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무위원들은 수시로 국회에 불려가 호통 듣고 질책받기 일쑤다. 장관들은 국회만 나가면 어느 정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괜히 꼬투리 잡혀 봉변당하기도 한다. 국회의원들의 추궁과 우격다짐에 곤욕을 치른다. 일상화된 국회 풍경이다.
한동훈, 박민식, 원희룡 3명의 장관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으로 국무위원이 된 이들이 국회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호통과 질책에도 상대를 직시하며 할 말을 한다. 에둘러 말하지도 않는다. 직설적이다. 한 번 붙어보자는 결기가 묻어난다. 꼬박꼬박 대꾸하는 모습은 밉상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강단 있는 검사의 모습이 겹쳐진다. 답변석에서 고심하며 상대 눈치를 살피지도 않는다. 상대 주장에 논리 정연하게 맞서 상대를 곤혹스럽게 한다.
교과서적인 답변에 무기력한 장관 모습은 없다. 아니다 싶으면 작정하고 덤벼든다. 지난 정권의 주축이었던 586 친북좌파들의 김정은·시진핑 바라기에 절망했던 보수가 환호한다. ‘이게 아닌데’하면서 답답해 했던 국민에게는 사이다 발언이다.
대통령의 소신 발언과 쾌도난마식 질정(叱正)은 장관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말해야 할 때는 주저 없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아니다”고 외친다. 이들은 장관 1년 만에 싸움닭이 됐다. 박·원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면서도 논쟁만 일삼는 정치인 모습이 아니다. 뚜렷한 주관을 말하고 야당의 집요한 공격에도 절대 굽히는 법이 없다.
박민식 보훈부장관은 광주시의 정율성 공원과 관련, “6·25 남침 나팔을 불던 정율성에 기념공원을 받치느냐”며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질의하는 야당의원에겐 “어떻게 공산당원을 기리자고 하느냐”며 면박 준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친 친일파 발언, 홍범도 장군 관련 발언 등 소신 발언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주장에는 결기가 느껴진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도 선이 분명하다. 양평고속도로와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사업 포기 엄포까지 하며 투사 면모를 보였다. 국무위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에겐 전직 대통령 사례를 들며 단칼에 잘랐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상대방의 질의와 추궁을 탁월한 논리로 반박한다. 야당 의원의 체면과 입장은 단 한 푼어치도 고려하지 않는 면박에 상대는 말문을 닫고 만다. ‘피의자가 단식 자해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는 안 된다’며 입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도 상처에 왕소금을 뿌렸다. 당하는 처지에서는 무례하기 짝이 없고 기분 나쁘지만, 화를 속으로 삼킬 뿐이다. 한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기피 인물 1호가 됐다.
반면 국민은 시원해한다. 호통과 억지가 난무하는 국회에서 논리적으로 정면 대응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벌써 차기 여당의 지도자급으로까지 이름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무조건 상대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말대꾸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전문성을 앞세워 논리적으로 대처하면서도 예의 바른 모습이 필요하다. 그런 장관이 정부와 국민에 신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