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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거친언어’, 유머로 바꿀 수 없나

등록일 2023-09-12 18:08 게재일 2023-09-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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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정치인들의 험한 말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마디마디에 지성은 찾아볼 수가 없고 살벌한 기운만 넘친다.

정치인들의 막말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최근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진영을 극도로 의식하면서, 중간지대에 있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 이런 정치문화가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면서, 정치인이 이제 독버섯 같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치인들의 거친 언행들이 사회병리의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당 박영순 의원이 최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북한에서 쓰레기가 나왔어, 쓰레기가”라고 내뱉은 것은 탈북자에 대한 그의 증오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행위다.

박 의원은 전대협 부의장 출신이다. 지난달 말 민주당 전남도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영교 최고위원은 “일본의 대변인 노릇이나 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국민의힘은 일본 총독부보다 더 못된 짓을 하고 있다”고 했고, 장경태 최고위원은 “당장 멈추지 않으면 독립운동에 버금가는 국민적 운동이 용산총독부를 향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지난주에는 최강욱 의원이 대정부 질문 중 대통령을 일컫는 자리에서 “윤석열씨”라고 했다. 지난달엔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고 했다. 국민이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까지 일상의 조롱거리로 삼는 것이다. 기본적인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의회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 등 공인에 대해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민주당내에서 이처럼 거친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러한 난폭한 언행은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강성팬덤의 입맛에 맞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말을 사용하다보니 언어가 계속 더 험악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정치인 지지자들이 SNS나 커뮤니티에 쓰는 말들도 난폭하기 짝이 없다.

온갖 조롱과 멸시, 저주에 가까운 글들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이데올로기 전쟁’이 지금처럼 일상화 한 적이 있었나 싶다.

정치인들은 지금 추석명절을 앞두고 특히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싸늘한 민심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지난 주말에는 전북 전주의 한 빌라 원룸에서 생활고를 겪은 듯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숨진 여성 곁에는 한동안 먹지 못한 듯 쇠약한 상태의 4세 남자아이가 있었다니 충격적이다. 올해 하반기는 취업문이 더 좁아져 기업채용공고를 기다리는 청년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은 지금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치인들은 지금부터라도 위기가정과 청년취업 등 민생을 돌보는데 집중해 주길 바란다. 사회분위기를 황폐하게 하는 거친 언어들은 다수 유권자의 반발과 환멸을 불러올 뿐이다. 선거 판세에도 당연히 도움이 안된다. 국민은 자기와 이데올로기가 다른 상대까지도 유머로 감싸 안는 그런 정치인을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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