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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모여, 대구 오오극장

등록일 2024-05-29 18:20 게재일 2024-05-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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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극장의 삼삼다방.

오오극장은 올해로 아홉 살 된 독립예술영화관이다. 이 극장은 위치를 정확히 모르면 어느새 지나쳐 버릴지도 모를 정도로 간판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55라는 숫자가 적힌 간판이 제법 크게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눈앞에 두고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영화를 사랑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을 놓칠 수 없다. 어느 순간 은은한 그 분위기가 삼삼하여 오오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오극장의 ‘오오’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영화가 장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작품 하나가 완성되어 가듯이 ‘오오’는 삼삼오오의 ‘오오’이기도 하고, 55석의 ‘오오’이기도 하다.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다 좋다는 감탄사 ‘오오’라 해도 괜찮다. 또는 어서오라는 뜻으로 ‘오오’라 쓰인 듯도 하다.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층고가 높은 공간에 맞게 좌석을 배치하려다 보니 55석이 나왔고, 이를 극장 이름으로 삼았다고 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매우 정감 있는 이름이 붙여진 셈이다.

이름만큼이나 오오극장은 따스한 분위기가 맴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여느 극장처럼 상영 영화의 포스터가 벽면에 나란히 붙여져 있다. 무심하게도 툭 걸려있는 영화포스터가 낯선 방문객을 반기는 듯하다. 통유리로 된 1층의 외관은 탁 트여 있지만 사실 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유리창에 빼곡하게 적힌 하얀 방명록이 은은하게 안과 밖의 공간을 구분해주기 때문이다. 하얀 글씨로 적힌 수많은 방명록 중에는 오래도록 제자리에서 이어가기를 바라는 문구가 제법 많다. 입구를 들어서면 오른쪽은 잘 꾸며진 서재처럼 영화와 이에 관한 책자들로 즐비하다. 서재의 중앙에는 작은 스크린이 놓여 여러 독립예술영화와 오오극장에 대한 광고 영상이 흘러나온다. 특별작품 설명이나 독립영화에 대한 정보 등 다양한 영화 소식이 은은한 불빛과 함께 따스하게 전해진다. 멀티플렉스의 공격적인 마케팅 화면과는 꽤 대조적인 분위기다.

왼쪽에는 예매소와 다방을 함께 운영하는 삼삼다방이 자리하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며 소통하는 공간으로 친근한 북카페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술과 관련된 여러 발행물도 놓여있어 영화 대기 시간에 홀로 즐기기에도 제법 괜찮다. 더불어 마스코트 길고양이 ‘오우삼’의 애옹애옹 울음소리도 오오극장의 정감 있는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실질 상영관은 입구의 정면에서 보면 제일 안쪽에 있다. 상영관은 스크린과 좌석들이 매우 가깝게 배치된 아담한 곳으로 55석 중 앞의 4좌석은 휠체어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다. 상영관의 안까지 턱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동선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한국 영화관은 지금 멀티플렉스처럼 크지 않았다. 대부분 오오극장보다는 규모가 있었으나 단관극장이 많았다. 영화 상영도 서울의 영화관부터 시작하여 지방으로 배급되는 형태였다. 더구나 당시 한국영화는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어서 외국영화가 상영되지 않는 기간에 상영되었다고 한다. 1998년 4월 ‘CGV강변 11’이 개관되면서 여러 편이 동시에 상영되는 다관극장(멀티플렉스)이 등장한다. 또한 상업적 논리와 더불어 한국영화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국내영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1999년 2월 영화진흥법이 개정되고, 외국영화에 비해 상업성이 부족했던 한국영화를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당시만 해도 많은 한국영화들이 이에 속했었다. 이후 한국영화는 점점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라이방’·‘나미’·‘고양이를 부탁해’의 앞글자를 딴 ‘와라나고’운동이 일어난다. 이는 상영시장에서 위기에 놓인 한국예술영화를 지키기 위한 관객들의 자발적 관람 운동이었다. 이에 발맞춰 최소한의 상영 기회를 보장한다는 목표로 지원 정책이 이뤄지며, 2007년 서울의 ‘인디스페이스’가 설립된다.

이후 지역에서는 최초로 대구의 ‘오오극장’이 들어섰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지원 정책의 변화와 축소, 코로나19 팬대믹의 영향, OTT 시장의 확장 등으로 인해 독립예술영화관들은 경영 위기로 휘청거리게 된다. 실질적으로 OTT 재택관람이 대세를 이루고,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예전에 비해 급격하게 감소했다. 멀티플렉스도 관람객이 줄어드는 상황에 독립예술영화관을 찾는 발걸음은 더욱 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때로는 작은 영화관이기에, 독립예술영화가 주를 이루기에 찾아드는 사람들도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작은 것에 부여된 의미가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고, 독특한 색을 전달하기도 한다. 오오극장은 대구 지역에 기반한 독립영화인과 시민들이 뜻을 모아 만들어진 만큼 처음의 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홈피와 SNS 운영, 문화적 다양성과 확대라는 극장의 역할, ‘수성못’·‘맥북이면 다 되지요’ 등 대구의 독립영화 상영, 대구영화학교나 다양한 모임 장소 등. 은은한 온기를 품은 오오극장은 방명록으로 남겨진 유리창의 하얀 문장들처럼 오늘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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