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갑신(甲申)

육십갑자 중 스물한 번째에 해당하는 갑신(甲申)이다. 천간(天干)은 갑목(甲木)이고, 지지(地支)는 신금(申金)이다. 갑목은 양기를 가진 큰 나무요, 신금은 동물로는 원숭이다. 물상으로는 커다란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원숭이다.갑신일주(甲申日柱)는 우두머리가 되려는 욕망이 있으며, 자존심이 세다.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강하여 자기를 소진하는 경향이 있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다재다능하다. 그러나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원숭이처럼 재능이 무궁무진하나 집안에만 있기는 어렵고 밖으로 다니기를 좋아한다. 체면을 중요시하며, 품위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므로 돈을 모으기는 힘이 든다.중국 전국시대에 제(齊)나라 임금인 장공이 사냥을 하러 성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어떤 곤충 한 마리가 조그만 발을 쳐든 채 장공이 타고 가는 수레의 바퀴를 향하여 덤벼들고 있었다. 장공이 마부에게 “저것이 무슨 곤충이냐”라고 물었다. 마부는 “사마귀라고 부르는 곤충입니다. 저놈들은 앞으로만 나갈 줄 알지, 뒤로 물러날 줄 모릅니다. 저놈들은 자기 능력만 생각하고, 겁도 없이 상대방을 가볍게 여기는 버릇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장공은 “저놈이 사람이라면 아주 용감한 용사가 될 텐데….”라고 말하고는 말머리를 돌려서 그 사마귀를 피해갔다. 몇몇 용감한 사람들이 그 일을 듣고 자신들도 그와 같은 자세로 나라를 위하여 죽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회남자 ‘인간훈편’에 나오는 이야기다.용기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덕이다. 지나친 용기는 화를 자초하는 수가 있다. 일명 망신살이 끼었다고 한다. 사주에 망신살이 있는 사람은 과감하고 성급하며 노출이나 언행에 실수가 많다. 갑작스러운 일에 우왕좌왕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일에 망신을 당한다. 특히 돈과 명예를 가진 사람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가지지 못한 사람은 망신당할 일이 없다.갑신일주 특징은 꿋꿋하고 강직하여 굽힐 줄 모르며 모난 것 같으면서도 모나지 않는다. 단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기에 꼭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고 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천성은 인정과 의리에 치중하다 보니 좋을 땐 한없이 좋으나, 자기의 체면이나 체통을 손상시키면 그 자리에서 면박을 주는 급한 성격이기도 하여 병 주고 약 주는 식이다.갑신일주를 바위 위에 있는 소나무로 비유한다. 그래서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만큼 인내력과 적응력이 뛰어나다. 인생에 굴곡이 많은 편이 단점이다. 인생의 고난이 사람을 강하게 만들고 그 고난을 이겨내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결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가 가을 산행을 할 때 절벽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듯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한다. 석선 선생의 시 ‘바위 위의 소나무’의 한 구절을 음미해본다. “바위 위의 소나무야/ 외로운 한 그루 소나무야/ 너는 사철 무엇 먹고 산단 말이냐// 흙이 있어 먹겠느냐/ 물이 있어 마시겠느냐/ 흙도 물도 없으니 무엇 먹고 산단 말이냐.”시인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소나무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무는 근심 걱정 없이 그냥 존재할 뿐이다. 하이데거는 시인은 언어를 가지고 존재를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했다.그리고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근심의 존재요. 그 길 끝에는 오직 죽음만이 기다리는 비극적 존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존재는 흔히 평균화된 익명의 존재로 자신을 위장함으로써 이 삶의 비극적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라고 말한다.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날, 근심의 신, 쿠라가 흙을 가지고 놀다가 이상한 형상 하나를 우연히 만들게 되었다. 쿠라는 그 모양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이게 움직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였다. 마침, 영혼의 신 제우스가 지나가고 있어서 그에게 부탁했다. 그가 숨결을 훅 불어넣으니 살아 움직이는 흙덩이 즉, 사람이 되었다.그러나 세 명의 신이 각각 그게 자기 것이라고 고집했다. 먼저, 흙의 신, 호무스가 내 몸으로 만들어냈으니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라는 자신이 만들어냈으니 내 것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제우스는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으니 그 주인은 당연히 자기 것이라고 우겨댔다. 류대창명리연구자 하는 수 없이 그들은 심판의 신, 사튀른에게 가서 판결을 부탁하였다. 한참 숙고하던 심판의 신이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이 살아 움직이는 것은 오래가지 않아 죽을 것이다. 그때 가서 몸은 호무스에게서 온 것이므로 호무스가 가지고, 영혼은 제우스에게서 온 것이니 제우스가 가져라.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은 만들어낸 쿠라의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근심의 신 쿠라에 종속된 존재가 되었다. 결국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근심과 염려 속에 허덕이게 되고, 그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인간이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임을 알 때 비로소 염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죽음은 인간의 유한성을 말한다. 곧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자각할 때 비로소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미래를 기획하는 존재가 된다고 하이데거는 말한다.예기치 못한 재난 소식을 들었을 때 안타깝고 불안하고 걱정을 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쿠라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타자가 있기에 내가 존재하듯이 나 역시 타인에게는 타자가 되는 것이다. 타자란 사회 안에서 서로 구별되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름이 된다. 타자를 서로 돌보아주고 보살펴 주는 것이 우리의 마음씀 즉, 배려와 사랑이다.

2022-11-09

핼로윈 문화

조현태수필가 핼로윈 문화는 까마득한 옛날에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일종의 종교적 의식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에 대응하는 풍속이 핼로윈데이로 정착했다고 한다. 19세기 중반 무렵 미국에 아일랜드 출신의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미국에서 핼로윈 축제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근래에 와서 빼빼로데이, 화이트데이, 삼겹살데이, 밸런타인데이 같은 신종 문화가 한국에도 유행하여 축제 행사처럼 열리고 있다.이렇게 외국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듯 한국 문화도 외국으로 많이 전파되고 있다. 이는 어느 한 국가라기보다 세계 모든 국가와 사람이 점차 어우러져 통합되어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핼로윈 문화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국적인 핼로윈으로 즐기면 될 일이다.2022년의 핼로윈은 대단한 충격과 슬픔을 남긴 축제로 기록될 것이다. 과밀한 인파에서 발생한 압사사건으로 무려 343명이나 되는 사상자를 냈기 때문이다.방송사나 신문사의 발표를 보면 원인을 규명하고 처벌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도하고 있다. 경찰의 대응이 늦었다는 둥, 골목에 무단점유물이 문제라는 둥, 좁은 길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둥….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무엇이 잘못된 일인지 딱 꼬집어 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니까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우리 사회 전체가 자성하라는 큼직한 꾸중이 아닌가 싶다.이번 이태원 참사의 특징은 뚜렷하다. 첫째, 외국 문화가 물밀듯 밀려와도 거절할 수 없는 지구촌 시대이다. 특히 젊은 층이 향유하는 축제 분위기는 저지 억제한다고 수그러들지 않는다. 둘째, 한국 사회가 저질러 온 무분별한 행동에도 문제가 있다. 긴급전화 112 혹은 119에 재미삼아 전화하여 장난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그래서 경찰이 전화를 받아도 어디냐고 자꾸 따지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참에 긴급전화만큼은 발신자 위치와 번호를 자동으로 체크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면 어떨까. 그래서 장난전화에 대한 처벌도 따라야 할 터이다. 셋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억눌렸던 감정이 축제 분위기와 겹치면서 과밀한 군중이 참여함으로 통제가 어려웠다.이태원 참사 중에 경찰이 적극 개입했다면 사망자 수를 훨씬 줄일 수 있었으리라는 판단으로 조사 중이라고 한다. ‘경찰이 다 잘 했다고는 할 수 없듯이 참여한 군중이나 현장 사정은 전혀 문제가 없는가? 외국 문화에 거침없이 반응하는 지금 시대는 다 잘 했는가?’라고 질문해 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이미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고 또 이러한 변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건을 바탕으로 사회의 질서나 신뢰가 더욱 발전하여 아름다운 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다. 황망한 슬픔에 빠진 유족에 진심어린 위로와 사랑을 전한다. 마음이 많이 상하겠지만 처벌과 보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 수도 있다. 온 국민이 함께 짊어져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아울러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로의 기틀을 잡게 하는 긍정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2022-11-08

이제 그들에게 서른 즈음은 없다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이십대에는 / 서른이 두려웠다 /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 마흔이 되니 /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박우현 시인의 시집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작은숲, 2014)에 수록된 같은 제목의 시 1연이다. 겪어보지 않은 앞날은 늘 두렵고 떨리지만 지나온 날들은 아름답게 기억되게 마련이다. 그때는 좋은 줄 몰랐어도, 어쩌면 힘들고 괴롭고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이었다고 해도 돌아보면 소중하고 아름다운 날들이 옛날의 그때 그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마지막 연에서 “죽음 앞에서 /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라고 삶을 관조한다.모든 날들이 절정이고 모든 나이가 아름답다고는 해도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 라 벨르 에포크(La Belle 00E9poque)’는 역시 이삼십 대 아닐까? 삼사십 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 누구에게나 스무 살의 추억과 아프건 슬프건 스물을 건너간 흔적을 지니고 있다. 이십 대와 삼십 대를 거치지 않고는 그 누구도 마흔도 쉰도 예순도 될 수 없다. 나이가 들고 설령 치매가 와서 기억이 소멸해 간다 해도 젊은 날 그 시절은 가슴 속 어디엔가는 향기 짙은 꽃으로 피어 있을 것이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브리핑에 따르면 11월 7일 기준으로 10·29참사 희생자는 외국인 26명을 포함하여 모두 156명이다.(나는 ‘이태원’이라는 땅이름보다 사고가 난 날짜를 쓰는 것이 더 낫고, 객관적인 용어라는 ‘사고’와 ‘사망자’보다 ‘참사’와 ‘희생자’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심정적으로도 그렇고, 사고의 상황과 언어적 맥락으로 보아도 그렇다.) 희생자 중 이십 대가 104명으로 정확히 2/3이다. 십 대 희생자 12명과 삼십 대 희생자 31명을 포함하면 그야말로 꽃다운 나이에, 그리고 꽃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 나이에 세상을 뜬 젊은이들이 희생자의 94%가 넘는다. 외국인 희생자 역시 대부분이 이삼십 대이다. 이들은 한국이 좋아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한국에서 일하다가 자신들이 좋아하던 이 땅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음유시인으로 불리웠던 1964년 1월생 김광석은 갓 서른이 된 1994년 6월에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로 알았는데 멀어지고 잊혀지고 이별하는 젊음을 허탄해 하였다. 그리고는 서른 즈음 젊은 날을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1996년 1월에 세상을 떴다. 그런데, 젊음을 누리러 이태원에 갔던 우리의 어리고 젊은 벗 백여 명에게 서른 즈음이라는 시간은 영원히 없다. 다만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한 스물 즈음만이 버려진 가방과 신발로 남아 있을 뿐이다. 사십 대와 오십 대의 안타까운 희생자들에게도 이제 서른 즈음이 없기는 마찬가지. 살아 있어야 서른 즈음 젊었던 날을 돌아보고 때로는 후회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이들이 가져보지 못한 서른, 돌아보지 못할 서른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은 스산한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2022-11-08

사고의 전환으로 미래 준비해야

‘축의 전환’은 2030년, 약 8년 후에 닥칠 우리 사회의 단기적 변화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고 그 변화에 대해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국가나 자치단체의 정책부터 개인적인 행동까지 모든 상황에 대해 변화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변화는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이미 진행되고 있던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고 블록체인을 비롯한 신기술의 신속한 도입, 인구 고령화의 급격한 심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의 지속적인 상승, 신흥 산업국의 성장 등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그 과정에서 우리는 변화의 물결을 이끄는 가장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국가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한국은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며 한 때 비슷한 경제 수준을 가진 국가들이 한국의 성장을 부러워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미래는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임기응변의 순발력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이와 같은 맥락으로 영양군도 다가올 2030년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단적인 예로 현재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이런 위기를 변화로 받아들이고 미래를 예측하고 극복할 방안을 마련해 대비하는 등 강점을 잘 살리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정책들을 펼쳐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 한 발짝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특히 이 책에서 우리가 미래에 직면할 변화는 출산율의 변화, 노년세대의 재발견, 새로운 중산층의 출현, 여성주도 세상의 도래, 도시의 재발견, 신기술의 확산, 탈소유 경제의 확산, 새로운 화폐의 도입 등 8가지로 나누고 있다.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수평적 사고’라는 기존의 주어진 상황에 집착하지 않고 상황자체를 바꾸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수평적 사고’의 핵심 원칙은 멀리보기, 다양한 길 모색하기,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막다른 상황피하기, 불확실한 상황에서 낙관적으로 접근하기,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기, 흐름을 놓치지 않기 등 7가지이다. 오도창 영양군수 이 원칙들은 언뜻 보기에도 평범하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요구받던 태도다.그러나 현실의 변화를 바로 읽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렇게 평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2030년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먼 미래가 아니다.우리는 7∼8년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기회와 도전을 미리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미래에 다가올 기회를 잡고 도전할 시기에‘수평적 사고’는 대단히 중요하다.우리 영양군이 앞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들에‘수평적 사고’를 접목시켜 기존에 없었던 획기적인 정책을 마련해 우리 영양군이 더욱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이를 통해 모든 군민들이 미래 2030년의 변화에 잘 대응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희망찬 영양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할 것이라 믿는다.

2022-11-08

우리가 우리일 수 있는 이유

참담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는 요즘이다. /언스플래쉬 며칠간 참담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냈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며칠 전 일어난 참사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유가족의 아픔에 어찌 비할 수 있겠느냐만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죄책감을 끊임없이 느낀다. 책상 앞에 앉아 문장 몇 줄을 쓰는 것이 위선적인 행위처럼 여겨진다. 애도 위로 쏟아지는 혐오와 무분별한 언어폭력에도, 공적으로 책임져야 할 지점을 개인의 영역으로 밀어내는 일에도 완전히 지쳤다. 자꾸만 무너지고 무력해진다.마음이 자꾸 극단적으로 치닫는 이유는 분명하다. 같은 슬픔을 같은 마음으로 몇 번이나 경험하고 있다는 자각 때문이다.우리는 여러 죽음을 겪었다.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노동자의 죽음과 삽시간에 무너지는 건물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 한 사람들. 우리 사회를 비통함으로 물들게 했던 참사들. 그에 따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비슷한 상황이 또다시 반복되었다.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믿었던 참사 전후의 예방과 대처는 여전히 미흡하다. 세상은 얼마나 더 끔찍해질 수 있을까. 상상의 범주를 넘어선 죽음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터널 안을 헤매는 기분으로 맥없이 고개를 떨어뜨린다.이태원 참사의 사망자와 부상자 수를 본다. 이것은 숫자 이상의 고통과 상실이 우리 주변에 만연하다는 뜻이다. 내게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 하룻밤에 사라져버리는 일. 경험하지 않은 자들이 쉽게 재단할 수 없는 마음에 놓인 이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그러한 아픔을 마주하는 과정에 예의를 지키기는커녕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말이 있다. 춤추고 노래하는 일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일. 자유와 젊음으로 대변되던 공간을 순식간에 부패한 곳으로 만들어버리는 일. 사람 많은 곳에 간 것이 잘못이다. 놀러 나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다. 이러한 말은 상대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절대적으로 근거 없는 힐난의 말이다. 이런 말의 깊은 곳에는 비이성적인 혐오가 뿌리잡고 있으며 개인 존재의 존엄을 축소하는 태도가 내재하여있다.그러니까 이것은 책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시민과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이 일을 결코 종결지을 수 없다. 쓰러진 친구의 호흡기를 누르며 무릎에 시퍼렇게 멍이 들면서도 자기 탓이라며 울부짖는 청년에게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일. 사고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생존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 개인의 영역을 넘어서 공동체가 짊어져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민중이 국가권력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적인 영역을 넘어서서 그 무능과 안일함을 질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을 떠넘기는 공직자들의 발언을 보면서도 그랬다. 상실감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지 못한 채로 책임을 절감시키기에 급급한 태도는 국가에 대한 믿음을 지워버리는 것이다.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상자를 혐오하는 발언이나 자극적인 영상, 기사들 역시 자기 책임을 내버린 일이다.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가져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행해지는 일들이 있다. 한 사람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이런 식의 발화는 엄격한 법적 장치를 통해 통제되어야 한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단순한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잘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당연한 일상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지금 발붙이고 있는 이 시간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위기로 느껴진다.‘나는’보다 ‘우리는’이라는 주어가 더욱더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자명하다. 각자도생을 권유받는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이 모든 참사가 타인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의 고통을 멀리 두는 순간 자기의 삶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함께 동시대를 걸어가는 공동체의 일원이며 이 모든 일에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쓰기까지도 오랜 고민이 필요했다. 쓰고 지우고를 반복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나 역시 아픔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자각 때문이었다. 막막한 무력함으로 문장을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가 마음을 다잡는다. 이 발화는 나를 깨우치는 기록이다. 절대 잊지 않기 위함이다. 누군가의 고통이 결국에는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함이다.함께 아파하고 슬퍼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우리일 수 있는 이유다.

2022-11-08

당신의 믿음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 근처의 신축 빌라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 인부 여럿이 다치고 죽었다. 어린 나는 내 가까이서 사람이 죽었다는 게 딱히 실감이 나진 않았던 것 같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토요 미스터리 극장이나 이야기 속으로 같은 무서운 TV 프로그램, 혹은 경찰청 사람들이나 공개수배 25시 같은 수사 프로그램에서나 나오던 이야기였기에 그랬던 것 같다.늦은 밤 부모님 몰래 TV를 보는 아이처럼, 나는 한동안 사고가 일어난 주변을 몰래 바라보곤 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도, 사람이 저곳에서 죽었다는 것도 실감나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사고는 내 머릿속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당시엔 그런 일들보다 재밌고 신나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어린 나의 마음은 그 일을 오래도록 담아둘 정도로 크지도 않았다.오래도록 그 일을 잊고 있다가 다시금 떠오른 건 초등학교 2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수업 시간에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노년의 담임선생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었다. 아직 국민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던 때의, 아직은 체벌이 익숙하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 그날 화가 난 선생님은 9살짜리 아이를 오래도록 혼내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너 같은 애는 나중에 커서도 뻔하다. 저기 공사장에서 사람 죽은 거 아느냐. 선생님 말도 잘 안 듣고, 하느님도 안 믿고, 성경 공부도 안 한 사람들이다. 하느님 안 믿으니까 공부도 안하고, 방탕하게 살다가 공사장에서 험한 일만 하다 천벌 받은 거다. 그게 다 죄다. 너도 커서 똑같이 그렇게 될 거다.누군가에게 뺨을 맞은 건 처음이었기에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던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큰 죄를 지었다는 사실이 무섭고 두려워 나는 큰소리로 오래도록 엉엉 울었다. 결국 소리를 듣고 놀란 옆 반 선생님이 양호실로 데리고 갈 때까지도, 나는 계속 울었다. 죄라는 건 TV에 나오는 험악하고 무서운, 귀신이나 범죄자들이나 저지르는 건 줄 알았던 나에게 담임 선생이 한 말은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뺨을 맞고 펑펑 운 탓에 얼굴이 퉁퉁 부은 채로 집에 돌아온 나를 본 할머니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고모와 함께 학교에 쳐들어갔다. 그 담임선생이 고모와 같은 교회의 신자였다는 걸 알게 된 건 내가 중학교에 올라갈 무렵의 일이다.무섭고 두려웠던 그날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건 많이 놀랐던 탓도 있겠지만, 사실 그보단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던 질문이 해결되었기 때문도 있다. 좀처럼 알 수 없던 사실이 슬며시 “아, 그래서였구나.”로 바뀌는 기억은 좀처럼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은 왜 죽는 것인지, 왜 누군가의 죽음은 저처럼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미처 알지 못했던 나에게, 그날의 기억은 세상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그렇구나. 죽는다는 건 죄에 대한 벌이구나. 하느님 믿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성경 공부 잘 하지 않으면 죄인인 거구나. 그러면 저렇게 죽는 거구나.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죽게 되겠구나. 무섭도록 유치하고 단순하기에 더 잔인한 이야기. 그래서 오래도록 마음에 새겨지고 마는 상처 같은 이야기.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죽은 건, 하느님을 믿지 않고 이교도의 축제를 즐기러 가서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이 죽은 건 하느님의 심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참사는 북한 공작이며, 이게 다 지난 정부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 참사라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죽은 앞에서 찬송가를 틀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사람들. 신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빌리고는 무엇으로도 갚지 않는 사람들. 무섭도록 유치하고 단순하기에 더 잔인한 이야기. 그래서 더욱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야기. 누군가는 진심으로 믿게 될 그런 이야기. 참사가 벌어질 때면 매번 나오는 이야기.나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어릴 적 겪었던 일이 떠오른다. 그래서 매번 다시금 묻게 된다. 내가 저지른 죄는 정말 그렇게 큰 죄였나요? 그들이 죽은 건 그렇게 큰 죄를 지었기 때문인가요? 우리의 가난과 우리의 삶과 우리의 슬픔은 모두 우리가 지은 죄 탓인가요? 예수님께서는 당신들의 죄만을 대속하셨을 뿐, 우리의 죄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던 것인가요? 우리를 죄인이라 말하는 당신은 누구인가요.만약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를 향해 말하고 싶다. 예수께서는 누군가의 죄를 짊어지고자 십자가에 못 박히셨는데, 당신은 누군가의 죄를 탓하고 욕하고 벌하기 위해 세상을 살아가는군요. 그건 지옥의 일이에요. 당신은 지옥을 믿는 사람입니다.

2022-11-08

영일만대교 난항…軍을 데이터로 설득하라

경북 동해안 지역민의 숙원인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이 국방부와 군 당국의 반대로 여전히 난항을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제(7일) 열린 경북도의회 본회의 도정질의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영일만 대교 건설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재 국방부가 군 작전상 문제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와 해군, 합참은 영일만대교가 건설될 경우 고도제한으로 인해 함정의 진출입 등 군 작전수행에 지장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유사시 해상교량이 붕괴하면 군함이나 잠수함 통행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일만을 완전히 가로질러 교량을 건설하지 말고, 중간지점에 인공섬을 만들고 한쪽은 교량, 한쪽은 해저터널로 건설하자는 안도 제시됐지만, 추가적인 예산문제로 백지화됐다.이 지사가 계획을 수정하더라도 영일만대교를 건설하기 위해 총력을 쏟겠다고 했지만, 군(軍) 당국과의 협의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와 포항시, 지역 정치권이 그동안 국방부 관계자, 해군참모총장 등을 만나 영일만대교건설의 시급성을 누차 강조했지만 국방부는 반대입장을 거두어 들이지 않고 있다. 포항시는 전시상황에서 교량이 붕괴되더라도 영일만의 깊이를 감안할 때 군함 통행에는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영일만대교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북구 여남동까지 연결하는 총 길이 18㎞(해상교량 9㎞, 접속도로 9㎞)의 국책사업으로, 모두 1조6천189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지난 2011년 11월 국토교통부가 건설을 결정했지만, 같은해 12월 예산부처의 총사업비 변경으로 아직 보류된 상태다.영일만대교 건설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면서 순항이 예상됐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 4월에도 포항을 찾아 이철우 지사로부터 영일만대교 건설 관련 브리핑을 들은 뒤 건설 시급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경북도와 포항시, 정치권은 군 당국을 상대로 교량이 전시상황에서도 군사작전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과학적인 자료를 가지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2022-11-08

“문제는 경제”

우정구 논설위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혼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선거 승패를 가를 핵심쟁점으로 ‘경제문제’가 떠올랐다고 한다. 미국 언론 여론조사에서 투표에 미치는 영향의 요인으로 응답자의 81%가 ‘경제’를 꼽았고, 78%는 ‘인플레이션’이라 응답했다고 한다.정치가 자당의 이해득실을 따져 온갖 음모술수로 정치적 이슈를 쟁점화하려도 국민의 눈에는 경제만큼 중요한 이슈가 없다는 해석이다.“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는 빌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구호로 유명하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걸프전 승리로 인기 절정에 있던 현직 대통령인 조지 부시를 누르고 승리한 빌 클린턴은 당시 미국의 경제난을 국민에게 부각시킨 덕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의외의 결과에 미국 정치계도 놀랐던 일이다. 국민의 관심은 그 어떤 것보다 경제문제 해결에 더 많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미 중간선거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우리나라도 아마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경제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경제 3요소인 생산, 소비, 투자가 트리플 감소하고 물가는 다락같이 올라 서민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팍팍해졌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영끌족과 빚투족은 물론 서민층까지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밤잠을 설치는 지금이다.2천조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가계부채가 폭발할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 그 어떤 정치적 이슈가 경제를 누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의 근본은 백성을 잘 살게 하는 데 있다는 선현의 말이 새삼 와 닿는다. 민심이 경제다.정쟁에 중독된 듯 싸움판으로 변질돼 가는 우리 정치에 국민은 더 이상 관심이 없다. 경제문제를 푸는 정치가 바로 이기는 정치가 되는 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1-08

“핵전쟁 공포에서 의지할 곳은 정부뿐”

심충택 논설위원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면서 지난주(2일)에는 북한이 울릉도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울릉도에는 요격미사일도 없어 만약 북한이 실제 미사일을 쏘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이날은 북한이 동·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25발을 연달아 발사했다. 6·25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북한은 최근 우리 주요 도시를 목표로 정해 발사시간과 장소, 비행거리를 수시로 바꾸면서 미사일 성능시험을 하고 있다. 부산에 입항한 미 항공모함을 겨냥한듯한 거리만큼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백령도 부근 NLL을 북한 상선이 고의로 침범한 뒤 방사포를 쏘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 우발적인 전선(戰線)이 형성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국제정세도 심상찮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우리를 콕 집어 위협했다.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푸틴이 전술핵이나 생화학 무기를 언급할 때 그건 농담이 아니었다”며 ‘아마겟돈’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인류 멸망을 의미하는 아마겟돈이라는 단어가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은 놀랍고 두려운 일이다. 최근 한·미 양국이 북핵 공격에 대비해 매년 ‘핵우산 훈련’을 하고 미국의 전략자산(핵추진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상시배치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전쟁위험이 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북한은 최근 한국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5가지 조건을 열거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그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선언이다.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야당은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며 내각 총사퇴를 거론하고,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집회에서는 대통령 퇴진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국가가 마치 ‘바람 앞의 등불’ 같다. 이 와중에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한미 합동 공중 군사훈련을 당장 멈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으니, 야당 정치인의 사고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조선이 일제의 침략에서 버티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대적(對敵)할 무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1884년 겨울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은 ‘갑신일록’에서 “창덕궁 무기고를 열었을 때 총과 칼이란 죄다 녹슬어서 처음부터 탄환을 장전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고 기록했다.북한이 만약 핵전쟁을 유발할 경우, 여기에 맞서 대응할 무기가 없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앞으로 북한의 도발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 핵실험을 넘어 예상치 못하는 수위로 도발해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입맛대로 우리 국토를 미사일과 방사포로 유린하는 것은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도발해도 국제사회가 그들을 공격할 수 없다는 확신이 있는 것이다.지금 우리 국민이 핵전쟁 공포에서 의지할 곳은 오직 정부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쟁(政爭)에 휩쓸려 시간을 허비해선 절대 안 된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북한의 핵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수단을 갖춰야 한다.

2022-11-08

난방비 폭등 등 취약층 겨울나기 힘들어졌다

예년보다 빠른 겨울 추위가 찾아왔다. 기상청은 올겨울은 예년보다 더 추울 거란 전망도 내놓았다. 본격적인 동절기를 앞두고 독거노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겨울나기가 벌써 걱정이다. 특히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이들이 겨울철 난방비를 제대로 감당해낼지도 의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겨울 난방비는 전년보다 약 40% 정도 올랐다. 취약계층에서 주로 사용하는 난방용 연료인 등유는 1년 전보다 약 50%가 올라 가정마다 겨울나기가 비상이라 한다.해마다 행정당국이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 사태 이후 닥친 경제난까지 겹친 상황이라 서민층의 올 겨울나기가 예년같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대구시가 예년보다 한달 빨리 한파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특별점검반을 통해 취약계층 시설 전반에 걸쳐 실태를 이중삼중으로 점검키로 했다.기초수급자,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노숙인 등 취약층은 물론 취약층 수용시설 등 아직도 우리사회는 돌봐야 할 사람이 많다. 대구시가 발 빠르게 이들에 대한 안전보호책 마련에 나선 것은 행정당국으로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좀 더 집중적이고 촘촘하게 그들의 삶을 살펴보겠다고 하니 잘한 일이다.얼마 전 서울에서 이태원 참사 사고가 일어났고, 봉화 광산에선 광부 매몰사고, 그저께는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일어나는 등 우리사회 곳곳에서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사회 전반에 벌어지는 각종 안전사고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불안하다. 행정당국이 긴장감을 갖고 우리사회가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특히 동절기를 맞아 취약계층의 안전관리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행정당국은 예산지원과 함께 잦은 점검으로 그들의 생활이 불의 사고로부터 위협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또한 우리사회도 공동체 정신을 발휘하여 그들에 대한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022-11-08

군민과 공직자 행복 위한 안내서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다면 대부분 ‘행복’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긍정 심리학 교수로 행복(Happi ness) 수업을 강의한 탈 벤 샤하르 교수는 “지속할 수 있는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확하고 구체적인 삶의 목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군정이 지향해야 할 목표이자 가치는 군정의 주인인 군민의 행복이다. 민선 8기가 출범하고 4개월 동안 많은 곳을 둘러보고 군민들을 만나며 어떻게 하면 군민 모두가 행복하고 잘 사는 봉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이런 고민을 할 때면 오래전 감명 깊게 읽은 책 한 권이 떠오른다. 20세기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을 통해 이런 말을 남겼다. “행복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약속된 미래가 아니고, 노력해서 정복해야 할 대상이다.”1930년 출간된 이 책은 러셀이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삶의 지혜와 행복에 대한 생각이 담겼다. 출판된 지 10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다.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행복이 우리 곁을 떠난 이유를 설명하며 경쟁이 심화된 현대 사회,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권태, 걱정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는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며 우리가 행복을 느끼고 쟁취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소개하고 있다.러셀은 행복을 방해하는 걱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이렇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현명한 사람은 고민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때만 고민하고, 고민을 해도 효과가 없을 때는 다른 생각을 한다. 특히 밤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박현국 봉화군수 한시도 쉬지 않고 고민하기보다, 꼭 필요한 때 적당하게 고민하는 침착한 태도를 길러야 행복과 능률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외부의 사물이나 사람에게 따뜻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동료인 인간을 향한 따뜻한 관심은 행복한 일상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러셀은 또한 “당신이 잘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나 행복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군민들의 행복을 위해 잘하는 일을 하려고 애쓰면 나 스스로도 행복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개인이 행복해야 사회 전체가 행복하다. 공직자가 행복해야 군민이 행복하고, 군민이 행복하면 공직자에게 그 행복이 돌아올 것이다. 군민의 안녕과 행복을 군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민선 8기 봉화군을 이끌어 가는 우리 공직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2022-11-07

미래를 여는 혁신

정상철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삶은 어제를 추억하고 오늘을 사랑하며 내일을 희망한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삶의 비전과 지금의 생각과 습관이 내일을 결정한다. 미래를 여는 혁신은 개인과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꾀하는 일이다. 미래가 없는 기업은 구성원의 희망을 잃는 것과 같고 꿈과 희망을 잃은 사람은 도전적이고 역동적일 수 없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매일 새벽 전쟁이 시작된다. 생존을 유지하고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세계 굴지의 기업은 기술문명이 발전하는 흐름에 따라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선택과 도전의 혁신을 했다. 가령, 삼성은 2000년 최고 CEO의 결단으로 미래 먹거리는 반도체로 보고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라는 콘셉트로 프랑크푸르트를 선언했다. CEO 주도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불과 5년만에 일본 소니를 추월하고 세계 최고로 우뚝 선 것은 미래를 여는 경영전략을 타이밍에 맞게 실행한 결과였다. 일본에서는 삼성을 연구하는 1천200명의 전문가가 있고, 앞으로 5년 내 소니가 다시 삼성을 추월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일본 경제학자 연구진이 쓴 책 ‘삼성이 두렵다’를 보면 삼성전자 모든 기업의 경영 흐름과 CEO의 일거수일투족이 분석되어 있고 미래 전자기술특허도 5건 확보했다고 한다. 기업의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하지만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겉도는 혁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혁신은 ‘가치있는 새로운 변화’라고 정의하는데 제도에 허가 있으면 실행에 허가 생기고 기획과 실행이 매칭이 안 되면 성과 달성도 어렵고 실행의 주체들로부터 불신을 갖게 되어 소멸되고 마는 속성이 있다. 한 번 기획하는 혁신은 10년 이상 가는 제도가 되어야 하고 100년 기업문화로 가는 요소가 되어야 한다.세계 선진기업인 도요타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보완하고자 할 때 현장 부서 200인 위원의 1차 의견수렴을 하고 초안을 만들어 설명회를 갖고 보완한다. 최종안은 직접 직원 설명회를 하고 다시 의견수렴 후 반영하여 최종 공지한다. 한 번 만든 제도는 중도에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룰과 매뉴얼의 문화’를 보여주는 일본과 다양성과 창의성이 강한 한국은 다른 면은 있지만 기업의 기획과 실행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 혁신은 대내외 변화와 경영전략과 연계하여 실행되어야 한다.필자가 지도하는 P사는 스마트 팩토리의 장기 비전을 갖고 추진되고 있고 비전을 향한 생산프로세스 분석과 설비고도화를 근간으로 첨단 제어기술과 수작업을 기계화·자동화·지능화하는 등 기술적인 개선으로 가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로 성공한 독일 지멘스는 제품생산 불량률이 0.000021%라고 하고, AI를 적용한 주행자율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교통사고율이 현저히 낮다. 이렇듯 기업에서 미래를 여는 혁신은 스마트 팩토리로 가는 길이며, 이에 따른 기업 생산 흐름은 MG세대를 넘어 알파세대(2010~2024년 출생)가 주도하는 생산시스템으로 세대 변화에 맞게 진화 발전해 나가야 한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경영 비전이 설정되고 혁신을 통해서 실현시켜 나가는 것으로 결정된다.

2022-11-07

그립고 아름다운 울릉도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지난 2일 오전 울릉도 전역에 공습경보가 내려졌다.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3발 중 1발이 울릉도 방향으로 날아온데 따른 경보발령 조치였다. 비록 날아가다가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지긴 했지만, 1분만 그대로 날아갔더라면 울릉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 평온한 섬 울릉도에 갑자기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주민 긴급대피령이 내려지자 당국과 주민, 관광객들은 놀라움과 함께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불과 1주일 전에 울릉도를 다녀오고 이번 주 또 다시 울릉도에 입도하는 필자 역시 당황스러움과 함께 일말의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었다.울릉도는 필자와 인연이 많은 곳이다. 40여년 전 고교시절에 친구따라 강남가듯이 처음으로 가본 울릉도엘 몇 번 가족과 함께 들어가서 성인봉을 오르고 독도를 찾았는가 하면, 직장 동료들과는 자전거를 타고 섬 일주로를 따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내수전옛길 트레킹도 즐기는 등 과연 울릉도에 각별한 애착(?)이 있어 보이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한 관광이나 탐방을 위한 입도는 차치하고라도, 울릉도에는 인연따라 마음따라 이어지는 지인이 있고 애틋한 사연과 추억이 물결처럼 늘 가슴 속에 일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가운 울도(울릉도)엘 늦가을의 소슬바람따라 이번에 또 들어가게 된 것이다.울릉도는 찾으면 찾을수록 매력이 넘쳐나는 곳이다. 명소나 관광지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한 번 가보고서는 절대 다 보고 알거나 제대로 느끼기가 어려울 것이다. 특히 울릉도는 더욱 그러하다. 풀꽃 하나라도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듯이, 울릉도·독도 전역이 국가지질공원이니 적어도 수 차례쯤은 가봐야 절해고도의 지질과 자연, 문화와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섬사람들의 풍습과 애환을 느끼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울릉도는 구석구석 신비로움에 쌓여있기에 사시사철 매혹적이고, 골골샅샅 호기심이 묻어나기에 늘 가슴이 울렁거리는지도 모른다.“삐죽삐죽 구불구불 위태위태 난 길따라/도동에서 통구미로 설레여 밟는 페달/태고의 신비 벗기듯 한 꺼풀씩 저어가네//낙타등 같이 굴곡진 태하령과 현포고개/숨소리 거칠어도 구슬땀이 달가운데/마루턱 언저리에는 바람의 결 정겹기만//파도의 하얀 안부 갈매기의 추임새에/코끼리바위(孔岩)이 꿈틀대고 삼선암이 들썪이네/어느새 관음도 눈썹이 노을빛에 수줍은 듯/애환 서린 내수전 옛길 아슬한 걸음으로/휘청이며 비틀대도 끌고 들고 메고 가니/두 바퀴 펼치는 세상 봉래폭포 환호성” - 拙시조 ‘울릉도 라이딩’ 전문이렇게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매력적인 울릉도에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표적이 되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고 공노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들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갈수록 많아지고 과격화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단호한 응징과 안보태세를 굳건히 갖춰야 할 것이다. 울릉도에 현재 상대적으로 취약한 안보, 방공시설의 확충과 방위시스템 등을 단계적으로 보강해야 할 것이다.

2022-11-07

커피믹스의 재발견

홍석봉정치에디터 경북 봉화의 매몰된 광산에서 광부 2명이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했다. 두 광부의 생환에는 작업 투입 때 챙겼던 커피믹스 30봉지가 양식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믹스커피는 칼로리가 높고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돼 있다.최초의 인스턴트 커피는 미국의 남북전쟁 중에 탄생했다. 1차 대전 때는 인스턴트 분말 커피가 개발됐다. 2차 대전 중에 수혈을 쉽게 할 수 있는 혈장 동결 건조 기술이 개발됐다. 전쟁이 끝나고 이 기술이 커피에 적용됐다.세계 최초의 커피믹스는 1976년 12월 동서식품이 개발했다. 커피와 설탕, 프림을 일정 비율로 섞어 커피를 타는 고민을 없앴다. 커피믹스는 1980년대까지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당시 사무실에 커피를 타는 직원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1997년 IMF 외환위기가 전환점이 됐다. 구조조정으로 일손이 부족해진 사무실에서 커피는 각자 타 마시는 것이 원칙이 됐다.이후 커피믹스는 한국인의 애호식품이 됐다. 커피믹스는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귀국때 가장 많이 사가는 상품이 됐다. 지난 2016년 한 여행사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장 맛있는 한국 차’를 조사한 결과 커피믹스가 식혜, 수정과, 매실차 등을 큰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특허청의 ‘우리나라를 빛낸 발명품’ 투표에서도 커피믹스가 훈민정음, 거북선, 금속활자, 온돌에 이어 당당히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커피믹스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편리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 뛰어난 맛 때문이다. 한류 열풍은 커피믹스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다. 1봉지에 100원에 불과한 커피믹스가 사람 생명을 구했다. 커피믹스가 이제 ‘비상식량’ 필수품이 됐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07

대화기부운동, 복지 패러다임 전환 계기로

경북도가 ‘작은 대화로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 최초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화기부운동을 시작했다. 대화기부운동이란 외로움으로 인해 대화가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자가 일상의 안부나 말벗과 같은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주는 일종의 복지 프로그램이다. 첨단기술 발달과 핵가족화로 분화하면서 파생하는 우리 사회의 대화 부족 문제를 복지차원에서 접근한다는 면에서 경북도가 추진하는 대화기부운동의 성과에 기대감이 모아진다.특히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현금지원 위주의 복지지원은 한계가 있으며 마음복지로 복지 틀을 대전환할 때가 됐다”고 밝히면서 이를 전국민 운동으로 승화시켜 갈 것이라고 했다. 경북도에서 시작한 대화기부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져갈 수 있다면 국가복지 패러다임을 넓히고 전국적 선순환 효과도 기대해도 될 만하다.사회복지의 근본 목적은 지속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다. 서울에 살든 지방에 살든 어느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를 해소할 역할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잘되는 나라를 우리는 선진복지 국가라 부른다.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선진복지국가 반열에는 끼지 못한다.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고, UN세계행복지수가 겨우 50위에 머무는 나라다. 지금은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1인 가구 증가로 사회적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경북도가 도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외로움 실태조사를 벌였더니 10명 중 6명이 외로움을 느끼고 우울감과 자살을 생각한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외로움 대책팀을 만들고 외로움 실태조사, 외로움 극복 및 예방지원 조례 제정 등 외로움에 대한 행정적 기반조성에 나선 것은 앞선 행정이라 칭찬할 만하다.경북도는 이 운동의 취지를 잘 알려 우선 지역의 많은 지도자와 단체 등이 참여토록 해야 한다. 또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해 우리나라 정신문화운동의 본거지인 경북이 복지 분야에서도 높은 역량을 떨치길 기대한다.

2022-11-07

‘맑은물 하이웨이’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2일 안동댐 기념탑에서 대구시와 안동시는 안동·임하댐의 맑은물 공급과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의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과 안동시의 ‘낙동강유역 광역상수도 구축’ 사업이 상호소통된 결과이다.1991년 낙동강 페놀사고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대구시의 상수원을 강물에서 댐물로 전량 전환하는 사업의 출발점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대구시는 안전한 상수원 확보를 위해 취수원 다변화에 노력하여 낙동강 본류와 댐, 강변여과수 등 다양한 대상을 검토하였다. 최근까지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유량과 수질,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한 낙동강 해평취수장 취수를 추진하여 왔으나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결국 안동·임하댐으로 선회하였다.영남권 시도연구원이 공동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영남권 물관리 체계 구축방안’ 연구의 목적으로 2021년 6월에 영남권 주민 약 2천500명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하였다. 주요 음용수 이용형태를 물어본 결과 정수기가 47.3%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병입생수 27.6%, 수돗물 23.2%, 지하수·약수 1.9%의 순으로 나타나 주민들은 주 음용수 이용에 안전성을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사자 지역 대비 수돗물 품질이 우수할 것 같은 도시를 선택하는 질문에서는 경북 안동이 35.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로 보면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은 지역민의 수요에 매우 부합한다.그런데 위의 주민 의견조사에서 대구지역민에 대해 상수도 경영 개선 및 수돗물 품질 향상, 물 낭비 예방을 위해 수도요금을 인상하는 의견에 대해 물은 결과, 반대하는 응답 비중이 61.6%로 찬성(38.4%)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수도요금 인상 반대는 성별로는 여성(65.7%)이, 직업으로는 가정주부(65.7%)가 주택유형으로는 상가주택(85.7%)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물값 인상이 불가피한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값 상승을 억제해야 하고 수요자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낙동강 상류 댐 이전에 따른 본류 수질관리 약화에 대비하여야 하고 안동시를 비롯한 상류지역 주민과의 상생협력 사업으로 신뢰기반을 지속적으로 쌓아야 한다.대구시와 인구규모, 도시위상 등에서 공통점이 많아 자주 비교되는 일본 제3의 도시 나고야시가 상류 지자체와 맑은 물 확보와 경제협력 등에서 근래 10년 이상 협력해온 사례는 우리의 물 갈등 해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0년부터 나고야시는 상류의 4개 현소속 많은 기초 자치단체와 연대 강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회의, 특산물판매시장, 상하류기업간 상담회, 유역민연대심포지엄, 나고야의수원·기소삼강유역 연대사업기부금 등을 추진해 왔으며, 유역연대 모범지역으로 일본수대상 특별상을 수상하였다.안동시는 ‘낙동강유역 광역상수도 구축’ 사업을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부흥하고자 하는데, 우수 물기업 유치와 인재 양성을 통한 물산업 진흥이 필요하다. 대구시는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을 통해 맑은 물과 이에 대한 대가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양 지역간 신뢰와 이해가 소통되도록 해야 한다.

2022-11-07

경북도의 ‘RE100 산업단지’ 구상 기대된다

경북도는 지난 주말(4일) ‘경북 2050 탄소중립 비전 보고회’를 열고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줄이기로 했다. 보고회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배한철 도의회 의장, 관내 유관기관장, 시민단체 등 탄소중립 관련기관 지도부 150여 명이 참석했다. 경북도는 탄소중립 비전 실천을 위해 지역산업 구조 대전환, 녹색건축물 및 녹색교통 체계 구축, 산림경영을 통한 지속가능한 탄소흡수원 확보, 기후변화 적응체계 구축을 4대 중점과제로 선정했다.우선 경북도가 ‘탄소배출 제로’ 목표달성을 위해 탈탄소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 주목된다. 사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면 도로, 전기, 상하수도 시설이 잘 정비된 싼 공단 부지만 제공해서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100% 사용(RE100)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지자체가 탄소중립 생태계를 지원해야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이다.EU는 내년부터 3년간 계도 기간을 거친 뒤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CBAM이 시행되면 EU에서는 수입제품에 대해 t당 10만~11만원의 탄소세를 부과한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앞으로 관련기업들이 EU 각 국가에 수출하려면 엄청난 탄소세를 부담해야 한다. 수출경쟁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탄소경쟁력이 이제 기업경쟁력이 된 것이다. 무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 우리나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다.경북도는 탈탄소 산업단지 조성 외에도 탄소 포인트제 가입과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도시숲 조성, 저탄소비료 사용, 폐기물 감량화, 소각폐열 발전 등의 정책도 추진한다고 한다. 경북도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실천가능한 탄소중립 정책을 찾아 시행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앞으로 해외기업 유치의 경쟁력은 ‘탈탄소 산업단지’와 같은 RE100 생태계 구축 여부에 달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2-11-07

우리들의 마음속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을까

대학에서 학생들과 강의를 하다 보면, 종종 정해져 있는 길에서 벗어나 도저히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질문을 의도적으로 던질 때가 종종 있다. 문학 전공의 소설론 수업에서 늘 그렇듯 진행되기 마련인, 소설의 플롯이나 시점 같은 이야기들에 학생들이 더 이상 눈을 빛내지도 않고, 선생 역시 슬슬 이야기가 지루해질 때쯤이 되면, 슬며시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지금 당신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이 흘러가고 있는가. 그것은 어떤 형태인가, 또 어떤 색깔인가. 그래, 지금 이 지루한 이야기를 들으며 어딘가 너머에 있는 세계를 더듬으며 딴 공상을 하는 바로 이 순간.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물길처럼 흘러가고 있을까? 아니면 제멋대로 메모를 붙여놓은 메모판처럼 얼룩덜룩한 상상들이 겹쳐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을까? 세상 많은 것이 그렇듯, 이 질문에는 정답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속은 모두 제각각이고,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 말이다.다만 이 물음은 어느새 지루해져 버린 소설에 대해 강의하는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어딘가 저 먼 상상의 세계를 떠돌고 있던 마음들을 끌어모아 자기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게 하는 힘이 있다.우리의 마음속이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정답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호기심이 사라지거나 포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궁금해진다. 우리가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우리의 마음속에서 생각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지금 무심코 생각이 흐른다고 쓰긴 했지만, 생각이 흐른다고 하는 것도 인간 사고에 대한 하나의 모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였던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가 제안했던 ‘의식의 흐름’ 같은 것이 그런 모델이었다. 생각이 흐른다고 한다면, 인간의 사고가 문장처럼 머릿속에서 순서대로 떠오르고 사라져 가는 장면이 상상된다. 우리가 책을 읽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인간의 마음속이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어로만 사고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희부윰하고 불투명한 이미지들이 마음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과정들이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과정이다. 그 이미지는 사진이나 영상처럼 시청각적인 것일 수도 있고, 음악처럼 순수하게 청각적인 것이기도 하며, 때론 가려움 같은 촉각적 상상이나, 달콤함 같은 미각적 상상을 동반하기도 한다.인간이 꾸는 꿈이 그렇듯, 인간의 마음속에서 떠올리는 생각도 아마 제각각일 것이다. 내용에 따라,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일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하고 질문을 받게 된다면, 불행하게도 인간인 우리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수단은 아직 언어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마치 인간의 마음이 온통 언어로 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지만, 대체 말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을 말하지 않으면 대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또 누군가의 책을 읽다 보면,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따라 나 역시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인간의 마음이 언어로만 되어 있지야 않겠지만, 아직은 언어를 통해서만 우리가 타인의 마음속에, 혹은 자신의 마음속에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이다.답이 없는 물음에 답하고 있자니, 잠시 모였던 학생들의 마음이 또 어딘가 다른 곳을 향해 떠나고 있다. 나 역시 오늘의 강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급한 마음을 재촉하기 시작한다. /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2-11-07

바닥에는 검은 진흙이 <Ⅷ>

-그렇구나. 알았다. 기분은 좀 어떠냐? 요즘은 어디에 마음을 쓰고 있느냐?영권이 인호에게 물었다.-아버님께서 말씀하셨던 운이라는 것을 시험해보고 있습니다.-내가? 내가 운을 이야기한 적 있느냐?-예. 저번에 남해에서. 이런저런. 아버님의 좋은 운이 지속되셨으면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고맙구나. 잘 다녀 오거라.인호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갔다. 많이 섭섭한가 보군. 남해에서의 대화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니. 이 년이나 지난 일을. 영권이 혼잣말을 했다. 영권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딱히 달리 할 것은 없었다.전화가 왔다. 필립이었다.-웬일이신가? 우리 다음 주에 만날 텐데?-네. 만나야지요. 제가 차를 보내겠습니다. 공개된 곳에서 뵙기가 좀 그래서 조용한 곳으로 마련해두었습니다. 편안히 오시면 됩니다.-알겠네.약속한 날 저녁 필립이 보낸 차가 왔다. 회사에 소속된 차는 아닌 듯했다. 나름 철저하군. 생각보다 믿음이 가는데. 어쩌면 제 아비보다 낫겠어. 영권은 뒷좌석에 기대 필립과 나누어야 할 이야기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차는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 쪽으로 향했다. 운전사가 운전석 창을 열었다. 무겁고 싸늘한 밤공기가 차 안으로 들어왔다.영권이 웃옷의 단추를 채우며 말했다.-춥지 않은가? 나는 좀 추운데.-아, 넵. 차 안 공기가 탁한 것 같아서요. 곧 닫겠습니다. 죄송합니다.물어보지도 않고 문을 열다니 기본이 안 되어 있군.태극기를 들고 앞장서 걷고 있는 가이드 뒤로 시의원들이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따라가고 있었다.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가이드의 음성이 들렸다.-지금 보고 계신 이 강의 이름은 네바 강입니다. 생페테르부르크를 가로지르는 큰 강이죠. 강물의 색을 한 번 보시겠어요? 잘 보시면 강물의 색이 푸르지가 않고 검을 것입니다. 이건 강바닥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도시가 건설되기 전, 이 근처는 모두 늪이었다고 합니다. 도시를 건설하면서 강이 형성되었는데요. 그래서 늪의 검은 흙들이 강의 바닥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이 검은 것이 아니라 바닥이 검어서 강이 검게 보이는 거지요. 거꾸로 생각하면 물이 맑아서 그렇다는 뜻도 됩니다. 깊이가 이십육 미터 정도 됩니다. 생각보다 깊지요?넓고 깊은 강의 표면이 바람에 흔들렸다. 흔들리는 표면은 파도가 되어 강 가장자리의 벽으로 와 부딪쳤다.-빠지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여기는 깊고 물살이 빨라서 사고가 잘 납니다.가이드의 주의가 있었다. 자유 시간 십오 분을 줄 테니 둘러보시라는 말과 함께 가이드의 음성은 사라졌다. 인호는 강의 가장자리로 다가갔다. 강물의 색을 보고 싶었다. 가이드의 말처럼 검었다. 검은 강 위로 은색의 물방울들이 튀었다.지금쯤이겠지. 깊고 검은 강을 바라보며 인호는 생각했다. 저 강 아래 깊은 곳에 검은 진흙들이 있을 줄 어찌 알겠어.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절대로 알 수가 없지. 이 강물을 모두 마셔버리거나, 전부 바다로 쓸어낸다면 몰라도. 아니면 강으로 들어가 바닥까지 내려가 보거나. 그렇지. 바닥은 아무도 몰라. 아버지,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이제 강바닥을 한 번 보셔야지요. 바닥에는 검은 진흙들이 있답니다.이번에는 떨리지 않았다. 물건을 들어낼 일이 없으니 지난번보다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직접 해야 할 일도 아니었다.노마는 백미러로 영권을 보았다. 뒷좌석 등받이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저기, 의원님.-뭔가?-안전벨트를 매시겠습니까? 가는 길이 조금 험해서 그럽니다.-험한 길을 험하지 않게 가야 베테랑 운전사인 것 아닌가? 최필립 회장, 그래 이제는 회장이라고 불러도 되겠지. 최필립 회장이 고용한 운전사면 베테랑일 텐데.-베테랑입니다. 이제 곧 베테랑에게도 험한 길에 들어설 것입니다.-알겠네.영권은 뒷좌석 안전벨트를 찾아 매었다. 딸칵 소리가 났다.운전하다 물속으로 들어가면 되는 거야. 그리고 뒤돌아보지 말고 나와 그러면 돼. 필립이 말했었다. 그러면 되는 일이었다.왼편으로 검은 저수지가 보였다. 이윽고 무언가 수면을 흔들며 저수지로 들어갔다. 어둠 속 수면에 비친 달빛이 부서졌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이곳,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어. 부서진 가드레일이 말해주었지만 거들떠보는 이는 없었다.이틀 뒤 보좌관이 영권의 실종신고를 했다. CCTV를 분석한 경찰이 강원도의 한 저수지에서 영권이 타고 있던 차량을 건져냈다. 영권의 차가운 몸에서 오직 한 곳 왼쪽 가슴속 인공 심장만이 굳은 핏덩이를 애써 밀어내고 있었다. /김강 소설가

2022-11-07

울릉도대피소 지하주차장건설로…학교 운동장 등 활용 필요

김두한 기자경북부 울릉도에 2일 오전 8시55분 갑자기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는 울릉도 주민들은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위한 묵념의 사이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이렌이 1분을 넘기면서 계속 울리자 주민들은 불안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TV를 보던 중 북한이 울릉도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자막을 봤다. 그러나 사이렌과 어떤 관계인지 아무도 몰랐다. 미사일이 울릉도를 향해 날아오자 공습경보가 내려 사이렌이 자동으로 울렸다. 것 그러자 더 불안해졌다. 어떻게 하라는 메시지도 없고 사이렌만 3분 이상 울렸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공황상태에 빠졌다. 울릉군청에 문의해도 자신들도 무슨 영문인지 모른다는 것. 사이렌 소리가 중단됐고 각 방송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속초 동쪽 57㎞ 지점 울릉도 서북쪽 167km 지점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제 발사할 우려가 있다며 집에서 대피소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대기하라고 자막을 통해 계속 공지했다. 공습경보 메뉴얼에는 대피소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릉도에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 울릉도에서 70년 가까이 살고 3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한 필자도 모른다. 그래서 국민재난안전포털 등에 확인해 본 결과 대피소는 완전 엉터리다. 대피소에 대해 더 거론할 필요도 없지만, 울릉읍 관내 지정된 대피소에 울릉군민들이 대피하면 이태원사고보다 훨씬 압사 위험이 크다. 따라서 대피소라 할 수 없다. 여기에 관광객까지 겹친다면 이태원보다 몇 수십 배 위험하다. 또한, 이 대피소는 모두 큰 건물지하다. 만약 미사일을 큰 건물을 겨냥해 발사하면 대피한 주민들은 모두 지하에서 목숨을 잃을 밖에 없는 구조다. 대피소가 아니라 그냥 지하이며 현재 모두 다른 기능으로 사용되고 있다. 울릉도에 미사일이 날아오면 그냥 집 있는 게 더 안전하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과제다. 그대로 방치 울릉도 주민들을 사지로 내몰 수는 없다. 현재 울릉도는 대형 여객선취항으로 관광객 크게 증가 주차난을 겪고 있다, 앞으로 비행기가 취항하면 주차난을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주차난과 대피소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이 있다. 울릉읍 내에는 울릉초등, 울릉중, 울릉고등학교, 학생체육관이 있다, 이들의 운동장은 모두 지상에서 3~5m 높은 곳에 위치, 지하로 뚫지 않고 옆으로 파고들어가면 된다. 울릉도주차난은 무조건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따라서 정부의 예산을 투입 앞당겨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울릉읍 저동~도동~사동 간 터널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것도 과거에 거론된 사항이다. 일주도로 구간 중 도동~저동, 도동~사동 간은 언덕을 넘어야 하므로 겨울철 차량의 스파크 타이어장착으로 도로가 파손이 심하다. 터널을 뚫으며 도로파손방지는 물론, 시간 단축과 원활한 차량흐름으로 울릉읍 도동항과 시가지 교통 혼잡완화 등 쾌적한 시가지를 조성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울릉주민들은 위한 대단위 대피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이 될 수 있어 반드시 검토해야 할 울릉도의 가장 큰 현안 사업이다./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2022-11-07

은행나무 유감

강길수 수필가 가로수 은행나무잎들이 황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머지않아 은행잎들은 노랗게 변신할 것이다. 샛노란 얼굴로, 새봄처럼 가을을 밝힐 은행잎…. 불어오는 하늬바람에 은행나무낙엽이 노랑나비 되어 팔랑팔랑 추는 군무를 바라보는 가슴은 기쁨이자 슬픔이며, 멀고도 가까운 저 너머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자, 기대이기도 하다.은행 종자 떨어진 가을 보도(步道)엔 아슬아슬 인생길 곡예가 공연된다. 떨어진 은행을 요리조리 피하며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공연이다. 실수로 은행을 밟으면, 신발 밑창에 그 외종피의 고약한 냄새가 착 달라붙는다. 한 번 뭍은 냄새는 그냥 두면 오래 가 사람 기분을 언짢게 한다. 악취를 없애려면, 신발 바닥을 꼼꼼히 씻어내야 하는 고역을 치러내야만 한다.수년 전 한 가을날, 아내가 비닐봉지에 껍질을 까지 않은 은행 두어 줌을 담아왔다. ‘가로수 은행은 중금속 오염으로 먹으면 안 될 거’라는 말에, 시골에 사는 이로부터 은행을 얻은 친구가 그 일부를 나눠준 것이란다. ‘냄새나서 어쩌려고’ 하는 내 걱정에, 다음 날 남편 출근 뒤 혼자 펜치로 작업하였단다.며칠 후, 펜치를 쓰려고 봉지에서 꺼내는데, 은행 악취가 장난이 아니었다. 펜치의 손잡이 수지(樹脂) 부분에 은행 냄새가 밴 것이다. 아내가 은행 외종피를 벗긴 고무장갑을 끼고 펜치로 중종피를 제거했나 보다. 펜치와 함께 들어있던 공구들의 손잡이에도 냄새가 났다. 퐁퐁 탄 물로 공구들을 꼼꼼히 씻었다. 냄새가 조금 줄었을 뿐, 없어지지 않았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펜치 손잡이는 은행 냄새가 제법 난다.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 한단다. 신생대에 번성했는데, 고생대인 2억 7천만 년 전 화석도 발견되었다니 말이다. 긴 세월, 많은 기후환경의 변화에도 살아남은 은행나무의 비결은 무엇일까. 연구자가 아니기에 과학적 추론은 어렵지만,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리라. 외종피의 악취나, 몸체에 다른 나무들보다 해충이 없는 점 등을 보면 은행나무는 자기 보호력 강화 쪽으로 진화한 지혜로운 나무다.인간이 개체로는 약하지만, 공동체가 되면 지구의 어떤 생물 종보다 강한 것은 은행나무를 닮아서가 아닐까. 천부적 지능으로 도구 만들고, 집 지으며, 옷 짓고, 문화와 과학기술문명을 이루었으니 말이다. 인간의 지능을 다른 생명이 본다면 은행의 외종피 같지 않을까. 그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인간 문명’이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맘대로 온갖 생명을 주무르고 재미로 죽이기도 하니까.사람은 떨어진 은행을 피할 수 있고, 줍거나 따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생명은 인간을 그리할 수가 없다. 이성(理性)보다 지능을 앞세워 물질문명에 치중한 인간의 생활 행태는, 기후변화를 불러와 지구촌 뭇 생명이 생존 위협을 받기에 이르렀다. 은행나무는 생존에 필요한 진화만 한다. 반면 인간은, 생존을 넘어 욕망만 채우려 자연의 하소연을 외면해왔다. 이는, 인간이 지구촌을 공멸의 길로 떠밀고 있음이다.인간이 은행나무의 지혜라도 좀 닮아가면 좋겠다.

2022-11-06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라고요?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10월 29일 서울 용산에서 일어나서도 안 되고 일어날 수 없는 대참사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정부는 발빠르게 여러 가지 수습책을 제시했다. 수습책에는 단어 사용을 제한하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교통사고로 서너 명이 한꺼번에 죽어도 참사라고 하는데, 156명이 한 곳에서 갑자기 죽은 일에 참사를 쓰지 말고 사고를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런 정부가 정말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까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이태원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은 변명처럼 보인다. 이태원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지는 것을 정말 염려했다면, 맨해튼 테러가 아니라 9·11 테러라고 한 선례처럼, 이태원이라는 지명을 빼고 10·29라는 날짜를 써야 한다는 국어학자 신지영 교수의 지적은 백번 옳다. 많은 희생자를 내고 붕괴한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는 새로 지으면 위험이 사라지지만, 이태원이라는 지역은 새로 만들 수 없으니 사건 이름에 지역을 넣은 것은 그 지역에 영원히 낙인을 찍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을 수도 있지,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자, 참사라고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그러나 한덕수 총리가 외신 기자 회견에서 이번 참사 원인이 크라우드 매니지먼트의 부족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드론 등 디지털 역량을 개발하고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한 대목에서는 검고 끈적한 덩어리가 목을 누르는 것 같은 좌절감이 들었다.먼저 이번 10·29 참사가 디지털 역량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사건 발생 네 시간 전부터 신고 전화가 빗발쳤고,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당시 그 근처에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 시스템이 이미 지난 9월 1일 개발이 완료되어 있었다. 이 시스템은 서울시 여러 지역의 실시간 혼잡도를 5분마다 집계해서 바로 보여준다.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혼잡과 위험이 예상되는 그날 아무도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책임자의 안전불감증이 문제지, 디지털 역량이 부족해서, 드론이 없어서 참사가 일어난 것이 아니다.그러나 원인 분석과 대안의 부당함과 비현실성 때문에 좌절감이 든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를 힘주어 말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기막힌 것을 발견했다는 듯한 당당함과 무감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죽다’나 ‘다치다’보다 ‘사망’이나 ‘부상’이라는 한자어만 써도 그것은 활자화된 표현이 되고 나의 삶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한자어조차 이렇게 생생함을 떨어뜨리는데, 영어는 더 말할 나위 없다.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 이 참사의 책임은 기술에 전가되고 보호해야 할 시민은 관리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희생자를 진정으로 애도하는 방법은 10·29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일이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2022-11-06

땀 흘린 훈련이 생명을 지킨다

김진국 고문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쏘아댄다. 대포는 수백 발씩 쏘고, 군용기 180대를 출동시켰다. 곧 제7차 핵실험이 예상된다.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는 공동성명에서 ‘김정은 정권 종말’을 거론하며 경고했다. 공포로 주저앉을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남의 일처럼 여기는 터무니없는 낙관론은 안 된다.지난 2일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울렸다. 하루 미사일 25발을 쏜 날이다. 북한이 6·25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너머 울릉도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았다. 다행히 미사일은 속초 앞 바다에서 더 비행하지 않고 떨어졌다. 그렇지만 실전 경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설마 하는 마음에 민방위 훈련이거나 이태원 참사 추모 사이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니 대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업을 계속하는 학교도 있었다. 울릉군도 우왕좌왕했다. 공습경보를 발령한 지 24분이 지나서야 대피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는 100분이 넘어서야 공습경보 자막을 내보냈다. 정해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미사일이 실제로 육지까지 날아왔다고 상상하면 아찔하다. 2010년 연평도 포격에서 보았듯이 ‘설마’는 없다.북한이 처음 핵실험을 했을 때는 화들짝 놀랐다. 그런데 실전 배치 단계에 와서는 무신경하다. 북한이 연일 도발해도 전쟁은 없다고 믿는다. 왜 위기를 조장하느냐며 방어체계 구축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서울 이태원에서는 아까운 젊은이 156명이 사망했다. 어처구니없는 참사다. 여기서도 ‘설마’ 하고 안이했다. 경찰은 훈련 없는 울릉도 주민만도 못했다. 관할지인 용산경찰서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50분이 지난 밤 11시 5분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다. 소방 당국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경찰에 15번이나 지원을 요청했다. 요청한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기동대 배치 지시가 떨어졌다. 사전 예방은커녕 사후 긴급 요청에도 먹통이었다. 나사가 풀렸다.112치안종합상황실에는 사고 3시간 전부터 시민 신고가 들어왔다. 그런데 상황실장은 참사가 난 뒤에도 1시간 24분이나 상황실을 비웠다. 집에 있던 서울경찰청장은 이때 상황실장으로부터 처음 보고받았다. 경찰청장은 서울이 아닌 제천에서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전화도, 문자도 연락이 되지 않다 다음날 0시15분에야 전화를 받았다. 용산구청장은 참사 당일 고향인 의령 축제에 갔다 돌아와 이태원에 인파가 많다고 걱정하면서도 지역구 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에게 알렸다. 구청이나 경찰, 소방 같은 공식 조직에 연락하고, 사고 예방에 나서지 않고, 집으로 갔다. 같은 당파끼리만 놀던 조선시대도 아니고….군의 준비 태세도 불안하다. 북한이 미사일 25발을 쏜 2일 대응 사격한 미사일 3발 중 2발이 실패했다. 패트리엇 1발은 발사에 실패했다. 천궁은 날아가다 자폭했다. 지난달 4일 밤에 대응 발사한 현무-2C 탄도미사일은 뒤로 날아가 군부대에 떨어졌다. 그다음 날 쏜 에이태큼스 미사일 2발 중 1발은 표적으로 가지 못하고 추적 신호가 끊어졌다.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아무리 시뮬레이션이 훌륭해도 실전연습만 못 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수도 키이우에 핵 공격용 특별방공호 425개를 만들었다고 한다. 대피 훈련의 땀이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 심폐소생술(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쓰러진 사람을 방치할 수는 없다. 적어도 공습경보가 울릴 때 내가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 화생방 상황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한다.경북 봉화 광산에 매몰됐던 광부 두 명이 무사히 구조됐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최선의 조치를 하며 구조를 기다렸다. 평소 매뉴얼을 잘 익히고, 그대로 한 덕분이다. ‘징비록’에 일본 사신이 기생을 동원해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준 상주 목사를 이렇게 조롱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늙은이는 여러 해 전쟁을 치르느라 수염과 머리가 다 하얘졌지만, 귀공은 기생들의 춤과 노래 속에서 아무 걱정 없이 지냈는데 머리칼이 왜 하얘졌소?” 서애(西厓)가 남긴 충고대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11-06

인생이 뭔가 싶을 때 꺼내 보는 책

잊지 못할 한 권의 책을 고르기 위해 꽤나 오랜 시간 책장 앞을 서성였다.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 가운데서도 감명 깊게 읽었으나 한 번 읽고 나면 손이 가지 않는 책이 있고, 두고두고 곁에 두고 꺼내 보게 되는 책이 있다.나에게는 ‘니체의 말’이 그런 책이었다. 벌써 여러 번 읽고 있지만 당시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매번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니체의 말’은 20세기 철학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독일 철학자 니체(1844~1900)가 생에 남긴 말들을 엮은 잠언집으로 자신에 대하여, 기쁨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마음에 대하여, 사랑과 지성,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보이지 않는 미래가 불안한 젊은이도, 저물어가는 인생에 허무함을 느끼는 어른도 만약 지금 어딘지 모르게 답답할 때,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 이 책을 만난다면 좋겠다.용기가 없어 망설이는 이에게는 “공포심의 정체라는 것은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가 어떠한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힘으로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이기에”이라는 말로 용기를 전하고,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에게는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라”는 단순하지만 묵직한 말로 큰 울림을 준다.사람들은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면 일단 과거 자신의 경험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하지만 인간의 경험이란 한계가 있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걸어온 과정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기도 한다.내적 성장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겪어보는 것이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단연 독서가 최고의 방법이다.바쁜 일상에서 책을 가까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기에 일상에서 책 읽는 시간만큼은 꼭 필요하다. 박남서 영주시장 책 가운데서도 삶의 지혜와 철학이 담긴 고전은, 인류 삶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사람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나 역시 독서 시간을 따로 내지는 못하더라도, 틈틈이 책을 가까이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나 행정의 일선에서 시민들의 삶을 살펴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에 나를 포함한 시청의 모든 공무원들이 독서를 통해 유연한 사고의 폭을 넓혀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사회를, 시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더 고민하게 되기를 기대한다.영주는 선비도시로, 독서의 중요성을 어느 곳보다 잘 알고 있는 지역이라 자부한다. 선비들이 글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은 그 속에서 지혜를 찾기 위함이었다. 선비들의 독서의 힘이 지혜로, 지혜가 통찰력으로, 통찰이 창의력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깊이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선비들의 글 읽기를 통해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길을 찾았듯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독서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정신’과 ‘지혜’를 찾게 되길 바란다.독서는 문화자본을 상속받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어려움에 부딪히는 순간, 나를 비추어보고 앞으로 나갈 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니체의 말’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보길 바란다. 그 어떤 멘토보다 확실하고 정확하게 나아갈 방향을 안내해줄 것이다.

2022-11-06

공황장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사공정규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손자병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절은 바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이다.이 구절을 “공황장애를 알고 나를 알면 공황발작이 백번와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생각해 본다.먼저 공황장애, 공황발작의 본질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해를 돕기 위해 화재경보기와 비유(比喩)해 본다. 화재 예방과 빠른 화재 진압을 위해서 건물에 설치된 화재경보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화재경보기가 고장이 나서 불이 났는데도 작동을 안 한다면 문제이고 반대로 지나치게 예민해서 담배 연기에도 작동한다면 이 역시 문제이다.화재경보기가 고장 났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린다면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할 것이다.이처럼 우리 뇌 속에도 일종의 불안 경보기가 있다. 이 불안 경보기는 자율신경중추인 뇌간의 청반(locus ceruleus)으로 알려졌고, 인간의 긴급대처 반응을 주관한다.불안경보기는 밤길에 강도를 만난다든가 하는 위급 상황이 일어나면 자동으로 작동해서 우리로 하여금 재빨리 도망치게 하거나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만일 위험이 닥쳤음에도 불안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멍하니 있다가 생명을 잃게 될 확률이 높고 반대로 불안 경보기가 너무 예민해서 긴장하거나 두려워할 응급 상황이 아닌데도 공황 발작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난다면 이 역시 문제이다.공황장애를 앓는 사람이 불안 경보기가 예민해서 공황발작이 온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그 불안과 공포는 더욱 커질 것이다.이제, 공황발작을 의인화해서 공황발작의 입장에서 이야기 해보겠다. 나는 공황발작이다. 나는 예고 없이 갑자기 사람들을 방문한다. 나는 나의 방문객(공황발작을 겪는 사람)에게, 밤에 외진 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바로 앞에 만난 것처럼 심장을 급격하게 두근거리게 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은 호흡 곤란 등의 정말 뜬금없는, 갑작스러운 신체적 증상을 나타나게 한다.나의 방문객은 ‘이제 죽겠구나’하는 엄청난 공포감과 불안감으로 나를 마주한다. 심지어 내가 방문하지 않을 때조차도 내가 또 오지 않을까 하는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을 느끼며, 심장질환이나 호흡기 질환, 뇌졸중 등의 신체적 질병으로 죽지 않을까 걱정하게 한다.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이 비슷하게 생긴 솥뚜껑만 봐도 소스라치듯, 나를 만난 유사한 상황이나 장소를 피하게 된다. 결국, 나의 방문객은 공황장애가 깊어지면서 갈 수 없는 곳, 삶 전체에서 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방문객의 삶은 위축되며 삶의 반경도 좁아지는 등 공포와 불안은 일상화된다.나는 나에 대한 비밀을 이야기하겠다. “내가 보여주는 갑작스런 신체적 증상은 비록 그 순간 힘들고 괴롭다고 하더라도 나의 방문객이 나를 가만히 바라볼 수만 있다면 짧게는 수분이내 아무리 길어도 일반적으로 1시간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또 나는 우리 속에 있는 호랑이와 같아서 나의 방문객 생명을 앗아갈 수 없다. 이제는, 예비 공황장애 환자인 우리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상황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황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식을 못할 만큼 자동으로 빠르게 반응해 우리가 생각을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정신의학적 용어로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자동적 사고는 매우 빨라서 우리가 인식하기 힘들다. 많은 경우 자동적 사고는 부정적으로 왜곡되어 있다.공황장애에서의 대표적인 왜곡된 자동적 사고는 ‘파국적 해석 오류(carastrophic misinterpretation)’이다. 예를 들어 공황 발작의 신체증상을 죽을 것 같다고 잘못 생각을 한다면 오히려 교감 신경계가 더 흥분돼 더 불안해질 것이다.또 공황발작이 오면 그 결과는 엄청난 것이어서 자신이 아무 대처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잘못 생각을 한다면 공황장애는 더 악화 될 것이다. 공황 발작이나 공황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리고 파국적 해석 오류의 왜곡된 자동적 사고와 이에 뒤따르는 역기능적 행동을 바로 잡아 주는 일은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CBT)의 시작이다. 공황장애의 인지행동치료는 미국정신과의사협회의 공황장애 치료지침과 한국형 공황장애 치료지침에서도 약물치료와 더불어 가장 권고하는 치료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이듯 공황장애도 공황발작이라는 증상 자체의 문제보다 그 증상을 바라보는 생각과 행동이 더 중요하다.오늘 필자가 드리고 싶은 말은 공황장애를 편견(偏見)으로 보지 말고 정견(正見)으로 보자는 것이다.공황장애를 알고 나를 알면 공황발작이 백번와도 위태롭지 않다. 즉, 공황장애를 정확하게 알고 나의 생각과 행동을 정확하게 알면 공황장애는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다.

2022-11-06

블라인드 초래하는 블라인드 채용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최근 연구계에는 신선한 소식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 대해 우선적으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전임 정부가 시작한 블라인드 채용은 최소한 국가 성장의 동력이 되는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서만큼이라도 자유로운 채용 조건을 제공하여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이번 발표는 과학기술계의 지속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25개 출연연 중 18개 연구소가 블라인드 채용의 폐해를 지적했고 반대했다고 한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연구기관의 연구능력이 떨어지는 문제는 과학기술계에선 숙원사업처럼 여겨져왔던 이슈이며, 현 정부가 인재를 효율적으로 발굴하여 과학기술을 증진시켜 강국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과학계에는 단시간의 면접으로는 업무적합도 판단이 힘들다고 보고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고, 일부 의원들이 과학계 블라인드 채용을 완화하는 법안도 발의했었지만 정치적 논리에 밀려왔다.‘블라인드 채용’이란 무엇인가? 눈을 가린다는 영어 블라인드(Blind)와 채용을 합친 개념이다. 채용할 때 학력, 경력 등의 흔히 스펙이라고 불리는 요소를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인성, 업무와의 적합성 등을 고려하여 채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학력이 철저히 배제된다. 윤석열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폐지 방침에 대하여 일부 교육시민단체와 노동계 일부가 반발했다. 블라인드 채용 제도가 후퇴할 경우 학벌과 인맥을 중시하는 채용·인사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실제 국내 기업에서 학력에 따른 차별 등 불이익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국가인권실태조사를 확인한 결과, 채용이나 승진 등에서 학력·학벌의 차별을 겪었다는 실태가 발표된 적도 있다. 일리있는 반발이기도 하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한 채용인가 하는 판단도 쉽지 않다. 5년 전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제시했으며, 소위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문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은 성별, 학벌, 출신지역 등에 대한 의무할당제를 포함한 채용이므로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블라인드 채용이 공정하게 진행되는가 또는 자기의 스펙이 깡그리 무시되어도 좋은가 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에는 스펙을 어필하려는 편법이 쓰일 수밖에 없다. 가령 이메일 주소 기재란에 대학 이름이 들어가는 도메인을 쓰면 대학을 표시할 수 있다. 동아리 활동 기재란에 학교의 이름을 알 수 있는 동아리를 적거나 주소지를 학교 기숙사 혹은 학교 인근의 주소지로 적는 방법 등이다. 그래서 2017년 하반기부터 채용을 진행하는 다수의 공공 기관에서는 해당 행위를 한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응시자는 어떻게 자기를 나타낼 수 있는지 방향을 잡기 힘들다. 블라인드 채용에 반대하는 심사자는 거꾸로 면접 대상자의 스펙을 유추해 보려고 애쓰는 현상도 나타난다. 인성과 업무적합성을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완벽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짧은 시간에 오판을 하게 되면 오히려 그것이 공정을 해치는 것일 것이다. 학력과 학점, 경력 모두 한 사람의 노력의 결과물이며 업무적합성에 대한 충분한 보조 자료인데 수십 년간의 노력을 모두 무시하고 짧은 시간에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인지 의심스럽다.최근 조사에서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50:50으로 의견이 갈라졌다는 것은 통계의 함정이다. 블라인드 채용하는 기업이 30%인데 조사는 이러한 기업을 상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나머지 70% 기업을 조사해 보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연구중심의 기업이나 연구기관들에게 블라인드 채용은 큰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다른 국가들을 보면 공공 부문 채용에서 지원자의 출신 학교·전공·학점이 드러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사례는 없다. 공정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그러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대학이나 연구소에 원서를 낼 때도, 회사에 입사지원을 할 때 이력서에는 반드시 학력과 경력을 쓰게 되어 있다. 블라인드 채용(Blind Hiring)제도의 진정한 의미는 외국에서는 다르다. 이는 지원자의 이름이나 성별, 나이 등을 나타내지 못하게 하여 남녀 차별과 연령차별을 막자는 의도이지 학력, 경력, 스펙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교수직이나 연구직에서는 학력, 경력이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지원자는 자기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과거의 노력을 제출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은 공정이기 보다는 노력한 자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일 뿐일 수도 있다.블라인드 채용이 공정이라는 개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재고를 해야 한다. 우수 인재를 구별하지 못하는 블라인드를 초래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적절하게 개선하면서도 능력에도 불구하고 대학 출신 같은 학력으로 불리함을 감수하지 않도록 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블라인드 즉 장님을 만드는 무조건적 블라인드 채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2022-11-06

주민이 행복한 명품 도시 남구 만들기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대구 남구는 예전부터 앞산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살기 좋은 부자 도시로 명성이 자자했다.“대구에서 소문난 부자는 다 남구에 산다”라고 할 정도로 앞산 아래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즐비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급변하는 산업 구조에 적응하지 못한 탓일까. 도심의 노후화로 인한 인구 감소 및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과거 남구의 화려한 명성은 점차로 빛이 바래고 설상가상 젊은이들의 이탈로 점점 활기를 잃어갔다.4년 전, 구청장으로 임기를 시작할 무렵, 우리 남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직 뼈를 깎는 혁신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산 정상에서 남구를 내려다보며 굳게 다짐했다. 우리 남구의 명성을 되찾고 다시 활기찬 명품도시로 만들어 보겠다고. 그날부터 변화하는 남구를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다.먼저, ‘왜 남구에 젊은이들이 살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무엇보다 지하철 1호선과 3호선이 인접해 편리한 교통환경으로 도심의 접근성도 좋고, 지역 내에 대학병원이 두 곳이나 있으며, 앞으로는 맑은 신천이 흐르고 뒤로는 대구시민의 휴식처인 앞산이 품어주니,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살기 좋은 남구인데 말이다.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바로 노후화된 주거환경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남구의 노후화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그 결과, 남구는 4년 만에 깜짝 놀랄 정도로 상전벽해(桑田碧海)했다. 신천과 앞산을 바라보는 멋진 조망권을 가진 새로운 주거환경에 반한 젊은이들이 점차 우리 남구로 찾아들었다. 어르신들로만 가득 찼던 도심에 드디어 젊은이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남구에 찾아온 이 희망을 바탕으로 ‘앞으로 구청장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고민 끝에 낸 답은 바로, 남구에 활력을 더해 줄 앞산을 중심으로 한 문화관광사업의 완성이다.앞산은 대구 도심에 위치, 접근성이 좋고, 산책로와 등산로가 잘 갖춰져 있어 대구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에 이곳의 개발은 상징적이다.그래서 나는 지난 4년 동안 남구의 자산인 앞산을 중심으로 앞산해넘이전망대와 앞산빨래터공원 및 앞산하늘다리 조성으로 ‘집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관광지 조성’의 초석을 다졌다.제일 먼저 조성된 일몰 시간의 앞산해넘이 전망대는 붉은 노을이 황홀한 장관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맞이 전망대는 많지만 도심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해넘이 전망대는 드물어서 그런지 입소문을 타면서 아름다운 일몰과 함께 대구의 야경을 감상하려는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 모이고 있다.또한, 앞산해넘이전망대를 잇는 앞산 하늘다리는 앞산순환도로를 가로지르는 첫 경관 교량으로, 해넘이 전망대에 이어 또 하나의 야간 경관 명소가 되었다. 교량 중앙에 설치한 하트 모양의 조형물은 연인은 물론 소중한 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전하기에 좋은 장소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앞산해넘이전망대 아래에 있는 앞산빨래터공원에는 관광객의 편의 증진을 위해 지하에 89면의 공영주차장을 조성하고, 지상에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벽천분수와 공연 무대가 딸린 2천300㎡ 규모의 공원을 새롭게 단장해 앞산 해넘이 전망대, 앞산 하늘다리와 함께 앞산테마공원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그 덕분인지, 요즘 주말에 앞산으로 산책을 나가 보면 앞산 일대를 찾는 젊은이들이 부쩍 많이 늘었다. 젊은 연인들이 앞산하늘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하고, 앞산빨래터공원에서 반려동물과 산책을 하는 이들로 북적이면서 자연스럽게 이 일대에 유명 커피체인점과 음식점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이렇게 앞산을 중심으로 앞산빨래터공원과 앞산해넘이전망대, 앞산 하늘다리 그리고 명품 도심형 캠핑장까지 전국 최고의 관광 테마파크가 조성된 것이다.앞으로의 4년도 남구 구석구석에 잠재된 관광자원을 활성화해 남구민들에게는 편안한 힐링 휴식처로, 남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명품 문화 관광 도시로 거듭나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주민이 행복한 활기찬 도시, 명품 남구로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2022-11-06

두 얼굴

경주 남산에는 많은 얼굴이 있다. 감실부처, 석불입상,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등 바위마다 부처님이 새겨져 있다. 부처님의 형상은 같은 것 같지만 가만히 비교해보면 다 다르다. 얼굴에서 손의 위치까지 나름의 의미를 품고 있는데, 오늘은 아직 못 본 부처님을 찾아 비탈길을 오른다.열암 골짜기 7부 능선쯤 축대에 오르자, 시커먼 그늘막이 가로막는다. 그 안에 커다란 너럭바위 하나가 놓여 있다. 좀 더 자세히 보려 허리를 숙이고 다가갔다. 아랫면에 얼굴이 있었다. 코가 땅에 닿을 듯 말 듯 5cm 차이로 땅을 바라보고 있다. 말로만 듣던 엎어진 부처님이다.한눈에 보기에도 부처님은 잘 생겼다. 오뚝하게 솟은 코와 내리뜬 길고 날카로운 눈매는 타원형 얼굴을 잘 받쳐준다. 도톰하고 부드럽게 처리된 입술에 후덕한 성정이 도드라져 보인다. 깨달음의 과정을 거치면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목주름(三道)이 보여준다. 풍화가 비켜 간 얼굴은 너무도 말짱해서 오히려 신비롭게 느껴진다.이렇게 수려한 부처님이면 오롯이 서서 세상을 향해 자비로운 미소를 지어야 한다. 그런데 왜 엎어져 천년이 넘도록 땅을 응시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이 골짜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언제, 누가 또 어떻게 발견했을까.저만치 언덕 위에 석불좌상이 보인다. 다가가 보니, 멀리서 보던 모습과 다르다. 여러 조각을 잇고 붙여 원형을 복원했으나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석불좌상은 목이 잘리고 광배 자락이 동강이 났다. 새는 어깨에 앉았다가 똥이나 싸고 가고 비는 깨끗이 씻어줄 것이다. 그런데 만신창이가 되었으니, 누군가의 소행이 틀림없다. 부처님의 이지러진 입을 보면서 나도 안타까워 얼굴이 일그러지고 만다.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 매년 이곳을 찾는 등산객이 무엇에 홀린 듯 앉아 있다가 동강 난 석불좌상의 불두를 발견했다. 그래서 당국에 신고했고 문화재 담당관이 근처를 돌며 깨진 부처님의 잔해를 찾았다. 너럭바위에 앉아 잠시 쉴 겸 숨을 고르는데 그 아래 빈 곳이 있었다. 고개를 숙여 보니 가지런히 모은 손이 보였다고 한다. 엎어진 부처님은 그렇게 발견되었다. 세상의 얼굴이 험상궂을 때였다. 못 배우고 힘없는 백성은 귀족들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일하고도 제대로 품삯을 셈하지 못해 허방에 농사를 짓는 날이 많았다. 가난은 가난을 물고 늘어지고 배부른 귀족의 배는 나날이 불러갔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불공정한 세상을 나무라지 않았다. 분노에 찬 백성들은 들고일어나 무엇이든 두드려 부수었다.‘세 차례 크게 지진이 있었고 그 소리가 성난 우렛소리처럼 커서 말이 모두 피하고 담장과 성첩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모두 놀라…. 팔도가 다 마찬가지였다.’조선명종실록에 기록된 사실이다. 한반도에도 지진이 일어났다. 어느 날 땅이 흔들렸다. 기왓장이 떨어지고 담장이 무너졌다. 천재지변은 곧 하늘이 내리는 벌이다. 여진으로 땅이 밤낮없이 몸을 떨자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인간 세상이 험악해지자 분노를 참지 못한 하늘이 세상을 흔들어버렸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이순혜 수필가 부처님도 지진으로 엎어졌다고 추정된다. 엎어진 김에 쉰다고 오늘까지 쉬어버렸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꼴 보기 싫은 세상인데 일어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을 외면한 부처는 천년 넘도록 얼굴을 온전하게 보전하고 있다. 두 눈 부릅뜨고 나무라던 석불좌상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인간의 두 얼굴이 만들어낸 아이러니다.이지러진 얼굴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석불좌상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것이 바로 너희 세상의 얼굴이라고 꾸짖는 것일까. 아니면 너희 세상이 평화로울 수 있다면 나 하나쯤 만신창이가 되어도 좋다고 너그러이 용서하는 것일까. 문득, 어리석은 백성을 용서하시라 무릎 꿇고 싶다.내려오는 길에 엎어진 부처님을 다시 본다. 부처님이 일어나 만신창이가 된 부처님을 보면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 이제는 일어나세요. 청하자니 세상의 얼굴이 부끄럽다.

2022-11-06

코로나 7차 대유행 임박…백신접종률 높여라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올 겨울철 코로나 유행은 변이 바이러스 유입 상황에 따라 하루 최대 20만명까지 확진자 발생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7차 유행 정점규모를 밝힌 것도 처음이지만 하루 20만명 규모는 지난해 6차 대유행 당시 발생한 18만명대보다 많은 수치여서 코로나 7차 대유행에 대비하는 국민적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지난 9월 26일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실내 착용 외는 사실상 전면 해제됐다. 국민이 느끼는 코로나19 상황은 사실상 종식 수준에 가깝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도 사라지고 별종 독감 정도로 여기는 수준으로 경계심도 거의 없다. 마스크를 낀 사람은 많지만 일상은 거의 정상회복에 도달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7차 대유행이 닥칠 수 있다는 보건당국의 예측에 우리는 이제 다시한번 긴장감을 추스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7차 대유행 정점을 11월 말이나 12월로 본다.그동안 코로나 백신접종으로 생긴 면역력이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는 인구가 많아진 탓인데, 당국은 면역력이 떨어진 인구가 전체 국민의 68%(약 3천500만명) 정도라 한다.감염과 백신효과로 생긴 면역력이 떨어지고 새 변이의 등장과 동시에 국민의 경계심도 느슨해져 코로나19가 기승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도래했다는 의미다.확진자 수가 최근 3주째 증가세를 보이고 하루 확진자도 4만명대에 이르러 지난달 중순 하루 평균 2만명대의 두배다. 6일 0시 현재는 3만6천675명 발생으로 일주일 전보다 2천여명이 늘었다.설상가상으로 겨울철 들면서 독감 등 호흡기 증상의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멀티데믹도 우려된다. 코로나19에 맞설 방법은 백신접종과 개인의 방역수칙 준수가 최선이다. 아직은 느슨한 방역 분위기로 백신접종률이 매우 낮아 걱정스럽다.면역력이 높으면 감염되더라도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낮출 수 있다. 더 늦추지 말고 백신접종을 서둘러 국민적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2022-11-06

징비록의 교훈

우정구 논설위원 징비록(懲毖錄)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과 군무를 총괄하는 도체찰사 직위에 있었던 서애 류성룡이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와 쓴 책이다. 국정과 군무의 최고 책임자였기에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의 원인과 전황, 조선과 일본·명나라와의 외교관계, 전투성과, 백성의 생활상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특히 그는 전쟁 전의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해 전쟁을 미리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도 책에 담았다. 또 책은 임진왜란을 자국 중심으로 바라보았던 중국과 일본의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잡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그는 “난중의 일은 부끄러울 따름이다”라고 적어 스스로 반성한다는 뜻을 책에서 밝혔다.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으나 그 속에서 우리가 건질 수 있는 것은 교훈을 얻는 데 있다. 징비록을 쓴 류성룡은 비록 남인이라는 정파의 일원이었지만 임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기술했다.역사학자 토인비는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그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해 당할 것”이라 말했다.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의 위기감이 점증하는 분위기다. 한미 국방장관이 만나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국에 적시적으로 전개할 것”을 밝혔으나 북한의 비상식적 도발 행위로 보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의지를 얼마나 억제할지는 미지수다.징비는 “잘못을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하자”는 뜻이다. 임진왜란은 우리 민족이 기억하는 가장 참혹한 재앙의 역사적 사건이다. 징비록이 남긴 역사적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안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재난을 한번 당하고도 대비하지 않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