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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이 아니라 ‘민심’을 받들라

등록일 2023-11-06 18:18 게재일 2023-1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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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속담에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고 했다. 정부·여당이 강서구청장 선거에 올인 했으나 참패하자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다. 이제야 윤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나부터 반성하겠다”고 했고, 여당은 환골탈태하겠다면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총선을 앞두고 저승이 어른거리니 겁이 나서 허둥대는 모습이 측은하다.

필자는 이미 본 칼럼을 통해 여러 차례 정부·여당에 고언(苦言)을 했다. “제주 돌담이 대통령에게”(2022년 8월 9일),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보라”(2022년 9월 6일), “당심·윤심·민심”(2023년 1월 31일), “공정과 상식, 그 표리부동에 대하여”(2023년 2월 28일), “중도층의 표심이 두렵지 않은가”(2023년 10월 10일) 등이 대표적이다. 유사한 비판과 충고들이 다른 언론에서도 수없이 지적되어왔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모른 채 하더니 총선이 다가오자 이제야 호들갑이다. 쇄신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혁신과 변화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인식이다. 내년 총선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여당은 사실상 ‘용산의 출장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민심을 받들면 살고 거스르면 죽는다. 윤 대통령은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했지만 말 뿐이었다. 오만·독선·불통으로 무너진 전 정권을 닮아가고 있다.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이전할 때의 초심은 어디로 갔는가? 소통이 막혔으니 왜 청와대를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민심이다. ‘59분 대통령’이라는 별명은 불통의 상징이다. 참모들에게 “소통을 강화하라”고 지시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나부터 반성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위기 모면용’이 아니길 바란다. ‘반성이 기만’이 되면 민심은 폭발한다. 보선 참패는 대통령이 자초했고, 총선의 승패도 대통령의 변화에 달려 있다. 정치초보가 오만해서 폭주하면 사고 친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은 부정평가가 긍정평가의 두 배를 넘나들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총선은 ‘백약(百藥)이 무효(無效)’다.

여당의 쇄신 역시 시급하다. 용산만 쳐다보는 무력한 당이나 ‘혁신 시늉만 내는 혁신위원회’는 없는 게 낫다. 보선 참패의 책임으로 물러난 ‘윤핵관’ 사무총장을 20일 만에 다시 총선 핵심직책에 중용(重用)한 것이 혁신이란 말인가? 위장된 혁신은 역풍을 불러온다. 또한 정당민주주의 관점에서 볼 때 당내 비판은 ‘내부 총질’이 아니라 ‘충언(忠言)’이다. 총선 승패는 중도층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도 확장성이 있는 당내 비판세력을 존중해야 한다. 이들이 탈당 또는 신당을 창당할 경우 수도권 선거는 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대통령이 민심을 오독(誤讀)하거나, 당이 ‘윤심’만 살피면 ‘떠난 민심’이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공천에 ‘윤심’이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당락은 민심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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