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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가 맞아가면서까지 할 일인가?

등록일 2024-07-01 18:19 게재일 2024-07-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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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영국에서 활동 중인 유명 축구선수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씨가 운영하는 ‘SON 축구아카데미’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에게 체벌을 가하고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놀라고 있다.

비단 축구만이 아니다. 야구와 육상, 배구와 유도 등 종목 가릴 것 없이 한국에서 운동을 배우는 학생들이 지도자와 선배의 체벌·욕설에 고통 받고 있다는 소식은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낡은 레퍼토리다.

욕을 먹고 두드려 맞는다고 열등한 선수의 실력이 갑자기 좋아질 수 있을까? 이 질문 자체가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폭력은 인간을 짧은 시간에 굴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30년 전 오늘인 1994년 7월 2일엔 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수비수였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총에 맞아 숨졌다. 살해당한 이유가 황당무계하다.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어 콜롬비아팀의 16강 진출을 좌절시켰다는 것.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겨우 축구에 졌다고 사람을 죽이다니. 사망 당시 에스코바르의 나이는 27세. 앞길이 창창한 청년이었다.

물리적인 힘으로 상대를 핍박하고 제압해 이룬 성과가 영원히 자랑스러울 수 있을까? 그게 축구건 다른 무엇이건. 목표를 위해 강압과 고통을 견디며 1등이 된 선수가 운동 자체를 좋아하며 즐겼기에 꼴찌가 된 선수보다 행복할까?

2018년 월드컵.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에게 5-0으로 패했다. 사우디 골키퍼가 말했다. “우리가 졌다. 그렇다고 나라가 망한 건 아니다” 축구? 맞아가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잖은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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