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요지경이다. 축제가 되어야 할 전당대회가 대통령 편과 반대 편으로 갈라 싸우니 모두 불안하다. 특정 정당이 누구를 대표로 선택하건, 어떻게 뽑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좌충우돌해 국정이 표류하면 그 피해가 곱다시 국민에게 돌아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번번이 이인자를 칠까. 이인자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생각인가. 아니면 인기가 있다 싶으면 대통령에게 기어오르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문제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2개월가량 흘렀다. 그동안 국민의힘 대표들은 대부분 윤 대통령과 유쾌하지 않게 헤어졌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라는 말로 윤 대통령을 띄우며 손을 잡았다. 그러나 윤 후보가 잇단 실수를 하자 “우리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좀 해달라”고 말했다가 ‘상왕론’이 불거지며 결별했다.
이준석 의원과의 갈등은 요란했다. 이준석 당시 대표는 “8월에는 버스가 떠난다”면서 윤 후보의 입당을 압박했다. 신당까지 고려한 윤 후보는 기분이 상했을 수 있다. 이준석 대표가 지방에 간 틈을 타 윤 후보가 입당하면서 ‘패싱입당’ 논란이 불거졌다. 선거 과정에 두 사람은 갈등과 화해를 거듭했다. 결국 선거 이후 ‘윤핵관’들이 ‘내부 총질’한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쫓아냈다.
유승민 전 의원과는 후보 경선부터 감정이 많이 상했다. 유 전 의원은 천공문제 등을 제기하며 윤 후보를 몰아세웠다.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단일화하고, ‘공동정부’에 합의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유 전 의원과 안 의원은 항상 견제와 배제 대상이었다.
이준석 대표가 물러난 뒤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의원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그런데 초선의원들까지 동원해 연판장을 돌리고, 나 의원을 ‘이지메(집단 괴롭힘)’해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김기현 의원 손을 들어주게 했다. 김기현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총선 불출마 를 요구했지만, 대표직 던지며 겨우 공천을 건진 경우다.
그렇게 곡절을 거쳐 윤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발탁했다.
그러나 총선이 한창일 때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대처 문제를 놓고 또 갈등을 빚었다.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보내 사퇴를 요구하고, 한 전 위원장은 거부했다. 눈 속에서 화해했다고 하지만 결국 그 앙금이 한동훈 몰아내기 전당대회로 이어졌다. 그 대타가 나경원 의원인가 했더니, 역시 이번에도 아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 대통령이 지원하는 후보라고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겠다는 걸 굳이 나무랄 생각은 없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견제보다는 협력이 더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윤 대통령이 걸어온 행적을 보면 의문이 남는다. 이렇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 사람을 쳐내면 누가 남을까. 더구나 왜 쳐냈는지, 꼭 쳐내야 했는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대통령의 그동안 선택은 누구를 좋아해서 지원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를 죽이기 위해 무리하게 나선다. 타깃을 먼저 정하고, 저격수를 찾는 방식이다. 쪼개기 정치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약체 집권당이다. 108명의 의원 가운데 8명만 빠지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진다. 탄핵 저지선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걷잡을 수 없이 탄핵 국면으로 밀려간 것을 ‘최순실 사태’로만 설명할 수 없다. ‘레이저’ 쏘기, ‘진박 감별’, ‘배신자 프레임’, ‘옥쇄 들고 나르샤’로 알려진 공천 파동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전혀 예상 못 한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무려 집권당 소속 의원 62명이 탄핵안에 찬성했다.
윤 대통령 지지도는 20%대 초반이다. 집권당은 물론 지지세를 더 넓히지 못하면 남은 3년도 편하지 않다.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 위해서도 지지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
굳이 집권당 대표 경선에 적대적으로 개입하는 이유가 뭘까. 누가 집권당 대표가 된들 대통령에게 협조하지 않을까. 대통령 가족을 보호하는 일도 꼭두각시 대표가 더 잘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