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중반 출현한 고딕건축은 유기적 연결성이라 새로운 접근법으로 중세 건축을 혁신했다.
천장에 설치된 교차형 늑재궁륭은 하중을 안정적으로 분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촘촘하게 맞물려 있는 늑재들은 다발을 이루며 벽을 타고 내려와 기둥으로 연결된다. 건물 외벽에 튼튼한 부벽을 설치해 팽창하는 힘을 지탱했고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플라잉 버트레스’ 공중부벽을 설치했다.
그물처럼 견고하게 엮인 늑재와 외부에서 든든하게 힘을 상쇄시키는 공중부벽 덕분에 두꺼운 벽이나 육중한 기둥이 불필요해 졌다. 고딕 건축가들은 오히려 벽의 넓은 면을 유리창으로 대체했다. 더 많은 빛이 실내로 유입되면서 실내공간은 한 층 밝아졌다. 넓은 유리창들은 형형색색 화려한 그림으로 장식되었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은 신비로운 색을 발하며 교회를 채웠다.
1144년 6월 11일 고딕으로 새롭게 단장한 생 드니 교회의 축성식이 거행되었다. 프랑스 국왕 루이 7세가 왕후와 함께 축성식에 참여했고 외국에서 온 축하 사절은 물론 프랑스 각 지역 주교들도 자리했다. 고딕양식으로 개축된 생 드니 교회의 축성식은 파리를 비롯해 일 드 프랑스 지역에 초기 고딕이 확산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120km 떨어진 곳에 상스(Sens)라는 도시가 있다. 상스에 지어진 생 떼띠엔느(Saint-Etienne) 대성당은 생 드니와 함께 초기 고딕 건축구조가 정착하는데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상스 대성당 건축이 시작된 것은 1135년이다. 공사가 시작된지 30여 년이 지난 1164년 경 주제단이 있는 내진 부분이 완성되었다. 1175년과 1180년 사이 회중석이 있는 주랑과 좌우 통로인 측랑이 만들어졌다. 완성된 교회의 전체 길이는 122m에 달했고 13.5m의 폭에 높이가 무려 24.5m나 되었다.
상스 대성당의 벽면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구조가 조금 독특하다. 첨두형 아치로 연결된 아케이드가 아래층을 구성하고 그 위로 트리포리움(Triforium)이 나타난다. 트리포리움은 주로 아케이드 층 위에 마련된 열린 공간으로 작은 아치들로 이루어져 있다. 측랑의 지붕 위에 마련된 좁은 공간으로 외부로 창이 나있지 않아 항상 어둡다.
2층에 나타나는 트리포리움 위로 넓은 고측창이 설치되어 있어 밝은 빛이 실내로 들어온다. 12세기 초기 고딕성당들은 대개 아케이드, 트리뷴(Tribune), 트리포리움, 고측창으로 구성된 4층 구조를 보인다. 상스 대성당은 넓은 공간의 트리뷴을 생략하는 대신 트리포리움을 설치하고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에 공중부벽을 설치했다. 트리뷴을 없앤 것은 더 넓은 고측창을 확보하기 위한 건축적 실험으로 보인다.
상스 대성당의 견고한 늑재궁륭은 십자형의 4분할 대신 세 개의 늑재가 교차한 6분할 형식을 채택했다. 급한 경사를 보이는 궁륭을 교차해 가로지르는 늑재들은 벽면으로 연결되어 벽면을 타고 내려온다. 새로운 공법이 적용된 초기 과정이라 교회 내부에서 수려한 장식적 요소를 찾을 수는 없다. 발견되는 장식이라고 해야 건물을 단단히 잡아주기 위한 크고 작은 둥근 기둥들이 배관처럼 천장에서 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는 정도가 전부이다. 한 세기나 지나야 등장하는 발달된 고딕의 화려함과 비교한다면 투박하고 소박한 로마네크스에 가깝다 하겠다.
이런 무뚝뚝함이 신경 쓰였는지 아래층 기둥 위 아케이드의 연속된 형태가 트리포리움에 그대로 축소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동일한 형태의 첨두형 아치가 다시 고측창에서 확대된 크기로 등장한다. 연속된 아치가 만들어낸 수평적 움직임 그리고 약간의 변주가 가해진 형태의 수직적 반복이 살짝 리듬감을 불어 넣어 기계적으로 복잡한 실내공간에 옅은 표정을 불어 넣었다. /김석모 미술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