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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 확산… 동해안 절경이 ‘민둥산’

등록일 2023-11-07 18:07 게재일 2023-1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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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유명관광지인 포항시 남구 호미곶과 동해면에 자생하는 해송(海松)들이 집단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일대 야산을 비롯해 포항지역 해안 절벽에서 아름다운 숲을 이루며 자라는 소나무 대부분이 재선충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호미곶면 대동 1리 이장 이광수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재선충이 심했다고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멀쩡한 소나무가 없다. 마을 산들이 모두 민둥산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200년간 이 마을의 상징역할을 하며, 민간신앙의 대상이었던 갯바위(노적암)에 뿌리 내린 해송도 재선충으로 말라죽었다. 포항은 올해 전국에서 재선충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구룡포부터 호미곶까지 해안선을 따라 소나무 20만여 그루가 고사했다.

문제는 재선충병이 우리나라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인 백두대간으로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림당국과 경북도, 각 시·군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영주·봉화 라인을 마지노선으로 해서 확산 방지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백두대간 감염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대상목은 219만774본이었다. 이중 경북이 90만6천483본(41%)으로 가장 많았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치료제가 없어 감염된 나무는 모두 말라죽는다. 이로인해 현재까지 소나무 재선충의 완전방제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아 ‘소나무 에이즈’로 불릴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매개충의 활동시기가 빨라지면서 감염지역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산림의 23%를 차지하는 수종이다. 특히 바닷가 척박한 토양에 적응하면서 자생한 해송숲은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쉽지 않다. 해송 없이 황폐화된 ‘민둥해안’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풍경이다. 소나무 집단 고사는 환경 문제를 비롯해 산림자원 측면에서도 국가적 손실이 큰 만큼, 산림당국과 각 지자체는 재선충 방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피해확산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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