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울릉 바닷길은 하늘길의 ‘백업’ 아니다”... 공항 개항 앞두고 ‘항로 고사’ 우려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3-07 15:50 게재일 2026-03-08
스크랩버튼
김귀홍 울릉크루즈 선장, “항공·해운은 상호보완적 공공 인프라” 강조
시장 논리 넘어선 ‘준공영제’ 등 국가 차원 정책 지원 촉구
공항 공사가 진행 중인 울릉 사동항 건설 현장 너머로 울릉크루즈 카페리 뉴씨다오펄호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2028년 공항 시대가 열려도, 높은 파고와 대량 수송을 감당할 이러한 해상 교통망은 섬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필수 공공 인프라로 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진영 기자

2028년 울릉공항 개항이 다가오면서 울릉도의 ‘하늘길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전망 이면에 울릉 주민들의 실질적 생존권인 ‘바닷길’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항공이 해상 교통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오해가 자칫 섬 지역의 국가 교통망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울릉 항로의 베테랑인 김귀홍 울릉크루즈 뉴씨다오펄호 선장은 “공항이 생기면 배는 보조 수단이 된다는 인식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갈했다. 동해의 기상 특성상 겨울철 강풍과 돌풍, 시정 악화 등으로 인한 항공기 결항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선장은 “항공과 해상은 운항 제한 조건이 다르다”라며 “하늘길이 막혔을 때 바닷길이 열려 있어야 섬의 고립을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두 교통수단은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원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특히 김 선장은 생필품 수송부터 응급환자 이송, 군수 및 행정 물자 이동 등 섬의 생존과 직결된 필수 기능이 모두 이 바닷길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울릉 항로를 단순한 관광 노선이 아닌 ‘지역 경제의 혈류’로 규정했다.

나아가 김 선장은 “현재의 2만 톤급 대형 여객선은 국가 안보와 재난 대응 측면에서 대체 불가능한 ‘동해안 전략 자산’이나 다름없다”라며 “소형 기체 위주로 운영될 울릉공항의 특성상 항공기는 대량 수송과 중량물 운송에 명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이미 백령도 항로는 국가 전략성과 안보 가치를 이유로 유지되고 있고, 제주도 역시 공항이 있음에도 대규모 해상항로를 병행하고 있다”라며 울릉 항로에 대해서도 형평성 있는 공공 인프라 대책을 요구했다.
 

Second alt text
김귀홍 울릉크루즈 뉴씨다오펄호 선장. /황진영 기자

김 선장이 가장 우려하는 시점은 공항 개항 직후다. 일시적인 수요 분산으로 인해 민간 선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항로를 포기하게 될 경우, 울릉도는 유사시 완벽한 고립 상태에 빠지는 ‘교통 대란’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인 것.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그는 경상북도와 포항시, 울릉군,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적극적인 정책 대안을 촉구했다.

우선 시장 논리를 넘어선 ‘해상 교통 준공영제’를 도입해 안정적인 운항 보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하늘길과 바닷길이 상생할 수 있는 ‘공항·해상 연계 교통체계’를 설계하고, 이를 단순한 지원을 넘어 ‘대체 운송 체계 법제화’를 통해 국가 교통안전망 차원의 법적 근거로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항공과 해운은 파이를 나눠 먹는 경쟁자가 아니라, 섬 지역 교통권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바닷길을 약화하면서 하늘길의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구조적 모순이라는 뜻이다. 김 선장은 “해상교통을 지키는 일은 개별 기업의 수익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섬을 책임지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이제는 단순한 관심이 아닌 적극적인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예측 불가능한 동해의 높은 파고를 뚫고 외딴 섬을 오가는 현직 선장의 절박한 외침이 정부의 해상 교통 정책 패러다임을 ‘시장’에서 ‘공공’으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동부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