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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겨루는가

등록일 2023-10-25 19:27 게재일 2023-10-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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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학교폭력의 그늘이 짙다. 하필이면 권력의 주변에서 자녀들이 가해자로 발견되는 모습은 절망스럽다. 신체적으로 가해지는 폭력도 무섭고 두렵지만, 마음을 병들고 무너지게 하는 게 학교폭력이다. 몸에 입은 상처는 곧 아물겠지만, 마음에 입힌 상흔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가해자는 장난이었기 때문에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일을 피해자는 수십 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떠올리곤 한다. 피해자 본인도 힘들지만, 부모와 가족이 겪는 고통은 또 어떤가.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이어가기 힘들어지고 긍정적인 관계형성이 어려워진다. 학교폭력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지만,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해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것일까.

남보다 힘이 세다는 걸 증명하려고 그러는 게다. 상대방을 제압하고 올라서는 방법이 폭력이 아닌가. 남들이 무서워하는 게 통쾌해서 그럴 것이고, 힘으로 누구든 무찌르면 세상을 가진 듯하여 그런다.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남들을 괴롭힌다고 해서 나의 모습이 한 치도 자라지 않는다. 남을 딛고 일어서 내가 성장하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지만 폭력은 진정한 우위를 증명하지 않는다. 비겁함과 졸렬함을 드러내면서 가해자의 인성적 가치는 곤두박질친다. 남들과 다투어 이기는 일을 ‘경쟁’이라 가르친 학교가 잘못한 게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겨야 한다는 강박은 폭력까지 동원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진정한 경쟁은 ‘나를 이겨내는’ 일이다. 부단히 실력을 닦아 성장에 이르는 길은 나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 헌법 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적는다.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학교폭력이 막아서는 꼴이 아닌가. 학교에서 더는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미국 학교에서는 행복한 가르침과 즐거운 배움을 확보하기 위하여 세 가지를 다짐한다. ‘나는 학폭을 저지르지 않으며, 주변에서 학폭이 눈에 띄면 신고하고, 내가 학폭을 당하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배움의 공동체여야 할 학교가 폭력에 물들게 할 수 없다. 학교폭력도 폭력이다. 발생하는 학교폭력을 보다 엄정히 대처하여 아침마다 등교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선도함은 물론, 피해자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법적인 처리방법도 강구해야 하지만,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교육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무한경쟁’이라 부르며 끝없이 남과 다투도록 내몰았던 교육방식의 공허함을 직시해야 한다. 나도 자라면서 남도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남을 해치면서 내가 성장하는 길은 없다는 걸 깨우치게 하고, 끊임없이 나를 이겨내며 거뜬히 일어서는 보람을 가르쳐야 한다. 생각으로 겨루고 토론하며 다투지만, 물리적인 폭력은 절대로 부르지 않는 행복한 교육을 회복해야 한다. 학교폭력으로 물든 어두운 교실은 시급히 바꾸어야 한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즐겁게 가르치며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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