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픽사의 대표작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왔다. 9년 만에 돌아온 2편 속 주인공 라일리는 13살이 되어 사춘기를 맞이한다. 행복을 위해 매일 바쁘게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를 운영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5인방에 의해 본부는 평화롭게 흘러갔으나 라일리가 사춘기를 맞이한 어느 날부터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본부에 나타난다.
새롭게 등장한 감정인 당황은 많은 사람들 앞에 발표를 할 때나 잘 보이고 싶은 친구들에게 이목이 집중될 때 얼굴이 빨개지며 나타난다. 따분은 어딘가 심드렁해져 스마트폰을 볼 때나 침대 위에 하루종일 누워 뒤굴 거릴 때에 등장하고, 부러움은 멋지게 꾸민 학교 선배들을 볼 때나 근사한 학교 시설을 둘러 볼때 나타난다. 2편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감정인 불안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여러 가지의 경우의 수를 세어본다. 불안은 라일리의 행동을 지나치게 제어하며 안정감을 돕고, 이를 지켜보며 불만에 휩싸인 기존 감정들은 새롭게 등장한 감정들과 싸움이 일어난다. 결국 기존 감정들이 본부에서 쫓겨나게 되고, 다시 본부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라일리의 의식의 흐름을 타고 흘러가다 보면 신념 저장소라 불리는 아주 깊은 곳에 다다른다. 의식의 끝인 신념 저장소는 경험으로 만들어진 감정 구슬이 자리하고 있으며, 여기서 중요한 감정 구슬은 신념이라는 끈이 된다. 신념의 끈은 라일리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신조가 되어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잠재의식을 지니게 한다.
이러한 잠재의식은 결국 자아가 되고, 라일리를 움직이게 한다. 사춘기를 맞이한 라일리는 변화를 앞둔 성장기의 불안감, 그리고 정체성 혼란이 찾아온다. 타인에 의해 자신의 선호도가 바뀌고 기분 또한 타인에 의해 제어된다. 사춘기와 함께 나타난 불안이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만 가고 결국 라일리의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신념과는 대비되게 절친이었던 친구들을 외면하고, 거짓말과 그릇된 행동을 하며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여태 자신의 신념이었던 ‘나는 좋은 사람이야’가 무너지게 되고, 내면의 모든 감정과 신념이 한꺼번에 뒤엉키고 폭발하며 자아를 잃게 된다.
자아가 파괴된 라일리는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괴로워한다. 자신 스스로가 움직이는 것이 아닌 불안이라는 감정이 자신의 신념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라일리를 제어하던 불안이도 길을 잃는다. 불안이는 오로지 라일리를 나쁜 환경과 선택에서 지켜주고 싶었으나, 지나친 욕심 탓에 라일리의 자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본부로 돌아온 기쁨이는 불안이를 안아주며 이 모든 걸 다시 돌려보자고 말한다. 때마침 패닉에 빠져 있던 라일리에게 오랜 친구들이 다가와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그 순간 라일리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환경과 감정을 받아들인다. 그간 멀리 하려던 불안이란 감정이 받아들여질 때, 불안을 벗어날 수 있고 불안은 금새 기쁨과 슬픔, 우울, 소심, 부끄러움 등 여러 감점을 뒤섞인 페르소나의 형태를 보여주며 무너졌던 라일리의 자아가 회복된다.
그 후 라일리에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그녀의 자아는 ‘나는 선한 사람’이지만, ‘때로는 부족한 사람’일 수도 있고 ‘때로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으로 변한다. 또한 감정은 자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 뿐, 결국 자아와 신념을 만들어가는 것은 라일리 자신임을 인정하고 깨닫고 나서야 사춘기를 넘어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신념에 의해 인간은 움직이고 살아간다.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신념 한 가지가 있다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행동을 하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신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면 매사에 자신 없는 행동을 보이거나 금방 불안과 우울에 휩싸여 무엇이든 회피 행동을 보이고 만다. 라일리는 기쁨과 슬픔, 불안 등의 여러 감정 중 그 어떤 것 하나도 내세우지 않고, 여러 감정이 뒤섞인 신념을 가지며, 하나의 자아가 아닌 다채로운 자아를 지닌 사람으로 변하는 성장을 택한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불안이는 라일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스스로 몰아세운다. 그 때문에 커다란 위기가 왔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현재엔 지나치게 불안감이 들 때면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불안을 잠재운다. 여태껏 나를 몰아세웠던 건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섰던 불안이었다는 점과 라일리처럼 불안은 자아를 지키기 위해서만 존재한단 점에서, 불안을 단순히 다루는 법에 대해 오래토록 생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