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 떨어져 있는 곳에는 ‘외로운 섬 하나’가 있다. 동해상 날씨가 좋아 배를 띄워도 가는 동안에 하늘이 변덕을 부려 운이 따라야지만 발을 디딜 수 있다는 섬. 평소에는 해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어떨 때는 울릉도 해안에서 육안으로도 보인다는 섬. 사진으로, 방송으로 많이 보아 잘 아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정말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섬. 삼봉도·우산도·가지도·석도 등으로 불리다가 울릉도 방언 돌섬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어 지금은 독도라고 불리는 섬이 동해안에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와는 달리 독도는 ‘외로운 섬 하나’가 아닌 동도와 서도 그리고 그 주변으로 89개나 되는 바위섬이 한 무리를 이루는 해저화산이다. 신생대 네오기 플라이오세에 해저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커다란 해산이 생겼다. 그 해산 위에 아주 작게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독도다. 높이가 2천m 이상, 지름이 30㎞나 되는 거대한 해저화산이지만 바다 위에 드러난 독도는 동도가 99.4m, 서도가 174m로 매우 작다. 이마저도 오랫동안 파도와 바람에 침식되면서 지금도 아주 조금씩 깎여 나간다.
바람과 파도에 의한 풍화와 침식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지형을 만들어낸다. 독도에는 4곳의 아름다운 지질명소가 등록되어 있는데, 독립문 바위·삼형제 굴바위·천장굴·숫돌 바위가 그곳이다.
독립문 바위는 청나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세운 독립문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식동굴이 계속 깎여서 기다란 아치형 다리를 바다 위에 만들었다. 응회암과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다.
삼형제 굴바위는 세 방향에서 시작된 해식동굴이 한 점에서 만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파도 침식으로 인해 육지에서 분리된 시스택 지형으로 높은 파랑이 자주 덮쳐 바위 전체의 염분 비율이 높다. 당연히 식생은 자라지 못한다. 동도와 서도와 함께 삼봉도로 불리기도 하며, 높이는 44m이다.
천장굴은 동도의 중앙에 우물처럼 움푹 파인 지형으로 노래 가사 ‘우물 하나 분화구’에 해당되는 곳이다. 처음에는 화산분화구로 인식되었으나 풍화와 침식으로 함몰된 지형으로 밝혀졌다. 독도에서 가장 유명한 사철나무가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숫돌바위는 침식에 약한 응회암질이 사라지고 단단한 조면암질 암맥부만 남아있는 지형으로 바위의 암질이 숫돌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동도에서 생활하던 독도 의용수비대원들이 이 바위에 칼을 갈았다고 전해진다. 수평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계단과 같은 모양이 촘촘하게 드러나며 높이는 12.6m다.
아쉽게도 국제해양법상 독도는 섬이 아니라 암초로 분류된다고 한다.
섬이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을을 형성할 정도로 경제 활동이 가능하며,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형을 뜻한다. 독도는 섬 자체 면적은 좁지 않으나 지형이 매우 가파르며, 평지가 거의 없고, 식수가 부족하여 사람이 살기에 원만한 환경은 아니다. 비와 눈이 자주 내려 연중 강수량은 고른 편이지만 습도가 높고, 안개도 자주 발생한다. 1982년 노래 가사에 적혀있듯이 ‘평균기온 십이도 강수량은 천삼백’으로 알려졌으나 기후 변화로 인해 2012년에는 ‘평균기온 십삼도 강수량은 천팔백’으로 가사가 바뀌었다. 아무튼 내륙에 비해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한 해양성 기후에 속한다. 대략 거주민은 3천명 정도 등록되어 있지만 실 거주자는 약 60명이고, 그중 주민은 14명(2019년 기준)이며, 실질적인 인원은 독도를 관리하고 수비하는 인력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독자적인 경제 순환이 어려운 곳으로 볼 수 있기에 섬이라고 알고 있는 우리의 인식과 달리 암초라고도 볼 수 있겠다.
독도는 어로 활동이 금지된 지역인만큼 독자적인 식생이 풍부하다.
대체로 비바람에 강하고 얕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들이 자생하는데, 해국·개밀·큰이삭풀·갯제비쑥·보리밥나무·사철나무·섬괴불나무·왕호장근·가는갯는쟁이·참소리쟁이 등이 있다.
독도는 새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괭이갈매기·바다제비·슴새·알락할미새·섬참새 등 139종에 달하는 새들이 관측된다.
예전에는 강치의 주 서식지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강치를 잡아 가죽(가방이나 모자)과 기름(항공유), 내장(의약품)을 활용했다고 한다. 일본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절멸했는데, 현재 일본에서 동화책과 인형으로 제작되어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쓰이고 있다. 일본의 강치 활용은 황당하긴 하지만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기도 하다.
독도에는 아름다운 지형과 독자적인 동식물이 있으며, 이를 지켜왔던 역사와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에 외롭지 않은 이 섬은 영유권 분쟁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독도는 우리 땅’이나 ‘제시카송(영화 ‘기생충’)’, 라이카코리아의 운동화, 독도마켓의 상품들처럼 마음에 와닿는 문화는 우리 땅 독도를 알리고 지킬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