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다민족 나라 대한민국

등록일 2024-08-08 19:48 게재일 2024-08-09 18면
스크랩버튼
정태옥 ​​​​​​​​​​​​​​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교수
정태옥 ​​​​​​​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교수

세계사를 들여다보면 제국의 발전에는 한가지 패턴이 있다. 한 민족이 발전하여 군사력이 강해지고 경제와 문화가 융성하면 필연적으로 그 주변 이민족과의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면 제국으로 성장했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지리멸렬하다가 망했다. 높고 큰 성을 쌓기도 하고 정복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땅덩이가 커져 제국이 된다는 것은 다민족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제국의 발전은 이들 다민족들과 잘 화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기존 단일민족과는 전혀 다른 창조적 제국으로 발전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2010년,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는 ‘리콴유가 본 세상’이란 책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출산 여성에게 아무리 돈을 많이 주고 여성 복지를 잘해도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 참여가 많아지는 것이므로 돈을 주고 복지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이민이라고 꼭 짚어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아예 거론하지 않고 저출산이 심각한 일본과 싱가포르의 예를 들며, 이 두 나라의 공통점은 이민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서구 선진국들도 원래 원주민을 중심으로 보면 저출산인데 이민을 계속 받아들이기 때문에 저출산 고령화가 문제 되지 않는다. 이민 자체가 인구를 늘리고 이민 1세대와 1.5세대는 출산율이 높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이민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두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싱가포르가 수용가능한 적정규모의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싱가포르 다문화에 적응력을 높이기 위하여 사회제도를 개선하고 국민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제까지 수백조 원을 투입했다. 요즘은 대통령실에 수석비서관 자리를 만들고 부영기업은 출산 직원들에게 1억원씩 나누어 줄 거고 서울시는 어린이를 가진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매주 하루씩 재택근무를 시킬 거라 한다. 기본적인 내용은 현금이나 복지를 늘리는 것이다. 일부 필요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해서 저출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해결책은 양질의 감당할 만한 수준의 이민을 받아들이고 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땅덩어리는 예전과 같지만 이제 더 이상 소득 1000불 시대의 백의민족 대한민국이 아니다. 경제 영토로 보면 10대 경제 대국이고, 올림픽 메달로는 5~6위 하는 큰 나라다. 세계인이 한국식 라면을 먹고 한국 여권으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190개국이 넘는다. 남을 침략하여 식민지로 만드는 제국이 아니라, 이미 다민족이 모여 아웅다웅 살아가는 경제문화적 제국이 된 대한민국이다. 물건만 외국에 팔아먹는 이코노믹 애니멀이나 북한식 우리끼리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수단적 다민족 국가가 아니라 나라의 규모가 커지고 무역과 문화의 교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다민족 국가를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자.

정태옥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