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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와 웅도 경북(雄道 慶北)의 추억

등록일 2024-07-18 18:37 게재일 2024-07-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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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옥​​​​​​​​​​​​​​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정태옥​​​​​​​경북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지난 대선 시절에 홍준표 후보는 풍패지향(豐沛之鄕)이란 말을 했다. 한 고조 유방의 고향이 풍읍(豐邑) 패현(沛縣)에서 유래하여 제왕의 고향이란 뜻으로 대권 쟁취와 고향 발전의 의지를 드러낸 말이다. 6~70년대 대구 경북은 한 몸이었다. 당시 전국체전 캐치프레이즈가 웅도 경북(雄道慶北)이었다.

실제 부산과 경기도를 멀리서 따돌리고 서울 다음의 위상을 떨쳤다. 대구경북은 땅도 넓었고 인구도 많았고 산업 생산력도 대단하였다.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 구미전자산업과 대구섬유산업은 산업 입국의 상징이었다. 영호남 갈등의 근저에는 대구경북의 남다른 발전이 깔려 있었다.

당시 TK출신 위상도 대단했다. 일설에 의하면 원래 TK는 대구경북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서울에서 열리는 경북고등학교 총동창회를 가리키는 용어였다고 한다. 경북고등학교의 일제시대 전신이 대구고보였다. 경북고등학교 총동창회에는 대구고보와 경북(중)고등학교 출신들이 다 모였는데 그들의 앞 글자를 따서 TK라 부르고 아예 대구 경북 사람들을 TK라 일컫고 삼김(三金) 시대에 들어서면서 부산경남 사람들을 PK라 부르면서 지역 명칭으로 변했다 한다.

내노라하는 정치인들도 가득하였다. 요즘 다른 지역 정치인들이 대구경북 사람들을 아무리 비하해도 찍소리 못하고 공천에 목메다는 비겁한 정치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서울에 갔을 때 남들이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대구 경북이라고 답할 때는 은근 자부심도 한 줌 들어가 있는 대답이었다.

세월은 흘러 이제 대구경북은 몰락과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은 쪼개어지고 산업 경쟁력은 떨어지다 못해 형편없이 되었고, 정치적 발언권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여당 당대표 선거 때나 찾는 곳이 되었다. 서문시장은 다급한 보수 정치인들이 찾아와서 보수를 지켜달라고 애절하게 호소해 놓고 돌아서서는 웃어버리는 웃기는 동네가 되어 버렸다. 대구경북은 그들이 서울 가서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법안이나 정책에는 철저히 외면하는 허언(虛言)의 고장이 되어 버렸다.

최근 얼마동안 대구경북을 위한 법안 한 두 개는 그들의 힘이 아니라 전라도 광주의 힘을 빌어 겨우 통과 됐다.

최근 다시 대구와 경북을 통합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지, 실제 대구경북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깔려 있다. 그래도 나는 기대를 한번 해 본다. 가장 큰 이유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제 산업경쟁의 단위가 국가에서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중부 내륙의 러스트 벨트(Lust Belt)라고 하는 전통적 산업도시 지역과 태평양과 대서양 해안지역 쪽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르다. 대구경북도 합하여 규모를 키우고 독자적 산업 정책을 펼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고 21세기 첨단 산업시대에 알맞은 신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한때 잘 나가던 대구경북의 위상이 쪼들어진 원인은 수출주도형 산업시대에 항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21세기에는 항공 물류의 비중이 많이 높아졌다. 대구와 구미에서 미국 한번 출장 가려고 새벽 5시에 출발해서는 지역 경쟁력이 있을 수 없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준비하는 신산업 정책도 필요하다.

덩치만 크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열린다. 나는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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