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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등록일 2024-08-07 18:16 게재일 2024-08-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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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여남동-저물녘’

빨랫줄에 내어 걸린

청어며 꽁치는

먼 바다의 소리를

그 공복에다 차곡차곡 담는다

바람에 걷어차이고

햇살에 희롱당하고 나면

슬슬 부아가 치밀어

몸이 굳는다

분노도 절망도 짜내어

결국엔 건조한 바다가 된다

부질없는 저항의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기름기를 온통 빼고도

저 반짝거리는 최후의 형해(形骸)는

차라리 부활의 깃발이리라

 

과메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미래가 된다

죽음과 주검을 극복하는

향기가 된다

마르고 뒤틀려도

좋은 음식이 되어

당신과의 입맞춤

약간 비릿하나

죽을 때까지의 여운이 되어.

 

홍어가 있듯 과메기도 있다. 개복치는 또 어떤가. 존재를 설정하고 앞과 뒤의 배경을 설명하는 언어로서 과메기는 불세출의 독보적인 명사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최초의, 최후의 물건이자 명징한 상징이다. 포항의 역동성은 이 짜부러진 생선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서 시작된 듯하다.

/이우근

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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