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날씨가 이례적으로 계속되며 단풍이 곱게 물들더니 이제 안동에서 첫얼음을 보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평년보다 10여 일이 늦은 얘기이고 전국 곳곳에 첫서리가 내리고 고드름이 열렸다는 추위 소식도 들린다. 대지가 얼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제 농촌에서는 1년 농사의 끝맺음으로 콩으로 메주를 쑤고, 찬 서리 맞은 배추와 무를 절여 김장을 담그는 계절이다. 입동(立冬) 전후 닷새 이내가 가장 맛 좋다고 하니 갖은양념을 섞어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를 만들어 장독에 넣어 한해의 양식으로 저장해 두면 마음이 푸근하리라. 지난 2년 전 뉴스를 달군 중국 어느 공장의 김치 담그는 장면이 떠오른다. 알몸 남성이 배추를 절이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중국산 김치를 거부하는 공포가 확산하여 김치에 대한 원산지 집중 점검이 실시되곤 했었다. 그러나 김치는 미국 일본 등 해외수출량이 약 4만t으로 지난해에 비해 5% 정도 증가했다지만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뺏겨버린 기분이다. 그래서 ‘알몸 김치’였던 중국산에도 손길을 뻗치지 않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최근 어처구니가 없는 ‘소변 맥주’와 더불어 중국산 식품에 대한 거부 운동이 일고 있다.
누른 황금 들판에서 거두어들인 햅쌀로 시루떡을 만들고 치계미(雉鷄米)로 노인들에게 음식을 전해드리는 풍습은 우리의 경로(敬老)사상으로 주변에 훈훈한 미소를 짓게 한다. 또 가을걷이 후 초가지붕을 다시 덮으며 이엉 잇기하고 ‘입춘날 추우면 그해 겨울이 크게 춥다.’고 하여 군불 때어 바닥 말리고 하던 옛 시골의 정경이 떠오른다. 이번 첫추위 이후에 한파특보가 내려지면 땅속으로 파고드는 동물들처럼 우리도 조금 침체된 생활 속에서도 몸을 움직이며 꾸준히 삶의 에너지를 살려나가야겠다.
11일은 ‘빼빼로 데이’다. 11월 11일, 아라비아 숫자 ‘11’이 가늘고 길쭉한 초콜릿 과자를 닮았다고, 30여 년 전 부산의 어느 여고에서 시작한 것을 롯데가 국내 최대의 ‘데이 마케팅’으로 추진했던 날이다. 지금은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빼빼로나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자리 잡은 인기 있는 행사일이다. 11일은 또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여 빼빼로 데이와 약간의 트러블이 있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든 기념일이니만큼 서로를 잘 융합하여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면 좋으리니….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칼바람 속에 체감 온도가 떨어지면서 시민들도 겨울옷과 목도리 등 추위를 피하기 위한 모습들이 이제 겨울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정치계도 연일 찬 바람이 부는 한파로 걱정이다.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터무니없는 날 선 공방으로 밝은 미래를 원하는 국민은 연일 한랭 전선에 싸여있는 듯하다. 이 추운 겨울날 국민들의 마음에는 따스한 날들이 기대될 것인데 연일 쏟아내는 망발에 마음은 더 추워질 뿐이다.
이제 나뭇잎 떨어져 나목(裸木)이 되면 풀들도 마르고, 만물 또한 활동을 접고 다음 봄날까지 휴식을 취하는 겨울, 그 초입의 계절인 11월에는 이제 추수 후 겨울잠을 자야겠지. 다음 따뜻한 봄날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