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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구서도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논란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가 대구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내 8개 구·군청이 내년 4월부터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범 도입키로 한 것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2017년 고성군이 전국 처음으로 시작하면서 이후 경기도 양평군, 전남 담양군, 전북 남원시 등 전국 시·군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56개 이상 지자체가 휴무제를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적고 민원인 수가 적은 군지역을 중심으로 휴무제가 추진중이지만 시지역은 당장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 많아 시군간 온도차가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대구에서는 지난 14일 8개 구·군청 단체장이 구청장 군수협의회를 열고 내년 4월부터 6개월간 본청 민원실에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범 운영키로 의견을 모았다. 휴무제 적용 대상은 본청 공무원이다. 본청을 찾는 민원인이 적은 데다 민원발급기가 설치돼 큰 불편이 초래되지 않는다는 것이 도입 근거라 했다. 점심시간 휴무제가 시행되면 낮 12시부터 1시까지 대민업무 직원이 동시에 쉬면서 민원실은 운영하지 않는다. 공무원의 점심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한 휴무제는 한쪽에선 당연한 권리라 주장하지만 또다른 한쪽에선 불편을 호소하는 문제가 남는다.이와 관련, 홍 시장은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국민에 대한 무한 봉사자이다. 생업에 종사하며 점심시간에 짬을 내 민원을 보러오는 시민들을 곤란케 만드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조치”라 말했다. 금융기관 등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서비스업체들이 점심시간 교대근무를 통해 근무하는 것과 비교해 이번 조치가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찾겠다는 의지로 시행을 요구하고 있어 제도 시행을 두고 논란이 쉽게 잠재워지지는 않을 것 같다.이 문제는 국민적 공감이 먼저 있어야 할 부분이다. 정부 차원의 치밀한 대책과 함께 국민과 소통하는 모두의 전향적 노력이 필요하다.

2022-11-20

新 중동 붐

우정구 논설위원 1970∼80년대 일어난 중동 붐은 한국경제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경제개발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절에 중동시장은 한국에겐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다.중동에 있는 석유 산유국들이 1973년 원유를 무기화하면서 세계는 1차 석유파동에 빠진다. 그러나 산유국 입장에선 석유를 팔아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는 기회가 되었고 또 그들은 이를 기반으로 도로와 항만 등 국내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집중 투자를 하게 된다.1973년 한국의 삼환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울라와 카이바를 잇는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면서 국내 중동 진출 1호 기업이 되었다. 이후 동아건설이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따냈고, 현대건설은 20세기 최대 역사로 불리는 주베일산업항 공사를 수주하는 쾌거를 거뒀다. 또 대우건설 등이 고속도로건설 등을 수주하면서 국내 업체가 1985년까지 수주한 건설공사 수주액이 무려 700억 달러다.중동의 건설 붐을 타고 한때는 10만명이 넘는 건설인력이 사막의 나라 중동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힘겹게 땀 흘려 일하면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근로자가 중동에서 약 1년을 일하면 자신의 채무변제는 물론 결혼자금도 벌 수 있었다고 한다.이 때의 경험을 통해 중동 산유국은 한국을 토목건설공사가 강한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다녀간 뒤 제2의 중동 붐이 화제다. 빈살만 왕세자가 구상하는 인류 최대 역사가 될 것으로 보이는 초대형 스마트신도시 건설 사업에 한국기업이 얼마나 참여할 지도 벌써 관심이다. 건설뿐 아니라 이제는 첨단산업에까지 역량을 키운 한국기업의 중동에서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20

이순(耳順)의 어려움

김규종 경북대 교수 대학원 들어갈 무렵 당시 스물다섯 살이었던 나는 중대한 결론에 도달한다. 공자보다 10년을 더 살기로 한 것이다. 중니(仲尼)는 생애주기별로 자신의 성취나 경지를 낱낱이 밝혔다.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에 홀로 섰으며, 40세에 불혹에 이르렀으며, 50세에는 천명을 알았고, 60세에는 이순, 70세에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의 경지에 도달했다.공자보다 10년 늦게 학문을 뜻을 둔 나는 공자보다 10년 늦게, 하지만 그가 도달한 경지에 확실하게 이르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어언 세월이 물처럼 흘러 오늘에 이르렀다. 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나는 설정한 목표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문제는 노력한 것보다 내가 도달한 학문과 인품의 경지였다. 가령 40세에 나는 홀로서기에 성공했는지, 그것이 중요했다는 말이다. 결론 먼저 말하면, 그러지 못했다.첫 번째 단추를 빼놓으면, 그사이 내가 이룩하거나 도달한 지점은 아주 미욱하거나 미미한 것이었다. 그 이유를 깊이 사유하기보다는 더 멀리 더 높이 가려고 노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언제부턴가 그가 말하는 ‘일이관지(一以貫之)’ 개념은 이해할 수 있었고, 지식의 상호 연관과 연결에는 눈이 떠졌다. 문제는 지식보다 다른 영역과 분야에서 발단한 걸림돌이었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의 격의 없는 유대관계의 실종이었다.춘추 말기의 혼란한 세파를 겪은 공자였지만, 그에게는 충성스러운 제자들이 있었다. 그것은 중니에만 고유한 학문과 인품과 미래기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길을 가리라는 고집스러움, 가던 길이 틀렸을 경우 그것을 고칠 줄 아는 용기와 담대함, 어려움을 당해서도 꺾이지 않는 의연함 같은 덕목이 공자에게는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시대와 역사에 대한 공자의 남다른 확신과 강렬한 바람이 바탕이었을지도 모른다.이순이 목전에 다가온 나를 돌이켜보건대, 중니의 그런 장점이 내게는 없다. 살면서 부딪치는 숱한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극복해가는 의지와 끈기 그리고 앞날에 대한 확실한 믿음 같은 것이 내게는 없다. 문제에 봉착할 경우, 그것을 정면으로 돌파하기보다는 에둘러 피하는 쪽이 더 편하고 빠른 해결책이었다. 천성적으로 남들과 다투기를 싫어하기에 변명하거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꺼리는 본성이 내게 있다.사태의 본질을 논구하는 정교한 분석(分析)에 필요한 칼과 도끼가 없음이 나의 결함 가운데 하나다. 더 쪼갤 수 없을 데까지 나아가고, 그것에 기초하여 다시 종합으로 귀환하는 자유자재함 역시 내게는 없다. 예상했던 결론과 달리 창대한 결론이 나왔을 때, 그것을 논리적인 비약으로 묶어내는 장쾌한 시야 또한 나와 무관했다. 더욱이 세상은 하루가 멀다 않고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쏟아내서 발길을 붙잡기 일쑤였다.이제 나는 안다. 10년을 더 살아도 이순의 경지나 그보다 높은 지경에 이를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그렇다면 어떤 방도로 생에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겨울 초입 마당에 햇살이 봄날처럼 따사롭고 환하다.

2022-11-20

엘리트스포츠, 이제는 변해야 할 때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는 올림픽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스포츠강국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엘리트선수들의 종목별 분포를 보면 축구, 야구 등과 같은 인기종목의 비중이 높은 반면, 유도, 레슬링 등 이른바 올림픽 효자종목은 비인기종목으로 치부되어 선수부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비인기종목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에는 부모의 반대, 비인기종목 우수 선수의 인기종목 이동, 비인기종목의 지원 부족, 과도한 훈련 및 경쟁에 의한 부상, 그리고 부상 후 스포츠재활프로그램 부재로 인한 선수생활 마감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여러 요인들은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의 특수성에서 나타난 현상이라 즉각적 대처가 이루어지거나 해결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과도한 훈련에 의한 부상과 회복을 위한 컨디셔닝은 현실적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처가 가능한 일이다.최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초·중·고·대학교 선수의 75% 이상이 부상을 경험하고, 그 중 25.4%는 심각한 부상으로 장기간 훈련을 불참하거나 운동을 중단한다. 특히 투기종목 등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경우 부상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35.9%가 부상으로 수술을 경험하고, 이들 중 71.9%는 수술 후 완전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고된다. 스포츠 상해 원인으로는 유연성 부족, 준비운동 부족, 개인의 내적 심리요인 등 본인 부주의가 가장 높았고 지도자의 부적절한 훈련도 포함된다.이렇듯 엘리트스포츠에서 선수의 부상은 선수 생활 동안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부분이다. 게다가 엘리트선수들의 부상은 일단 부상을 당하게 되면 나름대로 대처를 하더라도 재부상의 위험이 크다. 특히나 비인기종목의 경우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특정 선수의 부상은 타선수로의 대처가 불가능하다. 이같이 부상이 선수생명과 경기력과도 직결됨에도 부상에 대한 자기관리 교육 프로그램과 회복을 위한 컨디셔닝 시스템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선수 및 지도자 대상의 정기적인 교육이나 연수를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장시간 반복훈련, 지도자 개인의 경험에 의한 훈련 등을 특징으로 하는 현행 우리나라 엘리트 선수육성체계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종합적 개혁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체육지도자의 코칭 전문성 제고, 스포츠과학자와의 협력 확대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을 강력히 제안했다.구체적으로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 개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상황적 조건에 맞게 의과학적인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는 체육지도자의 과학적인 지도 방식을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더해 훈련계획 수립 시 객관적인 데이터와 스포츠의과학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체육지도자의 정기적인 과학적인 지원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스포츠현장에 스포츠의과학 기반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엘리트선수들의 부상 발생원인 가운데 과훈련, 근육의 불균형, 운동피로 등의 생리적 변인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엘리트선수들의 경우 거의 매일같이 강한 지구성이나 저항성운동을 하는 데도 몸은 늘 피곤하며 체력향상은 더디고 심지어 감기나 운동 상해까지 경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훈련의 효과가 과부하와 과보상의 원리를 통해 나타난다는 과학적 근거를 간과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다.체육지도자가 선수생활을 통해 체득한 현장경험은 더 없는 학습이지만 경험적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독일은 체육지도자의 지도 능력 유지와 향상을 위해 정기적인 보수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최근 조사된 자료에서 선수들이 바라는 지도자는 현역시절 뛰어난 운동경력보다 체계적인 이론과 실기능력 등 전문지식이 풍부한 지도자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체육지도자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화해야 함을 강조하는 대목이다.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 처음 10위권에 진입한 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12위)을 제외하고는 줄곧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으나, 최근 개최된 도쿄 올림픽에서 LA 올림픽 이후 최소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16위로 밀려났다.이제 엘리트선수들의 부상은 선수 개인의 경기력 저하를 넘어서 우리 지역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스포츠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우리나라 엘리트 선수와 지도자들은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훈련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노력한 만큼 훈련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성적 위주의 장시간 반복훈련과 지도자 개인의 경험 위주 훈련은 그 효과를 저하시키고 선수의 부상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엘리트스포츠의 선수층 유지 및 경기력 제고를 위해 스포츠현장에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 지도 및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2022-11-20

신재생에너지 사업, 잘 진행하려면?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지난 초여름, 경산에 있는 후배 공장을 방문했었다. 에너지 절감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후배가 공장 옥상에 설치할 ‘태양광 설비 계획서’를 보여주었다. 370kw 용량을 설치하는데 설치비용이 kw당 150만 원씩 모두 5억5천500만원이 들고, 1년 거치 9년 분할 상환할 경우 총 원리금은 6억8천347만4천997원(이자 1억2천847만4천99원 포함)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25년간 총수익은 15억1천851만300원이었다.후배는 10년 만에 원리금을 다 갚고 11년째부터는 매월 744만원, 25년째는 매월 663만원씩 수익이 나오는데, 노후연금 드는 셈치고 설치한다고 했다. kw당 매월 200만원 정도씩 수익이 나오는 셈이다.고향에서 한우 사육을 하는 한 지인도 한우 사육을 통해 얻는 수익 못지않게 한우 축사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수익이 대단하다고 했다. 농촌지역 한우 축사가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태양광 안내 전단지가 붙여져 있는데, 100kw당 매월 189만원 이상 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들이다.앞서 설명한 태양광 설비는 작은 공장 지붕에 소규모로 설치하는 시설이어서 설치비가 kw당 150만 원에 이르지만, 규모가 커지거나 논·밭처럼 설치가 용이하면 설치비는 100만원 정도까지 내려온다.태양광 사업은 설비만 갖추면 햇빛은 자연이 무한하게 주기 때문에 엄청난 수익성이 보장된다.태양광 설비는 kw당 2평(6.7㎡) 정도의 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지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쉽다. 현재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조수익으로 따져 벼농사의 20배 정도 수익이 나온다. 태양광 임대업자들은 벼농사 순수익 2배(평당 6천원 정도) 정도의 임대료를 지주에게 주는데, 사실 태양광 조수익은 평당 10만원 이상이 나온다.앞서 얘기한 후배의 공장 지붕 태양광 설비비용은 kw당 200원 정도이지만, 올해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사들인 전력비용은 kw당 270원이며, 내년에는 300원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가정 전기요금이 110원, 산업용 전기요금이 130원 정도이지만 곧 OECD 평균인 250원까지 오를 전망이어서 태양광 발전사업은 지금보다 더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태양광 시설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를 언제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마스터플랜은 국가 차원에서 세워져야 한다. 독일의 경우 2030년 65%, 2040년 80%, 2050년에는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체 에너지를 감당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평소 원자력이 대략 20~25% 감당한다고 보면 2050년까지 나머지 75~80%는 신재생에너지로 감당해야 한다. 그러려면 2030년까지 35%, 2040년까지는 55% 식으로 장기적인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 에너지의 75~80%를 신재생에너지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전 국토에서 농지가 18%를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략 농지의 20~25%를 사용하면 된다.태양광 외에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도 있으나 농지의 20~25%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농가의 수익이 늘어나고 일자리도 창출돼 농촌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농지에 태양광 발전을 하는 방법은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면 된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주민 주도형’으로 하되 절대농지는 영농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으로, 일반농지는 자유롭게 하면 될 것이다.현재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요소는 지자체마다 조례로 규제하고 있는 ‘이격 거리’와 ‘주민 민원’이다.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마을에서 300~500m, 군도(郡道) 이상 도로에서 300~500m씩 거리 제한이 있다. 그러다 보니 태양광 시설이 최적지인 농지를 피해 대부분 산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 조례에 부합하는 농지는 국내 전체 토지의 1%도 채 안된다고 한다. 구미시의 경우 0.09%라는 보도도 있었다.주민민원도 태양광 건설의 큰 걸림돌이다. 단체장들이 선출직이다 보니 민원이 발생할 경우 조례에 부합하는 땅이라도 태양광 설비를 할 수 없다. 주민민원으로 인해 태양광 및 설치 허가 기간이 중국과 유럽은 6개월~2년인데 우리나라는 5년씩 걸린다고 한다. 이 모든 문제가 농민들은 태양광에 대해 무지한 반면, 일부 정보에 밝은 태양광 업자들이 아주 적은 비용만 임대료로 지불하고 태양광 사업을 하면서 생긴 문제다.주민들에게 사전에 태양광 발전사업의 엄청난 수익성을 솔직하게 밝히고, 마을 단위로 협력해서 대단위 발전사업을 할 필요가 있다. 농지는 우선 장기적인 계획하에 산업단지 주변부터 태양광 시설을 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생산자와 수요자(기업)가 공동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이끌어 나가면 각종 규제나 민원에도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22-11-20

이철우는 있었고, 문재인은 없었다

홍석봉 정치에디터 생환 광부의 사연은 감동이다. 봉화의 기적을 일군 이들은 영웅이 됐다. 그 시각, 전 세계의 이목은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쏠려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참변에 국민들은 말을 잃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 봉화의 기적에는 지방정부가 있었다.봉화의 기적은 대한민국에 희망을 선물했다. 충격과 실의에 빠진 국민을 위로했다. 동료 광부들과 소방대원들의 밤잠을 잊은 헌신이 있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가족의 아픔을 함께하며 구조 활동을 독려했다. 매몰 광부들은 삶에 대한 의지로 열흘을 버텼다.광부들의 생환은 우리에게 생명과 이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으면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봉화 광부의 생환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공이 컸다. 통상적인 사고로 간주, 관심을 쏟지 않았더라면 생환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이 지사는 외국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사고 현장을 찾았다. 애끓는 가족들의 호소를 듣자 바로 ‘사고대응 현장특별대책반’을 가동했다. 그리고 고립 광부들을 구조할 모든 것을 동원하라고 특별 지시를 했다.경북도는 국내 최고 전문가와 관련 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확보해 구조에 나섰다. 구조 작업자를 증원하고 이들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했다. 양질의 식사도 제공했다. 예상을 초과하는 숙식비와 장비대여비 등 구조비용은 모두 경북도가 부담했다. 이례적인 대응이었고 신속한 조치였다. 경북도의 노력과 광부들의 의지는 기적을 만들었다. 봉화 기적의 현장에는 이철우가 있었다.봉화 광부 생환과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은 국민의 생명 가치를 대하는 관점에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에는 나라도, 대통령도 없었다. 이 사건은 정권이 바뀌면서 대 전환을 맞았다.2020년 9월 문재인 정부는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해경과 국방부는 월북 시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2년 여만에 결과를 번복했다. 검찰은 사건 관련 고위급 인사들을 구속했다. 증거은폐와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다. 피살 공무원 유족은 사건 발생 2년 만에 순직자로 인정돼 유족 연금과 보상금을 받게 됐다.문재인 정부는 피살 공무원을 자진 월북으로 몰았다. 이를 입증할 자료를 공개하라는 유족의 요구는 거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사살돼 시신이 소각된 상황을 챙기지 않았다. 관련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북한에 책임을 묻고 유족에게 정보를 제공하라는 권고도 무시했다.봉화의 기적에는 구조에 진심인 이철우 지사가 있었다. 피살 공무원에게는 대통령이 없었다. 외면했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직무를 유기했다. 북한 바라기가 빚은 참사가 아닐 수 없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않으면 국민은 없다. 나라는 국민을 외면했지만 지방정부는 국민을 챙겼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2022-11-17

국민 경제고통지수

우정구 논설위원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10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보다 11.1%나 올랐다. 41년에 물가가 이렇게 많이 오른 것은 처음이라 한다.물가가 오른 만큼 서민층의 살림살이는 예전에 보기 드물게 팍팍해졌다. 소비 성향도 알뜰 소비쪽으로 바뀌고 있다. 쇼핑할 때 가격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는 소비자가 많아졌고, 다소 흠이 있어도 값이 싼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한다.경제고통지수는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가늠하기 위해 고안한 지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한 수치로, 지수가 높을수록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임을 의미한다.우리나라는 올들어 21년만에 국민의 경제고통지수가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석유 등 국제 원자재값 등이 폭등한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물가도 전년보다 최고 6%대까지 치솟아 서민들의 가계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특히 외식비 등이 많이 올라 편의점 등에서 값싼 점심으로 한끼를 때우는 직장인이 늘었다고 한다.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상반기 기준으로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10∼20대 청년들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청년층이 많이 소비하는 음식, 숙박, 교통비 등의 품목에서 물가가 많이 올랐고, 코로나로 인한 취업난까지 가세돼 고통받는 우리시대 젊은이의 아픔이 그대로 노출됐다.나라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의 경제적 고통을 해소할 정치권의 민생 대책이 무엇보다 아쉬운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17

통합신공항 23일 운명의 날, TK 총력전 펴라

국회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가 오는 23일 개최됨에 따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도 이날 운명의 날을 맞게 된다. 교통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상정돼 있는 통합신공항 특별법안이 23일 여야합의로 통과되면 국토위 전체회의,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를 거쳐 본회의까지 올라가는 데 순항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구시, 경북도와 정치권은 법안심사 하루전인 22일 특별법안을 최종 점검하기 위해 당·정 회의를 연다. 당·정 협의회에는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관계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국토위 소속 여당 간사인 김정재·강대식 의원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당·정 최종 합의안을 마련해 23일 법안소위 심사에 대비할 계획이다.어쨌든 민주당 협조 없이는 통합신공항 특별법안 통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홍 시장을 비롯해 대구·경북 관련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은 민주당 국토위 소속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현재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안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안의 내용이 비슷하다는 점을 내세워 두 법안의 국회 통과가 같은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며 ‘동시 통과론’을 주장하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안은 일정상 빨라야 12월중에 국회 국방위 법안소위에 회부될 것으로 보여, 결국 민주당의 ‘동시 통과론’은 통합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늦추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현재 정치권 분위기는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짙은 것 같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논란, 정부 예산안 심사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이 쌓여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통합신공항 특별법안 논의를 뒷전으로 밀어 둘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별법안은 23일 법안소위를 통과해야 국토위 전체회의, 법사위 심사 등을 거쳐 연내 국회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연내 국회 통과는 결국 민주당의 협조에 달려 있는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 정치권은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야당설득을 해 내야 한다.

2022-11-17

대구 충전소 화재, 도심 위험물 시설 안전하나

지난 16일 대구 서구의 한 LP가스 충전소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나자 소방본부가 55대의 소방차와 92명의 인력을 긴급 출동시켜 화재는 20여분만에 진화됐으나 현장에 있던 직원과 손님 등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다행히 다친 사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화상 정도가 심해 일부는 한달 이상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폭발음과 함께 일어난 이날 화재로 인근 주민도 크게 놀랐다. 벽에 걸어둔 액자가 흔들릴 정도의 심한 진동과 폭발음으로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소방 관계자가 “가스 폭발과 화재가 동시에 일어났고 폭발지점이 충전소와 대형 탱크로리 사이로 추정된다”고 말했으나 경찰 조사가 진행돼 봐야 자세한 원인을 알 것 같다.대구시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시내 LP가스 충전소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내 가스 충전소가 한두 군데도 아니고 도심 가운데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크다.때마침 서울 이태원 참사가 있은 뒤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시설물에 대한 점검이 따로 있어야 한다. 가스 충전소뿐 아니라 가스연료 차량도 많이 운행돼 관련자에 대한 안전교육도 필요하다.2년 전 부산의 한 LP가스 충전소에서 화재가 나 작업 중이던 인부 2명이 숨졌다. 대구 가스 충전소의 화재가 더 크게 번지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나 철저한 안전관리로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게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재난 사고는 예방 조치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사고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도심에 있는 작은 가스충전소의 화재 사고지만 우리사회에 경각심을 준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태원 참사 대응 과정에서 보듯이 시민의 안전은 공직사회의 철저한 안전의식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2-11-17

포항의 옛시 노래가 되다

윤영대수필가 11월 14일 월요일 오후 7시30분 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있는 경북교육청 문화원 대강당에서 ‘포항의 옛시(한시) 노래가 되다’라는 예술공연이 있었다. 월요일 공연이라 좀 마뜩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인의 권유로 보러 갔었다.경북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알스노바(ArsNova)종합예술단이 주관한 무대공연이었는데 춤과 노래, 시 낭송 그리고 연주까지 색감 넘치는 무대에서 펼쳐진 포항을 주제로 한 예술공연이었으며 한복 차림을 한 공연자들의 모습이 참 좋았다. 이번에 11번째 공연을 한 알스노바종합예술단은 ‘예술로 사회를 아름답게 정화시키는 역할을 소망’하며 2007년 창단하였다고 한다. 그 후 2011년 1회 정기공연을 시작으로 15년간 성악, 보컬, 기악, 국악뿐만 아니라 실용음악과 무용까지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입구에서 받은 팸플릿 표지를 보고 음악회보다는 역사문학 강연인 것 같은 착각을 했으나 무대 화면에서 시를 읽고 노래를 들으면서 포항의 숨겨진 풍광과 역사 속을 거니는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포항지역학연구회 권영호 연구원이 ‘포항 한시 소개’에서 밝히는 바에 의하면 그동안 회재집(晦齋集), 시암집(是巖集) 등 숱한 고서를 읽고 포항 연일 장기 청하 등 포항 고을을 오가며 옛 문인들이 노래한 1천300여 편에 달하는 한시를 발굴, 번역하였고, 그중 15편을 골라 현대적인 선율을 입힌 창작가곡을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나 또한 몇 개의 한시를 보긴 했으나 이렇게 많은 시가 있는 줄 몰랐고 지금은 사라진 지역의 문화재와 풍습의 존재를 알게 되어 참으로 가치 있는 관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들 옛 시를 현대적 선율로 해석하고 작곡한 임주섭 윤재덕을 비롯한 5명의 작곡가와 서로의 마음을 합쳐 가곡 무대를 완성해준 10여 명의 남녀 성악가들 또한 멋있었다.가곡의 제목과 가사에는 남빈 바닷가 모래밭의 갈대와 달이 뜬 풍경이 그려져 있고, 해도에 소금밭 염전이 있어서 임금에게 진상하는 최고의 소금인 자염(煮鹽)을 만들어 부유한 고을을 꿈꾸었다는 것도 알았다. 또 시 낭송을 듣고 청하에 해월루가 있었고 영일만을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고래도 있었다니 옛날의 풍광이 놀랍고 그리워지기도 한다.공연의 내용을 보면, ‘포항을 노래하다’에서 영일만 형산강 내연폭포가 나오고 ‘옛 마을 찾아’에서는 연일 우현 남빈 학산의 옛 명칭도 알게 되고 보니 현대적 풍광인 포스코와 동빈항의 밑그림이 된 이들 지역을 다시 한번 돌아볼까도 생각했다. 옛 이름 ‘봉산’인 장기는 유배지라 많은 인물이 머물렀기에 천리 밖에서 남은 생애를 보내는 선비의 탄식도 들었다. 대형 스크린의 한시를 읽으며 창작가곡과 함께 피아노 플루트 첼로 바이올린의 선율 또한 고급 창작 문화를 체험하게 했다.우리 지역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잇고 문화유산을 계승하고자 앞으로도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다양한 공연을 창작, 기획하여 격 높은 예술문화 콘텐츠로 시민의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하고자 다짐하는 이항덕 단장과 알스노바종합예술단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2022-11-17

금수강산(錦繡江山)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북쪽에서 내려온 단풍의 불길이 한반도 동남쪽을 태우고 있다. 그 불길이 다 소진되기 전에 단풍구경을 나섰다. 집에서 가까운 산길 초입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서 오색의 향연 속으로 들어갔다. 키 큰 관목들의 단풍이 가을볕을 역광으로 형형색색 찬란한 스테인드그라스가 되어 있었다. 한 점 그늘도 없는 열락의 성소(聖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감격에 울컥 뜨거워지는 마음이었다.우리나라를 흔히들 금수강산이라고 한다.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산천경계가 아름답다는 말이다. 봄에는 연두색 바탕에다 온갖 꽃들을 수놓고, 가을은 그야말로 오색이 찬란한 비단폭이다. 여름의 녹음과 겨울 설경도 색감으로는 단조롭지만 그 무게와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런 천혜의 자연이 모국인 것만으로도 어찌 크나큰 은총이고 다행이 아닌가.오륙십 년 전만 해도 금수강산이란 말이 무색하게 헐벗은 산이 많았다. 조선 말기의 혼란과 일제의 침탈, 6·25전쟁의 참화를 겪으면서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과 함께 강산도 초토화 되어 있었다. 목재와 땔감을 위한 남벌로 민둥산이 되어 비가 오면 사태가 나고 가물면 강이 말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산림녹화·사방사업은 그야말로 앞을 내다본 치산치수였다. 그 덕택으로 대한민국은 다시 화려한 금수강산을 회복했다. 그 때는 미처 몰랐었는데, 수 십 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에 와서야 그 산림녹화사업과 새마을사업이, 경제개발사업들이 얼마나 선경지명이 있는 위대한 업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참으로 안타깝게도 삼천리금수강산이란 말은 아직 성립이 안 된다. 한반도의 반쪽이 민둥산인 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몰래 찍어온 북한의 시골풍경에는 산에 나무가 거의 없었다.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 역시 헐벗고 굶주린 모습이었다. 산천이 헐벗으면 백성들도 헐벗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게 바로 김일성 일가가 대를 이어 이 땅과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죄악상이다.금수강산을 훼손하고 민심을 피폐케 하는 세력들이 대한민국에도 많다는 사실은 통탄을 넘어 공포스러운 일이다. 태양광발전이니 풍력발전이니 하는 것으로 국토를 파괴하는 행위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치와 산업과 교육과 언론과 법조와 문화와 심지어 종교까지 장악한, 소위 종북좌파들이 나라를 패망의 길로 끌고 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형국이다. 사악하고 파렴치한 모함과 패륜의 선전선동으로 민심과 민생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결국 북한처럼 강산도 다시 헐벗게 하려는 수작에 다름 아닐 터이다.전직 대통령이 기르던 개를 버려서 비정한 인성의 일단을 드러내더니, 이번에는 신부(神父)라는 자들이 순방 중인 대통령의 비행기가 추락하기를 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보통사람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좌경화가 어떻게 인간성을 파괴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과 성직자란 자들의 인성이 그럴진대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오죽하겠는가. 삼천리금수강산을 회복하고 지키기 위해서 각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숙고할 때이다.

2022-11-17

공직자에 여전히 유효한 공자의 가르침

논어(論語)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어록을 수록한 책으로 동양사상사를 대표하는 고전이다. 무려 2500여 년 전에 나눈 대화임에도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도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은 논어가 지닌 위대한 힘이다. 필자의 경우 대학시절 교양선택으로 ‘논어강독’을 수강한 이래 지금까지 애장하면서 틈틈이 읽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이 고전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사실 원전으로 읽기에 논어는 쉬운 책이 아니다. 짧은 한문 실력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워낙 그 표현이 축약·중의적이어서 명쾌한 해석이 어렵다. 그래서 논어원문 그 자체보다는 다양한 해설서를 참고해서 읽게 되는데 학자들마다 풀이가 달라 어떤 해석이 맞을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게 논어의 또 다른 재미다.논어는 단순한 윤리교과서가 아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제왕학일 수도 있고 선비론일 수도 있고 인간관계론일 수도 있다. 현대의 여러 학문분야, 예컨대 정치학, 사회학, 경영학, 교육학, 군사학, 역사학, 문학…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논어는 편집이 그다지 잘 된 책이라 할 수 없다. 논어는 총 20편으로 되어 있는데 각 편의 제목도 시작되는 첫 머리 글자를 땄을 뿐 내용의 일관성이 없다. 그런 비체계성이 논어를 읽는 또 다른 매력일지도 모른다. 굳이 첫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읽을 필요가 없고 불현듯 펼치는 대로 명언을 발견하고 그 뜻을 음미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의 어록을 인터넷 서핑하듯 찾다보면 보석같은 가르침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필자는 공직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치, 행정 쪽에 관심이 많다. 공자는 스스로 훌륭한 공직자가 되어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했기에 비교적 이에 관한 언급이 많다. 그가 추구했던 정치는 올바르게 하는 것(正)이었다(政者正也). 군자가 자기수양을 통해 인(仁)과 덕(德)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백성을 교화하고 이끌어 나가는 것을 그는 정치라 보았다.그럼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는 백성의 신뢰라고 생각했다(民無信不立).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국방을 튼튼하게 하면 백성의 신뢰를 얻게 된다(足食足兵 民信之矣). 이 중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먼저 군사력이요 두 번째가 식량(경제)이나 끝까지 고수해야 할 것이 바로 신뢰라고 그는 주장했다. 주낙영 경주시장 그리고 자로가 임금을 섬기는 법을 물었을 때 “임금을 속이지 말고 임금이 싫은 내색을 하더라도 직언을 하라”(勿欺也, 而犯之)고 하였다. 또한 “빨리 성과를 내려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탐내지 말아야 한다”(無欲速, 無見小利)고 하여 졸속행정을 경계하기도 하였다. 특히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들이 찾아온다”(近者悅 遠自來)는 가르침은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자치단체장들에게 지금도 유효한 처방이다.이밖에도 논어에는 인사의 원칙, 법집행의 기준, 근무자세 등 공직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금과옥조로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공자는 자신의 사상과 능력을 펼칠 기회를 평생 갖지 못했다. 14년간이나 제자들과 함께 풍찬노숙을 하며 세상을 돌아다녔지만 아무에게서도 부름을 받지 못했으며 때로는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구나”(莫我知我夫)라 탄식하면서도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지 않고(不怨天 不尤人) 묵묵히 자기완성의 길을 걸어갔던 위대한 인간 공자를 논어에서 만난다.

2022-11-17

지나친 성상품화는 멈추어야 한다

김규인수필가 성상품화란 인간의 성을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성 자체나 성과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거나, 제품을 판매하는 일에 성적 연상이나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도 성상품화다. 산업의 홍보에 성상품화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한다.자본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모든 것은 자본재가 될 수 있다고 한 소스타인 베블런의 글이 아니더라도 자본주의는 돈이 되는 것은 다 상품화한다. 사람의 몸뿐 아니라 성까지도 상품화하여 시장에 판다. 이러한 성은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여 소비를 촉진하는 상업주의와 영합하여 소비전략의 중요한 도구가 된다.다른 사람에게 돋보이려 화려한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자신을 드러나는 패션을 선택한다. 누군가가 부러움이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면 사람들은 어깨에 한껏 더 힘을 준다. 어쩌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만족과 존재를 확인하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스스로를 전시하고 판매한다.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이미 상품화되어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하여 꾸미는 문장으로 이력서를 쓰고 멋진 옷을 골라 입는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노동 뿐만 아니라 생활의 모든 부분을 상품 가치로 전환하여 돈으로 바꾸고 심지어 인간의 성까지도 상품화한다. 성과는 무관할 것 같은 스포츠에서 성의 상품화는 심각하고 아이돌의 성상품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론은 독자 확보를 위하여 선정적인 내용을 부각하고 이를 부추기며 무차별적으로 퍼뜨린다.몸값을 올려야 하는 여성 아이돌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노출이 있는 무대 의상, 선정적인 춤, 관능적 모습을 담은 광고로 이어진다. 여성 아이돌의 이러한 성 상품화 문제와 더불어, 이들이 팬덤 및 대중의 관심을 모아야 하기에 성상품화 문제를 확장하였다.유튜버가 유튜브 채널에 비행기 승무원 유니폼을 착용한 선정적인 영상을 올렸다. 선정적인 영상이라 성상품화 논란이 있다는 기사를 한국경제신문의 보도 이후, 다른 언론도 앞다퉈 ‘승무원 룩북 영상으로 성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를 올렸다. 해당 언론 보도가 오히려 관련 유튜브 영상을 더욱 확산시킨다.대부분 언론은 ‘룩북’ 영상의 선정적인 문제를 부각하며 성상품화를 말한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기사 제목과 사진, 영상은 더욱 선정성을 부가하여 유튜브 영상을 널리 퍼뜨린다. 일반인이 잘 모르던 유튜브 영상을 퍼뜨리며 자신들 홈페이지의 클릭을 유도한다. 이것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쪽은 선정성을 지적하는 언론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청소년들이나 일반 국민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성에 관한 선정적인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정보화 사회에서 대중매체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청소년들에게 여성에 대한 가치체계와 성적 충동에 영향을 준다. 이미 깊이 빠져버린 성상품화 속에서 우리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성마저 팔아버리는 지나친 성상품화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2022-11-16

수능을 생각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수능 아침. 청년들이 십대를 마감하며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 앞에 온 나라가 거의 멈춘다. 날씨보다 마음이 훨씬 춥다. 수험생은 마음이 떨리고 부모는 가슴이 아린다. ‘최선을 던져라’ 응원하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속내가 종일 힘들다. 실수없이 실력만큼 지르고 오기를 기원한다. 친구들이 경쟁의 대상이 되어버린 오늘이 밉다. 선생님도 제자들의 이 하루가 안타깝고, 가족과 친지들도 같은 마음이다. 이날은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다. 세 번째 맞는 코로나 수능. 수능만큼은 누구도 소홀할 수가 없다. 온 나라가 절묘한 긴장에 빠져든다.수능의 ‘역할’은 무엇인가. 실력평가인가 소양인증인가. 대학입시를 위해 설정된 관문이지만, 실력을 평가해서 줄세우기의 도구로 삼는 일은 너무 낡은 생각이다. 대학 공부를 해낼 수 있겠는지 기초적인 소양을 인증하는 정도로 그 기능을 조절해야 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이 놀랄만큼 다양하다. 수능의 결과로 학생의 진짜 실력을 평가할 수가 이제는 없다. 겨울로 들어가는 길 스산한 아침에 서 있는 수능의 고전적인 모습은 유효기간이 지났다.그 ‘하루’도 문제다.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바닥인 건 용납되지 않는다.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오늘을 피하지 못한다. 엄청난 경사를 맞거나 깊은 슬픔을 당해도 수능은 수능이다. 무조건 오늘 치른다. 딱 하루 딱 한 번이다. 거른다면 온통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365일 가운데 딱 하루만 치러야 한다는 생각은 누가 만들었을까. 여지껏 그랬다 해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교육과 관련된 제도를 바라보는 정책적 시선이 어쩐지 느슨하고 게으르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우리 수능은 멈춰 서 있다. 생기발랄한 십대에게는 일 년에 적어도 몇 차례 기회를 주어야 한다. 대학이 무슨 성역인가. 고등교육을 위한 준비상태를 살핀다면서 이처럼 불필요한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가. 대학입시와 고등교육에 관한 결정도 과감하게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대학입학을 위한 기본소양을 살피는 새로운 수능은 일 년에 수차 치를 수 있도록 하여, 학생도 교사도 부모도 훨씬 편안하고 유연하게 치러야 한다. 실수를 돌아보며 수정해 가는 값진 경험도 허용해야 한다. 일 년에 딱 하루 로또처럼 만나는 수능은 이제 접어야 한다. 딱 한 번 시험을 잘 쳤던 경험을 평생 붙들고 국민 앞에 무례하게 서 있는 사람들을 목격하지 않는가. 제도와 시스템은 시대와 세대에 어울리게 바꾸어야 한다.오늘을 향해 달려온 수험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기울인 수고와 노력에는 결실과 보상이 반드시 돌아오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꾸준히 실력을 쌓은 사람이 끝내 이기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교육을 생각하면서 ‘한판의 경쟁’을 떠올리는 게 정상일까. 일등만 대접받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과정도 결과도 모두에게 뿌듯함과 보람을 안겨주어야 한다. 수능과 대입제도, 대학과 대학교육은 오늘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다음세대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11-16

미술관 나들이

양태순 수필가 허기, 갈망하는 것이 있다면 늘 있는 것. 배고픔이야 지난 일이 되었지만 또 다른 허기가 찾아왔다.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고,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가 있다면 비켜 가기 어려운 자질 적인 문제에 목이 마르다. 내 그릇의 크기를 못내 아쉬워하며 자책하는 허허로움이 정신을 파먹는다. 그럴 때면 가슴이 텅 비어있는 듯한 허기를 느낀다.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책을 읽어 무릎을 치는 문장 안에서 위로를 얻는 이도 있고,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사람의 모습을 통해 작은 깨우침을 얻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덮어서 미뤄둔다. 예술에 소양이 모자라는 나는 그림으로 채워보려 마음 먹었다.미술관 나들이에 나섰다. 마침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전시회가 있었다. 88 서울 올림픽 기간에 펼쳐진 세계현대미술제의 작품 중 일부가 전시되는 기간이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려 했지만 교육 기간이라 들을 수 없었다. 입구에 눈길을 사로잡는 붉은 새가 보였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을 가르며 날개로 균형을 잡은 채 위도 아래도 아닌 멈추어서 사방을 주시하는 듯했다. 참으로 멋진 새라 여겨 다가가서 제목을 보고는 웃고 말았다. 스위스 작가 피터 크나프의 ‘동풍IVA+동풍IVB’이었다. QR코드로 설명을 들으니 스위스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것을 표현한 것이란다. 역시 내 안목은 수준 미달인 것이 분명했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그저 즐기자는 마음으로 감상을 시작했다.제목 맞추기 게임을 시작했다. 맞추는 게 없었다. 그림에서 인간이 느끼는 어떤 아픔이나 슬픔이 느껴져서 제목이 이런 것을 포함하지 않을까 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미술가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정신세계는 높기만 했다. 보이는 대로 느끼는 것이라지만 그림에 녹아 있는 숨결이 따뜻하다와 어둡다 정도가 한계였다. 발길을 멈추게 했던 몇 작품은 사진으로 남겼다.사진을 남기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한다.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뭉클한 감동이나 색채가 주는 신비로운 힘이 경이롭기 때문이었다. 조금은 에스앤에스를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앨범에 수록되고 나면 먼지와 함께 잠들어버릴 줄 알면서도 진행형인 행동이다. 가는 곳마다 남기는 사진들은 그날의 즐거움과 감동, 동행한 이들과의 사교적인 친목에 힘입어 얼마간은 살아있다. 그리고 바쁜 일상에 밀려 추억의 서랍에서 낡아간다. 그 며칠을 위해 끊임없이 누르는 셔터의 의미가 다일까. 언젠가 뒤돌아보는 날이 많아질 때 이름의 뒤에 따라붙는 내 역사의 일부이기 때문은 아닐까.미술가가 작품을 남기는 이유는 다를 것이다. 능력이나 재능을 갈고닦은 실력은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에 힘입어 빛을 발한다. 사물을 보는 데 있어서나 사람을 관찰하는 행위를 통해 세상의 온갖 감정이나 감동이 마음속에서 끓어오를 때면 표출해야만 할 격정에 사로잡히지 않을까 싶다. 보이는 대로의 모습이기보다는 생각이라는 회로를 거쳐 작품이 형상화된다. 그 속에는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혼을 쏟아부은 정신적인 부분이 있어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다. 자신을 위한 것이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도 하고, 세계를 향한 눈을 비틀어 주어 정확하게 인지하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추측해본다.미술이란 내게는 늘 어려운 분야다. 그림, 조각, 건축, 공예, 서예 등. 오늘 제목 맞추기 게임에서 하나도 맞추지 못한 실력이니 알만하리라. 그래서 하지 못한 숙제에 걱정이 달라붙듯 전시회 일정을 알아도 선선히 관람하기가 쉽지 않다. 어렵다고 뒤로 미룰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기에 조금씩 다가가려 한다.알지 못하는 분야에 관심을 주는 일은 열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책을 뒤지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관람하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여 내 것으로 만들려면 편리와 빨리 글자를 멀리해야 할 것이다. 묵묵히 눈으로 마음으로 보고 또 보는 것만이 이해의 길로 들어선다고 믿으며 애정을 쏟아야 하는 일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풍경화를 시작으로 한 발짝 내디딘다.무엇인가를 채우는 일은 부푸는 만월이다. 지적인 허기와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과정에서 만나는 깨달음은 빗방울 같은 두드림으로 가슴을 넓혀준다. 만월의 그득함이 내게로 옮겨 앉는 일이다.

2022-11-16

‘규제 혁신’, 그 속의 함의를 따져보다

환경과 산업, 제도와 규제 등은 일반적으로 상충되는 의미를 지닌다. 신산업 육성 등의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환경영향평가를 들어 반대 의견부터 제시하는 경우가 잦다. 개발과 환경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오랜 기간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도 많다. 대화와 토론, 타협을 통해 해결하자는 논리는 꼭 정반합의 원리로 진행되지 않는다. 밀고 당기는 힘의 논리에 의해 교착상태에 빠지거나 명분에 갇혀 해결이 지연되기도 한다.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개발의 논리가 친환경 등 녹색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분법의 논리가 흐려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실현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 덕분이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으로,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했다. 녹색분류체계는 6개 환경목표를 두고 경제활동을 분류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 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이 그것이다. 6대 환경목표를 기준으로 삼아 신사업을 추진할 때 친환경 여부를 판단한다. 투자지원 등 녹색금융도 환경목표에 부합하면 가능하다.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실제로 독일의 세계적인 해운회사인 하파크로이드(Hapag-Lloyd)는 2020년 대우조선해양에 LNG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할 때 위의 환경목표에 부합해 녹색금융의 지원을 받았다. 12개의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대출을 해줄 때 대출시장협회(Loan Market Association)가 제정한 녹색대출원칙을 충족해 전폭적인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산업의 규제도 친환경일 경우 혁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각 분야별 신기술 개발 등 다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규제 혁신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술 환경의 변화를 현장에서 즉각 수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랐다. 규제법령의 조문 등이 오래되고 현장의 목소리가 행정과 입법의 영역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해양수산부는 얼마 전 자율운항선박과 친환경선박의 상용화를 위해 규제 혁신에 나선다고 밝혔다. 친환경 선박의 시험운항에 소요되는 각종 규제를 간소화하고, 친환경 신기술로 개발된 설비와 기자재의 인증기간도 1년 이상 단축한다고 한다. 해양바이오 소재 활용도 다변화한다. 굴 등 패류 뿐만 아니라 갑각류에서 나오는 부산물도 폐기물이 아닌, 해양바이오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해양심층수 소금 역시 별도 식품유형으로 분리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더불어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초점을 두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산물에 대해 금어기와 금지체장 등 규제 일변도로 수산업을 관리해왔다. 자연스레 단속과 신고로 질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최종산출물 중심의 총허용어획량(TAC, Total Allowable Catch, 어종별 어획할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해 어획하는 제도)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하기로 했다. 수산자원의 증감을 따져 어종별로 잡을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하고, 장기적인 관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어업을 실현시키겠다는 복안이다.녹색경제활동과 친환경 기술 개발, 지속가능한 어업 등은 현재 우리가 처한 전 지구적 상황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환경과 개발이란 구태의연한 논리에서 벗어난 상생의 길이기도 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진통 하나 없을 수는 없다. 정현미 작가 이번 규제 혁신 내용 중에는 항포구, 어항 등지에 쇼핑센터와 일반업무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제한을 푼 혁신이 담겼다. 그동안 이 지역에는 횟집과 지역특산물 판매장 등으로 입점을 제한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었다. 또 바닷가 캠핑장 시설도 확충한다. 샤워장과 관리동 등을 늘려 바다 낚시객들이나 캠핑객들의 이용 편의를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이 같은 규제 혁신은 어촌계와의 갈등과 바닷가 인근의 환경오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동시에 해양레저관광객을 늘리고 어촌관광소득 증대로 어촌경제 활성화를 제고할 수도 있다. 상충되지만 함께 가야 할 방향이라는 논거가 성립되는 지점이다.모든 경제 활동이 녹색성장일 수 없다는 점은 당연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집단 지성의 혜안이지 않을까? 이번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규제 혁신안도 대국민공모전과 해양수산 업·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또 7천200여 개에 이르는 해양수산 규제법령 조문을 전수 조사해 개선과제를 발굴한 것이라고 한다. 각종 제도의 장점이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 위해 애쓴 결과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녹색경제활동이 전체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22-11-16

동절기 멀티데믹 우려

노승욱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트윈데믹이란 말이 등장했다.트윈데믹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독감(인플루엔자)의 동시 유행을 뜻한다. 그러더니 ‘멀티데믹(multiple pandemic)’이란 말까지 나왔다. 최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로 인한 급성호흡기감염증이 트윈데믹에 추가됐기 때문이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올겨울 미국 전역에서 RSV 감염 환자가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우리나라에서도 이달 초 경기도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11명이 RSV에 집단 감염됐다. RSV는 아직 예방 백신이나 적합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RSV로 인해 급성 모세기관지염에 걸린 대다수 환자는 9세 이하의 어린이로 알려져 있다.현재 독감 유행도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5주 차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평상시 유행 기준의 2배를 넘어섰다. 코로나19의 재유행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근래 들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일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국제통계분석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100만 명당 확진자 숫자 1위가 대한민국이라고 발표했다.이번 동절기에 멀티데믹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국민들의 경각심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위드 코로나’에 익숙해져 버린 측면도 있다. 올봄 오미크론 대유행을 거치면서 집단 면역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다. 염려되는 것은 현재 상황에 대해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개량 백신 접종률도 전체 인구의 3.7%에 불과하다.실제로 주변에서 개량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올봄 오미크론 확산 때 2~3차에 걸쳐 미리 백신을 맞았지만 결국은 걸렸다는 체험적 이유가 크다. 또한 백신을 맞고 나서 치르게 되는 여러 증상들에 대한 불편함과 두려움도 있다. 무엇보다 일년에 코로나19 백신을 몇 번까지 맞아도 안전한지, 접종을 하고 난 후의 부작용 대비 효율성은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적다.멀티데믹 현상이 우려되자 방역 당국은 개량 백신 추가 접종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치명률이 100배가 넘는 병을 예방하지 않고 독감에 더 집중해서 예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개량 백신 접종률이 독감 백신 접종률의 6분의 1 수준인 것을 지적한 것이다.개량 백신 접종에 대한 방역 당국의 독려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민들은 독감 백신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반면에 코로나19 개량 백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하다. 정부는 개량 백신 접종률이 낮은 것을 지적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에 대한 소통에 문제는 없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또한 국민이 국가를 신뢰할 때 멀티데믹이 극복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2022-11-16

수능 한파

홍석봉 정치에디터 17일은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통상 수능 날에는 한파가 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수능 한파’라는 이름이 붙었다. 본고사 때는 ‘입시 한파’가 있다.하지만 지금까지 29차례 치러진 수능시험 중 수능 한파가 온 것은 8차례뿐이다. 이중 지난 1998년 수능 당시 서울 기온이 영하 5.3도로 떨어져 역대 수능 중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되고 있다.그러면 ‘수능 한파’는 속설에 불과한 것일까? 수능시험 날에 추워지는 것이 아니라, 추워지는 시기에 수능 시험일이 잡힌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수능 시기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다. 추워지는 시기에 수능이 잡히니, 수능 날도 추울 확률이 당연히 높다. 실제로 1년 중 수능 직전의 열흘 남짓한 기간에 기온이 가장 빨리 떨어진다.수능시험 날은 또 아침 일찍 시험장에 가야 한다. 새벽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추운 시간이다. 평상시 출근 및 등교 시간보다 이른 새벽 6시쯤 집을 나서야 하니 추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수험생과 가족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긴장하면 신경도 더욱 예민해진다. 수험생의 긴장도 수능 한파에 한몫했을 터이다. 그리고 특별한 날의 기억은 사람의 뇌리에 깊이 남는다. 수험생들이 수능 날 느꼈던 단 한 차례의 추위 기억이 평생 간직되기 때문이다. 각인 효과다. 이런 연유로 수능 날의 추위가 특별하게 느껴지고 ‘수능 한파’라는 관형어로 굳어진 듯하다.17일 수능 날에는 한파가 없을 전망이다. 기상대는 수능 날 아침 최저 기온이 대구 4도, 포항 7도, 구미 3도, 안동 1도 등으로 평년 수준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수험생 여러분 편안하게 시험 치세요./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16

7차 유행속 치르는 수능… 철저히 대비하길

지난 9일 정부는 코로나19의 7차 대유행을 공식화했다. 최근 확진자 증가세와 더불어 위중증자, 사망자 등이 크게 늘어나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을 7차 대유행 시기로 본 것이다.이런 가운데 전국적으로 51만명에 가까운 수험생이 오늘 2023학년도 대학수능시험을 치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 번째다. 이번도 일반 시험장 외 코로나 유증상자와 확진자 등을 구분해 시험 관리를 한다.그러나 많은 학생이 모여 시험을 치르는 전국 행사여서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행여 확진자가 시험 당일 우왕좌왕하는 일은 없는지 마스크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경우는 없는지 시험장의 코로나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보건당국이 코로나 7차 대유행을 공식화하면서 유행 규모를 5만∼20만명으로 예측했다. 지난 여름철 유행 규모(최대 18만명)와 비슷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상황에 따라 더 늘거나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점 시기는 12월로 보았다. 여기서 상황이란 우리나라에선 아직은 미미한 신규 변이(BQ1.1, XBB)가 우세화할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신규 변이가 빠르게 유행해 국내 7차 대유행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11월 들어 코로나 유행 규모가 최대 7만명 대까지 이르고 있다. 16일 0시기준 대구에서는 2천936명, 경북은 23개 시·군에서 3천669명의 확진자가 나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수능이 끝나면 많은 학생들이 시험 해방감으로 바깥으로 나올 것으로 보여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상황이 3년째 접어들고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코로나 방역에 대한 국민적 긴장감이 많이 풀렸다.백신 접종률이 10%대에 이르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여름철 대유행이 잘 지나갔으니 겨울철도 잘 지내갈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전문가 지적에 공감하고 백신 접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 코로나가 독감보다 훨씬 무서운 병이라는 인식을 갖고 마스크 쓰기, 손씻기 등 개인 방역수칙 준수에 모두가 충실해야 7차 유행을 잘 넘길 수 있다.

2022-11-16

학교 급식비리는 ‘一罰百戒’로 엄벌해야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지난 9월부터 5주간 학교급식 운영실태를 특정감사한 결과, 법규위반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두 기관은 이번 감사에서 수의계약 체결 타당성, 입찰공고기간 준수여부, 무자격 업체와의 계약, 위장업체 중복 입찰, 입찰 담합 등을 중점 감사했다.대구시가 그제(15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법규위반으로 각종 처분을 받은 건수는 224건이며, 세부적인 지적건수는 1천827건에 달했다. 처분 내용을 보면, 지난 2019년부터 2년간 과소 반환된 시보조금 24억원을 환수조치하는 것을 비롯해 행정상 조치 22건, 신분상 조치 27명, 수사의뢰 96건, 고발 1건이다. 이중 학교급식 계약 낙찰률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위장업체를 설립한 후 입찰에 참여한 혐의를 받는 15개 업체에 대해서는 수사의뢰했다. 수의계약 위반 사례도 27건에 달했다. 보조금 환수와 관련해서는 대구시와 시교육청의 견해가 달라 향후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대구시와 시교육청이 이번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위반사례 건수를 각각 1천821건과 224건으로 서로 다르게 발표해 잡음이 일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처분 건수를 기준으로, 대구시는 세부 지적건수를기준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매일 식재료 검수서를 작성하면서 검수확인 서명을 2명 이상이 해야 하는데 모 중학교는 87일간 한 명이 서명한 것으로 적발됐으며, 시교육청은 이를 ‘1건처분’으로, 대구시는 ‘87건 처분’으로 발표했다. 단순한 집계방식 차이이긴 하지만, 학교 급식에 대해서는 시민들에게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맞다는 대구시 입장도 이해가 간다. 대구시가 올해 무상급식 보조금으로 시교육청에 지원한 예산은 738억원이다.학교급식을 둘러싼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먹는 급식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업체나 관련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비리관련자를 단순징계하거나 업체의 납품 중단 같은 미봉책으로 처벌해서는 급식비리를 근절시킬 수 없다.

2022-11-16

발달과 진화

조현태 수필가 소리 즉 진동을 공기 중에서 감지하는 방법은 귀의 고막을 통해 파악한다. 마찬가지로 물속에서 발생한 소리도 진동(파장)으로 감지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따라서 물고기도 귀가 있는 것처럼 소리를 감지한다고 한다.물고기는 귀가 없어도 소리를 감지한다는데 어떤 형태로든 물에 의해 전달되는 파장을 알아차리는 기관이 발달해 있을 것이다. 더구나 물속에서의 진동은 공기 중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전달된다니 놀랍다.한편 공기로 호흡하는 사람이나 짐승들은 공기 중에서 전달되는 소리를 귀로 듣는다. ‘귀’라는 기관은 너무 먼 곳에서 발생한 소리는 잘 듣지 못한다. 만약에 매우 미세한 소리나 아주 먼 곳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면 대단히 불편할지도 모른다. 얼마나 시끄럽고 온갖 소리가 겹쳐서 분간하기 어려울까 싶다.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도 역시 자연 속에 살아가는 가장 적절한 삶의 감각기관이 아닐까 한다.이렇게 지구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각자의 삶에 가장 적절한 감각기관을 운용하며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물론 종이 다른 동물 사이에는 색다른 차이가 있겠지만 같은 종에서도 각각에 따라 반드시 차이가 있을 터이다. 그것을 다른 표현으로 개성이라 할 수도 있겠다.각자 살기에 편리하도록 기관과 감각이 발달해 있다. 사람에게로 개성을 살펴보자.어느 날 어느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때 필자는 BBC earth 채널 방송을 보고 있었다.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말은 대부분 일상적인 수다였고 끝도 없이 주절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그리 중요하다고 여기지도 않았고 크게 관심이 가지도 않았다. 왜냐면 지구 환경에 관한 방송에 집중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갑자기 ‘질문을 했으면 대답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무슨 질문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내 말에 쨍그랑 접시 깨지는 소리를 했다. 여태껏 전화로 한 말은 안 듣고 뭐하느냐고 대거리를 했다. 나는 대단히 머쓱해졌다. 미안한 마음으로 BBC 방송에 정신이 팔려 잘 못 들었다고 사과했더니 발칵 화를 냈다. 어찌하여 친구가 하는 말은 듣지도 않고 돈단무심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성의가 없다는 둥, 관심도 없다는 둥, 여자 친구를 무시한다는 둥. 처음에는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으나 금세 진실로 화가 났구나 싶었다. 덩달아 나도 같이 화난 소리를 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면 넘어가도 될 일이지 무슨 까닭으로 전화에 대고 이토록 호통을 치느냐고 했다.내가 관심 깊은 방송을 보는 중에 전화가 왔고 30분씩이나 조잘대고 있으니 건성으로 들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니냐고. 자기 전화에 남의 관심사를 묻어버리려는 태도는 더 나쁘지 않느냐고 했다. 각자 삶의 방향이 다를 때 관심이나 감각도 자기를 중심으로 발달하지 않겠는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개성도 없지 싶다. 그래야 진화도 있을 터이다.대체적으로 이렇게 각자의 상황이 상대에게도 적합한 줄로 오해하는 것에서 잡음이 생기고 다툼으로 번지며 심하면 싸움까지 한다.

2022-11-15

책임의식 없다면 대통령의 냉정함으로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2012년 11월 23일 부임한지 5개월 밖에 안 된 서울동부지검장이 갑자기 사표를 냈는데, 사의표명 이유는 검사 실무수습을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된, K검사가 피의자인 40대 여성을 집무실로 불러 조사하던 중의 유사 성행위와 그 뒤에 인근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 가진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사의를 표한 지검장은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서울동부지검에서 발생한 불미사태에 관해 청의 관리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사건이 터지자 K검사 소속 형사부 관리·지도자에 해당하는 부장검사까지 책임론이 논의되었으나, 지검장에 대해선 직접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검장은 “K검사 사태로 조직의 위신이 바닥에 추락한 상태에서 다시 조직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이번 사태를 처음 접하는 순간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마음을 비웠다”며 사의표명 배경을 설명했고, 지검장이 기꺼이 희생양을 자청한 덕택에 사건 소속 형사부 선임 검사들의 책임문제가 해소됐다 한다. 이태원 참사가 터진 뒤 관련자들이 책임의식이 전혀 없는 모습에 2012년 서울동부지검사건이 생각났다.보도된 바에 의하면 경찰과 정부의 보고체계는 엉망진창이었다.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보다 늦게 내부 알림문자로 사태를 알게 됐고, 치안 총책임자인 경찰청장은 캠핑장에서 잠자느라 대통령보다 73분이나 늦게 보고 받았다. 이쯤 되면 사고지역 경찰서장, 서울경찰청장 그리고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즉시 인사조치가 있어야 했으며 행안부 장관도 즉시 사퇴했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어느 인터뷰의 책임 언급에서 ‘사표를 폼 나게 던진다’는 표현을 쓰는 등 장관은 임명권자에 대한 예의도 잊은 채 국민을 우롱하는 말을 하는 것 같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책임지우는 문제는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권한에 맞춰 얼마만큼 책임 물어야 할지를 판단한 다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는데, 책임질 인사가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대통령께서도 범죄의 구성요건을 따져서 기소하던 검사 시절의 의식이나 사법시험 2차 날짜를 며칠 앞두고 친구의 함진아비로 대구까지 갔다는 일화에서처럼 개인적 의리 같은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주장하는 사항들이 오늘날 민주국가 지도자에겐 맞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깊이 새겨야 할 사항도 있을 것이다. 군주의 덕목으로 “혼란을 막지 못하는 부드러움 보다 가혹한 조치로 질서를 세우는 것이 낫다” 또는 “지도자의 자질은 그 부하를 보면 안다”라는 말들은 오늘날 민주국가 대통령에게도 그대로 해당할 것이다.지금이라도 이태원 참사의 안전대책에 법적뿐만 아니라 정무적·도덕적 책임이 있는 사람은 즉시 문책해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개인적 의리를 지키는 것보다 나라와 국민을 안정되게 하는 것이 더 원칙적이고 상식적이다. 정부 각 부서의 장들이 책임의식이 없다면 대통령은 통치자로서 냉정하고 엄정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22-11-15

이태원, 환상과 현실

이태원 참사 이틀 뒤 월요일, 오전 수업에서 출석 확인을 위해 학생들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다가 목이 멨다. 안녕을 묻기조차 죄스러운 아침에 학생들에게 “무사하게 여기 앉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50명 정도가 수강하는 수업이라 매주 네다섯 명쯤은 결석하는데, 이날은 이름을 불러 대답이 없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수업 마치고 조교를 통해 연락했더니 다행히 모두 별 일 없었다. 요 며칠 보도블록 위에 떨어진 플라타너스 낙엽 위로 늦가을 햇살이 부드럽기만 하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지는 그런 나날이다.참사 직후에는 슬픔보다 분노가 더 컸다. 주체할 수 없어서, 학생들에게 다소 격한 목소리로 거친 생각을 토해냈다. 아니다. 감정을 토해냈다. “먹고 놀고 마냥 웃고 즐기는 티브이 예능프로그램들 몇 개만 남겨두고 싹 다 없애면 좋겠다”고 운을 뗀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갔다. 학생들에게 말한 내용 그대로 옮긴다.티브이도 SNS도 환상만 주입하지 현실은 말하지 않는다. 이태원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만 보게 하지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 차와 사람이 마구 뒤엉켜 복잡한 도로, 마약과 성범죄 등 어두운 그늘은 은폐한다. 여행지의 아름다움만 노래하고 강도나 인종 혐오 등 치안 위험에 대해선 함구하는 여행상품이나 마찬가지다. 미디어와 SNS는 환상을 부추기면서 현실을 망각시킨다. 잊어야 할 괴롭고 팍팍한 현실이 얼마나 많으면, 다 잊고서 먹고 마시고 즐기라 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까지 잊게 하니 문제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차와 경찰차를 보고 핼로윈 코스튬인 줄 알았다고 한다. 사이렌 소리에 맞춰 음악을 틀고 노래 부르며 뛰었다. 환상에 취해 현실감이 마비된 것이다.축제의 주말을 즐기러 이태원에 간 사람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사람들에게 환상을 선물하면서 현실을 빼앗아간 미디어의 잘못이다. 도시 인프라의 몸피보다 몇 배는 큰 대중의 욕망을 다 수용도 못하면서 미디어와 함께 방관하고, 환상이 무너졌을 때 추락하는 이들이 무사하도록 완충력 지닌 튼튼한 현실을 만들지 못한 위정자들 잘못이다. 소방관, 경찰, 군인 등 제복에 대한 존경이 없는 사회 풍조도 그렇다. 내가 누리는 자유가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그 사실을 알면 쾌락원리를 위반하는 환상에 속지 않고 절제할 수 있다.쾌락은 아름다운 것이고, 환상 없이 우리는 살 수 없지만, 쾌락은 무책임하다. 환상은 아무것도 돌보지 않는다. 너무 황당해 믿을 수 없는 이 참사가 환상이면 좋겠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밤의 비극이 악몽이었다는 듯, 다음날 오후 텅 빈 이태원 거리가 다른 세상 같다. 하지만 현실이다.다른 거 다 차치하고,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서울이 초과밀도 사회라는 것이다.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서로 빽빽하게 끼여 숨 막히면서 사는 도시다. 서울이라는 사회는 인구의 밀도를, 자본의 밀도를, 욕망의 밀도를 다 감당하지도 못하면서, 자꾸 ‘인 서울’을 꿈꾸게 한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제일 안타까운 건, 아직도 대한민국이 타자에 대한 관용, 다름에 대한 존중이 없는 보수적이고 경직된 사회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핼로윈이라 해도 좀비 분장을 하고, 코스프레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타인의 따가운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곳은 서울에 몇 군데 없다. 대한민국에서 오직 이태원만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 여러 가치, 다채로운 개성, 전위적인 서브컬처, 소수성이 한 데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다. 이태원밖에 없기 때문에 이태원으로 모여든 거다.“놀다가 죽었다”는 말을 누구도 쉽게 뱉어선 안 된다. 유년기부터 자연스레 핼로윈을 축제로 받아들인 청년들에게 이태원은 타인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들뜰 수 있는 곳이다. 놀다 죽은 게 아니라 그냥 걷다 죽은 사람들이다. 들뜨고 신난 게 잘못인가?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라면 10만명 아니라 100만명이 모여도 누구 하나 다치지 않아야 한다.더 말을 잇지 못하겠다.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있길 기도한다.

2022-11-15

오늘을 위한 달리기

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 호흡에 맞춰 뛰는 것이다. /언스플래쉬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날이다. 그럴 때엔 몸을 움직여야 한다. 평소 명상이나 요가를 즐겨 했지만 요즘은 달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생각 없이 뛰다 보면 어느덧 숨은 목 끝까지 차고 다리엔 힘이 풀려 후들거린다. 현재 남은 거리를 막연히 계산하다보면, 과연 내가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포기하고 싶은 욕망이 든다. 달리기뿐만 아니라 근래 내가 도전했던 모든 것들이 그랬다. 이게 정말 맞는 건지, 올바른 것인지 계산하느라 나아가는 걸 금방 멈추곤 했다. 하지만 러닝은 그런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주고,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발 더 내딛으며 고통을 극복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게 해주었다.나는 아직 러닝 초보라 주로 회복 러닝을 택해서 한다. 회복 러닝은 몸이 러닝에 익숙해질 때까지 편안하고 즐겁게 달리며 몸을 깨운다. 회복 러닝에서 가장 중요히 여기는 건 몸이 달리기에서 익숙해질 때까지 나를 기다리는 일이다.나를 기다리는 여정은 힘들지만 자유롭다. 달리는 동안에는 타인과 나의 러닝 속도를 절대 비교하지 않는다. 오로지 달리기 이전의 나의 모습과 완주한 나의 모습을 비교할 뿐이다. 인내와 통찰의 시간을 견디며 달리다 보면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와 충동에서 멀리 벗어나게 된다. 또한 완주하는 순간까지의 노력은 오롯이 나의 몫이기 때문에 그 시간의 주인공은 내가 된다.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빠른 속도도 바른 자세도 아닌, 나의 호흡에 맞추어 뛰는 것이다. 너무 힘들다면 스스로 달리는 속도를 조절하고, 앞뒤로 움직이는 팔의 움직임을 강화하거나 물을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또는 현재 나를 압박하는 압박감이나 불안을 멈추고선 달리는 자세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러닝은 전력질주가 아니다. 무작정 멀리 빠르게 달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같은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달리다 보면 몸의 일정한 리듬이 생기게 되고, 지금 달리는 속도 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욕심이므로 버려야 한다. 절제와 자신감, 두 가지를 기억하며 적절한 러닝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닌, 더 빨리 달릴 수 있단 자신감을 가지고 흐름을 유지한다면 목표 달성은 물론, 기록에 남을 만한 멋진 달리기가 된다.러닝은 출발 전 신발끈을 확실하게 묶는 것에서 시작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고, 복장 단장을 마쳤다면 그 다음은 런-워크로 시작하여 달리는 몸에 익숙해지기 위해 워밍업을 한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등에선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사실 이 순간이 가장 힘들지만 이는 좋은 신호다. 달릴 수 있는 몸으로 준비가 되었단 뜻이기 때문이다.달릴 때에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는다. 그저 달리는 순간이 즐겁고, 더 달릴 수 있다는 확신만을 가진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다 보면 결국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동시에 너무 멀리 있는 길을 내다보고 가늠하며 걱정 하지도 않는다.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후회, 미래로부터 끌어온 불안은 저 멀리 내어두고, 마음을 현재에 놓아 불편함과 불안을 사라지게끔 한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중간 휴식은 필수다. 회복은 다음 달리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자연스럽게 러닝호흡에서 회복호흡으로 바꾸어 호흡을 가다듬으며 심박수를 낮춘다. 달리기와 쉼을 반복할 때엔 신기하게도 조금씩 달리기 실력이 향상되는 걸 몸으로도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노력이 모여 전보다 더 큰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단 믿음과 자신감은 오늘을 더욱 즐겁게 살게 한다.영화 ‘블리드 포 디스’에선 복서인 비니 파지엔자가 등장한다. 최고 인기 복서이던 그는 불의의 사고로 의사로부터 다신 걷지 못할 거라는 판정을 받지만, 수많은 재활과 노력 끝에 다시 링 위로 서는 것은 물론 WBA 슈퍼웰터급 챔피언을 차지한다.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불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어느 순간 끝나고, 얼마나 간단한지 알게 돼요”라 말한 바 있다. 처음부터 불가능은 없으며, 실은 모든 것이 아주 간단하다고 말하는 그의 인터뷰 영상은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며, 오랜 기간 회자되고 있다. 모든 건 사실 간단하고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오늘도 가볍게 달려 본다.

2022-11-15

등유값 급등…군불 땔 때가 좋았던 시골집

심충택 논설위원 옛날에는 두메산골일수록 겨울을 따뜻한 방에서 지냈다. 어른들이 기거하는 사랑방일수록 군불을 많이 때 누구 집이든 아랫목 장판은 검붉게 탈색돼 있었다. 부모들은 새벽에 일어나 혹시 자식들이 추울까봐 아궁이에 다시 불을 지펴 방을 한 번 더 덥혀주었다.가을 추수가 끝나고 겨울철에 접어들면 대부분 남자들은 장작을 비축해 두기 위해 지게를 지고 소와 함께 먼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나무를 하러 간 아버지는 가끔 토끼와 꿩을 잡아오기도 하고, 팽이와 썰매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동설한에도 두메산골에 있는 내 고향집은 항상 따뜻했던 것 같다.요즘 시골집 대부분이 그렇지만 옛날 아궁이가 있던 초가집은 도시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로 바뀌었다. 아궁이도 기름만 넣으면 언제든 난방을 할 수 있는 편리한 보일러로 교체됐다. 문제는 보일러에 들어가는 기름 값이다. 어느 집 할 것 없이 자식은 도시로 내보내고 늙은 부모들만 사는 시골집은 겨울철만 되면 알래스카가 따로 없을 정도로 춥다. 기름 값이 걱정돼 어르신들이 거의 냉방에서 지내다시피 하기 때문이다.등유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올겨울은 특히 대부분 시골 어르신들이 맹추위에 노출된 것 같아 가슴 아프다. 기름값이 아까워서 거의 난방을 안한 채 추위를 견디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 시골 어르신들은 과거 호롱불에 들어가는 등유도 아까워 어둡게 지냈던 세대들이다.오피넷(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6~12일) 실내등유 평균가격은 L당 1천603.8원으로 그 전주보다 2.0% 올랐다. 휘발유 가격 L당 1천659.6원을 거의 육박하고 있다. 1년전에 비해 50% 폭등했다. 최근 지역에 따라서는 등유값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가정용 200L 한 드럼은 지난주 기준 32만760원으로 작년보다 10만원이상 올랐다.아껴서 쓰더라도 통상 한달에 1.5드럼은 소요되는데, 겨울철 넉달(11~2월)간 난방비용이 적어도 200만원은 들어간다. 도시아파트 난방비와 비교해도 2~3배 정도 많은 금액이다. 생활비를 노인연금과 자식용돈에 의존하는 시골노인들이 힘겨운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등유값이 오르는 것은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등유는 경유와 생산라인이 겹치는데 경유생산량이 늘면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대체재인 경유수요가 급증하자 등유값이 치솟는 것이다.등유는 도시가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어촌이나 도심 변두리 노후주택에 살고 있는 취약계층의 겨울 필수품이다. 연료 중에서 가격이 가장 싸게 유지돼야 하는데, 비싼 휘발유와 가격 경쟁을 하듯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과거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본격적인 겨울추위가 닥치기 전에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등유생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등유가격에 포함되는 개별소비세를 당분간 유예하거나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대상을 늘리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2022-11-15

로드킬

우정구 논설위원 최근 3년 동안 도로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야생동물이 무려 4만 마리가 넘는다는 충격적 보고서가 나왔다.국립생태원 생태적응팀이 2019∼2021년 사이 발생한 로드킬을 집계해 보니 해마다 1만마리가 훨씬 넘는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죽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종류별로는 고라니가 2만9천여마리로 가장 많았고 너구리, 노루 등의 순으로 밝혀졌다고 한다.국내서도 로드킬로 죽는 야생동물이 늘면서 2018년 환경부와 교통부 등이 ‘동물 찻길 사고조사 및 관리지침’을 만들어 야생동물 보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2020년 미국 유타주 야생동물자원부는 야생동물용 고가도로를 별도 건설해 야생동물이 고가도로 위를 오가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언론에 공개했다.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당국의 노력이 주민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국내서 한해 수만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로 죽어간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특히 국제적으로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된 고라니의 희생 수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고라니가 유난히 많은 것은 호랑이, 표범, 늑대 등이 멸종단계에 이르면서 고라니 개체 수가 크게 증가한 탓으로 보고 있다.어쨌든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막는 것은 다급한 문제다. 야생동물의 지리적,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람이 편리하고자 무분별하게 만든 도로에서 수많은 야생동물이 죽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 로드킬을 경험한 운전자들이 뜻밖의 사고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더 세심한 로드킬 예방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15

포항제철소 정상화 지원이 정부의 責務다

산업부가 지난 14일 태풍 ‘힌남노’로 재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대한 민관 합동 철강수급조사단의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모두 10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지난 9월 중순부터 사전 준비회의와 3차례의 현장조사를 통해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수급차질 대응계획을 체크했다. 조사단의 최종보고서는 이달말 산업부에 제출된다. 조사단은 그동안 쟁점이 돼 왔던 피해원인에 대해 “집중 호우로 도심하천(냉천)이 범람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포항제철소 2·3문 쪽으로 하천수가 집중 유입되면서 수전설비가 침수돼 정전이 발생했으며, 압연지역 침수로 각종 전기·제조시설도 마비되고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포스코 측의 책임문제와 관련해서는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이 “포스코가 태풍대비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전에 예보된 큰 규모의 태풍에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는 점에서 일부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법적책임문제가 제기될 만한 귀책사유는 없었다는 얘기다. 조사단도 “포스코뿐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태풍·지진 등 유사시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수립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다”는 선에서 개선책을 내놓았다.조사단의 발표내용과 관계없이, 포항제철소는 앞으로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난 대응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포항시와 협의해 강력한 태풍 때마다 범람위기를 겪는 냉천 제방 보강문제와 냉천 상류 저수지(오어지) 관리 문제를 이번 기회에 꼭 개선해야 한다.조사단이 포항제철소의 전체공장 재가동은 내년 1분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포스코측은 연말까지 모든 제품에 대한 생산을 재개해 시장수요에 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포스코는 태풍피해 이후 정부의 수급점검 TF 활동과는 별도로 국내 고객사 전수조사를 통해 품목별 수급상황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 포항시는 현재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정부는 포항제철소를 비롯해 태풍피해를 당한 포항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이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한다.

2022-11-15

달성군의 경찰병원 분원 유치에 힘 모아야

대구 달성군 설화리가 경찰병원 분원 건립 최종 후보지 3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경찰청은 14일 국립경찰병원 분원 후보지로 신청한 전국 19개 지자체 24개 부지 가운데 대구 달성군과 경남 창원, 충남 아산을 최종 후보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이 3곳은 앞으로 현장 실사 등을 거쳐 그 중 한 곳이 연내 우선협상 대상지로 선정되게 된다. 경찰병원 분원은 2개 센터, 23개 진료과, 550병상 규모로 건립될 예정으로 경찰공무원의 의료지원과 더불어 일반인 대상의 의료진료도 함께 하게 된다.대구 달성군은 후보지가 도시철도 설화명곡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고, 2027년 개통 예정인 대구산업철도 통과역에서도 가까운 등 최적의 교통 접근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종합병원이 없어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서남부권(대구 달성군, 달서구, 경북 고령·성주군, 경남 창녕.합천군)의 100여만명 주민에게도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기게 된다고 유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경찰병원 분원 건립은 서울에 있는 경찰병원만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비수도권 경찰에 대한 의료서비스 증대와 공공의료 강화를 이유로 추진됐다. 3곳의 후보지 가운데 분원 설립의 취지에 가장 적합한 곳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충남 아산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공약을 내세워 정치적으로 몰고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찰청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후보지를 공모한 만큼 공모기준에 맞는 객관적 평가가 반드시 뒤따라야 뒷말이 없다.대구 달성군의 경우 설화리가 최종 후보대상지로 떠오르면서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경찰병원 분원 설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당장 혜택이 돌아올 지역경찰 공무원들의 관심도 높다.정치적 입김이 배제되고 객관적 평가로 후보지를 선정한다면 달성군은 후보지로서 부족함이 없다. 특히 영남 남부권의 공공의료기관 설립으로 균형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지금부터 지역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갖고 경찰병원 분원 달성 유치에 힘을 쏟아야 한다.

2022-11-15

땅 밟고 걷기

강길수 수필가 웬일인지 요즘은 저쪽 길로 발길이 향한다. 보도를 마다하고 간다. 개방된 녹지에 저절로 난 오솔길이다. 늦가을이다.오솔길은 잔디밭과 나무들로 이루어진 학교 녹지에 있다. 없던 길이 언제부턴가 생겨났다. 느티나무잎, 플라타너스잎, 은행나무잎, 이름 모르는 나뭇잎도 떨어져 있다. 그 곁 스테인리스 파이프 담장엔 장미 덩굴이 아직 푸르다. 세월이 아쉬운가 보다. 낙엽 깔린 땅을 밟는 느낌은 맨땅의 그것과는 다르다. ‘구르몽의 숲’으로 가지 않아도, 긴 시간 없어도, 일부러 안 와도 출퇴근길에 늦가을 정취를 만끽한다.집에서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거리는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시멘트 마당으로 이루어져 땅을 밟지 못한다. 도시인은 다 그럴 것이다. 요즈음엔 시골에 살아도 웬만한 길은 다 포장되어 있으니, 마음먹으면 땅을 밟지 않고 걸을 수 있으리라. 하긴 포장길이나 블록 보도도 다 자연 재료로 만든 것이니, 땅과 같다고 우긴다면 결정적 반박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땅에 난 길과 포장된 길은 다르다는 점을 누구나 본능으로 알리라.산골 농가에서 땅과 함께 유년을 보냈다. 그 경험은, 사람이 땅을 떠나서는 제대로 살 수 없음을 체득하기에 충분했다. 땅따먹기, 구슬치기, 자치기, 굴렁쇠 굴리기, 학교에서의 놀이나 경기, 등하교 때 걷기 등 모든 일상생활이 땅 위에서 이루어졌다. 더욱이 들일 돕기, 소먹이기, 꼴 뜯기 같은 일은 땅과 더불어 숨 쉬는 시간이었다.봄날, 어른들이 들에 가고 나면 아이들은 마당에서 땅따먹기 놀이를 했다. 조그만 납작한 돌이나 사금파리 하나 주워들면 망 준비 끝이다. 마당 안 맞은편 구석을 각각 시작점으로 하고 손뼘 한 바퀴 돌려 기본 땅을 마련한다. 선, 후공을 정한 다음 검지나 중지로 망을 튕기며 간 길을 따라 줄을 긋는다. 세 번 만에 자기 땅에 안착하면 줄 안이 다 제 땅이 된다. 마칠 때 더 큰 땅을 차지한 사람이 이긴다.‘땅과 사람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라고 묻는 이는 어리석은 사람이리라. 땅과 사람 아니, 지구촌 모든 생명과 땅은 불가분의 관계이지 않은가. 그래도 또 낙엽의 계절 늦가을이 되니, 저절로 어리석은 질문을 한다. 봄엔 뭇 생명이 땅에서 용솟음치고, 여름엔 자라나, 가을엔 열매 맺고 낙엽 져, 마침내 땅으로 되돌아간다. 땅은 생명을 내어주고, 키우고, 명 다하면 다시 받아들이는 어머니다.어린 시절 땅따먹기 놀이를 하며 양손으로 느끼던 땅과 흙이 주는 촉감과 교감이, 지금도 양손에 살아있다. ‘신토불이!’ 그랬다. 땅은 내 생명, 나아가 온갖 생명과 하나였다. 우리의 전통 삼재(三才) 사상도, 땅이 만물을 창조하고 운행하는 하늘 일에 인간을 동참시키는 주체로 본다고 이해하고 싶다. 현대는 인간이 땅을 잃는 시대이지 않을까. 지구촌의 갈등, 전쟁, 불행도 외면하는 땅 때문이란 마음이 여울진다.출퇴근길, 학교 녹지 오솔길을 100여 걸음 땅을 밟으며 걷는다. 그때, ‘시몬의 낙엽 밟는 소리’도 덤으로 들을 수 있으니….복도 많다.

2022-11-14

익어가는 가을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가을이 깊어가자 봄날에 지천으로 꽃이 피듯 온 산천이 울긋불긋 풍엽으로 물들고 있다. 꽃이 차례대로 피고지고 하듯이, 푸르고 무성함을 자랑하던 초목도 기온의 변화에 따라 저마다의 색과 빛으로 한껏 피어나다가 하나, 둘 시들고 떨어지는 조락(凋落)의 시기를 맞게 된다. 가을임에도 마치 봄날같이 자연의 색조가 여지없이 입혀지기에 두번째 봄이라 하기도 하고 소춘(小春)이라 칭하기도 한다. 다만, 봄날이 여성의 화사한 아름다움이라면 가을날은 남성의 수수한 멋스러움(?)이라 해야 할까?그래서 가을을 남성의 계절이라 했던가? 스산한 바람소리나 떨어지는 낙엽에도 왠지 마음 뒤숭숭하고 헛헛해지는 듯한 느낌은, 아마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심하게 받지 않을까 싶다. 때로는 센티멘탈해지고 일시적인 우울감에 빠져드는 것도 계절의 변화로 찾아오는 감정의 기복이 어쩌면 남자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지도 모른다. 특히 일과 회사밖에 모르다가 퇴임한 중년의 남자들에게는, 어쩌면 떨어지는 낙엽이나 길거리에 뒹구는 고엽(枯葉)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여겨져서 자신도 모를 속울음이 더욱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일본의 아내들은 일벌레처럼 일만 하다가 은퇴한 남편들을 ‘누레오치바(젖은 낙엽)’라 빗대며 쓸모없고 귀찮게 하는 처치곤란한 존재라 했을까?그렇다고 여성들이 가을날을 무덤덤하게 대하고 아무 거리낌없이 보낸다는 얘기는 아니다.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가을은 감상적이며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사색의 계절이다. 결실과 수확의 기쁨을 누리면서도 왠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미어지고 상실감에 젖어들게 하는 아이러니한 우수(憂愁)의 나날이기도 하다. 텅 빈 충만감이 밀물처럼 몰려오면서 무엇인가 부족하고 결핍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는 상심(傷心)의 여울같은 것이랄까? 그렇기에 가을에는 누구나가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고 그냥 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꽃이 진 자리마다/열매가 익어가네//가을이 깊을수록/우리도 익어가네//익어가는 날들은/행복하여라//말이 필요 없는/고요한 기도//가을엔/너도 나도 익어서/사랑이 되네”(이해인 시 ‘익어가는 가을’ 전문)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데, 사람도 익을수록 벼처럼 머리를 숙이고 자신을 낮출 수는 없는 걸까? 사람에 따라 자라온 환경이나 가치관, 생각 등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대상을 두고서라도 관점이나 감정이 달라지게 됨은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그러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듯이(過猶不及), 과욕이나 과잉에서 비롯되는 행태나 폐단을 익히 알면서도 줄이거나 멈추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독단이나 아집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려와 존중의 마음이 부족하고 경청과 절제의 미덕이 결여되기에 겸손과 포용의 가슴을 넉넉하게 펼 수가 없는 것이다. 가을을 탄다는 이유만으로 감정이 격해졌다고 치부하는 궁색함보다는,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떨구고 비워내는 나무의 순연(純然)함을 배울 일이다. 가을처럼 온전하게 익어가는 보법(步法)을 익히며 푸른 하늘을 닮아갈 일이다.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