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비전 선포나 신년사 등을 최고 경영자의 직접 소통의 기회로 활용하며 이를 통해 기업의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필요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메시지에는 업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적 방향성이 선명하게 담기고, 구성원들의 일체감 조성을 고려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실행지침으로 신뢰와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새로 취임하거나 할 때 내어 놓는 메시지도 매우 중요한데, 그 메시지를 해석하면 기업의 성장과 진화 발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하여 이해관계자의 지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대표가 이해하여 선포하는 범위 이상으로 절대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며, 그래서 메시지에 담긴 의미는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항목이 된다.
선언적 의미가 있는 메시지에는 업의 본질을 명확하게 직시하여 경쟁사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하며, 내부적으로 조직의 문화와 가치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일관된 방향성을 제공하고, 조직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업의 본질이란 그 업의 지속성과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말한다. 이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여 경영자의 메시지에 담겨야 하는데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말들을 적당히 버무려 내어 놓는다면 시장은 냉담하게 반응할 것이고 그 결과는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성패를 결정짓는 바로 그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남들과 똑같은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어느 플랫폼에서 구매하든 상품의 기능이나 상품의 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상품을 우리 플랫폼에서 그것도 마진을 얹어 사야 하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면 쿠팡이 새벽 로켓 배송과 조건 없는 쉬운 반품을 차별화된 메시지로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간에 받아 보고, 단순한 변심에도 쉬운 반품을 제공한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선정하여 직접 매입하고, 물류 혁신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같은 상품이지만 다른 곳이 아닌 쿠팡에서 사야 할 이유를 잘 만들어 냈다. 이처럼 업의 본질을 알고 차별화된 전략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수도꼭지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물이 차가워서 온수 방향으로 돌렸는데 실제 물이 따뜻해지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뜨거운 방향으로 더 돌렸다가 지나치게 뜨거운 물이 나오는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기업에서도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새로운 업의 영역에 진출하거나 할 때 정책이나 의사결정이 반영되어 효과를 내는데 필요한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서, 예상보다 훨씬 큰 효과, 혹은 부작용을 낸다는 뜻이다.
바뀐 경영 환경엔 업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맞지만 업의 본질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시장 앞에서 겸손한 경영자들이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