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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익 목적 현수막의 정의

심한식 경북부 현수막 공해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경쟁적으로 내건 현수막이 지역의 골칫거리가 되며 안전사고의 위험마저 높이고 있다.경산시는 지난 2013년 12월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 거리를 만들고자 시청 네거리에서 오거리 구간을 ‘현수막 없는 거리’로 지정했다. 시는 이 구간에 설치된 현수막 게시대를 철거하고 현수막 게시 차단을 공지했지만, 현재도 무질서하게 게시된 현수막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경산시는 경산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진흥에 관한 조례를 통해 시의 승인을 받고 현수막 게시대에 게시된 현수막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불법 현수막으로 규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하지만, 공익 목적의 현수막은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공익 목적의 사전적인 의미는 ‘공동의 이익’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 이다.게시대가 아닌 가로수나 전봇대, 시설물을 이용해 게시된 현수막 대부분이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현수막이 아닌 불법 현수막이지만 곧바로 철거되거나 스스로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서로를 비방하는 현수막, 당 관련자들의 이름으로 걸린 현수막, 누구를 축하하는 현수막 등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다가와 꽃이 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아름다운 형상을 가진 꽃의 이름을 불렀을 때 꽃이 되었지만, 불법 현수막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불법 현수막이다.권력이, 정당이, 시민단체가 내걸었더라도 불법 현수막이 법을 지킨 다른 현수막과 같은 가치를 지닐 수 없다.특히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현수막이 통행량이 많은 교통요충지에 버젓이 게시되어도 단속해야 할 관계기관들이 손을 놓은 것은 이 때문에 불편을 겪는 많은 지역민의 고통을 무시하는 것이다. 불법으로 법을 지키라고 게시된 현수막이 언제 사라질런지 궁금하다.

2023-07-12

과민대장, 무른변, 설사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문진이 자는 것, 먹는 것, 싸는 것이다. 이 셋 중의 하나만 이상이 생겨도 환자는 불편을 호소하고 증상이 심할 때의 고통은 더욱 크다. 많은 사람들은 대변의 상태를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고 무른 변을 보는 사람은 변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무른 변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건 그 사람의 건강을 체크하는데 아주 중요하다.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의 변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특히 변비로 고생하는 것 보다 변이 무르거나 설사, 혹은 하루에 여러 번 화장실 가는 경우가 많다. 너무 화장실을 자주 가면 복통과 생활패턴이 불규칙해져 불편함을 호소해 한의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있다. 대변의 모양은 퍼지지 않고 적당한 강도로 바나나처럼 나오는 게 좋다. 볼 때마다 무른 변을 보거나 설사를 하거나 하루에 여러 번 화장실에 가는 것은 대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리다.변비가 심하면 병이라 생각을 해도 변이 무르고 쉽게 나오는 걸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대장의 기능 장애가 생긴 것으로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다. 점점 심해지면 하루에도 여러 번 복통과 설사 등으로 고생하고 나중엔 과민대장증후군으로 진단 받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예방과 치료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한국인에겐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식생활에서 빼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고춧가루를 빼야 한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변이 물러지고 설사를 하게 된다. 야채의 섬유질은 소화가 다 되지 않고 변으로 나오는데 고춧가루도 이와 마찬가지다. 고춧가루는 피부에 닿게 되면 피부가 붉게 되고 오래 놔두면 염증이 생기고 통증을 일으킨다. 우리 장도 마찬가지다. 고춧가루가 다량 들어오면 장엔 염증이 생기고 수분 흡수가 안되어 설사를 하게 된다. 매우면 매울수록 이 현상은 심해진다.한두 번은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으나 매운 음식을 너무 자주 많이 먹게 되면 장은 항상 탈이 난 상태가 된다. 밥 먹을 때마다 혹은 긴장할 때마다 하루에 여러 번 화장실을 가게 되는 과민대장이 있는 사람은 고춧가루를 끊어야 하고 줄여야 한다. 특히‘불’자가 들어간 매운 음식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그리고 우유 관련 식품도 먹지 말아야 한다. 한국인의 60~70%가 유당을 분해 못하는 유당불내증이 있는데 이러한 사람은 우유 관련 음식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 우유가 안 맞는 사람이 다량으로 오랜 시간 먹게 되면 장의 기능이 떨어진다.한의원에선 보통 황련이 들어간 약으로 치료를 하는데 황련은 심장의 열을 내려주고 대장의 열도 식혀 준다. 오랫동안 문제가 생겨서 항상 염증상태가 있는 장의 열을 식혀주면 대변이 굳어진다. 설사가 줄어들고 복통도 같이 감소한다. 심한 경우는 세 달, 심하지 않은 경우는 음식 조절하면서 한 달가량 복용하면 많이 개선이 된다.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매운 음식,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최대한 피해줘야 한다. 나의 먹는 식습관에서 오는 질병이라 치료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중요하다. 관리는 좋은 걸 먹어야 하는 게 아니라 안 좋은 걸 안 먹어야 한다.

2023-07-12

봉숭아꽃 물들이기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모두의집 뜨락에 추억의 꽃씨를 심었다. 채송화, 분꽃, 봉숭아꽃. 부지런히 물을 줬는데도 자라기는 제각각이다. 씨가 가장 자잘한 채송화씨는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한 송이 겨우 피는 흉내만 냈다. 제법 씨가 굵은 분꽃은 듬성듬성 던져 심었는데도, 노리짱하게 자라는 게 영 시원찮다. 봉숭아만 실했다. 가지런히 싹을 틔우더니 불그스름한 줄기가 쑥쑥 자랐다. 잎사귀를 내더니 어느 날부턴가 진분홍, 연분홍, 주황의 여리고 예스러운 꽃을 피워 내어 예쁘다. 언젠가 서울 손녀가 오면 손주들 다같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하며 매번 갈 때마다 물을 주며 곱게 키웠다.아니나다를까 윤이는 봉숭아를 보자마자 반색을 했다. 그리고는 냅다 봉숭아꽃물들이기를 하겠단다. 어린 다른 애들은 봉숭아꽃도, 꽃물 들이기도 몰라 물어대는 중이었다. 어느 게 봉숭아예요? 물들이기가 뭐예요? 나도 할래요….꽃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며 기다리게 했다. 백반을 사왔다. 실, 비닐장갑을 내와 이벤트를 시작했다. 네 아이 모두에게 먼저 꽃을 따게 했다. 꽃과 잎을 고루 따서 마늘절구에 넣어 찧어 짓이겼다. 아빠 엄마들이 달려들어 찧은 봉숭아즙을 손톱과 발톱에 올려 주었다. 비닐장갑의 끝을 잘라 손가락마다 씌워주고는 인내심을 가르쳤다. 밤새워야 하는데, 봐주겠으니 낮잠 한숨씩 자야한다며 겁을 주었다. 잠시 조용했다. 어디 아이들이 가만있을 리 있겠는가. 십여 분이 지나자 먼저 바른 아이부터 씻어 달란다. 어쩌면 그 짧은 시간에도 제법 발그레하게 예쁜 봉숭아꽃물이 들었다. 발라 준 어른도 바른 아이도 신기해하면서 손톱 발톱 자랑을 한다. 한여름 대청마루엔 봉숭아꽃물 든 웃음소리가 차고 넘쳤다.옛날, 나 어릴 적엔 큰집에서 이런 놀이를 했다. 하얀 모시적삼을 입은 큰어머니께서 주신 하얀 명반을 큰 돌 위에 얹어 작은 돌로 깼다. 봉숭아꽃도 돌로 찧었다. 꽃과 잎을 함께 찧어서인지 봉숭아 찧은 물색은 누렇거나 검었다. 가루가 된 명반과 섞어 손톱 위에 얹었다. 큰어머니는 흰 천을 작게 오려 손톱을 감싼 후 실로 칭칭 감아주셨다. 다섯 손가락을 오무리지 않아야 했으므로 쫙 편 채로 마당을 어슬렁거렸다. 흰 꽃이 오롱조롱 매달린 꽈리나무에서 꽃의 수를 세었다. 마당 한켠에 핀 키 큰 접시꽃에서 붉은 꽃송이를 따서 꽃의 밑쪽을 조심스럽게 반 갈라 코 위에 올려 꼬끼오해보기도 했다. 시간이 꽤 흐르고 손가락 끝을 동여맨 실과 천에 시커먼 물이 들면 실을 풀었다. 통통 부은 손가락과 손톱엔 붉은빛이 돌았다. 도발적인 봉숭아물의 색기에 잠시 부끄러움이 들었다. 그 후 여름마다 간 이모네나 외가댁에서도 어김없이 손톱물을 들였는데, 그 빨갛던 손톱의 색도 왠지 내내 부끄러움으로 남았다. 여름 지나 가을쯤 반달만큼 남은 손톱이 겨울이 다 되어 희미해져 사라질 때까지 남들 눈에 띌까 감췄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도 이듬해 여름엔 또 봉숭아꽃을 찧었다.오늘 봉숭아꽃 물든 손톱을 하고 간 손주들이 내일 학교와 유치원에서 친구나 선생님께 손톱을 보이며 어떤 이야기를 할까, 어떤 느낌을 말할까 궁금해진다. 부끄러움은 절대로 아니지 싶긴 하다.

2023-07-12

영덕 천지원전 부활하려면 주민신뢰가 관건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계획이 포함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을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긴 이달말 착수하기로 하면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백지화된 영덕군 천지원전 부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기본 수립 일정이 앞당겨진 것은 우리나라 전력여건이 급변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0일 개최한 제29차 에너지위원회 회의에서 다수 민간위원이 신규 원전 검토를 통한 전력공급 능력 확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아직 신규 원전 건설을 구체적으로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급증하는 전력여건에 대응하려면 신규원전 계획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다. 제11차 전기본에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포함될 경우, 이미 원전 건설을 추진했던 지역을 신규 원전 후보지로 정할 가능성이 크다. 학계에서도 원전 후보지로 선정돼 토지보상까지 들어갔던 영덕이 우선순위로 거론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천지원전은 삼척 대진원전과 함께 지난 2011년 신규 원전 부지로 선정됐고, 2015년 제7차 전기본 공고에 반영됐다. 그후 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라 사업 추진 계획이 백지화됐고 2019년 대진원전, 2021년 천지원전 예정구역은 지정 철회됐다. 당시 문 정부는 천지원전 지정 철회와 함께 신규원전을 건설하는 대가로 영덕군에 지급했던 409억원을 회수해 가 아직도 소송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정부가 신규원전 후보지로 영덕군을 염두에 둔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천지원전 백지화 발표이후 6년여가 흘렀지만, 당시 경제적·심리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영덕군민들의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영덕군은 과거 천지원전 부지 선정과 백지화 과정에서 주민들 간에도 엄청난 갈등을 겪었다. 특히 정부가 원전특별지원금을 지급했다가 다시 회수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해 군민들은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해 불신감이 크다. 천지원전이 부활하려면 원전사업에 대한 영덕군민들의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2023-07-12

올여름 잦을 폭탄비, 취약지 등 세심한 대비를

이틀 전 전국에 걸쳐 내린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이 비 피해로 수난을 겪었다. 전국적으로 내린 비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된 가운데 대구 달성군에서는 1시간동안 40.5mm, 경북 상주시와 의성군에서도 1시간만에 4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도로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다. 대구 북구에선 철거 현장의 200m 담장이 무너져 차량 29대가 파손되기도 했다. 강풍을 동반한 게릴라성 폭탄비로 나무가 쓰러지거나 등 전국적으로 잠시 내린 비에 100건이 넘는 피해가 접수된 것이다.특히 서울에선 1시간 누적강수량 50mm, 3시간 누적강수량 90mm 때 발령하는 ‘극한호우’가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발령되기도 했다. 지구촌의 기후변화로 우리나라도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여름은 좁은 지역에 순식간에 퍼붓는 물폭탄급 집중호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니 재난에 대비하는 방법도 종전과는 달라져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기상청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것은 한반도 북쪽 상층대기에 차가운 공기를 가진 절리저기압이 자리하면서 기압골이 반복적으로 지나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남쪽 뜨거운 공기와 북쪽 찬 공기가 만나 대기가 불안정한 상태라 언제 비가 올지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한다.1시간에 100mm의 폭탄비가 어느 지역에 쏟아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도권에 쏟아진 폭탄비가 우리지역에도 얼마든지 쏟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자체는 여름 장마와 태풍에 대비해 재난비용을 마련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재난에 취약한 곳이 많다. 상습 침수지역, 하천제방, 산간절개지, 공사현장 등에 대한 거듭된 현장점검과 보수를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천재(天災)는 피할 수 없지만 재난당국의 위기관리에 따라 피해는 줄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전 경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각 지자체는 기후변화로 한반도도 이례적이고 강력한 태풍이 목격될 수 있다는 기후 전문가의 경고에 귀 기울이고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여름철 재난 대응에 총력을 쏟길 바란다.

2023-07-12

교육으로 세상을 건지게 하라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장 교수의 선친은 바보였다.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의 입지를 선정하고 실제 도로디자인을 손수 하였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집에는 한 꼭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남들은 떼돈을 번다는데 아내에겐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80년대 초 서슬이 시퍼런 군사정권이 들어서 숙정의 바람이 불었다. 숱한 사람들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멀쩡히 일했었다는 게 그의 자랑이었다. 어머니 눈에는 그야말로 ‘바보 아버지 인증’이었다. 필자도 한 때는 어머니와 같은 심정이었지만,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오늘 저 혼란한 세상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깨끗하고 당당하게 부끄럼 한 점 없이 공직자의 길을 지켜낸 아버지가 자랑스럽다.세상이 어지럽다. 공약을 지키지 않는 정치와 끝없이 힘만 드는 경제. 약속을 저버리는 정치를 어떻게 믿으며 나아지지 않는 경제에 무엇을 기대할까. 약속을 지키는 성실함과 차곡차곡 모으는 꾸준함이 민생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다음세대를 기르는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세상 모습 그대로 거짓과 혼돈을 가르칠 수는 없지 않은가. ‘바르고 성실하며 착하고 아름답게’ 자라도록 가르쳐야 하는 학교는 날마다 무너진다. 교실에서 이야기한 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을 매일 만나는 선생님들은 오늘도 힘들다. 아이들은 눈치채지 않았을까. 교육은 학교만 하는 게 아니다. 집과 동네에서 만나고 스치며 세상을 배운다. 미디어와 언론은 아이들에게도 제한없이 열려있다. 숨길 수가 없고 숨겨지지도 않는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전혀 딴판이라면, 그런 교육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왜 학교에 가는가.교육적 견지에서 사회적 각성이 일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가 바로 서지 않고는 정상적 교육이 불가능하다. 선동과 기만으로만 가득한 세상에서는 성실과 정직을 가르칠 수 없다. 혼돈과 주장만 그득한 일상에서 안정과 평화를 이야기할 수가 없다. 꿈과 비전이 야심과 욕심이 되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용기와 상상력이 술수와 기만으로 해석되는 가르침은 교육이 아니다. 사람을 기르는 게 교육이지만, 고르지 못한 텃밭에 바른 교육이 설 자리는 없다. 사람을 도구화하는 교육은 부적절하다. 교육은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야 한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을 키워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도록 이끌어야 한다.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세상이 어지러워도 흔들리지 않을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 눈속임이 가득한 세상에 진정어린 정직을 길러내야 한다. 다음세대의 시선이 넓은 세상을 향하도록 길러야 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우리는 좁은 우물에 갇히지는 않았을까. 세상을 등진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는 교육이 되어야 하고, 무너진 세상을 바로잡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어두운 세상에 빛을 던지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비뚤어진 정치와 어지러운 세상에는 교육이 희망을 던져야 한다. 교육이 살아야 세상이 선다.

2023-07-12

‘극한호우’의 등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장맛비 속 집중호우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1일 ‘극한호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일원에 폭우가 예상되자 발령한 것이다.폭우는 갑작스럽게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이 내리는 강우를 가리킨다. 호우는 줄기차게 내리는 크고 많은 장대비를 일컫는다.기상청은 예상 강우량을 감안, 호우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한다. 호우에 의한 침수 및 사고를 경계하라는 의미다. 주의보는 3시간 강우량이 60mm이상 예상되거나 12시간 강우량이 110mm이상 예상될 때 내려진다. 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mm이상 예상되거나 12시간 강우량이 180mm이상 예상될 때 발령한다.극한호우는 ‘1시간에 50mm’와 ‘3시간에 90mm’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비가 내리는 것을 말한다. 기상청은 지난달 15일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보내고 있다.국내에서 기록적인 호우는 1998년 7월 31일 전남 순천시에 1시간동안 145mm의 집중 호우를 쏟아부은 기록이 단시간 최고 강우량이다. 하루 최고 강우량은 2002년 8월 31일부터 9월 1일 사이에 강원도 강릉시에 퍼부은 870mm가 최고 기록이다.기후변화가 지구촌에 기상 이변을 몰고 오고 있다. 열대성 폭우와 폭염이 일상화 됐다. 폭우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역대급 호우의 기록들도 언제 깨질지 모른다. 집중호우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재난이 잦자 경고 차원에서 ‘극한호우’란 용어까지 나왔다. 11일의 ‘극한호우’로 수도권은 물론 대구·경북에도 적잖은 피해를 가져왔다. 이번 주 내내 게릴라성 호우가 예고되고 있다. 피해 예방에 바짝 신경써야 할 터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2

역지사지 · 다른 시각으로 보기

이상산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장 미국 유학 시절의 일이다. 비영어권에서 온 학생들의 영어 토론 수업 시간, 각 국가의 정치체제가 주제였다. 군사 정변으로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을 반대하여 직선제 선거를 한 한국. 정변의 공범인 노태우 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군사 정변의 주범들이 연이어 대통령이 된 것이 싫었지만, 우리나라가 외국인들 눈에 낮춰 보이는 것은 더 싫었다.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당혹함을 되돌려 줄 심사로, 미국인 교수에게 물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니카라과 내정에 간섭하여 군대를 파병한 것에 대한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교수는 평온한 표정으로 답했다.‘파병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레이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 답을 들은 순간의 충격은 이전의 당혹스러움이 잊혀질 만큼 강렬했다.내가 가진 국가관이 깨어지는 충격이었다. 국가 안에서 지도자와 국민은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유교적 문화 배경에 더해 전체주의 교육을 받은 결과다. 그것이 유일하고 진리인 국가관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국가와 지도자, 지도자와 국민 개인을 분리하여 생각하는,‘새로운 우주’가 열린 것이었다. 이것이 미국 대학에서 받은 박사학위보다 인생에 더 소중한 자산이 되었노라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교수가 되기 전에 십여 년 기업에서 일했다. 새로 인수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성공하고 성장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안팎으로 많은 문제가 있는 회사였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산적했지만, 회사 구성원들과 6개월간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었다. 모회사에서는 회사가 변하는 속도가 늦다고 채근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구성원들의 제안을 듣고 토론하고 합의하여 회사의 나아갈 방안을 정했다. 그 이후에는 일일이 설명하거나 강압할 이유가 없었다. 한 마음으로 일하는 임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돌아보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조금씩 그들의 마음이 열리고 눈이 열리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우리는 조급하다. 빨리 이루려 한다. 게다가 내 이름으로 이루려 한다. 2년 임기의 임원으로, 4년 임기의 국회의원으로, 5년 임기의 대통령으로 무언가를 이루려 한다. 일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자리에만 오르면 조급병에 걸린다. 진정 성공하려면 먼저 이전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그리고 그중에 좋은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바꾸기보다는 바른 방향에 있는 것을 계속해야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자신의 임기에 마칠 수 없는 더 큰 꿈을 그려 후임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런 지도자가 훌륭한 지도자이다. 우파 지도자로서 어떤 좌파 정책의 우수함을 칭찬하면 얼마나 멋질까.상대편 전임자 정책의 우수함에 손뼉 쳐주는 멋진 지도자가 나오는 날, 우리 사회는 틀림없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사회가 되어 있을 것이다.

2023-07-11

환상적인 울릉도 라이딩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최근 울릉도에서 두번째 라이딩을 즐겼다. 천혜의 신비로움이 가득한 동해의 진주 같은 울릉도를 찾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한데,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파도소리를 벗삼아 섬일주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3년만에 다시 펼치는 라이딩이니 한결 감회가 새롭기만 했다. 물론 전체가 화산섬인 울릉도라 해안선을 따라 조금만 내륙으로 향해도 비탈과 가파른 길을 오르기가 만만찮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라이딩의 짜릿함과 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울릉도는 독도 포함 섬 전역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지질유산의 보전과 교육·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큰 곳이다. 수 백 만년 전 신생대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울릉도와 독도는 특이한 이중분화구와 주상절리, 해식동굴, 해식절벽, 용출소 등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지질학적인 가치와 자원이 풍부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울릉도 관광객이 작년엔 46만명, 올해는 역대 최다의 방문객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만큼 곳곳마다 자연이 빚은 걸작(?)들이 많기 때문일까?“삐죽삐죽 구불구불 위태위태 난 길 따라/도동에서 통구미로 설레여 밟는 페달/태고의 신비 벗기듯 한 꺼풀씩 저어가네//낙타등 같이 들쭉날쭉 태하령과 현포고개/숨소리 거칠어도 구슬땀이 달가운데/마루턱 언저리에는 바람의 결 정겹기만//…//애환 서린 내수전 옛길 아슬한 걸음으로/휘청이며 비틀대도 끌고 들고 메고 가니/두 바퀴 펼치는 세상 봉래폭포 환호하네” -拙시조 ‘울릉도 라이딩’전문3년 전의 코스와는 달리 이번에는 사동에서 도동~저동~봉래폭포~관음도로 이어지는 역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울릉크루즈 등 대형선박이 드나드는 사동항 주변은 ‘2026년 개항 예정인 경비행기 활주로 개설 등으로 바닷가측 산을 깎아내는 등 공사와 개발이 한창이었다. 몇 차례의 업힐(Up hill)과 다운힐(Down hill)을 거치고, 파도의 추임새와 갈매기의 안부를 들으며 서서히 페달을 밟는 기분은 필설로 못다할 정도였다. 특히, 나리분지로 향하는 가풀막을 힘겹게 오를 때 천천히 지나가던 차량의 운전자가 굳이 창문을 내려 “힘내요~ 파이팅! 멋져요~!” 라고 격려할 때는 정말이지 순간적으로 힘이 불끈 솟기도 했고, 안개 낀 나리분지의 원시림을 통과할 때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돼 가히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7월 들어 포항~울릉도를 오가던 기존의 배에 쾌속선이 추가되고, 공항 개항 시 관광객 100만명 목표에 대비하여 울릉도에도 숙박시설·교통 등 인프라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가 정체되고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는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아찔할 정도였다. 또한 대부분의 식당이 단체손님 위주의 영업으로 ‘혼밥’이 어려운 현재의 상황 등을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이 울릉도의 관광과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지름길이다.

2023-07-11

지방시대위, 자문만으로는 성과 못낸다

심충택 논설위원 국회에서 야당에 발목이 잡혀 진통을 겪어왔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드디어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1년 2개월 만이다.대부분 지방언론들은 지난 10일 업무를 시작한 지방시대위 기사를 1면 주요뉴스로 처리하며 환영했다. 그런데 예상은 했지만, 서울지역 주요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기사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개막에 대한 수도권의 냉소적인 시각을 여실히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전 영남대·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초대 사령탑을 맡은 지방시대위는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분권 정책과 국가균형발전을 총괄하는 국가 조직이다. 향후 5년간 지방시대 국정과제와 윤 대통령의 지역공약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균형발전 시책과 지방분권 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로선 앞으로 지방시대위에 국정에너지가 쏠려야 그나마 인구 소멸과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볼 수 있다.우 위원장은 위원회의 3대 과제로 분권형 국가경영시스템 구축, 지방의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회발전특구 추진, 우수한 지방인재 양성을 제시했다. 비수도권 지방정부들은 한결같이 이 과제들이 잘 풀려서 ‘우동기호 지방시대위’가 큰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정치권력과 언론이 외면하는 지방시대위가 과연 소임을 다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어디에 살든 기회가 균등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미래세대의 주요자산이 될 첨단산업이나 초일류 인재를 수도권에 집중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 발표된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다. 정부는 300조원 넘게 투자되는 세계 최대의 이 클러스터를 경기도 용인에 조성하기로 했다. 교육부도 이 흐름에 맞춰 수도권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첨단·신기술 분야 석·박사 정원을 1천300여 명 증원했다. 정부가 지난달 말까지 추진하기로 했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기본계획 발표도 시한을 넘겨버렸다.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가 중 수도권 집중이 가장 심하다. 수도권에 인구 51%가 밀집해 있고, 상위 1천대 기업의 74%가 수도권에 있다. 지금처럼 지방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 2050년쯤에는 전국 시·군·구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통계도 발표됐다.지방시대위가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줘야 한다. 위상이나 기능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대통령 자문기구로 존속하는 한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철우 대한민국 시도지사 협의회 회장(경북도지사)도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직후 부총리급 ‘지방균형발전부’ 신설을 공론화한 적이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일하는 정부 행정기구가 필요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방시대위가 악조건 속에서도 ‘지방균형발전부’와 같은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2023-07-11

동해안 식인상어 출몰, 피서객 안전 살펴야

최근 들어 경북 동해안에서 식인상어가 연이어 출몰하면서 피서철을 맞은 관광지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10일 포항 호미곶면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24t 어선 그물에 상어로 추정되는 물고기가 걸렸다. 살아있는 상태로 걸린 이 물고기는 길이 1.8m로 청상아리로 추정됐다. 이보다 앞서 9일에는 포항시 호미곶면 구만항 앞바다에서도 낚시 중이던 어선의 어민이 2∼3m 크기의 물고기를 목격하고 촬영한 사진을 해양경찰에 넘겼다. 감식을 의뢰받은 국립수산과학원은 청상아리의 일종이라고 밝혔다.청상아리는 다른 상어를 잡아먹는 육식성으로 상어 중 가장 빠르고 성질이 포악해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강한 상어다.해경에 따르면 포항 인근 해역뿐 아니라 강원도 삼척 광진항 근해에서도 청상아리로 추정되는 물고기가 목격됐고, 양양군 수산항 근해에선 악상어가 포획됐다고 한다. 해경은 최근 동해안 등지에서 공격성이 강한 상어 10여 마리가 잇따라 목격되거나 죽은채 발견됐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동해안 수온이 오르면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상어가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분석하며 “상어 중에도 백상어는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강하고 해변까지 접근하는 성향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해수욕장 개장을 앞둔 포항시 등 동해안 지자체들은 상어 출현 소식에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고 한다. 포항시는 개장을 앞둔 구룡포 등 6개 해수욕장에 안전 그물망을 설치하고 또 상어퇴치기를 해수욕장마다 1대씩 배치키로 했다.그러나 이것만으로 식인상어로부터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식인상어 등장에 대비하는 안내문과 해수욕장 피서객의 상어 출현 시 대응 요령 등 다각적인 안전망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해경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서도 상어 공격으로 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지금은 동해안 해수욕장은 개장했거나 개장을 준비 중이서 식인 상어 등장에 따른 위험이 우려된다. 관계 당국은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 상어 출몰지역에 대한 감시활동 강화와 수온 상승에 따른 해수생태계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2023-07-11

치매약 개발

우정구 논설위원 인류는 의학이라는 과학을 앞세워 질병과의 끝없는 전쟁을 벌여왔다. 그 덕에 인류는 100세 시대를 구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치료할 수 있는 질병보다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이 더 많다.질병에 좋고 나쁨이 있을 수 없지만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질병의 하나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한 인간의 과거사를 몽땅 앗아가는 질병의 특성 때문이다. 노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으로 “신이 내린 가장 잔인한 저주”라는 별명도 있다.알츠하이머 치매가 처음 보고된 것은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서다. 기억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다가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인지기능에 이상이 번지면서 궁극적으로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병이다.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이나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총리도 그의 가족을 기억하지 못한 채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60년대 스타배우 윤정희도 프랑스에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가운데 치매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유명했거나 화려한 스타였다는 사실은 그들에겐 무의미한 일이다.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5천500만명이던 세계 치매환자가 2050년에는 1억3천900만명까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치매극복에 대한 인류의 도전이 여러 번 좌절된 가운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를 승인했다는 낭보가 날아 들었다. FDA는 “미국과 일본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레캠비가 임상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효과가 있고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게 입증됐다”고 했다.대중화 단계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나 인류의 치매 극복 노력에 서광으로 기록됐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11

경북도가 ‘탄소중립 정책’ 모델이 되길 기대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경각심을 다지기 위해 수시로 관련회의를 열고 있는 경북도가 그저께(10일)는 경북 탄소중립 추진단 4차 회의를 열었다.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과 이행과정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였다. 추진단은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21개 부서장이 멤버로 참여하는 매머드급 조직이며, 지난 2021년 8월 구성됐다. 4차 회의는 탄소중립에 대한 전문가 주제발표 후 실무부서별 사업추진 현황 보고와 신규과제 발굴 계획, 관련 예산 확보방안 등에 대해 공유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경북도는 지난해 체계적인 탄소중립 대응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2050 경북도 탄소중립·녹색성장 추진위원회’도 현재 가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경북도의 탄소중립 정책 계획 및 이행 등에 대해 심의·의결하고 자문기능도 수행한다.경북도는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까지 4대과제(탄소중립을 위한 지역산업구조 대전환, 녹색건축물 및 녹색교통체계 구축, 산림경영을 통한 지속가능한 탄소흡수원 확보, 도민 건강보호를 위한 기후변화적응체계 구축)를 정해 분야별로 대응해 오고 있다.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국가과제가 됐다. EU와 미국은 탄소국경세를 도입해 수출입기업과 공급망들의 탄소중립을 강제화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RE100(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수소산업 등 친환경 시장은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처럼 어려운 숙제를 풀려면 지방정부 주도로 가능한 한 자주 전문가가 참여하는 관련 회의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북도가 앞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국가에너지정책의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3-07-11

‘집’이 ‘집’일 수 없는 시대

한국에서 집은 크게 두 가지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가정’이 존재하는 공간이자 육체적·심적 휴식의 공간으로서 바깥에서의 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는 Home의 의미. 다른 하나는 물리적 공간이자 물질적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서 거주지 외의 용도 및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서 House의 의미다. 한국어에서 ‘집’은 일상적으로 두 가지의 의미를 맥락에 따라 구분할 뿐, 별도의 구별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보니 우리의 일상에서 ‘집’이란 ‘집’이면서, ‘집’이 아닌 경우들이 왕왕 발생하곤 한다.예컨대 유아·청소년기의 한국인에게 ‘집’이 갖는 의미와 청장년기의 한국인에게 ‘집’이 갖는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아·청소년기의 한국인은 실질적인 구매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가까울 확률이 높으므로 ‘집’이란 가정을 위한 공간으로서 Home의 의미가 클 것이고, 청장년기의 한국인에게 ‘집’이 갖는 의미는 실질적 구매의 대상이자 투자의 대상으로서의 House의 의미가 혼재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평론가 이소는 이와 같은 ‘집’의 두 가지 용례를 바탕으로 한국 소설의 경향에 대한 글을 썼다. 여기에서 이소는 한국소설에서 나타나는 ‘집’의 의미를 몇 가지 범주로 분류하는데, 이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House’는 있지만 ‘Home’은 없는 상태’라는 분류다.얼마 전 학생들과 ‘집’이라는 단어를 써서 한 문단짜리 글을 쓰는 수업을 했다. 본래 목적은 짧은 문장 여러 개로 하나의 문단을 완성하고, 그 문단을 활용해 개요를 짜는 방법을 연습해보는 것이었다. 집이란 무엇인지 간단한 비유를 써서 정의를 내리고, 그와 같은 정의를 내린 까닭에 대해 3문장 정도를 서술하는 것. 내가 놀랐던 건 아이들의 정의가 대개 유사했다는 것이다. ‘집은 잠자는 곳이다’라는 정의. 비유라고 할 수 없는, 단지 기능만을 나타내고 있을 뿐인 메마르고 삭막한 정의. 그게 내 수업을 듣는 20대들이 ‘집’이라는 단어에 대해 내린 정의였다.사실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등 가정을 떠나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집’이란 생각만큼 편한 공간이 아니다.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 온 동거인과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건 ‘적과의 동침’이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생각보다 불편한 일이다. 거실이나 화장실, 부엌 등을 공유하는 형태의 쉐어 하우스는 그나마 서로 각자의 방을 가질 수 있기에 나은 편이지만, 휴식이나 생활을 위한 공간에 남겨진 타인의 흔적은 때때로 불쾌의 경험을 선사하곤 한다. 화장실이 분리된 원룸형 형태의 고시원이라면 그나마 사정이 낫다 할 수 있겠지만, 가벽에 벽지를 발랐을 뿐인 불법 개조 형태가 대부분인 탓에 타인의 소리와 냄새는 매순간 ‘나’의 공간을 침범한다.더욱 심난해지는 건 그와 같은 공간들이 단지 대학가 혹은 직장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조리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평 남짓한 공간에 40만원 가까운 월세를 내야 하거나, 4평 남짓한 원룸에 60만원이 넘는 월세를 요구하기도 한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마저도 학기 중에는 학생들이 많아 구할 수 없을 지경이다. 비단 이와 같은 사례가 대학가뿐일까. 쪽방촌으로 눈을 돌리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화장실을 비롯한 공용공간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난방이나 수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1평 남짓한 쪽방에, 임대업자들은 30만원 가까운 월세를 요구한다.그럼에도 이들은 이 부조리한 폭리 앞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목돈을 구할 수 없고 학교나 직장 가까이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임대업자의 폭리 앞에서 철저하게 ‘을’일 수밖에 없다. 단지 이것을 평생의 집이 아닌, 충분한 돈을 모을 때까지 거쳐 가는 ‘주거경로’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뿐. 쪽방에 거주하는 주거 빈곤층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목돈을 구할 수 없고, 당장에 수십만 원의 돈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빈곤 계층의 사람들에게, 월 30만원의 쪽방이란 노숙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한국 사회는 이들에게 청년이라는 이유로, 직장인이라는 이유로, 빈곤계층이라는 이유로 주거에 있어 부조리한 폭리를 방조하고 강요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와 같은 주거 빈곤 계층은 주거비용을 줄이기 위해 잠만 잘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공간을 찾아 헤맨다. ‘집’이 ‘집’일 수 없는 시대, 각각의 이유로 주거를 위한 부조리한 비용을 지불하며 인내할 수밖에 없는 시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일들조차도 자본주의라는 미명하에 용납돼야 할까.

2023-07-11

우리는 왜?

우리 집의 구성원은 단출하다. 나, 동생 그리고 강아지 보리. 우리 셋은 서로를 의지하며 아웅다웅 살아가는 중이다. 나는 집안에 큰 어른답게 대소사, 이를테면 생활비 정산이나 집의 관리 및 수리, 청소, 요리, 빨래 그리고 보리의 산책을 맡아서 한다. 동생은 그런 나를 도와주는 역할이다. 내 눈치를 보면서 이리저리 사부작대는데 하나같이 내 성엔 차지 않는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나의 감정적인 부분을 잘 보듬어 주고 늘 최고의 조언을 내어놓는다.우리는 일곱 살 터울이 있는 자매다. 외형이나 성격적인 면에서도 완전히 다르다. 동시에 서로만 아는 약한 부분이나 공유하고 있는 많은 면면이 있다. 우리는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고 교육자인 부모님을 두었으며 스무 살에 집을 떠나 자취를 시작했다. 나는 소설을 쓰고 동생은 그림을 그린다. 최근 동생은 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매일 같이 집을 나서서 밤늦게 돌아오고 작업실에서 밤을 새우는 날도 부지기수다. 커다란 캔버스를 앞에 두고 붓을 잡는 동생을 상상해 본다. 백지 위로 깜박이는 커서를 뚫어져라 노려보는 나의 마음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동생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곤 한다. 최근 우리의 화두는 예술로의 진입을 알리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관한 것이다. 인공지능의 작품이 공모전에서 상을 탔다든가 책을 출간하고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으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결론이 난다. 인공지능은 인공지능, 인간은 인간이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발끈 소리친다. 이러다 이 집에서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생명은 강아지밖에 남지 않을 거야! 죽지도 아프지도 않는 애완 로봇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기사는 보리의 귀여움마저 무색하게 만들었지만.인공지능이 두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여럿 있다. 그중 하나는 로봇은 삶의 고난에서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경제적 곤궁에서 허덕이거나 세상에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자괴감, 상대와의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이나 하는 것 없이 나이만 먹고 있다는 조바심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인간은 저마다의 속박에 사로잡혀 필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현실의 문턱에 좌절하며 주저앉기는커녕 계속해서 꾸준히 엄청난 양의 작품을 생산해 내는 로봇이 어쩐지 까마득하게 보이는 것이다.처음 사진기가 발명되었을 때도 그랬다. 사진기의 발명과 더불어 회화는 본격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그간 화가들이 그렸던 전원풍경이나 정물 사진을 짧은 시간 내에 또렷하게 찍어낸 사진은 그림보다 훨씬 정교했으며 실용적이었다. ‘이 순간부터 회화의 역사는 막을 내릴 것이다’고 주장하는 화가들도 있었다.그러나 사진의 등장은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회화의 발전을 가지고 왔다. 그중에서도 신조형주의의 화가 몬드리안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로 시각적 충격을 주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우주의 진리와 근원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때와 장소에 따라 변하는 사물의 겉모습을 떠나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했던 예술가들로 인해 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이 탄생했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럼에도 의문이 든다. 우리는 왜, 무엇을 위해 예술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까? 가끔은 동생과 내가 가로등을 향해 돌진하는 나방처럼 느껴진다. 빛나는 것에 매료되어 날개가 타는 것도 모르는 존재. 그건 예술에 투신하겠다는 숭고함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면에서 순진무구한 천진함에 가깝다.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향해 나아간다. 인공지능이 셰익스피어보다 훌륭한 작품을 써내든, 피카소보다 더욱 센세이셔널한 작품을 만들어 내든, 그런 것은 우리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몬드리안은 말했다. “나 역시 꽃의 겉모습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하지만 더 깊은 아름다움은 바로 그 안에 있다.” 나와 동생은 ‘더 깊은 아름다움’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그러한 해맑음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오늘도 책상 앞에 앉는다.새근새근 자는 동생과 강아지를 보면서 나는 그런 것들에 관해 생각한다. 올해 월세 계약이 끝나면 어디로 이사해야 할지, 집필 중인 소설이 완성되기 전까지 모아둔 돈으로 버틸 수 있을지.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괜찮다. 어떤 미래가 찾아오더라도 서로가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지금처럼 손을 잡고 그 시간을 통과해서 가면 되는 것이니.

2023-07-11

부러웠던 광경

강길수 수필가 7월이 왔다. 7월을 맞으며 떠오른 참 부러웠던 장면이 있다. 바로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 광경이다.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국빈 방문이라는 상징성도 있었지만, 그보다 미국 상하 양원 의원들이 연설 듣는 모습이 내 맘엔 놀랍고도 참 부러웠다. 미국이 괜히 세계지도국이 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전 대통령들의 같은 곳 연설 장면을 볼 때도 비슷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올해가 더 가슴에 와닿았다.이달 17일은 제헌절이다. 하여, 우리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장면이 떠오른 것일까. 당시 언론 기사엔, 44분 연설에 26번의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나도 그 심야에 중계방송을 다 보았었다. 미 상하 의원 535명이 모두 참석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티브이 화면에 나오는 의원들의 얼굴, 얼굴들 모습에 하나같이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배어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국익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마음을 저절로 들게 했다.이 글을 쓰려고, 2017년 11월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 동영상을 찾아 시청했다. 연설 중 19회 박수는 있었으나, 기립박수는 한 번도 없었다. 화면에 비치는 우리 의원들 표정은 얼굴 따로, 마음 따로인 것만 같았다. 내 마음 상태 때문인가 싶어 윤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다시 보았다. 하지만, 결론은 같았다. 미국 의원들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애국심, 헌신 같은 느낌을, 우리 의원들의 표정에서는 거의 엿볼 수 없었다.국민인 내 눈에 비친 우리 정치권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하는 사람을 눈 닦고 보아도 찾기가 어렵다. 국익보다 진영이나 사익만을 추구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입으론 국민만 들먹인다. 우리 겨레의 역사에 ‘사색당파’라는 말이 우연히 생긴 게 아님이, 오늘날 우리 정치권 행태에서도 드러난다. 나라보다 가문과 당파의 이익이나 권세를 앞세웠던 부끄러운 역사가 지금도 유전되고 있는 것일까.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6·25 한국동란 때 유엔군은 기꺼이 참전, 국군과 함께 목숨 바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2014년의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6·25 전쟁의 한국군과 유엔군의 총피해자는 77만2천608명(한국군 62만1천479명, 유엔군 15만1천129명)이다. 이중 전사자가 17만5천801명(한국군 13만7천899명, 유엔군 3만7천902명)이나 된다.북한군 남침, 중공군 개입, 민간인 피해 등을 더 말할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에 있다. 6·25 전쟁만 보아도 확실히 그렇다. 만일 누가 북한 체제가 더 좋다면 그는 탈남(脫南)하여 북한에 가면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함께 살며 국민이 주권자인 나라 대한민국이 1인 독재 체제 북한같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부디 우리 정치권이 나랏일 앞에서 ‘포스트 사색당파’란 오명을 벗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것이 장미 만발한 지난봄, 우리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날의 ‘부러웠던 광경’이 제헌절 품은 7월에 정치권과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다.

2023-07-10

세상은 반대에 끌린다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1990년대 중반에 SBS에서 방영했던 ‘LA 아리랑’이라는 시트콤 드라마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LA 한인타운에서 살아가는 한국계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드라마는 신(scene)이 전환될 때마다 LA 한인타운의 풍경들을 잠깐씩 비춰주는데, 가로수로 야자수가 심어진 모습, 번화한 거리에 한글 간판이 붙어 있는 모습들이 이국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친숙하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하면 이 드라마는 ‘아메리칸 드림’의 1990년대 버전에 가까웠던 것 같다.드라마에서는 거의 재현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자리 잡기까지 이민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결코 작지 않았다. 아시아계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개선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가시적·비가시적 차별이 존재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증가하기도 하였다. 흑인이나 히스패닉(중남미계 미국 이주민)의 경우 인구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관계로 이들을 조명하는 문화적 시도들도 많은 반면, 아시아계 이주민에 초점을 맞춘 문화콘텐츠는 매우 드물었다.그런데 최근 들어 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 ‘미나리’, ‘라이스보이 슬립스’나 캐나다에서 대흥행한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지금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계(넓게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 찾기의 문제에 주목하였다.지난 6월 14일 개봉한 장편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또한 아시아계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땅, 불, 바람, 물이라는 네 가지 원소들이 모여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불 종족 여성 ‘앰버’가 겪는 이중적 억압의 문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한다. 작중에서 불 종족은 다른 세 종족에 비해 사회문화적으로 차별받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이루어 살아간다. ‘엘리멘탈’이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인종차별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인종집단 내부의 억압과 차이의 문제도 함께 다룬다는 것이다. 앰버는 ‘불’이라는 인종적 정체성에 의해 자신이 대표되는 것을 힘겨워한다. 앰버의 아버지는 그녀가 잡화상을 물려받길 원하지만, 앰버는 이민 1세대인 부모가 힘겹게 일궈낸 것들을 존경하면서도 그것을 물려받아 지켜내는 일에 커다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민족주의적 관점으로만 바라본다면 그들은 동포인 동시에 영원한 타자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이민자 개개인의 목소리와 욕망은 소거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이산(離散)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존중과 함께 그들을 타자가 아니라 사회에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부여하는 동료 시민이자 이웃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급속히 다문화 사회로 진입해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엘리멘탈’ 포스터에는 “세상은 반대에 끌린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낯선 것, 다른 것, 이질적인 것들이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2023-07-10

지방시대委 출범, 잘사는 지방시대 실현을

윤석열 정부의 지방정책을 총괄할 대통령 직속의 지방시대위원회가 10일 출범했다. 지방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출범하는 지방시대위원회는 앞으로 5년간 정부가 내건 지방시대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또 지방시대 종합계획 수립 및 각종 균형발전 시책과 지방분권 과제도 추진하게 된다.윤 대통령의 공약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 사는 지방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애타게 갈망하던 지역이 거는 기대감은 높다. 인구감소와 노령화 등으로 도시 자체가 쪼그라드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지방의 이런 기대에 지방시대위원회가 제대로 부응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역대 정부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국가시책으로 삼고 정책을 수행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이는 중앙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지자체가 이를 따르게 하는 중앙 주도 방식이어서 지방의 자율성이 떨어지고 지방의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때문이다. 윤 정부의 지방시대위원회는 자치권과 균형발전을 총괄하면서 지방의 주도성을 높임으로써 정책 효과를 키워보겠다는 전략이다.특히 기회발전 특구를 지정해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과 직원에게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수도권에 쏠린 인구를 분산하겠다는 생각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과거 정부가 그랬듯이 균형발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으면 기구는 늘 허울에 그칠 뿐이다.윤 정부의 지방시대위가 대통령 자문기구에 그치고 있는 것도 이런 우려를 가지게 한다. 올 연말까지 이전될 것으로 보였던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내년 총선 이후로 밀린 것도 윤 정부의 국가균형 정책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대구경북 등 전국의 지자체는 지방시대위 출범에 여느 때보다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역대 정부와는 다른 윤 정부의 확고한 균형발전 의지가 지방시대위를 통해 실현되기를 바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지방이 회생할 수 있는 정책들이 성과를 내면서 대통령의 말대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

2023-07-10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의 운명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은 대구시 북구 검단동 고속도로 변에 위치해 있다. 대구시민에게 소고기와 돼지고기 및 부산물을 공급한다.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및 신선한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구시가 1969년 설립했다. 신흥산업이 1970년 달서구 성당동에 개설된 시립 도축장때부터 운영을 맡아왔다. 도축장은 도시지역 확대와 주변의 주택지화에 따라 악취 공해 및 교통 혼잡을 유발했다. 1981년 4월 서구 중리동으로 신축 이전했다. 2001년 5월 다시 현재의 검단동으로 이전했다.53년 역사의 대구축산물도매시장이 마침내 문을 닫는다. 대구시가 위탁운영 기간이 끝나는 오는 2024년 3월 폐쇄키로 한 것. 전국 70개 도축장 중 유일하게 행정기관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동안 시설 노후화에 따라 개보수 비용이 급증하고 대구시가 인건비 등으로 연간 14억 원의 시비를 부담해 왔다. 인근에 첨단신도시인 금호워터폴리스가 내년 6월 준공될 예정인데다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도축장은 이전이나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하루 어미돼지 200마리를 처리했던 대구 도축장이 문닫으면 경북도내에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 경북 양돈농가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경북 도내 도축장시설 증설이 과제로 떠올랐다. 도축장 폐쇄 시 직원과 중도매인 등 종사자들의 대책도 필요하다. 대구의 대표적 먹거리 명소인 막창 골목도 원료 수급에 비상이다. 묘안을 찾아야 할 판이다. 대구시는 폐쇄될 도매시장 부지(3만7천579㎡)에 도시철도 4호선 차량기지를 설치할 계획이다. 입지를 찾지 못해 애태우던 4호선 차량기지 문제가 일시에 해결됐다. 대구시는 꿩 먹고 알 먹기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0

의대 광풍의 그림자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의대 광풍(狂風)이 거세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에서 시작된 ‘초등생 의대 진학반’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을 이끌어야 할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휴학·자퇴·재수를 서슴지 않는다. KAIST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과 포스텍의 재학생 중 매년 200여 명이 자퇴 후 상당수가 의대에 가고 있다.이러한 ‘의대 블랙홀’은 심각한 문제이며 원인 분석과 대책이 시급하다. 의대 광풍의 원인은 무엇보다 고소득·안정성에 있다. 공대는 SKY대라도 취업이 쉽지 않지만, 의대는 지방대라도 취업 걱정은 없다. 공대는 고소득자가 되려면 석·박사가 필수지만, 의대는 비인기전공이라도 고소득이 보장된다. 특혜나 다름없는 의사면허증이 사회의 공정성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의대 광풍에도 의사가 없다”는 아우성은 ‘불편한 진실’이다. 의사들이 힘들고 위험한 필수진료과(외과·내과·소아과·산부인과)를 기피하고 돈이 되는 전공(피부과·성형외과·이비인후과)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의 한 종합병원은 연봉 10억을 제시했는데도 심장내과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 의사들은 신입생 증원, 간호법, 의사면허취소법 등을 반대하고 있으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환자를 인질로 삼아 파업도 불사함으로써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물론 존경받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평생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헌신·봉사하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 상태에서도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던 장기려 박사, 94세 임종하는 그 순간까지 소외된 환자들을 보살폈던 한원주 원장과 같은 ‘한국의 슈바이처들’이 지금도 촌각을 다투는 생사의 현장을 지키고 있다. 부와 명예를 내려놓고 오직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 덕분에 의사들이 존경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처럼 의사들에게는 두 얼굴이 있다. 우리는 의대 광풍에서 ‘빛’이 되어야 할 의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본다. 의사가 존경받으려면 돈과 명예가 아니라 희생과 헌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의사는 성직자와 같이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필수진료과를 기피하고 돈이 되는 전공에 몰리는 의사들의 행태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의대 광풍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 정부는 의사들의 파업에 굴복하여 18년째 동결된 정원(3천58명)을 대폭 확충하여 붕괴된 필수의료체제를 조속히 복구해야 한다. 기득권이 강화되어 특권층이 되어버린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의사는 생명을 맡긴 환자의 믿음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 의사에게는 전문성 못지않게 소명의식이 중요한 이유다.의사의 행복과 소명의식은 적성과 자질에서 나온다. 고소득과 명예에 현혹되어 의대 광풍에 휘둘리는 부모의 욕심은 자녀의 불행을 초래한다. 부모와 선생님의 권유로 2015년 명문 Y대 의대에 들어갔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서 올해 초 자퇴하고 다시 J대 수학교육과에 입학한 B군의 사례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23-07-10

경주, ‘SMR산업의 중심도시’ 인프라 다진다

경북도와 경주시, 한국재료연구원이 지난 주말(7일)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원자력 소부장 업계에서는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SMR 산업의 허브도시를 꿈꾸는 경주시로서는 꼭 한 배를 타야하는 싱크탱크다. SMR은 특수 극한상황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 재료와 3D 프린팅 신제작 기술이 필요함에 따라 이 분야 최고의 원천기술을 지닌 연구기관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세 기관은 앞으로 SMR 소부장 기술개발과 제작을 위한 기반 구축, 공인 인증체계 개발, 테스트베드 구축, 전문인력 양성에 협력하고, 한국재료연구원 경북센터 설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주시는 이미 SMR 산업의 중심도시로 부상할 준비를 차근차근 해오고 있다. 경북도가 국내 가동 원전 24기 중 11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SMR전용 국가산업단지 유치에 성공했다. 동경주 일원에 들어서는 SMR 국가산단은 규모만 150만㎡에 달하고 투입되는 예산도 3천966억원에 이른다. 국가산단이 가동되면 225개 기업이 입주해 SMR 수출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지난해 7월에는 감포읍에 SMR 연구개발 인프라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건설공사도 시작됐다. 이 연구소는 2025년 문을 연다. 이번에 한국재료연구원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연구소가 더 힘을 얻게 됐다.SMR산업은 미래 전력시장을 주도할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앞다퉈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10년정도 지나면 세계시장 규모가 6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이 1천배 정도 높고 전력을 맞춤형으로 분산 공급할 수 있다. 친환경적이면서 안정적 전력생산이 가능해 정부의 탄소중립 에너지 정책에 부합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언급했지만, 앞으로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중심이 돼 개발할 한국형 SMR이 경주 국가산단에서 생산돼 세계시장을 선점하길 기대한다.

2023-07-10

보부상이 거닐던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미역 소금 어물 지고 춘양장 가는 고개/ 대마 담배 콩을 지고 울진장을 가는 고개/ 반평생을 넘던 고개 이 고개를 넘는구나/ 서울 가는 선비들도 이 고개를 쉬어 넘고/ 오고 가는 원님들도 이 고개를 자고 넘네/ 꼬불꼬불 열두 고개 주물주도 야속하다/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내 고개를 언제 가노”전해져 내려오는 민요에서 언급된 이 고개는 경북 북부 울진과 봉화를 넘나들며 전국의 장시를 다니던 보부상들이 남겨놓은 옛길이다. 현재 산림청에서 조성한 첫 숲길이자 과거 동해안과 내륙의 물류가 오고 가던 창구이기도 했다. 12령이라 불렸으며, 울진·죽변·흥부에서 시작하여 북천 두천리(말재)를 지나 바릿재와 샛재를 거쳐 봉화로 이어진다. 조선 후기에는 전국적 단위를 형성하여 성장하던 보부상들이, 일제강점기 이후로는 등짐장수·지게꾼·선질꾼이라 불리는 지역 단위의 행상인들이 주로 이 고개를 애용하였다. 이들은 많게는 100명까지도 모여 함께 고개를 넘었으며, 샛재 성황사에 상업의 번성과 안녕을 비는 제를 올렸고, 성황사 내 중수 현판에 그 기록을 남겼다. 과거에는 여러 주막도 있고, 서낭당도 있어서 밥을 먹거나 하루 쉬어가기도 했던 12령 길은 현재 교통로로서의 가치는 거의 상실했다. 불영계곡 옆 36번 국도가 개설되어 물류의 통행로가 변화하기도 했고, 무장공비 사건으로 소수 남아있던 마을을 이전하기도 했다. 지금은 2007년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이 조성되고 일반에 개방되면서 우리 문화재 유지·보수를 위한 보호 임업 자원이자 관광명소로서 그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예부터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함께 성장해 온 나무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솔’은 우두머리라는 뜻을 가지는데, 늘 푸른 모습이 절개와 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인기가 있었다. 또한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 생활 전반에 쓰임이 많았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잎을 매달아 경계 삼았고, 죽으면 관의 재료로 활용하였다. 때로는 나무 속살로 구황을 위한 죽을 끓이고, 때로는 송화 다식·송편·송기떡·송엽주 등 먹거리로 만들었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소나무의 여러 쓰임에 익숙해져 있다.이러한 소나무 중에서 소위 명품으로 인식되는 것은 황장목·춘양목이라고도 불리는 금강소나무다. 금강소나무는 단단한 심재가 유난히 많아 황색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황장목으로도 불린다. 다른 미송에 비해 천천히 자라는 반면 강도가 2배 이상 강하고, 줄기가 30미터 이상 가늘고 곧게 자라고, 나이테의 폭이 좁아 무늬가 아름답고, 조직이 치밀하여 뒤틀림이 적고, 천연방부제 성분이 배어 나와 잘 썩지 않는다. 특히 해충의 피해에 강하며, 내구성의 변화도 거의 없어서 기와가 올라간 무거운 한옥의 지붕도 잘 견디므로 궁궐과 같은 목조 건축물의 자재로써 인기가 매우 높았다. 조선 후기에는 왕실에서 금강소나무로 만든 관곽묘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60처의 황장봉산이라는 보호구역을 설정하여 입산을 금지하기도 했다. 숙종때 처음 실시되었던 조선의 봉산제도는 용도에 맞게 생산임지·공익임지·준보전임지로 나누는 현재의 제도처럼 선재와 건축재를 위한 봉산, 지정학적 요충지로서의 봉산, 관곽재를 위한 봉산, 수도(한양) 인근의 봉산으로 나눠 관리하였다. 봉계석은 대개 자연석을 그대로 사용하여 음각으로 새기고 산지기 이름과 경계를 표시하였다. 현재 대부분의 금강소나무 숲이자 과거 황장봉산은 강원도와 경상 북부를 잇는 태백산맥에 집중되어 있다.한편으로 금강소나무는 춘양목으로도 불린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80년대 초까지 건축과 땔감용으로 많이 벌목되었는데 주요 공급처인 서울에 공급되기 전 춘양역에 모아서 보냈기에 춘양목이라 불렸다. 일제강점기에는 강릉에서 베어진 금강소나무가 호산항에 집결되어 일본으로 반출되기도 했다. 금강소나무는 일제강점기·한국전쟁·산업 발전 시기를 거치는 동안 보호보다는 활용에 더 치중되었고 손쉽게 벌목되었다. 일본이 ‘신궁산림 200년 계획’을 세워 매년 봄 200~300년 후에 쓸 나무를 심고 보호하는 것에 비해 뒤늦게 금강소나무 숲을 보호하기 시작했다.현재 울진에 가면 국유림 금강소나무 숲길-보부상길·오백년소나무길·화전민옛길·대왕소나무길·보부천길-이 있다. 옛 보부상들이 무거운 등짐을 지고 넘어 다녔던 그 길을 지금은 500년 이상 자리를 지킨 금강소나무를 보기 위해 거닌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최정화 스토리텔러

2023-07-10

표류하며 뒤집히는 삼각형

패션모델계에서 시작한 영화는 호화 유람선으로 무대를 옮긴다. 잠잠했던 유람선은 바다의 기상에 따라 흔들리고, 해적의 습격을 받아 침몰한다. 그리고 난파된 유람선에서 탈출한 8명의 사람들은 섬에 표류된다. 장소에 따라 모두 세 개의 장으로 구셩된 영화는 1부 ‘칼과 야야’, 2부 ‘요트’, 3부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3개의 구성을 관통하는 것은 ‘돈’이다. 돈을 축으로 계급과 인종, 성차별과 권력의 관계를 담는다. 숱한 상징과 은유가 있지만 깊거나 복잡하지 않다. 그래서 표면적이고 직접적이다. 1부인 ‘칼과 야야’에서는 패션모델계에서 남녀 모델의 차별을 다룬다. 모든 신체적 조건까지 세분화되어 평가되며 표정조차도 대중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에 따라 바뀐다. 차별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등급에 따라 위치가 달라진다. 패션쇼 무대 정면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낙관주의를 가장한 냉소주의’라는 제목이 있지만 맥락도 없고, 의미도 와닿지 않는다.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한 장치. 화려하게 드러나는 것들의 치장을 지적한다. ‘평등’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지만 무대 밖에서 펼쳐지는 상황은 돈에 의해 자행되는 불평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칼과 야야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누가 돈을 내느냐의 문제로 다투는 장면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2부인 ‘요트’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거의 모든 것들이 집중되어 있다. 호화 요트는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이자 첨예한 계급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장소다. 부유한 탑승객과 이들을 시중드는 승무원, 노동자라는 3개의 계급만이 존재하고, 그들이 속한 계급 내에서도 역할에 따라 지위가 나뉜다. 요트라는 한정된 공간은 계급에 따라 역할이 다르고 그들의 활동공간이 철저히 나뉘는 장소로 작용한다.이곳에서도 ‘평등’은 재등장한다. 1부 패션쇼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타이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는 문장이 단순히 있어 보이기 위한 보편적인 평등을 장식적으로 사용했다면, 2부에서는 보편적인 평등이 주는 위선과 조롱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평등을 말하고 그 평등함은 보편적인 혜택과 지위를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계급에 따라 ‘평등’이 주는 무게감이 다르며, 상황에 따라 폭력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한정된 공간, 단순한 장소는 돈을 향한 욕망과 계급을 달리하는 ‘평등’이라는 표면적인 언어가 주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견고했던 계급의 삼각형은 서서히 닥쳐오는 폭풍우와 함께 흔들린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폭풍우와 함께 조금씩 흔들리던 요트 위에서 배멀리로 인한 구토의 대향연(?)이 펼쳐지면서 우아함과 존엄을 잃고 무너지고 뒤집어 지는 인간군상의 모습이 그려진다.폭풍이 지나간 후 해적의 습격으로 배는 침몰하고 섬에 표류한 8명의 생존자들과 함께 3부가 시작된다. 견고했던 계급의 삼각형이 흔들리고 뒤집어 지면서 요트라는 기존의 세계가 붕괴되고 섬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다다른다. 이제 이곳에서의 8명의 생존자들이 기존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계급이 전복되어 또 다른 계급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섬에서 필요한 생존에 관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사람은 청소부 에비게일이다. 이를 통해서 에비게일은 무리의 중심에 서게 되고 사람들에게 역할을 나눠주면서 새로운 위계질서를 만든다. 이전에 각자가 몸담고 가지고 있던 부와 명예, 사회적 지위는 무용지물이 되고 오직 생존과 연결된 것들만이 가치를 지니면서 새로운 계급이 만들어진다.흔들리고 전복된 삼각형은 사람만 바뀌었을 뿐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부와 명예에 따라 나눠졌던 계층이 오직 생존을 위한 기술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흔들고 굴려보고 뒤집어 보아도 삼각형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 모든 것들은 직설적이고 단순하게, 조롱과 함께 발칙하게 그려진다. ‘올해 가장 웃긴 영화, 어쩌면 앞으로 영원히’라는 광고문구는 이해되지 않는다. 단 한차례도 웃질 못했다.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주)Engine42 대표 김규형

2023-07-10

주민에게 피해를 떠넘길 순 없다

김진국 고문 나랏일이 공깃돌보다 가볍다. 1조 7천억 원이 넘는 사업이 하루아침에 이리저리 뒤집히고, 생겼다 사라진다.공자는 “군자가 신중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움에도 단단함이 없다”(君子不重 則不威 學則不固)라고 했다. 이순신 장군도 옥포해전에 앞서 부하들에게 “망동하지 말고 태산처럼 침착하고, 무겁게 행동하라”(勿令妄動 靜重如山)라고 당부했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민주당은 특위까지 만들어 조사에 나섰다. 그러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노선 검토뿐만 아니라 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안을 백지화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무슨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일을 이런 식으로 하는지 기가 찬다.2017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이후 추진돼 오던 사업이 그냥 사라졌다. 지역 주민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책임을 다 떠안아야 하나. 결국은 정치 싸움 탓이다. 야당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땅 때문에 고속도로 노선을 바꿨다며 정치 공세에 나섰고, 원 장관은 “그러면 다 하지 말자”라고 어깃장을 놓았다.사실 다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고속도로 노선이 갑자기 바뀌었는데, 바뀐 종점 부근에 대통령 부인 일가의 땅이 축구장 5개 크기가 될 정도로 많다고 한다. 그러면 당연히 의문을 품을 만하다. 야당 정치인이라면 문제를 제기하고, 조사해야 마땅하다. 사실 옥신각신하는 여야 공방을 보면서 필자도 그 인과관계를 깔끔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정치적으로 호불호에 따라 어느 쪽을 편들 수는 있겠지만, 의문이 말끔하게 해소된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물론 정부나 집권당이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취임 이후 야당은 한 번도 협조한 적이 없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특히 대통령 부인은 야당이 공격을 집중하는 표적이다. 한번 문제를 제기하면 합리적인 해명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일부 네티즌은 무속 문제 등을 제기하며 사진을 조작하는 등 가짜뉴스도 만들었다. 심지어 13년이 지난 천안함 피격사건조차 아직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이 있으니 말해 무엇하겠나. 해명을 해봐야 내년 총선까지는 의혹을 끌고 갈 것이라는 걱정이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그렇지만 국정을 계속 이런 식으로 끌고 가야 하는지 걱정이다. 야당은 온갖 의심과 의혹을 부풀리고는 합리적 조사와 정리, 대안 만들기는 회피하고, 정부·여당은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수조 원짜리 국가사업을 기분에 따라 마구 뒤집고…. 다 할 말은 많겠지만, 정치인들의 진흙탕 싸움에 죽어나는 건 국민이다. 차라리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처럼 이종격투기라도 하는 게 국민에게 피해는 덜 주지 않겠나.원 장관이 백지화하겠다는 건 사태를 수습하는 속임수에 가깝다. 그 정도의 충격적 요법이 아니면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욕하면서 같은 길을 간다. 국민의 공포, 두려움, 혐오감을 창과 방패 삼아 정치적 이익, 총선 의석을 지키려는 것이다.문제는 절차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양서면으로 그어졌던 노선을 갑자기 강상면으로 바꾸려면 합당한 과정을 거쳤어야 옳다. 그렇게 바뀐 이유와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나들목이 아니라도 서울 가는 시간이 단축되는 건 사실이다. 억지 해명은 오히려 의혹을 부풀린다. 또 해명대로 아직 결정되지 않은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라면, 왜 다른 대안들을 추가로 검토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사업 백지화로 의혹을 해소할 수는 없다.야당도 무조건 과거 노선으로 돌아가자고 할 건 아니다. 원래 노선과 대안 노선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따져봐야 한다. 전략환경영향 평가 결과를 보면 대안 노선이 우수한 이유를 많이 설명해놓았다. 김 여사 가족 땅이라고 무조건 피해 갈 수는 없다. 공청회를 열든 여론 수렴을 거쳐 노선을 정리하고, 사업은 다시 진행하도록 정치권이 합의하는 게 옳다. 애먼 주민들에게 피해를 감당하라고 할 수는 없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7-09

기후위기상황서 인류의 생존전략, ESG경영

유성찬 (협동조합) 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포항시민연대 공동대표 2007년쯤 필자가 한국환경공단의 관리이사(현 경영본부장)로 재직중이었을 당시에 필자에게 경영전략에 대해 조언을 하고자 찾아온 경영학박사 한 분이 있었다.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기업에서 경영전략을 수립해본 경험이 있는 그 이는 공공기관의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일이 즐거운 기업, 여성친화적 기업, 평화적 노사관계, 인권을 중시하는 기업 등 요즘 기업문화에서 대세를 이루는 경영방침들을 조언해 주었다.이후 한국환경공단을 포함하여 모든 공공기관들은 당시 기획재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성과평가로 인해 경영전략들이 현대화, 고도화되기 시작하였다.그래서 필자도 그 경영학박사로부터 배운 학습효과로 나름대로 좋은 경영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노사관계와 관련하여 노동조합과 함께 한국환경공단의 새로운 노사문화정립을 위해 추진했던 활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다시 2019년 한국환경공단으로 돌아와 상임감사 역할을 맡아 일을 할 때에는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19가 창궐하여 팬데믹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팬데믹의 원인이 기후온난화로 인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득세였다는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주장과 뉴스가 넘쳐났다.이 무렵에 비로소 공공기관에서는 ESG경영이라는 화두가 본격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E(환경-Environment), S(사회적 가치-Social), G(투명성 또는 지배구조-Goverance)라는 의미를 가진 ESG경영방법론이 바로 그것이다.평생고용, 안정적, 평화적 직장문화를 추구하는 유교자본주의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지구환경문제, 인류파멸을 막아야 하는 경영방법론으로 ESG경영방침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또한 ESG경영방법론은 세계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으뜸의 방침으로 등장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전(全)사회적이고도 사회경제적, 국가제도적인 정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경쟁하는 정글, 적자생존의 시장경제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한 자본주의라면 당연히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ESG경영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위계질서보다는 직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여성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 직원들의 자존감을 살려주는 회사분위기, 중소기업의 이익도 챙겨주는 동반성장과 공유경제, 청년들의 벤처정신을 살리는 진취적인 기업, 직원들의 가족에서부터 지역사회의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업시민 등의 의미를 갖는 ESG경영전략은 시장경제사회를 ‘사람이 사람다운 기업문화’로 변화시켜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ESG경영에 기반한 미래사회의 사회상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첨언하여 ESG경영전략의 태동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의 연합체인 유엔(UN)은 인류의 평화적 생존을 위해 2000년에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라는 의제를 채택하였다.그 의제의 핵심적 목표는 지구상의 빈곤인구를 2015년까지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밀레니엄개발목표는 성공을 하지 못했고 연장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후위기가 지구를 덮쳤다. 지구의 온도가 1.5℃ 더 상승하면 인류는 파멸할 것이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지구촌사회에서 체결된다.그리고 현존하는 우리 세대의 삶을 지속가능하면서, 우리의 후손들인 미래세대의 삶도 지속가능하도록 유지되는 새로운 발전목표가 필요하다는 데에 유엔은 결론을 내렸다.즉, 2000년 밀레니엄 시대까지는 지구온난화가 에너지의 절약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막연히 계획을 하였다가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부터는 탄소중립(넷제로)문제가 인류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생존전략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그래서 유엔은 다시 밀레니엄 개발목표(MDGs)를 업그레이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2015년 유엔총회에서 발표하였던 것이다.17개의 목표 중 주요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모든 형태의 빈곤퇴치, 지속가능한 농업, 성(gender)평등, 깨끗한 물, 값싼 청정에너지, 양질의 노동과 경제성장, 불평등의 감소, 지속가능한 도시 및 공동체, 기후변화와 대응, 합리적인 수자원 활용, 토양 및 삼림보호, 평화와 정의로운 제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범지구적인 연대가 그것이다.그리고 유엔이 지구를 지키는 생존전략으로 제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공공기관과 시장경제, 기업문화에 적용시킨 경영방법론이 ESG경영이다. 그렇기에 기후위기 상황에서 인류의 생존전략 또한 ESG경영인 것이다.

2023-07-09

웃으면 복(福)이 와요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이 있다. 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는 문으로는 만복이 들어옴)’라는 말도 있다.웃어야 할 때 웃지 못하는 것은 삼류, 웃을 때 웃을 수 있는 것은 이류, 힘들 때 웃는 것은 일류이다. 웃을 준비가 돼 있는 사람, 아무리 어려워도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복(福)이 들어온다.그러나 얼굴을 찡그리고 매사 부정적인 사람, 그래서 마음의 문이 닫힌 사람에게는 복(福)이 들어오기 어렵다.‘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태어날 때는 부모가 만든 얼굴이지만, 그다음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드는 것이다.웃음은 정신과 신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웃음의 의학적·건강학적인 효과는 무수히 많이 있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해주는 ‘항 스트레스 효과’가 있다.인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개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을 지나치게 항진시켜 문제를 일으키는데, 웃음은 부교감신경을 항진시켜 교감신경의 항진을 상쇄시키고 교감신경자극으로 인한 긴장을 이완시켜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경 내분비계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과 에피네프린(epinephrine)이 분비된다.그런데 웃음은 코티솔과 에피네프린의 양을 줄이고 엔돌핀(endorphin), 엔케팔린(enkephalin)을 대량 분비시킨다. 적대감, 분노 등을 누그러뜨리고, 뇌에 쾌감을 줘 스트레스받을 일도 스트레스가 되지 않게 한다.웃음은 건강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면역기능을 증진하고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면역기능이라고 하면 한마디로 우리 몸의 군대이다. 국가도 군사력이 강해야 다른 나라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우리 몸도 면역력이 강해야 병에 잘 걸리지 않고 설사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병과 싸워 이겨 회복이 빨라진다.웃음 특히 입이 쫘악 벌어지는 호탕한 웃음은 비록 짧은 순간이라도 항체 생성 효과, 즉 면역력 증가 효과가 3일 이상 지속된다.따라서 하루에 한번이라도 크게 웃는다면 의사를 멀리 할 수 있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아 한번 얼굴을 찡그리면 하루 동안 면역기능이 훨씬 낮아진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어 있다.웃음은 대인관계에도 윤활유 역할을 한다.‘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속담처럼, 내가 먼저 웃으면 상대방도 잘 대해 준다. 밝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에겐 호감이 간다.미소가 만연한 얼굴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고 신뢰감도 상승한다. 밝게 웃는 사람에게는 유대감도 깊어지고 그 밝은 에너지는 주위로 잘 전이되어 좋은 사람이 모인다.이렇듯 웃음은 인간관계에도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미인계(美人計)보다 미소계(微笑計)가 한수 위이다.웃음은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이 웃으면 웃을수록 좋다. 물론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흔히들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라고 하지만,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긴다’고 말하고 싶다. 웃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진짜로 웃을 일이 생긴다.안면 피드백 이론(Facial feedback theory)에 의하면, 우리의 감정은 얼굴 표정에 영향을 받는다.우리는 표정을 통해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기분이 좋을 때만 웃는 것이 아니라 웃음으로써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웃을 수 있을까. 웃을 여유조차 없는데 어떻게 웃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그러나 가장 심하게 고통받는 순간 우리는 웃어야 한다. 웃음은 몸과 마음이 아플 때 견딜 힘을 주는 엔돌핀, 엔케팔린 같은 뇌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분비된다.또 행복호르몬인 도파민(dopamine), 세로토닌(serotonin) 분비까지 증가한다. 웃음은 마약성 진통제보다 더 강력한 천연진통제이고 어떤 항우울제보다 더 강력한 천연항우울제인 셈이다.억지로 웃어도 효과가 있다. 억지로 웃어도 얼굴의 근육들이 움직여 뇌에 신호를 보내면 뇌는 웃는 일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후속 일들을 처리한다.우리의 뇌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억지웃음도 효과가 있음이 의학적으로 증명돼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억지로라도 웃어야 한다. 그냥 속으로 ‘김치’라고 말하며 ‘입 꼬리를 살짝 올려만 주어도 된다’. 웃자, 웃자, 매일 웃자. 월요일은 원래 웃고, 화요일은 화사하게 웃고, 수요일은 수수하게 웃고, 목요일은 목숨 걸고 웃고, 금요일에는 금방 웃고, 토요일에는 토실토실 웃고, 일요일에는 일어나자마자 웃자.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얼굴 찡그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어려울수록 힘들수록 마음의 여유를 갖고 웃을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웃어야 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은 뇌과학적으로 증명된 진리(眞理)이다.웃음이야말로 삶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지혜로운 행동이다. 역경(逆境)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2023-07-09

엘리베이터 스피치(Elevator Speech)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기업을 경영하는 CEO의 대표적인 애로사항은 ‘시간 부족’이라고 한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CEO가 일반 직원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 일반 직원이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나 의견이 있어도 CEO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상급자를 통해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평균적으로 1단계 거칠 때마다 약 20~40%의 정보가 왜곡되어 3단계만 거치면 70%가 거짓 정보로 전달된다고 하니 직접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기회 엘리베이터 스피치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일반 직원이 CEO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우연히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가는 시간이 있다면 이때가 가장 좋은 기회인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놓치는 것은 물론 무능함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례로 우연히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되었는데 사장님이 “김 과장!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는 어떻게 잘 돼가나?”라고 물었을 때, 첫 번째, 당황하여 시선은 바닥에 둔 채 머릿속엔 단어들만 둥둥 떠다니며 우물쭈물 어버버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지정된 층에 도착하고, 전해지지 못한 대답은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김 과장의 능력 없음만 사장님의 기억에 남게 되는 유형.두 번째 유형,“계획 중에 있습니다만,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고, 생산성도 달성해야 하고, 해외법인도 지원해야 하고, 인당 생산성, 전력 원단위, 실수율 하락….”까지 말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장님이 내려 버린다면? ‘에너지부는 아직도 문제가 많구먼!’ 에너지부 직원 전체가 무능력으로 전락하게 되는 순간.세 번째 유형, “현재는 에너지 절감에 대한 직원들 의식이 바뀌지 않은 점도 있고, 과제 수행 밀착도도 그리 높지 않지만 지속적인 변화관리와 성공 체험을 하면 의식변화와 함께 3분기 말에는 1차 목표에 도달하고, 김 대리가 현장 배치되는 8월부터는 과제의 내용을 좀 더 밀도 있게 진행하면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는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하고 회장님이 의문 가는 사항 한 가지 정도 질문에 “예, 아니오”단답형 대답을 하고 문이 열리면 김 과장의 앞날도 파릇파릇 잔디를 밟게 될 것이다.이처럼 자신의 업무에 대하여 평상시에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기회가 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일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의외로 보이지 않는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참고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시간을 초과해서 답변하는 것보다는 준비가 안되면 차라리 일찍 대답을 종료하고 그다음 상황을 살피는 게 시간을 초과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위에서는 상황 설정을 엘리베이터에 두고 이야기했지만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서부터 내릴 때까지 약 60초 이내의 짧은 시간 안에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게 내 머릿속의 생각들을 늘 정돈해 두자.

2023-07-09

자전축이 기울다니요

유영희 작가 지난 6월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서기원 교수 연구진이 엄청난 논문을 발표했다.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1993년부터 2010년까지 인류가 퍼 올린 지하수가 2조1천500t이라고 추정하면서, 이렇게 인위적으로 대량의 물이 이동하면서 지구 자전축이 기울었다고 한다. 연구에서는 이 정도 양이면 해수면이 6.24mm 상승할 만하다고 덧붙인다.이 뉴스에 이어서, 며칠 전에는 환경 단체 ‘멸종 저항’이 스페인 전 지역의 골프장의 홀컵을 시멘트와 채소 모종으로 메웠다는 기사가 나왔다. ‘멸종 저항’은 지구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2018년 영국에서 결성된 단체인데, 유명한 청소년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멸종 저항’은 ‘스페인 전역에서 437개의 골프장에 매일 대는 물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합한 인구가 사용하는 양보다 많다’고 주장하면서 유례없는 가뭄에도 인구의 0.6%만이 즐기는 운동을 위해서 물을 이렇게 많이 사용한다고 비판한다. 더 찾아보니, 이 단체는 2022년에도 프랑스에서 골프장 홀을 시멘트로 메운 일이 있었다. 기사로 추측하건대, 올해는 시멘트로 막기만 한 것이 아니라 채소 모종도 심은 것을 보면 운동 방법이 진화한 것 같다.시멘트로 골프장 홀 컵을 메우는 직접 행동으로 ‘멸종 저항’이 벌금을 물거나 체포되지 않았을지 걱정은 되지만, 그 홀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많은 물을 쓰는지 안다면 이들의 직접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미국 골프 협회(GCSAA)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골프장은 매일 물 1억7300만 리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약 58만 명의 미국인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한국 통계를 보면, 2020년 전국의 1만 여개 홀에서 거의 45만 리터를 썼다니, 하루 약 300 리터를 쓰는 한국인 기준으로 1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나 역시 소박하나마 물을 덜 쓰고 오염을 줄이려고 나름대로 애써왔다. 1회용품은 안 쓰거나 재사용하는 것은 물론, 2년 전부터 비누로 머리를 감고 있고, 수십 년간 손빨래를 했다. 세탁기가 물 사용량도 많고 합성세제 때문에 물을 오염시킨다고 해서다.그러나 아무리 수질 오염에 생활하수의 비중이 60%에 달한다고 해도 개개인의 실천에는 한계가 있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질 정도로 지하수 퍼내는 일을 줄이는 것, 골프장의 물 공급을 제한하는 것은 대대적인 정책으로만 가능한 일인데, 이런 소소한 개인의 실천은 자기만족이 될 가능성도 있고, 손가락에 병이 나거나 다른 사정이 생기면 손빨래를 계속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그렇다고 개인의 실천을 멈출 수는 없다. ‘멸종 저항’ 같은 정치적 직접 행동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자기 생활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생수 덜 사먹기, 세탁기나 에어컨 덜 쓰기를 하는 것도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 의미가 있다. 인간이 자전축을 기울였으면 인간이 멈출 수도 있다.

2023-07-09

초복(初伏)

우정구 논설위원 내일(11일)이 초복이다. 사마천 사기에 의하면 진나라 덕공2년(기원전 676년) 음력 6∼7월에 복날을 만들어 개를 잡아 열독(熱毒)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왕은 잡은 고기를 더위에 지친 신하들에게 나누어주며 기운을 차리게 했다고 한다.복날의 엎드릴 복(伏)자는 사람 (人)과 개(犬)가 합쳐진 글자다. 사람이 더위에 지쳐서 개처럼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매년 7월에서 8월 사이에 찾아오는 삼복(三伏)은 초복, 중복, 말복으로 나뉘나 이 시기가 가장 더운 때다. 초복은 대략 7월 11일부터 20일 사이로 소서와 대서 중간이다. 본격적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다.이때는 대개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가고 직장인들도 여름휴가에 들어가 잠시나마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게 된다. 낮 기온은 33도 이상인 날이 많고 밤에는 25도 이상 올라가는 열대야가 자주 등장한다.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체력 소모가 많아 예로부터 체력 보강을 위한 고칼로리 보양식을 먹어왔다. 복날이 바로 보양식 먹는 날이다. 옛날에는 보신탕을 주로 먹었으나 요즘은 삼계탕이 대세다. 육개장, 장어, 추어탕, 흑염소 등도 찾는 이가 있다. 복날 음식은 대체적으로 이열치열의 음식으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문헌 기록을 보면 복날은 우리의 선조들도 술과 음식을 준비해 계곡이나 산을 찾아 더위를 식혔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개를 잡아 파를 넣고 푹 삶은 것을 개장이라 했고 이를 삼복에 좋은 음식으로 꼽았다고 적혀 있다.지금은 보신탕 집이 거의 사라지고 삼계탕과 냉면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초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여름철 건강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09

죽음의 죽음에 대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태곳적부터 인간은 불멸을 꿈꾸었다. 인류의 가장 오랜 서사시로 알려진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주인공 길가메시는 친구인 엔키두의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고통받는다. 필멸(必滅)해야 하는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그는 우트나피쉬팀에게 영생의 비법을 알아낸다. 하지만 우르크를 목전에 둔 지점에서 뱀에게 영생의 불로초를 도둑맞고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대략 4,500년 전에 지어진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죽음은 중요한 주제였다. 죽음과 불멸에 가장 친숙한 사람은 진시황일 것이다. 죽고 싶지 않았던 그도 죽음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가 횡행하면서 대략 680만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일으키는 병은 결핵과 말라리아로 알려져 있다.그런데 결핵이나 말라리아 혹은 코로나19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를 낳는 질병이 있다. 그것은 노화 관련 질병이다. 세계 전역에서 하루 평균 15만 명이 죽는데, 그 가운데 10만 명 이상이 암이나 심혈관-뇌혈관 질환 같은 노화 관련 질환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민주주의의 보급으로 전쟁과 기아,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따라서 21세기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전쟁이나 기아가 아니라 노화와 노화 관련 질병이다.몇몇 미래학자들은 인체의 노화를 되돌리고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학자인 호세 코르데이로와 데이비드 우드는 노화는 질병이며,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공언한다. 그들은 2045년이면 ‘죽음’이 선택사항이 될 수 있다는 담대한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수천 년 전 20∼25세였던 인류의 평균수명은 오늘날 80세를 넘어서고 있으며,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도는 요즘 그들의 주장이 공허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히드라나 홍해파리 혹은 플라나리아 같은 불멸의 생명체에서 인류가 영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고자 수많은 사람이 항노화(抗老化)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그들이 노화를 막고, 궁극적으로는 죽음을 넘어서려는 생명공학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여기서 문제는 죽음이 오기 전까지, 그러니까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핵심적인 과제로 대두된다. 오래 사는 것도 부족해서 영생불사(永生不死)하는 존재로, 그러니까 인간이 신의 반열로 올라설 때 그 인간은 무엇을 지향하면서 기나긴 삶의 시간대를 보낼 것인지, 하는 문제가 급선무로 등장하는 것이다.1762년 출간된 장 자크 루소의 ‘에밀’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양심의 가책 (苛責)과 육체적 고통을 제외하면 인간의 여타 괴로움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육체가 문제없다면, 남는 것은 오로지 정신, 즉 양심의 문제일 터, 그것만이 문제로다!

202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