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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저울

등록일 2024-07-01 18:19 게재일 2024-07-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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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저울이 흔들리고 있다. 공정한 재판의 상징인 ‘천칭 저울’이 균형을 잃고 흔들린다는 것은 정의가 흔들린다는 뜻이다. 법의 저울이 공정하지 못하면 정의가 실현될 수 없고, 기울어진 저울로 내리는 판결은 정의를 빙자한 불의일 뿐이다.

누가 디케의 저울을 흔드는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그 주범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인들의 정치력 부족으로 정치적 문제를 법적 판단에 호소하는데서 비롯된다. 노회(老獪)한 정치인들이 자기편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도록 정치권력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흔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은 사법부의 판결까지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하여 지지 또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최근 민주당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보복성 입법으로 사법부를 길들이려 하는가 하면, 재판 담당판사의 실명을 공개하여 공격하는 등 사법시스템을 흔드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사법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변질시켜 정쟁을 일삼는 행태는 헌법에 보장된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신분보장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반면 ‘사법의 정치화’는 사법부와 법관이 반성해야 할 문제다. 법관은 헌법 제103조에 규정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대원칙을 엄수해야 사법 불신을 막을 수 있다.

이 때 법관의 양심은 주관적 판단이 배제된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률적 양심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법관은 재판에 있어서 자의성과 편향성을 엄중히 경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가치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진보성향의 민변·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의 ‘코드 인사’로 스스로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렸고, 일부 판사들은 ‘재판이 곧 정치’라면서 법과 양심이 아닌 ‘개인의 정치적 표현’을 인정하자는 주장으로 사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법관이 정치적 진영논리에 갇혀 재판에서 객관적 인식을 외면하고 주관적 이념성향을 드러낸다면 판결의 공정성은 보장될 수 없다.

더욱이 정의의 가치를 흔들었던 조국 전 정의부(법무부)장관이 1·2심의 유죄판결에도 불구하고 “비법률적 방법에 의한 명예회복을 하겠다”면서 정치에 뛰어들고, 그의 책 ‘디케의 눈물’에서는 자기반성 없이 사법의 정치화를 비판한 것은 너무나 몰염치한 행위다.

한 때 대학에서 제자들에게 가치와 당위를 가르친 교수였던 그가 어떻게 이 지경으로 추락했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측은하다.

결국 디케의 저울은 누가 흔들거나 스스로 흔들리지 않아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정치인이 권력으로 법관을 겁박해서도 안 되며, 법관이 권력욕 때문에 정치인 흉내를 내서도 안 된다. 정치인과 법관이 각자 주어진 소명에 충실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디케의 정의는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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