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주말 부산까지 찾아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려 했으나 문전박대 당했다. 보수정당을 아끼는 많은 국민은 이날 인 위원장이 어떻게든 이준석을 포용해 공멸의 길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기대했지만, 그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이준석은 이날 자신을 만나러 온 인 위원장에게 시종 영어로 말하면서 “환자는 서울에 있다”며 모욕을 줬다. ‘서울환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 핵심측근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여진다. 부산시민들이 가득찬 자리에서 이준석이 인 위원장에게만 일부러 영어로 말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너는 우리 국가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가 포함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런 해석이 아니더라도 멀리서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어떻게 그렇게까지 모질게 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민심이다.
인 위원장의 연이은 이준석 포용행위는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제 보수정당을 회생시키는데 나름대로 역할을 한 이준석에게 할 도리는 다 했다는 충분한 명분을 쌓았다. 결과적으로 인요한식 ‘포용의 축적효과’가 이준석의 탈당과 신당창당 명분을 사전에 반감시키는, 보이지 않는 성과를 낸 것이다.
이준석의 신당창당은 기정사실로 된 것 같다. 여당 입장에선 이제 이준석 탈당이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게 됐다. 만약 이준석이 ‘윤핵관’에 의해 쫓겨났다는 ‘피해자 이미지’를 가질 경우, 그의 신당은 여당에 일정부분 상처를 줄 수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지지기반이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 발붙일 곳이 없게 되자 스스로 당을 박차고 나와 신당을 창당하려는 그에게 민심이 우호적일 리 없다.
그의 손을 잡아줄 정치인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준석이 신당창당 준비과정에서 민주당 비명계 의원을 접촉하고 있다고 밝힌데 대해 우상호 의원은 “개똥같은 소리”라며 일축했다. 금태섭 신당 ‘새로운 선택’의 곽대중 대변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서 안되다 보니 원래 있던 당에 맞불을 놓기 위해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같이 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 우리뿐 아니라 누구하고도 같이 하기 힘들다”고 했다.
곽 대변인 말처럼, 이준석 신당론은 ‘가능성’으로 남아 있을 때에만 협상력이 있다. 여당의 끈질긴 포용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하는 즉시 그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칼은 꺼냈을 때보다 칼집에 있을 때 더 위협적이라는 것은 꾀 많은 이준석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이 출마 지역을 서울 노원구가 아닌 대구를 염두에 둔 것 같다는 일부 보도도 나오고 있어 대구시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이준석이 말하는 신당이 성공하려면 우선 탄탄한 지역기반을 갖춰야 하고 상당한 지지세력도 있어야 하는데, 대구를 정치거점으로 삼겠다는 그의 발상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보수진영의 산실인 TK지역 유권자들이 ‘먹던 우물에 침을 뱉는’ 이준석을 국회의원으로 뽑을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