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 규모는 144명으로 지난 도쿄 올림픽 232명에 비해 90명 정도가 줄었다. 이런 100명대 선수단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8월 10일 당시 활, 총, 칼을 필두로 금메달 13개 등 29개 메달을 따서 7위에 이름을 올려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성적뿐 아니라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태도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사격의 김예지가 공기소총 1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고 나서 자신의 주종목 25m 경기를 앞두고 금메달을 자신했지만 예선에서 0점을 받아 출전하지 못하게 된 후 보여준 태도는 정말 참신했다. 그는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0점 한 번 받았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사격을 그만두는 것도 아니라면서 다음을 기약한다고 차분하게 말한 것이다.
탁구의 신유빈은 임종훈과 함께 뛴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중국의 천멍과의 단식 경기에서 0:3으로 졌다. 그럼에도 낙담하지 않고 상대가 너무 잘했다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하더니, 하야타와의 단식 경기에서 패하고도 승자를 안아주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그런 실력과 정신력과 체력을 갖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잘 알기 때문에 더 배우겠다는 신유빈의 인터뷰는 새로운 올림픽 문화를 알리는 신호로 느껴진다. 이런 낙천적인 성격 탓인지 10일 열린 여자단체전에서 다시 동메달을 땄다.
방향은 다르지만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역시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우리 스포츠 역사의 새 페이지를 쓰고 있다. 그는 금메달 획득 후 인터뷰에서 협회가 선수 보호에 소홀했다고 작심발언을 한 것이다. 그는 아마도 오랜 고민 끝에 가장 파급력이 큰 금메달 인터뷰 때 발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자기 나름의 판단과 전략으로 그 순간을 선택했을 것이다. 다만, 이것을 둘러싸고 두 가지 쟁점이 있는데, 하나는 안세영의 발언이 ‘사실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방법이 ‘적절한가’이다. 두 번째와 관련해서는 안세영도 다른 선수들에게 거듭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여기서 발언 타이밍 등 표현 방식의 적절성을 따지기보다는 사실 여부를 중심으로 진상 조사가 이루어져야 배드민턴이 발전할 것이다.
태권도 경기에서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태권도의 서건우가 16강전에서 오판으로 패하게 되자 오혜리 코치(36세)가 강력하게 항의하여 8강에 진출한 것이다. 결국 오 코치는 코트에 뛰어든 일로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오 코치는 그대로 끝나면 뭘 해도 뒤집을 수 없었다는 판단으로 한 행동이라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한 세대가 저물고 새 세대가 온다는 것을 절감한다. 아무리 큰 무대에 국가대표로 출전했어도 유머와 개성을 마음껏 표현하고 할 말은 하는 세대가 오고 있다. 기성세대는 두 팔 벌려 새 세대를 환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