에 그치지 않고, 어둠 속에서도 존재해온 희미한 빛으로 은유되는 ‘희망’의 한 조각을 보여줄 수 있는 건 김 작가의 태생적 ‘낙관성’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동서와 고금을 통틀어 낙관(樂觀)이란 미래에 관한 긍정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그걸 가진 이들만이 낙관을 이룰 수 없게 만드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적 조건과 싸울 수 있는 것 아니겠나.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소설가를 포함한 예술가들은 ‘모두가 낙관 속에서 사는 웃음 가득한 세상’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말해도 좋을 터.어쨌건 이로써 본지에서의 연재는 끝났다. 머지않아 김강의 첫 경장편 ‘Grasp reflex’는 책으로 모습을 바꿔 또 다른 독자들과 만날 것이다.작품의 제목이 어떻게 바뀌건 2022년 경북매일에 연재된 소설 ‘Grasp reflex’와 소설가 김강의 문학적 미래를 축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끝/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11-28

구원을 찾아 떠나는 순례의 여정

제임스 게일이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번역한 ‘텬로력뎡’의 삽화. 기산 김준근이 그렸다. 고뇌에 빠진 기독교도가 전도사를 만나 가르침을 얻는 대목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신의 구원을 찾아 순례를 떠났던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종교적 대상이 탄생한 이른바 신성한 영역에 발을 들여보고자 그토록 먼 길을, 심지어 죽을 위기까지도 넘겨 가며 찾아가 마침내 보고 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여정이 아니라 어떤 필연적인 이끌림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것이라 단지 신앙의 유무나 종교의 형태를 넘어서는 울림을 준다.사실, 순례(巡禮)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어떤 대상을 돌아보는 행위 속에는 이미 그 대상에 대한 예의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신적인 대상이 남긴 흔적을 따라 선교사들이 떠났던 산티아고 순례가 이제는 ‘나’를 찾아 떠나는 순례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순례의 대상은 바뀔지언정, 순례라는 여정이 이끄는 대상에 대한 경건한 태도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좁은 인간의 머릿속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뇌는 결국 신의 영역에서만 해결될 수 있고, 해결되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인류가 존재해왔던 모든 순간들 속에서 이처럼 신에 이끌릴 수밖에 없는, 순례를 떠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순간들에 얽힌 이야기들은 그것이 신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바로 그렇게 목숨을 걸고 떠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크고 넓게 울린다.신적 대상이 남겨둔 흔적을 따라 실제의 길을 걷는 순례의 여정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이나 문학작품을 통해 신적 대상에 이끌린 순례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기록들은 훨씬 더 많다. 특별한 종교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더라도 특히 문학이란 어떤 대상에 대한 이끌림과 관계되어 있으니, 신의 구원이나 기적을 향한, 인간의 아스라한 마음을 향한 모든 예술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어떤 대상을 향해 순례의 길을 떠나고 있는 과정이 아니겠는가.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의 선교사들은 포교를 위해 해가 뜨는 조용한 나라, 조선으로 이끌리듯 건너오기 시작했다. 그들 중 대표적인 선교사인 제임스 게일(James S.Gale·1863~1937)이 번역했던 것은 존 번연(John Bunyan·1628~1688)의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이었다. 기독교적인 순례의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 성경일 것이며, 단테의 ‘신곡’ 역시 인간의 죽음 이후의 세계에 다녀오는 순례일 것이나, 이 시기 가장 대표적인 순례 문학은 바로 ‘천로역정’이었다. 게일은 당시 원산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1894년에 순한글로 ‘텬로력뎡’을 번역했다. 당시 선교사 게일은 성서를 번역하고, 한영사전을 내고 있던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이 책을 번역했고, 부산 초량에서 활동하고 있던 화가 기산 김준근과 함께 상의하여 상하 권을 통틀어 마흔 점 가까운 삽화를 싣기도 했다.이 책에서 지옥의 불길 속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기독교도는 구원을 찾아 집을 나와 순례를 떠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가르침을 얻기도 하며 자신을 유혹하려는 대상과 맞서기도 하며 자신이 갖고 있던 답을 찾아내고 결국 천국으로 들어간다. 죽음 뒤에 존재하는 암흑의 세계에서 천국이라는 신적인 대상을 향해 찾아가는 순례가 바로 이 ‘천로역정’의 여정인 것이다. 게일이 번역한 이 ‘천로역정’은 한국 개화기 독립협회의 지식인들이 기독교를 갖게 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인간으로서는 풀 수 없던 물음들이 풀려가면서 결국 천국으로 가게 되는 과정들이, 암흑에 가까워 바로 앞도 보이지 않던 당시의 현실과 겹쳐져 그 기독교도의 순례에 공감하게 되었기 때문일 터이다. 이어, 이 ‘천로역정’은 이후 여러 번 다시 번역되었지만, 제임스 게일의 이 번역이 가진 가치가 여전히 대단한 것은 그 번역 자체가 선교사 제임스 게일의 순례의 여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2-11-28

KTX구미정차 운운하기 전에 동구미역 확정부터

김락현경북부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만나 민선8기 달빛동맹 협약을 맺으면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이 탄력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이 연내 제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특별법이 제정되면 신공항과 관련된 여러 사업들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게 되기에 통합신공항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구미지역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동구미역 신설사업도 그 중 하나이다.하지만, 실제 동구미역 신설사업이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도 없는 상태에다가 정치적인 요인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최근 김영식 국회의원(구미을·국민의힘)이 ‘대구경북선 KTX동구미역 유치 활동 나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긴 했지만, 이는 신설 예정인 대구경북선(통합신공항 철도노선)을 고속화 설계해 고속열차인 ‘KTX-이음’을 투입해 서대구-동구미-신공항-의성을 오가도록 해야한다고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국토부에 요청한 내용이다.국회의원으로서 요청은 할 수 있으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년~2030년)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동구미역 신설사업인데, 어떻게 동구미역에 ‘KTX-이음’을 정차시킬 것인지 의문이 든다.물론, 김 의원 주장대로만 이뤄진다면 구미시가 그토록 염원하던 KTX정차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통합신공항 철도의 선로가 서대구역에서 칠곡군 지천면을 지나 북쪽인 의성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구미지역에 역을 신설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구미지역에서는 매우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허나, 냉정하게 따지고 들면 통합신공항 철도의 주 이용고객은 구미시민이 아니라 대구시민이다. 대구입장에서 철도를 굳이 구미지역으로 약간 치우쳐 갈 이유가 필요하다.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동구미역 신설사업부터 확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실시설계까지 들어가도록 해야한다.민선8기 들어서면서 취수원 이전 문제로 대구와 구미의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취수원 이전 반대에 앞장섰던 구미지역 두 국회의원이 정치생명을 걸고 동구미역 신설을 확정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kimrh@kbmaeil.com

2022-11-28

영주시, 시장 사법처리 앞두고 어수선

김세동경북부·영주 영주시가 6.1지방선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지난 6·1지방선거 당시 당내 경선때 금품선거 위반 혐의를 수사중인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박남서 영주시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해둔 상태다.영장실질 심사는 29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만약 법원에서 구속이 필요하다고 인정돼 영장이 발부되면 영주시는 시장 공석 사태를 맞게 된다.박시장선거 캠프에 있던 관계자 2명도 다수의 지역 청년을 선거에 동원하고 유권자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이외에도 선거캠프 회계담당자 등 10여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정가와 시민들은 어수선한 분위기다.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다음 날인 지난 18일 전격적으로 영주시장실과 박 시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시장실의 압수수색 이후 시청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공직자 A씨는 “시가 현재 추진중인 모든 일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시민들의 불편과 행정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특히 박 시장과 관련된 질문과 대화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지역 정가에서는 박 시장에 대한 평가나 현재 상황에 대해 조심스런 반응들이다.선거 후유증에 시달리는 지역 분위기와는 달리 벌써 보궐선거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일부 시민들은 선거에 대한 염증을 드러내기도 했다.김모(62·자영업)씨는 “과거와 같이 관선 시대가 오면 좋겠다,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민선시대는 선거 때마다 지역민간 갈등, 선거 관련 후유증만 증폭 시키고 있다”며“영주시가 선거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보궐선거를 운운하는 일부 지역민들의 자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 시장이 이달 16일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중인 시점에서도 구속설 등 각종 루머들이 나돌정도로 지역민들은 박 시장의 사법처리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실정이다.영장실질 심사 결과에 따라 지역에 미치는 선거 후유증은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걱정된다./kimsdyj@kbmaeil.com

2022-11-28

예산국회 진통…지방정부 속 탄다

정부 예산안(639조원 규모) 심사가 여야의 극한 대결로 파행을 빚고 있다. 정치권에선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원회는 당초 이번 주초까지 감액·증액 심사를 모두 마치고 오는 30일에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수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예산에 대한 민주당의 대대적인 삭감 시도로 여야는 첫 단계인 감액 심사조차 끝내지 못하고 있다.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는 매년 있는 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 169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전횡 때문이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심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 때의 정책 예산들을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까지 되살리고 있다.대구시와 경북도를 비롯한 각 지방정부는 국회 예산전쟁을 바라보며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지방정부 예산까지 정쟁의 볼모로 잡혔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내년도 예산안으로 10조7천419억원, 경북도는 12조821억원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예산안 중에는 이 지역이 앞으로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될 미래신산업 분야 사업비와 각종 SOC 건설사업비 등이 포함돼 있다. 대구와 경북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원안대로 통과돼야 할 예산들이어서 국회 예산심사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그러나 지금처럼 여야의 극단적 정쟁이 계속되면 지방정부 예산안도 졸속처리될 소지가 다분하다. 경북도가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예산이 민주당에 의해 전액 삭감될 위기에 처한 것이 좋은 사례다.국회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지만, 그 권한을 이용해 지방정부 예산까지 발목을 잡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예산안 심사가 지연되자 여야가 또다시 밀실에서 깜깜이 예산처리를 할 움직임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장사꾼의 담합행위와 다를 바 없다. 여야 모두 조정과 타협을 모색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2022-11-28

유네스코 기록물 ‘내방가사’

홍석봉정치에디터 안동지역의 ‘내방가사’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내방가사는 주로 규방의 여성들에 의해 창작되고 전해져 왔다. 규방가사라고도 부른다. ‘내방가사’는 경북 안동 지역 양반가의 부녀자들이 짓고 낭송하면서 기록한 여성들만의 문학 장르다.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교훈적인 내용부터 남성 중심의 유교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비애와 노동의 고단함, 기행(紀行) 등 여성들의 의식과 생활 체험에서 겪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됐다. 두루마리나 책 등의 형태로 필사하고 여성들의 모임에서 낭송함으로써 전승, 전파돼 왔다.이번에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내방가사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사회적 인식을 담은 기록이자 한글이 공식 문자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물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아 최종 등재가 결정됐다.내방가사는 여성들의 한글을 익히기 위한 용도로 활용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교적 이념과 남성 중심주의가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상류층 여성일지라도 교육과 사회참여는 거의 불가능했다. 여성들은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삶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글을 배우는 것도 어려웠다. 내방가사는 여성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가 만들었다. ‘내방가사’는 동아시아의 남성중심주의 사회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녹아 있다.유네스코 기록물 등재는 안동지역 여성들의 곡진한 삶과 문학정신의 가치를 세계인에게서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변화로 내방가사의 전승이 중단되고 맥이 끊어질 위기다. 이에 안동시가 내방가사전승보존회를 발족해 내방가사 경창대회를 열고 가사모음집을 발간,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은 후손의 도리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28

포항도 물류 차질 시작, 파업만능주의 안 돼

민노총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닷새째 접어들면서 포항철강공단 등 지역서도 물류 차질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힌남노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철강공단은 피해 복구에도 벅찬 가운데 수송난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을 맞을까 전전긍긍이라 한다.전국적으로 기간산업의 물류마비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구지역 산업계도 원자재 수급과 수출 차질이 빚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피해를 경험한 업체들이 원자재 등을 미리 구매해 당분간 큰 피해는 없겠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피해는 불가피하다.파업 현장인 포항을 찾은 원희룡 국토부장관에게 업계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큰 타격을 입는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 문을 닫는 업체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의 경제 사정은 매우 심각하다. 고물가, 고금리 등 3고 현상과 내수 부진 등으로 생사기로에 놓인 중소업체가 적지 않다.내년 경제전망도 매우 어둡다. 노사가 힘을 합쳐 경제난 극복에 나서야 할 시국이다. 이 시기에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경제를 더 힘들게 할뿐더러 국민적 지지도 얻기 어렵다.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해 사태를 촉발한 측면도 우리는 간과할 수 없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 정부가 약속한 안전운임제에 대한 후속 논의라도 제대로 했더라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올해 말 완료 예정인 화물차주의 최저 임금인 안전운임제의 정교한 분석과 추후 논의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었던 탓이다. 일이 생기면 미봉으로 막는 안이한 태도 때문이다. 정부가 뒤늦게 안전운임제의 3년 연장을 약속했으나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와의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줄 파업이 예고되면서 국민적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지금은 탈출구조차 보이지 않는 국가적 경제 위기다. 모든 문제를 파업으로 해결하겠다는 파업 만능주의적 방식에서 벗어나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한 때다. 정부와 노조가 합리적 대안으로 서로 마주해 사태를 조속 수습해 나가길 바란다.

2022-11-28

권력과 책임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헌법에는 국가의 최고의무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하지만 이태원에서 10·29 참사가 일어났을 때 국민은 “압사당할 것 같다”, “살려 달라”고 절규했는데, 국가는 응답이 없었다. 무책임한 국가를 믿었던 순진한 청춘들의 비극이었다.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고위공직자들이 보여준 행태는 개탄스럽다.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행안부장관), “국정상황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대통령 비서실장),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라 현상”(용산구청장)이라는 등 모두가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또한 참사가 일어났던 그 시간, 경찰청장과 용산경찰서장은 비상연락이 되지 않았고, 용산구청장은 참사 전후의 대책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게다가 책임을 추궁 받는 국감장에서 홍보수석과 시민사회수석은 “웃기고 있네”라고 필담을 하다가 들켜서 같은 당 주호영 위원장에 의해 퇴장 당했다. 이처럼 공직자들의 무능과 무책임이 총체적이니 문제가 심각하다.철학자 베른하르트 그림(Bernhard A. Grimm)은 “책임을 지지 않는 권력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민주정치는 책임정치다. 국민을 책임지지 못하는 정권은 교체된다. 책임의 크기는 권력의 크기에 비례한다. 고위직일수록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 책임은 법적 책임은 물론, 정치적 책임까지 포함된다. 고위공직자는 형사책임이 없다고 해서 정치적 책임도 없는 것은 아니다. 10·29 참사와 관련하여 “장관과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요구는 후진적”이라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식이야말로 후진적이다. 비서실장의 책임의식이 이러하니 공직사회의 책임윤리가 바로 설 수 있겠는가?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정치인은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충돌할 때 책임윤리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정치는 결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고, 선의(善意)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신념윤리가 강할수록 정치는 이념화되고 실용성은 떨어진다. 책임윤리는 없고 권력의지만 강한 정치인은 국민에게 재앙이다. 고위공직자는 법적 책임을 묻기 이전에 스스로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윤리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대통령이 법적 책임만 따진다면 분노한 민심을 더욱 격앙시킬 뿐이다. 법적 책임은 향후 법원이 판단할 것이니 대통령은 먼저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야당의 무책임한 정치공세는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10·29 참사의 책임을 야당에 돌릴 수는 없다.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측근의 보호가 아니라 국민의 고통과 함께하는 것’이다.책임윤리가 실종된 고위공직자들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서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들에게 권력에 따른 올바른 책임의식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은 바로 대통령의 책임이다.

2022-11-28

정치가 국운을 가로막지 않게

김진국 고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관심 사업 예산을 모두 없애고 있다. 국회에서 169석이라는 절대다수를 장악한 힘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새 정부가 일을 못 하게 하라는 ‘정부완박’ 횡포”라고 분개했다. 그렇지만 속수무책이다.영빈관 신축 예산 497억4천600만 원 등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예산을 없애버렸다. 새 정부가 만든 법무부 내 경찰국의 기본경비와 인건비,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기본경비도 잘라버렸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민정수석을 부활하고, 청와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업무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이런 식으로 윤 대통령의 관심 사업만 골라 칼을 들이대 1조2천억 원을 삭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약했던 사업은 8조6천억 원가량 예산을 늘렸다.물론 아직은 예비심사단계다. 민주당이 원하는 사업비를 받아내기 위해 협상카드일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은 답답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제출한 82개 법안은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는 입법 발목잡기에 이은 예산 발목잡기는 대선 불복에 가깝다”라고 주장했다. 선거로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반쪽 정부다.대통령은 국민의힘에서 나왔어도, 돈과 관련 법률은 민주당이 휘두르고, 정부와 공기업 곳곳에 민주당 사람이 알박기해 있다. 국정은 안 움직이고, 책임은 서로 떠넘긴다. 죽어나는 건 국민이다. 이런 무책임한 정치가 어디 있나.여소야대(與小野大)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처음 여소야대 국회가 됐다. 그러나 그때 가장 많은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안 처리도, 청문회도, 과거에 없던 새로운 정국을 슬기롭게 풀었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많이 참고, 많이 양보했다. 야당 지도자 3김씨는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 첫 야대(野大)였지만 요즘 정치인과 달리 절제할 줄 알았다. 지금은 정치력도 없고, 대화도 없다. 쓰레기 같은 천박한 말을 쏟아내며 이기려고만 한다. 국정이 안중에 없다.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정치가 실종된 상태에서 여소야대는 자칫 재앙일 수 있다. 언제든 국정이 마비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고 여대야소여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국회가 거수기로 전락할 또 다른 위험이 있다. 정부·여당이 한패가 되어 국정을 몰아가고, 다른 의견은 용납하지 않는 전체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정치인에게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면 제도로 강제해야 한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과 국정 마비의 위험은 줄일 장치를 찾아야 한다. 그동안에도 이런 위험이 수없이 지적됐다. 특히 내각제론자들의 지적이다. 내각제라면 의회의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해, 정부와 국회가 극한 대립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연립정권을 구성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과 관용과 상생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소수 정당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국정 운영을 맡게 되면 책임 소재가 분명하다.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대규모 감세로 파운드화가 폭락하자 취임한 지 45일 만에 사임했다. 신뢰만 얻는다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처럼 대통령 이상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나라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그렇지만 국민 여론은 내각제에 부정적이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행태를 보면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유권자들도 좋아하는 스타 정치인에게 연예인을 향한 팬덤 같은 지지를, 경쟁자에게는 비난을 보낸다. 새로운 정치문화다. 권력을 분산한 국회의원보다 한 명의 ‘정도령’을 원한다.대통령제에서도 임기나 권한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4년 중임제도 거론된다. 정치권의 부패를 감시할 독립적인 사법제도도 중요하다.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선거에서 무슨 짓을 해도 당선만 되면 끝이라는 낡은 생각을 부술 수 있다. 지금 정치를 보면 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갈 길이 멀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본사 고문

2022-11-27

‘봉화형 농업’과 ‘체류형 관광산업’으로 지역 살리겠다

박현국 봉화군수 민선 8기 출범 이후 지난 4개월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지역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지역의 미래를 논의하며 군정 운영의 기초를 다지고 지역발전을 위한 세부전략을 마련했다.2023년은 민선 8기 군정의 실질적 원년으로 본격적인 군정비전 실현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중요한 해다. 내년부터는 공약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 성과를 내야 한다.지난 7월 1일 취임식 때 군민들 앞에서 “군민이 주인인 희망찬 봉화를 비전으로 1조 원 소득의 봉화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봉화형 농업과 체류형 관광산업으로 농촌과 상경기를 살리고 인구가 늘어나는 봉화를 군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특히 농업의 비중이 지역 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농업육성에 집중하려고 한다. 창의적인 농정혁신을 통해 부자 농업인을 육성하고 소득 증가를 꾀하겠다.이를 위해선 고추냉이 재배 시범 사업과 고랭지 멜론 재배 시범 사업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작목 발굴에 관심을 가지고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한 창업보육 사업을 추진해 지속가능한 농업생태 구축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안정적 소득기반을 갖춘 정예 청년농업인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과 청년농부 육성 지원사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젊고 유능한 인재들의 농업 분야 진출을 촉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면서 농업 인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또 복합환경 제어 및 ICT기술연계 시설 등을 포함한 임대형 수직농장 등 봉화형 스마트팜 기반 조성사업을 추진해 첨단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적정한 임대료로 창농해 재배역량을 향상시키고 농업경영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이밖에도 한국임업진흥원분원을 유치해 임산물의 체계적인 품질관리 및 연구를 통한 임업인 소득 향상에 힘쓰며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대표적으로 베트남 국민의 존경의 대상인 리(Ly)왕조 후손 유적지인 봉화 충효당을 관광명소화하는 봉화 베트남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해 관광산업을 혁신할 계획이다.소로리, 삼계리에 신규마을 조성을 위한 65호 규모의 전원주택단지를 만들고 북지리 작은정원 조성사업과 연계한 15호 규모의 도시민 체류형 농촌체험주택단지를 조성해 매력있는 도시민 인구유치 기반을 만들어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봉화형 정주여건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전문가 및 지역대표, 시민단체, 주민 등으로 구성된 군민참여 군정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군정 주요 현안에 군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군민이 주인인 행정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주민 의견 수렴 창구 운영으로 주민의 정책 참여 통로도 넓히고자 한다.지난 4개월간 지역 현장을 다니며 봉화군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봤다. 이 가능성을 토대로 군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사업들을 하나하나 완성해나가겠다. 민선 8기 공약으로 봉화군 전역 확대를 약속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은 3년 연속 공모선정으로 공약이행의 안정적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으며 경북도의 ‘경북형 소규모마을 활성화’ 시범사업공모에 명호 양삼마을의 청량산 유학센터가 선정돼 인구활력화 사업비 4억 원을 확보하게 됐다.지난 9월에는 재산면 평기지구가 행정안전부의 ‘2023 풍수해 생활권 정비사업’에 선정돼 국비 228억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456억 원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으며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은어축제’와 ‘송이축제’도 성공적으로 개최해 각각 약 100억 원과 65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두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무엇보다 군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공감행정을 실현을 위해 청사 내 민원인 주차 공간 확보 및 안내 명패 설치 등 군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민원서비스 변화를 추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25년 전 39세의 나이로 지방정치에 입문한 뒤 늘 지역의 발전을 최우선시해왔다. 주민소득 1조 원 시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자가 아닌 함께 같은 방향을 향해 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군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군민과 같은 곳을 바라볼 때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군민들에게 혜택이 크게 돌아간다.당장의 성과에 조급하지 않고 신중한 결단과 현명한 선택으로 공약사업들을 진행해 ‘주민소득 1조원 시대’ 약속을 현실화하겠다.

2022-11-27

유머 넘치는 신화 염소자리

물병자리 남쪽과 궁수자리 동쪽 사이 큰 별과 자잘한 별이 뒤집어진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이 염소자리다. 황도12궁 중에서 10궁에 속하며 이 별자리 β별인 다비흐(Dabih)가 견우별(牽牛星)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제자들은 염소자리를 ‘신들의 문’이라 부르면서, 그 문을 통해 고통과 속박에서 벗어난 영혼이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여겼다.그리스 신화 대부분이 비극적이거나 영웅적인 내용이지만, 이 염소자리에는 거의 유일하게도 우스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판(Pan)은 목축의 신이다. 판은 전령의 신 헤르메스와 아이러니하게도 오이칼리에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났다. 판은 태어날 때부터 얼굴에 털이 숭숭 나 있어 어머니조차도 징그럽다며 젖을 물리지 않고 도망쳤을 정도였다. 그러나 헤르메스는 희한하게 생긴 아들을 좋아했다. 다른 신들도 늘 명랑한 판을 좋아해서 ‘모든 것’이란 의미인 ‘판’으로 이름 붙여주었다.판이 짝사랑하던 님프 시링크스를 따라갔는데 놀란 시링크스가 급하게 도망치다가 풀로 변했다. 판은 잔혹하게도 그 풀을 꺾어 풀피리를 만들어 불며 들판이나 숲에서 노래와 춤을 즐겼다. 그 피리로 다양한 소리를 내 숲속 님프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뿐만 아니라 잠든 사람에게 악몽을 꾸게 만드는 다소 짓궂은 면도 있었으며, 때때로는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공황(恐慌)을 뜻하는 ‘패닉’ 어원이 판에 의해 생겨난다. 반면에 다소 덜렁대기도 해서 신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어느 가을날, 이집트 나일강변에서 제우스를 비롯해 헤라, 아르테미스, 아폴론 등 올림포스 신들이 모두 모여 성대한 축제를 열었다. 축제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티폰이 공격해왔다. 티폰은 양팔을 벌리면 그 손이 동쪽 끝과 서쪽 끝에 닿는 데다, 머리는 은하수에 다다를 정도로 큰 괴물이었다. 상체는 백 개의 머리를 가졌으며, 하체는 거대한 뱀이 꿈틀거렸다. 타이폰, 즉 태풍의 어원이 티폰에서 유래되었다.당황한 제우스는 물론 신들이 동물로 변신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던 판이 나일강변에 이르렀다. 그는 물고기로 변해야 했지만, 허둥대다가 주문을 덜 외운 채 물에 뛰어든 탓에 하반신은 물고기로 변했지만 상반신은 염소 모습 그대로 남았다. 정작 이 사실을 몰랐던 판은 마치 자신이 완벽한 물고기인 양 헤엄쳤다. 그 모습을 본 신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신들은 이를 기념하겠다면서 판이 싫다는데도 막무가내로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던 것이다.유쾌하면서도 엉뚱한, 그러나 남을 놀래거나 괴롭히는 신이라니 다양한 신성을 지녔다. 인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는 스마트폰 천국이다. 그렇지만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범죄에 더 많이 이용되는 현실이다. 선한 사람이 만들면 선한 인공지능이 되고, 악한 사람이 만들면 악한 인공지능이 된다고 한다. 본성 중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 장점만 활용해 살아가거나 단점에 지배당하는 삶이 결정된다. 장점만 살려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육이나 건전한 사색이 필요하다.신들의 잔치에 나타나 공격했던 괴물 티폰은 어찌 되었을까? 사전에 의하면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잡아, 시칠리아 동쪽 해안 에트나산 아래에 가둬놓았다. 이 산은 지중해 섬들 중 가장 높은 산이다. 자연은 간혹 인간에게 경고로써 말을 건네곤 한다. 에트나화산은 2007년 9월에도 분출했다. 티폰이 살아 발버둥 치는 것은 아닐까? 환경은 실천의 문제라고 말이다. /박필우 스토리텔러

2022-11-27

이솝 우화를 고쳐 쓰다가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이솝의 우화를 읽다 보면, 세상 물정에 대한 번뜩이는 통찰을 얻는 때가 많다. 답답한 도덕 교과서도 아니어서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우화는 답답하면서도 절망적인 느낌이 들었다.한번은 늑대들과 개들이 서로 적대했다. 개들은 그리스 개를 자신들의 장군으로 뽑았다. 그리스 개는 늑대들이 심하게 위협해 오는 데도 전투를 시작하기를 망설였다. “너희는 내가 왜 망설이는지 알겠나? 늑대들은 종족도 같고 색깔도 같지만, 우리 군사는 관습도 다르고 색깔도 달라서 조화롭지 못하니, 이렇게 모든 점에서 다른 자들을 내가 어떻게 싸움터로 인도할 수 있겠나?”이것은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정본 이솝 우화’의 ‘늑대와 개들의 싸움’ 이야기를 약간 줄인 것이다. 현재 전해지는 ‘이솝 우화’는 본문과 교훈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교훈은 이솝의 작품이 아니고, 이솝이 살았던 시대보다 최소 200년이 지난 헬레니즘 시대에 덧붙여졌다고 한다. 우화의 의미를 이해할 때 교훈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교훈이 다 옳다고 믿을 필요는 없다. 그런 점에서 ‘군대에게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의지와 생각의 통일이라는 것이다’라는 이 우화의 교훈 역시 지금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망설여진다.개들이 그리스 개를 장군으로 뽑았다는 것은 그만큼 의견이 통일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개들의 출신과 크기와 털 색깔이 늑대와의 싸움에 불리하다는 증거도 없고, 설사 불리하다 해도 그것을 이유로 싸움터에 나가기를 망설인다는 것은 장군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렇게 장군이 자기 할 일을 안 하고 머뭇거리면 개들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장 하나 덧붙여서 이 우화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개들은 늑대한테 다 잡아먹혔다’고.이제 이 우화의 교훈은 확실하게 ‘장군 한번 잘못 뽑으면 개들이 다 죽는다.’가 되어 버린다. 장군 하나 잘못 뽑은 대가가 너무 큰가? 그러나 지도자가 잘못해서 국민이 도탄에 빠진 일은 역사에서 비일비재하다.그렇다면 좀 더 낙관적으로 고쳐 써 보면 어떨까? ‘개들은 그리스 개를 무리에서 영원히 추방하고 새 장군을 뽑았다. 새 장군은 개들의 출신, 크기, 털 색깔을 적절히 활용하여 각개전투 방식으로 늑대를 혼란에 빠트려 완벽하게 물리쳤다’고. 이솝이 아폴론 신전 사제의 탐욕을 고발해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렇게 마무리하는 것도 이솝의 의도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지는 않다.이렇게 ‘늑대와 개들의 싸움’을 읽으며 고쳐 쓰기를 하노라니, 슬그머니 요즘의 현실이 겹쳐 보인다. 사실을 보도한, 또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보도하지 않은 한 방송국을 악의적이라고 비난하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도 배제하고 도어스테핑까지 중단한 대통령실의 태도는 마치 개들 크기와 털 색깔이 다르다고 자기가 할 일을 안 하겠다는 그리스 개와 오묘하게 닮은 듯하다. 현실 고치기는 우화 고쳐 쓰듯 할 수 없으니, 맥없이 우화만 고쳐 쓰면서 상상의 날개를 펴본다.

2022-11-27

만남, 20221124

강길수 수필가 눈길이 저절로 멈추었다. 늦가을, 그것도 11월 하순에 이런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평소 출근보다 1시간 빠른 출장길이다. 북향 7번 국도가 제법 붐빈다. 벌어먹으려고 직장가는 차들이 꼬리를 문다. 알게 모르게 이 근교에도 일자리들이 생긴 결과이리라. 송라를 벗어나자 차량이 줄었다. 저지난밤 100mm 안팎의 많은 가을비가 내렸던 흔적이 도롯가나 들녘에 드러나도 생각만큼 심해 보이지 않는다.일찍 집을 나선 덕인가, 경고인가, 깨우침인가. 눈길 멈춘 곳 앞 도로 가드레일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 원자력 발전소의 한 건물 녹지 곁 도로다. 찬찬히 살펴본다. 저쪽 크지 않은 앙상한 모과나무 밑에, 노란 모과 한 개가 낙엽과 섞인 푸른 풀들을 베고 누워있다. 그 오른편에 낮은 관목 두 그루가 마지막 잎새 몇 개를 달고 떤다.나무 앞 제법 넓은 면적에 어린 클로버가 밭을 이뤘다. 6월의 클로버만큼이나 많은 흰 꽃을 피워냈다. 그 밭 가장자리엔 노란 민들레꽃 하나 해님이다. 곁에 서 있는 민들레 관모 서너 송이는 작은 솜사탕이다. 솜사탕 뒤로 나지막한 옥향나무들이 가드레일을 따라 줄지어 섰다. 용케도 무시무시한 예초기 날을 피했을 개망초 한 포기가, 두 옥향나무 사이에서 계란프라이 모양 꽃 일고여덟을 달고 늦가을을 노래한다.6일만 지나면 12월인데, 꽃 피운 클로버와 민들레와 개망초 그리고 푸른 풀들, 낙엽과 앙상한 나무들은 어떤 메시지를 사람에게 보내고 있을까. ‘당신들 때문에 우리는 지금 봄이라고 착각한 채 살고 있어요’라고 할까. ‘우리는 속이지 못해요. 이 발전소 근로자들처럼 정직하게 살아낼 뿐입니다’라 말할까. 또는 ‘지구촌 아니, 우주 공동운명체 안에서 우리는 설계된 디엔에이대로 살잖아요’라고 할까.땅거미 내리는 7번 국도를 따라 돌아오는 차창 밖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올 11월 24일 만난 클로버꽃과 민들레꽃, 개망초꽃, 누운 모과, 앙상한 가지, 팔랑이는 마지막 잎새는 정직하고, 진실했던 거다. 기후변화에 따라 살며, 꽃피우고, 열매 맺으며, 주어진 삶을 그대로 주위에 보여주고 있다. 마지 발전소 현장 근로자들처럼’….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어떤 성직자들은 대통령이 죽기를 바랐다. 제1야당 대표는 개발사업 비리 의혹에 사업 시행 지자체 최종결재자이면서도 ‘모르쇠’가 되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오만으로 일관한다. 어떤 정치권은 자기편의 일방적 안을 ‘정의’라고 우기며 왜곡을 일삼는 언론을 무기로 선동하고 강요한다. 북핵이 국민을 위협해도 정치권은 걱정이 없다. 일군의 선각자들이, 부정선거 문제를 복음처럼 외쳐도 응답하는 정치권은 없다.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진실과 정직을 버린 맛이 간 사회다. 국민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국민 목소리를 찾아 듣고, 그 해결의 길에 나서야만 한다. 정치권이 변화에 정직한 식물과 자기 일에 정직한 근로자들의 숨은 진실을 본받는 길…. 그 길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살리고 더 꽃피워 열매 맺을 테니까.

2022-11-27

‘이차전지’하면 포항이 떠오르길 기대한다

‘이차전지 산·학·연·관 거버넌스’를 출범시킨 경북도와 포항시가 지난 25일에는 포항시청에서 ‘이차전지 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공모에 대비하기 위해 연구용역 보고회를 열었다. 용역기관에 제시한 주요과제는 △이차전지 지역산업 환경 및 여건 분석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 필요성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계획 수립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용역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가 주관하는 특화단지 지정 공모에 도전한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산업단지 활성화의 핵심인 도로 확충과 오·폐수 처리 비용을 국비로 충당할 수 있다.포항시는 지난 24일에는 포스코국제관에서 국내외 이차전지 관련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배터리 선도도시 포항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경북도와 포항시, 산·학·연·관 기관단체장 30여명은 ‘경북 이차전지 산학연관 혁신 거버넌스’를 출범시켰다.지난 2019년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포항에는 그동안 에코프로, 포스코케미칼과 같은 세계적 기업이 입지하면서 이차전지 원료, 소재, 리사이클링 분야에 4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지금도 영일만 산단과 블루밸리 산단에는 이차전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입주하고 있다. 포항시가 특히 국내 다른 도시들보다 경쟁력이 있는 부분은 태평양으로 바로 물동량을 수출입할 수 있는 영일만 신항이 있다는 점, 그리고 우수한 연구기관(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 포항과학산업연구원, 포항가속기연구소)·연구개발 인프라(포스텍, 한동대)를 갖췄다는 점이다. 포항시는 현재 입주기업 직원들의 교육·사회·문화·환경적 정주여건을 최고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경북도가 포항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동해안 일대를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은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중 특화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산학연관 혁신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준비해 포항이 특화단지의 최적지로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2022-11-27

면책특권

우정구 논설위원 국회의원에게는 두가지 특권이 있다. 하나는 면책특권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불체포특권이다. 특권이라는 용어에 강한 거부감이 있지만 국회의원에게 이를 부여한 것은 민의를 대표하는 신분이기 때문이다.헌법 제45조에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절대권력이나 집권자의 부당한 압력 또는 탄압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다.국회가 정부의 정책통제기관으로서 기능을 다하고 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라는 뜻이다. 이 제도는 의회의 나라 영국에서 출발해 지금은 세계 각국이 도입하고 있다.그러나 국민을 위해 쓰도록 한 권리가 국민이 아닌 정당이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제한하자는 비판 여론도 없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발언 내용이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시해 타인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는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시도 한 적이 있다. 면책특권 범위의 모호성이 문제의 논란이다.최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거짓으로 드러나 면책특권이 또다시 비판 대상으로 떠올랐다. 제도의 잘못보다 주어진 권리를 남용하는 국회의원 개인의 양식이나 도덕성 그리고 자질 부족이 제도의 취지를 못 살린다는 비판이 많다.뻔히 알면서 면책특권의 가면을 쓰고 이를 악용하는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국회 스스로가 강한 척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다.논란을 일으킨 김 의원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책임을 묻겠다고 했으니 그 결과를 주목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 전기 삼는 중의가 모아져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1-27

‘자칭(自稱)’ 선진국

김규종 경북대 교수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었다. 누가 어떤 근거로 선진과 후진을 규정하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반갑고 가슴 벅찬 일이다. 어린 시절엔 후진국 소리를 들어야 했고, 청소년 시기엔 개발도상국 소리를 지겨울 정도로 들어야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어 있었다. 실로 경천동지할 일 아닌가?!닷새 전인 11월 23일 서울 서대문구 다세대주택에서 모녀 사망 사고가 보고된다. 그들이 살던 방 앞에는 미납된 5개월분 전기요금과 월세를 독촉하는 주인의 편지가 있었다고 한다. 언론은 숨진 60대와 30대 모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전한다. 지난 8월에는 수원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겪다가 숨진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으니,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자살자들의 행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이번에 일어난 두 사건을 보면서 2014년에 일어난 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을 떠올린 사람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한 사건은 한국 사회를 크게 동요시켰다. 그들은 전 재산 70만 원을 짤막한 유서와 함께 남기고 지옥 같은 이 나라를 영원히 떠나갔다.“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보다 더 절절하게 인간의 영혼을 후벼파는 글이 있었던가?!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다. “자네들에게 마지막 70만 원이 남았다면, 그걸로 집세와 공과금을 내겠나, 아니면 탕진하고 생을 마감하겠는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돈을 다 쓰고 죽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60대 모친과 30대 두 딸에게 그토록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행위를 추동한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순정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 나라의 정체는 무엇이고, 권력자와 정치가들은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송파구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불과 두 달이 지나지 않아서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났다.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한 304명이 우리가 보는 앞에서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생매장되었다. 이 사건을 책임지는 정부 고위직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쳤다. 지금까지 이 사건으로 옷을 벗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뭉개고들 있을 뿐이다. 혹여 책임의 파편이 날아올까 전전긍긍하면서!삶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참혹한 나라, 사람이 죽어 나가도 돈만 외치는 인간 장사꾼들의 나라, 누가 죽든 나와 내 가족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귀들의 나라, 오직 아파트 가격 하락만 걱정하는 경제 동물들의 나라, 세상이 어찌 되든 월드컵에 정신 놓은 인간들의 나라, 국민의 삶과 죽음에 무관심한 자칭 권력자들의 나라, 정치는 사라지고 권력욕만 판을 치는 하이에나들의 나라, 대한민국!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근저에는 인간적인 정과 유대가 있는 법이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정리(情理)가 사라지면 그 사회와 국가는 소멸하는 법이다. 이것을 모두가 기억했으면 한다.

2022-11-27

지역기업 94% “내년도 불황”, 비상한 각오해야

지역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촉발된 세계적 에너지난, 고금리 등의 여파로 내년도 지역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쁠 것으로 내다보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대구상의가 지역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 실적 및 2023년 전망’ 조사를 벌인 결과, 대상 기업의 94%가 내년도 경기를 “불황”으로 전망했다. 또 응답 기업의 54%는 “올해 초 세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다”는 대답도 나왔다.지역기업이 내년도 경기를 불황으로 전망하는 이유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난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위축, 세계 경기 불확실성 증가 등을 들었다. 국가적 경제 위기가 지역에도 그대로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특히 지역기업 10곳 중 9곳이 불황을 우려했다는 것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지난 25일 열린 ‘2022년도 하반기 대구경제동향보고서’ 자리에서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은 “지역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는 매우 위축돼 있다”고 밝히고 “경기가 저성장 기조로 진입할 것에 대비해 지역의 모든 경제 주체가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면한 경제난에 경제주체가 함께 대비하자는 뜻으로 지금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내비친 말이기도 하다.한국은행이 지난주 수정 발표한 우리나라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지난 8월보다 0.4% 포인트 떨어진 1.7%다. 1%대 경제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나 IMF 시절 때 말고는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매우 심각한 역대급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이 대구상의회장의 말대로 지금은 경제 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경제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화물연대의 총파업 등 노동계의 줄파업이 예고돼 있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기업과 노동계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국가가 혼연일체가 돼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2022-11-27

무당 내치지 않으면 미래 없다

홍석봉정치에디터 민주노총이 정치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 물류와 교통을 인질로 삼았다. 노란봉투법 통과와 노동개악 중단이 명분이다. 총파업과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화물연대 등이 릴레이파업에 돌입하면서 온 나라가 비상이다. 정부는 엄정 대응 엄포를 놓았지만 민노총은 눈도 꿈쩍 않는다.지금 우리나라는 안보 및 경제 위기로 안팎곱사등이 신세다. 이런 와중에 주사파 종북세력이 끊임없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보수가 맞불을 놓으면서 사회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주말마다 서울 한복판에서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총칼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수 년 째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다.국가 존망이 흔들리는 백척간두의 위기다. 주사파 종북세력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합법의 탈을 쓴 채 극단적인 주장을 펴며 사회 기강을 흔들고 있다. 환상에 빠진 민주화 추종 세력들이 볼모가 됐다. 뜬구름 주장에 끌려가며 거수기와 심부름꾼 노릇을 하고 있다.정치판은 주사파를 계승한 586 세력이 장악한 후 난파선이 된지 오래다. 민주당은 사사건건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젠 김건희 스토커가 됐다. 대장동 수사 검찰의 칼끝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턱밑에 다달았다.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지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 최대 위기다. 경고음도 안 들린다. 끓는 주전자 안의 개구리처럼, 죽는 지도 모르고 있다. 함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댄다. 민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내로남불을 지켜보는 국민은 피곤하다.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 동안 국회를 통과한 정부 법안은 전무하다. 70여 개 민생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TK 염원인 군위군 대구편입과 통합신공항특별법 법안 소위도 연기됐다. 시한내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횡포 때문이다.서문표는 전국시대 위(魏)나라의 정치가다. 서문표가 업 땅 수령으로 부임했을 때 하백을 믿는 이 곳 백성들이 해마다 처녀를 골라 하백에게 제사지내기 위해 강물에 던지는 폐습이 있었다. 서문표는 무당과 추종자, 착취를 일삼은 고을 원로 및 아전들을 황하에 던져 미신에 시달리던 백성들의 고통을 일소했다. 오랫동안 지방 정치를 농단하고 지역민들을 수탈해온 토호세력들을 기지로 굴복시켰다. 우리에게 지금 서문표가 필요하다. 민주를 앞세워 국민을 혼란과 고통으로 내모는 무당 세력을 일소해야 한다.윤석열 대통령은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세력이고, 반헌법 세력이다. 이들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사기 춘신군전에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연히 처단해야 할 것을 주저하여 처단하지 않으면 훗날 그로 말미암아 도리어 화를 입게 된다’는 뜻이다.심복대환이 된 주사파 종북세력 척결이 급선무다. 철 지난 유행가나 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사회 정의는 팽개친 무당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

2022-11-24

고향세

우정구 논설위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고향사랑기부금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준비가 한창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사람에게 돌려줄 답례품 선정에서부터 더 많은 기부금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노력이 병행, 추진되고 있다.그러나 진작 이 제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제도 정착을 위한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고향사랑기부금제에 관한 인식조사에서 “고향세를 들어봤거나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27%에 불과했다. 73%는 “전혀 모른다”는 답변을 해 고향세 시행에 따른 성과가 제대로 나올지 의문이다.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에 의하면 시행 첫해 모아질 기부금의 규모가 전국적으로 576억∼865억원 정도로 예측됐다. 우리보다 앞서 시행한 일본처럼 인지도가 최대한 높아질 경우 최대 7천767억원의 기부금이 조성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일본의 경우 2008년 처음 시행하면서 첫해 865억원의 기부금이 모아졌으나 2020년에는 7조원이 넘는 돈이 고향을 위해 기부된 것으로 조사됐다.고향사랑기부금제는 출향인사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대다수 국민이 제도를 잘 알지 못하고 있어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자체가 기부자에 대한 답례품으로 해당 지역 농축산물을 주로 이용하기로 하면서 농민들의 기대는 커가고 있으나 기부금 모금이 부진할 경우 되레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지금부터라도 고향세에 대한 적극적 홍보를 벌여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24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정쟁도구로 이용말라

여야가 지난 23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했다. 국민의힘이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국정조사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야 3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어제(24일)부터 시작된 국정조사는 45일간 대통령실(국정상황실·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행정안전부, 경찰청·소방청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쟁점이 돼왔던 대통령실 경호처와 법무부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정조사 합의로 국민의힘은 실리를 챙겼고, 민주당은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최우선 목표로 강조해온 국민의힘은 ‘선(先) 예산안 처리, 후(後) 국정조사’에 합의하는 현실론을 택했다. 민주당도 야당이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벌이는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으며, 정쟁을 위한 국정조사라는 비판도 피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국정조사 합의로 예산국회가 정상가동된 것은 다행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이번 국정조사 타결은 모처럼 보인 협치로 평가를 받을 만하다. 대구·경북으로선 현재 국토위와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있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안과 군위군 대구시 편입 법안 심사가 국회파행으로 보류돼 있고, 민주당에 의해 전액 삭감될 위기에 처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예산 등 이 지역 미래가 걸린 국비확보 예산안이 대부분 예결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국정조사 타결로 각 상임위가 정상 가동되면 이러한 현안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다만 우려되는 것은 민주당이 이태원참사를 정부공격의 수단으로 악용해 또다시 예산정국을 파행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패막이로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또다시 국정조사를 정략으로 활용할 경우, 사회적 불신만 키운 세월호 조사와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번 국정조사는 정치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2022-11-24

신공항 첫 관문 군위 대구편입부터 잘 꿰야

경북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법률안이 빠르면 이달 28일 국회 문턱을 넘을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국민의힘)은 언론을 통해 “군위군 대구편입안을 다룰 행안위 법안1소위 일정이 28일과 30일로 잡혀 빠르면 28일 소위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야당 측 간사인 더불어 민주당 김교흥 의원도 “지자체간 통합안에 대해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 소위가 열리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야당 측이 요구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하는 등 국회일정이 정상화 움직임을 보여 군위군의 대구편입 법률안인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안’은 이제 12월 초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됐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의 전제 조건이자 첫 관문격인 군위군의 대구편입안의 국회 통과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군위 군민의 표현대로 하면 “신공항의 시작점”이다. 대구편입 약속이 없었다면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은 없었다는 이들의 주장이 받아지면서 신공항 건설의 걸림돌 하나가 제거되는 것이다. 또 지역 정치인 106명이 지역민과 한 약속이 지켜지는 것도 큰 의미다.그러나 당초 지난 21일 심사를 벌이기로 했던 법률안이 정부 조직법 개정안 상정문제로 여야가 이견을 보여 무산된 것이나 지난 2월 국민의힘 일부 지역의원의 반대로 법안 상정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과 같은 변수는 여전히 상존한다.지금도 여야의 극한 대치국면이 이어져 군위군의 대구편입안 통과의 변수로 남아 있다. 내년도 예산안 전쟁과 검찰의 수사 등 여야간의 정국 흐름이 원만치 못하다. 돌발 변수에 대한 정치권의 순발력 있는 대응력이 필요한 때다.통합신공항 특별법이 당·정. 대통령실의 협조로 순항하면서 연내 통과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보다 앞서 있을 군위군의 대구 편입이 순조롭게 마무리돼야 한다. 그래야 특별법 통과에도 무게가 실릴 수 있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2-11-24

다시 한번, 대~한민국

윤영대 수필가 2022 FIFA월드컵 대회가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다. 전 세계 지역 예선을 통과한 32개국이 나라의 명예를 걸고 한 달간의 열띤 경기를 벌이는 세계인의 축구 축제가 사상 처음으로 중동의 무더운 나라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통상 6~7월에 열렸으나 카타르의 무더위 탓에 이번에는 11월부터 12월까지, 그것도 아랍 이슬람 국가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월드컵 경기이다.우리나라는 1954년 스위스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하여 헝가리와 터키에 참패를 당했지만, 그 후 실력을 쌓아 1986년부터 9회 연속 본선 진출 팀이 되었으며 우리가 너무나도 잘 기억하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대회 유치는 물론 패배 없는 2승1무로 4강 진출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었다. 그리고 2018년에 지난 대회 우승팀인 독일을 2-0으로 격파한 손흥민의 활약을 기억하며 이번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고 앞으로 한 달간 또 하나 우승의 꿈을 이루어나갈 것이다.개막식은 20일 오후 5시 40분이었으나 시차가 6시간인 우리나라에서는 자정 무렵에 중계되었다. 우리나라의 첫 경기도 거의 한밤중인 24일 밤 10시 되어서 볼 수 있었다. 조금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태극전사들을 위하여 잠 못 이루는 응원을 펼쳤다.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슬로건은 ‘놀라움을 기대하라(Expect Amazing)’이며 개회식에서 방탄소년단 BTS 정욱의 단독 공연을 보노라면 20년 전, 2002 한·일 월드컵 대회 때 불렀던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가 불현듯 생각난다. 그때의 슬로건이었던 ‘새천년, 새 만남, 새 출발’처럼 우리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를 차례로 꺾고 8강에 올랐으며 스페인과의 승부차기로 이겼을 때, 나는 유럽 연수여행을 가던 비행기 안에서 승리를 귀띔받고 환호했던 날로 기억하고 있다. 독일과의 준결승 경기는 시내 일정을 잠시 미루고 파리시청 앞 광장에 앉아서 응원했는데 패하여 씁쓸한 마음이 되었었고, 귀국하는 날 3∼4위 전에서 터키에 또 패배하여 4위가 되었으나 우리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는 국민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았고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세계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문을 열었다. 도심 한복판을 붉은 응원의 물결로 넘실거리게 했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흔들며 전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었다.이제 다시 그 붉은 악마의 힘찬 함성이 뜨겁게 되살아나려는 분위기이다. 아직 이태원 참사의 아픔이 사라지지 않은 만큼 거리응원을 하더라도 조심하고 질서를 지켜 마음을 합치는 월드컵이 되었으면 한다. 중동에서 불어오는 열풍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국내 정치계도 녹이고 서로 투닥이는 말싸움도 한마음 응원가로 씻어내자.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열기가 국민 모두의 가슴 속에 힘찬 응원의 힘을 불어넣어 월드컵 4강을 이루고 그 기치를 높이 들어 주기를 소망해 본다.다시 한번 외쳐 보자.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짜짜짜 짜짜.

2022-11-24

죽음에 대한 예의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우리나라의 연간 사망자수는 30만을 넘는다. 그 중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경우도 3천명 가까이 되고, 자살 사망자는 1만3천명을 넘어 하루 평균 36명꼴이라 한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828명이고 살인사건의 희생자 수도 300명이 넘는다. 그러니까 노령이나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제외한, 교통사고 등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만도 연간 4천명 이상이라는 통계다.신(神) 앞에 만인이 평등하듯 죽음 앞에서도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누구나 예외 없이 결국에는 죽는다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사회학적인 측면에서는 죽음에도 천차만별 종류가 있고 의미와 가치가 다르다. 예수처럼 인류를 위해 희생한 거룩한 죽음이 있는가 하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그 벌로 처형되는 죽음도 있다. 그것은 물론 죽음이라는 생물학적 현상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죽음 직전까지의 삶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동서를 막론하고 죽음 앞에서는 경건하게 예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고 정서다. 유가(儒家)에서는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예식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로 삼는데, 그 중 절반인 상례(喪禮)와 제례(祭禮)는 죽음에 관한 것이다. 삶과 죽음을 같은 비율로 본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서양에도 죽음을 상기시키는 ‘메멘토모리’란 말이 있지만, 죽음을 우리의 삶 속에 끌어들여 내면화하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함의를 갖는 일이라 할 것이다.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많은 죽음이 발생한 참사는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게 마련이다. 2014년의 세월호사건이 그렇고, 지난 10월의 이태원사건이 그렇다. 개별적으로 볼 때는 다른 사고사와 다르지 않지만, 대형 참사에는 분명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반드시 책임소재의 규명과 시정대책이 따라야 한다. 며칠을 애도의 기간으로 정하여 국민 모두가 조의를 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대형 참사가 인재(人災)일 경우에는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신속히 수행되어야 한다, 세월호사건의 경우, 여객선에 대한 관계기관의 철저한 감시감독과 사고발생시의 매뉴얼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제도화하고 수시로 점검을 해야 한다. 이태원의 참사는 그 경위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는 장소에 대한 사전 점검과 대처 매뉴얼을 만들어 유사시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면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는 일이다.죽음에 대한 예의는 곧 인간에 대한 예의다. 그리고 예의의 기본은 절도(節度)다. 모자라서도 안 되지만 지나쳐서도 무례가 된다. 행여 죽음을 왜곡하거나 불순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무례를 넘어 망자를 모욕하는 악행이다. 유족들의 아픔과 슬픔이야 한이 없겠지만, 제3자들이 나서서 난리를 치는 것은 예의가 아닐뿐더러 저의가 의심스러운 일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초의를 표했으면 더 이상은 관여를 말고 잊는 것이 예의다. 무례하게 날뛰는 자들이 많아서 하는 말이다.

2022-11-24

‘신공항 특별법’ 걸림돌은 해소… 政爭이 문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연내 국회 통과가 당·정·대통령실의 적극적인 협조로 순항을 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2일 국회본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는 그동안 쟁점이 돼 왔던 사안에 대해 조율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기재부는 이견을 보였던 신공항 건설 재원과 관련,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하되 필요하다면 국비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기로 했다. 행안부는 정부 내 신공항건설 지원조직을 설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공항시설 건설 시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할 수 있다는 약속도 정부로부터 받아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도 순탄하게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홍 시장이 이날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 최인호 교통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만난 결과, 야당 의원들도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구·경북의 중추공항 건설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한다. 홍 시장이 광주·전남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광주군공항이전 특별법과 통합신공항 특별법을 연내에 동시 통과시키기 위해 내일(25일) 강기정 광주시장과 만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홍 시장은 이날 강 시장과 만나 연내 공항 추진에 대한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홍 시장은 “정부와 여당에서 도와주니 광주 법안과 동시에 추진하면 특별법이 연내에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문제는 통합신공항 특별법을 심사할 국토위 상황이 예측불가라는 점이다. 여야 ‘예산전쟁’으로 중단된 국토위 법안 심사소위가 언제 열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정부부처와의 이견은 해소됐지만, 법안소위가 열려 통과가 돼야 한다. 소위 일정을 위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최인호 간사와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으로선 유일한 해법은 여야 지도부가 만나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광주군공항 특별법과 연계해 법안심사 소위개최 일정을 하루빨리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2-11-23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

장규열 한동대 교수 언론은 왜 필요한가. 디지털세계는 소통의 형태와 소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온라인과 사이버 세상은 온갖 정보를 범람하게 만들어 필요한 정보와 소식은 딱히 언론기관을 통하지 않아도 쉽게 접하게 되었다. 수 년 전 미국 카네기멜론(Carnegie Mellon)대학의 보고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하루에 소통되는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한 가운데 99퍼센트는 의미없는 대화일 뿐이라고 하였다. 웹정보분석회사 시만텍(Symantec)은 주고받는 이메일의 70퍼센트 이상이 스팸(Spam)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메일과 스팸, 블로그와 트윗, 페이스북과 카톡 등 온갖 통로를 활용하는 정보와 소식들 가운데에도 ‘저널리즘(Journalism)’이라 일컫는 언론행위에는 아직도 대중이 거는 비교적 높은 기대가 있다.소비자 대중은 언론에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언론이 지향하는 소통에는 다른 소통방식들과 어떤 차이와 까닭이 있어 끊임없는 주목과 관심을 향유하는 것일까. 오늘처럼 바뀐 미디어환경에서 언론은 어떻게 변화해 가야하는 것일까. 수다한 스토리들과 연예공연물, 스포츠와 오락콘텐츠, 의견과 주장, 광고와 선전물들이 득실거리는 현대 미디어의 틈바구니에서 취재와 보도를 기반으로 하는 언론행위가 명맥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저널리즘이라 불리우는 이 독특한 영역이 아직까지는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으로 보인다. ‘기레기’라는 멸칭이 특정한 의미를 동반하며 언론인들을 공격하지만, 기자들이 아니면 불가능에 가까울 영역이 존재하므로 언론의 존재 이유는 남아있는 터이다.사실보도를 비롯하여 논설집필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필요를 채우는 언론의 사명은 퇴색하지 않았다. 미디어환경에서 감지되는 정보의 무분별한 범람으로 인하여 정돈되고 분석력이 넘치는 고급 정보콘텐츠는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언론행위의 목적은 독자시민들로 하여금 일상생활에서 보다 나은 다양한 결정이 가능하도록 사실에 근거한 진실을 전하는 데에 있다. 사실을 사실로 확인하는 수고를 독자를 대신하여 성실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언론행위의 가치는 충분히 보인다.진실을 전한다는 맥락에서 언론이 때로는 독자를 대신하여 권력에 맞서야 한다. 정치적, 경제적, 제도적으로 힘을 가진 이들이 가진 권력을 온당하게 행사하는지 감시하고 살피는 역할은 언론에게 특별히 지워진 책임이며 사명인 셈이다.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삼권분립에 더하여 언론을 네 번째 축으로 여기는 까닭이 그에 있지 않을까. 나라의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언론에 특별하게 허용하는 까닭도 언론이 자임하는 ‘감시자의 역할’에 기인한다.언론은 사회가 공동체적 의미를 회복하고 공론의 장을 펼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비판과 타협을 사회적으로 숙성시키는 일에도 언론의 책임이 크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러 영역에도 목소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여도 언론이 가진 본연의 사명과 역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가진 책임에 오히려 치열하게 복무하는 언론을 만나고 싶다.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11-23

군위 인각사의 수난

홍석봉정치에디터 ‘삼국유사’는 경북 군위군의 트레이드 마크다. 군위군 삼국유사면에 있는 인각사(麟角寺)는 고려말 승려인 일연(1206∼1289)이 삼국유사를 편찬한 곳으로 이름 높다. 643년 원효(元曉)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절 입구에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 기린이 뿔을 얹었다고 해서 절 이름을 인각사라고 지었다고 한다.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은 인각사를 중창하고 이곳에서 입적했다.보물로 지정된 인각사보각국사탑 및 비석이 중요문화재다. 2008년 인각사 건물지 유구에서 출토된 금속공예품과 청자 등 18점의 유물도 보물로 지정됐다.삼국유사와 인각사의 가치를 꿰뚫어 본 군위군은 2010년부터 삼국유사의 역사를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1년엔 삼국유사 테마파크가 문 열었다. 2021년엔 기존의 고로면의 명칭을 삼국유사면으로 바꿔 삼국유사의 고장 조성에 한 획을 그었다.군위군은 소중한 기록 문화유산인 삼국유사를 유네스코 기록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인각사에서 삼국유사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를 기원하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그런데 이런 군위군의 노력에 재를 뿌리는 일이 발생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인 인각사 주변에 수자원공사가 무단으로 전봇대를 세웠다가 철거하는 소동을 빚었다. 수자원공사는 인각사 부근 삼국유사로에 전봇대 12개를 세우고 시설물을 설치하려다 군청의 공사중지와 함께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인근 군위댐의 수상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인각사 인근에서 문화재청 허가 없이는 어떤 개발 사업도 할 수 없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공기업의 행태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23

경제난속 화물연대 총파업… 협상으로 풀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포항, 구미 등 지역 산업계도 비상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경제적 손실을 경험했던 지역 산업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적 손실 발생은 불가피하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는 포항공단 철강업체들이 물량출하 지연으로 수만t의 생산물량을 바깥에 쌓아놓았는가 하면 생산을 축소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 태풍 힌남노 피해로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는 포항제철소는 이번 파업이 시작되면 설비자재 반입과 폐기물 반출이 어려워져 정상 가동을 위한 복구작업마저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구미 국가산업단지의 일부 업체들도 총파업에 대비해 물류를 미리 확보하는 등의 비상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경북도와 포항시 등이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면서 파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서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불법적 운송거부나 운송방해 행위 등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대화를 통한 수습이 우선돼야 한다. 화물노조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관련,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우리 경제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2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물류대란으로 생기는 피해는 결국 중소기업과 국민의 몫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정부와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빨리 마주 앉아야 한다.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생산, 소비, 투자 등 트리플 감소와 수출 부진 등으로 휘청하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경제 위기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마당에 노동계의 파업 강행은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노동계의 잇단 파업이 예고돼 있어 국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동계의 대규모 파업은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노사 모두가 패자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202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