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線넘은 이준석의 TK비난, 이유가 뭔가

등록일 2023-09-19 19:48 게재일 2023-09-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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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내년 총선(4월 10일)이 다가오면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대구·경북(TK) 비난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지지기반인 TK를 공격해서 뭔가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이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치러진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좌파진영이 TK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4·15총선을 코앞에 둔 2020년 3월 6일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를 통해 코로나 발생 원인을 대구시민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고, 민주당 한 청년위원은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는 막말을 했다. 좌파시인 김정란은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시는 게 어떨지”라고 조롱했다. 당시 이런 발언들은 TK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좌파진영의 결속력을 높이는 도구가 됐다.

이준석은 최근 MBC 정치대담 프로에 출연해 단골 비난 메뉴인 ‘TK 현역의원의 수준’을 언급하면서 TK지역민들이 마치 일반국민과는 동떨어진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처럼 표현했다.

그는 ‘TK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라는 사회자 질문에 “요즘 들어 여론조사 기사를 보면 항상 붙는 2개의 문구가 있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층에서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어쩌고 저쩌고, 이게 모든 여론조사에 들어가 있는 문구”라고 대답했다. 마치 TK지역이 60대 이상 노인세대와 함께 타지역과는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준석은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이전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그 사례로 들었다. 노인세대와 TK지역에서만 흉상 이전에 대한 찬성률이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홍범도 장군의 경우, 항일투쟁에 앞장선 것은 맞지만, 러시아 스탈린체제에 부역한 공산당원이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나는 유사시 북한과 최일선에서 맞서 싸워야 할 육사생도들이 매일 공산주의자 조형물을 보면서 거수경례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본다.

이준석은 한때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우리나라 청년정치인의 역동성을 대변했다. 그는 대표로 취임한 이후 당의 외연을 호남까지 확장시키면서 국민의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박지현의 성과도 대단하다. 민주당내 팬덤정치와 86그룹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박지현도 최근 단식 중이던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표리부동하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청년정치인들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준석 전 대표도 잘 알겠지만, TK지역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산실이다. 6·25전쟁 때는 북한과 중국공산당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곳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때는 TK지역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자유와 민주를 중시하는 보수정권이 탄생할 수 없었다. 이 지역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라는 사실은 정치적인 판단대상이 아니다. 이준석이 정부·여당에 대해 비판일색인 다양한 방송 대담프로에 출연해 TK를 타깃으로 비난을 퍼붓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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