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이 화제다. 한효주, 조인성 등 유명 배우들이 초능력자로 열연하는 가운데 류승룡 배우가 분한 무한 재생 능력자 장주원의 고향은 포항 구룡포다. 묵처럼 투명하게 삶은 개복치를 맛있게 먹는 모습도 나온다. 개복치를 어느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지 찾는 이들도 생겼다고 한다. 포항에서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경조사에 빠지지 않는 친숙한 음식인데, 드라마에서 보니 반가웠다.
장주원을 주인공으로 한 에피소드에서 개복치는 꽤 여러 번 등장한다. 왜 하필 개복치일까? 개복치는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예민한 생물이다. ‘살아남아라! 개복치’라는 게임이 유행했을 정도다. 장주원도 겉으로는 투박하고 강해 보이지만, 속은 허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인물이다. 길을 잃었다며 반려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무한 재생 능력으로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그 능력 때문에 결국 ‘괴물’이라 불리며 배척당했기 때문이다.
‘무빙’의 포스터에는 “우리는 영웅도, 괴물도 될 수 있어”라는 문구가 있다. 힘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지만, 남들과는 다른 힘이 차별을 낳는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SF에서 초능력자는 여러 가지 시선으로 그려진다.‘어벤져스’에서는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는 초능력자가 ‘엑스맨’ 시리즈에서는 돌연변이 괴물로 공포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타고난 특성을 차별의 이유로 삼는다는 점에서 현실의 인종차별을 떠올리게 한다. 엑스맨에서 대립하는 양 진영의 수장이 흑인 인권 운동가를 모델로 한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다. 차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의 공존을 꾀하는 자비에는 마틴 루서 킹으로부터, 결국 인간을 힘으로 지배해야 한다는 매그니토는 맬컴 엑스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다. 이야기가 만들어진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다.
이렇게 초능력자가 차별받는 SF는 현실의 우리 사회를 낯설게 보게 한다. 초능력자들은 우리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 있는 데도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다. 단지 우리와 다를 뿐인 이들에게 열등하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인식을 ‘차별의 이유’로 덧씌워 내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무빙’에서처럼 어쩌면 영웅이 될 수 있을 평범하고도 찬란한 이들을 우리는 괴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한국 사회에 초능력자가 있다면 어떤 존재로 살아가게 될지,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국 SF작가들의 앤솔러지 ‘이웃집 슈퍼히어로’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수록작 중 이서영 작가의 ‘노병들’도 ‘무빙’처럼 국정원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초능력자가 주인공이다. 세대 간의 정치적 갈등을 중심으로 덜 화려하지만, 더 처절한 전투가 펼쳐진다.
김보영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에서는 반복되는 대형 참사 현장에서 묵묵히 사람을 구하는 시간 능력자가 등장해 묵직한 여운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