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절정이다. 절기상 입추라지만 한여름의 무더위는 여전히 기세등등해 몇 차례의 소나기가 지나가도 숙지지 않는 염천(炎天)이다. 거기에 파리올림픽의 열기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지구촌의 온나라가 뜨거운 용광로 속에 있는 듯한(萬國如在紅爐中) 형국이다. 밤에도 기온이 3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이 강원도의 해변도시에서 나타나고, 94년만에 최장 열대야가 이어지니 과연 이상기후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무더워도 올림픽의 치열하고 불꽃 튀는 열기마저 꺾을 수 있으랴. 제33회 파리 올림픽의 개막과 더불어 세계 206개국의 선수들이 저마다의 기량과 특기로 각축을 벌이느라 세계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더욱이 대한민국 선수들이 10회 연속 양궁 여자단체부 금메달을 차지하고, 사격부문에서는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나오는 등 초, 중반까지 쾌조를 보이고 있으니 또 다른 기대와 설렘으로 더위 따위는 무색할 정도다. 그만큼 집중과 몰입은 새로운 내면과 흥미를 낳기도 한다.
어떤 대상에 마음을 모으고 한 가지 일에 힘을 쏟으며 깊이 파고 들거나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일이나 대상을 아끼며 정성과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되어 올림픽 같은 세계무대에 서기까지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과 눈물은 선수들 자신만이 알고 있으며, 그 누구라도 무한한 땀의 가치와 혼신의 노력을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으리라. 그렇게 자신의 특장을 살려 심신을 가다듬고 훈련과 단련을 거듭한 끝에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맘껏 기량을 펼쳐 나갈 때, 관중의 환호와 이목이 집중되며 갈채가 이어질 것이다.
‘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남모르게 흘리는 땀이/비범을 낳으리라/처절한/몸부림만이/경이를 보이리라//막연한 꿈은 부질없는 바램이다/활시위의 긴장과/눈물 같은 땀방울로/무진장/뒤척거리는 고독/기적의 꽃이 피리라’ -拙시조 ‘꿈-기적의 꽃’ 전문
어떤 학문이나 운동, 음악이나 예술활동에 깊이 몰입하고 집중한다는 것은 삼매경(三昧境)에 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마음의 티끌을 없애고 잡념을 떨쳐 오롯이 대상에만 정신을 쏟으며 노력과 혼신을 다해 나가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독서삼매경은 다른 일이나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책 읽기에만 사뭇 빠져드는 것이고, 운동삼매경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몸동작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대상에 골몰하고 심취하여 반복연습으로 갈고 닦으며 자신의 임계점을 향해 끝없이 추구하게 되면, 운동선수는 기적 같은 명승부를 펼치고 예술가는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키며 차츰 내공이 깊어질 것이다.
한여름의 무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이렇듯 제 나름의 이열치열 같은 삼매경의 비법(?)으로 더위를 이기며 자신을 다스리면 어떨까? 예컨대 자신이 좋아한다거나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때로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때로는 끼니를 잊기까지 할 정도로 몰두하고 파고들다 보면 수시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조차 고맙고 소중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만의 비장의 루틴으로 건강한 여름날을 나면서, 태극전사들의 선전과 낭보가 청량감을 더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