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LNG 생산 중단·사우디 정유시설 피해 걸프 투자 ‘안전신화’ 흔들···국제 에너지 공급 불안 유가·가스 가격 상승 가능성에 한국 산업도 촉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보복 공격을 걸프 전역으로 확대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 에너지 공급망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걸프 지역 여러 국가를 동시에 공격했다. 공격 대상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오만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이라크·요르단 등 중동 국가로 확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에도 미사일이 날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UAE에는 약 200발의 탄도미사일과 1000기 이상의 드론이 날아든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걸프 지역에 주재하던 외국 기업 직원과 투자자들의 탈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정치적 안정과 치안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받던 걸프 지역 경제 모델에도 충격이 예상된다.
에너지 시장에 가장 큰 파장을 준 것은 카타르 LNG 시설 피해다. 카타르 정부는 북부 산업도시 라스라판에 위치한 LNG 시설이 공격을 받아 생산이 중단됐으며, 공급 계약에 대해 ‘포스마주르(불가항력)’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수출국 가운데 하나로,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가스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주요 석유시설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부 라스타누라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2019년 사우디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았던 사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당시에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세계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린 바 있다.
걸프 국가들은 이란에 대한 공동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CC 회원국들은 최근 유럽연합(EU)과 긴급 외교회의를 열고 이란의 공격을 강하게 비난했다. 동시에 자국 영토와 국민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최근 지역 패권과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밀착하는 분위기다. 양국 정상은 전화 통화를 통해 공동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중동 외교에도 타격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2023년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충돌로 양국 간 불신이 다시 표면화되면서 중국의 중재 외교 전략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원유와 LNG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산업 전반에서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철강·화학·배터리 소재 등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은 제조업의 경우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