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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개’를 아십니까

등록일 2023-11-06 18:05 게재일 2023-11-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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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개를 마당에 묶어서 키우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가 있었다. 그 시절의 개들은 도둑이 들거나 낯선 사람이 침입하는 것을 경고하는 ‘경비견’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허름한 잠자리와 짧은 목줄은 당연했고, 주위에는 제때 치워 주지 않은 똥오줌이 널려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당연히 산책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고, 복날 즈음해서 개장수에게 식용으로 팔려 가는 일도 흔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오늘날에도 이런 처지에 놓인 개들이 적지 않다.

1m 내외의 짧은 목줄로 마당에 묶여 생활하는 개를 ‘마당개’라고 한다. 공장에서 경비용으로 묶어서 기르는 개를 뜻하는 ‘공장개’라는 표현도 있다. 농어촌 지역이나 공장지대를 지나가다 보면 이런 마당개와 공장개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사람이 반가워 날뛰는 녀석, 경계심을 표출하며 사납게 짖어대는 녀석 등 반응도 제각각이다.

2022년 조사에 따르면 도시 지역보다 농어촌 지역에서 마당개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탓이다. 보호자와 함께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즐기는 도시 지역의 개들과, 온종일 짧은 목줄에 묶여 지내는 마당개와 공장개들은 같은 개라고 하기엔 ‘팔자’ 차이가 너무 커 보인다. 인간이라면 어떨까? 어떤 사람이 짧은 줄에 묶여 행동반경을 제약당하고, 배변조차 줄에 묶인 채 그 자리에서 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심각한 학대이자 인간에 대한 모독이라고 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월 2일, 경주시는 안강읍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24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오물과 쓰레기와 뒤엉킨 채 방치된 개들은 기생충과 피부병에 감염되어 있었다. 이처럼 적절한 환경과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은 동물을 사육하는 사람을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라고 한다. 이 또한 심각한 동물 학대 행위이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와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현행법으로 이러한 동물 학대 행위를 예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상해나 질병, 죽음 같은 실제적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깨끗한 생활환경을 제공하고 다치거나 아플 때 반드시 치료해주는 등 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를 설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법적제재가 가능하도록 동물보호법이 추가 개정되기를 바란다.

법제도의 개선과 함께 동물권에 대한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페미니즘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에서 반려종이 성립하려면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썼다. 인간은 개를 길들여 반려동물로 삼았지만, 개 또한 휴머니티(인간성)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반려동물은 정복과 지배, 사육의 대상이 아니라 또 다른 우리이기도 하다. 마당개에게서 보이는 풍경은 짧은 줄에 묶여 있는 동물이 아니라, 주체의 신화에 속박당한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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