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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차전지 특화단지, 포항만한 곳이 없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공모접수일이 임박한 가운데 경북도와 포항시가 지난 7일 경북도청에서 ‘특화단지 타당성 확보방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유치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대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지난해 11월 도내 30개 기관·단체장을 멤버로 하는 ‘이차전지혁신 거버넌스’를 출범시키는 한편, 실무전담팀도 꾸려 특화단지가 왜 포항에 입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 확보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해 왔다.포항시가 생각하는 특화단지 후보지는 영일만산업단지와 블루밸리산업단지다. 이곳은 지난 2019년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으며, 이미 이차전지 원료, 소재, 리사이클링 분야에 4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대·중소기업 협력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현재 이차전지 특화단지 공모에는 포항을 비롯해 울산, 충북오창, 전북군산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공모접수일이 다가오자 각 지역별 정치권이 중심이 돼 지정 당위성을 홍보하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달 27일까지 국가첨단전략산업(이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특화단지 공모신청서를 받는다. 특화단지로 지정될 경우, 특별법에 따라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 자금 지원 △인허가 신속 처리 △각종 부담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세금지원 혜택 등을 통해 기업의 대규모 투자도 유도할 수 있다.경북도와 포항시는 특화단지 조성계획이 확정되는 이달 말쯤 공모 신청을 할 생각이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문위원회 평가,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올 상반기에 지정된다. 포항에는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 포항과학산업연구원, 포항가속기연구소 등 이차전지 관련 연구시설이 집적돼 있고 포스텍, 한동대 등에 이차전지 관련 학과도 개설돼 전문인력 확보가 가능하다. 경북도와 포항시로서는 특화단지 지정이 이차전지 산업 클러스터를 완성할 중요한 기회인 만큼, 지역역량을 총동원해 성과를 내길 바란다.

2023-02-08

APEC 회의 경주유치에 총력전 펴라

202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2005년 부산 누리마루 정상회의 이후 20년만에 한국에 돌아오는 개최국 순서다. 1993년 미국 시애틀에서 제1차 회의가 열린 이후 매년 11월,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만나 무역·투자 자유와 원활한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국제적 행사로서 비중이 큰 만큼 국내 유치를 노리는 지자체도 많다. 부산시와 인천시, 제주도가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기초단체로서는 유일하게 경주시가 유치전에 나섰다. APEC 정상회의 유치는 국격을 올리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개최 도시가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부산은 2005년 정상회의 개최로 글로벌 도시로 격상됐다. 2005년 정상회의 유치에 실패한 제주도는 일찌감치 재도전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제주도는 싱가포르에 있는 APEC 사무국을 방문, 정상회의 유치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선도하는 제주도가 APEC 정상회의 개최 적지라고 알렸다는 것이다.경주시도 지난달 APEC 정상회의 경주시유치지원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개최 도시를 알리는데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경북도와 경주시가 실무회의를 가지고 하반기 개최도시 선정에 대응할 전략회의도 가졌다 한다. APEC 회의 개최도시가 되면 1조원의 경제유발 효과와 8천명 고용창출 효과 등 경주 발전을 10년 앞당길 수 있다고 한다. 후방 효과가 이 정도니 개최도시 유치 필요성은 더욱 절박하다.경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도시다. 세계문화유산 4점을 비롯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다. 세계 정상에게 한국의 문화역사와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무엇보다 경주시의 국제적 역량을 키움으로써 국가적 과업인 지역균형발전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경북도와 경주시뿐 아니라 대구시와 경북도내 시군단체장 모두가 홍보대사가 되어 APEC 회의 경주시 유치에 한뜻을 모아야 한다. 단체장은 물론 정치권까지 뭉쳐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2023-02-08

점복이

윤명희 수필가 점복이가 또 집을 나갔다. 언덕바지에 자리한 과수원에 눈바람이 일렁인다. 과수원 초입에 있는 점복이 집에 온기가 없다. 기숙씨는 목줄을 걷어 집 앞에 두고, 건너에 있는 야옹이집 방문을 열어 묻는다. 눈도 오구만 점복이 어디 갔어? 그들은 게으른 표정으로 힐끔 올려다 볼뿐 꿈쩍도 하지 않는다. 먹이 한 국자를 부어주고는, 닭장으로 들어가 계란을 주워 나온다.기숙씨는 딸이 안고 온 강아지를 내치지 못했다. 녀석의 얼굴은 갓 만들어 둔 노릿한 메주를 살짝 쥐었다 놓은 것 같고, 다리는 과식이라도 하면 배가 땅에 닿을락 말락할 길이다. 눈가에 검은 점이 있어 점복이가 된 녀석은 주인이 밭에 있을 때는 밭에 있었고, 비닐하우스에 있을 때면 그 곳에 있었다.기숙씨가 집밖으로 나갈 때면 눈물 그렁한 표정으로 쳐다봐 할 수 없이 차에 태워 다니곤 했다. 그녀가 자주 가는 친구네 고물상에 점복이 혼자 가기 시작한 것은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외출할 때 집에 혼자 두고 가면 점복이는 마치 그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먼저 고물상에 와서 주인을 기다리곤 했다. 점복이 거기 와있다는 전화를 받은 그녀는 별 볼일이 없으면서도 녀석을 데리러 고물상에 가야 했다.꼭 다문 입 사이로 덧니까지 튀어나온 녀석은 기숙씨와 함께 있는 것을 단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다 기억한다. 점복이 공원에 있더라. 하이고 녀석 거기까지 와 갔노. 점복이 향교에 왔네. 조금 전까지 여기 있더만, 거는 또 언제 갔노. 그녀는 사흘이 멀다 하고 걸려오는 전화에도 몸빼바지에 장화 차림으로 녀석을 데리러 갔다. 혹여 차에 치일세라 걱정이라는 말에 지인은 언젠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녀석을 봤다고 했다. 파란불로 바뀌자 사람들 따라 건너는 폼이 주인보다 낫더라며 웃었다. 기숙씨는 발 달린 짐승이 어디를 못 가겠냐며 더 이상 데리러 가지 않았다. 짧은 다리로 녀석은 동네 곳곳을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았다.세상이 궁금한 점복이 목에 줄이 매인 것은 경찰아저씨의 호통 때문이었다. 점복이 지금 첨성대에 왔습니데이. 그 집의 개가 지금 월영교에 있습니다이 이래가 되겠습니까. 보소, 지금 시장에 왔다 아입니까 진짜 이럴랑교? 벌금 매기까요?기숙씨는 하늘도 보고 날아가는 새도 보라고 밭에 길게 와이어 줄을 설치하고는 목줄을 매달았다. 건너편에 대여섯 마리나 되는 야옹이의 집을 지어주고 그 옆에는 닭장까지 마련했다. 그들끼리 서로 쳐다보며 살라는 그녀의 뜻과는 달리 녀석은 가끔 목줄을 벗어놓고 집을 나간다. 어떤 날은 새 연인의 집에서 몇 날을 보내고 오곤 했다. 산책길에서 만났다는 지인의 말에 기숙씨는 녀석의 여행이 빨리 끝나고 돌아오기를 기다린다.점복이가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산으로 들로 얼마나 헤집고 다녔는지 온 몸에 도깨비 풀이 범벅이다. 기숙씨는 털에 엉겨 붙은 것들을 떼어내느라 식겁을 한다.10여 년 전 그날 아들의 모습이 그랬다. 비바람이 치던 겨울 늦은 밤, 제 키만 한 가방을 앞뒤로 맨 아들이 양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현관문을 들어섰다. 워킹홀리데이에서 번 돈으로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있다던 녀석이 온다는 소식도 없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남편과 나는 거지꼴을 한 아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돈만큼 샀다며 술과 안주가 든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이야기가 담긴 소주잔으로 가라앉혔다.어둠이 겹겹이 쌓인 시간, 전화벨이 울린다. 다음 달에 미국 간다는 아들의 전화다. 코로나로 몇 년 동안 갇혀 있느라 발바닥이 가려웠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왜’라고 물었다. 산티아고 길에서 사귄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10주년 기념이라는 말에 나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기념해야 할 여행이 어디 그것뿐이던가.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벌써 사막을 걷고 강을 건너고 있다.

2023-02-08

신묘(辛卯)

이지안作 ‘Again’ 육십갑자 중 스물여덟 번째에 해당하는 신묘(辛卯)다. 천간(天干)의 신금(辛金)은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답고 차갑다. 지지(地支)의 묘목(卯木)은 어린 화초와 같고 계절로는 음력 2월이다. 동물은 하얀 토끼다.신묘일주는 천간이 매울 신(辛)만큼이나 매서운 땅의 영등할매가 차디찬 바람을 세차게 날리며 뜻을 이루게 할 사람과 뜻을 꺾어버릴 사람을 선택하는 냉정한 기운이다. 보석이 박힌 암살용 칼이 연상된다. 묘(卯)는 음력 2월 바람달이다. 옛날부터 이 달에 결혼하는 것을 기피했다. 혹시나 신랑, 신부가 바람날까 우려해서다.신묘일주는 ‘상자 속에 들어있는 보석’이라고 말한다. 불교 다라니 중에서 최고라는 ‘신묘장구대다라니’처럼 신묘일주는 매사 무엇이든지 최고 일류만을 좋아한다. 남보다 뒤에 놓이는 것을 못 참는 성질이다. 너무 나가면 추락할 수 있으니 끝맺음을 잘해야 한다. 그러나 일류가 되고, 상자 속의 보석이 되는 이유가 있다. 가족, 특히 배우자 간의 애정이 풍부하고 헌신적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빚지고는 못사는 성질로 계산이 확실한 것도 이유가 된다.신묘일주는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내는 사람이 많다. 신묘(神妙)한 사람이다. 웬만하면 자신이 불쾌한 일을 당해도 그것으로 인해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다. 토끼는 뒷다리가 길고 앞다리가 짧아 하늘에서 매섭고 매운 기운을 뿜어대도 고비를 잘 넘어간다. 또한 보석 같은 마음이 생겨 어려운 사람을 보면 무엇이든지 도와주고 싶어 한다.보석 같은 신(辛)의 마음과 그것을 잘 사용하는 토끼 묘(卯)의 마음을 잘 융합하며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더 좋은 멋을 내기 위해서다. 신묘일주, 신묘월주, 신묘년주, 신묘시주를 가진 분들은 끊임없이 일류를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왜 그런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아야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자기가 더 나은 삶을 살려다가 분에 넘치는 바람에 신묘 기운을 가지고도 아주 싸구려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1850∼1893)의 ‘목걸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주인공 마틸드는 뛰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유복하지 못했다. 가난한 하급관리와 결혼한 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간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무도회 초대장을 구해 온다. 돈 많은 여자들 틈에서 가난하게 보이는 것처럼 창피한 일이 어디 있느냐며 아내는 입고 갈 옷이 없다고 짜증을 내자, 남편은 비상금을 털어 아름다운 드레스를 사준다. 장신구가 없다고 불평하자 당신 잘 사는 친구 포레스트 부인에게 장신구를 빌리면 어떻겠냐고 말한다.아내는 친구 포레스트 부인한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파티에 참석한다. 마틸드는 소원대로 파티에서 주목받은 여인이 된다. 그녀는 취한 듯 정신없이 춤을 추었다. 새벽 4시에 파티는 끝났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목걸이가 없어진 것을 알아챘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는 순간이다.부부는 많은 빚을 내어 비슷한 목걸이를 구해 돌려준다. 그 후 10년 동안 힘들게 생활하면서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었다. 마틸드는 간혹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창가에 걸터앉아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총애 받던 무도회의 밤을 회상하곤 한다.그러던 어느 일요일, 공원을 산책하다가 목걸이를 빌려준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늙고 초라해진 마틸드를 알아보지 못한다. 마틸드는 친구에게 지나온 일을 이야기했다. 친구는 마틸드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어떡하면 좋아. 가엾은 마틸드! 내 건 가짜였어. 기껏해야 500 프랑 밖에 나가지 않는….”교훈적, 비판적, 묘사적 성격의 자연주의 소설로 극적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운명의 아이러니를 주제로 쓴 작품이다. 한 젊은 여인이 사치스럽고 우아한 귀족생활을 동경하는 욕심 때문에 고달픈 삶을 살게 되었다.인생에 있어 무의미한 것은 없다. 과거의 실수와 실패는 다 오늘의 나를 만드는 과정이다. 마틸드가 친구에게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러한 상황을 당해보지 못한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10년을 고생했지만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남은 세월 동안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허영심은 인간의 본능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정신이 빈곤하면 계속해서 주변을 시기하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심리학자 자크 라캉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한다.신묘일주의 신(辛)과 묘(卯)는 끝이 바늘처럼 날카로워 현침살이 있다. 현침살 기운으로 인해 예민하고 초조하거나 불안한 사람이 많다. 누구보다 상황의 변화에 민감하여 대처 능력이 좋다. 성격이 급한 면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실수가 잦으며, 마음의 변화가 심하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현침살의 날카로운 기운 때문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여 우유부단한 것을 싫어한다. 호불호가 강하여 한번 틀어지면 마음을 열지 않으며, 냉정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또한 좋아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경향이 있어 사기를 당하거나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12운성으로는 절지(絶支)에 해당하므로 밀어붙이는 힘이 약해 희노애락의 굴곡이 심하고 애인 또는 배우자와 단절을 경험한다. 또한 큰 재물을 꿈꾸지만 용두사미 격이다.인간은 성품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고귀하고 좋은 것인지 보는 눈도 다르다. 명예, 쾌락, 지성 등의 덕목을 선택할 때 우리는 그것이 특별한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더라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 자체를 원하기 때문에 선택하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다.궁극적인 미덕이 자족(自足)이다. 행복은 궁극적으로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동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2023-02-08

정초, 거조암에 가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올해는 예쁜 후배랑 갔다. 언제든 어디든 동행을 청하면 항상 선선하다. 일하는 이 불러내 미안하다 싶다가도 거조암의 오백나한을 꼭 보여주고픈 마음이 컸다. 이미 잡혔던 약속을 취소하고 한달음에 집까지 와서 나를 차에 태운다. 작년까진 늘 남편과 함께였다. 설 연휴를 보내고, 정월대보름 전에 꼭 하루를 비워 오백나한을 뵈러 간 지 여러 해째다.집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평탄하고 넓은 길을 지나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조금만 오르면 도착하는 한적한 길 끝에 일주문이 다소 생뚱맞게 서있다. 영산루를 머리에 얹고 가파른 계단을 지나면 정갈하고 말간 마당에 얌전한 삼층석탑이 있다. 탑 뒤에 영산전이 튼실하게 앉아있다. 단청 화려하고 삼면이 문으로만 되어있는 여느 절들과 달리 장식없는 흙벽이다. 동서로 길쭉한 전각 한가운데 여닫문이 있고, 창문이 좌우로 4개 달려있다. 단정하고 고졸하다 싶은데 무려 국보다. 영산전 안에 나한상이 오밀조밀 빽빽이 좌정해있다. 오백나한은 500위가 아니고 실은 526위라 한다. 흰 회를 얇게 바른 얼굴과 몸에 알록달록 채색을 한 석조상들이다. 하나하나 그렇게 다채로울 수가 없고 자세나 표정이 하나도 같은 이가 없다. 진지한 모범생은 가끔 보이고 대부분이 앉음새도, 표정도 익살스럽다. 입고 있는 옷색이며 들고 있는 물건도 가지가지다. 수염이 있는 이, 없는 이, 수염의 모양도 같은 이가 없다. 모자 쓴 이도 있고, 껄껄껄 웃거나, 미소짓거나, 하품하거나, 곁눈질하거나, 옆 친구와 속삭이는 이, 경전, 염주, 목탁에 포도, 귤 같은 과일을 가진 이, 호랑이나 사슴 등의 동물을 안고 있는 이도 있다. 심지어 거꾸로 물구나무 서있는 나한상이라니.법당에 들어서면서 6만원의 보시금을 백원짜리 동전으로 바꾼 돈바구니를 얻는다. 삼존불에 삼배한 후 번호대로 화살표를 따라 나한의 명호를 입속으로 부르며 앞앞이 놓인 쟁반에 동전 하나 놓고 합장례를 한다. 추워서 손은 곱고, 동전 육백 개의 무게가 만만찮지만 면면이 다른 나한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황색 법의를 입고 왼무릎을 세우고 손을 소매 속에 감춘 불소소존자 옆에 연두색 법의의 견유변존자가 흰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다. 화장존자는 왼손으로 목탁을 쥐고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모두 입에 넣어있고 그 옆 광명존자는 염주를 두 손으로 다소곳이 쥐고 있다. 둘 다 수염이 없는 걸로 봐서 젊은이신가 모르겠다. 두 손을 모두 큰 입 속에 넣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성무진존자는 앞섶도 열어젖혀 둥근 배속살을 다 보인다. 도리천존자는 귀가 어두우신가 오른손을 귀 뒤에 대고 옆얼굴을 하고 있다. 보시금을 바꿔준 보살님은 한가지 소원만 외라고 했다. 나한들의 표정을 보고 명호를 부르다 보면 그 소원은 까맣게 잊힌다. 그들의 공부방에 나도 함께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돈바구니가 가벼워지고 번호가 높아질 무렵이면 그저 환희심만 가득해진다. 함께 간 후배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이 나한상을 캐릭터로 개발하면 어떨지 제안해 본다. 151개나 되는 포켓몬스터에 비할 바가 아니지 않을까.

2023-02-08

어린이와 보약

강미선 이강부부한의원장 예전에는 겨울방학이 끝나고 일주일 정도의 학교생활 후 다시 봄방학을 하던 학사 일정이 요즘은 겨울방학을 늦게 시작해서 봄방학까지 쭉 이어서 보낸 후 새 학년을 맞이하는 학교들이 많아지는 추세인 듯하다. 학기 중에는 늘 바쁘고 챙기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한약을 먹이기에는 좋은 시간이다.한의학에서 보(補)한다는 것은 우리 몸의 기능 중 부족한 부분을 치료하는 방법, 즉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건강상태를 유지하도록 몸의 조화를 돕는 일이다. 그리고 보약이란 그러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일체의 한약을 말한다.일반적으로 아이에게 보약이라 함은 녹용을 가미한 약으로 알고 있다. 물론 녹용은 인삼과 함께 신체의 기능을 보강하여 몸이 허약한 것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보약으로 주로 근골을 강하게 하고 정혈을 생기게 해주며 생장발육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인체의 저항력(면역기능)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특별한 병이 없더라도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는 아이들의 성장 발육에는 필수적인 보약이다. 하지만 꼭 녹용을 복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증상에 맞추어 알맞은 약을 복용시키는 것이 더 좋다.그렇다면 보통 소아 보약은 몇 살 때부터 복용하는 것이 좋을까?아이가 생후 6개월쯤 되면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받은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기나 외부 자극에 쉽게 감염되는 등 여러 가지 허약 증상이 나타난다.따라서 보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는 가장 적당한 시기는 생후 6개월부터 1년 6개월이 되는 때이다. 만약 녹용을 가미한 약을 복용시키려고 하면 대개 만 1세가 지난 후부터 매년 만 나이에 맞추어 먹인다. 예를 들면 만 3세의 아이의 경우 3첩을 먹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에 따라 복용량과 복용횟수는 달라질 수 있다.그럼 보약을 먹는 계절은 따로 있을까?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을 받아 아이들이 성장하는 시기로, 가을은 영양분을 저장하여 체중이 느는 시기로 인식하여 보통 봄과 가을에 보약을 먹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동의보감에서는 오히려 ‘여름에는 기력을 보충하는 치료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라며 여름철 보약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실제로 잦은 감기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호흡기가 다소 편안해지는 여름철이 오히려 보약을 복용하기에 적당하다. 또한 환절기나 겨울철에 감기에 잘 걸리는 경우 잠시 감기에 걸리지 않은 시기에 보약을 복용함으로써 이후로 감기의 빈도를 줄이거나 증상의 심한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그러나 학기 중에는 학교와 학원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요즘 소아청소년들은 하루 두세 번 약을 챙겨먹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체질적으로 허약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아이들의 전반적인 상황에 맞추어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합리적인 방법이다.새 학년을 맞이하기 전 이번 2월에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챙겨 보는 건 어떨까?

2023-02-08

“함께 잘 살자”

우정구 논설위원 공동부유(共同富裕)는 “함께 잘 살자”는 뜻이다. 2021년 8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를 강조하면서 당시 중국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용어다. 중국의 민간기업과 고소득층의 부를 당이 조정하고 자발적 기부를 통해 인민과 나누는 개념을 이르는 말이다.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표방하면서 성장에 중점을 두었다면 시진핑은 분배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영국의 자선구호단체 CAF는 2022년말 기준 ‘세계기부지수’를 지난달 말 발표했다. 인도네시아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뉴질랜드 등 경제 선진국을 제쳤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적은 나라가 기부선진국이라는 사실이 적이 놀랍다.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19개 국가 중 88위를 차지했다. 2011년 57위에서 해마다 순위가 떨어져 기부후진국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인도네시아의 기부지수가 높은 것은 종교적 특성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하나 사회 전반에 기부문화가 잘 유지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은 자부심을 가질 하다.공동부유를 주창한 중국은 2017년 세계 꼴찌에 머물던 기부지수가 작년에는 49위까지 뛰어올랐다.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미국도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부자들의 사회공헌 문화와 세제지원을 통한 사회적 기부문화 조성이 순조롭기 때문이다.지난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었으나 상대적으로 기부도 그만큼 증가했던 것으로 CAF는 밝혔다. 기부문화는 사회 공동체를 지탱해주는 보이지 않는 큰 힘이다.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경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함께 잘살자”는 공동부유의 정신이 이럴 때 발휘돼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2-07

다시 점화된 대구·광주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공론화 부족을 이유로 유보됐던 대구시와 광주시의 2038년 하계아시안게임 공동 유치사업이 다시 불을 지폈다. 광주시의회가 지난 6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광주시가 제출한 2038 광주·대구 하계아시안게임 공동유치 동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하면서 대구시도 같은 내용의 동의안을 16일 시의회에 단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5월 두 도시가 달빛동맹 차원에서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선언한 지 1년 10개월 만이다.아시안게임은 45개국 1만5천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스포츠행사다. 사업비만도 1조원이 넘게 소요된다. 대구시의회와 광주시의회에서 공동개최 하겠다는 추진 내용이 통과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한체육회에 국제종합대회 개최 계획서를 제출, 승인을 받아야 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기재부의 심의도 통과해야 한다. 또 최종적으로 아시안올림픽평의회(OCA)의 승인도 있어야 한다.두 도시는 영호남의 인적·물적 교류와 도시위상 제고, 지역균형발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공동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최종 단계에 이르기까지 이런 만만치 않은 과정을 뚫어야 한다.난관이 많은 만큼 준비과정도 쉽지 않고 철저해야 성공을 예약할 수 있다. 물론 두 도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대규모 국제대회를 경험한 바가 있다. 하지만 국제대회 경험만으로 사업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특히 양 도시가 가진 기존 체육시설을 잘 활용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대회를 치러야 정부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 대회 개최에 앞서 남부권 경제의 동맥 역할을 할 달빛고속철도의 조기 건설을 정부로부터 약속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다.2038년이면 대구는 신공항이 이미 개항한 시기다. 대구경북 신공항을 국제 무대에 알리고 대구가 글로벌도시로서 위상을 구비하는데 아시안게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두 도시의 공동유치가 도시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발판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정치적 이슈를 뛰어넘어 도시발전의 실질적 성과가 있도록 하는 것이 공동대회 유치의 의미를 살리는 길이다.

2023-02-07

‘58년 개띠’가 벌써 노인대접 받아도 되나

심충택 논설위원 나는 1958년에 태어난 개띠다. ‘58년 개띠’가 마치 고유명사처럼 불리는 것은 베이비붐 시대의 콩나물교실, 옥수수 빵, 중학교 무시험, 고교평준화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100만명에 육박한다는 1958년생이 새해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이 돼 전국 도시철도를 모두 공짜로 탈 수 있다.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오는 6월부터 만 70세가 돼야 도시철도를 무임승차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혀 공짜혜택을 5년이 지나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노인복지법에 무임승차 대상이 ‘65세부터’가 아닌 ‘65세이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70세로 조례를 제정하더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같은 58년 개띠인 고교 동기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대부분 홍 시장의 조치가 다소 서운하기는 하지만, 조례제정에 공감은 간다고 했다.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 벌써 노인 소리를 들으며 지하철을 공짜로 타기가 영 거북하다는 반응이 주류였다.조례제정안이 대구시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지하철 무료승차 때문에 적자에 시달려온 전국 6개 광역자치단체 모두 홍 시장의 생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보건복지부도 지난주 노인연령 상향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여야 정치권도 도시철도의 노인 무임승차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여, 58년 개띠의 ‘지공대사(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세대)’혜택은 곧 사라질 것 같다.사실 만 65세가 되면 기초연금과 의료비 할인, 공익형 일자리 제공 등의 노인 복지 혜택을 받지만, 사회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노인대접을 받기는 이른 나이다.지난해 6월에 발표된 한 여론조사 내용을 보면, 노인연령 기준 상향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2%나 됐으며,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찬성’ 응답이 70% 정도를 기록했다.생활환경과 의학 발전으로 60대 이상 건강조건이 경로우대제도가 도입됐던 1980년 당시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그리고 노인 인구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지난해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01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했다. 2년이 지나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그리고 10년 후면 25.0%, 20년 후면 33.9%로 올라간다고 하니 ‘65세 노인’ 규정을 이대로 두면 국민 10명 중 3~4명이 노인인 시대가 20년 안에 도래하는 것이다.노인연령을 상향시키는 문제는 불가피하지만 쉽지는 않다. 직장 정년이 현행대로 60세로 유지되면 퇴직 후 노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받기까지는 지금도 5년의 간극이 있다.만약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60세 정년 이후 10년간 노인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정년과 고령 일자리 문제도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초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잘 분석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23-02-07

가덕도와 TK신공항, 경쟁관계가 아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관련, 부산정치권에서 국고지원 부분 등을 문제 삼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이 지사는 그저께(6일) 간부회의에서 “공항으로 영남권이 부딪힐 이유가 전혀 없고, 확실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화공항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오는 10일 전북도청에서 열리는 중앙·지방협력회의 후 별도 만남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해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논란이 되는 법안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상임위원회, 지역 국회의원 상호간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면서 “수도권 일극체제를 벗어나 각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두 공항이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회에서 TK신공항 특별법 제정이 가시화되면서 PK(부산·경남) 정치권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구 갑) 의원은 ‘기부 대 양여 사업비 부족분 국고 지원’ 내용을 특혜조항으로 지적하는 한편, △인천국제공항의 대체공항 △중남부권의 중추공항 등의 문구를 문제 삼으며 “특혜 조항의 수정이나 삭제가 없으면 힘을 합쳐 저지하겠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주 최 의원을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의 이해관계인’으로 비판하면서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최 의원이 특혜조항이라고 지적한 TK신공항 국고지원 법안 내용은 전액 국비로 건설되는 가덕도 신공항과 비교하면 전혀 ‘특혜’라고 할 수 없다. TK신공항은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 의해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돼 가덕도공항과는 사업 방식 자체가 다르다.특별법의 국고지원부분은 사업에 따르는 위험을 분산해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쉽게 하고 혹시라도 사업비가 부족하게 되면 이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영남권 지자체간에 잡음이 발생하는 것은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두 공항이 모두 정부 지원을 받아 충분한 규모로 건설되기 위해서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다.

2023-02-07

포항탈북민 정월대보름잔치와 함께한 봉사의 손길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입춘과 정월대보름이 지나니 날씨가 조금씩 풀리고 차츰 봄날이 다가오는 듯하다. 코로나 유행의 확연한 감소세 속에 맞은 정월대보름이라 몇 년 간 잠잠했었던 세시풍습이 다시 열리고,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한 해의 안녕과 화평을 기원하는 각종 의식이나 행사가 이어져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습들이다.신명나는 윷놀이와 널뛰기, 줄다리기 등의 함성이 어디선가 들리고, 액운을 막고 소원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와 신성한 동제(洞祭)를 지내는 것 등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우리 고유의 전통풍습이다.정월대보름 세시풍습에 맞춰 소통과 화합의 또 다른 잔치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포항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출범하는 포항탈북민연합회가 정월대보름잔치와 함께 어우러져 흥겹고 정겹게 열린 것이다. 이날 잔치에서는 탈북민들이 고향에서 즐기던 윷놀이와 제기차기 등을 통해 향수를 달래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풍선 터트리기와 노래자랑으로 폭소와 재미를 유발하며 시종 즐겁고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포항에 거주하는 300여 명의 북한 이탈 주민들은 지난 2017년 포항지진 이후 한 탈북민이 건물에서 떨어지는 낙하물에 사망 후, 이 같은 무연고의 안타까운 처지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역에 탈북민을 위한 단체를 결성해야할 필요성이 수차례 제기돼,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이날 첫 민간단체로 공식 출범하게 된 것이다. 탈북민들의 단합과 유대강화를 위해 구성원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한국사회의 적응과 안전한 생활, 순조로운 정착을 도우며, 지역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일자리·교육정보 등 탈북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포항탈북민연합회의 출범 취지이다.이와 같은 포항탈북민들의 의미있는 새 출발과 정월대보름잔치를 성황리에 펼치기 위해 지역의 신망있는 정치인의 적극적인 배려와 후원, 포항향토청년회, 남포항로타리클럽, 포스코 사진봉사단, 포스코 붓글씨봉사단, (사)대한미용사회 포항북구지부, 포항공예전문강사협회 등의 동참으로 대보름잔치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한결 다양하고 풍성하게 빛났다.특히 사진봉사단에서는 행사장 한 켠에 촬영세트장을 조성하여 탈북민들의 가족사진을 촬영하고 다양한 포즈의 스냅사진을 찍어 즉석인화 후 현장에서 미니액자에 넣어 선물했다.또한 붓글씨봉사단에서는 입춘서와 새해 소망·가훈 등의 신청 글귀를 붓글씨로 써서 나눠주는가 하면, 서예체험코너에서는 직접 붓글씨를 써볼 수 있도록 하는 등 탈북민들이 잠시나마 행복해 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했다.어쩌면 죽음의 사선을 넘어온 탈북민들의 고초와 삶의 애환은 상상 외로 크고 깊을런지도 모른다. 막상 장막을 벗어나긴 했어도 새로운 터에 뿌리내려 건사하기란 만만찮은 일이다. 그럴수록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 다독이고 챙기며 위로해서 용기를 북돋워줘야 할 것이다.그러한 측면에서 국내 탈북민을 위한 순수민간 봉사단체로서의 포항탈북민연합회 첫 출범은 시사하는 바가 크며, 향후의 활동방향과 귀추가 주목된다.

2023-02-07

미래를 알고 싶다는 욕망

김경외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2023년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올 한 해에 대한 회색빛 전망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장기적인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 전망은 어떨지, 금리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이 우리 가족의 생계와 아이들의 학업 및 취업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등 고민하고 생각해야 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들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를 위한 대가 지불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 금액이 얼마가 되든지 말이다.다행스럽게도 앞으로 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매번 마주하게 되는 이 불확실성 문제의 답을 전문가 대신 인공지능이 찾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데이터의 학습을 통해 최적의 답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이 대용량 데이터를 만나면서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예측을 대신 수행해주는 전문가를 곁에 둘 수 있게 되었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과 데이터만 있다면 우리 모두가 마치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도준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이처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뛰어난 예측력과 성능은 지금보다 덜 불안해하고 덜 염려하면서 살 수 있는 윤택한 삶을 우리에게 선물해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아주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는 빅데이터가 결코 ‘전부’가 될 순 없다는 것이다. 빅데이터가 분명 엄청나게 큰 데이터인 것은 맞지만, 결코 그것이 모든 정보와 지식을 대변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지금의 몇만 배로 늘어난다고 해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정보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치 수많은 바둑 경기를 학습했던 알파고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세돌의 78수처럼 말이다.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폭발적인 성장은 어쩌면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더 빠르게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이 두 기술은 지금보다 더 눈부신 속도의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기술은 신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알 순 없으며, 삶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을 뿐 완전히 해소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즉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모든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그렇다면 미래를 알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대로 움직이는 사회에 과연 인간다움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인공지능도 정복할 수 없는 미지의 불확실성이라는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 유지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선물이 아닐까?

2023-02-07

‘독’

연극 ‘독’(최보윤 작, 김진욱 연출)을 관람했다. 정말 오랜만에 본 소극장 연극이었다. 10주년을 맞은 극단 ‘웃어’의 신작이다. 극단은 안혜경, 정애화, 허동원, 한은선 등 오랜 연기 내공을 지닌 탄탄한 배우들과 실력파 작가, 연출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학로 드림시어터 소극장은 평일임에도 객석이 꽉 찼다. 지난해 12월 29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1월 21일 폐막 예정이었지만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2월 5일까지 연장 공연을 했다. 그동안 코로나로 관객 기근에 시달리던 공연 예술계에 싱그러운 봄비의 마중물이 되어준 듯하다.혜영은 촉망 받는 화가다. 경매에 출품한 작품이 수억 원에 거래되고, 여러 미술 전문 저널에 소개되는 등 대중과 평단의 관심을 모두 받고 있다. 남편 정호는 미술품 경매 업체의 임원으로 아내의 그림에 날개를 달아준다. 둘은 미대 선후배 사이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화목한 결혼 생활 가운데 두 사람의 커리어도 점점 탄탄해지고, 혜영의 임신까지 경사가 겹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전 연락이 끊긴 대학 후배 서현이 나타난다. 혜영 혼자 있는 집에 불쑥 찾아와서는 무례하게 행동하다가 묘한 말 한마디를 던지고는 집을 나선다. 그 한마디 말에서부터 혜영의 의심과 불안이 피어난다. 처음엔 작은 불씨였던 것이 나중에는 커다란 불길이 돼 스스로를 고통에 몰아넣고, 남편과 다투고, 급기야 임신 중절을 시도하기까지 한다.혜영과 정호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때 무대는 다시 혜영과 서현이 등장하던 첫 장면으로 전환된다. 거기서 연극은 혜영과 서현의 시점을 첫 장면과 정반대로 바꾸면서 모호한 분위기의 열린 결말로 끝난다. 최보윤 작가의 말대로 “하나의 현상은 여러 얼굴을 갖고, 진실은 여러 겹이다”라는 메시지를 묵시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기억이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해석이며, 진실이란 늘 상대적 가치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같은 현상이나 사건이라도 저마다 다르게 감각하고 수용한다는 것, 그러니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을 너무 맹신하지 말 것이라는 메시지도 서늘하지만 보다 섬찟하게 다가온 것은 ‘생각 하나의 파괴력’이다. “잘못 자란 생각 끝에서 꽃이 피었다”(장석남, ‘맨발로 걷기’)는 시구는 낭만적으로 읽히지만, 생각 끝에서 꽃이 피고, 그 꽃은 덤불이 되고, 덤불은 점점 자라나 사방을 휘감아 숲을 이루고, 덤불숲에 불이 붙는 순간 커다란 산불이 돼 모든 걸 태워버린다.지옥은 마음에 심겨진 작은 생각 하나에서부터 만들어진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셉션’에서 멜(마리옹 꼬튀아르)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심겨진 그 단 하나의 생각, 세계가 세계가 아니고 현실이 현실이 아닐 거라는 그 어처구니없는 의심이 결국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남편인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평생 동안 고통의 수렁에 빠지게 한다. 연극 ‘독’에서도 서현이 혜영의 마음 안에 떨어뜨린 독 같은 한 방울의 의심이 모든 걸 마비시킨다. 생각 하나가 삶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사실 사소한 오해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독’이 위험한 게 아니다. 타인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의심만큼 무서운 게 편견이다. 특정 지역민들에 대한 편견, 일부 직업군에 대한 편견,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 등 독 같은 생각들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편견은 결국 ‘나’에게 익숙한 것 외에는 무엇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이고 편협한 보수주의가 되고 만다. 불신, 의심, 편견은 관계를 망치고, 나를 망치고, 결국 세계를 망친다.어느 시인은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이윤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라고 토로한 바 있다. 지금 당신이 고통스런 번민으로 괴롭다면, 지옥 같은 나날들 가운데 있다면 가만히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마음 깊은 곳으로 가는 길에 쳐져 있는 장막들을 헤집고 나면, 그 안에는 좁쌀만큼 작은 생각 하나가 시퍼런 독을 뿜고 있을 것이다. 티눈처럼 작고 하찮은 그 생각 하나 때문에 지옥을 짊어지고 있다니, 얼마나 억울한가. 그 생각 하나를 뽑아내는 순간, 당신을 둘러싼 세계는 평화롭다.

2023-02-07

봄을 향해서

후리지아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는 꽃말을 가졌다. /언스플래쉬 며칠 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에 걸렸다는 게 도무지 믿기질 않아서 의사 선생님께 재차 물었으나 확실한 양성이었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모두 코로나에 걸려 앓을 때 나는 신기하게도 단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고통 받았던 시기를 나는 무사히 지냈으니, 이 정도면 슈퍼항체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여기저기 우쭐거리며 다녔었는데, 그간의 입방정에 벌을 받듯 한순간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버렸다.확진 이후 계속 집에 머무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1일차 오전은 가벼운 감기인가 싶었지만 오후가 되자마자 몸에 열이 오르면서 눈앞이 어지러웠다. 팔다리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고 도저히 의자에 앉아있을 힘이 없어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어쩔 수 없이 휴가 신청을 냈다.연달아 3일 정도 휴가를 낼 수 있어서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 약 먹을 시간에만 겨우 눈을 떠서 죽과 약을 삼켰고 다시 잠이 드는 하루하루가 반복됐다. 체감상 7일은 침대 위에서 보낸 것 같은데 날짜로는 겨우 3일 정도 지나가 있었다.그래도 다행스럽게 3일 정도 지나자 TV를 보면서 잘 앉아 있을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었고, 딸기나 포도 같은 달고 신 과일도 잘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드디어 다 나았나 생각이 들 때 쯤 두통과 울렁거림이라는 위기가 찾아왔다.백신 1차를 맞고 찾아 왔던 부작용과 느낌이 흡사했다. 증상이 바뀌면 약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떠올라서 다시 병원에 찾아가 약을 바꾸었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구토감과 지끈지끈한 두통이 계속 괴롭혔다. 잘 쉬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온종일 침대에 누워 있다 문득 집을 둘러보았을 때, 마음속에 작은 폭풍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폭풍의 한가운데인 눈 안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 눈의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세차게 휘몰아치는 회오리에 힘없이 휘말려 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쉬는 동안 밀리고 밀린 업무, 평소보다 더 속도를 내야하는 잔업,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나 벗어 놓은 빨랫감 등 크고 작은 가지각색의 괴로움이 눈 너머의 바깥에서 손을 뻗고 있었다.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려 애써 보았지만 어서 빨리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초조함과 과연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무사히 일을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과 걱정이 번갈아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느꼈다.그러던 와중에 친구가 먹을거리와 함께 노란 후리지아 한 다발을 집 앞에 두고 갔다. 마트에서 한 다발 저렴하게 묶어서 파는 것을 사왔다는데, 꽃집에서 잘 손질된 꽃이 아니라 그런지 따로 컨디셔닝이 필요한 꽃이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포장지와 테이프를 풀어 꽃을 꺼내고 가위로 줄기를 사선으로 살짝 자른 후 시든 이파리들은 손으로 떼어냈다. 친구 말대로 물에 소금을 살짝 넣으니 처음 받았을 때의 모양보다 더 꽃잎을 드러내며 화사하게 피었다.칙칙하고 어두운 집 안에 대뜸 환한 노란 색을 놓으니 시선이 은근슬쩍 꽃에게로 갔다. 화병이 없어 급한 대로 집에서 제일 큰 플라스틱 물병에 담아 놓았지만 그래도 꽤 그럴싸한 모양이 되었다. 멀리서 보는 후리지아는 갓난아이의 꽉 쥔 주먹 모양 같고 꽃잎은 힘없이 보드랍다. 비록 양쪽 코가 잔뜩 막혀 향을 맡을 순 없었지만 꽃을 마주하고 있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매번 꽃을 사는 친구를 보며 사실 잘 이해를 못 했었지만 꽃이 주는 사소한 활력과 더해지는 즐거움이 있다는 걸 알았다. 특히 후리지아는 겨울을 끝내고 봄을 처음 알리는 꽃이라 알려져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연약하고 작은 잎으로 이루어진 꽃이지만 그 속에 내포된 의미만큼은 기분 좋은 에너지와 생기를 주기엔 충분했다.후리지아는 향이 정말 좋다던데,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단순한 이유가 생기자 두통도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어느 때엔 약보다 꽃이 더 좋은 법이다.

2023-02-07

‘2030 미래 일과 직종’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3년이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데 우리의 일상은 크게 변화가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실상은 놀라울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변화에서 바로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은 불과 15년 전인 2007년에 애플 아이폰 3G라는 모델로 처음 등장하였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우리의 삶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했다는 것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거의 한사람도 빠짐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 바로 알 수 있다.스마트폰 한 종류의 빠른 진화가 우리 삶의 모습을 이렇게 크게 바꾸고 있는데, 에너지와 식량과 이동수단 등과 관련한 분야에서 눈부신 기술발전은 10년도 남지 않는 2030년대에 여러 분야의 삶에서 크게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특히 일과 직종이 얼마나 변모할 것인지 전망해 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일터나 일하는 방법, 인재조달, 조직지원과 업무능력 배양 등 여러 가지 영역에서 앞으로 나타날 변화의 모습을 미리 전망해보고 대비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일터의 변화를 전망해 보면 주거와 같은 생활공간이 일하는 장소로 변모되어 집안에 미니서재를 설치하고 응접실은 사무공간으로 같이 이용될 것이다.협동작업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집에서 일하고 있는 사원의 모습을 촬영하여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공간상의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는 것이 대형 디스플레이나 집안의 벽에 비추게 될 것이다. 그래서 주택을 거주자의 일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설계·변경하는 것을 돕는 ‘주거공간 만들기 자문’역할의 직종도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주택뿐만 아니라 역이나 공항에 집무공간이 만들어지고 카페에도 일하는 공간이 제공되며, 자동차나 버스, 철도에 이동형 오피스가 만들어지고 호텔이나 캠핑장에 리조트형 오피스도 만들어질 것이다. 사람의 움직임과 일의 성과, 온도와 습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작업자의 건강, 생산성과 창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주는 창조적 사무실이 만들어 질 것이다.일하는 방식은 로봇과 인공지능(AI) 비서가 위험한 일이나 회의록과 이메일 작성을 대신 해주는 비서역할을 하게 되어 ‘소프트웨어 로봇엔지니어’라는 직종이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인재의 조달에서 프리랜서 형태의 고용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직원의 일상 업무를 모니터링하여 실시간 피드백하고 조직의 지혜를 계승하는 지식 상속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다.직원의 업무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브레인 휘트니스 트레이너’라는 직종이 등장하고, 자신의 디지털트윈이 정형적 일상의 일을 수행하고 본인은 비정형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이러한 ‘2030 미래 일과 직종’의 변화는 대구와 경북, 더 나아가 영남권이나 전국의 지자체간 공유 오피스 도입 등 다양한 광역적 협력 시스템의 등장을 예고한다.

2023-02-06

포스텍의 ‘연구중심 의대’설립 順航해 다행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지난 3일 포스텍(포항공대)을 방문한 자리에서 ‘포스텍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과 관련해 “포항시와 포스텍이 첨단 분야의 인재 양성, 지역 혁신과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성과를 이뤄왔음을 알고 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인재 양성전략의 모델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부도 소통과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포스텍 의대 설립에 대해 주무장관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읽혀진다. 포스텍 의대 설립과 관련해선 지난해 11월 포항을 방문했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지의사를 밝혀 의대 설립 인가 최종 권한을 가진 관련 부처의 장관들이 모두 찬성의사를 밝힌 셈이다.포스텍은 오는 2026학년도부터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미국 일리노이대 의대 커리큘럼을 도입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일리노이대 의대 커리큘럼은 의과학전문대학원 형태로 2년간 기초의학 과정, 4년간 박사 연구과정을 거친 뒤 다시 2년간 의학 임상교육을 받는 시스템이다.이강덕 포항시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강조했듯이, 포항을 포함한 경북도의 경우 현재 탄탄한 바이오산업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데도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이 전혀 없어 코로나 중증환자들이 치료할 곳을 찾아 타지역 병원을 수소문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포스텍 의대설립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행사에 포항지역 6개 병원이 참여해 임상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도 지역사회의 빈약한 의료환경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도 매년 3천여 명의 의사가 배출되지만 의사과학자 분야의 전공자는 5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 의사 중 의사과학자 비중이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지금 코로나 대유행 사태에서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지만, 앞으로 신종전염병과 유전병, 암 등 중증질환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려면 과학, 공학, 의학을 융합적으로 공부한 의사가 꼭 필요하다. 그러려면 포스텍과 카이스트 같은 특화된 대학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2023-02-06

‘낀 세대’의 자아찾기

홍석봉 대구지사장 1970년대 출생한 이들만 참가하는 이색 마라톤 대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1972년생으로 구성된 마라톤 동호회 ‘72 쥐띠 마라톤 클럽’은 지난 5일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디아크 일원에서 ‘1970년대생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당초 72 쥐띠 마라톤 클럽이 자체 행사로 마련한 대회였다. 다른 동호회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규모가 커졌다. 주최 측은 “1970년대생 각 띠별 마라톤 클럽들이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규모를 키웠다”고 했다.우리 사회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에 끼여 적응하지 못해 속칭 ‘끼인 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들이다. 이들이 소외감을 해소하고 당당히 일어서자는 의미로 1970년대생 마라톤 대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대회 캐치프레이즈도 ‘70년대생들이여 함께 뛰자’로 정했다.250명의 대회 참가자가 강정고령보 디아크에서 출발, 금호강변길 42.195㎞ 풀코스를 달리며 낀 세대의 설움을 떨쳐버렸다.‘낀 세대’는 586세대와 MZ세대 사이에 끼어 위아래 눈치를 봐야 했다. 양 세대 사이에서 윗사람들의 고리타분함과 권위주의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고 ‘젊은 꼰대’라 불리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도 치였다. 상실감이 적지 않을 터이다.역대 최대 수능 응시자가 대학에 지원해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았다. IMF 외환위기, 리먼브라더스 사태, ‘코로나19’ 등 큰 파고와 직간접으로 맞부딪혀야 했다. 그러면서도 경제 성장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세대다.아래위로 치며 갖은 고생을 다 했는데, 어느 순간 뒷방 꼰대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1970년대생들의 자아찾기가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지만 안타까움이 앞선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2-06

대기업의 잇단 투자… 주목받는 구미경제

최근 경북 구미시에 대기업의 투자가 잇따라 구미경제 재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는 소식이다. 구미는 포항과 더불어 경북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의 도시다. 구미시의 경제력 증대는 곧 경북경제의 활력소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 만한 소식이라 하겠다.구미시는 작년 1월, 구미형 일자리 사업으로 4천700여억원이 투자될 LG BCM 양극재공장이 착공에 들어간 가운데 대기업의 구미투자가 지속돼 오고 있다. 작년 3월 SK실트론이 1조495억원을 투자, 구미공장의 실리콘 웨이퍼 증설에 나선 것을 비롯 지난 1일에는 SK실트론이 경북도, 구미시와 1조2천억원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구미방문에 맞춰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직접 체결식에 참석해 경북에만 5조5천억원 통큰 투자를 약속했다. 반도체산업 특화단지 유치에 나서고 있는 구미로선 이번 투자가 특화단지 유치에 매우 긍정적이다. 구미시는 김장호 구미시장 취임 후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와 방산 혁신클러스트 도전 등 기업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 상당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기업유치와는 별개지만 불가능할 것 같았던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중국을 물리치고 구미에 유치하는 성과를 내면서 침체에 있던 구미시의 분위기를 확 바꿔가고 있다. 군위에 들어설 신공항의 배후도시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구미산단 유치에도 자신감이 붙은 분위기다.구미시는 1969년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전자산업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해 한때는 구미시의 국내 수출 비중이 전체의 10%대에 달했다. 인구가 늘고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각광을 받던 곳이다.그러나 삼성, LG 등 대기업의 해외기지 이전과 수도권 탈출로 도시 분위기도 크게 침체됐다. 그러나 이제 LG, SK, 한화 등 대기업의 투자가 다시 진행되고 반도체산업 특화단지, 방산 혁신클러스터 유치, 신공항 배경 물류 거점도시 가능성 등 새로운 돌파구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과거 구미가 한국경제의 중심에 섰던 것처럼 구미경제 재건에 가속도가 붙길 바란다.

2023-02-06

반지하에 사는 형산강 철새들

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필자의 집에서 십 분 정도만 걸어가면 형산강이 나온다. 한겨울인 요즘, 추위와 귀찮음을 이겨내고 강변으로 산책을 나가 보면 꽤나 다양한 겨울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흰뺨검둥오리나 홍머리오리 같은 오리들, V자 편대비행이 일품인 기러기들, 잠수를 잘하는 물닭과 가마우지, 갈색 목도리가 인상적인 논병아리, 각종 갈매기들과 물수리 같은 맹금류까지. 종류도 개체수도 만만치 않다.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매, 흰꼬리수리도 종종 관찰된다고 들었다.사실 지금의 형산강은 철새들이 머물기에 아주 적합한 공간은 아니다. 강을 따라 조성된 공업단지와 주택지를 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직강화공사 및 콘크리트 제방 공사가 이루어져 왔고, 그 결과 하류에는 철새들이 선호하는 모래톱이나 갈대숲, 자연습지가 거의 사라졌다.인간의 주거에 비유하면 주거지로 선호되지 않는 반지하나 옥탑방 같은 공간인 셈이다. 이 열악한 공간을 매년 꾸준히 찾아주는 철새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라도 전해야 할 판이다. 떠서 노니는 물새 한 마리 없는 강 풍경이 얼마나 쓸쓸할지 상상해 보자. 아니, 그 전에 새가 살 수 없는 강은 사람도 이용할 수 없다.이는 하나의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면 필연이겠지만, 인간과 자연의 관계라는 측면에서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사회적 본능이듯이, 범람하는 것은 강의 자연적 본성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명화, 산업화를 위해 강에게 그 본성을 억누를 것을 수십 년 동안이나 요구해 왔다. 지난 수십 년간은 그럭저럭 버텨 왔을지 몰라도 기후위기 시대로 접어든 현재, 과거의 방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가을에 일어난 형산강 범람과 같은 사건이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선의 방법은 콘크리트 제방을 허물고, 인간의 영역을 범람원 뒤로 후퇴시키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 내에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인터스텔라’ 같은 SF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우선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따뜻하면서도 편안한 옷차림으로 형산강 수변공간을 찾아가 보자. 그 척박한 공간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들을 관찰하고, 그곳이 얼마나 인간 편의적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도 직접 느껴보자. 유네스코(UNESCO)에서 1978년에 제정된 ‘동물 권리 선언’은 “모든 야생 동물은 땅이건, 하늘이건, 물이건 본연의 자연 환경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생육할 권리를 가진다”(제4조)라고 주창한 바 있다.지금까지는 ‘먹고 살기 바빠서’, ‘더 잘 살기 위해서’ 잊고, 놓치고 살아왔다고 하지만, 소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한국 사회인만큼 철새들까지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해마다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들에게 콘크리트로 덮인 반지하 같은 강이 아니라, 모래톱과 갈대숲이 풍성한 대저택 같은 강을 선물하고 싶다.

2023-02-06

기쁨을 위해 슬픔도 함께 온다

김규인수필가 실내에서도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감염 취약 시설과 대중교통, 의료기관과 약국을 이용할 때만 제외하고 모두 완화됐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 때 전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던 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코로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는 것 외에도 거리마저 띄워놓았다.겨울철 마스크 착용은 안경 쓴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는 고통이다. 안경의 김 서림은 앞으로 가야 하는 사람의 시야를 방해한다. 그렇다고 안경을 벗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것이 어디 안경 쓴 사람뿐이겠는가.생활의 불편은 그런대로 견딜 수가 있다. 많은 수의 사람이 생계마저 위협받고 목숨마저 잃는 것을 주위에서도 자주 본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기에 정부에서도 코로나의 추이를 보아가며 대책을 내어놓는다. 대표적인 것이 마스크 착용과 이를 해제하는 일이다.2020년 10월 13일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되고 작년 5월 2일에 50인 이상이 참가하는 실외 경기, 스포츠, 집회를 제외하고 마스크 착용을 완화했다. 9월 26일에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전면 해제하고, 2023년 1월 30일에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도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 권고로 전환됐다. 이제 남은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에 대한 격리가 정부가 쥐고 있는 유일한 방역 카드다.정부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아직 마스크를 쓰고 있다. 거리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다. 말 그대로 정부의 조치는 권고이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그렇지 않고는 개인의 몫이다. 그렇지 않아도 혹독한 시간을 보낸 우리에게 마스크를 벗는 것은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주위를 맴돌고 우리의 아픈 기억은 각자의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고 희생자를 낸다. 미국의 변종은 그 세력을 확장하고 중국에선 확진자가 증가해 불안감을 더한다. 이를 막고자 중국 입국자에 대해 검사를 강화한 우리나라와 중국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진다.코로나 블루로 괜히 주위 사람을 경계하고 외부 활동은 줄어들고 스스로 무기력감에 빠져든다. 이에 따라 우리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긴 시간 가늠하기 어려운 일을 겪었다. 되짚어보기조차 싫은 기억일지라도 어쩌겠는가. 우리는 다시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돌이켜보면 코로나 시기만큼 온전히 자신을 돌아본 시간도 없는 것 같다. 아픔이 크기에 그만큼 성찰의 깊이도 다르다. 신은 언제나 공평한 것 같다. 이렇게 온전히 자신을 돌아보고 남을 배려하는 숙련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신의 배려인지도 모른다.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벗고 환한 얼굴로 맞이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마주 보는 얼굴에서 남다른 깊이의 철학으로 숙성한 우리들의 참모습을 볼 수 있으니 기쁘게 맞을 일이다. 삶은 기쁨만 오지 않는다. 진정한 기쁨을 알기 위해 슬픔도 함께 오는 것을 깨닫는다.

2023-02-06

다정함이 우주를 구하다

우리의 삶은 숱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에서부터 맘에 드는 물건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고, 약속을 할 것인가, 전화를 할 것인가 등등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시작해 무수한 선택의 과정을 통해서 오늘의 내가 있고 내 삶이 이루어졌다고 하겠다. 물론 그 선택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만들어졌을까.선택은 의심과 후회로 이어진다. 현실의 삶이 불만족스러울수록 과거의 선택은 후회와 회한으로 남는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만약’ 내가 그 사람과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내가 다른 전공을 선택했더라면, ‘만약’ 내가 다른 직업을 선택했더라면, 과거의 기억은 필연적으로 ‘만약’을 동반한다. A와 B라는 선택의 순간 A라는 세계를 살아가는 나와 B라는 세계를 살아가는 내가 각각의 우주 속에서 펼쳐진다. 다중우주(multiverse)다. 무수한 선택의 순간마다 분화되어 ‘만약’의 선택을 했던 내가 무한하게 존재하고 있는 우주. 우리의 우주에서 한 여자가(에블린)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를 뒤로하고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택시를 탄다. 그리고 미국에서 세탁소를 개업하고 딸을 낳고 때론 행복하게 때론 슬프게 살고 있었다. 이제는 중년 여성이 되어 노쇠한 아버지를 돌봐야하고,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과의 관계도, 커밍아웃한 딸(조이)과의 관계도 삐걱거리고,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세탁소를 압류당할지도 모른다. 대혼돈의 일상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에블린. 그녀에게 다중우주의 질서를 깨뜨리며 등장한 악당 ‘조부 투바키’로부터 다중우주를 구할 히어로로 낙점되다.에블린이 다중우주를 구할 영웅으로 선택된 이유는 다중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에블린 중에서 가장 보잘 것 없고 하찮은 존재이기에 버스 점프(verse jump)를 통해 다중우주에 있는 또 다른 나의 능력을 빌려올 성장의 가능성이 가장 큰 존재이기 떄문이다. 이에 반해 조부 투바키는 다중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그녀의 존재를 체험하고 능력을 흡수한 존재로 더이상 살아갈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괴하기 위해 블랙홀 ‘베이글’ 안으로 같이 들어가자고 엄마 에블린을 끌어들인다. 히어로에 다중우주까지. 익숙한 소재다. 하지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전 지구, 전 우주를 파멸시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멸하고자 하는 허무주의에 빠진 악당이 등장한다. 그리고 가장 능력이 뛰어난 영웅이 아닌 숱한 선택에서 후회의 선택을 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평범한 중년 여성이 위기에 맞선다.허무주의와 현실주의의 대결이다. 무한에 가까운 다양한 삶을 경험했으며 어마어마한 능력을 소유한, 더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하는 악당 조부 투바키는 에블린의 딸 조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히어로 영화의 기저에 가족의 이야기가 얹힌다. 조화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기존의 다중우주 히어로물에서 구조를 가지고 왔지만 그것들을 풀어내는 방법은 독창적이다.시끄럽고 복잡하고 다양하게 펼쳐지던 것들은 구조(장르) 속에서 재해석되고 색다르게 재현되어 말끔하게 정리된다. 익숙한 것들을 비틀며 정신없이 펼쳐 놓았던 야단법석의 상황은 기상천외하게 진행되면서 뭉클하게 마무리된다. 무질서하게 펼쳐졌던 것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느껴졌던 가치와 행위로 완결된다. 영화의 제목처럼 모든 것(Everything)과 모든 곳(Everywhere)에서 모든 순간(All at once)이 정신없이 펼쳐졌다가 놀랍도록 새롭게 자리잡는다.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우리 모두 다정해야 한다는 거야. 특히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를 때”라는 남편 웨이먼드의 대사처럼 마침내 ‘다정함’이 우주를 구한다. 이 영화가 어디로 흘러갈지, 정신없이 펼쳐진 것들을 어떻게 주워담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정함’을 무기로 감동적으로 허무함의 블랙홀을 무너뜨린다. /(주)Engine42 대표

2023-02-06

예나 지금이나 가장 가고 싶은 섬, 제주도

국내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단연 제주도이다. 사시사철 때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제주도지만, 겨울철 제주도 여행은 더욱 사랑받는다. 내륙보다 좀 더 따뜻할 뿐 아니라 눈 덮인 한라산이 보기 드문 절경이기 때문이다.얼마 전 제주도에 한파가 닥치고 폭설이 내렸을 때에도 떠나는 사람들은 항공편 운항이 모두 중단되어 발을 동동 굴렀지만,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한라산의 은빛 설경을 보겠다고 모여들어 인근 도로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그만큼 아름답고 그래서 꼭 보고 싶은 풍광인가 보다. 교통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제주도는 여행객들에게 가장 가고 싶은 섬이다.경상북도 성주 한개마을 출신의 선비 한고(寒皐) 이원호(李源祜·1790~1859)도 그랬다. 조선 시대에 제주도 여행은 더더욱 쉽지 않았기에, 이원호는 자신의 동생이 제주목사로 부임할 때 선뜻 따라나섰다. 그리고 1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지내며 곳곳의 명승지를 유람했다.이원호의 동생이 바로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1792~1871)인데, 이원조는 1841년(헌종7) 3월부터 1843년(헌종9) 4월까지 제주목사를 역임하며 그곳에서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고 군비를 확충하는 등 관리로서 많은 노력을 쏟았던 인물이다. 동시에 ‘탐라지초본’ 등 제주도와 관련해 많은 저술을 남겼다.이원호가 제주도 여행을 얼마나 고대했었는지는 동생 이원조의 기록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이원조는 형의 행장을 쓰며 그때를 다음과 같이 기억했다. “신축년(1841, 헌종7) 내가 강릉에서 제주로 이동할 때 형님이 길에서 편지를 부쳐 ‘네가 풍부한 고을의 수령이 된 것이 다행이 아니라 내가 풍악산의 묵은 빚을 한라산 백록담 위에서 갚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라고 이르며 영암의 해월루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고, (해월루에서) 비 내리는 밤 같은 침상에서 함께 시를 읊었다.”이원호가 동행을 결심하고 따라나섰지만 제주도로 가는 여정은 고달팠다. 3월 24일부터 27일까지 바람을 기다리며 해월루에 머물렀고, 29일에 목사 행렬과 함께 소안도로 이동했다. 소안도로 이동하는 이유는 바람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원호는 일기에서 “대개 큰 바다의 경우에는 순풍을 얻지 못하면 돛을 펼 수가 없지만, 소안도로 가는 길은 모두 항구라서 바람의 기운이 조금만 있어도 잘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후풍관候風館[바람을 관측하는 곳]이 소안도에 있는 것이다.”라고 기록했고, 바람을 탄 배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도 “다만 해안의 여러 봉우리가 잠깐 보였다 사라졌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양이 확확 바뀔 뿐이었다.”라며 현장감 넘치게 기록했다. 최은주 한국국학진흥원책임연구위원 그리고 윤3월 초1일 밤 3경(밤 11시~1시 사이)에 제주도로 출발하는 배에 올랐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 배가 출발하기 전에 길일을 택해서 배를 타는 의식을 거행한 후 다시 배에서 내려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소안도로 옮긴 후 이틀 동안은 바람이 불고 보슬비가 내렸기에, 그대로 머무르며 일기 기록은 또 중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윤3월 초1일 밤 3경(밤 11시~1시)에 깊이 잠들었을 때 선원이 바람을 타야 한다고 배에 오르라며 황급히 깨운 것을 시작으로 일기가 다시 이어진다. 배를 타는 순간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갔는지는 이날 일기의 시작 부분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아래의 일기는 제주도로 가는 배를 타고 도착한 날의 기록이다. 이원호는 배 위에서 온갖 고생을 하다가 마침내 제주도에 도착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일기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원호가 동생을 따라 제주도에 갔던 것은 바로 한라산 백록담을 비롯한 제주도 명승지를 탐방하고 싶은 소망 때문이었다. 이렇게 어렵게 도착한 제주도였지만 이원호는 마음껏 유람을 다니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간과 형편이 허락할 때는 이름난 곳을 찾아다니며 제주도의 경치를 만끽하였다.“대포 소리가 한 번 울리자 세 척의 배가 일시에 돛을 올렸으며, 노를 젓는 병졸 100여 명의 함성이 땅을 뒤흔들었다. 별안간 정신이 혼미하여 서로 몸을 베고 드러누웠는데, 전후좌우에서 1,000명의 병사와 10,000마리 말 소리 같은 굉음만이 들리고 세찬 파도와 치솟는 물결은 갑판의 타루(柁樓) 위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앉은 자리는 마치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듯하였으며, 둘레가 몇 아름이 되는 큰 돛대가 꺾여서 부러질 것 같았다. 선졸(船卒) 외에는 모두 바닥에 바짝 엎드려 누구도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조용했다. 모든 사람들이 구토하고 난리였는데, 나는 단지 현기증이 좀 날 뿐이었지만 앉거나 설 수는 없었다. …(중략)… 탐라의 위용은 자못 성대하였고 망양정(望洋亭)의 풍경은 웅장했지만, 모두들 감상할 여가가 없이 곧바로 의관을 벗고서 방에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차를 마시고 오찬을 먹는 것도 모두 귀찮고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이원호의 ‘탐라일기’ 1841년(헌종7, 신축년) 윤3월 1일 일기 중에서

2023-02-06

양파 까듯, 윤핵관만 남길 건가

김진국 고문 중국 왕조를 보면 대개 스스로 무너진다. 외침으로 멸망한 나라도 먼저 안에서부터 곪아갔다. 조선 시대 당쟁을 변명하는 주장에 솔깃하다가도 반성하게되는 이유다. 외세에 휘둘리던 구한말 정세도 숨이 막힌다. 어찌 그리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권력다툼에 눈이 멀었을까.지금 우리 정치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자기가 잘해서 당선되는 정치인보다 경쟁 후보 실수로 당선되는 후보가 더 많다. 윤석열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의 실패 덕을 크게 봤다. ‘내로남불’과 조국 사태로 공정 가치를 갈망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하는 여론에 업혀 당선됐다.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가 탄핵 소추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당시 야권과 무소속 의원은 172명. 이들만으론 탄핵소추가 불가능했다.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234명이 찬성해 가결됐으니,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적어도 62명이 힘을 보탰다.탄핵의 첫 번째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실정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집권당의 분열이 결정적이다. 그해 4월 13일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 누가 진짜 친박인지 가리는 ‘진박 감별사’가 설쳤다. 당 대표가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도피하는 희극이 벌어졌다. 선거에 지고 한 달 만에 당이 두 쪽 났다.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도 비슷하다. 대선 뒤 친노 의원들이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도 탈당해 17대 총선 직전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라고 말한 것이 탄핵 사유가 됐다.‘버려진’ 새천년민주당 의원들을 자극했다. 이들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탄핵을 추진했다. 재적 271명 중 193명이 찬성했다. 노 대통령이 스스로 집권당을 쪼개 탄핵 사태를 초래한 셈이다.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시끄럽다. 다음 총선 공천을 좌우할 당 대표를 뽑는 경쟁이니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과열되면 조금 지나친 말이 오갈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행태는 유치하기 짝이 없고, 다시는 안 볼 사람들 같다.‘윤핵관’들이 경쟁후보를 집단 린치하고 있다. 이철규 의원은 안철수 후보를 ‘반윤’으로 규정하고, “스스로 정체성을 밝히고 심판받으라”라고 했다.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 수행에 태클을 걸었다”라느니 “대통령이 한 번도 밥도 차도 안 마셨다”라고 비난했다. 경쟁을 하더라도 유력후보를 모두 ‘반윤’으로 몰아세우는 건 지나치다. 전당대회가 분당대회는 아니다.윤핵관들은 그동안 대표 경쟁 후보가 될만한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을 차례로 주저앉혔다. 모두 ‘반윤’, ‘악당’으로 낙인찍었다.이제 안철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니, 또다시 그를 표적으로 삼았다. 본인들에게 그럴만한 빌미가 없었던 건 아니라 해도, 선거를 함께 치러야 할 동지아닌가. ‘탈당이라도 할 거야? 나가주면 우리만 좋지.’ 이런 배짱마저 느껴진다.더구나 대통령은 왜 끌어들이나. 대통령은 국민 통합의 상징이다. 국정을 이끌어가려면 ‘비윤’은 물론 야당의 협조까지 필요한 처지다. 그런데 청와대 참모까지 나서서 대표 후보들을 모욕하고, 적으로 만든다. 나 전 의원을 저출산 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해 주저앉게 하더니, 안철수 후보 선거대책 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직에서 해촉했다. 익명으로 “안 의원은 윤심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안 의원을 불신하고 있다”라고 흘리고 있다.윤 대통령과 누가 더 가까운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그게 우리 집권당의 수준이다. 양파 까듯 다 까서 버리면 무엇이 남을까. 다음 총선에서는 윤핵관만 공천하겠다는 건가. 공산당도 아니고 어떻게 단일 색이길 바라고, 충성심 경쟁만하나. 돈과 시간 들여 당을 쪼개고, 지지율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대통령의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고 그를 호해로 만들어선 안 된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2-05

과소비인가 투자인가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며칠 전 친구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멕시코 여행 중이던 어느 가족이 겪은 일이라고 한다. 그 가족이 머물던 옆집에서 냉장고가 내려오기에 이사 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행비를 마련하려고 냉장고를 파는 중이었다고 한다. 돌아와서 냉장고 없이 어찌 사느냐고 물으니, 그건 그때 생각하면 된다고 답했단다. 정말 극단적인 사례인 데다 멕시코라는 문화에서나 가능한 일인가 보다 생각하다가도 요즘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플렉스 문화를 생각하니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플렉스 문화의 한가운데 있는 세대는 단연코 MZ 세대이다. MZ 세대의 사전적 의미는 1980년부터 2004년까지 출생한 사람이지만, 대체로 20·30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 인증샷이 유행하면서 플렉스 문화도 계속 확장되는 듯하다.청년들의 성형수술은 이제 당연한 통과의례가 되었고, 이들의 명품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2022년 명품 구입액은 1인당 약 40만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는데, 젊은 층인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고가품 소비에 나선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탈출심리가 작용했다거나, 집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자기 보상 심리라는 등의 분석을 내놓았다. 다른 쪽에서는 청년 빈곤, 청년 부채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라, 이런 청년의 소비 행태를 과소비라고 보고 비판하고 있다.그런데 지난달 어느 신문에 MZ들의 과소비는 투자라고 볼 수 있다는 칼럼이 실렸는데 이에 동의하는 청년 당사자의 댓글도 달리고 여기저기 공유되기도 했다. 이 칼럼의 요지는, 네트워크 자본주의 시대에는 가방끈이나 스펙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사람들과 어떤 비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인적 자본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청년들의 과소비는 인적 자본을 형성하기 위한 투자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2년 전 중국에서도 청년의 과소비를 비판하는 기사에 더 나은 경험과 품위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의견이 이어졌다.한국의 경우, 청년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 구입 때문이라고 하니 부채와 과소비는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한편, 19~34세의 83%가 연봉 4천만원 이하라는 작년의 연구보고서를 참고하면, 어떤 MZ들이 씀씀이가 큰 것은 경제 성장 시기에 성공한 그들 부모 덕일지도 모른다.겉만 보고 과소비와 투자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같은 크루즈 여행이라도 누구에게는 소비고, 누구에게는 과소비고, 또 누군가에게는 투자이다. 자세한 내용도 모르고 MZ 세대의 소비 방식을 과소비라고 폄하할 것도 아니고, 인적 자본 형성을 위한 투자라며 안쓰러워할 일도 아니다. 이제 MZ에 대한 어설픈 뇌피셜 평가는 그만하고, 실증적인 조사와 연구로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MZ가 만들어갈 미래를 위해 기성세대가 할 일이다.

2023-02-05

혁신성공 조건과 기업문화

정상철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꿈과 비전, 목표가 기업의 조직과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비전과 경영목표가 직원들의 공감을 못 이끌어내면 실패하게 된다. 경영자가 미래를 내다보고 통찰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비전과 목표를 잘 설정하지 않으면 대기업도 흔들리는 사례들은 볼 수 있다. 기업에서 혁신을 어떻게 보는가, 혁신은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한정 짓는 것은 일시적인 지략이고 100년 지속하는 문화로 가는 혁신은 지속적인 전원 참여의 문제를 드러내고 개선하는 기업 체질개선에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어떤 기업은 비전과 경영목표를 현실적이지 못하고 과도하게 설정하다보니 실행전략에서 무리수의 연속이고 급기야 큰 적자를 초래하는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혁신은 올바른 설정없이 실패하게 되면 고급 낭비가 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3가지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첫째는 제도의 관점이다. 혁신 제도를 입안할 때 탁상공론적이어서는 실행 못하거나 실패한다. 대내외 변화에 맞는 경영전략과 경영방침에 따라 혁신전략기획을 하고 그 초안은 철저히 현업 활동여건과 실행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 입안 초안을 가지고 현업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고 실행의 주체 입장에서 제도를 입안해야 실행력이 높아지고 살아있는 제도로 갈 수 있다.두번째, 운영의 관점이다. 운영의 성공조건은 미래 비전과 목표 설정, 목표 달성을 잘 하기 위한 상세 실행안을 수립하는 것과 Top의 지속적인 스폰서십을 받는 일이다. 혁신은 조직의 힘으로 움직이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다음은 일의 속성과 생산프로세스의 특징을 파악하고 적합한 혁신기법을 도입하는 것과 기업문화를 분석하고 혁신지향형 조직개편과 토양을 개간하는 일이며, 혁신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제도를 시스템화 하는 것과 인재육성이다. 세번째 진화의 관점이다. 혁신활동의 진화의 요건은 도입 시 기법의 이해와 필요성, 적합성, 효과성, 전략과의 연계성이 되어야 하고 모델활동을 통한 특징과 장·단점 파악, 혁신의 토양과 적용성, 자사에 맞는 창조와 내재화를 통한 문화에 이르게 하는 일이다. 이렇듯 성공하는 기업과 문화로 가는 혁신이 세계가 인증하고 통하는 기업의 혁신웨이가 탄생하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혁신에 웨이를 붙이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필자가 P사를 컨설팅 할 때 한 부서는 문화로 가는 혁신의 기반을 갖췄다. 그 열쇠는 부서장의 혁신 관심도와 스폰서십의 지속성이었고 현업에 맞는 운영제도와 철저한 전 직원 공감대 형성이 실행으로 이어져 성공에 이르게 하여 Clean Factory 문화를 만들었다. 혁신이 일부 조직에서만 성공하고 물거품처럼 되는 것은 기업문화로 가지 못한다.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혁신활동을 인사와 매칭, 제도화 및 시스템화하여 지속성을 토대로 한 기업문화로 가야 한다.기업 혁신이 성공 요건을 갖춰 문화로 가는 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도·운영·진화 등 3가지 관점의 혁신 성공 조건과 원리를 이해하고 실패하지 않은 길을 선택하여 가는 것이다.

2023-02-05

굳어진다는 것

김규종 경북대 교수 타로 카드로 나를 보니까 거꾸로 매달린 남자 ‘행맨’이 나온다. 인식대상을 거꾸로 보는 인간이 행맨이다. 사람들이 대상을 보는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상을 보는 행맨. 어쩌면 그것은 나도 알고 있던 속성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그것을 온존·강화해온 것도 틀림없는 나였다.나는 남들처럼 보는 것도 행하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싫었다. 나름의 고유하고 독특한 별세계를 구축하고 확장하고 싶었던 때문이다.나를 그렇게 키워온 배경에는 타고난 성정 말고도 집안 분위기와 사회·역사적인 환경이 자리한다.‘국민교육헌장’을 강제로 외워야 했던 어린 시절, 10월 유신을 외쳐야 했던 중학 시절, 교련 검열을 받아야 했던 고교 시절, 군사교육을 받아야 했던 학부 시절, 그리고 광주 학살과 신군부의 철권통치, 마침내 1987년 6월 항쟁과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끝없을 것 같던 압제와 폭력과 죽음과 검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던 저 암흑의 20세기 중후반!수줍고 내성적이며 우울한 기질의 소년은 세월과 더불어 청년이 되고 장년을 지나 초로의 단계에 들었다. 삶에 대한 그의 시선은 날이 갈수록 견고해져서 이제는 화강암 수준으로 단단해졌다.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진 내면세계는 타자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물 한 방울 스며들 공간조차 없을 만큼 굳어진 자아는 행맨의 면모를 훨씬 강고하게 인도한다. 그런 자아에 구원이 가능할 것인가?!세상에는 ‘인연’이 존재한다. 언젠가 손에 들게 된 불가(佛家)의 책들이 여러 각도로 문제를 던진다.‘벽암록’, ‘붓다 연대기’, ‘반야심경’, ‘금강경’, ‘법성게’ 등에서 나는 오랜 수수께끼와 대면한다. ‘그대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역’ ‘계사편’에 나오는 ‘무평불피 무왕불복’이란 말도 있지만, ‘생자필멸 거자필반’ 역시 소용되는 구절 아닌가?! 그러다 ‘오온개공(五蘊皆空)’에서 꽉 막혀버렸다.‘색수상행식 오온’이 왜 모두 공하다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반야심경’ 260글자는 그저 글자로만 남는다. 2년 넘도록 생각했지만,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 어느 날 ‘법문’을 듣다가 ‘저렇게 이해하면 되겠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이 찾아온다.문제는 나의 분별하는 마음과 분별에 기초한 얕은 지식이 깊고 너른 이해를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나의 굳어진 세계인식과 사고방식이 장애물인 셈이다.인식대상이 인간이든 사물이든 세상이든 현상이든 나의 분별은 너무도 강력하고 완악하여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 한다. 내면에 은산철벽(銀山鐵壁)으로 무장한 채 똬리를 튼 자아의 철옹성을 스스로 혁파하지 않으면 출구는 없다. 굳어진다는 것은 젊은 시절에는 자아확립 차원에서 유용한 덕목이지만, 나이 든 연후에는 거대한 걸림돌로 작동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강력하되 부드러워질 수는 없을까?!‘상선약수(上善若水)’를 설파한 노자를 다시 읽어봐야 할 모양이다. 부드럽고 연약한 물에 내재한 강력한 물성과 본성을 재삼 살펴야 할 때가 왔나 보다. 봄이 멀지 않다!

2023-02-05

왜 ‘尹心’이 전당대회의 쟁점이 돼야 하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컷오프 대상을 가리는 여론조사가 이틀(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선거전이 격화되고 있다. 당 선관위가 지난 3일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대표 후보는 양강으로 꼽히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윤상현·조경태 의원 등 9명이 등록했다. 4명을 뽑는 최고위원에는 이만희 의원과 김재원 전 의원 등 1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만 45세 미만인 청년최고위원 한 자리를 놓고는 무려 11명이 후보등록을 했다. 국민의힘은 8~9일 이틀간 책임당원 6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10일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본경선에는 대표 4명, 최고위원 8명, 청년최고위원 4명만 진출한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후보난립’ 현상을 보이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내년 총선 공천권 때문이다. 현재 당 대표 선거의 경우, 2파전 구도로 전개되고 있지만 다양한 경우의 수가 등장할 수 있어 누가 당선될지는 예측불가능하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천하람 당협 위원장(전남 순천갑)이 출마를 해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등장했다. 당내에서는 이준석 대표 체제 때 10만명 안팎 규모의 당원들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국민의힘 당권레이스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선거전이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 간의 갈등구도로 전개되는 것이다. 안 의원 자신은 윤 정부의 ‘연대보증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실은 안 의원의 국정철학이 현 정부와 확연하게 달라 손발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보는 듯하다.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이 ‘윤·안연대’를 내세운 데 대해서 격앙된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내년 4월 총선을 지휘할 여당 대표가 누가 될지는 윤 대통령에게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갈등모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만약 안 의원 캠프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화살을 겨눌 경우 전당대회 이후 당이 심각하게 분열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중립의지를 천명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당권주자들도 이제 ‘윤심 논란’을 그만두고 정책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야 한다.

2023-02-05

대구서 시작하는 범시민 메세나 운동

우정구 논설위원 메세나(mecenat)는 기업의 문화예술지원 활동을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역사적으로 메세나 활동의 대표적 사례로는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꼽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시대 예술계를 이끌던 거장들을 후원한 가문이다. 메디치가(家)는 예술분야뿐아니라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단테 등 당대 최고의 과학자와 철학자 등도 후원한 큰손 중 큰손이다.르네상스가 문화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배경은 상공업이 무척 발달한 피렌체라는 도시가 있고, 그곳서 부를 축적한 메디치가가 있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후대에 와 미국의 맨해튼 은행의 록펠러 회장이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 일부를 문화예술 활동에 할당하자고 주장하면서 메세나 운동은 본격화 된다.작년 대구 등 전국의 많은 도시가 이건희미술관 유치에 나섰다. 빌바오 효과 때문이다. 빌바오 효과란 도시의 랜드마크 하나가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리는 것을 두고 하는 표현이다.스페인 북부 작은 도시 빌바오는 주력산업이 붕괴하면서 도시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자 구겐하임미술관 유치로 극적 회생을 하게 된다. 존망의 기로에 선 도시가 미술관 건립으로 세계적 관광지로 떠오른 것이다. 문화적 가치만으로 도시는 얼마든지 번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대구문화예술진흥원을 중심으로 대구에서 기업과 시민, 언론이 동참하는 범시민메세나운동이 본격 전개된다. 국채보상운동 발상지답게 대구가 전국 최고의 메세나 성지로 거듭나길 기대해보자./우정구(논설위원)

2023-02-05

노인 무상교통요금 개편, 사회적 합의도 중요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지역 내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현행 65세 이상 노인에게 적용하는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00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노인세대 설정이 긴요하다”며 대구시내 거주하는 70세 이상 어르신의 시내버스 무상이용 제도를 6월 28일부터 시행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70세 이상 노인의 시내버스 무임승차와 도시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조정을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선다고 한다. 대구시가 70세 이상 노인에게 전국 최초로 시내버스 무임승차제를 시행키로 한 것은 100세 시대에 맞춘 노인복지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다만 재정적 부담을 더는 것이 과제다. 현재 도시철도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무임승차하면서 대구의 경우 최근 5년간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액이 무려 2천571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노인복지법으로 정해놓고 재정적 부담은 지자체에 맡겨 적자 보존을 둘러싼 논란이 매년 되풀이된다. 대구시가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높인다 하지만 70세 이상 시내버스 무임승차를 시작함으로써 재정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다행히 홍준표발 70세 이상 무임승차제가 발표되면서 서울시 등 타시도와 정부까지 무임승차 연령 상향검토에 뛰어들어 정부 차원의 돌파구가 나올지는 관심이다. 도시철도 법적 무임승차 기준은 39년 전 도입한 것이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시대적 흐름에 마지않아 고칠 명분도 있다. 1984년 제도 도입 당시 노인비율은 5.9%였으나 지금은 17.5%나 된다. 무임승차 연령의 상향 조정 필요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나 기존 수혜자가 받을 상실감을 어떻게 달랠지가 문제다.60∼65세 노인층의 반발을 무마하고 제도 안착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잘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대구시는 70세 연령 상향에 앞장선 입장이어서 모범적 선례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23-02-05

물실호기의 자세로 미래 상주 초석 다질 터

강영석 상주시장 올해는 민선 8기 시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사실상 첫해이자, 100년의 상주 미래와 재도약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다.상주는 근현대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수많은 질곡을 겪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고, 근래에는 도청과 혁신도시 유치에도 차점 탈락하는 등 아픔이 많았다.이러한 전철을 두 번 다시 밟지 않기 위해 올해는 전 시민의 여망을 결집해 비상의 나래를 펼칠 각오다. 16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강영석 상주시장은 중단 없는 상주시의 발전과 연속성을 위해 민선 7기 시정구호인 ‘저력 있는 역사도시 중흥하는 미래상주’를 민선 8기에도 이어간다.그동안 천년고도의 역사도시임에도 산업화 시기에 뒤처진 채 발전에서 도태되어 온 상주시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다.강 시장은 이어 “지난 2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주 발전을 위모든 열정을 쏟겠다”며 “역사와 전통을 계승해 경상(慶尙)의 ‘상(尙)’ 자가 다시 빛나는 ‘작아도 강한 상주’를 만들어 시민의 자부심이 넘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우선 지방소멸의 위기, 기후변화, 경기침체 등 불확실한 미래와 도전에 맞서고자, 내ㆍ외부 상황에 적극 대응하면서 그동안 마련한 정책과 사업의 속도를 높여 ‘상주 중흥의 새역사’를 써내려 갈 계획이다.먼저, 2030년 KTX시대가 본격 시작될 수 있도록 기본계획 수립과 역세권 개발 등 후속조치와 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대비에도 만전을 기한다.대구 군사시설 통합이전 상주유치,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의 차질 없는 이전 지원, 실효성 있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투자로 인구증가와 경기활성화의 대변혁을 시작해 나갈 방침이다.대한민국 스마트 농업의 표준모델로 자리 잡은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기능을 강화해 스마트팜 기반을 더욱 확충하고, 농업환경 변화에 대응한 다각적인 노력과 투자도 이어갈 예정이다.산업간 균형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진다. 이를 위해 신소재 배터리 음극재의 본격적인 생산과 함께 청리일반산업단지 확장 및 투자를 적극 유도해 이차전지 클러스터로 발돋움하도록 한다.우량기업 유치를 통한 상주일반산업단지 조기 분양과 산업단지의 단계적 확충, 소상공인 보호 및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도시 곳곳에 활력이 넘치는 살기 좋은 공간을 조성한다.도시재생 사업과 함께 통합청사, 문화예술회관 건립, 적십자병원 이전 신축, 공설추모공원 조성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지능형교통체계와 주차공간 확대 등 시민불편을 적극 해소하고, 문화유적 복원을 통해 도심지역에 새로운 생명력도 불어넣을 계획이다.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다양한 계획과 시책을 추진하고 도심과 자연, 문화가 조화되는 공간과 생활인프라 확충, 자연재해위험 개선을 통해 도시 전역을 안전하고 안락한 도시로 변모시켜 나갈 것이다. 이외에도 평생학습도시 기능강화, 생애 주기별 시민의 행복한 일생을 보살피는 시책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챙겨 나간다.상주만의 차별화된 이야기와 공간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정과 지역 산업에 4차산업혁명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접목될 수 있도록 주력할 계획이다.특히, 문화예술회관 이전, 신청사 건립, 공성추모공원 조성, 상주적십자병원 이전신축 등 4건의 역점시책사업은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비중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괄반, 지원 및 홍보반, 역점시책 4개반을 포함한 총 6개반으로 역점시책 추진단을 구성해 사업추진 현황과 문제점, 향후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해 나가고 있다.최근에는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역점시책 추진 보고회’를 개최하고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각 반별로 진행 중인 내용을 종합 분석하는 등 총력을 쏟고 있다.강 시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중흥하는 미래상주의 역사를 만들어 가기 위해 ‘좋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물실호기(勿失好機)의 자세로 오직 지역 발전과 시민 행복을 위해 열심히 뛰고 또 뛰겠다”고 밝혔다.강 시장은 이어 “30년 뒤 상주의 바람직한 모습을 염두에 두고 ‘중흥하는 미래 상주’ 건설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거듭 강조했다.

2023-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