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정치’라는 말은 TK(대구경북) 지역민에겐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유승민 원내대표(당시 새누리당)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한다’며 비난한 적이 있고, 그 후 이 단어는 ‘여당계파 분열과 대통령 탄핵’을 연상시키는 민감성을 띄고 있다. 현재 야권은 공공연히 윤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고 있어 여권 강성지지자들에겐 이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지난해 3·8전당대회처럼 ‘윤심 경쟁’으로 흐르는 것은 최악의 모습이다. 여당이 4·10총선에서 참패한 가장 큰 원인이 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이라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인데, 또다시 ‘윤심타령’을 하는 것은 민심과 싸워보자는 발상과 다름없다. 차기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190석의 범야권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다.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입법폭주를 일상화하는 야권과 맞서려면 무엇보다 강력한 민심을 등에 업은 후보가 여당 대표가 돼야 한다.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혁신적인 정책으로 집권당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