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위급한 목숨을 구해 낸 이승선씨, 차가 없어 매일 2시간 정도 잠을 자고 34㎞를 걸어서 출퇴근하는 제임스 로버트슨씨에게 자동차를 선물한 미국 시민들, 이들의 이야기는 까칠한 갑질과 복잡한 정치성을 넘어선 인간 본성의 높은 차원을 보여주며, 며칠 후 설을 맞는 우리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설은 한 해 중에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정성을 들여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 같다. 오늘 아침은 문득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설을 준비하고 보내는 풍경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 뉴스들을 뒤적이며 정리해 보기로 한다. 우선 설 차례 상차림 비용이다. 설 차례상은 지역마다 집집마다 차례상에 놓이는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공통분모가 될 만한 음식들의 재료를 대상으로 그 비용을 환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제수용품의 구매비용은 지난해에 비해 5.7%가 증가한 21만 7천374원이라고 한다. 설 준비 기간 중 돼지고기와 쇠고기 등의 육류는 물론이고, 참조기, 명태살, 황태포 등의 건어류, 시금치, 대추 등의 야채들도 가격이 올랐고, 과일은 사과를 제외한 단감과 배의 가격만 다소 내린 실정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제대로 된 식재료의 유통이 관건인 것 같다. 양심 없는 일부 업자들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난 썩은 고기를 먹은 소비자가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설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세뱃돈이다. 아이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웃어른들께 절을 하면, 어른들은 덕담과 함께 복주머니에 세뱃돈을 담아주시던 아름다운 풍경이 떠오른다. 세뱃돈을 들고 마냥 기뻐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어느 날 어른이 되고 보니 새뱃돈을 준비하는 데도 신권을 마련하는 정성이 깃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어른들의 빈틈없는 지혜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은행과 지점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한 사람당 1만 원 권은 20만 원 선, 5만 원 권은 50만 원 선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고 한다. 외환은행은 외화 세뱃돈 1만5천세트를 판매하며 이색적인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미화 2달러를 포함해 유로화, 중국 위안화,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 등 외국 화폐와 화폐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첨가된 신권 세트이다. 시대가 글로벌시대로 변하다 보니 세뱃돈의 풍경도 글로벌화되는 것 같다.설은 고향을 떠나 있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이기도 하다. 귀성열차 예매시간에 열차표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워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귀향하는 경우,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사람들은 고향으로 향한다.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는 설 연휴기간 중 귀성은 설 하루 전인 오는 18일 오전에, 귀경은 설 당일인 19일 오후에 고속도로 혼잡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도시별 소요시간은 귀성의 경우 서울~대전 간 4시간 40분, 서울~부산 간 7시간 20분, 서울~광주 간 6시간 40분, 서서울~목포 간 7시간 40분, 서울~강릉 간 5시간으로 예상했다. 귀경방향은 작년보다 휴일이 1일 더 있기 때문에 소요시간은 10~20분정도 단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간이 아무리 걸리고, 가는 길이 지루하다고 하더라도 고향에 가는 이유는, 고향이 주는 안락함 때문일 것이다.설 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가는 여행객이 역대 최다인 78만명이 넘을 것이라 하고, 마트들은 다양한 설 선물세트를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며, 누구는 어려운 이웃을 돌보러 갔다고 하며, 주요 문화기관들이 문화행사를 마련한다고 하고, 2015년 을미년의 설맞이 풍경은 작년과 비슷한 그리고 또 다른 풍경을 보이고 있다. 모쪼록 경북매일신문 구독자들은 을미년에 뜻 두신 일들 다 이루시길 빈다.
2015-02-17