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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AI의 실체···알고리즘 트레이딩에서 리스크 관리까지

등록일 2026-04-19 15:49 게재일 2026-04-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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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탐욕과 공포가 충돌하는 금융···그 공간서 AI 속도·정확성 높이고 감정 배제 탁월
금융 모든 층위서 작동하는 AI···감수할 리스크와 지킬 가치 결정 여전히 인간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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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운 계명대 글로벌 창업대학원 벤처창업학과 교수

돈은 잠들지 않는다. 서울 증시가 문을 닫는 순간 뉴욕 월스트리트가 열리고, 뉴욕이 잠들면 도쿄와 홍콩이 깨어난다. 하루 24시간, 한 해 365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 글로벌 자금의 흐름을 인간이 쉼 없이 쫓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인공지능(AI)이다.
한때 금융은 정보와 인맥, 경험의 세계였다. 하버드 MBA 출신 애널리스트가 밤새워 재무제표를 뒤지고, 베테랑 트레이더가 직감으로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 세계가 지금, 조용하고 빠르게 바뀌고 있다.

■ 0.001초의 전쟁
주식 시장에서 AI의 진입은 속도의 문제였다. 사람이 주가 차트를 보고 판단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아무리 빨라도 수백 밀리초. AI 알고리즘은 그 수천 분의 1시간 안에 거래를 실행한다. 이른바 고빈도 트레이딩 (HFT·High Frequency Trading)의 세계다. 글로벌 알고리즘 트레이딩 시장은 2025년 218.9억 달러에서 2026년 250.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추세이며, 연평균 14.4%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이미 전 세계 금융 거래량의 89%가 알고리즘이 처리하고 있으며, AI 시스템은 70~95%의 정확도를 달성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월가의 트레이딩 플로어를 가득 채웠던 수백 명의 트레이더들이 지금은 서버실의 컴퓨터 몇 대로 대체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JP모건 설문조사에서 AI와 머신러닝은 3년 연속으로 모든 자산 클래스와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 기술로 꼽혔다. EBC Financial Group 같은 조사에서 헤지펀드 매니저의 86%가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를 ‘실험적 도구’로 바라보던 금융 업계가 이제는 AI 없이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AI 알고리즘은 단순히 빠른 것만이 아니다.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패턴을 찾아낸다. 뉴스 감성 분석, 소셜미디어 언급량, 위성 이미지로 분석한 주차장 차량 수, 신용카드 거래 데이터까지 — 사람이라면 결코 동시에 처리할 수 없는 정보들을 AI는 초당 40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로 분석하며 투자 신호를 포착한다.

■ 내 투자를 맡긴 로봇,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기관투자자와 헤지펀드의 영역이라면, 일반 투자자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온 금융 AI는 ‘로보어드바이저’다. 사람 대신 AI가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시장 변화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을 재조정해주는 서비스다.
현재 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는 전 세계적으로 1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2029년까지 4,7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Statista 분석에 따르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규모는 매년 13.4% 성장해 2025년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 흐름을 타기 위해 경쟁적으로 AI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61개 증권사의 개발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상승한 3,379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중 KB증권이 1,154억 원을 지출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KB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MTS에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서비스 ‘스톡 AI’를 선보였고, NH투자증권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생성형 AI의 이미지 인식 기능을 활용해 차트를 자동 설명하는 ‘차트 분석 AI(차분이)’를 출시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배당을 많이 주면서 성장성도 있는 종목”이라는 자연어 질의를 알고리즘이 이해해 종목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복잡한 투자 전문 용어를 몰라도, 대화하듯 AI 에게 물으면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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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거래 방식과 AI 알고리즘 트레이딩 비교. /서용운 제공

■ 은행의 보이지 않는 AI ··· 신용평가와 사기 탐지
금융 AI의 변화는 투자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더 조용하고, 더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있다. 대출 심사와 사기 탐지다.
머신러닝 기반 신용평가 모델은 기존의 금융 정보만이 아니라 온라인 거래 패턴, 소비 행태 등 비금융 데이터까지 분석하여 더 정확한 신용 평가가 가능해졌다. 이는 금융 이력이 부족한 청년, 프리랜서, 소상공인 같은 ‘씬 파일(thin file) 고객’들에게도 대출의 문을 열어주었다. 
신한은행은 생성형 AI 기반 ‘여신심사지원 에이전트’를 도입해 기업 분석과 여신 의견서 작성 업무를 지원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기업 신용평가 심사 의견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시스템을 전 영업점에 도입했다. IBK기업은행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기술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재무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기업 선별에 나서고 있다. 
사기 탐지 분야의 변화는 더욱 크다. 기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은 ‘특정 조건이면 차단’하는 규칙 기반이었다. 새로운 수법의 사기들은 이 규칙을 교묘히 빠져나갔다. AI 기반 FDS는 다르다. 수억 건의 거래 데이터에서 정상 거래 패턴을 학습한 뒤, 그 패턴에서 벗어나는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사기꾼이 새로운 수법을 쓸수록, AI도 새로운 패턴을 학습한다.
우리은행은 기존 사고 사례 중심의 시나리오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거래 패턴을 학습해 새로운 유형의 금융사고까지 탐지하도록 설계된 FDS를 고도화했으며, 지난해 약 385억 원 규모의 피해를 예방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6년 2월에는 금융권 최초로 AI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 영업점에 24시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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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사 AI 활용 현황 비교표. /서용운 제공

■ AI가 만드는 위험, AI가 막는 위험
그러나 이 모든 혁신은 새로운 그늘도 함께 드리운다. AI가 금융 범죄의 도구로도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까지 AI 관련 전화·문자 기반 사기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다. 딥페이크 기술로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거나, AI로 자연스러운 보이스피싱 스크립트를 만들어내는 수법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딥페이크 관련 금융 사기 사건은 2022년 22건에서 2023년 42건, 2024년 150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2025년 1분기에만 이미 179건이 보고돼 2024년 전체 합계를 넘어섰었다. 
AI로 공격하고, AI로 방어하는 시대인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고객 문의의 90% 이상을 AI 챗봇이 자동 처리하며 실시간 FDS 시스템으로 금융 사기를 차단하고 있고, HSBC는 600건 이상의 AI 프로젝트를 전사적으로 적용해 고객 상담 자동화, 리스크 관리, 규제 준수 지원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제도적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12월 ‘금융 AI 7대 원칙’을 발표하고, 2026년 1분기까지 ‘금융산업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보험사·카드사·핀테크 기업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적용 범위로, AI의 공정성·투명성·책임성 확보를 제도화하는 작업이다. 


■ 그래도 최종 판단은 인간이 한다
금융 AI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일관된 경고음을 낸다. AI는 강력하지만 전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AI가 상담이나 추천을 넘어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면서도, “금융사고 책임 구조와 규제 환경을 고려할 때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이 담당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지적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AI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갑작스러운 관세 정책 같은 전례 없는 사건들은 AI가 본 적 없는 패턴이다. 그런 국면에서 AI 알고리즘들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포지션을 청산하면, 시장 변동성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플래시 크래시’가 발생할 수 있다. 2010년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36분 만에 9% 폭락했다가 회복한 사건이 그 최초의 전조였다면, 전 세계 금융 거래의 대부분을 AI가 장악한 현재는 그 위협과 파급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치명적일 수 있다.
결국 AI 트레이딩은 ‘만능 알파 생성기’가 아니라 패턴 탐지와 리스크 관리 도구로서 가치가 높다. 진정한 경쟁력은 AI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적용하고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은 언제나 인간의 탐욕과 공포가 충돌하는 공간이었다. AI는 그 공간에서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고, 감정을 배제하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어떤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지, 어떤 가치를 지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밤낮없이 돌아가는 뉴욕 월스트리트의 거대 자본부터 포항의 개인투자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로보어드바이저에게 노후 자금을 맡기는 순간까지, 이제 금융의 모든 층위에서 AI가 작동하는 시대다. 그 이면에 작동하는 AI의 실체를 이해하는 것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서용운 계명대 글로벌 창업대학원 벤처창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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