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서민의 주름살이 날로 깊어지고 한숨 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온 얘기다. 금융권이 고연봉과 성과급으로 배 두드릴 때 서민들은 한숨만 내쉰다는 지적이다.
은행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정부·여당까지 전방위로 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고금리에 이자장사로 돈잔치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 ‘갑질’이라고 지적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금융권을 질타하고 있다. 대통령이 특정 직업군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은행들이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공적인 기능과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질책이다. 이자장사로 돈을 그러모으면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금융권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주위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나만 배부르면 괜찮다는 탐욕주의에 대한 경고다.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수준의 약탈이나 다름 없는 이자장사로 수익과 혜택만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고금리 기조 덕분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다. 5대 은행이 올 9월까지 거둔 이자 이익이 30조366억 원. 전년 동기보다 7.4% 늘었다. 30조 원을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금리 상승때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리고 대출금리는 더 빨리 올리는 식으로 막대한 예대마진을 챙긴 덕분이다.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활동은 축소해가면서 은행들은 300~400% 성과급을 지급하고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 1억 원이 넘는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은 최대 실적을 낸 올 연말에도 성과급 잔치와 연봉 인상은 불보듯하다. 생계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삶과는 너무 동떨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사들은 IMF외환위기 당시 160조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살아 남았다. 현재의 금융사는 국민의 피땀 덕분에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 금융사들이 제 잇속 챙기기만 급급,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역 대구은행도 IMF 당시 공적 자금과 지역민들의 우리사주 운동 등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
올챙잇적 시절을 외면하고 있는 금융권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은행들이 부산하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 등은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해 상생금융 지원에 나서겠다며 각종 지원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인하하며 바짝 꼬리를 낮췄다.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속셈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초과이익 환수 방안과 ‘횡재세’ 도입 논의를 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몽룡은 ‘금술잔의 맛있는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 쟁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농 떨어질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성소리 높다’는 시를 지어 변학도의 탐학을 징계하고 다스렸다. 탐욕에 빠진 금융권이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때다. 함께 가야만 멀리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