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윤석열 정부는 2차 개각을 단행하면서 국방부 장관에 신원식, 문체부 장관에 유인촌, 여성가족부 장관에 김행을 임명했다.
신원식은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을 촉발한 인물로, 2021년에는 홍범도 장군을 찬양했다가 2022년에는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의 주역이라며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유인촌은 이명박 정부 때 문체부 장관을 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기자를 향한 막말 영상으로 문화계의 수장 자격을 의심받고 있다. 김행 역시 박근혜 정부 대변인을 지낸 인물로, 최근에는 입시와 관련된 킬링 캠프 허위 뉴스를 인용하여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보여주기식 개각을 지양하고 오직 국민과 민생을 위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속도감 있게 이끌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고삐를 당겼다”고 논평했다. 이번 개각의 키워드는 ‘효율성’과 ‘속도감’인 셈인데, 이번 인선을 두고 실전형이니 전투형이니 하는 평가와 통하는 말이다.
그러나 세 인물의 과거 행적을 보자니, 이념 논쟁으로 국가 에너지를 탕진할까 걱정되고, 자유가 가장 보장되어야 할 문화계의 질식이 눈에 보인다. 헌재가 인정한 낙태권을 반대하는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의 권리 향상에 어떤 역할을 할지도 의문이다.
이런 개각에 2주일 넘게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 삶을 돌보지 않는 정권만을 위한 개각이라면서,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개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MB 시즌 2라면서 ‘구한말 인사’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이 어떤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먼저, 이들이 말하는 국민은 같은 국민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위한다는 국민과 더불어민주당이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국민은 다른 사람이다. 이미 자기편을 지지하는 국민을 전제로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두 번째 구한말 인사라는 비판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구한말은 대한제국 시기를 말하는데, 당시 고종 황제가 구성한 관료들은 왕실 측근 세력 등 보수파였는데, 이때 등용된 이완용, 민병석, 박제순, 고영희, 이병무, 한규설 등은 을사오적이나 정미칠적, 경술국적 명단에 올랐다. 이런 역사를 고려하면, 이번에 임명된 세 인물을 구한말 인사라고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의문이다. 단순히 구시대적 인물이라는 뜻이라 해도 주관적인 평가로 치부될 수 있다. 이런 태도로 청문회에 임한다면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이다.
장관 임명이 대통령 소관이라고 해도 청문회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비판하느냐에 따라 영향은 충분히 줄 수 있다. 호통치고 삿대질하는 청문회로는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 전 국민에게 중계되는 청문회이니만큼, 더 많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냉철하고 엄정하게 검증해서 의미 있고 생산적인 청문회 문화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