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친윤(윤석열)계 핵심이 주류인 여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의 여야 판세를 ‘서울 박빙 우세, 경기·인천 박빙 열세’로 진단하며, 수도권 위기론은 실체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자체 조사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가 그 근거다. 엠브레인퍼블릭을 비롯한 4개 여론조사 회사가 지난주 전국 유권자 1천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서울은 국민의힘 32%, 민주당 21%, 인천·경기는 국민의힘 33%, 민주당 23%로 나타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지난주 윤상현·안철수 의원 등이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한 이후, 이철규 당 사무총장이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못한다”며 총선공천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생각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 지도부의 이러한 인식은 지극히 위험하다. 현재의 당세(黨勢)를 비교해 보면,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금 여당의 수도권 의석은 18석으로 민주당 97석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내년 총선에서 여당 후보가 민주당 현역의원을 이기려면 ‘국민의힘 또는 윤석열 바람’이 불거나, 선거자원(조직력, 자금력, 홍보전략)에서 앞서야 한다. 지금으로선 둘 다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야당 현역을 상대할 경쟁력 있는 인물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안철수 의원이 “대부분 수도권 의원이 민주당이다 보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그들과 대항해 싸우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말을 한 것이다.수도권의 경우,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과 20~30대가 판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이들을 지지자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다양한 비판세력을 멀리하며 외연을 좁히고 있으니, 당세가 갈수록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수도권위기론의 실체가 이보다 더 명확한 것이 어디 있나.
202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