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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누구나 마땅한 일을 하는 겁니다 <Ⅰ>

/삽화 이건욱 안나는 한 손으로 부른 배를 받쳐 들고 우현을 맞이했다. 부은 두 눈을 남은 한 손으로 훔치며 우현의 앞에 섰다. 검은 상복 아래 하얀 버선이 보였다.-왔어?우현이 안나에게 말했다.-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언젠가 아니, 조만간 볼 수 있겠다 싶었지만.-무슨 말이야?-노마가 네 이야기를 했었거든. 모두 다. 늙은 회장이 죽은 것도.-그랬어? 그랬구나. 오빠가 다 말했구나. 말하지 말라 했는데.안나는 노마의 영정을 보며 눈을 흘겼다. 노마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웃고 있었다. 영정 앞 피어오르던 향 연기가 잠깐 흔들렸다.-이제 어떻게 할 거야?우현이 안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안나는 우현의 손등을 쓰다듬었다.-뭘 어떻게 하겠어. 아이가 클 때까지는 죽은 듯 지내야지. 노마 오빠와 약속했었어. 그때까지는 조용히 착하게 있기로.-그래? 내가 도움이 될 일이 있을까?-지금 답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알다시피 지금 상중이니. 아무튼 와 줘서 고마워. 전화번호는 그대로인거지? 내가 전화할게. 이 배 좀 꺼지고 나면 같이 밥도 먹고.우현은 전화하겠다는 안나의 말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안나는 꼭, 곧 전화를 할 것이었다. 전화든, 뭐든 받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노마가 왜 그 차를 운전했는지 궁금했지만 안나도, 노마의 부모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 일과 관계가 있는 걸까? 이번에는 왜 내게 말하지 않았던 걸까? 그 일은 나 혼자 무덤까지 가지고 가면 되는 건가? 우현은 되묻기만 했다. 답을 줄 이도 없었다. 당장은 답이 필요 없는 질문이기도 했다. 노마가 사라졌으니 우현은 그 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약간은 후련했다.-들으셨습니까? 팀장님?허 형사가 박 팀장의 방으로 들어왔다.-뭐 말이야? 국회의원 죽은 것? 자동차 사고라면서. 익사라 하던데.박 팀장은 쌓인 결재 서류를 뒤적이며 대답했다.-네. 자동차 사고고 익사이긴 한데요. 운전자가 있었습니다. 운전자도 사망했는데요, 소속이 올더앤베러 직원이랍니다. 올더앤베러 직원이 왜 그 차를 운전했는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운전석과 뒷자리 안전벨트, 둘 다 불량이었다는 것도 이상하고요.-최 회장 사건과 관계있다는 거야?-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느낌이 조금 그래서요. 회사에 문의하니 휴가 중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유족들은 휴가였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고요. 올더앤베러에 취직한지도 얼마 안 되었다는데. 더 캐볼까요?-뭘 더 캐. 조금 있어봐. 뭘 캐려고 해도 단서가 있어야지. 느낌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감으로 수사할 수는 없잖아. 더구나 우리 관할도 아닌 것을. 관계가 있다면 최 회장 사건 수사하다보면 연결고리가 나오겠지.최 회장 사건 수사는 답보상태였다. 허 형사는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없어 답답하던 참이었다. 국회의원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관할이 달랐다. 명백한 고리가 있거나 단서가 있다면 협조요청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 하나 없이 무턱대고 수사에 관여할 수는 없었다. 우현이나 족쳐야겠어. 중국 쪽이든 국내 쪽이든 인공 폐에 대해 뭔가 나오겠지. 사고팔았을 테니까 뭐든 흔적이 남아 있겠지. 허 형사는 중얼거리며 자리로 돌아왔다.인호는 일어나 필립을 맞이했다.-이런 황망한 일이 있습니까? 큰일을 하셔야 할 분인데 이리 가시다니. 일단 절부터 하겠습니다.영권의 영정에 향을 피우고 절을 한 필립은 인호와 맞절을 한 뒤 마주 앉았다. 취재 중이던 기자들이 몰려와 주위를 둘러쌌다.필립이 인호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의원님 빈자리가 큽니다. 상심이 크시겠지만 빨리 털고 일어나셔야지요. 지역민도, 정치권도 모두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제 힘 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인호는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현장에서 올더앤베러 직원도 같이 발견되었다면서요?필립은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근처에 있던 기자와 눈인사를 했다.-그러게 말입니다. 그 직원이 왜 의원님과 함께 있었는지, 왜 운전을 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알아보니 마침 그 전날부터 휴가를 냈었다고 하던데.-아마도 면접 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님이 운전기사를 바꾸려 하셨거든요. 운전기사는 보고 듣는 것이 많은 자리이니 직접 보고 뽑아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아무튼 그 직원 가족들도 황망하기는 마찬가지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그쪽 빈소에도 들릴 예정입니다. 어쨌든 우리 직원이었으니 잘 챙겨 보내야지요. 그게 마땅히 제가 할 일입니다. 누구나 마땅한 일을 하는 거지요. 아이고, 뒤에 줄을 많이 섰네요. 일어나겠습니다. 다음에 조용히 뵙겠습니다.자리에서 일어선 필립과 인호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가벼운 포옹을 했다. 필립은 신을 신은 뒤 장례식장 복도에 늘어선 화환을 둘러보다 빈소로 돌아가지 않고 서 있는 인호를 보았다.-무슨?-형님이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요. 그 말을 곱씹느라.-무슨 말을?-누구나 마땅한 일을 한다는 말씀 말입니다.-아, 그 말. 돌아가신 제 아버님이 즐겨 하시던 말입니다. 맞는 말이지요. 누구나 마땅한 일을 하는 겁니다. /김강 소설가

2022-11-14

일상의 공포, 치유의 또 다른 방식

‘큐어’ 포스터.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개의 대사가 있다면 그것은 “왜?”라는 질문과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왜”는 살인의 동기를 묻는 질문이고, “당신은 누구야”는 “왜”라는 질문을 하는 이에게 되받아 치는 질문이다. 이 두개의 질문은 반복된다. 답을 요하는 질문에 서로가 질문으로 맞서니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세 번째 살인. 세기말의 도쿄에서 유사한 형태의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범인은 다르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모방범죄이거나 살인을 저지르게 된 동기의 유사성이 아닐까 추측한다. 평범했던 이들이 같은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왜?”라는 질문에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살인을 저질렀던 범인들이 하나같이 “모르겠다”고 대답하면서 살해동기는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포인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개의 범죄 스릴러 영화들이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적하던가 무슨 이유로 ‘왜’ 살인을 하게 되었는가를 파고들면서 긴장을 유지하지만 ‘큐어’는 그렇지 않다.범행장면에서부터 범인을 노출시키고 쉽게 체포된다.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이 아니라 유사점도 없는 살인자의 동일한 형태의 살인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네 번째 살인과 다섯 번째의 살인이 이어지면서 살인범들의 동선에 모두 한 남자를 만났다는 공통점이 드러난다.이제 “왜”라는 질문은 모든 범죄의 연결고리인 남자 마미야에게 주어진다. “왜”라는 질문에 “당신은 누구야”라는 질문과 “그러니까 누구라고 넌?”이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의 밑도 끝도 없는 반복된 질문이 이어지면서 영화는 새로운 긴장을 형성한다.도입부 등장부터 텅빈 공간과도 같은 바닷가에서 출현한 마미야는 어디서 왔으며 스스로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여기가 어디인지 반복되는 질문을 던지고 쓰러진다. 이후 마미야를 만났던 이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살인을 행한다. 늘 그래왔듯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처럼 그들의 일상 속에서 잔인한 살인은 갑작스러우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펼쳐진다.일련의 살인사건은 마미야에 의해 정신적으로 교사되고 있으며, 마미야를 검거하게 되면서 마미야의 선문답과도 같은 “당신은 누구야?”라는 질문 속으로 들어간다.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의 내면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 노이로제와 불안감, 신경증과 정신적 문제들의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 심연의 본질을 마주하라는 주문과도 같은 것이다.빛과 어둠, 인간의 선한 마음과 악마성, 이것들은 상호보완적이거나 화합되지 않는다. 하나를 억누르거나 두 가지의 모습을 지닌채 마음은 무거우며 끊임없는 억제와 선택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을 마주하라는 주문이며, 선택하라는 명령과도 같은 것이다.사건을 수사하는 다카베 형사는 형사로서의 모습과 남편으로서의 모습 속에서 삶의 짐과 고통, 불안과 분노의 경계를 넘나든다. 불안과 분노는 도처에 등장하는 일상의 소음으로 나타난다. 낮게 깔리며 장면마다 반복되면서 증폭된다. 선과 악의 심리와 선택은 빛과 어둠의 명징한 대비로 등장인물의 현재 위치와 심리적 상태를 나타낸다.영화 후반부 “기분 좋게 텅 비워 버리고 나처럼 새로 태어나라”라고 마미야는 다카베 형사에게 말한다. 이 말은 두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선택의 의미다. 물론 그 선택의 방향은 마미야의 선택을 권유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의미는 그 선택에 의해 그의 방식으로 본질적인 인간으로 거듭나라는 것이다.그래서 영화의 제목은 ‘큐어(cure·치유)’며, 그 전에 영화의 제목으로 하려고 했던 ‘전도사’인 이유다. 영화는 직접적 행동보다 심연의 어둠을 드러내며 진행된다. 드러나지 않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은 또 다른 공포를 유발한다. 낮게 깔리며 증폭되는 영화 속 배경 음향과도 같이 밀려오고 그 속에 빨려들어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주)Engine42 대표

2022-11-14

울릉 등 도내 4곳 전국서 소멸위험 가장 높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13일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 개발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경북은 전남, 강원과 함께 지방소멸 위험성이 가장 높은 광역단체로 분류됐다. 경북이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지방소멸의 선두그룹에 나타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경북의 소멸 위험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히 산업연구원의 이번 조사는 단순히 노령화만 따져 평가한 것이 아니고 경제적 선순환 메커니즘에 기반을 둔 조사 결과라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그동안 지방소멸지수는 65세 이상 고령자 대비 젊은 여성(20∼39세) 비율을 따지는 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지방소멸의 위험성은 인구감소, 노령화와 더불어 지역경제의 취약성도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이번 조사에서 전국의 지역소멸 위험지역으로 꼽힌 59곳 가운데 전남이 13곳(22%), 강원이 10곳(16.9%), 경북이 9곳(15.3%)으로 나타나 3개 광역단체가 전국의 54.2%를 차지했다. 경북에서는 울릉과 봉화, 청송, 영양 등 4개 군은 지방소멸 위험성이 전국에서 가장 나쁜 9곳에 포함됐다.또 이번 조사서는 지방소멸 현상이 비수도권 군지역에서 수도권과 광역시지역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특히 대구와 부산이 전국 수준보다 빠르게 진행됐으며 대구의 소멸지수(0.76)는 전국 평균(0.81)보다 낮았다. 또 모든 수도권과 광역시지역도 8년 이내 초고령화지역으로 진입할 것으로 관측됐다.전국적인 출산율 저하가 지방소멸을 재촉하지만 소득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요소가 지방소멸에 가세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2015년을 기점으로 지역총생산이 수도권으로 더 집중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용근로자 임금 격차가 커지는 등 경제적 불균형이 비수도권 지역의 소멸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2022-11-14

만추의 새별오름, 그 정치철학적 함의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오름의 왕국, 제주도에는 368개의 크고 작은 오름이 있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필자도 수없이 올랐던 ‘새별오름’에 매혹되어 올해도 어김없이 또다시 찾았다. 오름의 서쪽, 경사가 가파른 길로 정상에 올라서 360도 파노라마 풍경을 감상한 후, 경사가 완만한 동쪽으로 내려왔다.만추의 새별오름이 가르쳐주는 정치철학적 함의는 크다. 멀리서 보는 새별오름은 민둥산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억새꽃들이 춤추고 있다. 오름의 정면에서는 억새들만 보이지만, 오름의 후면에서는 작은 나무들과 넝쿨이 빽빽이 엉켜있는 숲을 볼 수 있다. 오름의 아래에서는 능선만 보이지만, 정상에 서면 동쪽의 한라산, 남쪽의 산방산, 그리고 서쪽 바다의 비양도까지 볼 수 있다.흔히 우리는 억새꽃을 은빛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언제나 맞는 말이 아니다. 억새의 색깔은 빛과 바람의 방향, 꽃이 핀 시기에 따라서 다르다. 빛의 순방향과 역방향에서 보는 억새의 색깔과 농도는 전혀 다르며, 저녁노을이 질 때는 황금색을 연출한다.가을에 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억새가 겨울을 앞두고 다시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모습은 경이롭다. 특정 시점, 특정 장소에서 내가 보았던 억새의 색깔이 전부는 아니다.이처럼 우리는 종합적 팩트(fact)를 간과하고 단편적 인식의 오류를 범할 때가 많다. 자연현상에 대한 거시적 또는 미시적 인식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처럼, 정치적 신념에 따른 문제인식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이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른 선입견과 편견만 고집하기 때문이다.내가 알지 못한 사실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있는데 보지 못했을 뿐’이다. ‘관점의 차이가 인식의 차이를 초래한다’는 자연의 가르침을 이해할 때 비로소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억새의 생존법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유연성’에 있다. 바람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함으로써 부러지지 않는다. 유연성은 ‘채움보다 비움’에서 나온다. 억새가 비우지 않고 엽맥(葉脈)이 가득 차 있으면 강풍에 꺾이고 만다. 그럼에도 인간은 억새가 가르쳐주는 ‘비움의 철학’을 외면한다. 권력·돈·명예를 더 많이 가지려고 혈안이다.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얽매이므로 유연성을 상실한다. ‘텅 빈 충만’의 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 어리석음을 깨닫고 후회한다.‘유연성’은 상대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철학이고 ‘경직성’은 절대를 추구하는 독재주의 사고다. ‘민주정치는 인간의 정치’이고 ‘독재정치는 신의 정치’이다. 나의 판단만이 옳다고 우기는 정치인들은 신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치는 수많은 신들의 싸움판이 되어버렸다.내가 본 것, 내가 아는 것만이 진리라는 주장은 오만이며 독선이다. 민주정치의 요체는 조화정치이며, 조화정치의 생명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는 유연성에 있다. 정치인들은 자연이 가르쳐주는 정치철학적 함의를 깨달아야 한다.

2022-11-14

野 장외 투쟁…예산·법안심사 올스톱되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주부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위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서면서 국회 공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주 각 광역 시·도당 차원의 서명운동발대식을 각 지역의 번화가에서 가질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를 장외 정치투쟁의 도구로 삼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서명운동뿐 아니라 촛불집회로까지 정국을 몰아가려하고 있다. 당연히 예산안 심사와 민생법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게 생겼다.당초 여야는 오는 17일부터는 예산안의 증감액을 심사하는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를 열고, 30일쯤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 의결의 법정 시한이 다음달 2일까지인데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쟁화하면서 법정시한 내 통과가 어려워지게 됐다. 이 때문에 초유의 ‘준예산’ 사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민주당은 지난 주 상임위별로 열린 예산소위에서 과거 청와대 영빈관을 대신할 연회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편성한 외교네트워크 구축 예산(21억7천만원)과 현 정부에서 신설된 행정안전부 경찰국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개방·활용 관련 예산(59억5천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상임위별로 상정된 민생법안 제·개정 논의도 올 스톱 상태다. 민주당이 스스로 제출한 법안마저 방치돼 있어, 다음주초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소위에 상정될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안 여야 합의도 불투명해졌다.민주당은 오는 17일까지 서명운동 발대식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서명운동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운동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민단체인 ‘촛불행동’이 이미 윤 대통령 퇴진운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민은 현재 민주당이 이태원참사를 핑계로 장외 투쟁에 나선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이 중대한 내년도 예산안이나 법안심사를 내팽개치고 거리로 나설 타당한 이유가 없다.

2022-11-14

풍년의 역설

홍석봉정치에디터 흉년만큼 힘든 풍년이다. 풍년에 농부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인 이른바 ‘풍년의 역설’ 때문이다. 국내산 과일의 가격이 전년보다 뚝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미소 짓는 반면 농부들은 한숨만 내쉰다. 과일은 풍작인데 값은 오히려 전년보다 못하다. 각종 자재 및 농약 등과 인건비는 올랐는데도 과일값에 반영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반면 수입산 과일은 원가 상승에 따라 고공행진 중이다.올해 사과와 배 등 과일이 풍작을 이뤘다. 예년에 비해 태풍 피해가 크지 않았고 수확기에 일조량이 좋았던 덕분이다. 과일은 잘 익었고 병충해 발생도 적었다. 과일의 당도가 높고 맛이 뛰어나지만 가격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른 추석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많이 남은 물량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생산된 사과와 배 저장량이 전년 대비 각각 2%, 21%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물량이 늘면 값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단감은 생산량과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각각 12%, 6% 늘면서 도매가격이 전년보다 20~30%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샤인머스켓도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샤인머스켓은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쌀은 ‘풍년의 역설’을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풍년이 쌀값 폭락으로 이어져 농심을 멍들게 한다. 정부는 시장격리와 공공비축미를 늘리는 대책을 내놓았다. 농민 살리려다가 국가 재정이 구멍날 판이다.배추와 양파, 마늘 등 농작물은 걸핏하면 풍작과 가격폭락을 되풀이한다. 수급조절을 못한 농정과 농민 탓이 크다. 올해는 특히 작황이 좋은 과일이 풍년의 역설을 피해가지 못했다. 농민은 절망한다. 농부의 마음은 풍년을 반기지 못한채 타들어가고 있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14

지난 정부와 비교, 그만하라

김진국 고문 퇴임한 뒤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주 소환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여권 인사들은 조건반사처럼 문 전 대통령을 거론한다. “그때는 더했다.” 윤 대통령을 변호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논리다.윤 대통령도 조각(組閣)할 때부터 이 방법을 썼다. 도어스테핑에서 기자가 비판 여론을 전하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세요”라고 반박했다. 국회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장관 임명에 대해서도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임명한 장관이 31명”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민주당이 홀대 논란을 제기하자,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의 베이징 ‘혼밥’ 논란을 들어 반격했다.김건희 여사의 의상과 액세서리가 논란이 되자 김정숙 여사의 의상으로 맞불을 놓았고, 김건희 여사의 대통령 동행과 지인의 전용기 동승을 비판하자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등 ‘버킷리스트’, 지인인 디자이너 딸의 청와대 근무를 꼬집었다. 알박기 인사에 대한 압박 감사·수사 논란에도 “문 정부는 청와대 캐비닛까지 뒤져 수사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문제가 된 일을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는 처음부터 논외다. 너도 한 일이니 입을 다물라니, 유치한 어린애들 싸움 같다.비판하는 사람에 아무래도 민주당 지지자가 많다. 그러니 조건반사적으로 그런 논박이 튀어나오는 게 이해는 된다. ‘× 묻은 개’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진 사람의 말은 사사로운 언쟁과 다르다. 언쟁 당사자가 아니라 국민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이런 대응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태원 참사처럼 거대한 비극을 두고 이런 입씨름은 더더욱 곤란하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경찰 간부들을 지목해 “문재인 정권 퇴임 3개월 전 알박기 인사에서 영전된 인물”이라고 떠미는 식이다. 취임한 그 날부터 국정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설령 실제로 알박기였다 해도 바로 잡지 않고, 지휘·감독을 제대로 못 한 윤 정부 책임이다.정권마다 업적도 있지만, 잘못도 있다. 집권하겠다고 표를 구하는 것은 그 모든 짐을 떠맡겠다는 약속이다. 영광의 역사, 오욕의 역사를 모두 짊어지겠다고 나선 것이다. 내 마음에 안 든다고 역사의 한 토막을 잘라낼 수는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정부 탓만 하면 국정은 누가 이끌고, 책임을 지나.지난 8일 국회 운영위에서 주호영 위원장이 김은혜 대통령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시켰다.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에 민주당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한 언론은 윤 대통령도 이 일에 대해 ‘역정을 냈다’라고 보도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소설을 쓰시네” “어이가 없다”라는 발언을 소환하며 일부 여권 인사들도 주 위원장을 비판했다.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민주당 행태를 보면 이런 반박도 나무라기가 조심스럽다. 특히 ‘처럼회’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했지만, 번번이 되잡혔다. 김의겸 의원의 청담동 술집 이야기는 젊은 남녀의 알리바이 만들기에 놀아난 것으로 보여 어이가 없다. 정말 국정을 걱정한 비판인지 꼬투리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건지 모르겠다.격투기를 보듯 내가 응원하는 사람이 이기면 보는 사람도 신이 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 아니라 국정이다. 때려 부수고, 망가뜨려도 리셋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난 정부를 따라 한다고 무조건 용인될 수 없다. 유치한 입씨름일 뿐, 국민에게 할 말이 아니다. 지난 정부가 한 일이라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사과부터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을 지겨워 한 유권자가 만들었다. 같은 꼴을 보려고 정권을 바꾼 게 아니다. 당장은 미운 놈 혼내는 것만으로도 손뼉을 치겠지만, 결국은 불만이 되어 돌아온다. 욕하면서 배운다. 과거 정부를 소환하고, 비교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국정을 맡은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 과거의 적폐로, 누적된 부채로 힘들어도 그것을 해결할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본사 고문

2022-11-13

맨발로도 청춘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아니, 여기서 신발을 벗어요? 산을 그냥 다 맨발로 올라가요? 네, 다 맨발로 올라가는 거예요. 처음 맨발 등산을 제안한 한 사람만 이 상황을 알고 있었나 보다. 따라나선 네 명은 어리둥절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 한 명 두 명 신발도 벗고 양말도 벗었다. 뒤이어 제안자가 신발 들고 다니기 불편하면 여기 벤치 아래 그냥 놔두고 가면 된다고 했지만, 네 명은 기어코 신발을 배낭에 넣었다.맨발 걷기라니, 살짝 긴장감이 느껴진다. 모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디뎠다. 머뭇머뭇하던 중 누군가 정상을 목표로 하지 말고 한 시간만 걷자고 하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동의한다.이렇게 맨발로 줄지어 산에 오르니 남들이 보면 꽤 오래된 친구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서로 이름도 잘 모르는 사이다. 이들은 오늘 60대를 위한 가치 있는 여행 방법을 교육하는 모임에서 한 사람의 제안이 옆 사람으로 꼬리를 물어 갑자기 함께하게 된 것이다. 60대라고 해도 모임 주제가 여행인 데다,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신청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기본적으로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적은 것 같다.그래도 처음 올라갈 때는 맨발 산행의 효과 같은 건강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맨발로 걸을 때는 터널 위는 안 되고 땅밑까지 다 흙으로 된 산을 걸어야 한단다.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지는 모르겠지만, 맨발로 땅을 디디면 사람 몸의 양전하가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화되는 접지 효과로 건강이 좋아지는 것이란다.그러나 10m도 못 가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너도나도 인증샷을 찍자고 한다. 맨발을 한 발씩 내밀어 사진을 찍었다. 산에 다 올라가서는 나란히 서서 셀카도 찍었다. 이제 내려올 때 우리의 대화는 금세 정치, 결혼, 예능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다.우리 다섯 명이 찾은 D 산은 도시 가까이에 있는 작은 산이라 그런지 발바닥이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박동창의 저서 ‘맨발로 걸어라’가 매스컴을 탄 후 이 산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 산에서 매주 맨발 걷기 강좌도 진행되고 있었다. 맨발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니 두고 간 신발이 제자리에 잘 있다. 옆에 다른 신발도 하나 놓여있다. 배낭이 없는 누군가가 두고 갔으리라. 한 시간 만에 신발을 신으니 신발이 이렇게 푹신했던가 부드러운 감촉에 감탄하면서도 맨발로 걸었던 80분이라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맨발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뜬금없이 최희준의 노래 ‘맨발의 청춘’이 생각났다. 노래에서 맨발은 길거리 청춘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의미하지만, 우리의 맨발에 그런 열정이 담겨 있을 리 없다. 행여 다칠까 조심조심 올라가느라 길을 잘 못 봐서 내려올 때는 길을 잘못 들기도 했다.우리가 맨발로 산행 한번 했다고 청춘 같은 건강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공동의 관심으로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활기를 회복했다는 기분이 든다. 시니어를 위한 문화 프로그램이 제대로 가치를 발휘한 순간이었다.

2022-11-13

경쟁력을 지속하는 혁신의 원리

김종찬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오늘날 품질은 기업에서 필수 요소가 되었다. 이는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서 서비스를 포함한 기업의 전반적인 것을 잘 관리해야 된다는 경영적 필수 요소로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현장의 경쟁력이다. 현장의 경쟁력은 어느 한 가지로만 정의하기에는 변수가 너무나 다양하여 제어하는 것이 어렵다.그 이유는 현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비의 컨디션도 조건에 따라 변하고, 직원들의 사기 또한 내외부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으니 현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들은 혁신 방법론들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자나 관리자들이 혁신의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투입된 시간과 돈과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혁신활동의 아웃풋은 적을 소(少), 길 장(長), 짧을 단(短), 편안할 안(安), 네 가지로 나타나야 한다. 少는 대상이 줄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기억에 의존하거나 주의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은 줄여야 한다. 長은 기간이 길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고장 원인을 제거하여 신뢰도가 향상되면 점검의 주기가 길어져서 효율이 증가한다. 短은 투입되는 노력이나 시간이 짧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설비 특성에 맞는 청소 도구를 개발하여 청소 시간이 짧아지고, 진동에 의한 풀림의 위험이 있는 볼트에는 페인트로 표시하여 점검 시간이 짧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安은 작업환경이 편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해 위험 물질 운영이 법규를 충족하고, 소음이나 먼지 등이 통제되어 작업이 편안해야 한다.혁신의 아웃풋과 함께 ‘혁신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원리를 이해해야 현장에 축적이 되고 문화에 녹아들어 지속성을 갖게 된다. 혁신이 현장의 토양에 맞게 내재화되기 위한 네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첫째 ‘혁신의 조건’을 파악해야 한다. 중국 전국시대 각국의 제도를 기록한 주례에 ‘귤이 회수(淮水)를 넘어 북으로 가면 탱자나무가 된다’했듯이 성공이 검증된 방식이라도 무조건적인 도입보다는 직원의 근속 분포, 상주와 교대 근무 여건, 세대별 특징 등에 따라 토양에 맞는 조건을 찾아야 한다. 둘째는 ‘혁신의 도구’이다. 이 혁신의 도구는 첫 번째인 ‘혁신의 조건’에 따라 세밀하게 적용해야 성공한다. 포스코의 혁신 성공이 여기에 해당한다. 6시그마와 토요타 생산방식(TPS)의 장점을 포스코의 특성에 맞게 진화 발전시켜 QSS(Quick Six Sigma) 방법론으로 정립하였다. 세 번째는 ‘혁신의 대상’이다. 설비의 성능 유지가 중요한 ‘장치산업’, 작업자의 숙련도가 중요한 ‘조립산업’등의 속성에 따라 앞의 ‘혁신의 조건’과 ‘혁신의 도구’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마지막 네 번째는 ‘조직의 윤활제’이다. 부서와 조직끼리 서로 벽을 쌓고, 중요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사일로 현상은 모든 성과를 허물어 버리므로 ‘조직의 윤활제’가 되는 칭찬과 격려,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공감 능력’, 받은 것에 대한 피드백의 ‘감사와 봉사’는 조직의 윤활제가 되어 마모되지 않고 기업의 경쟁력을 오래오래 유지시키는 수단이 될 것이다.

2022-11-13

지역민에 돌려주는 도심 하천

조현일 경산시장 자치단체장, 특히 지자체의 단체장은 지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한다.지역민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도 의미 있다.예로부터 우리는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수도(서울)를 정할 때도 깊게 고려했다.현재의 서울 도심을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살 수 있는 조망권이 큰 관심을 받는 것처럼 지역의 중심을 관통하는 도심 하천이 있다는 것은 지역에 내려 준 큰 축복이다.경산에도 도심을 가르는 하천 ‘남천(南川)’이 흐르고 있다.남천은 남천면 하도리 하도저수지에서 금호강 합류 지점까지 연장 19.29km의 소하천을 부르는 것으로 경산 구간은 16.75km다.현재 남천 주변 서부 1·2동, 중앙·중방·남부동 등에는 경산시민의 70%가 생활하고 있어 지역주민과 남천은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많은 시민이 남천 둔치에 조성된 시설물과 산책코스를 이용하고 있다.이러한 남천임에도 비가 와야만 유지용수가 흐르는 건천으로 2천 년대 초반까지는 둔치도 날 것 그대로인 2%가 부족한 도심 하천이었다.2천 년대 초반 호안 정비와 함께 8만 9천200㎡의 남천 둔치에 잔디가 조성되며 초록의 싱그러움을 제공하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강을 반듯하게 하는 직강사업과 함께 호안을 콘크리트로 조성하는 등 인간 편의주의가 적용된 불행한 소하천이었다.이후 고향 강 살리기 운동이 시작되며 남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정화하는 사업이 2008년 시작되며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하천으로 재조명되었다.이를 통해 백천동 백농교에서 대구 수성구 매호천 합류 구간 5.5km의 콘크리트로 파괴된 호안의 생태기능을 회복하고 건천화에 따른 녹조 과다발생 등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수생 동·식물을 서식하고 매설한 9km의 송수 및 도수관로 1일 10t의 유지용수를 공급해 시민들과 가족들이 즐기는 장소로 조성했다.남천 자연형 하천 정화사업은 지역민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가치를 인식시키고 친수공간의 확보로 삶의 질 향상을 높이며 토종 동·식물의 서식 공간확보로 종 보존에 이바지한다는 의미가 강했다.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남천의 범람 등으로 자연형 하천으로 개발될 당시의 모습이 사라지고 정적인 공간의 이미지가 강해 남천의 새로운 모습을 원하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남천은 하상정비와 자연스러운 호안정비 등에도 집중호우에는 둔치를 넘치는 경우가 발생해 2011년 준공된 남천 자연형 하천 정화사업의 결과물을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남천 둔치에는 사계를 즐길 수 있는 꽃밭에 무궁화동산, 푸른 잔디밭 등이 있지만, 시장에 취임하며 남천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경산시민들만이 아닌 인접 도시민들도 찾는 공간으로 조성할 것을 결심했다.이 결심을 반영한 ‘남천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을 내년부터 2024년까지 추진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남천을 돌려준다.남천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의 큰 틀은 남천을 치수와 이수, 환경과 친수가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다.이를 위해 수막 경관 분수 설치와 경관 조명 설치로 밝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오래되었거나 훼손된 하천 시설물을 정비한다.현재의 남천을 사랑하고 보전하고 싶은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고치를 벗어나 힘찬 날갯짓으로 꽃밭을 수놓는 나비의 아름다움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새롭게 변모한 남천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감이 지금보다는 클 것으로 예상한다.도심하천 남천을 새로운 남천으로 지역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책무,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남천이 새롭게 변모되어 시민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남천을 찾는 모습을 그려보면 얼굴에 웃음이 절로 진다.경산시는 앞으로도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고 새로운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를 개발해 시민의 얼굴이 웃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22-11-13

슬픈 연인의 신화 거문고자리

옛날에 하프를 잘 켜는 음유시인 오르페우스가 트라키아 물의 님프 에우리디케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어느 날, 에우리디케가 홀로 산책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재배의 신 아리스타이오스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뒤를 따라왔다. 이를 눈치챈 에우리디케가 숲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숲에 숨어있던 독사에게 물려 숨을 거두고 만다.오르페우스는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찾으러 나섰다가 싸늘하게 죽어 있는 아내를 발견한다. 오르페우스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그날 이후 다시는 하프를 켜지 않았다. 슬퍼만 하던 그는 용기를 내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를 찾아가 아내를 데려오기로 결심한다.길을 떠난 오르페우스는 타이나로스 곶에서 지하세계로 통하는 깊게 팬 구멍을 발견했다. 컴컴한 동굴에서는 퀴퀴한 냄새와 음침한 울음소리까지 들려왔다. 우여곡절 끝에 지하세계에 도착한 오르페우스는 하데스에게 끌려가게 된다. 오르페우스는 하프를 연주하면서 아내를 돌려달라며 애원했다.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화가 났던 하데스 마음도 하프 소리에 조금씩 풀렸다. 그러나 지하세계에 만의 규칙과 질서가 있었다.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에게 조건을 걸었다.“아내가 따라가고 따르지 않고는 그녀 의사에 달렸다. 너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뒤를 따를 것이다. 그러니 땅 위에 도착하기까지 말을 해서도 안 되고 뒤를 돌아보아서도 안 된다. 그 약속을 어긴다면 다시는 아내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돌려준다는 말에 기뻐서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정말로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뒤를 따르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지옥의 왕 하데스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동굴은 자신 발소리만 들릴 뿐 고요하기만 했다. 결국 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변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내 에우리디케가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었다. 에우리디케가 창백해진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어찌 이러십니까? 저를 믿지 못하셨나요? 약속을 믿지 못하셨나요?”이 말을 마치자마자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하세계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오르페우스가 후회했지만 소용없었다. 자신을 원망하던 에우리디케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그는 산과 들을 이리저리 떠돌다 하프를 가슴에 안고 강에 몸을 던졌다.하프는 주인을 떠나 홀로 아름다운 선율을 내면서 둥실둥실 떠돌다 바다까지 흘러갔다. 그러자 하프 소리에 매료된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주었다.다른 이야기도 있다. 죽은 오르페우스가 영웅의 영혼만이 머문다는 낙원 엘리시온(Elysion)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이는 다분히 행복한 결말을 기대했던 사람들에 의해 생겨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거문고자리는 헤라클레스와 용자리 사이에 있다. 이 별자리 α별 베가가 우리나라에서 칠월칠석 때 볼 수 있는 직녀별이다. 견우직녀 사연과 거문고자리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겹치면서 묘한 느낌을 준다.이 신화가 주는 교훈은 사랑에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 앞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란 말이 생략되어 있으니 말이다./박필우 스토리텔러

2022-11-13

시가 죽어가는 세상에서

김규종 경북대 교수 마쓰오 바쇼(1644∼1694)는 하이쿠(俳句)를 배우의 유희에서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평생을 가난과 방랑으로 일관한 그는 돈이 지배하는 시대에 당당하게 맞선 인물이다.에도 막부(1603∼1868) 초기를 살아간 그는 자본주의의 광풍에 휘둘리는 군중과 시류에 온몸으로 저항한다. 그가 남긴 하이쿠 한 수는 이렇다.“두견새 운다 / 지금은 시인이 없는 세상”봄의 서정이 피를 토하며 우는 두견새의 울음소리로 단출하게 구상화된다. 그런 봄날에 에도의 시인들은 시를 버리고 돈을 찾은 지 오래다.서정주는 ‘귀촉도’에서 먼저 세상 버린 낭군을 그리워하며 고요히 절규하는 여인의 형상을 두견새로 그려낸다. 하지만 마쓰오 바쇼는 봄의 절정에서 울어대는 두견새와 시인의 부재를 나란히 세운다.하지만 일본에는 예나 지금이나 시인이 살았고 살고 있다. 그들의 시문학 전통과 창작자 그리고 독서층이 강고하되 문득 도타운 정황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서정주가 ‘귀촉도’ 시집(詩集)을 출간한 때가 해방공간인 1948년이었다. 수많은 정치적 이념과 노선이 엇갈려 불꽃처럼 각축하고 항쟁했던 때에도 사람들은 시를 읽었다. 6·25 한국전쟁의 와중에도, 4·19 혁명과 5·16 군사정변, 1980년 광주항쟁과 1987년 6월 대투쟁의 시기에도 그러했다.국제통화기금 사태로 촉발된 노숙자들이 거리를 헤매던 때에도 시인들은 시를 썼고, 독자는 여전히 시를 읽었다. 그러나 똑똑한 전화기 ‘스마트폰’이 도래하면서 모든 것이 전복된다. 시인은 아직도 꿈처럼 추억처럼 시를 쓰지만, 시를 읽고 나직하게 암송하며 거리를 걸어가는 청춘은 완전히 소멸했다. 아침햇살에 간밤의 보름달이 빛을 잃고 시나브로 사위어가는 것처럼 시를 읽는 청춘들은 소리도 흔적도 없이 스러지고 말았다.대학에 들어와서 제 돈을 주고 시집을 사서 읽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손드는 학생은 하나도 없다. 시가 죽고 소설이 절멸하는 판국에 희곡을 읽는 학생은 진즉에 깔끔하게 사라졌다. 문학의 종말, 문학의 소거(消去), 문학의 죽음이 당연시되는 시간대가 우리 곁에서 고요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누구 하나 아쉬워하거나 조종(弔鐘)을 울리거나 손을 들어 무언가를 표시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 시대의 얼굴이며 진면목(眞面目)이다.시가 어려워서, 시를 읽는다는 것이 너무나 한가로운 일이어서, 시를 읽는 시간이 아까워서 젊은이들은 시를 버리고 현실로 도주한다. 학점, 알바, 취직에 목매야 하는 판국에 시와 시인과 시집은 한가로운 옛노래라는 게 그들의 합리적인 변명이다. 우리 사회에서 시가 이렇게 완벽하게 죽어 나가고, 시인이 이토록 위축된 적은 없었던 듯하다. 모두 과학기술과 생활의 편리와 이기, 눈앞의 이익과 돈벌이로 질주하는데, 어떻게 저항할 수 있단 말인가?!시가 죽어버린 참혹한 세상에 살면서 새벽녘 된서리 맞은 머위와 루드베키아와 민들레 이파리를 본다. 죽었으되 다시 살아나는 생명이 시와 시인에게도 허여될 것인가?!

2022-11-13

팔공산 갓바위

우정구 논설위원 경산시 와촌면에 위치한 갓바위 부처는 간절히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한번은 들어준다는 부처님으로 소문나 있다.팔공산 남쪽 관봉(冠峰)의 정상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좌불상인 이 부처님의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이다.그러나 세칭 갓바위 부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통일 신라시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60년대초 학술지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1965년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었다. 이후 체계적인 보존 관리를 위해 국보 승격을 문화재청에 건의했지만 가치가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로 유보된 바 있다.갓바위란 이름은 불상의 머리에 마치 갓을 쓴 듯한 넓적한 돌이 올려져 있어 유래했다.갓은 본래 팔각형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오랜 세월 속에 훼손되는 바람에 지금의 모양으로 남은 것으로 본다.석굴암 본존불상처럼 후덕하고 무뚝뚝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갓바위의 모습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얼굴은 둥글고 풍만하여 탄력이 있지만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가 있다. 귀는 어깨까지 길게 내려오고 굵고 짧은 목에 3중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표시돼 있다.”갓바위 부처는 해발 850m 산정상에 있다. 그럼에도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입시철에는 자녀의 대학진학을 소원하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부처님의 시선이 부산, 경남쪽을 향하고 있다하여 그 지역 신도들의 방문도 잦다.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에 닥쳤다. 소원성취 갓바위 부처님의 영험함이 모든 이에게 골고루 전해졌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1-13

대구·경북 지방시대위 출범의 主役이 돼라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지방시대’의 개막 성격을 가진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 행사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지난해까지 매년 따로 열렸던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와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가 올해부터 하나로 통합돼 열린 행사다. 행사 이틀째인 11일 열린 기념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역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과감히 바꾸기 위해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가 언급한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에 의해 운영근거가 마련된다. 위원장은 현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내정돼 있다. 정부는 이달 중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연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특별법안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은 비수도권지역에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된다는 것이다. 한 총리도 기념식에서 “우리 청년들이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기회발전특구를 도입하고 조세 감면, 규제 특례, 재정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지역투자를 확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투자 촉진을 위해 지자체·기업간 협의에 따라 지정하는 지역이고, 교육자유특구는 다양한 형태의 공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지정되는 지역이다.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위원회 발족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비수도권 지자체로서는 둘도 없는 기회다. 과거 대구·경북은 공동체 전체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나 사업 아이디어를 공론화한 경험이 별로 없다. 대신 일부 기득권 그룹의 이익에 맞는 사업을 사회현안으로 포장해 연줄로 국비를 따내는데 익숙해 있었다. 자연적 공직사회의 정책발굴이나 사업기획과 관련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법안에 담긴 내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대구·경북도 특별법안에 명시된 특구로 반드시 지정될 수 있도록 서둘러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

2022-11-13

봉화 광부 무사퇴원, 산업현장 안전교훈 되길

봉화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221시간 만에 극적 구조된 광부 2명이 입원 일주일 만에 퇴원을 했다. 두 광부 모두 큰 이상이 없고, 통원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는 병원 측의 소견이 있어 큰 다행이다.작업반장인 박정하씨는 퇴원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와 함께 “지금도 전국의 동료 광부들은 열악한 막장 속에 있다. 이번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안전점검과 실태조사를 통해 광부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전국에는 광물을 캐는 광산이 325곳 있으며, 이 중 35곳은 과거 3년간 중상·사망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산재해 사고는 광산 수의 자연감소로 전국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를 감독할 광산안전관은 모두 25명에 불과해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는지 의문이다.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이철규 의원(국민의힘)이 산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이들 감독관 1명이 관리하는 광산 수는 14개, 갱도 길이 65km, 면적은 3천283㎢에 이른다고 한다. 재해는 사전 점검과 예방으로 대부분 막을 수 있는데 이를 관리 감독할 안전관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산업통산부가 봉화 아연광산 사고를 계기로 전국의 광산 사업장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선다고 한다. 이번 특별점검이 봉화 광산 사고에 따른 형식적 안전점검이 돼선 안 된다. 철저하게 문제점을 파악하고 충분한 예산을 들여서라도 장기적으로 안전한 광산 채굴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이번 봉화 광산사고는 사고 당사자의 안전의식과 침착한 위기대처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그들이 무사히 병원치료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특히 이태원 참사 후 그들의 생환 소식은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봉화 광산사고와 같은 사고는 절대 재발되선 안 된다. 봉화 사고를 교훈으로 삼는 신뢰할 국가적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다.

2022-11-13

내우외환 위기의 참된 극복 방식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북한은 미사일을 쉴 새 없이 쏘아대고, 이태원에서는 156명의 고귀한 생명이 압사되었다. 물가고와 환율 등 경제위기는 차치하고라도 나라 전체가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극복하는 중지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가 있을 때 정부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한국적인 대형 참사는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세계적 토픽이 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고, 8년 전 세월호 사건으로 수백 명의 어린 학생이 희생되었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은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는데도 또 다시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서울 도심 이태원에서 발생한 것이다.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간 정부의 미흡한 대책 때문일까. 우리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 때문일까. 하루 빨리 총체적 위기의 극복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핼러윈 행사로 빚어진 이태원의 참사(慘死)는 형언하기 어려운 후진국적 비극이다. 이 참사는 세월호 이후 최대의 참사(disaster)인데도 정부는 우발적 사고(accident)로 규정하고 싶어 한다.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자들마저 면피용 발언만 남발하는 뻔뻔함까지 연출하였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찢어지는 심정을 조금도 이해치 못한 행태이다. 용산 대통령실 앞의 반정부 시위를 막기에 여력이 없었다든지 마약 단속 때문이라는 변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해야 할 당국이 11만여 명의 인파가 밀려오는데 파출소 순경 30여 명으로 대처했다니 더욱 어이가 없다. 현장에서 ‘압사’될 것 같다는 참가자의 10여 차례 이상의 긴박한 신고마저 112 상황 본부는 무시해 버렸다.일선 경찰과 경찰청장, 당해 장관의 보고 체계는 완전히 붕괴되어 있었다. 대한민국을 좋아하여 찾아온 외국인 26명이 희생되었다. 경제 강국, 문화 강국이라는 한국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실추되었다.이 와중에 김정은 정권은 동·서해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다 곧 7차 핵실험을 단행할 징조까지 보인다. 이 미사일 비용은 돈으로 환산하면 북한의 1년 쌀 수입 액수와 거의 맞먹는다는 분석도 있다. 한마디로 김정은 정권의 파렴치한 행위이다.처음에는 새 정권 출범 초기의 엄포라고 생각했으나 이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여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그 한발이 실수인지 고의인지 북방한계선(NNL) 남쪽에 떨어졌다. 그들의 본심은 하루 빨리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미국과 협상하여 소위 그들의 국가 존엄을 보위하겠다는 것이다.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한미 연합 훈련에서는 한미 연합 공군기 240대가 공대지 미사일 발사까지 연습하였다. 이에 북한군은 즉각적으로 동·서해에 지대공 미사일로 맞대응했다. 이러한 한반도 상황이 오래 가다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러한 외환(外患)도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윤석열 정부는 ‘막을 수 있었는데 국가가 없었다’는 성난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이태원에서 희생된 꽃다운 젊은이들의 장례식이 가족장으로 끝났다. 정규직에 취업하여 기뻐하던 젊은이, 결혼을 앞둔 신부마저 세상을 떠났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책임자만 처벌하고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잠잠해지는 것이 우리의 반복된 현실이다.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도 사전 대처를 소홀히 한 치안 당국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정권 초기의 상부의 눈치만 보면서 무사안일한 행정이 빚은 충격적 비극이다.행안부 장관의 현장 병력이 많았더라도 사고는 불가피했다는 발언은 전형적인 책임회피식 발언이다. 경찰 기동대는 대형 참사 후 뒤늦게 도착하였다. 사고 현장에서 인파를 해치고 질서 유지에 안간힘을 쓴 파출소의 경찰관, 인공호흡으로 여러 명의 생명을 살린 미군, 참사 현장의 의인들이 오히려 돋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로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이미지는 또 다시 추락하고 말았다.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원적 처방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여기에는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 여당은 눈만 뜨면 야당의 비리를 폭로하고, 사법부를 통해 상대 후보를 잡아넣겠다고 벼르고, 야당은 이에 질세라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구태의 정치가 국민을 불안케 한다. 이러한 정황에서 올바른 위기 극복의 대안이 나올 수 없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여야의 극한적인 정쟁을 멈추고 화해 정치, 협치를 제안한 바 있다.상대를 비난하고 공격해야 내가 살 수 있는 상호 부정과 거부의 정치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민생은 날로 달로 어려운데 눈만 뜨면 상대를 비난하고 저주하는 정치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치권은 겸허히 상호 반성하여 국민적인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의 각성이 우선되어야 위기의 진정한 대응책이 마련될 수 있다.

2022-11-13

나비처럼 걷기

이원만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나비가 백송이의 꽃을 기웃거린다면 그 중 아흔아홉 송이는 ‘그냥’이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기웃거린다. 그래서 나비의 비행은 요리조리 자유분방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풍경을 ‘저기를 사서 어떻게 하면 이익이 될 것이다’며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다. 나비처럼 ‘그냥 즐기지’ 못한다. 우리의 감수성은 빠른 속도, 유용성, 수익, 효율성, 경쟁에 익숙해졌고 느림, 유연성, 대화, 호기심, 무용성, 우정 같은 것에 무감각하다. ‘어디로 가기위해서가 아니라 걷기 위해서 여행을 한다. 중요한 것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식의 말을 들으면 뭔가 뒤쳐진 자의 핑계 같아서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얼마 전 소설을 쓰는 친구가 찾아왔다. 서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지역의 어느 작은 도시에 방을 얻고 틈만 나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걸어 다닌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도시의 가로수 한 그루, 골목 한 귀퉁이도 다 아름답고 길에서 만나 인사하는 사람들의 친절함 같은 것이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감수성의 근육이 다시 생겨났다는 것이다. 차를 타고 다니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 느긋한 시간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공간을 제공하는 중이고 한 동안은 ‘자기 자신에게 윤리적인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생각도 흐르기 시작한다.’고 했다. 니체도 지팡이 끝에 잉크를 넣어 다니며 걷기가 주는 생각들을 그때마다 휘갈겨 책을 썼다. 빅토르 위고는 걷기 시작하면 ‘머릿속에 벌떼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찼다.’고 했으며 평생 도보 여행자였던 릴케는 ‘바람구두를 신은 사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산책은 ‘살아있는 책을 읽는 것’이고 산길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여 그어놓은 ‘자연에 친 밑줄’이라는 것을 많은 예술가들이 말하고 있다. 그렇다. 걷기는 쇼핑과는 다르다.프랑스의 비행청소년들을 감옥대신 걷게 함으로서 사회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단체인 쇠이유협회에 따르면 걷기는 내면의 여정 즉 ‘활기-존재감 높이기-신뢰를 쌓는 능력-연대감’을 느낄 수 있어서 오래 걷다보면 결국 자신에 대해 감탄할 만한 일을 발견해 낼 수 있어서 감옥보다 훨씬 교정효과가 높다고 한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음식, 햇볕에 아름답게 빛나는 나무, 등을 밀어주는 바람, 더운 몸을 식혀주는 명랑한 계곡물소리, 힘들 때 함께 부르는 노래. 상상해보면 걸으면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상큼하고 향기로운 공기처럼 내면으로 들어와 우리 안의 퀴퀴하고 어두운 것들을 함께 뱉어내게 만든다.유럽을 가보면 한적한 공원에 사람들이 의자와 담요를 들고 모여들더니 제각기 의자를 펴고 담요를 무릎위에 올리고 바로 책을 펼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세상에 있는 가장 평화로운 모습이라 부러워하며 바라본 적 있다. 그리고 오래 지켜보고 있으면 책을 덮고 공원을 산책하며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산책을 하거나 혼자 빠져나가 걷는다. 걷다가 들고 있던 책을 친구들에게 낭송하거나 홀로 암송하다가 잊어버린 듯 자주 펼쳐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펼쳐진 일이라 그 자리에 있던 내가 본 일상적인 풍경이다. 저 여유로움과 그냥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인 사람들의 걷기는 방향을 정하지 않고 마음대로 날며 꽃을 읽는 나비 같다는 생각을 했다.“느림이란 더 빠른 박자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느림은 시간을 성급히 다루지 않겠다는 의지, 시간에 쫓겨 허둥대며 살지 않겠다는 의지, 세상을 넉넉히 받아들이며 인생길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능력을 키워가겠다는 의지의 확인이다” 프랑스의 수필가인 피에르쌍소의 말이다.한가롭게 걷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옮기고 바위에 걸터앉아 쉬면서 영혼의 숨쉬기를 하라는 말이다. 그런 소소하고 작은 일상을 삶의 리듬으로 만들어 지속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에너지가 된다는 말이다. 우연히 만난 들꽃 한 송이에도 우리는 변화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성장은 더 나은 인간은 그런 사소한 것들을 끊임없이 해낼 때 선물처럼 주어진다. 더 적게 소비하고 더 풍성하게 누리는 ‘대안적 쾌락’은 이제 시대의 요구이다. 그래서 ‘빨리 도착하기’가 아니라 ‘나비처럼 걷기’다.가을이다. 많은 이들이 가을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산길을 걷는다. 나무라는 책을 읽으러 간다. 바람이 책장을 넘겨주고 새들이 끼어들어 ‘이 구절 어때?’ 암송도 해 줄 것이다. 산길을 걸으며 ‘저 풀은 허리에 좋고, 위에 좋고’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솔바람소리에 바람을 꿰어서 헤진 마음 한 구석을 바느질하는 것은 어떤가. 먹과 종이를 들고 소나무 숲에 부는 솔바람소리를 듣기위해 만나고 물감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김치 국물로 단풍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낸 조선선비들의 풍류모임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짧은 가을, 혼자서 하루를 길게 늘여 쓸 수 있는 느리게 걷기를 권한다. 나비처럼 걷기를 권한다.

2022-11-13

밀지 마라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는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일이었다. 만약의 경우에 대한 대비가 있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공영방송에서조차 주의나 경고는커녕 오히려 부추겼다고 하니, 결국 일어날 사고가 일어난 셈이었다. 이번 참사의 특징은 위급상황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연장 같은 곳에 화재나 테러가 발생했다거나, 운동경기장에서 흥분한 관중들의 집단소요사태로 생긴 인명사고와는 다른 것이다. 그냥 놀러 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길이 막혀 난 사고다. 다급한 사정이 아닌 만큼 길이 막히면 멈추어서 기다리거나 다른 곳으로 돌아서 가면 그만인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앞의 사람들이 백 수십 명이나 압사를 했다는 것은, 뒤로부터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만큼 밀어붙이는 힘이 작용했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일이다.한 마디로, 뒤에서 밀었기 때문이 일어난 사고였다. 고의로 밀었건, 장난삼아 밀었건, 별 생각 없이 밀었건, 민다는 행위들이 합쳐져서 대형 참사를 빚은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몰려 길이 막혔을 때는 절대로 뒤에서 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사건이 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설령 위급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아니 위급한 상황일수록 더더욱 밀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좁은 골목일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으로 화재나 지진의 대피요령과 함께 필히 학교 교육과목에도 넣어야 할 것이다.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군중심리가 발동하기 마련이다. 군중심리란 ‘많은 사람이 모여 있을 때 자제력을 잃고 다른 사람의 언동에 휩쓸리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생존을 위한 동물적 본능에서 유래된 것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반면 나치의 파시즘 같은 엄청난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요즘은 SNS의 획기적인 발달로 실시간 비대면으로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새로운 양상의 군중심리가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대두되었다. 최소한의 신분노출도 필요 없는 익명성과 실시간 다중소통이 가능한 파급력으로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주동력이 된 것이다.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어느 분야건 군중심리를 이용하지 않고는 설 자리가 없을 정도다.핼로윈이라는 남의 나라 풍습을 좇아 젊은이들이 몰려든 것도 군중심리의 하나일 것이고, 그런 곳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다 군중심리의 발로라고 할 것이다. 그럴 경우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예상하고 만반의 대비를 하는 것이 지자체나 경찰 당국의 역할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지만, 계속 소를 먹이려면 외양간부터 고쳐야 한다. 다시는 이번과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시대현실에 맞는 공중질서의식을 학교 교육에서부터 길러야 한다. 군중심리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심도 있는 연구도 요구되는 현실이다. 교육을 통해서든 언론매체를 통해서든 사람이 운집한 곳에서는 절대로 남을 밀어서는 안 된다는 의식쯤은 갖게 해야 선진국이다.

2022-11-10

개기월식을 지켜보았다

윤영대수필가 입동(立冬) 다음날 8일 저녁, 오후 6시경부터 개기월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좀 두텁게 입고 해그름의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나갔다. 벌써 수평선 위로 보름달이 떠 있고 다행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저녁 하늘이어서 보름달의 변화를 지켜보기로 했다.월식은 해-지구-달이 일직선으로 있을 때 지구 그림자가 둥근 달을 갉아먹는 것처럼 보인다고 월식(月蝕)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몽땅 다 갉아먹는 개기월식이고, 또 가까이 지나는 천왕성을 덮어버린다는 ‘천왕성 엄폐’가 동시에 일어나는 희귀한 ‘우주 쇼’라는 것이다. 그래서 쌍안경까지 챙겨서 나갔었다. 넓은 바다를 향해 앉아 지구가 달을 갉아먹는 것을 보려니 6시8분48초에 시작됐다는 월식은 이미 상현달 모양이다. 조금씩 가늘어지며 거꾸로 초승달 모양으로 되어 가더니 7시16분경에 개기월식이 시작되어 서서히 검붉게 변하여 8시경에 절정을 이루어 핏빛의 블러드 문(Blood Moon)으로 변했다. 이때 붉은 달은 햇빛이 지구를 지나며 푸른빛은 산란하고 붉은빛만 굴절되어 달을 비추기 때문이다. 바닷가에는 조용히 흰 파도가 밀리고 해변 모래밭을 걷던 산책객들도 월식 현상을 폰카메라로 찍어댄다. 망원렌즈를 부착한 큰 카메라를 앞에 두고 앉아 촬영하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다음 개기월식은 2025년 9월에나 볼 수 있다고 한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천왕성 엄폐 모습은 200년 후에나 다시 발생한다는 사실이 아쉬워 쌍안경으로 텅 빈 하늘을 이리저리 찾아봤으나 작은 렌즈 속으로 보름달을 끌어넣기가 쉽지 않았고 겨우 계수나무 밑에서 토끼가 방아 찍는 모습이 불그스럼한 자국으로 보일 뿐….8시43분 경에 90여 분 정도의 개기월식이 끝나자 붉은 달 왼쪽이 하얗게 빛나더니 그믐달이 되며 지구 그림자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영일대 누각에서 보면 어떨까 하고 장미원 광장으로 가는데 한 무리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오늘 무슨 축제인가?’하고 가까이 가봤더니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커다란 망원경도 4대나 놓여있었다. ‘2022년 개기월식 공개 관측회’라는 현수막도 낮게 걸려있었다. 알아보니 경북천문교육연구회와 포항고등학교 별바라기 모임에서 시민들에게 개기월식을 직접 관찰하게 하는 행사였다. 이날 전국적으로 30여 곳 천문대 등에서 별빛보기 행사를 했다고 하는데, 포항에도 이렇게 15명 정도의 고등학생들이 천문연구 모임을 만들어 우주를 공부하고 있다니 자랑스럽다. 그때 막 개기월식이 종료되고 부분일식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줄 서서 기다렸다가 망원경 렌즈에 눈을 갖다 대었다. 붉은 보름달이 신비로운 우주의 모습을 대형 망원경으로 보는 것도 첫 경험이다. 행사 요원의 도움으로 그 영상을 휴대폰에 담아왔다. 달은 그믐달에서 서서히 빛을 찾아가며 하현달을 지나고 9시30분이 되어서 환한 보름달의 밝음을 되찾았다.하루 저녁 3시간 동안에 초승달 보름달 그믐달까지 모든 모습을 보여준 개기월식을 잘 보았다는 생각에 해변의 푸드트럭에서 블러드 문을 닮은 타꼬야끼 한 봉지를 사 먹으며 흐뭇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뇌리에는 아직도 개기월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2022-11-10

공감능력 없는 사회

홍석봉 정치에디터 나라 안팎의 중첩된 위기 속에 ‘개 소동’이 일었다. 이태원 참사의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청와대에서 키우던 풍산개 3마리를 양산 사저로 데려갔다. 김정은에게 선물 받은 개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더 못 키우겠다며 정부에 반납하겠다고 했다. 개 사료 값과 관리비 월 250만원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단초를 제공한 문 전 대통령은 의식수준을 의심 받았다. 개는 장난감이나 사진배경용 소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유야 어떠하든 국민과의 공감이 부족했다.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웃기고 있네’ 메모 파문은 더욱 가관이다. 이태원 참사의 진실규명 자리가 돼야 할 국감장이 희화의 장이 됐다. 당사자들의 변명과 사과가 이어졌지만 대통령 참모의 저급한 표현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대통령실의 현주소다.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의 부실대처가 드러났다. ‘선 수사, 후 책임’만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책임자 문책 등 선제조치를 않았다. 국민의 슬픔과 분노에 공감하는 모습은 없었다. 뒤늦게 사과했지만 국민들의 상처를 보듬기에는 역부족이었다.재난 관리 주무부처 수장은 책임회피 발언으로 질타 받았다. 국무총리의 농담은 아예 상식밖이다.정부 대응도 수준 이하다. ‘이태원 참사’ 대신 ‘이태원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라고 했다가 야당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근조(謹弔) 글자 없는 검은 리본’ 패용 지시는 어안이 벙벙케 했다. 애도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경찰은 민간단체 반응 조사라는 케케묵은 수법을 꺼내들었다가 힐난 받았다. 상부 눈치보기 행정이다. 민심을 읽지 못했다.민주당의 행태도 오십보백보다. 민주당은 기회는 이때라는 듯이 정부를 물고 늘어졌다. 장외 촛불투쟁을 부추기며 윤석열 정부의 목을 죄고 있다. 전형적인 국면전환 수법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판을 뒤집어 보려는 것이다.정치권의 혐오와 증오는 자신의 정치 집단만을 추종하고 민심을 읽지 못한 탓이 크다. 국민들의 공감 범위에서 벗어났다. 민심을 우선하고 상식이 지배하는 정당의 지향하는 바와도 거리가 멀다.파업과 투쟁을 일삼는 민주노총과 참교육을 앞세운 전교조 등 진보 단체의 정치화도 국민들의 기대와는 어긋났다. 이들 단체의 종북 바라기는 북한 김정은의 핵위협에 치를 떠는 국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다. 보수단체의 극단적인 주장과 행동도 국민의 관심 밖이다. 공감능력 부재가 우리 사회의 현상이 됐다.국민들은 코로나19 속에 경제난과 북핵 위기로 몸과 마음이 지쳐 번아웃 상태다. ‘이태원 참사’는 국민들을 집단 트라우마에 빠뜨렸다. 국민들은 지도층이 생각 없이 불쑥불쑥 던지는 실언에 상처받고 있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위안이다. 그런데 껴안아 주지는 못할망정 국민 가슴을 헤집어 놓고 있다. 타인의 슬픔을 공유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없어서다. 우리 사회에 공감 능력 교육이 절실하다.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2022-11-10

억대 부농

우정구 논설위원 월급쟁이한테 억대 연봉은 로망이다. 경제발전으로 국민의 소득이 크게 늘어났어도 개인 소득이 억대에 달하는 인구는 전체 월급쟁이의 3∼4% 수준에 불과하다. 수십년을 봉급생활하면서 억대 연봉을 못받고 퇴직한 월급 근로자가 대부분이다.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억대 수입을 올린다면 남다른 면모가 분명 있을 것이다. 부농(富農)의 기준이라고 특별한 게 있지 않으나 보통 부농이라하면 연 수입 1억원을 기준으로 한다.올해 경북 성주군에서 참외 농사를 지으면서 1억원대 수입을 올린 농가가 1천713호에 달했다고 한다. 작년보다 억대 농가가 101호가 더 늘었다.성주에서 생산되는 성주참외는 참외 가운데 전국 최고 브랜드다.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저장성도 뛰어나 신선도를 따라올 다른 참외가 별로 없다. 경북 성주하면 참외를 떠올린다. 올해 성주군 참외는 조수입이 5천763억원에 달했다. 4년 연속 5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내년에는 6천억원대 돌파를 꿈꾼다고 한다.성주참외가 전국에서 독보적인 것은 고품질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데 있다. 이는 가야산을 배경으로 한 맑은물과 좋은 토양, 최고의 일조량 등 천혜적인 재배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과 더불어 70년 이상 축적된 재배기술이 더해진 탓이다.특히 성주 참외농들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전략적 유통망 개척, 생산자와 유통단체 등의 단합된 노력의 결과다.부농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여론조사에 부농의 성공비결을 조사했더니 꼼꼼한 영농활동과 근면, 성실 등이 최고로 손꼽혔다 한다. 경북 성주에서 억대 부농이 많이 배출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11-10

원전지역과 수도권 전기요금 차이는 당연

경북도는 지난 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무경·김석기 의원(국민의 힘)과 공동으로 ‘전기요금 차등제 실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경북도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이 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전기요금 차등제가 국회에서 정식으로 논의돼 지역 간 에너지 불균형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차등제는 전기를 많이 쓰고, 송배전 손실이 많은 수도권의 전기요금은 올리고, 발전소 인근 지역의 전기요금은 낮추는 제도다. 수도권의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정부가 현재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시장원리에 입각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방안 연구’를 용역 발주했다. 균형위가 이 용역을 발주한 것은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서 환경오염,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생산지와 소비지가 같은 전력요금체계를 적용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에서다.공감이 가는 논리다. 발전소 주변 지역은 균형위가 언급한 것처럼 각종 사회적비용을 부담하는 것만도 억울한데, 수도권 대도시 지역에 투자되는 막대한 송배전 설비와 전력손실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승일 한전 사장도 이러한 이유로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에 대해 찬성했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과 광역시를 포함한 대도시 권역의 전력 사용량은 국내 전체 사용량의 61.5%를 차지했으며, 한전의 송배전 손실액은 2조원이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KTX가 거리에 따라 요금을 더 부과하듯 전기요금도 발전소 거리에 따라 차등을 둬야한다”는 이철우 지사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 수도권 송배전으로 인해 상승한 비용이 전기요금 총괄원가에 반영돼 징수되는 바람에 비수도권 지역민이 내는 전기료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누가 봐도 부당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전기요금 체계는 바뀌어야 한다.

2022-11-10

신공항특별법 통과, TK정치권 사즉생 각오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에 지역민의 관심이 초집중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온갖 난관을 뚫고 여기까지 온 군위·의성지역에 건설될 통합신공항 사업이 표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이달 21일쯤 국회교통위원회 교통소위 심사에 오르고, 이를 통과하면 법사위를 거쳐 내달에는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우선 교통소위에서 여야 위원들이 충돌하지 않고 매끄럽게 통과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지역 정치권의 치밀하고 적극적이며 또 논리적인 설득력 준비가 필요하다. TK 정치권과 지방정부 전체가 혼연일체 한몸이 되어 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사활을 걸 각오를 하여야 한다.법안이 통과돼도 2030년 공항 개항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데, 이번 회기에 통과되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쳐 법안 자체가 미궁에 빠질지도 알 수가 없다.현재 국회는 이태원 참사와 정부 내년 예산안 심사 등 굵직한 현안으로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역 최대 현안인 신공항 특별법이 얼마나 주목을 받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 정부와 야당을 설득해 올해 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하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신공항 사업에 국비가 지원되고 중남부권 중추공항으로서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려는 각종 계획에 혼선이 생길지 모른다. 이번 회기 국회 통과가 미뤄지면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추진 동력 약화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치권은 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정치생명을 걸 각오를 하여야 한다. TK 정치권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할 때다. 대구와 경북에 터전을 잡고 사는 주민들이 앞으로 먹고살 먹거리를 준비하는 사업이라 생각하면 눈곱만큼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는 일이다.대기업 등 경제계도 통합신공항이 제대로 건설될지 눈치를 살피고 있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곧바로 신공항 효과가 시작될 수 있다. 지역 정치권은 시대적 사명감 등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때다.

2022-11-10

놀거리가 없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참담하다. 참혹했을 이태원 골목길의 토요일 저녁을 생각하면 마음이 힘들다. 너무나 많은 청년들을 어처구니없이 하늘로 보낸 일은 우리 사회가 두고두고 곱씹어 돌아볼 일이다.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만큼 앞으로는 절대로 같은 일을 반복할 수는 없다. 외국 풍습에 젖은 놀이문화를 탓하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젊은이들에게 즐길 거리를 충분하게 마련해 주지 못한 문화의 척박함을 돌아볼 생각거리이다. 이 땅의 사람들을 일과 경쟁으로만 내몰아 온 우리의 허점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제라도 누구라도 여유롭게 즐기고 누릴 놀이문화를 길러내야 한다.탈출구가 필요하다.누구든 삶의 긴장으로부터 다소간의 해방을 즐길 여유가 있어야 한다. 치열한 일상의 연속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만끽하는 기회가 허용되어야 한다. 경쟁의 악다구니뿐 아니라 공동체의 푸근함도 느낄만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적자생존과 무한경쟁, 추격과 탈취의 목표만 떠오르는 곳에 여유로운 문화의 향기가 피어나지 않는다. 견제와 긴장의 차가운 다짐을 풀고 포용과 관용의 따뜻한 가슴이 있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경쟁적 이념구도를 극복하고 공동체의 조화로움을 구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외래문화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 문화로도 충분히 즐거울 가능성을 개발해야 한다.돌아보면, 공동체적 놀이문화가 우리 문화에도 숨어있었다. ‘가무에 능한 민족’이라는 역사적 평가가 있었는가 하면 함께 즐기는 놀거리가 우리문화 안에는 수다히 존재하였다. ‘우리의 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어째서 사라진 것일까. 우리가 가진 문화적 요소들에 대한 까닭모를 자격지심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우리의 옛모습과 전통, 오늘 우리가 선 자리 등에 관하여 더욱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것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이 오늘보다 따뜻해져야 한다. 다툼과 질시, 경쟁과 추격의 대상으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서로의 모습을 긍정하고 포근하게 받아들이며 함께 즐기고 누리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줄다리기와 쥐불놀이, 숨바꼭질과 땅따먹기에는 함께 누리는 공동체가 살아 있었다. 혹 겨루고 다툴지언정 늘 서로를 인정하는 눈길이 숨어있었다. 의식적으로 경쟁구도를 만들어 끊임없이 다투기만 하는 신자유주의적 긴장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당당히 맞서고 이기고 지기도 하지만 언제나 ‘우리가 함께 즐거운’ 공동체가 살아나야 한다. 사회가 문화로 강하려면, 그 문화가 공동체를 지지하는 지평을 품어야 한다.젊은이들이 일상의 긴장을 풀고 주말의 여유를 즐길 ‘우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알 수 없는 열등감을 벗고 문화를 향한 자긍심도 길러야 한다. 문화를 전통과 구습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오늘을 사는 세대들이 모두 함께 누리는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문화가 일상이 되어 즐거운 놀거리가 우리 안에서 솟아올라야 한다. 남의 문화에 기대어 비극적인 결말을 보는 참담함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문화가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도록 가꾸어야 한다. 문화가 살아야 모두가 이긴다.

2022-11-09

트라우마의 시대

홍석봉정치에디터 이태원 참사 사상자와 가족들의 후유증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장 목격자와 구호활동자 등의 심리상담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참혹한 현장을 목격한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다.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데다 SNS 등에서 여과 없는 정보가 전달된 탓이 크다. 의료계에서는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의료계는 또 ‘이태원 참사’를 ‘10·29 참사’로 명칭 변경을 건의하고 있다. 특정 지명이 들어간 표현이 불안과 공포를 가중시켜 트라우마를 더 자극할 수 있고,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봉화의 광산 매몰사고 생환 광부들도 마찬가지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생환한 두 사람은 매일 밤 깊이 잠들지 못한 채 소리를 지르거나 경련을 일으킨다고 한다.잇따르는 각종 재난과 사고로 전 국민이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트라우마’는 프로이드의 심리학 이론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개인의 심리적 외상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인간의 정신상태를 드러내는 단어가 됐다. 전쟁 및 재난에서부터, 성폭행과 학대 같은 개인의 삶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형태의 트라우마가 우리의 생활 속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정부는 2018년 국가트라우마센터를 개소, 재난이나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이들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재난과 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재난 당사자는 물론 가족과 지인 등도 충격과 상실, 스트레스를 받는다.재난과 사고로 심적 고통을 겪는 이들의 회복을 돕는 치료는 필수적이다. 그 보다는 재난과 사고가 없는 사회가 우선돼야 한다. 안전사회는 희망에 불과할까./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1-09

경북서 또 고병원성 AI 발생, 철통방역 나서야

지난달 18일과 22일 예천의 가금류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나온 데 이어 이번에는 경주 형산강의 야생조류 배설물에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돼 확산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도는 “지난 3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채취한 경주 형산강 야생조류 분변 시료에서 H5N1형 AI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도는 시료 채취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0km내 276농가에서 사육되는 29만6천마리의 가금류의 이동을 제한하고 예찰과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또 철새 도래지 주변도로 등도 매일 소독한다고 밝혔다.겨울철 불청객으로 불리는 고병원성 AI가 전국 각지에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에서도 벌써 3번째 사례가 확인돼 그 조짐이 심상찮다. 전국적으로 충북, 전북 등 가금류 농장에서 7건, 경남, 경북 등 야생조류에서 12건의 AI가 확인돼 이미 각 농장마다 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올 1∼8월 사이 확인된 고병원성 AI는 전년보다 88%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AI 발생 차단에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국내 학계서도 AI가 이미 전국으로 넓게 번졌다고 보고 이에 따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고 있다.알려진 바와 같이 겨울 철새를 통해 전염되는 AI는 한번 발생하면 전파 속도가 빠르고 이에 감염되면 거의 100%의 치사율을 보인다. 과거 고병원성 AI의 발생으로 가금류 농장이 입은 피해는 막중하다. 2016년 전남 해남농가에서 시작한 AI는 가금류 2천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당시 산란계의 40% 가까이가 살처분돼 시중에는 달걀값이 폭등하고 공급 부족난을 초래하기도 했다.예천에서 처음 발견된 AI가 도내 남부지역인 경주에서도 발견된 것은 경북 전역이 고병원성 AI 위험권에 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AI는 철저한 방역조치가 유일한 차단 방법이다. 특히 초기대응을 잘해야 AI 확산을 막을 수 있다.경북도 등 방역당국은 물론 가금류 사육농가도 긴장감을 놓지 말고 철통방어에 나서야 한다. 강도 높은 예찰과 초기 대응이 농가와 소비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2-11-09

이차전지·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전 시작됐다

다음달 공모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이차전지,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을 앞두고 포항과 구미가 본격적인 유치전에 들어갔다. 경북도는 두 도시의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타당성 등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며, 이달 중 반도체 초격차 육성위원회, 이차전지 산학연관 혁신 거버넌스를 각각 출범시킨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인허가 신속 처리, 기반 시설 구축, 세제 혜택, 인력 양성 등의 정부 지원을 받는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8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포항이 글로벌 배터리 중심도시로 도약하려면 반드시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오는 24일 포스코국제관에서 국내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과 함께 ‘배터리 선도도시 포항 국제컨퍼런스 2022’ 행사를 열고 유치붐을 조성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특화단지로 지정될 경우 이미 이차전지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구축하고 있는 인프라 사업이 한층 고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2019년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후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고안전 보급형 배터리 상용화 기반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구미시는 국가산단 5단지를 반도체 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받아 관련기업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구미에는 현재 대기업 4곳과 중견기업 9곳을 포함해 모두 120여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있다.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전에는 인천과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가 대거 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특화단지 지정 평가항목은 국가 첨단전략 기술 보유 여부, 지역별 산업 생태계 성숙도, 기반시설·전문인력 확보 가능성 등이다. 일각에서는 특화단지 지정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포항과 구미는 다른 지자체들보다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경북도 차원에서 곧 출범하는 반도체 육성위원회와 이차전지 산학연관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특화단지를 꼭 유치해서 포항과 구미가 해당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총력을 쏟길 바란다.

2022-11-09

국가란 무엇인가?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또, 다시 상상하기 어려운 참사가 발생했다. 10월 29일 밤, 이태원에서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156명 중 10~20대가 116명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8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아이들은 20대 중반 청년이 되어 다시 비극을 맞게 된 것이다. 8년 전 참사를 겪으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던 국가는 왜, 다시 이런 사태를 막지 못했을까? 참담한 마음이 너무 커서 애도를 표하기조차 어려운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당일 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서울 한복판에 늘어선 구급차와 길거리에 누운 사람들의 모습은 그로테스크했다. 이후 보도를 종합하면 참사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시민들의 신고가 이어졌지만, 무슨 이유인지 경찰은 신고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배 안에 갇혀 있던 아이들을 구하지 못하고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하던 해경의 모습이 겹쳐지는 대목이다.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행적에서 배운 탓일까? 참사 발생 이후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당일 밤부터 대통령이 주재한 대책회의가 열렸으며 희생자를 위한 지원 대책이 발표되었다. 용산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국가 애도기간이 지정되었다. 대통령은 국가 애도기간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우리는 국가가 시민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믿음을 전제로 시민들은 국가가 자신을 통제하는 것에 따른다. 경제적 이익이나 권력자의 안위 따위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 문제는 이런 기본적인 인지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들이 권력을 손에 넣을 때 발생한다. 요컨대 8년 동안 조금도 나아지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권력자들의 인식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용산구청장과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 등의 적절하지 못한 발언에 대한 많은 비판이 이어졌다. 그들은 곧 사과했지만, 그 사과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말은 자신의 평소 사고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글은 정제할 시간이 있지만, 말은 무의식이 매개 없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참사 초기 이번 사태의 희생자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명명한 것은,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법적인 주최가 없다는 이유로 중립적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정부의 (무)의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놀러 나간 사람들에게 정부가 장례비와 위로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조직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법을 빌미로 참사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시각이 정부와 대중들 사이에서 폭넓게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현장에서 청년들의 억울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대재해 처벌법’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대기업과 자본의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8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동일했다. 이제 다시, 시민들의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2-11-09

어느 가을날의 사색

오낙률 시인·국악인 가을 단풍이 절정에 든 모습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커다란 축제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요즘처럼 단풍이 절정에 이르면 사람들의 마음은 본능처럼 달아오른다. 아마도 그것은 붉은색 노란색에서 오는 따스한 느낌이 인간의 몸에 혈류 순환을 돕기 때문 아닐까 싶다. 단풍이란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산천에 나무들이 제 몸에 머금은 물기를 내리고 겨울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나무가 제 몸에서 물기를 내리고 나면 푸르던 나뭇잎에 남은 색깔은 흙의 색깔인 황색과 불의 색깔인 홍색뿐인데 이는 지상의 모든 생명 구조는 물과 불과 흙의 구조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자연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하나의 생이 그 명을 다하면 그 몸에서 물이 제일 먼저 떠나고 그다음은 불의 기운이 떠나고 마지막 남는 것은 흙뿐이라는, 오묘한 생명 구조의 원리를 암시하는 그런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현란하게 불타는 산야의 단풍을 보노라면 지난 여름 어느 축제장에서 본 불꽃놀이가 연상된다. 화구를 벗어나 끝없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다가 그 여력이 다할 때쯤 큰 소리와 함께 현란한 빛을 발산하며 사라지던 그 불꽃은 온 계절을 푸르게 일하다가 그 본분을 다하고 아름다운 빛을 발산하며 떨어지는 저기 산천의 단풍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축제장에서 산화의 빛을 발하며 생을 마감하던 그 불꽃이나 저렇게 아름다운 회상으로 제 살던 나무와의 작별의 준비를 하는 단풍잎을 보며 우리네 인간의 생(生)이라는 것 또한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화려한 빛을 발하며 산화되어가는, 그런 불꽃놀이나 단풍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다.대기권에 존재하는 세상 만물은 태양 볕에 노출되는 그 순간부터 급속히 혹은 서서히 산화되기 시작한다. 그 산화하는 속도가 매우 급속한 현상을 두고 우리는 그것을 불이라 이름 지어 부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느리게 산화되는 과정을 생(生)이라 이름 지었고 조금은 느리게 몇 달 혹은 며칠의 시간 안에서 산화되는 현상을 두고 썩는다거나 발효된다고 한다.산화하는 모든 생명은 탄소배출을 한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가지는 것과 내어놓는 것에서 균형의 법칙을 적용받고 있다. 흔히 나무가 산소 배출을 많이 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나무가 수명을 다하여 산화될 때 그 크기와 삶의 무게만큼 탄소를 배출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자연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해서 사람들이 탄소배출의 책임을 인간 혹은 소 등의 동물류에게만 떠넘기는 것에 조금의 모순이 느껴지기도 한다.가을이면 나는 늘 푸른 바다 그 아래 산다. 사람들이 하늘이라 부르는 저 푸른 수평선 위로 돌고래처럼 튀어 올라 푸른 도시의 주인이 되고도 싶고, 가을 바다에서 만난 온기를 지닌 해양 생물과 함께 푸른 세상을 가꾸고도 싶다. 촌부의 능력으로 어디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그 또한 이 계절이 주는 ‘꿈꾸는 특권’이어서 나는 살면서 만나는 여러 개의 가을 중에 하나쯤은 어떤 그리움에 젖어 사는 가을이어도 좋을 성싶다.

2022-11-09

단풍잎 손

정미영 수필가 쌀쌀한 가을비가 쏟아졌다. 한 차례 내린 비로 아파트 화단에 단풍잎이 떨어져 소복이 쌓였다. 비 그친 뒤에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니, 아이들이 단풍잎을 두 손 가득 머리 위로 던지고는 환하게 웃었다. 흩어지는 웃음 방울을 따라 옛 추억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아들이 어렸을 때, 집 근처 해맞이공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공원으로 향하는 길옆에는 키 큰 은행나무가 빼곡하게 서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에 달라붙던 은행잎, 그 한 잎을 손에 들고 신이 난 아들을 보니 내 기분마저 상쾌했다.멀리 인공폭포 물이 세차게 흘러 내렸다. 쏴아 큰 소리로 울려 퍼지는 물소리를 듣자, 아들은 단숨에 달음박질하여 폭포수 앞에 다다랐다. 거친 숨을 고를 틈 없이 아들이 돌에 엎드려 물속에 손을 담갔다. 손가락에 물을 묻혀 연못가 돌 위에 그림을 그렸다.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을 그려 놓고 ‘엄마 얼굴’이라고 했다. 아무리 봐도 사람 얼굴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엄마를 그렸다니 기뻤다.정자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다. 폭포를 뒤로하고 난간에 걸터앉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노래하듯 소리치며 이리저리 뛰어 놀던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참을 찾았는데, 어느 순간 저만치 나무 뒤에서 아들이 활짝 웃으며 나타났다.“엄마, 선물.”불쑥 내민 손에 이름 모를 풀이랑, 단풍잎이랑, 나뭇가지가 한 움큼 들려 있었다. 예쁜 그 손!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아들이 선물한 아기단풍 잎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손가락을 쫙 펼친 아들의 조그만 손을 닮았다. 갈바람과 뒹굴며 놀았던 탓에 잘 마른 단풍잎은 조금 까칠까칠했다. 문득 내 아이의 손을 만져 보았다. 부드러웠다. 엄마 손의 감촉을 느꼈는지 아이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제법 세게 잡으며 ‘엄마’하고 불렀다.그 날 우리는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왔다. 큰방에서 이불을 개키며 정리하고 있었는데, 아들의 외마디소리가 들렸다.“앗, 뜨거워.”부엌으로 달려가니 아들이 싱크대 앞에 주저앉아서 울고 있었다.“주전자가 뜨겁다는 것 몰랐어? 괜찮아? 큰일 날 뻔했잖아.”“소리가 나서….”엄마의 걱정 반 다그침 반 외침에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고사리 같은 왼손으로 오른 손의 둘째, 셋째 손가락을 가리키며 아프다고 했다.아들의 손을 얼음물에 재빨리 담갔다. 주전자를 짚었던 탓에 발갛게 부풀었던 손가락 끝이 다행히 가라앉았다. 조금 전에 불을 끈 가스레인지 위의 주전자에서 보리를 담은 망이 ‘딸그락딸그락’ 소리를 낸 것이 원인이었다. 과연 호기심 왕성한 네 살이었다. 소리가 궁금해 뜨거운 주전자를 만졌다니….시계를 보니 밤 아홉 시였다. 안아달라고 칭얼대며 품에 안겼다. 저도 놀랐을 터이고, 하루 종일 공원에서 뛰어다니며 논다고 피곤했을 터라, 안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었다. 침대에 눕히고 난 뒤 새삼스레 아들의 손을 만져 보았다. 가슴이 찡했다. 이렇게 작을 수가!아들이 처음 세상에 얼굴을 내밀 때였다. 빛을 만난 순간에 두려워할까 봐, 안심하라고, 건강하게 태어나서 기쁘다고, 태어나자마자 손을 잡고 인사했었다. 그 사랑스럽고 귀엽던 아기 손이 해를 거듭할수록 장난이 심해졌다. 때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궁금증에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끔 미울 때도 있었다.해마다 이맘때쯤이다. 찬바람이 불어와 단풍잎들이 흩날릴 때면 지나온 일들이 떠올라 그립다. 아들이 엄마의 손길을 믿고 잘 자라주었듯이, 앞으로도 나는 아들이 살아가면서 삶의 고비를 겪을 때면 그의 손을 꼭 잡아 줄 것이다. 초록에서 빨강, 노랑으로 곱게 변하는 잎사귀처럼 때론 고맙기도, 때론 밉기도 했던 아들의 손을 기억하며, 나는 지금, 단풍잎 한 잎을 내 손바닥에 올려본다. 가을이 담겨 있다.

202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