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 민주당의 우군으로 분류돼온 진보 시민단체들, 여성단체, 결정적으로 다수 국민이 “안 된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전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야기다.
장관은 조선시대로 치자면 판서(判書). 정2품 자헌대부(資憲大夫)에 해당한다. 자신의 위로 왕과 3명의 정승이 있을 뿐인 최고위직 벼슬이다. 당연지사 빼어난 도덕성과 능력, 여기에 백성과 아랫사람에 대한 긍휼을 갖춘 인물이 앉아야 할 자리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인사만사(人事萬事)’다. 양질의 사람을 곁에 두고 써야 정권의 격이 올라간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2200년 전 중국으로 돌아가 보자. 진나라를 세운 시황제 정(政)에겐 총애하던 환관이 한 명 있었다. 조고(趙高)라는 자다. 그는 시황제의 입 속 혀처럼 굴었다. 헤헤거리며 왕의 뒤를 따라다녔고, 아부와 아첨으로 높은 벼슬을 얻었다.
조고의 권세는 시황제 사후까지 지속됐다.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칭해도 어느 누구도 이에 맞서 “저건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 대꾸하지 못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다. 이 간신배가 진나라를 망하게 한 가장 큰 원인이다.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엔 자신을 돕고, 단식을 할 때는 이부자리를 살폈으며, 자동차 옆 좌석에 앉아 함께 파안대소하던 사람을 매정하게 내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어찌 보면 대통령도 결국 사적인 정에 휘둘리는 인간이 아닌가.
천만다행으로 23일 강선우가 스스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성찰하며 살겠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만시지탄. 논란이 지속된 한 달간 자신은 상처투성이가 됐고, 후보로 지명한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으니. 사퇴가 더 빨랐어야 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